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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그곳은 원래라면 녹색 에메랄드 빛 파도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지역이었다. 여름의 기운이 가득한 지역인만큼 열기가 가득한 지역이었지만 빛과 함께 도착한 아라 지역은 그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검게 물들어버린 바닷물과 황폐해진 모래사장의 모습이었다. 더 이상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고, 어딘가에서는 썩은 냄새까지 풍기는 것이 영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생명력 자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런 풍경이긴 했지만 그곳은 틀림없는 아라의 명소인 해변가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표정을 찡그렸다.
"...순식간에 이곳도 이렇게 변했구나."
"전부 흑호. 그 작자의 짓입니다. 비나리에서 은호님을 몰아내더니 단번에 축복의 힘을 없애버린 것이 분명합니다. 필시, 절연의 힘일 겁니다!"
절연의 힘. 그것은 이미 다솜에서도 본 적이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다른 지역도 전부 이렇게 변한 것이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조금씩 싹튼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누리는 자신의 뺨을 탁탁 치면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지금부터 이 근방을 탐방해보자! 분명히 다솜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에 구슬을 끼울만한 곳이 있을 거야! 그곳을 찾자!"
그렇게 말을 하면서 누리는 먼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온 역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탐사를 시작했다. 슬슬 탐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라의 명소에 도착했지만 보이는 것은 역시나 '죽음'으로 가득한 풍경들 뿐이었다. 검은 바닷물과 황폐해진 모래사장, 그리고... 썩은 냄새. 동물로서 예민한 후각에는 고통스럽기 그지 없는 냄새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론을 품에 꼬옥 끌어안으며.
"......"
그렇다면... 더더욱 빨리 구슬을 끼울만한 곳을 찾아야 할 터.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누리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탐사를 위하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할까요. 힘 없이 옮겨지는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해변가를 걷기 시작했다. 고개를 아래로 푹 숙여 땅만을 바라보며. 그리고 검은 바닷물만을 바라보며.
/ 다시 어서 오세요, 스레주! :) 그리고 아사주께서도 참여해주시는 거군요! 와아! XD 다시 어서 오세요!
"시커먼 가죽 외에는 가치없는 여우가 힘 있다고 날뛴 결과가 이거구나. 자기랑 닮았다고 시커먼 걸 좋아한다.. 일까?" 와 미적 감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구나.. 불쌍해라. 라고 덤덤하게 말하지만 바보털이 이쪽저쪽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조금은 긴장한 모양입니다.
이곳저곳 찾아보다 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찾는 한편으로 리스라던가 다른 이들을 좀 도닥여주려 시도합니다. 나름 시도일 뿐이라 쟤네들이 잘못한 것을 신랄하게 말하는 것 외엔 잘 못하지만요.
리스와 아사가 각각 탐색을 하는 와중, 저 편에 바닥에 털썩 쓰러져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아마 둘도 한 번은 본 적이 있는 이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너굴맨'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 라쿤 수인 신. 가까이 다가가면 가벼운 신음을 내뱉는 모습을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사과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습관적으로 그 사과를 저 검은색 바닷물에 씻은 후에 먹기라도 한 것일까.
".....끄으..꺼윽..."
정말로 아픈지 그 라쿤 수인 신은 온 몸을 비틀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꼬리가 꼿꼿하게 솟은 것으로 보아 그 고통이 역시 보통은 아닌 모양이었다.
"살려...줘...살려...주세요..."
작은 신음 속에서 살려달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다. 일단 신통술을 사용해서 도와준다면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탐사에 좀 더 집중을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면 하나였다. 확실한 것은 너굴맨이라고 지칭한 수인 신은 정말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사 님께서 도닥여주려 하시자 그제야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자신을 위해주려는 아사 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하게 웃는 것으로 아사 님께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들려오는 누군가의 쓰러지는 소리. 그에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건... '너굴맨' 님의 모습...?!
"...!!"
그에 깜짝 놀라 황급히 너굴맨 님께 달려갔다. 그리고 구슬을 빛내며 두 손을 내밀어 곧바로 신통술을 사용해서 너굴맨을 치료해주려고 했다.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알아서 움직인 일련의 동작이었다.
/ 리스는 괜찮습니다. :) 그 와중에 아사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 그리고 너굴맨이었군요...! 후후... 무려 2번이나 만난 적 있던...(???)
"그 시커먼스가 오염까지 시켜놨다니 악취가 취향이라도 되는 건가." "안 씻고 다닐 거라 생각하니까 털이 그렇게 윤기없고 떡져있겠지." 세상에. 저런 취향은 처음 보..지는 않지만.. 이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는 라쿤맨을 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다가 세뱃돈을 뺏어간 쪽이었나..? 라고 갸웃하지만 살려달라는 존재를 굳이 지나치지는 않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앓기만 했다면 넘어갔을 가능성이 없다라고 하지는 않지만.
"편찮아?" 지금은 씻어먹는 건 안 좋으니까. 신통술을 써서 좀 나아지도록 해보려 합니다. 탐사에 집중한다고 해도 하나가 죽으면 그걸 돌리긴 어렵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괴로워하던 라쿤 수인 신은 곧 리스와 아사에게 발견이 되어 두 신의 신통술의 도움으로 고통을 완화할 수 있었다. 정말로 죽다 살아났는지 라쿤 수인 신은 두 신을 바라보면서 꾸벅 꾸벅 큰 절을 하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 너굴맨.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 우와. 그런데 정말... 보통 위험한 게 아니야! 갑자기 라온하제가 이렇게 변해버려서..이 너굴맨. 확실하게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일단 뭐라도 먹어볼까 해서 사과를 꺼낸 것은 좋았는데 씻을 곳이 없어서..그래도 조금이면 괜찮을까 싶어서 씻었다가 이 꼴이 났지 뭐야."
정말로 횡설수설하게 말을 하면서 너굴맨은 정말로 크게 동작을 취했다. 막막 오버하는 몸동작까지 보이다가 꺄르르 웃으면서 두 신에게 다시 질문을 휙 던졌다.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 왜 온 거야? 어서 가! 어서! 여긴 정말로 위험해! 방금 내가 쓰러진 거 봤잖아! 여기서 뭐 먹으면 큰일 나! 나는 이 라온하제를 해결해야하니까 갈 수 없지만 너희는 위험하니까 어서 가!"
여긴 정말로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너굴맨은 크게 손사레를 치기 시작했다. 일단 정보를 묻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다행히 너굴맨 님께서는 괜찮아지신 것 같았다. ...정말로 다행이예요... 아사 님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하여 아사 님께도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너굴맨 님의 설명을 조용히 들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위험하니까 어서 가라고 손짓하는 너굴맨 님의 말씀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애초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사 님의 말씀을 듣고 한 박자 늦게 동감이라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구슬을 빛내며 신통술을 사용하려 했다. 정확하게는 ‘텔레파시’를.
["...저희는 지금 라온하제의 각 지역에 잠들어 계신 청룡 님, 주작 님, 백호 님, 현무 님을 깨워서 이 라온하제를 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럴려면 각 지역의 색깔이 담긴 구슬을 구멍 같은 곳에 끼워야 한대요. ...혹시... 너굴맨 님께서는 그렇게 구슬을 끼워넣을만한 구멍을 알고 계신가요? 이 정도의 크기인데..."]
"어, 어쩔 수 없어!! 우리 라쿤은 먹기 전에 항상 씻는단 말이야!! 이건 본능이야!!"
제대로 찔렸다는 듯이 너굴맨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하지만 곧 리스의 텔레파시를 들으면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구슬을 끼워넣을만한 구멍과 리스가 표현하는 구슬의 크기를 바라보면서 너굴맨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일단 다솜의 관리자고 다솜의 주민인 것은 알고 있어! 전에 나랑 만났잖아! 세뱃돈을 내가 반으로 줄여서 너희들의 무거움도 해결했어! 기억나지 않아? 아무튼 구슬..알고 있어!"
이어 라쿤 수인 신은 손가락으로 저편에 있는 검은색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개가 있어. 그 거대한 조개 속에 둥그런 것을 끼워넣을 수 있는 홈이 있어. 무엇보다 이 너굴맨이 이곳에서 살면서 알아낸 바... 그 조개 안에 진주가 박힐 때, 이 땅을 지키는 열기가 솟아날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어때? 이거 맞지? 맞지?"
일단 그것이 맞을 지, 아닐 지는 아직 제대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저 바다 너머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저 안으로 들어가서 무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조금 곤란한 일이었다.
"그 구슬이라는 것을 나에게 주면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게! 어때?"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할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너굴맨은 어서 구슬을 자신에게 달라는 듯이 두 손을 내밀었다. 그때 세뱃돈을 멋대로 반으로 줄여버린 것처럼...
다행히 너굴맨 님께서는 구슬을 끼울 수 있는 곳을 알고 계신 것 같았다. 그 설명을 가만히 경청하여 들어보았다. ...바다 안에 있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개. 그 곳에 구슬을 꽂으면... 주작 님께서 깨어나시는 걸까요? 잠깐 생각하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저 바다 씨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
그러다 너굴맨 님께서 손을 내밀시자 놀란 듯이 한 박자 늦게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텔레파시를 사용하려 했다.
["...말씀은 정말로 감사하지만, 구슬 씨는 저희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그 구슬 씨는 누리 님께서 넣으셔야만 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누리 님께서 그 조개 씨까지 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은데... 너굴맨 님께서는 혹시 방법을 알고 계시나요?"]
죄책감을 자극하는 아사의 표정에 너굴맨은 으윽.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아무래도 그때 일도 시켜서 한 일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뒤이어지는 줄 수 없다는 식의 말을 들으면서 너굴맨은 끄응..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사의 말대로였다. 저 안으로 잘못 들어가면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너굴맨은 고민에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들어가서 붉은색 조개를 가지고 올게! 그러면 되겠지? 우리 라쿤은 수영을 매우 잘하니까 믿어도 좋아!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테니까 안심하라구!"
ㅡ그렇게는 안되지요.
그 순간 갑자기 어딘가에서 강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번개가 해변가에 내려쳤다. 강한 섬광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머지 않아 보이는 것은 푸른 여우 수인 신, 청호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청호는 너굴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사와 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봄의 기운, 청룡이 잠든 땅에서 청룡이 깨어나고, 생명력을 되찾는 것에서 이상함을 느껴서 여기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과연..뒤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었습니까? 애석하지만...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피식 웃으면서 청호는 빠른 속도로 돌진하면서 단번에 너굴맨을 잡아채려고 했다.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단번에 너굴맨은 청호의 손에 채였을 것이다.
너굴맨이 채였건, 채이지 않았건...확실한 것은 지금 이곳에 흑호와 한 편이기도 한 청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었다.
아사 님과 너굴맨 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쩔쩔매기 시작했다. 자신으로서는 두 분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조금은 난감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청호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
경계심 가득한 표정. 청호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며 경계를 놓지 않던 중, 청호가 빠른 속도로 너굴맨을 잡아채려 하자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청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너굴맨을 끌어당기려 하며. 만약 너굴맨을 끌어당기는 데에 실패했다면 곧바로 구슬을 빛내어 다시 활과 화살을 만들어내어 곧바로 시위를 당기려 했다.
"......" [감히 어딜 오는거야. 당장 꺼져.] 입을 꾸욱 다물고 감정 없는 눈동자로 다시 다솜에서처럼 정색한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 망설임 따윈 없이 활 시위를 당기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명의 '신'과도 같은 위압감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