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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일인걸요. 미호는 예의 그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자신이 비서와 같이 데리고 다니는 고용인에게 말한 후 서류에 서명을 남겼다. 보호소의 시설물 개선과 다음 몇 개월을 위한 식량을 사는 일,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특식을 주문하는 것 까지 한 번에 결재를 마친 미호는 '산책이라도 다녀올까요' 하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문 밖으로 쨍 하고 햇빛이 날아들었고 유리를 깰 만큼 더운 날이었지만 보호소의 내부는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인 26'C보다 조금 더 낮은 24'C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덥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다.
" 아, 이것봐요. 찻잎이 섰어. "
본디 차를 마시기를 즐기는 미호는 이렇게 더운 날에 산책은 무리니 차라도 마시자 라며 비서와 함께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와 차를 내렸고 찻잔 가운데 서서 동동 떠다디는 찻잎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찻잎이 서면 멋진 방문자가 나타난다는데, 사실일까요' 하고 말하며 호록- 하고 차를 마셨다. 아마 지구에 있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차를 가장 잘 내릴 것이라고 자신하는 미호는 사무실의 CCTV로 보호소 내부를 슥 훑어보았다.
다들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미호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야행성인 동물의 인자를 받은 아이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고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은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하고있었다. 오늘도 보호소의 안전을 다시금 확인한 미호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로비의 CCTV를 보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이것 봐, 정말 멋진 손님이 도착했어. "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 미호는 예의 그 흰색과 분홍색이 예쁘게 조화를 이루는 개량한복을 입곤 로비로 내려가 손을 들어 보였다.
놀랐어요. 하고 말하는 미호는 항상 온화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하고 말하는 미호는 앞장서서 키아라를 이끌어가며 3층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가고 있었다. 올라가는 동안에도 오랜만이라며, 그 동안 뭐 하고 지냈냐며 안부를 묻는 것을 잊지 않은 미호는 올라가는 와중에 입을 열었다.
" 차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차 잘 내리는건 알파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알테니까. 하고 말한 미호는 소파에 키아라를 앉히고는 찻잔을 가져와 차를 내렸습니다. 달콤한 꿀의 향기와 송진향이 퍼지는 차를 가져온 미호는 '마리아요?'하고 응답하고는 자리에 찻잔을 내려놓았습니다. 호록, 하고 차를 마신 미호는 역시 언제나와 같은 맛이네요. 드세요, 송화밀수라는 차에요. 꿀물에 송화가루를 타서 만들었죠. 하고 말하고는 무릎에 양 손을 가지런히 올리곤 마리아.. 하고 이름은 곱씹더니 말을 이어갑니다.
" 잘 지내고 있어요. 아픈 곳도 없고 하루 세끼 잘 먹고 있죠. 다른 아이들과 트러블도 없고, 참 천사같은 아이에요. "
링크하고싶다는 이니시에이터가 둘인가 셋 찾아왔지만, 아이가 원치 않기에 돌려보냈죠. 하고 말하며 다시 호록, 하고 차를 마셨습니다.
오랜만에 본 미호 소장님은 키아라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곧 그녀는 미호를 따라 계단을 올라갑니다.
“감사합니다.”
소파에 앉은 키아라는 미호가 차를 내오자 눈을 휘어 접어 목례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마리아는 잘 지내는 모양입니다. 천사같은 아이라는 미호의 말엔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이가 원치 않았다라... 그거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링크하고 싶다는 이니시에이터가 있다는 말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리아는 아직 어린 나이인걸요. 12살밖에 되지 않은 딸이 벌써부터 가혹한 크토니안과의 전쟁에 투입되는 것은 키아라도 원치 않았습니다. 마리아도 아직은 세상이 무서운 모양이고요.
“그 아이, 중화제는 잘 맞고 있나요?”
키아라는 조심스럽게 미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마리아는 워낙에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기도 하니까요. 중화제는 꼬박꼬박 잘 투여받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말을 마친 키아라는 앞에 놓인 차를 들어 마십니다.
" 우리 보호소는 원래 그러니까요. 아이가 싫다고 하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보내지 않아요. "
그럼에도 계속 찾아온다면 정중히 거절하고, 그래도 또 찾아온다면 거절하고, 그리고 또 찾아온다면 그때는 여우도 발톱을 드러내겠지요? 하고 살풋 웃으며 손으로 입가를 가린 미호는 오늘도 언제나처럼 기품있고, 상냥하고, 온화한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니시에이터와 링크해서 싸우러 가는 길을 원치 않습니다. 정들었던 보호소를 떠나는 것도 싫을것이며, 크토니안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도 싫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니시에이터와 함께 떠난다는 것은, 그만큼 이니시에이터를 믿고 자신이 무언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 그리고 소중하게 여기는 모두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에서 나오는 행동인 것입니다. 적어도 미호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처음에 중화제를 놓을 때에는 애 좀 먹었죠. "
어찌나 울어대던지, 미호는 킥킥 웃으며 처음 마리아가 보호소에서 중화제를 맞던 날을 기억했습니다. 하다하다 안돼서 미호가 직접 중화제를 놔 준 몇 안돼는 아이 중에 하나였노라고 그 때를 회상하는 미호는 다시 호록, 하고 차를 마셨습니다.
" 지금은 잘 맞고 있어요. 다른 사람은 안돼고, 오직 제가 놔줘야 맞더군요. 꼭 안아주고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주면서 어르고 달래주면 돼요. 데미휴먼은 데미휴먼이 가장 잘 아니까요. "
차 더 드릴까요? 하고 말한 미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송화밀수'라고 하는 차가 담긴 포트를 가져왔습니다.
키아라는 돌아오는 미호의 대답에 안심했습니다. 데미휴먼은 데미휴먼이 가장 잘 안다는 말에는 그녀 역시 동감했습니다. 그러기에 마리아를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에 보낸 이유기도 하고요.
“잘 맞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생각해보니, 마리아가 처음 중화제를 맞을 때 얼마나 울고불고 난리를 쳤을까요? 그 자리에 없었지만서도 절로 그 광경이 상상이 갑니다.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며 차를 한 모금 들이킵니다. 은은한 송진 향과 달큰한 꿀의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차 더 드시겠냐는 미호의 말엔 “실례되지 않는다면요.”하며 대답합니다. 이내 키아라는 찻잔을 내려놓고 미호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니시에이터가 죽었다고 하네요. A지구 어딘가에서 한 번에 세 명인가, 네 명인가가. 뭐 때문에 죽었는지 뭐에 죽었는지도 밝혀진 게 없대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사건 현장을 봤는데, 검은 그림자가 담벽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대요. 어디까지나 소문이니까 너무 맹신할 건 못되지만요.
미호는 호록, 하고 다시 차를 마시고는 중화제 얘기가 나온 김에 조만간 자신도 중화제를 맞아둬야겠다는 잡생각을 띄웠다가 금세 잊고는 허공을 응시하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뭔가 생각날 듯 생각나지 않는다면서 관자놀을 꾹 누르던 미호는 한 가지가 더 있다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 아, 그리고 아웃월드를 잇는 창이 열리는 빈도가 점점 늘고있다고 하네요. 이 다음부터는 역시 소문이지만, 누군가가 일부러 창을 열고 있대요 "
뭘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흉흉한 세상이 아닐 수가 없네요. 미호는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에네드의 감사인사가 형식적이라는 것도, 악수를 하는 그가 꺼림칙한 마음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유페미아는 에네드를 보고 기특하다는듯이 웃는다. 아무래도 대학에서 가르치던 학생들이 겹쳐 보이는 모양이다.
"슈나우저 군, 반갑네. 오랜만에 젊은 사람들을 보니 좋구만."
이런 걸 연구하는 직업이 있냐는 말에는,
"암, 그렇다네. 당장 CPA만 해도 연구소가 있고, 지구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대학도 있는 걸."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만 "대학"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아무래도 씁쓸함이 묻어나오고 만다.
"힘든 세상이지만... 크토니안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인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니까 말일세."
"그것과 별개로... 멋지기도 하고 말이야!"
유페미아는 에네드가 들으면-아니, 대부분의 정상인이 들으면, 싫어할 것이 뻔한 '크토니안이 멋있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해버린다.
"여기, 이 개체만 해도 말일세, 여기, 이 초롱 모양의 촉수 보이나? 이런 형태의 촉수는 크토니안의 riode A-유전자가 발현됐다는 소릴세. A-유전자는 보통 크토니안화 한 뒤에도 몇 달은 지나야 발현되곤 하지. 그런데, 지금 이 개체는 크토니안화 하자마자 이 촉수가 났다는 점이지. 30년간 일하면서 본 경우 중 가장 빨라, 기념비적인 일이야! 그럼, 질문을 하나 내겠네. 왜 이 개체만 riode-A 유전자가 일찍 발현될 것일까? 그것은 선천적인 요인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이유일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슈나이저 군?"
그리고는 눈을 빛내며, 이 크토니안이 '멋진' 이유를 대학에 있던 학생에게 수업하듯이 속사포로 설명해내는 것이다.
//으아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에네드주..! 그리고 크토니안에 대해 멋대로 서술했는데 문제되는 점 있다면 바로 고치겠습니다..!
기특하다는듯 웃는 모습을 보고는 멋적어서 수첩을 바라보았다. 수첩안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여러가지 단어와 상황들이 적혀있었다. 이 글자들의 나열을 보니 조금은 마음에 안정감이 되돌아오는 듯 했다.
"그야말로 안경 쓴 엘리트들이 보이는 광경이겠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나서 곧 바로 집필과 아르바이트를 겸했으니 대학이랑은 거리가 먼 생활이었다보니 '대학' 이라는 말은 제법 흥미가 가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그것들을 조사하는 곳이니 세상에 내놓으라 하는 인재들이 노력하는게 틀림없다. 소설을 쓰는것은 인간의 생존에 그리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모양이라 그리 많이 팔리지않았다. 과거에는 그야말로 백만권이상이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던데 그야말로 도시전설과 다름이 없었다.
"??"
멋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잠시 얼이나간 표정을 짖다가 겨우겨우 눈 앞의 아줌마(혹은 이하생략)의 말에 대답한다.
"어어, 신진대사.. 대사량이 관여하고있는게 아닐까요."
그게 뭔데 씹덕아, 라는 말을 떠올리다가 말고 책에서 얼추 읽은듯한 지식을 리드미컬하고 난잡히 꺼낸 기분이었다. 그런 말을 해도 난 모른다고! 난 고졸이야! 엄청 유명한 소설가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