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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좋지. 해가 쨍쨍하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잖아? 마치 세상에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듯 평화로워 보이고 만나는 이들마다 기분이 좋아보이고 모든것이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낮은 좋은거야. 모든게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선인인 것 마냥 돌아다니잖아?
그래서 난 밤이 더 좋아.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어두운 존재라고 부르는 우리들이 스물스물 땅 위로 올라오거든. 세상에 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구석구석, 골목골목마다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어둠이 내려앉고 만나는 이들마다 더러운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 마냥 표정을 보기도 힘들고 모두가 색깔을 잃었을 때 찾아오는 광기란.. 정말 최고야.
" 그렇지 않아? "
남자의 이름은 소넷. 소넷 유베리드. 유베리드 패밀리라는 마피아 조직이자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 유베리드였다. 머리를 꽁지머리로 묶은 소넷은 어두운 폐공장에서 제 앞에 네 명의 사람과 두 명의 데미휴먼을 무릎꿇려놓고는 손을 등뒤로 묶어놓았다. 손에는 항상 애용하는 황금도금된 권총을 들고있었고 여섯 명의 사람들은 입에 재갈을 문 채 무어라 말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넷은 황금도금된 그의 권총으로 제 머리를 긁적이다가 네 명의 사람의 머리에 대고 한 발씩 사이좋게 박아주고는 덜덜 떨고있는 데미휴먼을 보다가 실소를 뱉고는 제 뒤에 서 있던 조직원들에게 말했다.
" 보호소로 데려가. 오늘부터 새로운 가족이니까 "
비릿한 웃음을 짓는 소넷과 여전히 덜덜 떨고만 있는 데미휴먼, 차게 식어가는 네 구의 시체와 이 사람은 보스지만 최악이라는 듯한 눈길의 조직원들. 소넷은 오늘도 재산이 늘어났음을 기뻐하며 거리로 나섰다. 원래라면 조직원들을 대동하겠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며 혼자 나온것이다.
옷 안에는 금장도금된 권총이 들어있는 홀스터가 있었다. 직접 'Vendetta'라는 이름을 붙인 총을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날은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낸 그 크토니안의 머리에 마지막 한 발을 박아넣는데 사용하리라고 다짐한 소넷은 항상 몸에 총을 지니고 다녔다. 가슴쪽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이 좋았다. 주머니에서 고급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소넷은 후 - 하고 하얀 연기를 뱉어냈다. 코 끝에 걸려있는 고급 시가의 향은 언제 맡아도 향긋했고 밤을 즐기게 해주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중화제에 손을 대는 멍청한 것들까지 늘었다지만 자신은 절대 그런 싸구려에는 손을 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 돌아다니기엔 좋은 시간은 아닌데.-
문득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춰선 소넷은 고개를 돌리고 그 다음 몸을 돌렸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한테 하는 말?' 하고 대꾸하고는 재밌는 사람이네, 하고 키득키득 웃었다. 뚜벅뚜벅 하고 남자의 앞으로 다가온 소넷은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방탄헬멧에 우왓, 하고 조금 놀란 티를 보이고는 이런거 쓰고 다니면 목 부러질텐데? 하고 말하며 손 끝으로 톡톡 헬멧을 건드린다.
" 나 같은 사람한테는 돌아다니기 더 없이 좋은 시간이지 "
반갑네. 난 소넷 유베리드. 너희가 알고있는 유베리드 패밀리의 소장!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 소넷은 왼손은 입에 물고있는 시가로 가져가곤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무안하네, 하고 덧붙인 소넷은 내밀었던 손을 털며 다시 가져와 주머니에 꽂아넣었다. 다시 습 - 하고 시가를 빨아들인 소넷은 도발엔 도발로 대응한다는 듯 남자의 방탄헬멧에 후 - 하고 연기를 뱉어냈다. 코 끝에 걸려있던 달콤한 헤이즐넛향이 방탄헬멧을 타고 어깨로 내려와 땅으로 내려가며 사라졌다. 잠시간 방탄헬멧 너머의 눈을 바라보던 소넷은 좋은 눈을 가졌네. 하고 말하곤 다시 시가를 빨아들이고, 코 끝에 향을 건 다음 뱉어낸다. 보랏빛 달빛이 내려와 어깨에 앉았고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갔다.
" 돌아가라니, 내가 어디서 뭘 하던 그건 내 마음 아니야? "
자유야 자유~ 이 알파지구는 이렇게 어딘가 나사가 빠져 돌아가는 것 같더라도 개개인의 자유만큼은 보장해주거든. 봐봐, 심지어 데미휴먼마저도 야밤에 맘대로 돌아다니게 허락한다니까? 이니시에이터도, 나같은 보호소 소장이나 혹은 범죄자의 이름을 달고있는 사람이라도 전부 자유가 보장되는 이거야말로 유토피아 아니겠어?
소넷은 궤변이라면 궤변을 토해내고는 그래서 정말 악수 안해줄거야? 하고 다시 눈을 접어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마피아 조직의 보스였으니까. 아? 어쩌면 지금도 보스일지도? 아무튼, 그것들 때문에 방금 난 총소리하고 나랑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하는거잖아? 이야 - 형씨, 그거 나쁜 버릇이라고. 사람을 배경으로만 평가하는건 좋지 않는 버릇이야~ 직접 겪어보지 않았잖아? 나란 사람을 말이야. 내가 정말 선량한 보호소 소장이라면 어떻게 사과할 생각이야?
소넷은 그렇게 말하며 심심하던차에 잘됐네. 하고 덧붙이고는 콜트를 따라 폐공장으로 걸어갔다. 시간은 이미 꽤 지났다. 그 자리에 있던 조직원들도 멍청한 놈들은 아니기에 이미 현장은 깨끗하게 치웠을 것이고 데미휴먼은 보호소로 옮겨졌을 것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현장에서 이 남자는 뭐라고 할까,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