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234 ㅋㅋㅋㅋ 뭔가요 이 질문... 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실제로 굉장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검에 이름 있는 쪽이 좋을 것 같은데 쿠보타는 그냥 칼이라고 부르는게 자연스러울 아저씨라서 말이지요. 현재 이 설정에 대해선 미정입니다. 허나 만약 검에 이름이 붙는다면 '대대로 물려받은 검이다'라거나 '모종의 이유로 이름이 붙어졌다'라는 설정이 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예를 들어 쿠보타주가 멋대로 붙였다거나... 아무튼 미정입니다. 핫하. 결론, 쿠보타는 그런 타입은 아니지만 칼에 이름이 붙어있다- 라는 느낌이 되겠네요.
>>259 골골거리는 마리야 보고 싶다..! 머리카락 쓰다듬어주고 싶다...!(그러면 마냐에게 혼나겠죠 흑흑) >>260 그렇군요! 쿠보타가 이름을 지을 타입은 아니지만 원래 검에 이름이 정해져 있다... 인가요! 뭔가 선택받은 검 같고(????) 멋지네요! >>261 키아라가 혼자서 지어준 이름이로군요! 그런데도 이렇게 이름이 예쁘다니 키아라 네이밍 센스 최고...!bbbbb
>>265 갸악 안돼 리코야 내가 잘못했어..! 음 근데 에피라면 주입식으로 막 가르치지는 않고 최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칠 것 같아요..! 리코가 먹을 것을 좋아하니까, 같이 사탕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곱셈을 배운다든지 파이를 자르면서 분수를 배운다든지..!(본격 초등학교 수학익힘책 문제 실사판이 되어버리고)
286EP 03 : 시카의 딸 - Lupus In Tabula ◆ndsNYm2fsg
(8237287E+5)
2019-09-01 (내일 월요일) 19:33:40
" 시카의 딸 - Lupus In Tabula " DAY 1 - 21 : 25 : 32 CPA
CPA에 토끼 데미휴먼이 잡혀있다.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뭐, 물론 CPA가 진행한 인도적인 방식의 심문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지만요. 몇몇 이니시에이터와 의외의 몇몇 데미휴먼은 CPA에서 실제로 그 토끼 데미휴먼-블랑슈-를 만날 수 있었다고도 합니다. 들어가기전 심문방식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안에서 알게 된 내용을 밝히지 말라는 서약과 함께요. 안개가 모이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고 흩어지는 것 마냥 시카의 딸에 대한 정보는 모일 듯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데미휴먼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과격 인권단체라는 점 정도가 세간에 알려진 정도일까요. 일각에서는 여전히 시카의 딸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알고있는 사람들 마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CPA를 대놓고 노리고 정문으로 들어온 테러사건이 있었습니다. 2인으로 구성된 괴한이 정문으로 당당히 침범해 들어와 지하까지 뚫고 들어가서 블랑슈를 데리고 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2분이었다고합니다. 당연히 시카의 딸의 구조작전이다 - 라는게 모두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조사도 그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머리부터 발 끝 까지 꽁꽁싸매고 온 탓에 신원이니 뭐니 확인할 것도 없었지만요.
A지구에서는 또 다른 사건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타뷸라의 늑대'라 부르는 사건. 밤마다 이니시에이터 혹은 DPM 그도 아니라면 민간인이 늑대에게 물린 자국과 함께 죽어있는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코르포데이도 사건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고 합니다. 사건 장소는 골목부터 시작해서 술집, 식당, 상점가를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집 안에서도 사건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생존자도 있었습니다. 다만 생존자들은 어째서인지 자신들이 본 것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고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타뷸라의 늑대가 찾아가서 초대장을 주었거든요.
너희가 부르는 타뷸라의 늑대야 게임을 하고싶어. 선택권은 없으니 무조건 와야할거야 장소는 지구 내부에 있어. 과거에 데미휴먼이 살던 마을이야 지금은 아무도 살지않는 유령마을이니 안심해. 마을에 도착하면 중앙에 있는 교수대로 찾아가 교수대 옆에있는 1층짜리 큰 홀이 있어. 그리로 가면 돼. 하나 더, 이것에 대해 발설하는 사람이 나오면 당연히 타뷸라의 늑대에게 물려죽을거야. 그리고 너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도.
너희가 부르는 타뷸라의 늑대야 게임을 하고싶어. 선택권은 없으니 무조건 와야할거야 장소는 지구 내부에 있어. 과거에 데미휴먼이 살던 마을이야 지금은 아무도 살지않는 유령마을이니 안심해. 마을에 도착하면 중앙에 있는 교수대로 찾아가 교수대 옆에있는 1층짜리 큰 홀이 있어. 그리로 가면 돼. 하나 더, 이것에 대해 발설하는 사람이 나오면 당연히 타뷸라의 늑대에게 물려죽을거야. 그리고 너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도.
리코는 초대장을 빤히 응시하다가 눈에 들어오는-그 중에서도 읽을 수 있는-글자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그림책에 자주 나오는 글자는 알고 있다. 마을이나, 늑대 같은 간단한 단어에 그쳤지만 아무것도 읽지 못했던 예전보다는 나아진 것이었다. 굳이 마을이 아닌 늑대라는 단어를 골라서 읽은 이유라면, 이전의 일을 떠올렸기 때문이겠다. 리코는 이전에 자신을 덮치려던 사람들을 누군가가 물어뜯어 죽였던 일을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얗고 뾰족한 귀, 마치 그림책에서 보던 늑대 같은 귀. 어쩌면 그 데미휴먼은 진짜 늑대였을지도 모른다.
“…에피, 여기에요?”
초대장을 아래로 내리고 도착한 장소를 둘러보던 리코는 함께 움직이고 있을 유페미아를 보며 말했다. 중앙에 있는 교수대, 그 옆의 홀은… 아니, 이제는 아무도 없는 마을 전체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왜 이 초대장을 받았는지, 이곳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 리코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이니시에이터를 따라 갈 뿐이었다. 초대장에 지정된 장소로 걸어가던 리코는 무의식적으로 킁킁거리며 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어떤 냄새가 날까, 이런 장소는.
최근 들어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습니다. CPA를 테러한 토끼 데미휴먼의 탈출, 그리고 소위 '타뷸라의 늑대'라 불리는 연쇄살인사건. 이 세상이 어찌 되려고 그러는 모양인지, 키아라는 걱정되었습니다. 불과 지난번, 초대장을 빙자한 협박장이 날아오기 전까지도요. 그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게임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을 말하는 건진 몰라도, 결코 곱게 보내줄 생각은 아니겠죠. 이런 일을 꾸미는 범죄자들의 심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대장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한 마을이었습니다. 마치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 키아라는 홀의 벽에 기대어 초대장을 다시 한 번 꺼내 읽어봅니다. 그리곤 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릅니다. 머리가 절로 지끈거려옵니다. 키아라의 두 눈썹이 불편한 듯 좁혀졌습니다.
초대장을 뚱한 얼굴로 보면서 한 생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했으니 이쪽에서 먼저 위협을 제거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모름지기 터지기 전의 폭탄은 해체해야 하는 법이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면 아홉꼬리 보호소가 걸렸다. 이미 미호 소장님은 충분히 코르포데이한테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상대가 범죄자들이니 사람이 없다는 말은 신뢰할 수 없고 보호소 소속 데미휴먼이 난리를 쳤다가 그대로 걸리면 미호 소장님은 뒷수습을 하시다 과로로 쓰러지실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먼저 엄마 아빠와 보호소 사람들을 걸고 넘어진 건 저쪽이었다.
마리야 야코바는 어지간하면 공권력에 의한 원활한 사회문제 해결을 선호했지만, 동시에 공권력이 데미휴먼에 우호적이냐고 하면 그 명제는 신뢰하지 않았다. 차라리 질문만 남발하다 그 사이에 협박범이 경고를 수행해 버릴 가능성을 높이 쳤다. 그리고 그 연장으로 이 극단적인 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본보기를 보이려면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빠 표현대로라면 '마리야 야코바를 건드린 사람은 아주 ×되는 거야' 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줘야 한다는 소리다.
으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잡아서 족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무표정하고 어찌 보면 맹한 낯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아직 검집에 넣은 장검의 그림자가 유령마을 중앙에 길게 늘어진다.
더군다나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않은 협박이다. 인생의 모든 에너지를 사람이 아닌 연구에 쏟아부었던 유페미아에게는 딱히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요양원에 있는 오빠와 교수일 당시 후계자로 점찍어 놓았던 연구 조교 정도? 그나마 후자는 교수직에 잘린 뒤로 연락이 끊긴 걸 보면, 유페미아가 그녀를 아꼈던 것 만큼 유페미아를 아끼진 않았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 이번에 같이 생활하게 된 링크대상, 리코 군도 협박 대상에 해당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서로 어색한 점도, 잘 모르는 점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점도 많지만, 어쨌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의 양육을 결심할 정도로 아낀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비록 아무리 그 결심이 리코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그 충격에, 홧김에 내린 결정에 가까웠던들 말이다.
"리코 군,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네."
생각이 난 김에 당사자를 불러와서 편지의 전문을 읽어주곤, 리코의 의사를 물어봤다.
"많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같이 가겠는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위험한 일에는 아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어린아이를 데려갈 생각은 안 할 것이다. 하지만 유페미아는 어린아이를 키 작은 어른과 같다고 편하게 생각해버리고 있다. 좋게 맣한다면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어린아이로서는 내릴 수 없는 어렵거나 위험한 결정을 아이에게 내리게 만드는, 이를테면 과신용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유페미아의 이런 점은, 아직 유페미아로서는 알아채지 못한, 리코의 '사람이 하는 질문은 무조건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특성'과 최악의 시너지를 발휘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을 야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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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갈게요"라고 대답했다고, 어린 아이에 불과한 리코를 협박장에 적힌 장소로 데려온 것도 다 그런 연유에서였다.
"...그래, 늑대. 잘 읽었네, 리코군."
유페미아는 점점 리코의 독해력을 칭찬해주고는, 초대장과 리코로부터 시선을 돌려 을씨년스러운 유령도시를 시선에 담는다.
건물의 내부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습니다. 창문이 있던 자리는 전부 철을 덧대어 막아놨으며 의외로 깨끗한 편에 속하는 내부에는 말 그대로 텅 비어있었고 꺼질듯 말듯한 조명 몇개가 들어와 그나마 어둡지않게 비추어주는 정도였습니다. 중앙 단상에는 의자 하나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어떤 형체 3개가 나란히 있었습니다. 한 명, 두 명, 서서히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고 모이기로 했던 사람이 다 오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왔던 큰 문이 잠겼습니다.
” 왔네? 이야 - 너무 늦어서 안 오는 줄 알았잖아 “
꺄르륵, 하는 웃음소리와 들려온 목소리는 다른곳이 아닌 천장에서 났습니다. 천장을 받치고 있는 지지대 위에서 툭, 떨어진 분홍머리의 여자는 귀에 하얀색 늑대귀가 돋아있었고 하얀 꼬리가 살랑이고 있었습니다. 특이점이라면,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임에도 로프에 걸렸던 적이 있는지 목에 보이는 선명한 로프자국의 흉터였습니다. 여자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 10분만 더 기다려보고 아무도 안왔다면 다 때려치고 죽이러 갔을거야.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었습니다.
” 아차차, 파티를 연 사람이 이러면 안돼지. 정식으로 소개할게. 내 이름은 젤러시 슈피첸. 너희가 타뷸라의 늑대라고 부르는 ‘사람’이자, 블랑슈의 언니이면서, 시카의 딸의 맏언니야. “
젤러시는 잘 부탁해? 하고 말하곤 대답이 없자 뭐, 아님 말고. 하고 말하고는 입고있던 자켓의 팔에 달려있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능숙하게 입에 물곤 불을 붙였습니다. 후 - 하고 하얀 연기가 나와 허공에 흩어집니다. 젤러시는 리코를 보고는 꼬맹이, 결국 링크한거야? 하고 말하고 톡톡, 하고 재를 떨고는 단상위로 올라간 젤러시는 텅 -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을 켰고 자리에는 세 명의 사람이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 손이 뒤로 묶인채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 자, 여기 첫 번째 보이는 사람은 DPM이야. 하지만 말단인데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한거라 딱히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하네. 다음으로 가운데 있는 사람. 전직 이니시에이터로 너희처럼 알파지구를 위해 싸우던 사람이야. 뭐, 데리고 있던 데미휴먼을 죽게 한 잘못으로 이니시에이터 일을 그만두었다고 하네. 그리고 마지막, 살인사건의 용의자야. 모든 증거가 이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있지만 자신은 절대 아니라고 하고, 그 시간에는 집에 있었다고해. 이야 - 이 정도 했으면 자수할만한데 아직까지도 결백을 주장한다니까. “
이 모든게 그저 재미있다는듯 꺄르륵 하고 웃은 젤러시는 이 중에 한 명을 죽여야한다면, 누굴 죽일래? 하고 말하고는 손을 등 뒤로 보내 권총하나를 꺼내들었습니다. 시종일관 입에 미소를 걸고 꺄르륵 대던 젤러시는 한 순간 미소를 지우고 싸늘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말투로요.
” 한 가지 더. 여기서 나갈려고 한다거나, 나한테 대든다거나, 이상한 짓을 하면 너희는 물론이고 너희가 아는 모든 사람을 죽일거야. “
큰 소리를 내며 닫힌 문에 리코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봤다. 잠긴 걸까, 그냥 닫힐 때와는 다른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문이 닫히던 말던, 리코는 링크한 이니시에이터, 유페미아를 따라 가면 된다.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깜짝 놀란 것에 비해 금방 덤덤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 귀와 꼬리를 가진, 목에 선이 있는 늑대. 저번에 리코를 구해준 데미휴먼이 있었다. 링크한거야?라는 물음에 리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밝아진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루를 뒤집어 쓰고 손이 묶여있는 세 사람. 그 중에 누구를 먼저 죽일 것인지를 묻고 있는 상황. 리코는 아무런 동요 없이 유페미아를 올려다 봤다. 저- 이름은 어려워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무튼 늑대가 말한 것은 아무 상관없었다. 죽인다, 그런 행위는 리코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고, 직접 한다는 것 자체도, 죽을 누군가를 고른다는 것 자체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명령한다면 아마, 해야 할 것이고 하게 될 것이다. 리코는 가만히 유페미아를 보고 있었다.
젤러시 슈피첸. 타뷸라의 늑대이자 시카의 딸. 결국, 그 연쇄살인 사건도 배후에는 '시카의 딸'이라는 테러단체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요즘, 어딜 가나 그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만 같다. 비과학적인 생각이지만, CPA테러사건 때 그 장소에 있었기에, 첫단추를 잘못 꿰맨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젤러시가 리코에게 아는 척을 하자, 유페미아는 "리코 군, 설마 아는 사람인가?" 하고 리코의 귓전에 속삭이면사도, 리코가 겁을 먹지 않도록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이내 불이 켜지고, 결박된 세 사람이 눈에 들어오자, 리코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 이게 뭘 하는 짓인가! 사람 목숨을 가지고 놀이를 하자는 겐가!"
젤러시는 대들지 말라고 했지만, 평생을 평범하게만 살아와 사람이 죽고 살고 하는 일에 면역이 안 된 유페미아로서는, 감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으음, 역시 달려들어서 머리를 날려버리는 게 최선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갸울인다. 시카의 딸에다 연쇄 살인범에다 협박범...데미휴먼의 인권을 위해 싸운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부수적인 살인이며 테러행각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혀끝에서 쓴맛이 나고 한 대 때려주고 싶어. 이거 싫어서 그런 거 맞지?
하지만 본보기를 위해서 잡아서 족쳐버리려고 했고 그러려면 아빠와 엄마와 보호소 사람들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니까. 눈썹만 한 번 꺾어올리고 생각에 잠긴다.
".......가운데 있는 사람."
말문이 무겁게 열렸다. 머릿속이 뜨겁다. 그야 세 사람 모두 죽을 당위성이 없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정말 어쩔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고 온 이상 목표는 이뤄야 하니까 선택은 했다. 누구에게 직접적으로 상해를 끼쳤는지, 그리고 죄과가 명백한지. 지극히 기계적인 기준에 따라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