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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성인이지만 자주 먹어. 단 걸 안 좋아한다면 취향에 못 맞춘 건 유감스럽게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바구니를 열어 루르의 곁에 놓는다. 마카롱 조금, 다쿠아즈 조금, 그 밖에도 그밖에도 웬만한 건 다 조금씩 있다.
"미안하다는 말은 기대하지 않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쪽의 사고방식은 이해하고 있어. 확신범에게서 사과를 기대하는 건 시간 낭비이고. 고저없이 읊으면서 과자를 하나 꺼내 부스럭 먹는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굳이 과자를 가져오면서 사과를 종용하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 한 마디 덧붙이면서.
말 사이에 잠깐의 텀이 있던 것은 마카롱을 까서 입에 넣고 우물거리느라 생긴 틈이다. 앗, 달다. 너무 달아서 혀가 아리지만 그 아린 느낌이 너무나도 좋다. 순간 눈이 풀린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던 루르는 황급히 표정을 숨기고 입 안에 있던 연보라색 마카롱을 우물거리다 넘겼다. 달달해서 좋네. 그런데 나 이런 취급 받아도 되는건가? 에이, 뭐 어때. 상관없..겠지.. 아마..
" 그래서, 왜 찾아온거야? 용건이라도 있어? "
상대가 적이라면 무조건 강하게나가. 턱을 살짝 치켜들고 눈을 아래로 떠. 아, 절대로 존댓말해선 안돼. 무조건 반말이야 알겠지?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바로 비집고 들어가서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고 또 늘어져. 싸움이란건 원래 지저분한거야. 젤러시와 블랑슈의 가르침이었다. 젤러시는 알파였고, 블랑슈는 알파를 노리는 2인자였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아 애증의 관계인 둘의 가르침이라면 루르를 강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문제라면 루르는 그런 가르침을 받아 적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소심하다는 것.
마리아가 콜트의 말을 듣고 의문스럽게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콜트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다 눈을 도록 굴리며 답합니다.
"...무거워 보여요. 안 쓸래요." "그래도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아저씨가 원하는 것 꼭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활짝 웃어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딸, 이제 보호소로 다시 가야해요. 아저씨한테 안녕 해야지?"
키아라는 마리아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저 잠깐 얼굴만 보려고 한 것이기에 시간은 그리 넉넉히 잡아두지 않았습니다.
"벌써요? ...콜트 아저씨, 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다시 꾸벅 인사를 합니다. 마리아의 찰랑이는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습니다. 인사를 마친 마리아는 키아라의 품에 안겼습니다. "엄마, 이제 가면 또 언제 올 거에요?" "글쎄, 엄마는 많이 바빠서 잘 모르겠단다. 그래도 우리 딸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한동안 모녀의 단란한 대화가 지속되었습니다.
눈이 살짝 풀린 듯한 저 표정을 마리야는 너무나도 잘 안다. 우유 사탕을 씹으면서 거울을 볼 때 자신이 딱 저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자주 해올게. 그러면서 마카롱은 빼고 덜 단 것을 우물거린다. 아 그리고 단 거 하니까 그쪽 질문에도 대답할 겸 생각나는 게 있는데.
"너한테 왠지 잘해주고 싶어서."
널 보면 아빠나 미호 소장님을 볼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 두 사람 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족이니까 귀납적으로 생각하면 너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아. 사실 일차적인 목적은 감시가 맞지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 잘해주면 좋다고들 하잖아? 그래서 오는 김에 둘 다 하면 어떨까 싶었어. 무표정으로 줄줄 읊는 말은 감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대로 고민을 한 결과물이었다.
"왜인지는 물어봤자 나도 몰라. 난 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라. 사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좀 어렵거든."
없는거랑 모른건 많이 다른건데. 루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모른다는건 있지만 모른다는거고, 없는건 그냥 아예 없는거야. 모르는지 어쩌는지도 몰라. 루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릴때는 그저 감정이 있는 이들이 부러웠다. 감정표현을 하고, 기뻐서 웃고 슬퍼서 울고 화가나서 화를 내고 침착하려고 냉정해지는 이들이 부러웠다. 루르는 그래서 그들을 흉내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숨을 뱉고 거울 앞에 서서 타인의 모습으로 절정을 맞았다. 넘쳐흐르는 자신을 흘려보내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었다. 그들이 부러웠으니까.
" 나한테 잘해줘도 얻을 수 있는거 없어. "
루르는 단칼에 말하고는 눈치를 보다가 뭐 어때. 하고 마카롱 하나를 더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네. 나중에 ■■■한테 해달라고 해야겠어. 직접 만들어서 가져온다면 더 맛있을거야.
세월이 흐르면 마리아도 정들었던 보호소를 떠나고, 언젠가는 엄마의 품도 떠나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키아라는 어찌해야 할까요. 자신의 삶의 전부인 마리아가 제 품을 떠난다면... 이 거친 세상에 마리아를 내보내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마리아는 분명 잘 헤쳐나가겠죠. 착하고, 똑똑한 아이니까요.
예를 들어서 아빠나 미호 소장님을 좋아하는 것처럼 단순한 건 쉽게 알지만 지금 내가 가지는 호감의 이유를 고민하면 수학문제 푸는 것처럼 어려워. 사실 그 이유를 규명하려고 잘해주는 것도 있어. 얘기하고 잘해주다 보면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마카롱들을 꺼내서 루르 쪽으로 밀어주며 고개를 갸울인다.
"물론 물리적인 건 얻을 수 없겠지만 정신적인 이득은 내가 정하는 거야."
담담하게 대꾸하곤 마카롱만큼 단 과자들을 추려서 추천한다. 네가 지금 먹고 있는 건 마카롱이고 이건 다쿠와즈, 에클레어, 츄러스, 브라우니. 다 비슷하게 달지만 식감이나 맛은 다 다를거야. 이미 이름 알고 있다면 미안. 좋아하는 맛이나 싫어하는 맛 있으면 다음에 만들어올 때 참고할 테니까 말해.
어려운 말을 하는구나. 루르는 그렇게 말하곤 한 쪽에 걸쳐있는 날개를 만지작 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 지금 딱좋아. 제일편해. 원래는 날개가 한 쌍이 있어야 했기에 침대도 넓은 편이지만 루르는 옛날에 한쪽 날개를 잃어버렸고 그래서 안그래도 넓은 침대는 더욱 더 넓어졌다. 날개 하나가 없으면 좋은 아주 사소한 것들중에 하나랄까.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하겠지만.
" 만들어온거야? "
너 보기보다 대단하구나. 루르는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동생도 요리잘해. 이것저것 만들 줄 알아서 언니들의 술안주나, 간식거리나.. 아니면 밥 같은 것도 전부 만들어. 병원밥은 별로야. 너무 싱겁고..
미약하지만 나름대로 부루퉁한 티를 내며 대꾸한다. 나름 성의를 담아서 호감의 표시로 가져왔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생각한다. 블랑슈나 젤러시 말고도 자매가 더 있었구나. "...그 동생이 너희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그런 요리를 다 만들어준다는 건 좋아하는 사람들이 먹어줄 때 드는 기분이 투자한 시간에 비해 이익이 된다는 거겠지. 그런 걸 먹다 병원 밥을 먹으면 당연히 심심할 거야. 담담하게 공감해 준다.
"원래대로라면 잡으러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너는 범죄자이고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교정과 죗값을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CPA나 코르포 데이가 너희 자매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으니 너를 잡아 보았자 자원 낭비인 것도 사실이야. 내가 잡고 싶어도 못 잡을 거란 소리야. 그리고,
"...사실 감정적으로는, 잡고 싶지 않을 것 같아."
마지막 말은 조금 망설이다 덧붙인다. 단 것을 베어물었을 때와 비슷하게, 조금 멍한 눈빛과 풀린 눈가를 잠시 보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