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다시금 고개를 숙인 스칼렛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찢어서 넘겨주었다. 이쪽으로 연락을 주면 연락처를 받고 조만간 자신이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겠다 전한 스칼렛은 손목시계를 보고 아 벌써 시간이.. 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해야할 이야기를 짧게 하고 끝내자. 스칼렛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곤 여전히 사근사근한 태도와 미소로 주머니에 손을 꽂고나선 이야기를 이어갔다.
" 훤림숲이요. 이야기는 들으셨죠? 대규모 크토니안. 사실, 그런건 저희도 위험하거든요. "
사실 해야할 것도 있고.. 아, 정말 죄송한데 하려는게 뭔지는 말씀 못드려요. 이 점은 부디 이해해주시길 바래요. 스칼렛은 그렇게 말하곤 조만간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곤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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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서 완급조절이 필요하니까.. 평일에 한 번 더 진행할게요!!
접근금지, 라고 말하려다가 말을 멈춘다. 그도 그럴게, 가뜩이나 좁은 집인데 하나밖에 없는 방에 접근제한을 두기에는 어린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유페미아는 리코가 방에 들어가는 걸 막는 대신에, 방의 문에 달려있는 키패드에 숫자를 찍어넣어 문을 열어준다.
"-잠겨있네. 여기, 0,2,0,1 번을 눌러야 열린다네. 아까 전의 현관문은 1,0,2,0을 누르면 열리는데, 이 문은 그것과 순서만 반대인 셈이지! 참고로 10월 20일은 내 생일이고 말이야."
...삼년 전, 어떻게 해서 그리도 쉽게 연구 자료를 빼앗길 수 있었는지, 자신의 빈약한 비밀번호 책정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유페미아이다.
"숫자가 어렵지는 않으니, 리코 군 정도면 금새 외울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네."
상대가 숫자를 읽을 줄 모르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기에 하는 말이다. 보통 11살 쯤이면 읽고 쓰고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게 어디까지나 유페미아가 살아온 세상에서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유페미아는 현관문에 했듯이, TA-DA☆ 라는 효과음을 넣으며 서재의 문을 벌컥 열어젖힌다.
"내 연구실로 어서 오시게, 리코 군!"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남향으로 놓인 창문과, 데스크탑 컴퓨터와 그동안 방생한 크토니안의 위치 추적 데이터를 수신하기 위한 모뎀 등이 어지러이 올려져있는 책상, 천장까지 빼곡히 올라가있는 사무용 캐비넷들, 그리고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는 책장 두개가 보인다. 전체적으로 묵직한, 어쩌면 위압적일수도 있는 학구적인 용도의 방이다. 유페미아는 방을 돌아가며 리코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한다.
"여기, 책장에 있는 책은 대부분 크토니안에 대한 책들이라네. 이 중에는 내가 쓴 책도 꽤 되지! 대부분이 전공자 이상을 위한 전문서적이라, 내용이 조금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책을 읽고 싶다면 언제나 이 방으로 찾아와도 된다네, 리코 군!
"...이쪽, 사무용 캐비넷은 내가 연구자료를 모아두는 곳이라네."
"...그리고 여기, GPS와 연결된 컴퓨터는 하루도 빠짐 없이, 24시간 내내 순수 크토니안의 위치 변화를 기록한다네! 여기 찍혀있는 점이 보이나? 이게 바로 23번 크토니안이 지금 있는 장소라네. 여기 찍혀있는 점은 같은 크토니안이 17시간 전에 있었던 곳이고 말이야. 그리고 여기 찍혀있는 다른 색깔의 점은 7번 크토니안이구만. 여기, 두 점이 같은 곳에 찍혀 있는 게 보이지? 이건 23번과 7번 크토니안이 서로를 이곳에서 만났음을 의미하네! 껄껄, 친구라도 사귄 모양이구만! 아니면 적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 크토니안의 성향 상 후자가 더 일리 있구만!"
유페미아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리코에게 컴퓨터 모니터가 보고하는 상황을 해석해준다.
"...어쨌든, 이 컴퓨터는 크토니안 연구에 중요한 기기이니 가급적이면 건들지 않아 줬으면 좋겠네.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다면, 거실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시게나!"
.....그나저나, 그동안 리코에게 자신이 크토니안을 연구한다는 것을 설명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갸악 길어졌다..! 리코 주께서는 그냥 부담가지시지 마시고 짧게짧게 이어주시면 돼요..!
이 방에도 현관문과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유페미아가 키패드를 누르는 걸 지켜보는 리코였지만 사실 번호를 외우려는 의도보단 그냥 움직이니까 본다에 가까운 행위였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유페미아가 먼저 번호를 알려줬으니 그럴 의도가 있건 없건 리코는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
하나, 둘, 셋처럼 손으로 세는 것까진 어떻게든 가능했지만 적혀있는 숫자를 읽는 것은 아직 어려웠던 리코가 키패드에 적힌 숫자를 보고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건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일이었다. 금새 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유페미아의 말이 리코에겐 빨리 외우라는 말로 들렸기에 리코는 필사적으로 아까 본 유페미아의 손이 눌렀던 자리를 떠올렸다. 분명 이… 동그란 거랑, 오리처럼 생긴 거, 다시 동그라미, 그리고 막대기였다. 혼자 쩔쩔매며 키패드를 보고 있던 사이, 유페미아는 문을 열어 안쪽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대강 기억한 것 같다고 판단한 리코는 시선을 그제야 문 안쪽으로 돌렸다.
“우와…”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흘릴 정도로 안쪽은 굉장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어지러이 놓인 책상, 천장까지 빼곡히 쌓인 캐비닛, 뿌옇지만 책이 빼곡한 책장 두 개. 함부로 손을 대면 안되겠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방이었다. 리코는 그냥 이 방은 안 들어오는 게 좋겠다고 혼자 속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설명을 듣다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책장에 꽂힌 책도, 저기 상자(유페미아는 컴퓨터라고 말했다)도 크토니안에 관련된 것 같았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설명하는 유페미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리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거 안 건드릴게요. 그런데 게임…? 그게 뭐예요?”
//그엥... 새벽에 비와서 그런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가 춥네... 창문 닫아야겠다... ;ㅁ;
크토니안 주제의 서적, 크토니안에 관한 문서, 크토니안의 데이터를 표시하고 있는 모니터까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리코의 눈길에, 유페미아는 자신이 크토니안 연구가라는 것을 리코는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맞다, 그러고 보니 내 직업(아직까지도 유페미아는 이니시에이터가 아닌, 크토니안 생태학자를 자신의 진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을 리코 군에게 설명하지 않았구만!"
"나는 이니시에이터로 일은 하고 있지만, 사실은 크토니안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네. 연구란 건, 음... 아, 그래!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해, 새로운 걸 알아내는 것을 뜻하지!"
"순수 크토니안은 다른 생물 속에 알을 낳아서 기생하면서 그 생물을 감염-여기서 감염이란 다른 동물이 크토니안으로 변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네-시키지만, 다른 동물이 없으면 순수 크토니안은 어떻게 번식할까. 리코 군, 생각해 보았는가? 나는 순수 크토니안에게는 사실 숙주에게 기생하지 않고도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네! 리코 군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다른 동물이 근처에 있을 땐 순수 크토니안은 그 동물 안에 알을 낳지만, 다른 동물이 근처에 없다면 밖에도 알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지! 아쉽게도 아직 확실히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말일세!"
"나는 이 생각을 논문-논문이란 새로운 것을 알게 됐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해 쓰는 글이라네, 리코 군-을 써서 발표하려 했지만, 쥴스-하퍼라는 아주 못된 영감이 연구자료를 훔쳐 논문을 먼저 발표하고 말았다네!"
"하지만 걱정 말게나 리코 군, 나는 아직도 크토니안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비록 논문의 최초 발표자가 되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지만, 내 가설을 증명-증명이란 생각이 맞았다는 증거를 찾아내는 거라네-할 사람은 내가 될 걸세! 맹세하지!"
...아이에게 자신의 집에 크토니안 관련 서적이 많은 이유를 설명한답시고 시작한 이야기가, 하다 보니 유페미아 스스로의 이야기에 심취해, 자신의 산란장 이론에서 쥴스-하퍼에게 배신당한 이야기까지 멈추지 않고 줄줄 이어져 나온다. 맹세하지, 대목에서는 흥분해 주먹을 허공애 흔들어 대기까지 한다. 자신의 과거에 완전히 빠져든 유페미아는, 리코가 게임이 뭐냐고 질문해서야 현실로 돌아온다.
"게임... 게임이라. 게임은 전자기기로 하는 오락-그러니까 놀이...같은 거라네. 아마도?"
술술 나오던 과학적 개념들에 대한 설명과는 달리, 게임은 유페미아도 익숙한 것은 아니기에 설명하는 데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다.
"말로 하는 것 보단 직접 보여주는 게 좋겠군. 거실로 나오게, 리코 군!"
이렇게 말하며 유페미아는 거실로 앞장서 달려나온다. 유페미아의 거실은 서재와 같이 베란다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남향이었다. 북쪽 끝에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전자렌지와 오븐을 비롯한 주방 공간이, 서쪽 벽에는 각종 옷들과 밤에 바닥에 깔고 잘 담요 등을 수납하고 있는 붙박이장이, 동쪽 벽에는 구식 텔레비전이, 남서쪽 구석에는 에어컨이, 정 가운데에는 접이식 앉은뱅이 탁자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탁자 위에는 이 순간의 주인공인 노트북 컴퓨터가 올려져 있었다.
유페미아는 랩탑의 전원을 켜고 포탈사이트에 무어라 친 다음, 화면을 리코에게 밀어 보인다. 노트북 화면에는 밝은 색깔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플래시 게임이 띄워져 있다. 플래시 게임을 선택한 것은 아직 어린 리코의 나이나, 호랑이 손 때문에 제한된 컨트롤을 배려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유페미아가 게임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 아는 게임이 이런 류 밖에 없다는 것도 있다. 유페미아는 리코의 손을 마우스 버튼위로 가지고 와, 손을 겹쳐 마우스를 클릭해 가면서 게임을 설명한다.
"자, 이 작은 물고기가 보이나, 리코 군? 이 게임은 이 물고기보다 큰 물고기를 피하면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어, 물고기가 몸집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걸 목표로 하는 게임이라네..."
몇 번, 손을 겹쳐얹은 채로 시범을 보인 후, 유페미아는 마우스에서 자신의 손을 뗴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