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키아라는 지금, 유베리드 패밀리의 보호소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오베론과의 정식 링크 절차를 밟기 위함이었습니다. 키아라는 안내데스크에 다가갑니다. 옷을 말끔히 차려입은 안내원이 무슨 일이냐 물어왔습니다.
"링크를 하려고 왔습니다."
키아라는 간단하게 용건을 말한 후, 안내원이 말해주는 대로 응접실에 들어가 유베리드 소장을 기다립니다. 푹신한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자 다리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듯합니다. 그와 마주하게 되는 이 순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야 그는 소문난 범죄자이자, 데미휴먼을 물건 다루듯 하는 사람이니까요.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가 더욱 증폭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있다. 러시아 속담이지. 그리고 난 그 이빨을 모조리 뽑을 사람이야. 공짜 치즈는 쥐덫위에만 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속담이지. 그리고 난 그 치즈마저도 가져갈 사람이고. 돈이 돈을 낳고 돈이 돈을 굴린다. 경제의 기본 흐름이다. 소넷은 피묻은 돈, 검은 돈을 가리지 않았다. 손에 들어오기만한다면야 그게 어떤 돈이던 무슨 상관일까.
" 아아, 늦어서 미안하네. 소넷 유베리드야. "
규정에 따르면 링크할때는 소장이 직접 평가를 해야한다고 한다. CPA야 뭐, 정부 산하조직이니 입맛대로 이놈저놈이 평가해대고 아홉꼬리는 애초에 데미휴먼이 적은데다 소장부터가 그런 마인드이니. 허나, 유베리드는 다르다. 가능한한 빨리 회전을 시키려면 한 명 한 명 소장이 직접 보는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게, 여러 명을 동시에 소장을 시키는 것이다. 문서상 소장을 한 열댓명 만들면 편하지 않을까.
" 그래서, 링크 때문에 오셨나? "
이런 누추한 곳까지. 소넷은 제 자리에 털썩 앉고는 금장도금된 권총을 꺼내 테이블위에 올려놓곤 실례, 무거워서. 하고 덧붙였다.
키아라가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한참 생각하고 있을 무렵, 문이 열리고 소넷이 들어옵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자연스레 정신이 바짝 듭니다.
"그렇습니다."
키아라는 무감정한 어투로 소넷의 말에 긍정을 표합니다.
"오베론이라는 사슴 데미휴먼과 링크하고 싶습니다."
곧 파트너가 될 이의 이름을 대며, 소넷이 테이블 위에 권총을 올려놓는 것을 잠자코 바라봅니다. 저 총은 과연 몇 명의 목숨을 앗아갔을까요. 키아라는 지금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제 눈 앞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자가 데미휴먼 보호소의 소장일까요. 마땅히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데미휴먼들이 얼마나 많이 이 자 아래에서 핍박받고 있을까요.
지구의 평화를 지켜주시는 이니시에이터님인데 예의있게 나가야지.그쵸? 소넷은 미소를 띄며 뒤로 묶은 꽁지머리를 만지작 거리다가 좋아요. 하고 덧붙였다. 잠시 실례, 하고 말하며 주머니에서 고급진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은은한 헤이즐향이 퍼져나가 코 끝에 걸렸다.
" 시가? "
고급진거에요. 이젠 존재하지도 않는 쿠바산이죠. 소넷은 자랑스레 말하며 오베론..오베론.. 하고 이름을 중얼거리며 서류철을 뒤적거리다가 서류집 하나를 꺼내들었다. 중얼중얼거리며 읽어내려가던 소넷의 입이 열린다.
" 뭐, 좋은 선택 하신거에요. 우리는 댁들이 데미휴먼으로 뭘하던 신경 안쓰니까. 빚의 담보로 맡기던 중화제를 타먹던 나쁜 유베리드로부터 구원해가던 신경안쓰니 서로서로 좋은거죠. "
역시 바로 알아채는건가. 하지만 속아주길 바란 것도 아니라 서로 무덤덤하다. 그들의 대화는 항상 이랬다.
"이봐, 그만큼 널 믿는거라고... 마냐."
의의란건 이 병원에 왔을때부터 사라졌을지도 모르지. 괜한 짓을 한 덕분에 책임이나 물고 있는 꼴이란. 이래서 답지않은 짓은 하는게 아니라고 하는건가. 쿠보타가 눈을 가늘게 뜬다. 담배란건 끊으면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따금씩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찾는 손이 소매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하긴 몇 년을 피워온 것을 이제와서 끊었다 한들. 아예 생각이 없기를 바라는게 웃기는 일일테다.
누군가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그저 감정의 회오리였던 것이 말로 규명되고 논리적으로 설명되며 형태를 찾는다. 정론이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을 테지만 소장님이 말해 주시자 확연한 형상이 잡힌 느낌이다. 기껍지만 아직은 벅찬 크기의 단 것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서 눈앞에 놓인 것처럼.
"소장님 말씀대로라면 저는 아직 많이 자라야 할 것 같네요."
쓰다듬어 주시는 것에 우유사탕 씹는 것처럼 눈가를 누그러트리다, 안아 주시는 것에 골골거리는 소리라도 낼 것처럼 가늘인다. 역시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소장님하고 대화하기를 잘 했다. "소장님하고 같이 차 마시는 게 좋아요." 진짜 어린아이처럼 툭 뱉는다. 아빠가 이런 표현은 제때제때 하라고 하셨으니까.
"상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상담비는 없지만 대신 보호소 일을 좀 도와도 될까요? 요즘 바쁘신 걸로 알고 있어서요." 이제 제법 본래대로 돌아온 마리야 야코바는 다시 예의 그 비정한 듯 맹한 낯으로 소장님을 바라본다. 받았으니 그만큼은 돌려 드려야지. 어차피 계산은 철저해야 하는 법이다.
//무려 스레 하나가 갈리고 난 뒤에 나온 지옥의 답레입니다...캡틴 힘드시면 이걸 막레로 해주셔도 되세요!
방 안에 옅은 헤이즐향이 피어납니다. 키아라는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풀어 팔짱을 낍니다.
"아아, 그러신가요."
무표정했던 키아라의 얼굴에 일순 변화가 살짝 일었다가, 그새 사라집니다. 소넷의 말대로, 몇몇 이니시에이터가 유베리드에서 데미휴먼을 '사가서' 제멋대로 쓰는 상상을 한다니 역겨움이 치솟을 지경입니다. 다른 보호소들은 링크 이후 이니시에이터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감사를 한다는데, 유베리드 보호소에는 그런 것도 없다고들 합니다. 그야말로 방치인 셈이죠. 이니시에이터가 어떤 사람인지, 데미휴먼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 모든 것은 이 자의 관심 밖이란 소리입니다. 그저 팔아치우기만 한다면 된다는 마인드인 겁니다. 물건처럼.
"링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소넷을 지그시 바라보며,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정중함을 담아 질문합니다. 한평생 링크란 걸 해본 적이 없으니 그 과정을 알리가요. 키아라는 빨리 링크를 마쳐 이 불편한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럼 말고. 소넷은 다시 시가를 안주머니에 넣고는 링크절차가 어떻게 되냐는 말에 부가설명은 필요 없는거냐며 마음에 든다고 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크리스탈잔에 양주를 따르고는 한 잔 해요. 하고 키아라에게 하나 건네곤 제 몫으로 하나를 따라 쭉 들이키는 소넷입니다.
" 일단 그 서류에 서명해요 "
서류에는 서명한 직후부터 해당 데미휴먼은 유베리드와 관계가 없으며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해당 이니시에이터의 책임이고 유베리드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등의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러니 법의 감시망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던거겠지요. 어떤 사고가 나도 유베리드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겁니다. 꼼꼼한 성격을 대변이라도 하듯 서류에는 유베리드에게 책임을 절대 물을 수 없게 모든 내용에 대한 대비가 있었습니다.
유리잔에 술을 따르는 소리가 방 안에 고요하게 퍼집니다. 소넷의 한 잔 들라는 권유엔 잔을 들어 향을 맡다가 한 모금 들이키고,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서류를 받아 살펴봅니다. 서류엔 모든 일은 유베리드 보호소의 책임이 아니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유베리드다운 회피책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링크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키아라는 펜을 들어 서류에 서명하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돈이야 넉넉히 있으니 다행이지요. 링크 절차가 이게 전부란 사실엔 한편으로 안심하는 키아라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뭔가 석연찮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