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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씻고 자는 걸로 해요, 외출은 여기서 끝이라는 듯한 말에 아주 잠깐 불만을 가진 리코였지만, 조금 전 봤던 참상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뭘 모른다고 해도 아까 그 걸 생생히 보고 나서도 계속 놀겠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은연중에 그런 생각도 있었다. 한 번은 살아나도 두 번까지는 없을 수도 있겠지 라는 생각. 우연히 마주친 그 하얀 귀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리코는 다른 사람 두 명에게 잡혔을 수도 있었다. 그냥 그 근처를 지나가던 중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그 둘의 눈은 무서운 눈이었으니까.
“…응, 가서 씻고 잘래. 이제 가자.”
어쩐지 멍한 느낌, 리코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멍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꿈 속에 있는 것 같은 멍한 느낌.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을 놓고, 천천히 들어 코에 가져다 댔다. 숨을 들이쉬지 않아도 코를 찌르듯이 강한 냄새가 난다. 오래된 경칩에서 나는 듯한 쇠 냄새. 귀가 뒤로 바짝 붙었다. 별로 좋은 냄새는 아닌 것 같다.
“손 씻으러 가야 해… 냄새 나…”
혀로 싹싹 핥을까? 물론 이렇게 해도 손은 깔끔해지겠지만 미호가 별로 좋아할 것 같진 않았다. 그냥 돌아가서 씻어야겠다, 리코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골목 밖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광장옆에 시장이 열린다고 했어요. 가면 맛있는 것도 잔뜩 있을거야. 미호는 그렇게 말하며 몸으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눈빛으로 무슨 일인지 묻지마라. 라고 말했기에 미호를 보고 무슨 일이냐 감히묻는 사람은 없었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잠시 잔혹한 현실에서 눈을 돌릴 것도 필요하기에, 그 일환으로 내일은 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그 가운데 크토니안이 생겨난다면 큰일이겠지만..
" 그래요. 씻어야겠네요. "
미호는 아무 걱정 말라는 듯이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데미휴먼과 이니시에이터가 A지구를 지키고있다면 그 데미휴먼은 누가 지켜주는가, 미호는 자신이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다. 모든 아이를 지킬 순 없겠지만 손이 닿는 대로는 지키겠노라고. 내 가슴으로 낳은 딸을, 아들을, 지키겠노라고 굳게 맹세했다. 그리고 다행히 오늘은 성공한 모양이다. 들어오는 길에 목욕물 받아달라고 얘기를 해놨기에 이미 목욕물에 거품까지 풀어져있는 욕실로 리코를 데려갔다.
" 혼자 씻을 수 있죠? 저는 잠시 해야할 일이 있어서. 다 씻고 나오거든 말해요. "
미호는 욕실안에 리코를 넣어두곤 밖으로 나왔다. 마일리. 그 사람에게 부탁해야겠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 뿐이니까.
키아라는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의자에 몸을 기댔습니다. 푹신한 가죽 등받이가 몸을 받쳐주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요새 흉흉한 소문이 돌던데. 데미휴먼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화제를 돌립니다. 길을 지나던 중, 골목 어귀에서 슬쩍 엿들은 적이 있습니다. 암시장이 열리고 있고, 거기서 데미휴먼들도 거래가 된다고.
"걱정이야."
키아라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 걱정은 당연히 딸 마리아에 대한 것이었죠. 물론 마리아는 미호 소장님이 안전하게 지켜줄 테니 괜찮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 아닌가요. 또한 그 걱정은 암시장에서 무분별하게 팔려질 데미휴먼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시장은 맛있는 게 잔뜩 있는 거구나. 내일은 미호랑 같이 나갈 수 있겠네. 고개를 끄덕이는 리코의 목에서는 낮은 그르렁그르렁 소리가 울렸다. 어느 새 보호소에 도착했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 어쩐지 슬퍼 보이는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다른 건가? 잘 모르겠다. 리코는 금방 생각하는 걸 그만 두었다. 어차피 곧 욕실에 도착했기에 그만 둘 수밖에 없기도 했고. 따끈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거품이 가득한 욕조를 보고 리코는 꼬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저거 좋아, 푹신푹신하고 포근포근해.
“응, 혼자 할 수 있어. 알았어 미호.”
욕실 밖으로 나가는 미호에게 손을 흔든 리코는 일단 먼저 몸을 씻기로 했다. 깨끗하게 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빨리 거품으로 놀고 싶은 마음에 허둥지둥 옷을 벗어두고 재빨리 손부터 씻기 시작했다. 쇠 냄새가 신경 쓰이니 빨리 씻어내고 싶었다. 비누로 거품을 내서 깨끗하게 씻은 리코는 욕조에 들어가 거품으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손으로 첨벙첨벙, 다리로 첨벙첨벙.
목욕물이 서늘하게 식어버린 후에야 간신히 만족한 듯, 리코는 욕조 밖으로 나와 수건으로 물을 닦았다. 좋은 물놀이였다. 맨 처음의 몸을 씻는다는 목적에서 몇 미터 정도 빗겨나간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든 리코는 만족했다. 물놀이 후의 나른함을 느끼며 옷을 갈아입은 리코는 천천히 밖으로 나섰다.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온다. 졸려… 리코는 작게 중얼거리고 비틀비틀, 잠에 취해 걸었다.
미호는 오늘의 당직을 맡은 직원에게 말하고는 당직 고생해주세요. 하곤 고개를 살짝 숙였다. 욕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고개를 돌려보고는 이만 가볼게요. 다시 한 번 당직 고생해주세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날 부르고요. 그렇게 말한 미호는 리코에게 다가가 번쩍 들어올려 품에 안고는 잘 씻고 나왔나요? 하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일상생활에 입는 개량한복이 아닌 극세사로 이루어진 하늘하늘한 잠옷을 입고온 미호는 리코의 턱을 가만가만 살살 긁어주다가 많이 졸린가보네요. 하고 살풋 웃어보였다. 어릴때나 지금이나 씻고 나오면 개운해지고 나른해지는건 축복이에요. 개운한상태로 바로 잠들 수 있잖아요?
" 오늘은 같이 자는걸로 해요. 물론 리코는 혼자 잘 수 있겠지만 오늘은 제가 혼자 못자겠네요 "
같이 자줄래요? 미호는 그렇게 말하며 보호소의 마지막 층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생겨서는 안될 비상사태에 대응하려면 자신부터가 여기 있어야 한다. 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된 방이었고 바로 옆에는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었다. 굳이 리코와 함께 자려고 하는 것은 오늘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가 가장 올바른 정답이리라. 야밤에 그 광경에 대한 쇼크로 잠을 못 잘 수도 있고, 악몽을 꿀 수도있다. 최악의 경우 누군가가 몰래 잠입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면. 미호는 그런 상황을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무엇보다, 오늘은 가장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게 가장 안전할테니까.
" 자, 먼저 누워요. 저는 차 한잔 하고 잘테니까. "
오늘도 고생했어요. 오늘 하루도 잘 버텨준 리코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잘 자고, 좋은 꿈 꿔요. 미호는 리코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불을 껐다.
// 여-기까지 하는걸로 할게요! 리코 너무 귀여워서.. 원래 진행하려던 방향보다가 에잇 몰라! 나 하고싶은대로 할거야! 하고 방향 틀어서 힐링으로 돌려버렸읍니다..
키아라는 콜트로부터 메뉴판을 받아들고, 쭉 훑어보더니 그대로 종업원을 불러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합니다. 키아라는 커피가 반쯤 남은 잔을 바라보다 입을 엽니다.
"그렇지. 그런 쓰레기들은 모조리 잡아서 집어 처넣어야 되는데."
콜트의 말에는 키아라 역시 동의하는 바였습니다. 옛날부터 키아라는 데미휴먼의 인신매매라면 더욱 더 치를 떨곤 했습니다. 왜냐면... 키아라가 아는 어떤 사람도, 데미휴먼 인신매매 사업에 몸을 담고 있거든요. 키아라는 애써 기분나쁜 기억을 떨쳐냅니다. 도대체 이 갈등과 차별은 언제쯤 해소가 될까요? 그건 아마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키아라는 무심코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데미휴먼이라서 더 걱정이 되는군."
물론 지금은 보호소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지만요. 그리고 마리아는 키아라의 하나뿐인 소중한 딸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리지도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