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키아라는 쿠보타가 찬 검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크토니안과 싸울 때 검을 사용한다, 라는 것은 적어도 키아라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사람들 중에서는 없었습니다. 또한 동방 무사같은 복장을 하고 옆구리에 칼을 찬 상대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니시에이터의 이미지와는 많이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키아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합니다. 사실, 키아라는 쿠보타가 말하는 그런 예감과는 거리가 먼 편이었습니다. 직감 같은 것에 의존하기보단 보이는 대로를 믿고 받아들이는 편이었죠.
이런 날붙이를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원래 일자리를 때려칠 때, 유일하게 가지고 나온 것이 이 칼이었다.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칼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곱게 벼려진 날로써 녀석은 나에게 소리친다. '좀 더 베어라'. 그런 의미에서 이녀석은, 이미 같은 길을 걷는 동료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군.
"뭐... 조만간 알게 될거다."
제 머리 위에 얹혀 있다시피한 모자를 꾸욱 누르고는, 또다시 소매 속을 뒤적거린다. 꺼낸 것을 키아라 쪽으로 튕겨날린다. 핑그르르. 빠르게 회전하며 마치 수리검마냥 날아간다.
"다음엔 식당에서 보자고..."
명함. 이라기보다는 종잇조각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쿠보타 사무소. 크토니안 구축/신상 보호. 그 밑에는 연락처도 기입되어있다.
유페미아'님'이라는 호칭이 더 편하다는 말에 이렇게 대답하지만, 역시 ~님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네. '일단은' 말이지."
오베론의 이니시에이터냐는 질문에, 키아라와 동시에 대답한다.
키아라가 생물학을 배우겠냐는 제안을 사양하자, "에잉, 어쩔 수 없구만..."하고 중얼거리는 유페미아의 어깨가 조금은 축 쳐진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학문의 즐거움을 전수하는 것은, 그래, 직접 연구하는 것만큼 즐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패미아 인생의 2등가는 낙인 것이다.
"천문학도 멋진 학문이긴 하지."
오베론의 말에 별이 총총히 박힌 하늘을 바라본다. 수백, 수천광년 떨어진 항성들에게서 그만큼의 시간을 거쳐 지구에 도달한 빛들. 그에 비하면 지구상의 인생사는 무한히 작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상한 관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우주에 비하여 자신은 그렇게 작다는 사실이, 하늘에서 조용히 반짝이는 별들이, 악몽에 놀란 유페미아의 가슴을 달래준다.
"CPA보호소인 것 아니겠나. 젊은 친구가, 유달리 순종적인 걸 보면 말이야."
아무래도 아홉꼬리 보호소보다는 CPA쪽이 엄격할 테니까. 물론, 전에 만났던 리코 군처럼 아홉꼬리에서 지내면서도 순종적인 특이 케이스일수도 있겠다. 평생동안 범죄와는 관련없는 인생을 살아왔기에, 유베리드 보호소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유페미아다.
쿠보타가 소매를 뒤적이고, 무언가를 날립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그것을 키아라는 재빨리 잡아챕니다. 그것은 명함이었습니다. 사무소, 크토니안 구축, 간단한 연락처. 키아라는 종잇조각에 시선을 고정하며, 상대는 말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상당한 괴짜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던가요.
“그래. 언젠가 시간이 나면 연락 넣도록 하지.”
키아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명함을 옷 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그럼 다음에 보지.”
작별의 말 한 마디를 남기고, 그런 다음엔 쿠보타를 슬며시 지나쳐 제 갈길을 가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