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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샤베르 님의 물음에는 그저 어색하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마치 대답을 피하려는 것처럼. 그 대신 물병 2개를 더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을 나눠드리려면... 잠시 물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구슬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신통력을 사용하여 물병들을 누리 님과 가온 님께 하나씩 보내드리려 했다. [다양한 신통력을 사용해보니 기분이 어때?] "......"
아무튼 이제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할 시간. 론을 품에 꽈악 끌어안은 채,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소아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아사 님께 업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으니까. 아사 님께 감사와 죄송스러운 마음을 동시에 품고, 그렇게라도 산 정상에 올라가려고 했다.
/ 죄송합니다...! 이 앞에는 미리 써놨는데 다른 일 좀 하라고 하셔서 하느라 그만...ㅠㅠㅠㅠ
일단 누리와 가온이에게는 연락을 마치고 물병도 전송을 한 후에 리스는 아사의 등 위에 올라탔다. 이어 아사의 비행이 시작되었고 정말 힘들지 않게 산 정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산 정상은 정말로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분명히 하늘 위에 먹구름은 끼어있긴 했지만,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통 조용하고 고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내 산 정상 부근에서 정말로 거대한 석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거대한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그 앞의 제단에 구슬을 꽂는 듯한 부분이 보였다. 착지를 하는 그 순간까지 딱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정말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 그 자체였다. 정말로 이 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일단 누리와 가온이 올라오려면 아직 조금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가온이 막 보낸 텔레파시에 의하면 그러했다.
ㅡ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10분 정도 후에 정상으로 갈 듯 하니, 그때 만나도록 합시다!
10분. 적어도 그때가 아니면 누리도 가온도 여기에 도달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니 탐사를 해도 좋고, 조금 쉬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전히 하늘 위에는 먹구름이 끼어있었고, 번개가 간간히 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정말로 강렬한 신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대체 그 신의 기운은 무엇인걸까?
1차적 방어막을 아사가 깔아주고 리스는 그 안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딱히 크게 보이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아...하아..."
"누리님!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머지 않아 가온이와 누리의 모습이 모두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격하게 먹구름에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검은색 번개가 연속으로 여기저기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아사의 결계가 있기는 했지만, 그 결계조차도 쉽사리 금이 갈 정도로 그것은 어마무시한 힘이었다.
ㅡ청호의 보고는 아주 잘 들었다. 이곳에 잠들어있는 신을 깨울 생각인 모양이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그것은 틀림없는 적호의 목소리였다. 이어 번개가 떨어지면서 석상 앞에 붉은색 여우, 적호의 모습이 드러났다. 피식 웃는 모습이 참으로 잔혹하기 그지 없어보이는 그는 모두를 바라보며 비웃음소리를 냈고 가온과 누리는 크게 놀라서 적호를 바라보았다.
"적호!!"
"당신이...!!"
"그거야 나도 신의 힘 정도는 읽을 수 있으니 말이지. 아무래도 이 석상이 그 백호라는 녀석인 모양이지. 그럼 부숴버리면 그만이지 않겠나?"
이어 적호는 손에 붉은색 번개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박살내버릴 생각인지 그대로 발사하려고 했다. 만약 그것이 발사된다면 석상은 정말로 손쉽게 산산조각 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야. 빨강아." 머리 속에 든 덩어리가 보통 오물덩어리가 울면서 제가 수련을 더 하고 와야 동급으로 더러워지겠다며 내뺄 생각을 할 정도라서 그런 식으로 하고 있어? 라고 덤덤하게 말하면서 석상을 보호하려고.. 어.. 공격해야하나. 방어막을 쳐야 하나. 일단은 방어를 굳히려 합니다.
"일단 네 머리 속에 든 게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오물덩어리라서 내가 특강을 해줘도 알아들을 수 있을지나 모르는데." 내 특강은 비싸 빨강아. 라고 말하며 얌전히 물러나. 라고 말하려 합니다.
"여기저기 부숴버리기 전에." "할 거면 클라이막스에 해야지" 음. 죽이지 않는 선에서 여우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만한 곳이 어디지? 라고 태연히 말하며 가죽을 싹싹 하면 되나? 라고 말하는 와중에도 석상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누리 님과 가온 님께서 무사히 나타나신 것에 대하여 안도하기도 잠시, 이내 곧 검은색 번개가 여기저기 내려치기 시작하자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적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래로 푸욱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다시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차가운 무표정한 얼굴이 드러났다.
"......" [또 너냐? 이 지긋지긋한 녀석.] 적호가 손에 붉은색 번개를 모으기 시작하자, 한 손을 들어 적호에게로 뻗었다. 그리고 서서히 빛나기 시작하는 구슬. "......" [네 맘대로 날뛰게 둘 것 같으냐. 가소로운 것. 끝없는 안개 속에 갇혀있거라.] 환각 능력을 사용하여 적호의 눈 앞을 안개로 뒤덮어, 적호를 당황시켜 석상의 위치를 향한 조준점을 교란시키려 했다. 그리고 동시에 활 시위를 당겨 화살을 적호의 손으로 겨누었다. 붉은색 번개를 모으고 있는 그 손을 향해. 유일하게 보이는 한 쪽 눈에서 위압감 넘치는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 [꺼져.] 그리고 망설임 없이 시위를 놓으려 했다. 화살이 일직선을 그리려 정확히, 빠르게 적호의 손을 공격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여러 개의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기곤 적호만을 향해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아사가 방어를 더 굳히려 하는 동안 자신은 공격을 하는 게 더 나을테니. 그리고는 누리만을 향해 머릿속으로 텔레파시를 보내려 했다. 그 순간만큼은 무표정이 깨진 채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누리 님! 저희는 아마도 오래 버티긴 힘들 거예요! 빨리 저 석상의 제단에 구슬 씨를 끼우셔야 해요...!!]
석상을 부수지 못하게 아사는 방어를 굳히기 시작했고 리스는 환각을 사용했다. 눈 앞을 안개로 뒤덮으려고 하고 화살을 쏘려고 했지만 적호는 태연하게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번개를 근방으로 난사하듯 발사했다. 베리어가 산산조각 난 것은 물론이고 리스가 날리는 화살 역시 깔끔하게 사라져버렸다. 그만큼 상대는 고위신이었기에 레벨이 다른 것이었을까?
"그래서 말은 다 했나?"
이어 적호는 아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우선 아사부터 지져버릴 생각인 것일까. 다시 한 번 붉은색 번개가 그의 손에서 춤을 추듯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저히 피하래야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고 모두에게 충격을 주기에 정말로 딱 좋은 힘이었다. 그 때문에 늑대 특유의 사냥법으로 기습을 하려고 한 가온마저도 바닥에 굴러야만 했다.
"크아아아악!!"
"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적호는 보기 좋다는 듯 유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일단 누리는 유일하게 안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누리에게 있어서 적호는 공포의 대상, 트라우마의 대상이었다.
"...시..싫어..."
"자...순순히 그 구슬을 내놓아라. 나의 피조물이여. 그렇다면...이 녀석들은 다치지 않게 끝내주마. 어때? 나쁜 조건은 아니지 않나?"
만약 거역한다면... 정말로 번개로 모두를 다시 지져버릴 생각인 것일까. 적호는 정말로 사악하게 웃으면서 누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물론 무시해도 상관없어. 하긴..이런 하찮은 것들을 위해서..고위신이 굳이 무릎을 꿇을 필요는 없겠지. 안 그런가? 너희들도 마찬가지.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지? 저 밑에서 얼마 없는 식량을 남들에게 베푸는 그 하찮은 서벌 녀석의 걱정이라도 해주는 것이더냐? 크크큭.."
"아. 진짜 아프잖아." 굴렀다 일어서서 그런지 바보털이 살짝 휘었습니다. 그냥 아프다는 말로 끝내기에는 충격량이 장난 아니기는 했습니다만. 할 말은 다 했냐는 말에
"아니? 해줄 말이 너무 많아서 고르는 중이야." 뭐라 더 해주는 게 좋으려나.. 라고 잠깐 고민하다가
"정공법으로 이기지 못하니까 비겁한 술수를 쓰고 질투하는 존재 밑에서 수행하는 녀석 답게 저번에도 이것저것 더러운 수를 썼었지?" 배워먹은 게 그것뿐이라서 유감이잖아? 신도 배워나가는 존재인데 배워먹질 못하다니. 불쌍하잖아. 대체 그 한 몇백년 되는 시간 동안 나는 잠을 많이 잤지만 배운 게 많은데 적호 쟤는 배운 게 없어서 이렇게 폐를 끼치고 다녀서 그렇지? 라고 진짜 불쌍한 것을 보는 듯이 랩하듯 디스를 하네요
"라온하제를 반으로 갈라서 줄 것이 아니라면 구슬을 꽂아넣느냐 막느냐잖아?" 타협점은 없지. 라고 냉정히 말하려 합니다. 누리야 미안하지만 다솜과 아라를 되찾았지만 구슬을 넘겨주면 승산은 없지. 저건 이미 패퇴한 패잔병 주제에 또다시 침공을 개시한 존재고. 물러날 순 없지. 라고 말하면서 적호를 봅니다.
"너희들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또 확인시키는 것도 지겹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너희가 이걸 받아가면 부술 거고 다솜과 아라도 또 오염시킬 거고. 살기 어려워지고 너희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건데. 이득손해 가리는 법도 모르는 사회화 덜 된 것들이 힘만 가지면 이런 식으로 굴러다니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