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흑호는 소아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강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손에 거대한 검은색 구체를 생성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은호는 작게 혀를 차면서 모두에게 주의를 주듯이 이야기를 했다.
"다들 조심하도록 하라. 아무리 힘이 강해졌다고 해도, 흑호 영감은...인정하기 싫지만 나와 비슷한 정도의 힘을 가진 이니라. 방심하지 말지어다."
뒤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올려 폭포 위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 라온하제의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성스러운 수정이 있었다. 그 수정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흑호와 정면으로 맞서려고 하지 말지어다. 잘못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니겠느냐.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저 폭포 위쪽으로 올라가면 수정이 있느니라. 이곳의 결계가 깨지면서 그 수정도 힘을 잃었을 것이다. 그 수정에 너희들의 신통술을 부여해서 수정을 깨워줄 수 있겠느냐. 그러면 라온하제에 다시 결계가 확실하게 쳐질 것이니라. 하지만 저 흑호도 그것을 가만히 보지는 않겠지. 모두가 힘을 합쳐서 흑호를 막으면서 수정으로 가서 수정을 다시 깨우는 것이니라."
"...알겠습니다!"
"응! 알겠어! 엄마!"
"이번에는 확실하게 은호 님의 편으로 있도록 할게요. 후훗."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흑호는 검은색 구체를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주변의 폭포수마저 빨아들일 정도로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구체는 점점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은호는 앞으로 달려가면서 그 구체를 꾸욱 손으로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맞잡은 손에서 검붉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말을 못하게 하니까 끼리끼리 다닐 수 밖에 없는 거야.." 너무해라. 라고 말하면서 아. 그래 그런 방식으로밖에 못 사니까 시커먼 검댕이라고 불리는거야. 흑호란 이름도 아까워. 라고 말하는 아사가 팔짱을 끼면서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을 얼마나 짓걸이든 간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게. 라나요?
"그러니까." 저 수정에 부여해서 결계를 살려내는 것이 목표인 거려나.
"가야지. 흑호에게 한 번 먹여줘도 좋잖아?" 어쩐지 기분이 나빠. 라고 말하면서 검댕묻은 것 같은 애에 파랑이랑 빨강 페인트칠 당한 애에...이제 황호랑 녹호가 나오면 여우레인저 결성할 것도 아니고. 라고 느릿느릿하게 말하지만 발걸음은 빠르겠군요. 소아와 리스와 누리와 가온을 보면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버프를 걸어주려 합니다.
그 애는 닥치라는 흑호 영감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어린애한테 닥치라니, 나이를 헛먹은 게 분명합니다. 그 애는 차분하고 조용히 주변을 관망하면서도 은호님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서 푸릇한 눈동자로 소리 없이 목표지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흑호를 조심하면서 방심하지 말고 타이밍을 찾았습니다.
검은색 구체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다가오고 있을 때, 그 애의 신통술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황룡의 힘을 받은 지금의 그 애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를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누구도 흉내를 내지 못하는 점프력도 무시는 못 할 겁니다. 그 애는 흑호의 움직임을 주의하면서도 가공할 속도를 내며 은호님이 말한 폭포 위 수정 구슬까지 내달리려고 했습니다.
"......" [뭐라는 거야. 닥치긴 누가 닥쳐? 진짜 닥칠 사람이 누구인데.] 무감정한 무표정은 미동 없이 흑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희미하게 비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 시위는 강화된 신통력의 힘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는 듯이 힘이 흘러넘쳤다. 평소와는 정말로 다른 모습.
그러나 흑호의 거대한 검은색 구체를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을 퍼부으려던 몸짓은, 이어지는 은호의 말씀에 멈칫, 했다. 그리고 눈동자만 움직여 은호를 흘끗, 바라보았다.
"......" [......]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 그러나 은호가 흑호의 구체 공격을 손으로 잡아 막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무표정이 순간 움찔, 했다. 또한 자신에게도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버프가 걸리자, 그것을 걸어주는 아사를 보고서도 무표정이 순간 움찔, 하고 반응을 보였다.
"......" [......칫.] 순식간에 겨누었던 활을 없앴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 중에서도 가장 빠른 동작으로 날개를 펼치고 폭포 위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수정 쪽으로 순식간에 다가가서는, 한 손을 뻗어 수정에 대려고 했다. 그리고 그대로 신통력을 수정 안으로 넣어서 수정을 깨워, 라온하제에 결계를 치려고 했다.
은호가 구체를 막아내는 도중에 아사는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주었고 소아는 빠르게 점프로 뛰어올랐고 리스는 단번에 날개를 펼쳐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모두들 수정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정말로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을 수정은 그 힘을 잃고 검게 물들어버린 상태였다. 리스는 손을 뻗어서 신통력을 수정으로 주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 혼자만의 신통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모양이었다. 사신과 황룡의 신통력까지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수정을 깨우려면 아직 부족한 것일까?
"그렇게 둘 거라고 생각하느냐!!"
은호에게 다시 한 번 더 구체를 발사한 후에 흑호는 단번에 빠르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수정의 부근으로 검은색 번개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백호가 뛰어올랐고, 단번에 결계를 강하게 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백호는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자. 여기서부턴 이 누나, 혹은 언니가 막아볼테니까 다들 어서 부탁해!"
그런 백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온과 누리는 각각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리 역시 수정 위에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가온은 수정의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와 동시에 가온과 수정 사이에 무언가 희미한 선이 생겼다. 어쩌면 들은 사람을 기억을 할지도 모른다. 이곳의 수정은 가온과 링크가 되어있다고. 아마도 그 연결된 선이 지금 다시 생성된 모양이었다.
"모두들, 수정에 손을 올리고 신통술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 힘을 저와 링크를 시키겠습니다! 그러면 이전처럼 결계가 처지고, 제 목숨과 연결이 될 겁니다. 결계가 정말로 엄청난 힘으로 강제로 깨지지 않는 이상, 제 목숨이 붙어있는 한 결계는 언제나 이어질겁니다. 이전처럼 말입니다!"
가온이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누리가 모두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가 이야기를 했다.
"자..모두들 빨리..!"
모두가 각각 수정 위에 손을 올리면 아마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이 땅을 지키기 위한 결계를 만들던 수정의 의지, 혹은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ㅡ그 강대한 신통력을 나에게 주입하면 너희들은 그만큼 그 강해진 신통력을 잃게 될 것이다.
"욕심은 나지." "강한 신통력과 그에 수반되는 것들..." 근데. 그런 게 있다는 걸 안 이상 내가 갖고 싶어졌거든. 그냥 부여받는 건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든단 말이지. 그러니까 스스로 얻어낼 거야. 라고 말하며 포기라니. 지금 그래.. 수정 너한테 넘겨주는 것 뿐이지 그런 것을 포기한 적은 없어. 라고 말하면서 그걸 포기한다는 각오라고 네가 부른다면 맞춰주지. 가져가라고. 라고 짧게 말하며 주입하려 합니다.
폭포 위 수정으로 다가온 그 애는 원래 그 애가 가지고 있었던 힘보다 강력해진 힘에 조금 놀란 듯 보였습니다. 그 애는 조금 드물게도, 청명한 눈동자를 커다랗게 떠버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놀라서 어디론 가로 도망가버리진 않았습니다. 그 애는 잠시 멍하니 있던 정신을 추스르고서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리스님을 도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도우려 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흑호의 검은 번개가 날아들어 오려고 했습니다. 그에 대해 다시 제정신을 찾은 백호가 돕기 시작하자 어느 정도 사태파악을 한 그 애는 리스님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가온님과 수정은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애는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선 수정 위로 손을 가져다 대려 했습니다. 그러나 또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 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목소리가 들리든 말든 손을 수정 위로 올렸습니다.
그 애는 더는 방해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자신의 신통술 이상의 것은 필요치 않았습니다. 힘으로 세계정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모를까, 그 애는 평범한 생활이 좋았습니다. 그 애는 수정으로, 가온님에게로, 신통술을 흘려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검게 변해버린 수정에 손을 대고 힘을 주입해보지만, 역시 자신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듯 싶었다. 그에 무표정했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는 듯 싶었다. 그리고 소아가 자신을 도우려하자 다시금 무감정했던 표정과 행동 역시 잠시 움찔, 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흑호의 공격을 눈치채고 곧바로 받아쳐내 버리려고 했을 바로 그 순간, 백호가 결계를 치는 것을 보며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 [......] 그리고 이내 곧 똑같이 수정에 손을 대는 누리와 가온. 이어지는 가온의 말을 듣고 나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표정이 잠시 움찔, 했을 뿐. 하지만... 이내 곧 들려오는 또다른 목소리. 누군지 모를 그 낯선 목소리에도 전혀 놀라거나 하는 기색 따윈 없이,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 [...어차피 원래 내 것도 아니던 힘이잖아. 난 '신'의 힘 따위에는 관심 없어. ...그렇지만.] 수정에 갖다대었던 한 손이, 천천히 두 손으로 바뀌었다. 다른 한 손 역시 수정에 가져다 대었기에. 언제나와 같이, 공손한 두 손으로. 평소와도 같은 모습과, 분위기로. 무표정했던 표정은 간 데 없이, 굳은 결심이 빛나는 두 눈동자가 강한 의지를 비추는 바뀐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저는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어요. 그 '신' 님들께서는 저희들을, 저를 믿으시고 이 힘 씨를 빌려주셨어요. 그리고... 약속했어요. 맹세했어요. '신' 님께. 반드시, 반드시, 라온하제를 지키겠다고. ...그러니...]
잠시 숨을 고르며 텔레파시를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수정에 갖다 댄 두 손에 더욱더 힘을 주어, 신통력을 전부 다 쏟아넣으려고 했다.
모두의 말이 끝나자 다시 한 번 의문의 목소리가 조용히 모두의 머릿속에 울렸다. 그와 동시에 정말로 엄청난 기세로 신통력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모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몸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누리는 정말로 힘겹게 겨우 버티는 중이었고 가온 역시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움찔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신과 황룡의 신통력이 포함된 강력한 힘을 제어하는 것은 조금 힘든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순간, 결계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백호는 힘없이 땅에 널부러졌다. 물론 그렇다고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흑호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한 모양이었다.
"으으...."
"신통력이 좀 더 강해졌다고 해서, 너희같은 것들이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더냐?! 건방을 떠는 것도 정도가 있느니라!!"
"그럼 모두가 함께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어 하늘을 향해 검은색 구체 두 개가 날아올랐고 그것은 서로 부딪치며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내 은호가 하늘을 날아올라 단번에 모두의 근처, 정확히는 백호의 옆에 멈춰섰다. 그리고 백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일어나거라. 백호. 고작 그 정도에 쓰러질 네가 아닐터다."
"...정말...은호 님.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거 아닌가요?"
"너는 나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탄생한 나의 동생이다. 그런 너이기에 알고 있느니라. 너는 고작 그 정도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렇지요. 은호 님에게 맹세한 것도 있고, 은호 님의 편으로 항상 함께 하기로 했는데...여기서 쓰러질 순 없지요."
이어 백호는 옷을 털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아직은 괜찮다는 듯, 몸을 풀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강하게 결계를 쳤고, 은호는 그 뒤에서 그 힘을 증폭시켰다. 그와 동시에 흑호가 쏜 검은색 구체가 다시 한 번 결계에 충돌했고 그 강한 후폭풍은 수정 근처까지 미쳤다. 정말로 강하고 강력한 폭풍. 그것은 모두를 날려버리기에도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뒤에서 지탱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다솜의 고양이 모녀를 포함한 신들, 아라에서 만난 너굴맨을 포함한 신들, 가리에서 만난 샤베르를 포함한 신들, 미리내에서 만난 괴도 마파람을 포함한 신들. 그리고...
ㅡ모두들 포기하지 마. 영혼뿐인 존재라고 할 지라도, 응원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마루..?" (주 - 200일 극장판에서 나온 가온이의 동생이랍니다. 현 시점에선 이미 오래 전에 죽은 늑대지만, 청호의 계략으로 인해 악신으로 부활해서 가온을 몰아붙인 전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해방되었어요.)
이어 어딘가에서 늑대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투명한 상태로 이전에도 본 적이 있던 늑대 무리들이 제각각 뒤에서 모두를 몸으로 받쳐주고 있었다.
"...모두들...."
그 모든 모습을 바라보면서 누리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소리를 치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그 애는 이번에도 보기 드물게 눈을 찌푸렸습니다. 그 애는 역시 어떤 말이든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며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 애는 물러서지 않을 모양이었습니다. 그 애는 빨그란 입술을 이로 꽈악 물고서 작은 맨발에 힘을 꾸욱 주었습니다. 혹여 여기서 입술이 터진다고 하더라도 그 애는 멈추지 않을 기세였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흑호와 은호님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그 애는 마른행주에서 물기를 짜듯 신통술을 짜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수정 근처로 온 강력한 폭풍에 그 애는 결국 뒤로 조금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그 애는 가쁜 숨을 천천히 내뱉고 터져 나온 입술의 핏자국을 흰 티에 박박 닦아내고서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각의 지역에서 도움을 주러 온 다른 신들과 가온님의 동생이라고 하는 오래된 영혼이 든든하게 등 뒤를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처음 맺어진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았기에,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이어지길 소망했기에, 누리님의 말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 애는 마지막 남은 신통술마저도 모두 쏟아붓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습니다.
순식간에 몸에서 신통력이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자신도 모르게 비틀, 거리며 바닥에 쓰러질 뻔 했지만, 간신히 버텨내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와 팔. 그러나 수정에 갖다 댄 두 손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신통력을 불어넣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최대한 버텨내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들려오는, 결계가 깨지는 소리. 그에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돌려보자 쓰러진 백호 님의 모습이 보였고, 그에 깜짝 놀라 달려갈 뻔 했지만, 수정에 신통력을 불어넣느라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럴 힘조차도 빠져나가고 있었으니.
그러나 다행히 이내 곧 나타나신 은호 님, 그리고 고양이 모녀 씨들, 너굴맨 님, 샤베르 님, 마파람 님과 수많은 '신' 님들. 거기에 마루 님과 늑대 씨들도 나타나 다 같이 힘을 모아 결계를 지탱해주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늑대 씨들의 울음소리마저,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오히려... ...그 감사함에 힘이 넘쳐흐르는 느낌.
누리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고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버텨내었다. 멍했던 눈매는 간 데 없이, 강한 의지로 가득한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수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수정에 댄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모든 신통력마저 전부 다 주겠다는 듯이.
"-!!"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두 눈을 질끈 감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었다.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모두가 서로를 지탱하는 모습. 그것은 단단한 인연으로 맺어진 그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인연은 어쩌면 정말로 가느다랄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의 경우는 정말로 두꺼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넘어지지 않게 지탱하는 그 모습은 흑호의 맹공에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흑호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연약한 것들이, 하찮은 것들이...몇이 모인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모르겠느냐! 흑호 영감!!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결국 혼자서는 다수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을터다! 그것이 바로 인연의 힘이니라. 네가 그토록 끊고 싶어하는 그 인연의 힘은 너조차도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것이니라!!"
"한때 끊어질 뻔한 인연이라고 하더라도...모두가 있기에 되찾을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까...이젠 더 잃지 않을 거예요. 모두가, 라온하제를 생각하는 모두가 있으니까!"
이어 은호와 백호의 구슬이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결계가 점차적으로 앞으로 밀고가기 시작 했고 단번에 흑호를 밀어버리는데 성공했다. 그 때문에 흑호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몸을 비틀거렸다. 그와 동시에 은호는 모두를 향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면서 자신의 힘 또한 수정으로 부여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그 순간이었다. 수정의 검은 빛이 곧 투명한 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연보라색 빛을 쏘았다. 그것은 분명한 비나리의 색이었다. 다른 지역에서처럼 그 연보라색 빛은 땅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그리고 주변의 황폐한 모습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바꾸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아름답게 폭포에서 무지개가 피어올랐고, 저 멀리 보이는 신과 과수원의 나무들도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땅의 풀들도 다시 원래의 녹색 빛으로 아름답게 자라나기 시작했고, 폭포는 다시 힘차게 떨어지며 경쾌한 소리를 만들었다.
이어 비나리의 주변에 결계가 새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계는 다른 지역의 결계와 하나가 되어 정말로 아름다운 무지개색으로 반짝이다가 투명한 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결계가 펼쳐짐에 따라 흑호는 괴로워하면서 몸을 비틀거리면서 모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인연의 힘... 그런 것을...그런 것을...인정할 것 같으냐! 나는...절연의 여우, 흑호. 그런 힘 따위는...얼마든지...얼마든지..크어어억...!"
결계 속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는지 흑호는 몸을 비틀거리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이내 그 몸에서 검은색 연기가 치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약해지는 것인지 흑호는 곧 한쪽 무릎을 꿇고 모두를 노려보았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흑호의 목소리 따위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상태로는,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신통력과 기력에 정신을 놓고 쓰러지지 않게 버티는 것만으로도 고작이었으니. 하지만 그 말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하나 쯤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신 들려오는, 은호 님과 백호 님의 목소리. 그리고 은호 님의 힘이 수정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수정이 투명하게 바뀌어 하늘을 향해 연보라색의 빛을 쏘기 시작했다. 그에 비틀거리면서 멍하니 하늘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한 시야 속에 보이는, 무지개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생명들. 또한 비나리의 결계 역시 새로 펼쳐지며 모든 결계들이 하나가 되어 무지개 색이 되는 것을 최대한 정신을 붙잡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들려오기 시작하는 흑호의 괴로운 목소리. 그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흑호를 바라보았다. 멍하거나, 차가운 무표정이 아닌, 조금은 슬픈 듯한 표정으로. 그대로 조용히 흑호를 바라보다가, 한참만에야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자신의 옆에 기대어 앉아있는 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죄를 뉘우치시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렇게 괴로울 거예요, 흑호. '신' 님들께 죄를 고하시고, 용서를 구하셔야 해요. ...인연을 느끼지 못하는 당신이, 그것의 따스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절연'이라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신 당신이... 불쌍해요. 안쓰러워요."
조용한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진심이 가득했다. 마지막임을 감지한 것일까.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서로 다른 색의 이질적인 두 눈동자가, 곧게 서 있는 자세가, 하늘하늘한 흰 색 옷이, 그 모든 것들이 진정한 '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그렇게도 찾아다니던, 그렇게도 기도를 올리던,
자신의 '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마지막으로 당신의 죄를 들어드리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해보십시오. 당신이 죄를 고하고 진정으로 뉘우치신다면, 당신의 죄를 사하여 나는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지금이다! 라는 은호님의 한마디에 그 애도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온 힘을 기울인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곧 수정은 검은빛은 투명한 빛으로 바뀌었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듯 쏘아졌습니다. 비나리의 색이 아름답게 땅으로 쏟아지면, 어둡고 생명이라곤 흔적도 없어 보일 정도로 황폐했던 비나리의 모습도 다른 지역처럼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마지막, 비나리의 결계가 점차 넓어지고 다른 지역의 결계와 하나가 되어 예쁜 무지갯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그 애는 잠시 넋을 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작은 몸으로 힘겹게 목을 쭈욱 빼고 하늘을 보았습니다. 나중엔 투명한 빛으로 바뀌었으나, 아름다운 결계의 색이었습니다.
그 애는 흑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비틀비틀하며 괴로워하는 노인의 모습은 꽤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래도 그 애는 굴하지 않고 경계했습니다. 잠깐의 방심은 결국 큰 손실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애는 점점 약해지며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만 흑호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신'들의 모습을 보고서도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시나요? 당신은'이런 것'을 결국 인정해야 할 거예요."
>>83 ㅋㅋㅋㅋㅋ아사는 무려 전설이군요! 갓 마피아에 들어간 리스가 마피아 내에 전해지는 전설을 듣고, 그 정체는 전혀 모른 채 아사에게 이런 전설을 들었는데 너무 멋지다고, 존경스럽다고, 한 번 뵙고 싶다고, 막 눈을 반짝이며 찬양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무려 마피아 계에 살아있는 전설...! 멋져요! XD 왠지 아사는 화려한 말발로 인하여 외교술과 협상의 천재 같은 느낌도 드네요! :D
>>84 그래도 그것도 귀엽고 멋진 걸요! XD 오오...! 4대천왕...! 멋져요! 소아는 간부 급 마피아였군요! :D 그런데...ㅋㅋㅋㅋㅋ 저도 웃어버렸어요!ㅋㅋㅋㅋ 리스도 늠름하게 받아줘야 하는데...!
"당신의 패배에요. 흑호. 당신이 인정하지 않아도 분명히 인연의 힘은 있어요! 그리고 그 인연이 '절연'을 이겨냈단 말이에요!"
"누리 님의 말대로입니다! 결국, 당신은 인연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의 인연이 바로 그 증거지 않습니까!"
모두의 말이 끝나자 누리와 가온이 각각 흑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흑호는 그 모든 말을 들으면서 비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인연의 힘? 그런 것은 결국 조금만 손을 대도 끊어지기 마련이지. 만약 인연이 영원하다고 한다면 어째서 이 세상에 배신이라는 것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지? 내가 인연의 힘을 무서워 해? 나의 죄? 용서? 건방 떨지 마라. 내가 그런 것을 무서워하고 나의 행동을 죄라고 생각할 줄 아느냐! 진정으로 뉘우쳐?! 용서?! 무슨 권리로 그 따위 말을 하는 것이냐!! 인정? 크크크큭..인정할 것 같으냐. 이...악신, 흑호 님이 인정할 것 같으냐!!"
이어 흑호는 자신의 신통술을 발동시켰다. 아무래도 지금 이 자리에서 후퇴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여기에 더 있어봐야 자신의 몸이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한 것일까?
"또 다시 찾아오겠다. 그때까지 그 얄팍한 인연이라는 것을 믿으면서.. 언젠가 찾아올 절망에 굴해라..나약한 것들아..."
이어 강한 돌풍이 불어왔고 그 돌풍은 흑호의 몸을 감쌌다. 검은 연기를 내뿜던 흑호의 모습은 곧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무래도 여기서 완전히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은호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내비쳤다.
"흑호의 힘이 사라졌느니라. 여기서 완전히 물러선 것이겠지. 모두들...정말 고생이 많았다. 라온하제를 지켜줘서..고맙구나."
"...응! 모두의 덕분이야!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 다들 너무 고마워!!"
이어 누리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두 손을 모으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리고 모두의 품으로 달려들어 와락 모두를 최대한 안으려고 하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