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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목소리, 항상 맞기 전에 들어왔던 큰 소리다. 말의 내용보다도 소리의 크기에 놀라 리코는 몸을 움찔 떨었다. 곧 올 거야, 곧, 곧… 숨을 죽이고 곧 다가올 거라 예상하고 있는 큰 충격에, 격통에 대비하고 있던 리코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충격이나 고통은커녕, 당황한 기색만이 앞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지난 번 여우 아이 일 때문에 그러냐는 말에 리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거… 잘못했어요…”
잘못한 내용을 확인한 다음에 하려고 했던 거구나. 제법 시간이 지난 일이었으니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지레짐작한 리코는 또 다시 가만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유페미아의 목소리에 아이의 몸이 움찔 떨린다. 조금은 목소리가 크긴 했지만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유페미아는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다, 아이에게는 미안한 말지만 아이를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생물학자의 눈으로 바라보기로 한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해져 있는 자세. 동그랗게 확장된 동공. 곤두서 있는 팔과 다리의 털. 다리 사이로 착 내려가 있는 꼬리. 고양잇과 생물이라면... 누가 뭐래도 겁이 질려 있는 모양이다. 마치, 큰 폭력을 예상하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마치, 큰 폭력을 예상하고 있는 사람처럼.
이런, 유페미아는 아이가 부모에게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어디까지나 유페미아의 추측일 뿐이지만 유페미아의 머릿속에서 이것은 이미 사실로 궅어진 지 오래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이런 작은 구실로도 아이를 때렸던 것일까.
"리코 군? 리코 군, 날 보게나."
유페미아는 자신도 무릎을 꿇고 상체를 최대한 낮춰 무릎을 꿇고 있는 리코와 눈을 마주치고는, 겁에 질린 야생 동물을 달래듯이 부드럽게, 어르듯이 속삭였다.
"난 리코 군을 해하지 않을 걸세. 맹세하지. 전에도 맹세한 것 같지만 뭐 어떤가. 필요하다면 다시 맹세하겠네."
"지난 번에 가만히 있으라고 그랬던 건, 상황히 위험하니 혹여나 리코 군이 다칠까 봐 그랬던 거라네. 결국엔 리코 군은 무사했으니, 리코 군이 사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앞에 있는 상대, 에피가 자세를 숙이자 리코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각오를 하고 이를 악물고 있던 리코는 자신이 예상했던 무서운 일이 아닌, 조심스럽게 일으키려고 하는 손길에 어리둥절해졌다. 이번 일은 확실히 자신이 잘못했던 것 같은데, 잘못한 게 맞는 것 같은데도 때리지 않았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그럼… 혼내지 않아요…?”
유페미아의 손길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 리코는 조심스럽게 상대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뒤로 착 붙은 귀가 때때로 움찔거렸다. 에피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번 일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리코는 정말로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화를 내는 걸로 보이진 않았다.
보통은 아이가 위험한 일을 했다면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더라도, 다음에는 그런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혼을 내야 하는 게 책임감 있는 어른의 행동이지만, 유페미아는 그렇게 책임감 있는 인물이 못 되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지금 자신이 하는 일-순수 크토니안을 죽이지 않고 마취해, 불법적으로 '벽'을 넘어 방생하는 것-이야말로 위험한 일이니까, 다른 사람이 위험한 일을 했더라도 자신이 혼낼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상대가 어린아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건 어린 아이를 잘 다루지 못해서, 그냥 어린아이들을 키 작은 어른처럼 대하기로 마음 먹은 유페미아의 사고 방식의 한계이기도 하다.
"말을 잘 듣겠다니 고맙네. 그래도, 나보다는 좀 더 책임감 있는 어른의 말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네! 보호소의 미호 소장처럼 말이지!"
혼내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했다. 에피는 때리지도 않고 맛있는 것도 주는 좋은 사람이다. 안심한 리코는 꼬리를 편하게 늘어뜨리고 손을 꼼지락거리다 좀 더 책임감 있는 어른의 말-미호의 말을 듣는 걸 추천한다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네, 미호가 하는 말은 잘 들어요.”
미호가 하는 말은 웬만하면 듣는 편이었다. …잘 들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리코는 웬만해서는 미호의 말을 지키는 편이었고, 깜빡하고 어겼을 때는 에피에게 했던 것처럼 싹싹 비는 편이었다. 아무튼 스스로는 잘 듣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기에 리코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