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내용에 비해 억양은 높낮이 없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대충 대답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실은'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알았다'라는 뜻에 가깝지만. 경계선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걸 뚜렷하게 하려고 답을 찾는 건가? 하지만 뜻이 확실히 무엇이건 간에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타인의 주관이라는 건 대체로 이해하기 힘들어요."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눈앞에 둔 기분이다.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게 자꾸 사람을 귀찮게 만든다. 더 귀찮은 지점은 답이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답이 없다고 사고하는 걸 관두는 행동은 오답이라고 아빠랑 미호 소장님이 입을 모으니까.
"그 답이라는 거, 잘 찾았으면 좋겠네요."
일단 기계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걸 한다. 여전히 목소리에는 이렇다 할 진심이 없지만.
크토니안을 잡고 돌아오다, 한낮에 성인 남성이 보호소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눈을 가늘이다, 왜 저러고 있는지 생각하다, 생각하는데 의미가 없다는 사고과정을 거친 결과였다. 보호소 사람들은 가족이고 가족을 보호하려면 의혹은 우선 위협으로 가정하고 접근해야 하는 법이다.
"아까부터 계속 여기 서 계셨어요."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 그러면 도와드릴 수 있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억양은 평소처럼 고저없이 건조하다. 지금 나는 견제를 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굳이 그렇지 않게 보일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제 이름은 마리'야'이고 보호소에 마리'아'라는 아이가 또 있어요. 저는 20대이고 그 아이가 어린애니까 보호소에 있는 아이를 찾고 계신 거라고 생각해요. 차분히 덧붙이며 설명한다.
"하지만 마리아를 어떻게 알고 계신 건지는 아직 대답을 못 들었어요."
고저없이 말하지만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린다. 이유를 모르는 이상 지금은 정체모를 성인 남성이 보호소 앞에서 서성거리며 어린아이를 찾는 구도이다. 마리아의 가족으로서 그리고 보호소에서 가장 나이 많은 일종의 보호자로서 대답은 꼭 듣고 이 남자를 야찌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가 마침 적당한 때에 이곳을 지났던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눈앞의 상대가 이런 형태로 미리 주의를 받지 못하고, 실수로라도 비관계자에게 누설했다면…… 여혹을 바탕으로 한 상정들이 순차적으로 그의 머리를 스쳤다. 아무래도 좋은 꼴은 못 보겠지. 여러 방면으로. 하지만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되었든간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는 엉성한 결과주의를 신봉하는 자로서 더이상의 만약을 가정하지 않기로 했다. 즉, 실답지 않게 웃으며 여자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손 잡아도 괜찮겠어요?" 허락의 청을 행동 뒤에 도치하면서.
"저는 야오쳰위라고 해요."
부르기 어렵다면 야오라고만 부르셔도 되고요, 덧붙이며 손아귀에 힘을 뺀 채 손을 위아래로 약하게 흔들었다. 인사가 오가는 잠깐의 순간에 그는 상대의 몸상태를 대략적으로 살폈다. 팔은 우선은 멀쩡해보지만 다리에 비하여 상대적인 걸지도 모른다. 나이도 많아 보이고, 툭 치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페미아에게로 내민 손에 든 힘이 더욱 약해지다, 자연스럽게 손이 풀리며 악수를 거두었다. 접촉은 자제해야겠다. 혹여라도 나이 많은 환자를 다치게 해서 배상금을 무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한다는, 다분히 속물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 사람들을 이해하신다고요? 신기한 분이시네요."
데미휴먼인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그는 의문어린 표정을 짓다 적당히 납득했다. 결론은 좋게 생각하기 힘들다는 거니까. 그는 유페미아가 열변을 끝내기까지 잠자코 말을 귀담아듣고선 손으로 턱 언저리를 짚으며 고민의 제스처를 취해본다. 그러면서도 표정에는 진지한 기색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 과연 평생에 심각할 때가 있기는 할지 모르겠다. 검은 손톱이 박힌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그가 맞장구를 쳤다.
"부상이라니까 생각났는데요. 그래도 데미휴먼에게는 그나마 온건한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조심해야겠네요. 너무 방해했다간 죽일지도 모르고. 사실 피하려고 해도 그쪽에서 저흴 끌어들이는 것 같지만요."
졸리다는 말을 입에 달면서도 정확한 사격을 가하고, 제압당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사격을 가했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런 총잡이가 지근거리에서 오발하는 실수를 할 확률은 낮았다. 그는 본인의 추측이 틀리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시카의 딸이 내세우는 철칙이나, 유령도시에서 본 블랑슈의 행동을 고려하면 마냥 허황한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마리야는 눈을 가늘인다. 처음 보는 사람이 부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면 보통 아는 척 하지 않는 것이 정석 아니던가. 하지만 이 이상 캐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나쁜 의도가 있다면 유베리드 같은 곳에서 데미휴먼을 '살 수 있는데' 아홉꼬리 보호소까지 와서 특정 데미휴먼을 지목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뭐, 위험할 것 같으면 미호 소장님이 중간에 차단해 주시겠지. 정말 수가 틀려도 역시 소장님께서 그렇게 만든 사람의 뼈와 살을 친히 분리해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