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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님의 물음은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흑호.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이야... 물론 흑호가 라온하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모두를 공격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로 인하여 자신 역시도 분노하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흑호를 온전히 미워할 수는 없었다. 적호도, 청호도, 모두. 모두들 각자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자신이 원해서 그러한 운명을 선택한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운명은 주어진 것. 그러니... 이해하고 싶었어요. 정말로,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다면, 그 죄를 사하여 '사랑'하고 싶었어요.
"......"
누리 님과 론, 둘 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 역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누리 님께서 기분이 나쁘실까, 싶어서 눈치만 보고 있던 중, 누리 님께서 이내 곧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이 느껴져, 한 박자 늦게 놀란 듯이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멍하니 누리 님을 바라보고 있자, 이내 곧 들려오는 누리 님의 말씀. 그 말씀을 가만히 듣다가 이내 곧 희미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아니예요, 누리 님. 저보다는 누리 님께서 훨씬 더 '신' 님이신 걸요. 지금만 하더라도 이렇게 저를 위해주시고 계신 걸요. ...네, 알겠습니다. 긴장 씨, 풀게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긴장감에 조금은 굳어있던 몸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었다.
"......누리 님의 마음도, 가온 님의 마음도,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어요. 흑호는 용서하기 힘든, 악한 일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언젠가. 언젠가, 정말로 죄를 뉘우친다면, 저는 혼자서라도 흑호를 용서해주고 싶어요. ...죄를 들어주고 용서해줄 누군가가 있다면, 은호 님과 누리 님의 '라온하제'가 조금 더 '모두'가 행복하게 즐거운 내일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래, 은호 님이나 백호 님처럼 한 때에는 악한 쪽에 있던 이들도 죄를 뉘우치고 반성을 한다면, '행복'해질 권리는 있을테니.
"하지만 나는 리스처럼 그렇게 용서를 하거나 할 수 없는걸. 결국 나는 나와 친한 이들이 아니면 그렇게 마음을 쓸 수 없어.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아직 미숙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스스로도 느끼거든. 난 아직 미숙한 신이라는 것을..."
언젠가 라온하제를 지배하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의 일을 할 수 없는 미숙한 신이었다. 물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2~3년 정도니까 미숙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신들을 바라보면 나도 하루 빨리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몸은 성장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정신적 성장일까? 언제쯤 나도 엄마처럼 멋지고 당당한 신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모두가 있는 이 라온하제를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너무나 길고 긴 시간이 내 앞에 펼쳐진 것 같아 그저 막막할 나름이었다.
하지만 그 막막함도 잠시. 리스가 헤실헤실 웃는 모습이 보였다. 내 꼬리는 그에 맞춰서 살랑살랑 흔들렸다. 바람에 흔들리듯 가볍게 살랑살랑. 그것은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내 나름의 버릇이었다. 이어지는 리스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완전히 결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결심이 안 설 수 있겠어?
"리스...."
이어 나는 리스가 그러는 것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리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여기로 부른 진짜 이유를 리스에게 이야기했다. 그것은..리스에게 있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나는 말이야. 아직 미숙해. 고위신이라고는 해도 엄마처럼 뛰어난 것도 아니고, 백호 언니나 가온이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솔직히...내가 이 땅의 지배자가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많이 배우고 많이 익혀야만 해. ...그렇기에 나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해. 그리고..난 리스가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꾸밈없이, 내가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부딪히기로 결심하고서 나는 나름대로 진지한 목소리를 내면서 리스의 눈동자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쉬면서 리스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엄마에겐 정말로 소중한 존재인 백호 언니가 있어. ...리스. 나에게 있어서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않을래? 우리 엄마와 백호 언니처럼, 나와 오랫동안 친구로서... 나의 옆에서 나를 도와주지 않을래? 너와 정말로 친한 친구로서, 나는 이 라온하제에서 지내고 싶어. 그 어떤 존재라도 용서할 수 있는 너이기에... 나는 앞으로도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친구로서 말이야. ...곤란하다면 이야기해 줘. 억지를 부리고 싶잔 않으니까. ...하지만 난 그런 리스이기에.. 내 옆에서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아니예요, 누리 님. 스스로를 미숙하다고 얘기하실 수 있다는 것부터가 누리 님께서는 미숙하신 '신' 님이 아니시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인 걸요. 반드시 용서만이 정답은 아니예요, 누리 님. 때로는 용서하지 않는 것 역시도 정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반드시 용서만이 답은 아니었다. 때로는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었으니. 하지만... 저에게는 이것이 가장 정답이었으니까요. ...어쩐지 조금은 성숙하게 성장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네?"
이내 자신의 이름을 불러오는 누리 님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 박자 늦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씀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서, 멍했던 표정이 점차 놀란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제... 가요...?"
은호 님에게 있어서 정말로 소중한 존재인 백호 님처럼. ...제, 제가... 누리 님께 있어서, 그러한 존재가요...? ......정말로 친한 친구.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린 표정이 조금은 슬프게 변했지만, 그러면서도 조용히 고민했다. ...제가... 정말로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한참을 쉽게 대답하지 못한 채 머뭇머뭇거리다가, 이내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야말로 정말로 미숙한 존재예요, 누리 님. 저는... 몸도 약하고, 힘도 없어요. 강하지도 않구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혼자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존재예요. ......하지만..."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누리 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곧 조용히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누리 님께서 그것을 원하신다면, 제가 그러길 원하신다면... 네, 그럴게요, 누리 님. ...누리 님에게 있어서, 앞으로도 친한 '친구'로서..."
내 제안을 들은 리스는 많이 놀란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까?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갑작스럽게 하는 제안이 아니었다. 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수많은 라온하제의 신들을 보았고, 나는 그 중에서 리스라는 존재에 더 눈이 갔다. 누구에게나 자상하고, 흑호 같은 존재에게도 용서를 하려고 하는 존재. 그런 존재이기에, 나는 리스와 더욱 친해지고, 엄마에게 있어서 백호 언니 같은 존재가 되어줬으면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유는 더 많긴 하지만...
"몸이 약하고 힘이 약하면 어때. 강하지 않으면 어때. 그렇게 따지면 나도 고위신이지만 많이 미숙한걸. 엄마에 비하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백호 언니처럼 능숙하지도 않고, 가온이처럼 한번에 여러 일을 다 하지도 못 해."
고위신이지만...고위신으로서는 아직 미숙한 존재. 그것이 바로 나다. 물론 엄마는 내가 아직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내가 성숙한 고위신이 되어 이 라온하제의 지배자로서 똑바로 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미숙하지 않다고 이야기해주는 리스이기에... 나는 더욱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곧 보이는 것은 부드러운 눈웃음이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가 그것을 원한다면, 자신이 그러길 원한다면 그러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듣고 싶은 답은...
"나는 그랬으면 좋겠어. 리스가 나의 친구로서, 백호 언니 같은 존재로서 나와 함께 인연을 쌓았으면 좋겠어. 하지만...그건 내가 바라는 거잖아. 리스는 어때? ...리스는 나의 친구가 되고 싶어? 언제까지나 깊은 우정을 쌓고 서로 돕고 돕는...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솔직하게 얘기해줘. ...나는 아직 미숙해서 잘 모르겠지만... 친구는 상대가 되기를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친구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기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그렇게 내 생각을 말하면서 나는 리스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 어떤 답이 나와도..받아들일 준비를 하면서...
누리 님께서 자신에게 말한 내용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그야, 누리 님께서 자신과 함께 은호 님과 백호 님 같은 관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실 줄은 몰랐으니까. 그것도, 누리 님은 고위신 님이시고...
"...하지만 누리 님께서는 아직 태어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까,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신' 님들께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보아오시니까요. 그러니까... 누리 님께서도 시간 씨가 충분히 지난다면, 은호 님만큼이나 멋진 고위신 님이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 정말로 대단하시지만요."
희미하게 웃으며 다시금 누리 님을 응원해드리려 했다. 그래, 누리 님께서는 아직 세상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많이 보지 못하셨을테니까. ...잔인한 자연의 세계라든가. 그러나 지금은 그것보다도, 누리 님의 제안이 자신에게 있어서는 훨씬 더 큰 충격과 놀라움이었다. 그렇기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누리 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누리 님께서는 그것에 대하여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씀을 조용히 들으면서 누리 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품에 안은 론을 더욱 꼬옥 끌어안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누리 님께서 바라는 것. 제가 바라는 것. ...이것들은 서로 다른 걸까요? ......저는... 저는... 대답은 쉽게 나오지 못했다. 생각과 마음의 주체가 '누리 님'이 아니라 '자신'이 된 이상, 자신의 혼란스러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사실... 정말로 솔직하게 대답하자면, 저는 혼란스러워요, 누리 님. 누군가는 저에게 '신' 님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저에게 '신' 님이 아니라고 해요. 그리고 누군가는 저에게 친절을 베풀어주고, 누군가는 저에게 공격을 가해와요. 그런 상황 속에서... 저는 제가 누구인지, 이 곳은 어디인지,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저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꿈과 환각, 그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으니. ...그러나...
"...하지만... 누리 님의 그 제안을 들어도 거부감이나 싫다... 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아요. ...오히려... 기뻐요. '행복'해요. 누리 님께서는 고위신 님이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 님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친구'... 는 서로 동등한 관계라고 저의 친구들이 저에게 알려주었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만약에 된다면... ...저도 누리 님과 '친구'... 가 되고 싶어요."
조용한 목소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떨리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것이 저의 '진심'. ...그러니... 부디 닿을 수 있기를. 용기를 내어 천천히 누리 님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 물음에 대한 리스의 답을 듣기 위해서 나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스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그것은 확고한 답이 아니라, 혼란스러워하는 그런 느낌의 말이었다. 인형을 꼬옥 안고서 복잡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리스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질문을 한 것은 나였으니까 나는 끝까지 리스의 말을 들을 의무가 있었다.
"...리스는 리스야. 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해."
그리고 그 말이 끝난 후에 내가 건넨 말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리스는 '신'이다.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리스는 신이다. 단지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지. 리스를 사랑하는 이도 있지만, 리스를 적대하고 공격하는 악신들도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곳은 어디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하는지..그 모든 것에 혼란을 느끼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진지하게 내 생각을 계속 이야기했다.
"여긴 리스가 살아가는 새로운 집이고 리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돼.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지는 당장 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나도... 그렇게 따지면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지 모르는걸. 단지...나는 모두와 함께 지내고 싶어. 모두가 즐거운 내일을 누렸으면 좋겠어. 그러니까..나도 모두와 함께 즐거운 내일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가는 거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이고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 그러니까 리스도...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돼. 리스는..신인지, 신이 아닌지를 떠나서..리스니까. 그리고 여긴...리스가 살아가는 집이야. ...리스가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진 모르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리스의 가족이야. ...나는 리스의 친구가 되고 싶은 이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신인지 아닌지는... 이제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지 마. 나는...누리. 그리고 리스는 리스야."
내가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리스의 두 손을 꼬옥 잡아주려고 했다. 거부감이나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리스를 바라보면서 생긋 웃으면서 리스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그 행복을 즐기면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여긴...리스도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즐거운 내일, 라온하제'야. ...어서 와. 리스. 이곳이 어디인지 느껴져? 여긴... 너의 집.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이 가득한... 모두가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축복받은 땅. 그래. '축복의 땅, 라온하제'야. 그리고..네가 바란다면... 나는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너도 내 친구가 되어줘. 우리 엄마에게 있어서 백호같은 존재가 되어줘. 나와 함께, 이 라온하제에서 지내줘. 친구로서... 끈끈한 인연으로서..."
자신의 혼란에, 누리 님께서는 조용히, 하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리스는 리스다. ...그것으로 정말로 충분한 걸까요? 정말로... 정말로... ...저는 '리스'가 맞는 걸까요...? 그 이름조차, 자신에게 있어서는 혼란이었다. 이름은 생명과 관계를 얻게 되는 최초의 연결고리. 나와 타인을 구분할 수 있는 지점. 그러나 '리스'는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이 아니던가.
누리 님께서는 모두와 함께 즐거운 내일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자신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제가 하고 싶은 것. 그것은... 그것은...
"......"
쉽게 대답이 나오지는 못 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직은 자신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다만... 자신의 두 손을 꼬옥 잡아주는 누리 님의 손의 온기를 느끼면서, 조용히 생각했다. 그리고 누리 님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멍한 눈동자였다.
"......라온하제."
멍한 눈동자였다. 하얀 안개가 흐릿하게 시야를 가리듯.
"......누리 님."
멍한 눈동자였다. 현실과 환각이 뒤섞이듯.
"......친구."
눈을 감았다. ......마음이 통한다면. 그 때에는...
"...네, 그럴게요.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서... ......누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헤실헤실 웃었다. ...호칭이 바뀌었다.
/ 음... 어쩐지 막레 분위기인 것 같아서 적당히 막레 주셔도 되고 더 이어나가셔도 되니 스레주께서 원하시는대로 하셔도 된답니다.
리스의 표정에서 멍함이 느껴졌다. 아마 지금 당장 받아들이긴 힘든 것일까. 그것을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미숙한 고위신이지만... 엄마에게 들은 것이 있다. 상대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나는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온이가 나를 위해서 해주는 말이더라도 나도 그렇게 너무 강요받는 느낌이 들면 기분이 나쁘니까. 그리고 그건 리스도 다를 바가 없을테니까.
"리스."
리스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멍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라온하제를 말하고, 내 이름을 말하고, 친구를 말하는 그런 리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조금도 눈길을 치우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장 모든 것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엄마와 백호 언니는 몇백년을 같이 지냈어. ...그러니까 리스도, 나와 그렇게 수백년을 친구로, 끈끈한 인연으로서 지내면서... 천천히 찾고 생각해도 돼. ...내가 옆에 있어줄게. 그러니까... 천천히 성장하자. 미숙한 나도, 그리고... 아직 모든 것을 정할 수 없는 리스도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면서 나는 리스가 나를 '누리'라고 부르는 것에 기분 좋게 웃으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리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나도 잘 부탁해. 리스. 내가 정말로 사귀고 싶었던...라온하제에서 찾은 소중한 친구."
그 말을 남기면서 나는 정말로 리스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리스가 웃는 것처럼...나 역시도 정말로 환하게 웃었다. 리스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와 함께 해줄...그런 정말로 착하고 자상한 신을 바라보며...
//음. 그러면 이렇게 막레를 드리겠습니다! 와! 리스가 드디어 누리를 누리라고 불러줬어요!! 누리에게 정말 귀여운 우플 친구가 생겼어요!! (야광봉)
>>969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그런 기적의 논리가...?! (동공지진) 물론 그 여우 악신 3총사는... 누무룩으로 퇴치가 안 되지만요! 그래도..확실한 것은 마지막에 리스가 용서를 해주겠다고 하는 것에 흑호가 가장 분노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랍니다!
>>971 약해보이는 이라기보다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것이 눈에 보여서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만큼 리스가 착하다는 거죠! 그래도 마파람은 딱히 분노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그냥 조금 당황스러울 뿐이었지. 하지만 흑호는...정말 제대로 자존심을 짓밟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낱 미물 같은 이가 자신을 용서니 뭐니 하는 것에 저게 뭔데 감히! 이런 느낌이랍니다! 그렇기에 둘은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