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자신이 직접 마련해준 이 환경이 유베리드 패밀리 보호소보다는 살만할 것이라고 감히 자부해 봅니다. 오베론의 짧은 꼬리가 신난 듯 붕붕댑니다. 키아라는 그 모습이 왠지 우스워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던가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오베론.”
이니시에이터와 데미휴먼은 동료이자, 파트너의 관계. 이렇게 함께 생활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 사실이 더욱 실감되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서투를지도 모를 이니시에이터로써의 일이었지만, 키아라는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게 자신을 믿고 흔쾌히 링크를 수락해준 오베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니까요.
“링크, 받아줘서 고마워.”
키아라는 새삼스레 말을 붙여봅니다. 동정심에서 비롯된 충동적인 결정이었는데,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와서 조금 놀란 것도 있었습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거의 초면에 가까운 사이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서로 알아가는 건 지금부터 하면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나도 나름 소장짓 오래 해먹은 사람이라 딱 보면 뭘 원하는지 알지. 눈깔 굴리는 소리만 들어도 팔아먹으려는건지, 실험체로 쓰려는건지, 중화제 타먹으려고 사는건지 다 알 수 있단말이야. 아가씨는 동정심이구만. 뭐 때문에 그 동정심이 잃었는지 확답은 못하지만 그래도 예상은 가는군. 굳이 말하진 않겠어. 소넷은 그렇게 덧붙이면서 서류 한장을 추가로 가져옵니다. 그 곳에는 수수료를 포함한 이런저런 명목으로 가격표가 붙어있었고 한 번에 납부할지, 나눠서 납부할지는 자유라고 말하며 시가를 쭉 빨아들입니다.
병원에 감금인지 입실인지 그 애매한 선에 있게된지 오늘로 벌써 며칠째다. 일과는 나름대로 정해져있다. 아침식사 이후 잠, 점심 식사 이후 잠깐 일어나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작성하고 저녁식사 이후 여러가지 검사를 받다가 잔다. 물론 중간중간에 엄청나게 자고있지만 그것까지 다 쓰다간 하루의 일과가 잠식사잠식사잠밖에 없어진다. 그래선 안돼지. 아무튼 여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는것도 시원치 않다. 수시로 사람이 바뀌니 부끄러워서 도저히 편히 잘 수가없다. 언니들이 자는걸로 뭐라하긴 했지만 적어도 집에서는 편하게 잘 수 있었다고. 빨리 데리러 와주면 좋겠다. 어쩌면 스스로 탈출해야하나. 아 - 또 누군가 오는 것 같다. 루르는 책상을 톡톡 쳤다. 옆에 서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던 간호사는 차트를 뒤적이다가 이정도면 됐나 - 하고 차트를 톡톡치곤 돌아갔다.
데미휴먼은 쏠 생각같은건 없었다. 더불어 이니시에이터를 살려둘 생각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일이 이렇게까지 꼬인건 순전히 잠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잠도 모자랐고 답지않게 돌발상황에 놀라버린 탓이다. 뭐, 내 잘못이니 감수해야지. 이제는 한 쪽 밖에 남지 않은 날개라도 있는 탓에 외롭지는 않다.
" ..... "
필사의 자는 척. 블랑슈언니는 CPA로 끌려가서 험한 꼴을 당했다고 한다. 뭐, 그래서 내가 복수해줬지만 나도 아픈 건 질색이니 쓸데없는 말해서 끌려가기전에 잠이나 자자는 심보였다.
병실 앞에 선 리코는 가만히 왼팔에 감긴 붕대를 보았다.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아직은 완전히 아물진 않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있으면 딱지가 앉고 떨어지며 살이 붙을 것이다. 다시 시선을 명패로 올린다. 이 병실에 있는 데미휴먼을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에피는 아직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으니 자신이 잘 해야한다고 리코는 생각했다. 손 가득히 쥔 사탕과 팔에 낀 그림책을 보면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긴 한가-싶지만 아무튼 그런 것이다. 처치를 끝낸 건지 병실을 나서는 간호사와 엇갈리듯 리코는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자고 있어?"
침대 위에서 잠든 것처럼 보이는 새-날개는 한쪽 뿐이었지만 새는 새였다-를 보고 리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호랑이 특유의 소리를 죽인 걸음으로 다가가 일단 머리맡에 사탕을 두었다. 양이 많았기에 언뜻 보면 우르르 쏟아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자는 거야? 많이 아픈가? 많이 아플 땐 웅크려서 눈을 감고 쉬게 된다. 그러면 상처도 빨리 나았으니까. 자신이 많이 아팠을 때를 생각하며 리코는 천천히 손을 뻗어 새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살짝 건드렸다.
누가 오는가 했더니 저번에 팔을 뚫어버린 데미휴먼 아이었다. 안그래도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콕콕 쑤셔왔는데 직접 온 걸 보니 더 하는 것 같다. 머리맡에 사탕이 놓여지고 자는거냐 물었을 땐 그저 그대로 자는척만 하고있었다. 제 얼굴을 톡톡 만졌을때 으음.. 하고 미간을 찡그렸다가 더 이상 이러는 것도 가슴이 콕콕 쑤셔 참을 수가 없어 슬며시 눈을 뜨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몽롱한 목소리로
" 일어났어.. "
하고 말했다. 팔에 붕대를 감고있는 걸 보면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날 사용한 총이 대인저격총이었다는 점. 만에하나 그 날 총이 망가지지 않아 대물저격총을 가져왔다면 팔에 구멍이 난게 아니라 아마 저 총에 맞은 부분 아래로는 없어졌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아무리 그래도 데미휴먼을 건드리는건 안돼. 전부 피해자인 불쌍한 아이들이잖아. 루르는 순간 이어진 침묵과 엄청난 어색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리 옆에 걸려있는 루르 스노드롭이란 이름표를 보곤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 일어났다. 새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리코는 조용히 손을 치웠다. 그리고 가만히, 몸을 일으킨 새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간 이어진 침묵을 깬 것은 새 쪽이었다. 이름을 묻는 말에 리코는 귀를 쫑긋거리다가 대답했다.
"리코는 리코야."
그리고는 눈을 데구르르 굴려서 머리맡 쪽의 이름표를 보았다. 에피에게 조금씩 배운 덕분에 이제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많이 늘어났다. 리코는 가만히 속으로 이름표에 적힌 이름을 중얼거렸다. 루루...가 아니라 루르? 그런 이름인가보다. 리코는 머리맡에 있던 사탕 중 하나를 집어 루르에게 내밀었다.
순간 리코는 리코구나. 하고 말할뻔했다. 그랬다간 또 얕잡혀보일게 뻔하다. 여기선 연장자답게, 시카의 딸 답게 멋지게 나가야한다고 루르는 생각했다. 그리곤 건네주는 사탕을 고마워.하고 받고는 그대로 까서 입으로 가져갔다. 자꾸 팔에 묶인 붕대에 시선이 간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 아니. 일부러라곤해도 이지경으로 만들 생각까진 없었지만. 어쩌면 아까부터 가슴을 콕콕 찌르는 이 느낌은 미안함이라는건가. 자매들과 어머니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건가. 아니면 데미휴먼이라 가능한걸까.
" 거기 있으면 불편해. 이리와. "
같은 데미휴먼에 어린아이라는것에 경계심을 허문 루르는 침대를 톡톡치며 올라오라 권했다. 날개덕에 침대를 큰 걸 받았지만 한쪽뿐인 날개라 공간이 많이 남았다.
침대를 톡톡치며 올라오라 권하는 루르에게 되물었지만, 대답을 원해서 했다기보단 형식적인 확인에 가까웠다. 그걸 나타내듯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리코는 침대에 낼름 올라가 있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것처럼(?)말이다. 아닌가. 아님 말고. 아무튼 침대에 사이좋게 앉은 리코는 미안하다는 말에 맹한 표정으로 루르를 보았다.
"괜찮아. 난 빨리 나으니까. 좀 있으면 다 낫는다고 했어."
데미휴먼 특유의 재생력이라고 해야할까, 침식이 상당히 진행된 리코는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빨랐다. 다친 부위가 왼팔이라는 자주 쓰지 않는 부위이기에 불편한 것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땐 엄청 아프긴 했지만 이제는 지난 일이기도 하고. 리코가 루르에게 화가 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건 리코가 팔을 다친 것과 루르의 연관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컸다. 팔을 다쳤던 현장에서 루르를 목격했다면 상처와 루르를 연관지어 '나쁜 녀석'이라고 기억했겠지만, 루르가 잡혔을 때 리코는 이미 정신을 잃은 뒤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뒤늦게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 갔던 모양이다.
그럼 돼지. 하고 말한 루르는 옆으로 살짝 비켜서 리코가 올라오기에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주곤 다시 뒤로 몸을 기댔다. 또 잠이 솔솔 올것만 같았지만 또 잠들기에는 이미 아이를 대화에 끌어들여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빨리나으니까 괜찮다는 말에 슬며시 타투 투성이의 팔을 뻗어 리코의 왼팔을 살짝 잡았다. 그래. 여기를 총알이 뚫고 지나갔구나. 총에 맞는게 어떤 느낌인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루르였다. 그 날 에도, 온 몸이 총에 뚫려 죽을 뻔 했으니까. 그 때 신의 목소리와 함께 시카가 와서 구해주었다. 그건 구원이었다. 그때부터 루르는 시카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 약속. 나도 데미휴먼한테 그러지는 않아. "
인간이나 크토니안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하지만 그 말은 굳이 내뱉지 않고 리코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그러지 말라는 건 부탁일까 명령일까. 루르는 다시 타투투성이 팔을 슬며시 뻗어 리코의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어보다가 손을 내렸다. 젤러시는 늑대지만,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어쩌면 사이좋게 지내줄지도.
왼팔을 살짝 잡혔지만 리코는 가만히 있었다. 통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갑자기 구멍이 뻥 뚫렸던 부위지만 빠르게 아물고 있었으니까. 붕대를 감아놓은 탓에 핥을 수 앖는 건 조금 아쉬웠다. 간질간질할때 싹싹 하면 시원한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약속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을 거는 건 조금 놀랐다. 책에서 읽어서 약속을 할 때 새끼손가락을 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리코의 손은 호랑이의 앞발이나 마찬가지니 아마 불가능할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1살... 일거야. 아마."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던 리코가 나이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아마'라는 말이 붙은 것은 확신이 없어서였다. 갈가리 찢긴 전 주인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만 다시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했다.
"동생? 나만해? 동생도 새야?"
동생, 저번에 토끼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 그땐 경매장에 동생을 데리러 왔었다고 했지. 리코는 가만히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