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누군가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그저 감정의 회오리였던 것이 말로 규명되고 논리적으로 설명되며 형태를 찾는다. 정론이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을 테지만 소장님이 말해 주시자 확연한 형상이 잡힌 느낌이다. 기껍지만 아직은 벅찬 크기의 단 것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서 눈앞에 놓인 것처럼.
"소장님 말씀대로라면 저는 아직 많이 자라야 할 것 같네요."
쓰다듬어 주시는 것에 우유사탕 씹는 것처럼 눈가를 누그러트리다, 안아 주시는 것에 골골거리는 소리라도 낼 것처럼 가늘인다. 역시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소장님하고 대화하기를 잘 했다. "소장님하고 같이 차 마시는 게 좋아요." 진짜 어린아이처럼 툭 뱉는다. 아빠가 이런 표현은 제때제때 하라고 하셨으니까.
"상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상담비는 없지만 대신 보호소 일을 좀 도와도 될까요? 요즘 바쁘신 걸로 알고 있어서요." 이제 제법 본래대로 돌아온 마리야 야코바는 다시 예의 그 비정한 듯 맹한 낯으로 소장님을 바라본다. 받았으니 그만큼은 돌려 드려야지. 어차피 계산은 철저해야 하는 법이다.
//무려 스레 하나가 갈리고 난 뒤에 나온 지옥의 답레입니다...캡틴 힘드시면 이걸 막레로 해주셔도 되세요!
방 안에 옅은 헤이즐향이 피어납니다. 키아라는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풀어 팔짱을 낍니다.
"아아, 그러신가요."
무표정했던 키아라의 얼굴에 일순 변화가 살짝 일었다가, 그새 사라집니다. 소넷의 말대로, 몇몇 이니시에이터가 유베리드에서 데미휴먼을 '사가서' 제멋대로 쓰는 상상을 한다니 역겨움이 치솟을 지경입니다. 다른 보호소들은 링크 이후 이니시에이터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감사를 한다는데, 유베리드 보호소에는 그런 것도 없다고들 합니다. 그야말로 방치인 셈이죠. 이니시에이터가 어떤 사람인지, 데미휴먼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 모든 것은 이 자의 관심 밖이란 소리입니다. 그저 팔아치우기만 한다면 된다는 마인드인 겁니다. 물건처럼.
"링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소넷을 지그시 바라보며,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정중함을 담아 질문합니다. 한평생 링크란 걸 해본 적이 없으니 그 과정을 알리가요. 키아라는 빨리 링크를 마쳐 이 불편한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럼 말고. 소넷은 다시 시가를 안주머니에 넣고는 링크절차가 어떻게 되냐는 말에 부가설명은 필요 없는거냐며 마음에 든다고 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크리스탈잔에 양주를 따르고는 한 잔 해요. 하고 키아라에게 하나 건네곤 제 몫으로 하나를 따라 쭉 들이키는 소넷입니다.
" 일단 그 서류에 서명해요 "
서류에는 서명한 직후부터 해당 데미휴먼은 유베리드와 관계가 없으며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해당 이니시에이터의 책임이고 유베리드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등의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러니 법의 감시망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던거겠지요. 어떤 사고가 나도 유베리드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겁니다. 꼼꼼한 성격을 대변이라도 하듯 서류에는 유베리드에게 책임을 절대 물을 수 없게 모든 내용에 대한 대비가 있었습니다.
유리잔에 술을 따르는 소리가 방 안에 고요하게 퍼집니다. 소넷의 한 잔 들라는 권유엔 잔을 들어 향을 맡다가 한 모금 들이키고,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서류를 받아 살펴봅니다. 서류엔 모든 일은 유베리드 보호소의 책임이 아니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유베리드다운 회피책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링크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키아라는 펜을 들어 서류에 서명하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돈이야 넉넉히 있으니 다행이지요. 링크 절차가 이게 전부란 사실엔 한편으로 안심하는 키아라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뭔가 석연찮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마련해준 이 환경이 유베리드 패밀리 보호소보다는 살만할 것이라고 감히 자부해 봅니다. 오베론의 짧은 꼬리가 신난 듯 붕붕댑니다. 키아라는 그 모습이 왠지 우스워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던가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오베론.”
이니시에이터와 데미휴먼은 동료이자, 파트너의 관계. 이렇게 함께 생활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 사실이 더욱 실감되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서투를지도 모를 이니시에이터로써의 일이었지만, 키아라는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게 자신을 믿고 흔쾌히 링크를 수락해준 오베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니까요.
“링크, 받아줘서 고마워.”
키아라는 새삼스레 말을 붙여봅니다. 동정심에서 비롯된 충동적인 결정이었는데,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와서 조금 놀란 것도 있었습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거의 초면에 가까운 사이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서로 알아가는 건 지금부터 하면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나도 나름 소장짓 오래 해먹은 사람이라 딱 보면 뭘 원하는지 알지. 눈깔 굴리는 소리만 들어도 팔아먹으려는건지, 실험체로 쓰려는건지, 중화제 타먹으려고 사는건지 다 알 수 있단말이야. 아가씨는 동정심이구만. 뭐 때문에 그 동정심이 잃었는지 확답은 못하지만 그래도 예상은 가는군. 굳이 말하진 않겠어. 소넷은 그렇게 덧붙이면서 서류 한장을 추가로 가져옵니다. 그 곳에는 수수료를 포함한 이런저런 명목으로 가격표가 붙어있었고 한 번에 납부할지, 나눠서 납부할지는 자유라고 말하며 시가를 쭉 빨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