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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 모든 지역에 모든 일을 끝내고 난 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그 애는 떠들썩한 분위기의 거리를 기웃기웃거리다가 금방 지친 모양인지 나무 밑 그늘에 멈추어 섰습니다. 역시 그 애에게는 조금 적응이 되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 같았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과 달님이라도 그저 보고 싶어지는 날이었습니다.
그 애는 나무 밑 그늘에 털썩 주저앉아 무릎을 그러모아 두 팔로 감싸 안아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습니다. 땀도 한 방울 나지 않는데 왠지 땀을 닦아내고 싶어지는 날씨였습니다. 그 애는 마치 꼬리를 추욱 내린 강아지처럼 외로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끝이 찾아오는 법이다. 정말로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나는 신통술을 써서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신과 쥬스가 들어있는 통을 꺼내서 손에 전송했다. 이어 내 손에 잡혀있는 그 통의 뚜껑을 연 후에 나는 신과 쥬스를 벌컥벌컥 마셨다. 이 달콤한 맛은 정말 끊을래야 끊을 수 없었다. 직접 재배한 신선한 신과를 이용해서 만든 쥬스라서 그런지 더욱 신선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아무튼 적당히 신과 쥬스를 마시면서 산책을 하기 위해서 나는 그저 발길 닿는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앞으로 걷다보니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소아 씨의 모습이었다. 미리내의 관리자이자 이번 사태에서 정말 열심히 움직여줬던 신이 아니던가. 인사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 후에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안녕하십니까! 여기서 다 만나는군요. 소아 씨. 쉬시는 중이십니까?"
나무 그늘에 주저앉은 모습. 아무리 봐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쉰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머지 않아 뭔가 외로워하는 듯한 모습이 들어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 애는 인사를 걸어오는 가온님의 모습에 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살며시 일어났습니다. 땀은 안 나지만 그래도 더운 것은 더운 모양이라, 조금 지쳐있어 그 애의 파란 눈동자의 초점이 어딘가 어긋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애는 비틀비틀 가온님께 허리를 접어 인사한 후, 다시 나무 밑 그늘로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그것은 그 애도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던 것인지, 조금 놀란 것 같았습니다. 사실은 그렇게 힘없이 풀썩 주저앉을 생각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더워... 서... 요..."
그 애는 가온님의 물음에 시무룩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애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가온님께는 그 정도 대답만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야, 저기서 아직 축제처럼 떠들썩한 분위기에 그 애는 끼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는 게 그 애에겐 더욱 자존심을 갉아먹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거기다 정말로 어린애 같은 이유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 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무룩한 표정을 애써 지우며 가온님을 올려다보며 물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상태를 보아하니 뭔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 같았다. 눈동자의 초점이 어긋난 것 같기도 하고, 주저앉는 모습도 보통 위험해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 힘이 없고 쓰러질 것만 같은 그 모습에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멍하니 소아 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소아 씨가 왜 저렇게 힘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더위에 약한 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 신통술을 조금 사용하기로 했다.
"바, 바로 도와주겠습니다! 소아 씨! 하압!"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이 환하게 빛이 났고 소아 씨의 몸 주변에 푸른색 투명한 막이 펼쳐졌다. 그 막 안에 있는 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테니 이제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아 씨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그 푸른 막이 유지되는 한, 전혀 덥지 않고 시원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신통술로 만든 일종의 시원한 장벽입니다! 아무튼... 쉬는 중이냐고 물으면 쉬는 중입니다. 그리고 잠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소아 씨를 만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적였다. 그리고 나는 신통술을 써서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다른 신과 쥬스 캔을 내 손으로 전송한 후에 소아 씨에게 내밀었다.
멍하니 대답하던 그 애는 어벙하게 되물었다가 금방 시원해진 체온에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 애가 신기해하고 있을 때, 비로소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역시 아직은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 애는 가온님의 신통술이라는 것을 알자 얼른 몸을 일으켜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네! 네... 네에... 감사합니다... 정말로..!"
그 애는 횡설수설 감사인사를 전하다가 우물쭈물 거리며 가온님이 내민 신과 주스 캔을 보며 가온님의 눈치를 봤습니다. 과연 이런 것을 받아도 될는지, 너무 황송한 일은 아닌지 하는 걱정스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 애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우물쭈물 캔을 받고서 다시 감사 인사를 작게 웅얼거렸습니다.
"...감사...! 앗!"
갑자기 그 애는 깜짝 놀란 듯 파란 눈을 커다랗게 떴습니다. 어쩐지 주스 캔을 툭, 떨구고서 언젠가 본 적 있는 장면을 연출해냈습니다. 과연, 그때보다는 낮은 강도이긴 했습니다. 그 애는 가온님의 허벅지를 붙잡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습니다. 애처롭기 그지없는 어린애의 몸짓이었습니다.
"머... 머리... 머리에..."
그 애는 문장이 채 되지 못한 말을 내뱉으며, 여전히 몸을 덜덜 떨면서도 얼음이 된 채였습니다. 역시 이렇게 좋은 날씨의 나무 밑 그늘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 애의 잿빛 머리 위로 갈색의 통통한데다 다리가 많은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괜히 은호님의 보좌가 아니다. 나름대로 신통술에는 자신이 있었다. 이 정도 신통술은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기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정말 가볍게 손을 털면서 나는 내 몫의 쥬스를 벌컥벌컥 마셨다. 달콤한 과즙의 맛이 보통 달콤한 것이 아니었다. 만족스럽게 엄지를 척 올리면서 나는 소아 씨에게 어서 먹어보라는 듯이 눈빛을 보냈다.
소아 씨는 캔을 받아들였고 나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하지만 갑자기 놀라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 허벅지를 붙잡고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멍하니 소아 씨를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십니까?!"
일단 진정을 시키기 위해서 나는 소아 씨를 토닥여주려고 했다. 그러던 도중, 머리라는 말에 자연히 나는 고개를 들어 소아 씨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거기에 있는 거은 다름 아닌 지네였다. 그 지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나는 가볍게 손가라을 이용해서 지네를 퉁 튕겨냈다. 아주 깔끔하게 지네를 치워버리면서 나는 소아 씨를 바라보면서 다시 토닥여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