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남은 것은 공백, 허무, 씁쓸함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가온에게는 그러했다. 이내 들려오는 청호의 비웃음에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청호는 그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할 생각인지 청호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모두의 머릿속에 조용히 울렸다.
ㅡ천박한 목숨이 없다는 것은 당신의 생각입니다. 왜 신이 아닌 이들이 신을 떠받들겠습니까? 운이 좋아서? 그럼 신도 되지 못할 정도로 운이 없는 이들은 더욱 천한 것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가능합니다. 전 신이니까요. 그런 하찮은 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후훗. 동물인 자신이라.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이야말로 바보 같고 어리석고 불쌍한 존재가 아닌지요? 하긴... 그 정도로 머리가 안 돌아가니 동물이었던 이겠죠. 안 그런지요? 그리고 바다의 패자? 왕의 어전? 마마 놀이는 집에 돌아가서 하심이 어떠한지? 왕이 되지 못한 미숙한 자가 끼일 자리가 아니지요. 그리고..걸맞는다라. 적어도 당신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지요.
모두의 말을 일제히 비꼬는 가운데 가온이 조용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다.
"...어디냐..청호... 지금 어디에 있어?!"
ㅡ여긴 알아서 무엇하실 생각인지..
"결판을 내겠어. 날...죽이기 위해서..이런 일까지 꾸몄잖아! 지금 어디야!!"
ㅡ...어디냐라.. 뭐..찾아온다면 말리지 않겠죠. 그렇군요. 당신의 가족이 묻힌 곳. 바로 그곳이라고만 해주지요.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목소리는 곧 끊어졌고 가온은 숨을 골랐다. 이어 그는 공간을 단번에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 보이는 것은 어딘가의 숲속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파해쳐서 망가져버린 돌무더기로 만든 무덤과 그 무덤을 짓밟고 있는 청호의 모습이었다.
"...청호....!!"
이를 빠드득 갈면서 가온은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공간은 아직 닫히지 않은채로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누리 역시 따라가려고 했지만 곧 백호가 그것을 막아섰다.
"백호 언니! 왜 막는 거야?!"
"안됩니다! 누리님! 누리님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저들 앞에 누리님이 직접 향하면 안됩니다!"
아, 역시 질리는군. 령은 청호의 입에서 나오는 개소리에 눈을 가늘게 떴다. 저 꿋꿋함... 칭찬을 해줘야 하는건지 아니면 평소처럼 야유를 해야하는지 원... 혀를 쯧쯧 찬 령은 가온이 공간을 열고 청호에게로 뛰어들자 한숨을 내쉰다. 저렇게 막무가내로 뛰어들면 청호의 계략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자신 또한 상당히 화가 나있었기에 어쩌면 이렇게 결판을 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납셨군."
령은 잔뜩 비꼬는 말투로 청호에게 말한 후, 자신도 공간을 넘어가 청호를 마주보았다. 그 다음에 할 일은 간단했다. 령은 다시 신통술을 써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 청호를 베려했다.
"나보다 나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면에서 낫다라고 단정을 짓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지." 나는 낫다고 주장하면 보통 받아들이기는 하거든. 모든 이에게서 배울 점은 있다고도 하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좀 진정하고 가는 건 어떨까?" 그냥 달려드는 건 그다지 추천하지 않거든... 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간 듯합니다.
"누리야. 확실히 직접 가는 건 무리라도. 지켜볼 순 있지 않을까나?" 힘을 더해 달라는 건 아니지만.. 게이트를 직접은 아니지만 조사한다거나... 뭐 그렇게라도가 나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면서 넘어가서 보려고 합니다. 뭘 하던 간에. 아사는 철저하리만치..일지도.
이 몸은 왕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항상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과 부담. 언젠가 내가 모두 이어받을 왕국. 이 몸의 손으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 몸이 자격이 있는건지. 내가 이곳에 서도 되는건지, 항상 고민했다. 왕홀을 손에 들고서 모여있는 백성들에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지금은 이 몸이 성장해야할 시기라고 뒤에서 부추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나의 등 뒤에 있는 바다의 백성들을 위해 선봉에 서야할 때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짐은 미숙하다. 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저 잡것의 말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짐이 곧 국가. 짐을 모독하는 것은 곧 위대한 바다를 모독하는 것. 바다를 모독하는 것은 짐의 백성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이 몸은 폭군이 아니다. 폭군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죽여야한다. 국가에 위협이 되럯을 먼저 제거하여 안전을 영위하는 것 또한 왕으로서의 소양. 미숙한 자이기에, 해야만 했다. 바다는 잔잔하지만, 폭풍우도 몰아친다는 것을 저 것에게 보여야했다. 왕으로서의 첫걸음, 군림하는 자로서의 도량을 배풀어 백성을 위해, 죽어간 고귀한 생명을 위하여 저자를 갈기갈기 찢어 놓아야만 했다.
“누리여, 너는 이곳에서 기다려라. 너는 이곳을 다스리는 자. 그러니 참아야한다. 저자의 목적은 그대니까, 백호와 함께 숨어있거라. 그곳에서, 아틀란티스를 모독한 자의 최후를 지켜보거라.”
천천히, 왕관을 고쳐 쓰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가온의 마음은 알 수 있었다. 분명 끝도 없이 분노했겠지. 저 자 또한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에서 난 생명. 이 땅의 모든 것은 이 몸의 백성이다. 이 몸이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누리와 은호씨 또한 같다. 결국 생명의 근원인 바다에서 나온 것이라면 나의 백성. 지켜야 함에는 다름이 없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그곳에서 발을 떼라. 진정으로 목숨이 아깝다면 말이다아아아!!!!!!!!”
공간을 너머 도착한 곳엔 망자의 침소를 짖밟고 있는 짐승의 모습만이 보였다. 적당히 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숙청해야한다. 영원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야했다. 품위보다는, 우정을 위하여. 이 몸의 두번째 고향을 위하여. 위대한 이 몸의 나라를 위하여. 저자는 제거되어야만 했다. 신통술을 써서 날카롭게 만들어낸 물을 쏘아내었다.
눈물이 떨어지는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랫입술은 너무나도 세게 깨물어서 피가 새어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저를 욕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하세요. 나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으니. 나를 바보 같고 어리석고 불쌍한 존재로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나는 당신의 말에 흔들릴 정도로 유약하지 않으니. 그렇지만 '신' 님들을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하늘이, '신' 님들이 두렵지 않은가요?! 입을 함부로 놀리고 있는 자, 되는대로 지껄이며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자, 죄를 저지르면서도 뉘우치지 않는 자! 당신은 어리석은 죄인입니다! 청호!!"
분노로 인하여 크게 외쳤다. 감히 '신' 님들을 모욕하는 그 언행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내 들려오는 건... 가온 님의 가족들이 묻힌 곳에 있다는 청호의 말. 그 말에, 순간 목소리를 잃은 채 멍하니 공간을 여는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보이는 건... 익숙한 숲 속의, 익숙하지 않은 망가진 무덤과 그것을 짓밟고 있는 청호의 모습.
"...!!"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눈물을 뚝, 뚝, 흘리면서 분노를 넘어선 증오가 표정에 나타났다. 저것은 명백히 죽은 자들을 모욕하는 끔찍한 행위. 두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는 가운데, 가온 님은 안으로 뛰어들었고, 누리 님은 백호 님께서 막아섰다. 그렇기에...
"네, 누리 님. 저도 백호 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청호가 여기로 도망쳐올 수도 있으니... 누군가는 여기를 지키는 게 좋을테니까요. ...누리 님, 가온 님과 무덤 씨는 저희가 무사히 잘 지켜드릴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백호 님, 부디 누리 님을 잘 부탁드릴게요."
애써 희미하게 웃어보이려고 노력하며, 누리 님과 백호 님께 부탁드렸다. 그리고... 이내 분노로 얼룩진 마음을 안고 공간 안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했다. 한 손에 움켜진 활이 선명했다.
누리는 어떻게든 갈 생각인 것처럼 보였지만, 백호도 그렇고 다른 이들도 말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누리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매우 강했지만 어쩌겠는가...여기서 억지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알았어. 그럼 다들 조심해. 절대로..절대로 다치거나 죽으면 안돼! 알았지?!"
모두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긴 어두운 터널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 도착했을 때...공간 안으로 들어간 모두는 무사히 착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격렬하게 살기를 내뿜고 있는 가온의 모습과 여유롭게 그들을 바라보는 푸른 여우 신. 청호의 모습이었다. 그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자신에게 향하는 공격. 바람과 물을 가볍게 결계를 이용해서 막아냈다. 상당한 실력차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주 가볍게, 말 그대로 정말로 가볍게 막아낸 것은 청호가 강한 실력자임을 확실하게 보이고 있었다.
"어째서..여러분들이...!"
갑자기 등장한 모두의 모습에 가온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보란듯이 청호는 돌무더기를 발로 걷어차면서 무덤이었던 것을 발로 부비기 시작했다.
"청호...!!"
"...이런 무덤을 만든다고 무엇이 달라집니까? 어차피 이제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들의 무리와 당신의 동생을 묻어뒀다고는 하지만 이제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결국 돌무더기가 아닙니까. 당신이 이곳에 있는 이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저는 바로 여기에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이들을 모조리 깨웠습니다. 그 감정을 잘 이용하면...당신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정말로 쓸모없는 존재들.."
피식 비웃는 소리를 내면서 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가온을 아주 가볍게 처냈다. 정말로 막강한 실력을 보이는 것일까. 이어 청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당신들이 단체로 달려든다고 한들..저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약한 이들은 아무리 모여봐야 약한 이입니다. 그렇기에...이용당하는 것이지요. 차라리 이용당하는 채로 있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 지배에서 벗어나려고 하니까 방금 그 늑대들은 소멸한 겁니다. ...제 말을 잘 따랐으면..여전히 살아있을텐데 말입니다. 지배를 풀고 목숨을 버린다? 하하하! 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입니까? 하긴..전 알파였던 당신이 그 모양이니, 그 밑의 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시선을 피하며 한참만에야 들리지 않는 희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은 자는 다시 '죽음'으로 되돌야 가야지만 진정으로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저는...
생각과 분노로 얼룩진 마음을 안고, 공간에 연결된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착지를 했다. 그러자 보이는 가온 님과 청호의 모습.
"가온 님을 도와드리고, 청호를 벌하기 위해 왔어요...!"
가온 님의 당황스러운 물음에 대답하며, 이내 무덤을 발로 걷어차고 훼손하기 시작하는 청호의 모습에 순간 이성의 끈을 끊어버릴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직접 눈으로 목격하니 다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써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며 참아냈다.
"...그 입 다물어요. 분명히 말씀 드렸을텐데요? 당신의 말에 흔들릴 정도로 유약한 저는 아니라고. 저를 욕하는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요. 저를 욕하는 건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어요. 그런 것이라면, 저는 당신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어요. 그러나 당신은 제가 아니라 가온 님을, 마루 님을, 다른 '신' 님들을, 그리고 '가족'들이신 늑대 씨들을 모욕하며 그 '죽음'마저 조롱하고 마구 짓밟고 있죠. 그러니..."
잠시 말을 멈추었다. 손으로 눈물을 대충 훔쳐냈다. 그리고 천천히 활을 들어올리며, 구슬을 빛냄과 동시에 하얀 빛에서 만들어진 연분홍색 화살을 겨누고, 활 시위를 당겼다. 눈물 고인 색이 다른 눈동자가, 멍한 눈빛이 아닌 선명한 모습으로, 청호를 뚫어버릴 듯이 노려보았다. 승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 일에 대해서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청호. 당신에게 조종당하신 마루 님과 늑대 씨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당신과 싸울 거예요. ...저의 '신' 님께 맹세합니다. 나는 저의 '신' 님을 대신하여, 당신의 죗값을 실어 당신에게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겠습니다."
당황하는 가온에게 소리를 친다. 분명, 이 몸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명분도, 이유도 없다. 백성을 지킨다는 마음가짐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다음은 행동이다. 왕으로서의 한걸음을 걷는 것은 평범한 것들보다 훨씬 무겁다. 발목을 조여오는 대신들과 외세, 목을 잡고서 버티는 백성들의 무게. 모든 것들이 이 몸의 괴로움이다. 이 몸의 슬픔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 몸에게 매달려오는 백성들이 있기에, 이 몸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이다. 백성이야말로 나라의 모든 것. 왕이 없어도 나라는 돌아간다. 하지만 민중에게 버림 받은 나라는 나라로서 가치를 잃는다. 그러니, 왕은 백성을 지킨다. 이유는 없었다.
“그 발을 떼라고 했느니라!!! 아무것도 없다고?!!! 천만에!!! 그곳에는 모든 것이 있다!!! 그 쓸모 없는 머리통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있다!!! 그곳은 네놈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니라!!!”
막히는 것 따윈 상관없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격만이 아니니까.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다른 녀석들의 걸음에 맞추자. 가온을 받아내기 위하여 물로 쿠션을 만들고는 이내 다시, 품위를 유지하며 봉을 휘둘렀다. 몸에 무리가 가더라도 상관없다. 필요한 건 탄막.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니까. 조금, 몸에 무리가 갈 정도의 날카로운 얼음들과 바위의 파편들을 쏘아내면서 청호를 노려보았다.
“약하더라도 상관없다!!! 손가락 하나 댈 수 없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약한 것이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짐은 군림하는 자!!! 만백성을 이끄는 자!!! 약한 자들을 이끌고서 새벽을 맞이하는 것이 짐의 위치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그는 이렇게도 많은 이들의 신임을 받고있었다. 언젠가, 이 몸이 왕위에 오를 때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웃음이 났다. 소리를 높인다. 마치 우레가 치는 듯이 거대한 목소리로 높게 외친다. 저자를 쓰러뜨릴 것이다. 이 몸의 백성을 위하여.
“승산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왕은 항상 승리하는 자!!! 위대한 바다에 대해 반기를 든 죄는 만번 죽어 마땅하다!!! 자애로운 바다를 위하여! 그리고 조국이 나아갈 미래를 위하여!!! 이곳에서 네놈을 쓰러뜨린다!!! 그것이, 왕으로서 선택받은 짐의 역할이다!!!”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화살도, 바람도, 그리고 밸린이 날리는 공격들도 전부 청호의 결계에 막혀 소멸되어 사라졌다. 그것은 명백한 힘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도 그가 결계를 펼칠 때마다 힘없이 사라졌다. 일단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온이 밸린의 도움으로 다치지는 않았다는 것일까.
"능력이 없다라..."
청호는 아사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고, 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보란 듯이 돌무더기를 발로 걷어차면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또 다시 명백한 비웃음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말은 다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슬슬... 힘의 차이를..확실하게..."
ㅡ아우우우!!
ㅡ아우우우우!!
갑자기 들려오는 것은 하울링 소리였다. 어딘가에서 늑대들의 하울링 소리가 강하게 울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에 청호는 물론이고 가온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늑대의 울음소리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 순간, 근처 풀숲에서 일제히 늑대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기습적으로 빠르게 청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가온은 놀라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가온은 그들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어떻게..."
그들을 알아채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분명히 그들은 라온하제에서 신들을 공격하려고 했던 바로 그 늑대들이었다. 몸이 투명하긴 했지만, 그들은 분명히 모두의 눈앞에 있었고 일제히 청호에게 직접적으로 달려들었고 팔과 다리, 꼬리를 물고 발톱으로 할퀴려고 하고 제대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가온이 늑대 모습을 쏙 빼닮은 검은 늑대의 모습이었다.
ㅡ...지금입니다. 우리들이 마지막 힘으로... 잡아둘테니..빨리..!
그런 늑대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고, 가온은 고개를 숙이면서 발톱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꽉 깨물면서 청호에게 돌진했다. 공격을 할거면 지금이 기회였다.
비록 자신들의 모든 공격들이 청호의 공격에 막혀 소멸되었지만, 그럼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힘의 차이? 그런 것은 지금의 자신에게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지금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또다시 모두를 비웃으며 무덤을 발로 걷어차는 청호의 모습을 똑똑히 보는 것이었다. 분노가 더욱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으며 다시 활 시위를 당기던 바로 그 때,
"...?!"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하는 늑대들의 하울링 소리. 그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껴,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그 순간, 풀숲에서 튀어나와 청호에게 달려드는 늑대들. 그런데... 그 늑대들은...
"...늑대... 님들...?"
아까 전에 자신들을 공격하려 했던 그 늑대들이었다. 그에 투명한 늑대들이 청호를 공격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늑대 님들께서... 온 힘을 다해 저희들을 도와주시는 건가요...?
죽어서까지 자신들을 도와주는 늑대들을 바라보던 두 눈에 고였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조용히 들려오기 시작하는 늑대들의 목소리. 그에 애써 눈물을 참아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고마워요, 늑대 님들... 정말로 고마워요..."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 천천히 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 가장 크고 선명한 화살이 빛 속에서 만들어졌다. 연분홍색의 화살의 끝에는, 검은 늑대들의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천천히 활 시위가 당겨졌다.
......저의 '신' 님. 부디 저에게 힘을 빌려주세요. 청호의 무거운 죄를 담아, 이 화살 끝으로 마루 님과 늑대 님들의 영혼에 안식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더럽혀진 그 분들의 무덤이 다시 깨끗해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약한 이들이 모이면 그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낼 수 있지요. 청호. 당신의 죄의 무게를 느껴보세요. 그리고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세요. ...당신의 오만한 죄가 부디 '신' 님들의 심판 아래에 깨끗히 정화될 수 있기를."
가온의 발톱 공격을 시작으로 령의 검 공격, 그리고 리스의 화살 송격, 아사의 발톱 공격이 이어졌다. 온 몸이 물리고 붙들려있어서 신통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결계를 칠 수 없었던 청호는 그 공격을 모두 맞고 괴성을 질렀다. 이어 그는 강하게 늑대들을 뿌리치면서 겨우 균형을 잡으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늑대들을 바라보면서 분하다는 듯이 피를 뱉었다.
가온은 청호를 바라보면서 끝을 내려는 듯이 발톱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변 늑대들은 다시 으르렁거리면서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청호는 피식 웃으면서 가온을 바라보며 침을 뱉었다.
"...이겼다고 착각하십니까? 웃기지도 않는 착각은 하지 마십시오. ...설마 여기에 묻힌 늑대들이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는 바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뿐입니다. 내 계획은 완벽했어!"
"......"
"단지 이 녀석들이 내 계획을 실행시킬 정도로 유능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래서 동물이라는 것들은..! 천한 아랫놈들은...!"
"...알파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때가 있어. 그것은.. 자신의 소중한 존재, 자신의 가족,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지켜야 할 때...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때. ...나는 150년 전에 이미 알파를 그만두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이어 가온이 돌진을 하고 청호에게 닿으려는 순간, 청호의 몸에 결계가 펼쳐졌다. 이어 가온의 발톱과 제대로 충돌했다. 강한 스파크가 튀는 듯 했지만...점점 발톱이 안으로 들어갔고, 눈 앞에서 발톱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하지만...결계 역시 산산조각 났고, 청호는 가온의 공격에 명중했다.
"큭...!!"
"...지금 이 순간은...이들의 알파로서, 절대로 모욕을...용서하지 않아."
"...건방진 자식..! 건방진 자식...!!"
정말로 분하다는 듯이 청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곧 그의 주변에 붉은색 결계가 펼쳐졌다. 그리고..그대로 청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적호'의 목소리였다.
ㅡ이번에는 이쪽에서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내 보좌는 데려가겠다.
그 목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상처투성이가 된 팔을 잡고 있는 가온과 하울링 소리를 내면서 사라지고 있는 늑대들의 모습이었다.
"........."
이어 가온은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투명해진 늑대들은 사라지면서..정말로 새하얗고 새하얀...마치 눈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빛을 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피를 뱉는 청호를 보니 분노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그 대신 안쓰럽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청호를 바라볼 뿐. ...가엾고 딱해요. '신' 님을 자칭하면서도 자신이 어떤 죄를 저지르는 지도 모르는 존재라니... 그렇기에 소리치는 청호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금은 슬픈 듯한 안쓰러운 눈빛으로 청호를 지켜볼 뿐.
가온 님께서는 다시 발톱을 꺼내들었다. 청호는 끝까지 비웃고 침을 뱉는 등의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았지만, 그것으로 흔들릴 자신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내 돌진하기 시작하는 가온 님. 가온 님의 발톱과 청호의 결계가 충돌하며 스파크가 튀었고, 그 사투의 끝은... 가온 님의 공격 성공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청호의 주변에 펼쳐진 붉은색의 결계. 그것이 나타나자 청호의 모습은 사라졌고, 대신 적호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끝났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내려 상처투성이 가온 님과 사라지는 늑대 님들을 바라보았다.
"......가온 님... 늑대 님들..."
슬픈 눈빛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늑대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었다. 늑대들의 모습이, 늑대들의 하울링이, 처음으로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너무 아파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 천천히 새하얀 빛에 손을 뻗어보지만, 역시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부디, 이제는 편안하게 쉬시길 바래요. 모두들..."
활을 없애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엉망이 되어버린 무덤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그리고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그 앞에 살며시 무릎을 꿇어 앉아 조용히 돌들을 가만히,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온 님. 괜찮으시다면 다시 만들어봐요. 이번에는 다같이. 죄책감이 아니라 고마움의 마음으로 만들어보는 거예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가온 님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지금 보아서는 안 될 테니까. 자신 역시도 마찬가지로. 그렇지만... 애써. 그래, 애써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처럼 분노를 하고 있는 령,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는 아사,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게 기도를 하고 무덤을 만들자고 하는 리스. 그들의 모습을 각각 가온은 바라보았다. 이어 그는 다친 팔을 회복시키면서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뒤이어 고개를 들어올린 그는 모두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분노해주시는 겁니까? 령 씨.. 감사합니다. 하지만...이제 더 분노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아이온 씨. ...그래요.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저들이..모두 이제 제대로 눈을 감았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리스 씨. 무덤을..."
조용한 침묵의 시간이 묘하게 길었다. 고마움의 마음으로 만들어보자. 그 말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돌들을 다시 줏어들고 천천히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다. 언제 다 만들어질진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언젠간 다 만들어지지 않을까. 천천히, 천천히..자신의 가족의 무덤을 다시 만들면서 그는 모두에게 부탁하듯 이야기했다.
"무덤은..다시 만들 겁니다. 그들을 위한 자리니 말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이제는 정말로 사라져버린.. 제 동생과 저의 무리를 위해서... 안식을 기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의 작은 부탁입니다.
그 말을 남기며 그는 조용히, 조용히..무덤을 만들어갔다. 조용히..조용히 손을 움직이며...
//이번이 마지막 반응레스입니다..! 12시 20분까지 받겠습니다! 다음은 에필로그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