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내용에 비해 억양은 높낮이 없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대충 대답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실은'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알았다'라는 뜻에 가깝지만. 경계선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걸 뚜렷하게 하려고 답을 찾는 건가? 하지만 뜻이 확실히 무엇이건 간에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타인의 주관이라는 건 대체로 이해하기 힘들어요."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눈앞에 둔 기분이다.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게 자꾸 사람을 귀찮게 만든다. 더 귀찮은 지점은 답이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답이 없다고 사고하는 걸 관두는 행동은 오답이라고 아빠랑 미호 소장님이 입을 모으니까.
"그 답이라는 거, 잘 찾았으면 좋겠네요."
일단 기계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걸 한다. 여전히 목소리에는 이렇다 할 진심이 없지만.
"고맙지만... 빈 말 할 필요없어. 오히려 네가 이해하는게 더 비정상이야."
귀염성 없는 대답이다. 네가 말하는 기계적 상호작용인가 뭔가 하는 거겠지. 분명 제대로 된 데미휴먼으로 자라기 위해 주변에서 그런걸 가르치는 거겠지만, 솔직히 이쪽은 못 미덥다. 인간도 제대로 못 자라나게 세상인데.
애초에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검리'의 문제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다. 당연히 이해하기도 어렵지.
"왔다... 귀찮은 녀석."
잠시 뒤 병실의 문이 열린다. 정확히 6분. 쿠보타가 1분 초과해서 도착했다. 역시 스스로 허들을 너무 높힌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역시 그런 것에 신경쓰지도 않고 적당히 의자에 눌러 앉았다.
매일 약속한 시간에 찾아오는 간호사. 루르는 고개를 들고는 딱히 없어요. 하고 말하고는 손을 들어 난간을 톡톡, 하고 두번 쳤다. 간호사는 차트를 넘겨보다가 싱긋 미소를 지어주고는 링겔을 조작했고 이후 차트판을 톡톡 치고는 루르와 눈을 맞추었다.
" 시술은 언제에요? " - 아마 5일후일거에요. 걱정마세요. 금방, 그리고 잘 끝날거니까. - " 으응.. 알겠어요. 고마워요. "
간호사는 그럼 다음에, 하고 말하곤 다시 돌아갔고 루르는 5일인가-하고 중얼거리며 이전에 리코가 주고간 사탕을 꺼내 입에물었다. 입 안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금새 달달한 맛이 퍼졌고 혀 끝에서 사탕을 굴리고 있다보면 시간이 흐르는 건 금방 잊을 수 있었다. 딸기맛. 딱히 제일 좋아하는 맛은 아니다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맛 또한 아니다. 그저 있으면 먹고 아니라면 마는 그런 것이니 이번에는 '그냥 있으니까 먹는다.' 정도가 맞으려나. 지루하다고 생각할 때 즈음에 발소리가 들렸다. 또 누군가가 온다. 계속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하러 오는 것이 영 불편했다. 모르는 사람앞에서는 잔뜩 긴장하고 부끄러워지고 고개를 숙이게 되는 성격이라, 차라리 잠들어서(잠들 수 없다면 자는 척이라도해서) 상황을 벗어나는 루르였다. 앞에 오는게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저 이번에도, 자는 척을 하면 될 일이다.
>>312 그게... 저번부터 루르도 간호사도 서로 얘기할때 뭔가 톡톡 두드리는게 보이니까...? 서로 신호같은거 보내는 것 같고.. 맨 처음엔 모스부호인가 했는데 그냥 두번씩 두드리는 걸 봐서는 사전에 정해둔 암호?같은걸까?싶기도 하고... 5일 뒤의 시술이란게 뭐 탈출이라던가 그런 거 아닐까나 하고 방금 문득 생각도 들고...
감시라고는 하지만 마리야 그레고로브나는 어쩐지 루르 스노우드롭에게는 잘해주고 싶었다. 스노우드롭이 범죄자이고 그런 동시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보다 훨씬 호사스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그러므로 도의적으로는 상냥한 대우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녀를 대할 때면 어쩐지 미호 소장님이나 아빠를 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아빠라면 분명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병실에 갈때 굳이 과자를 만들어 들고 간 것은(산 것도 아니고 무려 직접 만든 것이다) 그런 판단에 의해서였다. 마리야는 평소처럼 멀찍이서 지켜보는 게 아니라 침대 바로 옆에 앉아서 바구니를 무릎에 놓았다.
"저기, 평소라면 안 깨우겠지만 오늘 과자를 들고 와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내게 악의가 없다는 걸 증명하려면 내가 직접 먹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네가 먹으라고 가져온 의미가 없으니까. 물론 거절한다면 억지로 먹일 생각은 없지만 그런 의사표현도 깬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해. 상대에게 손도 대지 않고 고저없이 읊는다. 스노우드롭이 자는 척 하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마리아는 칭찬을 받자 좋은 듯 헤실헤실 웃다가도 묻는 말에는 잘 대답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키아라는 얼굴 가득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내 키아라는 마리아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 벤치 위에 올려둔 검은 봉지로 손을 뻗었습니다. 잠깐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러 맛의 과일 사탕이 든 봉지였습니다.
"자, 이건 엄마가 마리아한테 주는 선물." "와아, 고마워요, 엄마!"
마리아는 사탕 봉지를 건네받고 기쁜 듯 키아라에게 폭 안겼습니다. 금방이라도 좋아서 펄쩍 뛸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쿠보타가 1분 늦은 거 빼고요.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나름 성실하게 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해준 상대를 힐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을 것 같지 않아서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많이 캐물었으니까 쿠보타도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도 돼요."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했으니 이쪽도 질문을 받는 게 공평하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상대의 성격상 궁금한 게 있으면 거침없이 물어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물어봐서 나쁠 건 없으니까. 없으면 이만 가볼 거고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충동적으로 온 만큼 여기서 더 할 것이 남아있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이 둘씩이나 버티고 앉아있는 것은 루르의 입장에서도 귀찮을 테니.
자는척, 자는척. 이러다가 정말 잠들면 그걸로 좋은거겠지만 아무래도 불편해서 잠이오질 않는다. 집이었다면 이미 잠들어도 몇번은 더 잤을텐데 그러지 못하는자신이 조금은 원망스러워 지기도한다. 원망? 원망스럽다는건 이런느낌인가. 싫지만 싫지가 않은, 어딘가 귀엽기까지한 이런게 그런느낌인가. 루르는 잠시간 뒤척이면서 잠꼬대를 하는척을 하다가 과자를 들고와서 깨울수밖에 없다는 말에 어쩔 수 없나 - 하고 몸을 일으켰다. 이러지않으면 갈 것 같지도 않으니까. 잠시간 눈을 마주보던 루르는 "ㅁ..뭐.." 하고 강한척을 해보이다 이내 고개를 숙였다.
" 과자라니.. "
누구를 애로 생각하는거야 뭐야. 라고 말하는 루르였지만 어느샌가 눈은 과자로 가있었고 하나정도는 먹어봐도 괜찮지않을까 -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언제줄건데? 나 주려고 가져왔다며.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걸 말하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루르는 가만히 눈으로 과자와 마냐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아, 그 때 그 데미휴먼. 하고 한마디를 하고는 아랫입술을 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