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이곳은 비나리의 명소인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 예전에 론과 함께 찾아왔었던 그 즐거운 기억이 남아있었기에 오늘도 이렇게 찾아왔지만, 오늘은 춤을 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그저 천천히 '신' 님들께 공손히 인사를 하곤 폭포의 물가 근처로 걸어갔을 뿐. 그야 오늘은 같이 춤을 출 론도 없을 뿐더러 다른 '신' 님들이 많으셨으니까.
"...안녕하세요, 가온 님. 신과 씨, 정말로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을게요."
희미하게 배시시 웃으며 가온 님께서 주시는 신과를 예의 바르게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자신의 두 손을 꽉 채울 정도로 커다란 신과. 조심스럽게 한 입 깨물어 먹자 평소보다도 더욱 더 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그에 자신도 모르게 작게 감탄하며 신과를 반짝반짝거리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맛있어요...!
그러한 신과를 두 손에 든 채 천천히 다가선 폭포의 물가. 오늘은 그 물 속에 발을 담근 채 가만히 앉아서 폭포와 무지개를 멍하니 올려다 볼 뿐이었다. 물론 그러다가 가온 님께서 빠르게 달려가시는 소리를 듣고는 도와드려야 하나,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발목까지 차오른 시원한 물이 느긋하고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가온이 과수원 쪽으로 달려가고 나서 불과 5분도 안 지난 시점이었다. 갑자기 가온이 간 곳과는 정 다른 방향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것은 명백한 늑대 수인 신이었다. 정확히는 가온과 상당히 비슷한 얼굴형의 남성이었다. 다만 가온과는 다르게 머리카락이 상당히 짧았고, 가온보다는 좀 더 어린 느낌의 얼굴이였으며, 키도 가온보다 좀 더 작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머리색도 가온보다는 좀 연한 색을 띠고 있었다.
"...여기가..."
다른 신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땅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허리를 일으켜세운 후에, 방금 가온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곳에 있구나...!"
무슨 의미인지 모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의문의 남성은 가온이 방금 달려간 그 방향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말 그대로 다른 신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굳이 더 말하자면 아웃 오브 안중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묘하게 이상한 느낌이었다. 물론 다른 신들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뭔가 매서운 분위기가 그에게서 풍겨오고 있었다. 뒤이어 그는 발걸음을 멈춘 후에, 폭포 윗쪽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그는 그 폭포의 윗쪽으로 올라가려는지, 천천히 발걸음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 폭포 위에는 이 라온하제의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수정이 있었다. 어째서 그 수정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8시 50분까지 받을게요!!
>>602 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물어뜯고 발로 때리거나 날개로 치면 위험하겠지만...!!
가온과 비슷한 늑대 수인 신... 령은 그를 잠깐동안 응시하다 이내 시선을 돌려버린다. 뭐, 가온과 비슷하게 생긴 게 흥미롭긴 했다만 그 이상의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라온하제를 지키는 수정에게로 다가가려 하자 령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어째서 저 수정으로 가려고 하는거지? 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온처럼 생겨먹은 늑대에게로 다가갔다.
"이 폭포 위에는 라온하제의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수정이 있습니다."
그러니 안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령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말 안에 송곳같은 경계심이 깔려있었다.
가온 님께서 달려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 그 분은... ...가온 님과 같은 늑대 수인 '신' 님...? 그러나 여러모로 가온 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신' 님의 등장. 인사를 드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있었기에, 천천히 물가에서 나와 일어섰다. 그러나...
"...어...?"
...묘하게 이상한 분위기. 매서운 분위기는 흡사 진짜 늑대와도 같은 느낌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살짝 몸을 움찔해버렸다. 더군다나 저 '신' 님의 시선을 따라가본 끝에 있는 것은... ...라온하제의 결계를 유지하는 수정?
"...앗...!"
'신' 님께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신' 님을 그냥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는 직감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분홍빛의 두 날개를 펼쳐내고선 펄력여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재빨리 과수원으로 날아가려 했다. 저 수정을 지키는 의무를 지니신 가온 님을 찾아서, 어떤 낯선 늑대 '신' 님께서 라온하제의 수정 쪽으로 다가가려 하신다는 것을 알리려.
갑작스러운 신의 등장. 그것은 리스나 아사, 그리고 령에게 조금 이질적으로 보인 것일까? 일단 리스는 날개를 펼친 후에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과수원으로 향했다. 하늘을 날아 이동한 것이기에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과수원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과수원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방금 전 나눠줬던 신과와 비슷한 크기의 신과가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휘파람을 불면서 다시 폭포 쪽으로 향하는 가온의 모습이었다.
여기로 온 리스를 발견한 것인지, 가온은 리스 쪽을 바라보면서 호탕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하하하! 리스 씨!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여기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 혹시 도와줄 일을 찾아서 온 건가요? 하하하.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은 도와줄 일은 없습니다. 신과를 옮기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고, 이것 하나만 옮기면 되니까요!"
폭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턱이 없는 가온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천천히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폭포 쪽에 남아있던 아사와 령은 각각 누군지 모를 남성을 경계하듯이 말을 걸었다. 그 둘의 모습을 각각 바라보던 이름 모를 늑대 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에게는 볼일이 없어. 저 수정이 무슨 수정인지도 알고 있어. 하지만 내 목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잠시 눈 감아줄 수 없을까? 그리고 내가 누구고 어디에서 왔냐라... 글쎄. '신'들에게 할 이야기는 없어."
그것은 명백히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목소리였다. 대체 누구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아는 것은 오로지 저 말을 한 의문의 늑대 수인 신 뿐이었다.
"...아니면 '신'에게는 뭐든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거냐? 정 궁금하면, 이 땅에 살고 있는 배신자 늑대 수인 신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
명백히 답을 알려줄 이유가 없다는 듯이 차갑게 끊어버리면서, 그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건 수정을 부수겠다는 뜻이야?" 눈 감아주기는 어려운 일이지 않아?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눈을 못 감아줄 것도 아니긴 하지만.
"모르니까 물어본 것에 반응이 그러면 가르쳐주고 싶어지지 않잖아." 어쩐지 잘못된 정보를 가르쳐주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희미하게 웃는 듯합니다.
"결계 밖에서 뭔 거래라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이쪽이 수정을 부수거나 가져오면 이걸 해 주겠다는 거래증명서라던가. 힘을 건 실질적인 효력이 있는 맹세 같은 건 받아놨어? 라고 무척 당당하게 묻습니다. 솔직히 무슨 이유도 없이 수정을 향해 가겠다는 말을 하는 건 그렇잖아? 가온이를 배신자라고 칭하는 걸 보면 가온이에게 뭔가 원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하필 수정을 향해 간다니.
"가온이에게 원이 있다면 그건 가온이에게 말할 일이지." 그리고 지금 가온이랑 뭔가 연이 있다는 걸 지금 알았으니까 모르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나. 라고 생각하면서 적당히 주위를 보려 합니다.
"저를 닮은 늑대 수인 신이라고요? 그건 둘째치고 결계 수정 쪽이라니! 그게 정말입니까?!"
그 말을 들으면서 가온은 지금 신과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빠르게 폭포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물론 달려가기 전에 리스를 바라보면서 알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어서 가보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신과는 나중에 옮겨도 되니까 지금은 어서 폭포로 가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빠르게 폭포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아! 정말로 신과는 지금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혹시나 리스가 옮길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가온은 잠시 멈춰서서 리스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 한 후에 다시 폭포로 향했다.
한편, 폭포 쪽의 분위기는 보통 살벌한 것이 아니었다. 령이 검의 칼날은 이름 모를 늑대 수인 신에게 향해 있었고, 아사는 그 수인 신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말을 전했다. 령도, 아사도 그 늑대 수인 신의 반응을 문제 삼고 있었으며, 특히 아사는 거래증명서나 실질적인 효력이 있는 맹세 같은 것이라도 받아뒀냐고 물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가온의 목소리를 거론하자 의문의 늑대 수인 신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워. 워. 무서워서 살겠나? 이런 무서운 것을 들이밀고 말이야.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데 어쩌지? 야생에서 살다보면 이런 것보다 위험한 것들을 너무 많이 봐서 전혀 무섭지 않거든. 태도가 왜 그 모양이냐고? '신'에게 지킬 예의같은 것은 없거든.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 '신'들에게 뭣하러 예의를 지켜야하지? 그리고 가온 형님에게 원한이 있다면 가온 형님에게 말을 해라라. 옳은 말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가온 형님을 부르려고 하고 있잖아. 안 그래?"
뒤이어 그는 오른손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그 검을 내리치려는 듯이 팔을 높게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정확하게 가온이 도착했다.
"무엇입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이 목소리. 드디어 납셨어? 배신자 형님."
"......?"
'배신자 형님'. 그 말에 가온은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고, 자신에게 고개를 돌린 의문의 늑대 신을 바라보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가온은 순간 몸을 움찔했고, 곧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애초에 자신이 이런 걸로 거짓말 할 리는 없었으니. ...'신' 님께 거짓을 고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자신의 이 다급함이 다행히 잘 전해진 것일까? 가온 님께서는 이내 신과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폭포 쪽으로 달려가려고 했고, 그 내려놓아진 바구니를 자신이 대신 들려고 하다가...
"...앗, 네...!"
...뒤늦게 반응하며 다시금 두 날개를 펼쳐내었다. 그리고 가온 님과 마찬가지로 다시 폭포 쪽으로 황급히 날아가려고 했다.
그리고 곧이어 도착하게 된 폭포. 너무 빨리, 열심히 날았기 때문인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거칠게 헉, 헉, 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낯선 신 님과 령과 아사가 금방이라도 싸울 듯이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는 듯한 그 모습에 애써 "안 돼요!!" 하고 온 힘을 짜내어 소리쳤다. 그리고는 힘겹게 땅 위에 주저앉듯 내려앉았다. ...다행이다... 아직 늦지 않았나봐요...
그리고 무슨 일인진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듯한 가온 님과 낯선 '신' 님의 모습. 잠시 둘을 조금 불안한 듯한 눈빛으로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낯선 '신' 님께 여쭤보았다.
"...저... 혹시 가온 님의 형제 분이신가요...? 배신자라니... 그, 그게 무슨...?"
"배신자라던가 형님이라던가. 어느 쪽이던 설명을 좀 해주길 바라는데"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 기왕이면 둘 다 설명을 좀 해줘. 한쪽 말만 들으면 오해가 생기거든. 이라고 말한 다음에 예의를 지킬 것도 없다는 것에
"아 그래. 신에 대한 예의가 없구나. 기대하지는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신이던 동물이던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넌 없네. 그것뿐이야. 라고 말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원망을 하던 뭘 하던 상관은 없긴 하지. 자기가 뭔갈 듣거나 듣지 않아서 생긴 무언가에 대해서 내가 책임질 건 아니니까.
모두가 모인 자리. 아무래도 화가 상당히 났는지 령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고 살기가 넘쳤다. 그 무렵에 리스의 안된다는 목소리를 짜내면서 그 곳에 착지했다. 지금 이 분위기가 불안한 것일까. 그녀의 눈빛은 상당히 불안해보였다. 뒤이어 아사는 가온과 그 늑대 수인 신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설며응ㄹ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을 뺏어갔냐고 순수하게 묻는 모습에 늑대 수인 신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마루... 네. 리스 씨가 말씀하신대로, 저 늑대 수인 신의 이름은 마루. 제 동생인 이입니다. 하지만...어째서..?"
"비꼬는 분위기도 질렸고 슬슬 제대로 이야기해볼까? 형. 참고로 말하지만, 나 혼자 온 것이 아니야."
뒤이어 마루라고 불린 이름의 늑대 수인 신은 손을 들어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늑대들이 걸어나왔다. 회색 늑대, 갈색 늑대, 검은 늑대, 하얀 늑대. 참으로 다양한 수의 늑대들이 그 모습을 들어냈고, 그 때문에 가온과 아사, 리스, 령은 늑대들에게 둘러쌓인 형태가 되고 말았다. 수로만 따져도 저쪽은 10마리 이상이었기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너희들도...! 대체 어떻게?! 너희들은 150년 전에..."
"그래. 150년 전에 우린 모두 죽었어. 늑대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모두 죽었지! 형이 신이 되어서 우리들을 버리고 이곳에서 지냈으니 까먹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은 신이 아니라 늑대였기에 결국 목숨을 다해서 죽었지! 라온하제와 신들에게 왜 해코치를 하려 하냐고? 무엇을 잃었건 알바가 아니라고 했나? 그럼 반대로 말하지! 우리들이야말로 너희 신들이 어떻게 되건 상관없는 일이야! 솔직히 이 땅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어. 저 수정도 알바가 아니야. 그냥 형을 불러오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마루..."
"150년 전, 형은 여기를 지배하는 신..누구였지? 은호였나? 아무튼 그 신에 의해서 신이 되었고... 우리 무리를 저버리고 떠났어. 내가 다음 알파 늑대, 지도자가 되긴 했지만 형에 비하면 힘이 약했기에 우리 무리는 그 후로 꽤나 고생하고 또 고생했어. 하루 아침에 그렇게 힘들어져야만 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형이 알거라고 생각해? 한 번씩 내려와서 우리들을 지켜준 것은 있긴 했지. 하지만 그런 것으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는 거야? 신을 선택하고 우리들을 저버린 배신자가!"
"...아니야..."
"솔직히 이렇게 다시 형을 이 신계라는 곳에서 마주할 줄은 몰랐지. 우린 이미 죽었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찾아왔어. 그리고 우리들에게 생명을 주었지. 신으로서의 생명을 말이야! 솔직히..형하고 끝을 본 후에 우린 우리대로 돌아갈 생각이었어. 하지만..역시 신들은.. 너무 제멋대로 아니야? 우리들의 지도자를 빼앗아간 것처럼 말이야. 긴 말은 하지 않겠다! 우리의 요구조건은 하나다! 우리를 배신하고 저버린 너를 포함하여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을 피로 물들이는 것! 각오해라! 배신자!"
뒤이어 그는 휘파람을 크게 불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늑대들이 일제히 으르렁거리면서 더욱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지금의 분위기는 보통 살벌한 것이 아니었다.
령은 참을성 좋게도 마루가 지껄이는 그 모든 말들을 들은 후에야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거네. 화풀이. 자기들을 고생하게 한 이들은 내버려두고 애꿎은 신들을 죽이려 들다니. 이걸 대담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멍청하다고 해야할까? 령이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령이 차가운 검날에 손을 대자 검이 서서히 진검으로 바뀌었다.
"너희가 왜 그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겠군. 저런 덜 떨어진 놈이 알파였으니 당연히 무리 통솔이 엉망이었겠지."
령이 진검으로 마루를 겨누며 말했다. 검을 이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군. 수적으로 밀리는 상황이니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게 낫겠어. 령은 신통술을 이용해 칼날과도 같은 거센 바람을 일으켜 늑대들을 베려고 하였다.
"신이란 이름을 가진 우리들이 그리도 우습게 보였더냐? 감히 신성한 땅, 라온하제를 침범해 이곳을 피로 물들이려 하다니 내 네가 괘씸해 도저히 그냥 보낼 수 없구나. 네 죄를 이곳에 온 짐승놈들의 피로 사하라."
불안한 목소리로 따라서 중얼거렸다. 가온 님의 동생, 마루 님. 그, 그런데 가온 님의 무리 씨들은 전부 눈을 감으신 것이 아니었...
"!! 히익...!"
그러나 생각이 미처 이어지기도 전, 마루 님의 휘파람에 맞추어 여기저기서 늑대들이 걸어나오자 작게 비명을 지르며 양팔을 교차해 끌어안고는 온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대로 포위 당한 상황. 끔찍한 생각이, 죽음이 다시 같이 춤을 추자며 유혹해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마치 환각처럼, 생생히. ...이건... 환각? 현실?
...아니, 아니예요... 이, 이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예요... 그, 그렇잖아요...? 금방이라도 그대로 목덜미가 물려 죽을 것만 같았다. 덜덜덜, 움츠린 작은 몸이 안 그래도 더욱 작아보였다. 애써 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하며, 이어지는 마루 님의 목소리를 힘겹게 들었다.
"......"
한 마디로, 저들은 '신' 님들을 증오하고, 자신들을 내버려둔 채 '신' 님이 된 가온 님을 배신자라 생각하며 원망한다는 것.
"...하, 하지만 가온 님께서는...! 꺄악...!"
가온 님의 늑대 무리들의 무덤 앞에서 이미 가온 님의 죄책감을 보고 들은 자신으로서는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신' 님들께서는 나쁜 분들이 아님을 해명하고 알려드려야만 했다. 그러나 늑대들이 으르렁거리며 위협해오자 동물적인 본능으로 두려움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향기가 짙어졌다.
...저, 이렇게 또 죽게 되는 걸까요...? 이번엔... 이번에는... 이런 식의 '죽음'은 더이상 싫었다. 원하지 않았다. ...저의 '신' 님, 제발 저에게 힘을 주세요...!
"...가온 님께서는 여러분들께 언제나 죄책감을 안고서 지금까지 살아오셨어요...! '신' 님이 되신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수없이 긴 시간들을요! 언제나 가장 좋은 신과 씨들을 무덤 앞에 바치며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셨어요! '신' 님들은... '신' 님들은 나쁘시지 않아요...! 은호 님께서도 죽어가시는 가온 님을 되살려주셨던 것 뿐이셨어요...!"
두려움에 눈물이 새어나왔다. 그렇지만 눈물을 뚝, 뚝, 흘리면서도 애써 힘을, 용기를 짜내어 마루 님을 올려다보았다. '죽음'의 앞에서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하듯.
"마루 님! 제발, 제발, 잠시만...! 잠시만 가온 님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형제의 목소리에 제발 딱 한 번만 귀를 기울여 들어주세요...!"
"그래서? 그게 끝이야?" 겨우 신계 한 지역을 피로 물들이는 게 끝이야? 물들일 거면 좀 많이 하던가. 신이 제멋대로라고는 하지만. 그쪽도 제멋대로이긴 제멋대로네. 라고 생각합니다.
"난 또 신계 전체를 피로 물들이겠다라던가 하는 원대한 포부가 있거나 신에게 피해를 받아서 정당한 복수심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신이 되어 떠난 것 뿐." 딱히 고저는 존재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평상시랑 비슷한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늑대 무리가 힘들어지고 고생했다?" "배부른 소리 하기는." 그 신의 도움 하나 받지 못하고 우두머리가 사냥당하거나 사고로 죽거나 아니면 세대교체에 실패해 사라진 클랜이 무수히 많은데 그런 클랜들에게나 신이 나타나서 몇 번이나 도움받았다고 말해보지 그래?
"그리고 너희는 신에 대한 예의는 문제삼지는 않지만 그냥 동물이라도 들을 자세가 안 된 것 같아." 이런 식이라면 뭐라고 말해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은데. 들을 준비도 안 된 이들에게 뭐라 말해봤자 소용은 없지. 뭐라고 말해도 변명이라고 생각할 거 아니야?
"그러면 너네에게 신으로서의 생명을 준 건 누군데?" 출처 모를 힘으로 뭔가 일으키겠다니. 무슨 뭣도 모르고 약초 뜯어먹는 애 같은 건가? 출처 모를 힘이라는 건 언제 거두어져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거두어지면 또 신을 원망할거야? 너희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고? 라는 생각을 하면서 느긋하게 늑대들을 바라봅니다.
"가온아. 내가 좀 많이 대놓고 말하기는 하는데. 네가 신이 될 때에는 어땠어?" 솔직히 너나 쟤나 말하는 말이 다를 것 같기는 하지만 저런 배가 불러서 반찬투정하는 애보다는 네 말이 더 믿을만하겠지.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 그래서 뭐! 결국 우리들을 버리고 가버린 것은 마찬가지야!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가족들보다 '신'이라는 것들을 택한 것은 매한가지야! 가족을 저버리고 떠나버린 것은 다를바 없는 사실이야! 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뭐가 달라지지?! 결국 결과는 변하지 않아! 그리고 네가 뭘 알아! '신'으로 살아온 너희 '신' 따위가 뭘 안다는거냐!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고 살아온 너희들 따위가..!! 그리고..신..? 누가 신이냐.."
리스와 아사의 말에 마루가 반박을 하는 순간, 칼날과 같은 바람이 그곳에 불어닥쳤다. 분명히 그것은 마루를 포함해서 다른 늑대들을 흽쓸었지만 바람이 불어닥칠 때도, 그리고 사라질 때도, 그들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남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상처가 나긴 했지만 그 상처는 온데간데 없이 깔끔하게 즉각적으로 회복이 되었다. 그들의 몸에서 나오는 것은 푸른색 빛이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신통술이었다.
"우리들은 한 번 죽어서 사라졌던 이들. 이제와서 죽음이라는 결과값은 나오지 않아. 우리들은 신이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살아있는 시체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는걸? 일단은 살아있지만 말이야. 하지만 산 것이 산 것이 아니지. 이렇게 되어서라도 만나고 싶었어. 형을 말이지! 우리를 배신한 형을 말이야!"
"아니야!! 나는..150년 전, 먹이를 구하러 가다가..절벽에서 떨어졌어. 그때... 은호님이 나에게 신으로서의 힘을 부여해서..나를 신으로 만들어줬지. ...물론 너희들을 떠나야 하긴 했지만.. 그것은...신이었기에 그곳에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야! 신이 무리에 붙어있으면...그건 자연의 균형이 깨지게 돼! 신이 개입할 수 없는 문제야!"
"....그깟 자연의 균형이 뭔데! 그런 것이..우리 가족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야?!"
마루는 전혀 가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어떤 말을 해도 절대로 듣지 않겠다는 듯이 강하게 화를 내던 그는 오른손에서 늑대 발톱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돌진해서 단번에 가온의 몸에 찔러넣었다.
"......!"
가온은 피하지 않았다. 마치 일부로 맞은 것처럼 전혀 피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뚝뚝 땅으로 떨어졌고, 그대로 가온은 한쪽 무릎을 꿇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루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빼냈다.
"...피하지 않았어? 신이 되고 나서 몸이 많이 둔해졌군. 형."
"...나는....미안해...마루.. ...그래.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차라리..이게.."
"흥. 미안하다고 끝날 일이라고 생각해? ...읏..!"
순간적으로 마루는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머리가 아픈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잡기 시작했고 그와 비슷하게 다른 늑대들도 뭔가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ㅡ...뭐..좋습니다.. 후퇴하도록 하세요. 일단은...
그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상당히 낯이 익은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조용히 울리는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청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마루는 더욱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잡았고 이를 악물었다.
"...혀..엉... 큭..! 모두 물러서!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가온은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직 목숨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