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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끝이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리코는 가볍게 뛰어올라 소형 크토니안의 머리를 잡아 땅에 짓눌렀다. 몇 번 꿈틀거리던 크토니안이 움직임을 멈추자 가볍게 다른 손으로 두어번 쳐본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이내 흥미를 잃었다는 듯 무미건조하게 옆으로 툭 쳐내고는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조금이라도 눈을 돌리면 이렇게 어디선가 튀어나온다. 베이스캠프의 이니시에이터 중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마치 크토니안이 무한리필이라도 되는 것 같다고. 그런 무한리필은 필요 없다고 말하던 그 사람은 아직 살아있을까? 매일같이 누군가가 돌아오지 않고, 그 자리를 대신해 새로운 사람이 보충되는 장소다 보니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
매일같이 크토니안을 잡고, 사람들의 생사가 갈리는 그런 장소에 리코 같은 아이가 섞여있는 것을 누군가는 안쓰럽게 보고, 누군가는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혹은 다른 시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당사자인 리코는 별 신경 쓰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좀 더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생명의 위기를 느낀 적은 있다,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언가… 두근거리는 장소다.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크토니안을 짓누르고 찢을 때마다 무언가…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리코 스스로도 잘 몰랐지만 어쨌든 싫은 감각은 아니었다. 두 번째로 발견한 크토니안을 앞발로 누르고 간신히 사지라는 말이 어울릴 듯한 조직들을 찢고, 목으로 보이는 부위를 물어뜯는다. 기묘한 흥분에 몸을 파르르 떨던 리코는 또 다시 수풀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를 포착했다. 조용히 입에 물었던 크토니안을 뱉고, 확장된 동공으로 수풀 너머를 응시하다가 곧바로 도약해서 뛰어들었다.
“─아…”
하지만 뛰어든 곳에 있던 것은 크토니안이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 장소에 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이니시에이터임을 증명하고 있는 거겠지만, 어쨌든 크토니안이 아닌 사람이라는 건 분명했다. 리코는 급하게 몸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사람을 덮치지 않고, 그 바로 옆으로 착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미, 미안해요… 소리가 들려서, 괴물인 줄 알고…”
더듬더듬 사과의 말을 꺼내며 리코는 슬쩍 사람을 보았다. 몇 번 만났던 적이 있는 얼굴이지만 말을 나눠본 적은 없다. 하얀 여우랑 비슷한 느낌의 칼도 들고 있다. 이름은…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아. 리코는 아무리해도 이름을 떠올릴 수 없어 그냥 포기하고 일단은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대충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사냥놀이(?)하다가 마주쳤다는 정도...?로 가져와봤어... :3
이 장소는 정말이지 막 되어 먹었군. 처음부터 이런 일은 하는게 아니었어. 가끔씩은 연락을 씹어보도록 할까. 그렇지만 돈도 객기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또 무언가가 이쪽으로 접근 해온다. 쿠보타가 자세를 낮추고 엄지로 칼을 밀어 뽑는다. 아니, 뽑으려 했다.
"너... 베일 뻔 했다고."
칼자루에 손을 얹는 선에서 판단을 끝낸 쿠보타가 말한다. 큰일날 뻔 했군. 데미휴먼이라... 물론 알고있다. 그 여사와 붙어다니던 녀석이었나. 흠. 링크 된건가? 착잡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리코를 훑는다. 모자에 가려져 보이는 일도 없이.
잘 모르겠다는 듯 리코는 고개를 기울였다. 어디까지나 순찰을 돌며 크토니안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나오는 동작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크토니안의 체액투성이가 된 손과 옷이 보인다. 엄청나게 더러워졌다. 돌아가면 혼날까? 그런 생각을 잠시 밀어두고 리코는 다시 대답했다.
“순찰이었는데 괴물이 많이 나오니까… 계속 계속 나와서 잡고 있었어요.”
베일 뻔 했다라는 말과, 칼의… 손잡이? 부분에 얹힌 손. 아마 이 사람도 순찰을 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까 몸을 틀지 않고 그대로 덮쳤더라면 아마 엄청 위험했겠지, 다행이다. 그렇게 안도하는 리코의 꼬리는 여전히 조금 전의 흥분의 여파로 인해 좌우로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커다랗게 확장된 동공도 아직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숲 안에서 계속 나오니까 잡아야 해요. 위험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리코의 귀는 사방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잡아내지 못했는지 곧 움직임을 멈췄다. 많이 잡아서 그런지, 일단은 주변은 조용했다.
“…몇 번 만났던 것 같아요… 맞아요? 리코는 리코에요. 고양이 아니에요.”
그 동안 몇 번 만났던 적이 있던 상대인데, 아직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리코는 이름을 물어볼 겸 먼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어째서인지 최근 들어서는 고양이 취급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고양이가 아니라는 말도 살짝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