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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바다의 비호아래 세상에 부드러운 바람이 온기를 실어올 무렵, 저희들에게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시계를 움직이는 것처럼 아주 느리게 삐걱대고 있는 것 같았지만 바뀌고 있는 것은 있었습니다. 유학을 온 보람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제가 알고지내던 물속의 세상이 아닌, 조금 더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경험들 뿐이라 항상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아직 아바마마가 말하셨던 백성의 존경을 받는 왕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은 잘 알지 못하겠지만 은호 씨와 누리의 모습을 보며 지내보니 백성들에게 신뢰를 받는 지도자의 모습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시던 만 백성의 위에 서는 자의 풍채가 맞는지 조금은 의심이 되기도 하였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의 주변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즐거워 보였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복한 모습이 심해의 어둠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백성들의 얼굴이 사뭇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에는 법이라고 할만한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지만 모두가 아주 조금도 아틀란티스의 법률에 비교해 위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은호 씨의 신통력으로 악신에 해당하는 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조치는 저희 나라에서도 하고 있는 것이니 의구심을 품게 하였습니다. 왕에 해당하는 지도자가 자주 거리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것이 법 이상의 통제가 되게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고 통수권자가 항상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지켜지고 있다는 안도감이 백성들에게 가장 큰 안심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 혼자였다면 이런 일들은 생각하지 못 했을테지요. 저를 도와 공무를 수행중인 샤를로테에게도 적절한 보수를 하심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지상의 생활에 애를 먹는 것은 저만이 아니니까요. 특히 얼마전에 있던 무도회에서는 평소처럼 저의 수발을 드느라 고생했답니다. 의상의 준비부터 함께해주어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성에서 지내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데다 모처럼의 무도회 였던지라 조금 기분이 들떠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야 사교라는 말은 외교라는 것과 동일하다고 배웠으니까요. 어디서 구한건지 성에서 입고 있던 드레스를 가져와서는 골라보라며 잔뜩 흥분해있던 것을 진정시키느라 저도 조금 고생이었지만 그만큼 저를 생각해준다는 것이 어느 한편으로는 저도 아바마마처럼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가벼운 무도회였기에 그때 찍은 사진을 동봉하겠습니다. 부디, 돌아가는 그 날까지 옥체를 보전하시기를.
밸린이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로군요! 밸린이가 정말 열심히 배워가려고 하는 것이 절로 느껴지는 독백입니다! 특히 저기 저 법률이 확립이 되어있지 않는 것 같지만 위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특히 잘 느껴집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충격을 느낀 것일까요? 아무튼...이건 무도회 이후의 독백이로군요! 들뜬 밸린이의 모습이라던가 밸린이가 무도회장 안에서 어떤 춤을 출 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령이 행복하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저의 '신' 님께 계속해서 기도할게요, 령의 '행복'을."
부드럽게 두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리스, 리스. 자신의 이름은 '행복'의 뜻. 령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행복'할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령과 자신, 둘 다.
왈츠 음악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고, 춤은 계속해서 우아하게 이어졌다. 그 사이에서 들려오는 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 박자 늦게 배시시 웃음으로써 대답했다.
"령의 취미 씨는 여행이었군요! 이제는 하기 조금 힘든 취미 씨일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으음... 괜히 자신이 아쉬운 듯이 살짝 시무룩한 모습으로 두 날개까지 아래로 추욱 늘어뜨렸다. 령도 즐거운 취미 씨를 즐겼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동시에 령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이 알지 못 했던, 어쩌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이었던 시기의 령은 어떤 것을 보고 들었던 것일까? 궁금했다. 알고 싶었다.
령이 아름답고도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자신이 언제나 봐왔던 따스한 령의 모습. 그리고 그만큼이나 따스한 그 대답에, 기쁜듯한 미소를 선명히 활짝 꽃피웠다.
"령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정말로 기뻐요! 그럼... 령이 더 기뻐하도록, 더 '행복'하도록, 제가 선물 씨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축하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서 전해줄게요. 제 축하의 마음 씨는 정말, 정말, 커서 다 못 담아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득이요!"
나름대로의 포부를 강하게 밝히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약속까지 한 이상, 그리고 령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이상, 자신의 노력은 더욱 커질 것이었다.
그리고 이내 곧 끝나가는지, 점차 잦아들기 시작하는 음악 소리. 춤을 추던 다른 신 님들의 몸짓도 조금씩 느려지는 가운데,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멈추어졌다. 하늘하늘, 부드럽게 흩날리던 드레스와 리본이 살며시 다시 아래로 내리앉았다.
잠시 자리에 멈춰서고는,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거나 음식들과 음료들이 세팅되어있는 테이블로 걸어가는 다른 신 님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