수색조 >사장님 특이사항이요...? 글쎄요, 사람이랑 동물이 섞인 것보다 더한 특이사항이 있을까요? 흠, 다들 등짝에 이상한 식별번호랑 바코드 같은 문신이 있긴 하네요. 마침 단톡방에 레온이 괴한의 식별번호를 보냅니다. 자료를 살펴봅시다.
[실험체 [정보말소]의 통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예정되어 있던 실험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한다. 대상의 동물적 능력을 증폭시키고, 아니마의 피를 수혈하여 아니마가 가진 능력을 일부나마 발현할 수 있도록...]
이 뒤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비 책은 인체 해부와 동물 해부에 관한 것이 많습니다. 각종 동물들의 장기와 근육과 뼈, 그것들의 기능,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라? 그 책들 사이에 장르가 다른 것이 몇 권 있습니다.
[아니마의 능력에 관하여] [아니마의 혼과 육체와 능력의 상관관계] [아니마 중심으로 풀어쓴 창세신화]
이걸 토대로 생각해보면 인공적으로 아니마를 만들려고 했다는 결론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님 증거 사진이라 함은 잘못 걸리면 당신이 여기 불법으로 침입했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관리는 철저하게 합시다. 당신은 책상을 뒤집니다. 실험 메모, 메모, 잡다한 연구 일지, 그리고...... ......어라?
[지난번 실험 결과물을 예정대로 인형에 담아 놓아두었다. 비밀번호는 따로 전송하였으니 열어보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민간인이 발견할 경우를 대비하여 상자에는 아무런 지문이나 문양을 남기지 않았다. 6자리 번호를 요행으로 풀진 못하겠지. 다시 보내달라고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번호를 적어놓기로 한다.]
그리고 6자리 번호가 이어집니다.
--- 대기조
물론 cctv에 행적이 찍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곳은 교수의 연구실이고, 누가 드나든다고 해서 특별히 수상해보이진 않을 겁니다. 학교의 일원이 아니기에 그들과 딱히 면식이 없는 여러분이라면 더욱더 수상함을 느끼진 못하겠지요. 하지만 cctv 기록을 파괴하는 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요.
관리실로 향합니다. 관리실 문은 굳게 잠겨 있지만 문고리를 부순다면 출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수색조 박쥐가 힘이 세진 않지만 뱀파이어는 힘이 세다는 전승도 있고, 실험을 하느라 이런저런 아니마의 피를 쏟아서 저런 괴물딱지가 나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처음부터 힘이 센 사람이었는데 실험으로 이렇게 되었다든가... 음... 미친 과학자의 실험이라는 것이 다 그렇죠 뭐. 인형이요? 실험체를 인형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많이 괴악하군요... 인형이라는 단어가 주는 포근함과 귀여움을 저것들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아요. 마니아라면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마니아가 왜 마니아겠습니까.
연구실에 상자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종이상자가 보이긴 하지만 저걸 의미하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인공 아니마 실험.
정말 끔찍한, 그리고 여기서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입니다.
--- 대기조
문틈으로 사아아아알짝 보이긴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명료하지 않습니다. 대신 해리가 부숴주네요! 문고리 부서진 걸 무마하려면 나중에 문을 다 박살내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문고리만 부서지면 이상하니까요.
문과 마주한 벽에는 수많은 모니터가 학교의 여기저기를 비추고 있습니다. 물론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문이 있는 쪽 벽에는 영상을 저장하는 하드 디스크들이 잔뜩 있습니다. 열을 맞춰서 잘 놓여 있는 것이... 부수기 참 좋게 생겼네요.
저측이 대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다 못쓰게 만들어야 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챙길 수 있는 건 모두 챙깁니다. ...챙긴 자료들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집니다.
[확실히 노숙자들을 실험체로 쓴다는 건 좋은 생각이었다. 그들은 그들을 찾을 가족이 없으며, 한 두명쯤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 학생도 좋은 실험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다른 교수들의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 한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그가 석고를 발라 석고상으로 위장했으니 당분간은 괜찮겠지. 미술 전공이라 그런지 누가 봐도 완벽한 석고상 그 자체였다.]
편의주의적 전개란 이런 걸 뜻하는 겁니다.
--- 대기조
던지고, 부러뜨리고, 꼭꼭 씹고! 여러분은 지금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는 101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내도 될 정도로 착실하게 부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하드디스크가 하나하나 하드디스크였던 것으로 변합니다. 이제 저것들은 하드디스크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 고물상에 무게로 달아서 고철로 팔면 또 모를까.
자료 틈에서 떨어진 쪽지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지.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드물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손에 든 쪽지를 읽고 또 읽었다. 잠깐, 미술전공인 '그'는 또 누구지? 아무래도 한두 사람이 연관된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수사 중단과도 관련이 있을까.
인공 아니마 제작 실험. 다른 곳으로 실험 결과물을 보낸 흔적. 사건을 덮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누군가.
길고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그다지 좋은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도요.
사건이 알려지려면 최소한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아직 밖은 어둡고, 가로등도 켜져 있네요. 지하에서 발견한 6자리 숫자를 쓰려면 지난번에 묻은 수상한 상자를 다시 꺼내야겠습니다. 물론 몰래 가서 파내기에 좋은 시간이긴 하지만, 오늘은 너무 정신적으로 지쳤습니다. 최소한 내일... 아니,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이네요. 여하튼 쉬고 밤에 다시 나가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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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어 등교한 학생들은 무단침입자가 정원도 부수고 cctv방도 부수고 교수 연구실도 부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습니다. 앞 두 개에는 놀라기만 했지만 마지막 사건에는 환호하는 학생들도 가끔 보였다네요. 교수가 얼마나 살벌한 사람이었으면 그랬을까요.
지하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냥 흥미거리일 뿐이었지만, 지하에 사람이 들어간 이후부터는 좀... 달라졌습니다. 경찰들이 다시 출동했고, 지하를 수색하려 아래로 내려갔지요. 그러던 중, 갑자기 화재가 발생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후퇴해야만 했습니다. 불길은 지하를 모두 태운 다음에야 잡혔습니다. 경찰들이 다시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제대로 형체를 갖춘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 시체 몇 구가 발견되긴 했어요. 새까맣게 타서 누구인지 감식도 할 수 없었지만 뭐, 특정 교수의 연구실에, 숨겨진 지하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죠. 해당 교수는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교수가 하필 지도교수였던, 논문 찾아달라던 지난 의뢰인은 학교 정원에서 새로 쓴 논문을 불태우며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측은한 눈으로 보고 지나갈 뿐이었어요. 아이고 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