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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이 아닌 건가? 음료수라고 했으니 맹물 맛은 아니겠지? 마셔보라는 듯 미호가 잔을 내밀었다. 리코는 조심조심 두 손으로 잔을 들어 수정과를 홀짝였다. 신기한 냄새, 톡 쏘는 듯한 냄새가 신기했다. 하지만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지금껏 먹어봤던 달콤한 맛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특이한 향. 마음에 들었는지 리코는 거리낌없이 잔을 깔끔하게 비웠다. 위에 동동 떠 있는 건 그냥 삼켜버렸지만 괜찮겠지, 입가를 손으로 문지른 후 리코는 미호의 말에 조금씩 천천히 대답했다.
“응, 여기 좋아. 지금 이대로도 좋아. 잘 때도 푹신푹신해서 좋아. …그거… 주사는… 쪼금 아프지만 그래도 괜찮아.”
따끔한 고통을 생각해내자 살짝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과거에 겪었던 격통에 비해서는 그야말로 호랑이 발톱 때만도 못한 정도였기에 리코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고, 실제로도 꽤나 어른스럽게 참는 편이었다. 많이 많이 아픈 게 아니니까 괜찮아, 그렇게 속으로 되뇌는 아이에게 이리 오라는 말이 들렸다. 리코는 스스럼없이 미호에게 다가가 품에 안겼다. 그다지 내색은 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리코는 이렇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응. 미호… 믿어. 좋은 사람. 저번에도 그랬어.”
큰 소리가 여러 번 나고, 사람이 쓰러지던 그 때도 미호가 안아주던 것이 떠올랐는지, 리코는 마지막에 저번에도 그랬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호는 제 품에 아이를 안고는 가만가만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다가, 턱 밑을 고르게 만져주기도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문이 소문에서 멈추면 좋겠다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누군가 막아야하겠지만 누가 막는다는거지? 코르포데이가 움직이려면 그 만한 증거가 필요하다. 마일리. 마일리라면 이미 움직이고 있겠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 주사는 쪼금 아프지만, 그래도 몸에 좋은거고 건강에 꼭 중요한 거니까 잘 맞아야해요. 알겠죠? "
저번에도 그랬다는 말에 그래요, 저번에도 그랬죠. 하고 온화하고 밝은, 예의 그 따뜻한 미소를 띄고는 한 손으로 수정과를 집어들고 쭉 - 들이켰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여러 생각들이 얽히고 섥힌다. 안개처럼 무의식이라는 수면 위를 떠돌던 생각들은 점점 형태를 갖추고 서리가 되어 내린다. 시국이 너무나도 안 좋고, 상황은 너무나도 혼란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거 아닌가?
" 자 - 그럼 오늘 하루도 슬슬 마무리 해야죠. 산책가고 싶다면 지금 다녀오도록해요. 또 너무 늦게 오지는 말고. "
미호가 쓰다듬는 건 좋아, 미호는 좋은 사람이니까. 리코는 미호가 쓰다듬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턱 아래를 간지를땐 낮게 그렁그렁하는 소리가 절로 목에서 나올 정도였다. 쪼금 아파도 주사는 몸에 좋은 거고, 건강에 꼭 중요한 거니 맞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을 정도니까.
“!! 나갔다 와도 돼? 응, 일찍 올게.”
나가도 된다는 허락과도 같은 말에 리코는 홱 고개를 들었다. 또 너무 늦게 오지는 말란 말엔 고개가 빠져라 끄덕였고. 저번 이후로는 나름대로 일찍일찍 들어오곤 했다. 혼나는 건 둘째치고 미호가 걱정하는 얼굴을 보면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호가 내려놓자마자 리코는 ‘갔다올게!’라고, 드물게 큰 소리로 말하고는 밖으로 호다닥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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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사건 이후로 어쩐지 곱지 않은 시선이 향하는 일이 많아졌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리코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늘어난 것 같았다. 그런 시선들은 불편했고, 또 무서웠다. 그렇기에- 사실원래도 그랬지만, 요즘은 한층 더 인적이 드문 길을 골라서 다니게 되었다. 목적도, 목적지도 없는 느긋한 발걸음이 한 골목길을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섰다.
“응, 여기.”
이 담벼락은 시간을 잘 맞춰서 오르면 해를 쬐기 딱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인지 그냥 차디찬 담벼락일 뿐이다. 리코는 조금 아쉽다는 듯 손톱을 세워 담벼락을 살짝 긁었다. 벽돌이 긁히는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운다.
키아라는, 이 늦은 밤에 분주히 나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만났던 콜트로부터 연락이 왔기 때문입니다. 카페에서 같이 커피나 한 잔이나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한가한 날에는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이 시간에 불러낸 이유가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내 외출 준비를 마친 키아라는 집을 나서 도심지에 위치한 카페로 향합니다.
늦은 저녁때라 그런지 카페 안은 한산했습니다. 키아라는 빈 자리에 앉아 상대를 기다립니다. 주홍빛의 조명이 실내를 은은하게 비추고, 카페 안은 사람들의 대화와 종업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립니다.
예전의 그 CPA를 노린 암살사건은 큰 파장을 몰고왔습니다. 연구팀장뿐만 아니라 이니시에이터까지 죽었으니 데미휴먼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안좋아져만 갔고 혐오범죄가 늘어난다 한들 이상할 것도 하나 없었죠. 밤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밤은 선한 이들이 들어가고 광기에 미친 자들이 슬슬 고개를 드는 시간이니까요. 골목길로 혼자 들어간 데미휴먼 아이를 본 건 DPM두 명이었습니다. 두 명의 DPM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골목길로 따라 들어갔고 어두운 골목에 더 어두운 그림자 두 개가 드리워졌을 때 일은 확실히 잘못되어가고 있었습니다.
" 어이쿠, 늦을 뻔 했네.
본 사람이 두 명이 아니었나 봅니다. 긴 분홍생머리에 하얀 늑대귀와 꼬리를 가진 여자가 뒤따라 들어와 DPM이냐? 하고 한 마디를 뱉고는 뒤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무자비하게 두 명의 남자를 요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강한 힘을 가진 주먹과 손에 걸리는 것은 전부 베어버리는 손톱 그리고 들어오는 모든것을 짖이기는 이빨까지. 두 명을 잔혹하게 처리한 여자는 퉤, 하고 피 섞인 침을 뱉고는 리코를 바라봅니다.
" 시카, 뭔가 하나 남았는데 얘는 어떻게 할까요? "
누군가에게 뭔가를 물어보듯 고개를 뒤로 돌린 채 말하는 여자였지만 벽에 가려서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웅얼거리는 작은 목소리만이 들릴 뿐.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모르는 냄새를 가진 사람이 둘. 리코는 살짝 뒤로 물러서며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혹은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려고 했다. 말 그대로 하려고 했다, 에서 멈춰버렸다. 뒤늦게 나타난 또 한 사람-이 사람은 귀와 꼬리가 있었다-이 무자비하게 사람을 처리해버렸기 때문에 리코가 뭘 더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리코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있었다. 리코의 꼬리가 부풀어 오른 것은 늑대 귀를 가진, 분홍색 머리의 여자가 처리를 끝냈을 즈음이었다.
“…아, 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오는 모습을 리코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뭐지? 이 사람들은 뭐고… 왜 갑자기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 마치 그때랑 비슷한 것 같아. 괴물이 되어버린 애가 그 사람을 찢어버렸을 때… 거기까지 생각하자 리코는 재빨리 늑대 귀의 여자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일단은 그때 그 괴물처럼 된 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물음에 먼저 대답하기로 했다.
“아니야, 보호소에 있어. 미호네, 아홉꼬리 보호소.”
여전히 부풀어오른 채인 꼬리를 좌우로 한 번 휘둘렀다. 갑자기 이상해진 분위기, 조금 전 수정과를 마시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리코는 당황하고 있었다.
꼴을 봐선 그냥 버려진 것 같은데 그건 아닌가보네. 늑대귀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보호소 있다는데 어떻게 해요? 하고 다시 벽 뒤의 누군가에게 물었다. 또 조용한 목소리로 무어라 말하는 걸 들은 여자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그런가? 하고 뭔가에 대답하고는 손을 내려 목을 만지작 거렸다. 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미세하게 들어오는 빛으로 보이는 건 로프에 매여서 생긴듯한 흉터가 목을 두르고 있었다. 밧줄에 걸린 적이 있던 듯 온 몸에 피가 묻은 여자는 퉷, 하고 다시 피 섞인 침을 뱉고는 그럼 그만 가요. 하고 말하곤 골목을 벗어났다.
" 꼬마야, 너 방금 나한테 목숨 빚진거다. "
그리고 우리 ■■■한테도. 하고 말한 여자는 다시 뒤를 돌아 길을 벗어났다. 시끄러워서인지 목소리를 작게해서인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목숨을 빚진거야. 라는 말은 확실히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괜한 오해를 사겠다 생각할 때 쯤 도착한 건 미호였다.
" 리코!! 세상에.. "
이게 무슨 일이에요. 하고 미호는 말하며 리코를 안아들었다. 괜찮으냐, 다친 곳은 없느냐, 하고 연신 걱정의 말을 하던 미호는 리코를 이리저리 돌아보며 이제 미호가 왔으니 괜찮아요. 하고 말하며 꼭 끌어안았다.
쫑긋쫑긋 귀를 세워보지만 저 뒤에, 늑대 여자가 물어보고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럼 지금… 2명인 거네. 이 사람들은 여기 뭘 하러 온 거지?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리코의 머리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 어떤 의문에도 명확하게 답을 내지 못했다. 그저 빙글빙글,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문득 리코는 눈치챘다.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 리코의 눈에 여자의 목에 무언가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던 리코는 빚진거다-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목숨… 빚…?”
그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기도 전에 늑대 여자는 벌써 저만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리코는 물끄러미 그 등을 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점점 내렸다. 이리저리 흩뿌려진 핏자국과 사람이었던 것이 뒹굴고 있는, 참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되어버린 골목길. 그 안에 가만히 서 있던 리코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다. 붉은 자국이 묻은 옷은 양 손으로 비벼봐도 자국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손바닥까지 자국이 묻어버렸다. 어쩔 줄 몰라하며 리코가 쩔쩔매고 있을 때, 미호가 나타났다.
“미호… 사람 두 명이 따라왔는데, 더 뒤에 또 누가 와서… 이렇게 됐어.” “그리고… 목숨 빚진거라고 했어. 무슨 뜻이야?”
미호가 꼭 끌어안아주는 건 좋지만, 지금은 옷에 묻은 이 얼룩이 미호한테도 묻을까 걱정된 리코는 자신의 옷에 있는 얼룩진 부분을 두 손으로 꾹, 감추듯이 잡았다.
항상 입는 개량한복은 가끔가다 미호가 '아끼는 옷이에요'하고 말하며 좋아하던 것이었지만 이렇게 피칠갑이 되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리코를 품에 꼭 안고는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DPM두 명이 따라들어왔었고 뒤따라 들어온 누군가가 구해줬다 - 이 말인가. 미호는 바닥에 널브러진 두 명의 사람이었던 것에서 DPM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옷가지를 발견했다. 아,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들은 이야기. DPM 두어명이 늑대에 물린 상처를 가지고 죽었다고 했던가. 미호는 문득 그 소문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리코를 안은채로 눈으로는 널브러진 시체를 열심히 훑다가 목숨을 빚졌다는 리코에게 시선을 돌렸다.
" 별 거 뭔가를 도와줬을 때 '내가 너 도와줬다'를 멋지게 말하고싶은 어른들이 쓰는 말이에요. "
일단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훑었던 시체에서는 분명하게 목에 무언가에 물린자국이 확실히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게 늑대인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물린자국이 있는 것을 본 미호는 요즘들어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때일수록 아이들은 자신이 더욱 확실하게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
" 리코, 혼란스럽겠지만 물어볼 게 있어요. 혹시 리코를 따라서 들어온사람, 미호처럼 귀가 이렇게 솟아있었나요? "
어쩌면 좋을 지 몰라서 당황할 때 딱 나타난 미호, 그 든든함에 리코는 한껏 의지하듯 살짝 머리를 미호에게 부볐다. 그래도 역시 옷자락은 꾹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옷도 혀로 핥으면 자국이 지워질까? 돌아가면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리코는 이윽고 미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어른이 쓰는 말, 잘 모르겠지만 리코는 막연히 뭔가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아까 그 사람은 어른인가봐. 그리고 도와줬던거구나. 맞아, 그랬을 거야. 맨 처음에 뒤돌아 봤을 때 봤던 사람 둘의 눈은 굉장히 무서웠으니까.
“어른… 어른이구나… 응, 귀 이렇게.”
미호의 물음에 리코는 잠시 두 손을 올려 자신의 귀 위로 길쭉하게 세모를 그렸다. 꽤나 충격적인 장면과 함께 각인되어서인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하얀 귀였어. 꼬리도. 근데 머리카락은 다른 색.” “…시카라는 말 했어. 그리고 목에 선 있었어. 이렇게.”
그렇게 말한 리코는 자신의 목걸이를 살짝 들어올리고, 아래쪽으로 스윽 선을 하나 그었다. 맞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했었지. 리코는 문득 떠오른 말을 입에 담았다.
콜트는 자신이 얼마 전에 만난 데미휴먼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인의 명령 없이는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데미휴먼의 이야기였습니다. 키아라 또한 그에 대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데미휴먼은 통제받는 삶을 살아오기라도 한 걸까요? 키아라는 테이블 앞으로 내어진 커피를 두 모금 들이키고는 입을 열었습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내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야. 그건 아마도 본인만이 알겠지." "난 당신이 그 데미휴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정확히 몰라.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러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때? 그 데미휴먼이랑 말이야."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겠지. 이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야."
키아라는 남의 일에 섣불리 끼어드는 것은 최대한 신중하고자 했습니다. 그랬기에, 이런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다신 놓지 않겠다는 듯 꼭 품에 안은 리코를 미호는 몇 번이고 바라보았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눈을 맞추고는 그 자리에 잘 있는지 혹시 다친 곳은 없는지 눈으로 몇 번을 훑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후 -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뭐란 말인가. 뭐 때문에 이렇게 어린 아이가 저런 끔찍한걸 눈에 담지 않으면 안된단 말인가. 이 미쳐버린 부조리에 미호는 진절머리가 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아무탈 없이 자신에게 돌아와준 리코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 목에요..? "
목에 선이 있었다는 건 문신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상처를 말하는 걸까.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진다. 머리위에 귀가 있었고 뒤에는 꼬리가 있었다. 둘 다 하얀색. 아무래도 늑대에 물려죽었다는 DPM의 이야기는 괜한 헛소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신빙성이 있는 소문이다 싶었지만은..
" 잘했어요. 미호가 데리고 있는 아이라는 걸 알았으면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거야. "
일단은 우리, 빨리 씻고 자는걸로 해요. 알겠죠? 오늘 있었던 일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악몽이라고 생각해요. 리코 옆에는 미호가 있으니까 괜찮잖아요? 항상 얘기했죠, 미호가 왔으니 괜찮다고. 내가 안전하게 지켜주겠다고. 미호는 절대 허투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시카, 시카라고 했던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새로운 팩의 알파인지 아니면.. 문득 든 생각은 지난 번 그 암살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