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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내고 잉크를? 리코는 처음 들어본 방식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눈꺼풀, 목 뒤와 등까지 그려진 타투를 보고 이번엔 동공을 땡그랗게(?)했다. 많아! 팔만 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다 할 수 있구나! 하지만 상처를 낸다는 게 무서웠다. '사람'가 참으라고, 조용히 있으라고 한다면 참아낼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자기 의지만으로, 명령 없이 그런 통증을 참을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리코가 조용히 견딜 수 있다고 해서 통증마저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고, 통증을 즐기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렇기에 새기는 방법이 아프다는 걸 알게 된 지금 리코는 타투를 좀 무서운 걸로 인식해버렸다. 귀가 조용히 뒤로 젖혀진 리코는 루르가 하는 대로 가만히 몸을 뉘였다.
"...아픈 건 무서워... ...내가 정해도 돼? 특별한 날?"
그런 건 사람이 정하는 건 줄 알았는데. 살짝 고개를 기울인 리코는 불편한 건 없냐는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병원은 냄새가 강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다. 같이 살게 된 에피도 좋은 사람이고, 밥도 제 때 나오고 맛있는 것도 많이 받는다. 지금 누운 자리도 나쁘지 않고 팔도 그렇게 아프진 않다. 불편한 거 없는 것 같아. 응. 그렇게 결론을 내린 리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루르는 그렇게 말했다. 어쩌면 데미휴먼이 인간다운 취급을 받고 사는것이 다행이라는것는 엄청난 불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덮쳤다. 우리도 인간인데, 시카의 말처럼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는 인간인데. 루르는 그래도 지금만큼은 그 감정을 죽여놓기로했다. 그러니까 구해주면된다. 피는 피를 부르겠지만 저들이 흘릴 피가 훨씬 많을테고 내 피로 자유로워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루르는 제 팔에 새겨진 0127와 1204를 만지작 거리며 응. 특별한 날. 하고 말했다.
" 사실 12월4일은 시카가 날 데려가면서 내 새로운 생일이 됐어. 다시 태어났거든. 동시에 내가 죽은 날이기도 하고. "
너무 어렵나? 루르는 너무 어려웠다면 미안하다며 손을 뻗어 사탕을 꺼내 직접 까서 리코의 입 안에 넣어주고는 달달할때 녹여먹자구. 하고 덧붙였다.
복수라고 볼수도 있지만 시카의 근본적인 목표는 역시 데미휴먼의 인권과 권리장전이에요. 인간에 대한 복수는 그에 딸려오는 부가적인 것들이구요. 시카의 딸래미들은 보시면 알겠지만 전원이 그저 데미휴먼이라서 죽을 고비를 넘겼고 허수지구의 아이들은 데미휴먼이라서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데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거죠. 같은 데미휴먼인 시카의 입장에서는 이런 잘못된 건 고쳐야만 한다 - 라는게 정설입니다!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일까. 루르의 말을 듣던 리코는 그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얌전히 있지 않으면 때리고, 죽지 않을 만큼만 적은 양의 밥을 주던 전 주인. 옆자리 아이가 괴물이 되어 주인을 덮치고 그 틈을 타서 도망쳤던 일, 빗물로 배를 채우며 돌아다니다 맛있는 냄새를 따라갔더니 미호를 만나 아홉꼬리보호소에 들어갔던 그 경험을.
"...근데 그 날이 언제였는지, 날짜를 모르겠어... 나중에 미호한테 물어보러 갈 거야."
처음으로 맛있는 밥을 가득 먹은 날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 번도 맞지 않았고,처음으로 푹신푹신한 잠자리에서 잠을 잤던 날. 리코에게 있어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루르가 내미는 사탕을 재주좋게 낼름 받아먹은 리코는 입 안에서 사탕을 굴리며 눈을 느리게 꿈뻑였다. 달달한 침을 연달아 삼키다보니 사탕은 이미 다 녹아 있었다. 달콤한 뒷맛의 여운을 느끼던 리코는 작게 하품을 했다.
"....음... 졸려..."
두텁진 않아도 적당히 포근한 이불과 온기가 가까이 있어서인지 리코는 금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밖에서 햇빛을 쬐며 낮잠자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따뜻한 실내에서 자는 것도 좋아. 리코는 저도 모르게 뒷다리를 쭉 펴며 기지개를 켜고나서 축 늘어졌다.
씁쓸한 미소를 지은 루르는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결국 이 아이도 데미휴먼이라서 당하고 살았던거야. 가족들과, 자매들과 다를게 없어. 이런 안타까운 사태가, 불쌍한 아이가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해. 데미휴먼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할 수 있다면 몇 발이고 쏠 자신이 있어. 시카는 그걸 실현해 줄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다가 그만한 추진력이 있어. 시카라면 가능해. 시카라면.
" 졸려? "
그러고보니 나도 졸리네. 흐아아암 하고 하품을 한 루르는 그럼 또 자보실까, 하고 말하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면증에 가깝게 잠에 빠져드는 루르였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잘 수 있는 건 그리 특별한 능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 잘 자. 하고 덧붙인 루르는 가만가만 리코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잠에빠졌다.
쿠보타의 대답을 듣고 매우 침착해진다. 상대가 아주 막나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나쁜 생각'을 실현할 의사가 손톱만큼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기에. 시간 재고 있으니까 다른 데로 빠지지 말고 오세요. 여전히 고저없이 평이한 말투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
"으음, 개인 고유의 판단기준을 타인이 온전히 납득할 수는 없는 법이지만요."
베어도 된다는 말에 자동적으로 이의가 솟아나지만 그 주제로 입씨름을 해 보았자 평행선일 것을 알기에 그 주제는 유보한다. 그래도 고개를 갸울인다. "특이하네요. 쿠보타는 데미휴먼을 이질적으로 보잖아요. 사람들은 대체로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면 해칠 때 더 주저함이 없는데, 쿠보타는 왜 기준이 반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