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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감기 기운을 잊어버리려 산책을 나왔건만, 아무래도 자신이 자신의 몸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았다. 열기가 더욱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침을 하던 와중에 만난 아사 님은 그래도 반가웠지만.
"...일종의 출퇴근이요...? 아사 님께서도 다솜의 관리자 님의 일 말고도 다른 일도 하시는 건가요? ...열심히 일하시는 아사 님, 역시 멋지세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신' 님을 향한 찬양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물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희미한 미소로써 전달한 것이었지만. 그리고 아사 님의 움직이는 바보털을 따라서 눈동자를 한 박자 늦게 이리저리 움직이다,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순간 당황한 듯, 멍했던 두 눈을 크게 뜨곤 두 손과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대답했다.
"아, 아뇨! 무, 무리한 일은 하지 않았답니다! 며칠 전에 가온 님의 과수원 씨의 일을 조금 도와드리긴 했지만... 그, 그래도 가온 님께서 억지로 시키신 건 절대 아니예요...! 못 되시지 않았답니다...!"
애써 나름대로 서툴게 가온 님을 변호를 해보지만... 어딘가 묘하게 어정쩡하긴 했다. 그 대신 조금 고민하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손가락들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다가 매우 티나게, 아주 어색하게 화제를 조심히 돌려보려 시도했다.
"다른 일이지. 아예 연을 끊은 건 아니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끄덕거립니다. 일하는 게 멋지다는 말에 바보털이 흔들흔들거리는군요. 멋지다니 더 열심히 해야할까나.
변호하는게 묘하게 어정쩡한 것 보니 의심이 됩니다. 흐응. 사실은 서투르다는 걸로 설명이 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를 놓치기는 그렇지. 아. 큰일났네. 가온이에게 흥미가 가나 봅니다. 물론 좋은 방향일 리가 없지. 골탕을 먹이거나 아니면 소악마스러운 짓이라던가. 모함이라던가.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다 던져넣은 게 아니었나..?
"정말로 안 되었구나.. 어떻게 가온이가 억지로가 아니라곤 해도 다솜의 신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가 있는 걸까." 무척 덤덤한 목소리입니다. 그치만 잘 양념이 되어 조정된 감정이 담겨있지요. 그건 과장된 분노? 리스의 손을 잡으려 했는데. 몸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건가..? 그리고 화제를 돌리려 하는 것에
"당연히 리스가 그렇게 고생하고 착취당하는 동안 잘 지내서 굉장히 미안해졌어.."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 이것도 양념된 감정. 안쓰러운 눈으로 리스의 상태를 물어보려 합니다.
왠지 모르게 살짝 동공지진이 일어날 듯한 대답이었다. 그야 아사 님의 상황이나 경험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을 끊다.' 라는 말이 좋은 상황 속에서 쉽게 나올 말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
그러나 차마 더 묻지는 못한 채, 이어지는 아사 님의 물음에 황급히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튀어나온 변호 아닌 변호는 매우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만 같이. 나름대로 열심히 한 변호였지만 역시 부족했던 것일까? 자신의 대답을 들은 아사 님께서는 담담한 목소리로 오해 아닌 오해를 하고 있었다.
"...아, 아니예요, 아사 님...! 그, 그게 아니라..."
그에 당황한 듯이 황급히 말을 꺼내보지만 아사 님께서 손을 잡아주시자 말은 그만 끊어져버렸다. 그리고... ...과장된 분노...?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어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아사 님을 바라보던 중, 아사 님께서 안쓰러운 눈으로 걱정을 해주시자 "...핫." 하는 소리를 내며 뒤늦게 반응했다.
"아, 아니예요! 아사 님께서 미안해하실 이유는 전혀 없으시니까 괜찮답니다! 저도... 막 엄청 아픈 것은 아니라서... 괜찮아요, 아사 님. ...걱정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의 걱정으로 몸이 좋아졌어요, 희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무려 '신' 님의 걱정.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건강할 수 있었다.
"...잘 지내셨다니 정말 다행이예요, 아사 님. 뭔가 아사 님께 라온하제의 분위기...? 가 아니라 다른 분위기의 느낌이 드시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스러워서..."
아사 님의 말씀을 따라서 조용히 중얼거려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살짝 찌릿,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오래 살던 곳, 옛날 생각. 아르겐타비스. ...아사 님의 무리 씨들도...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시지 않는 것일까요...? 왠지 모르게 다시금 마음이 조금 아파왔다. ...공감이 가서일까.
"......"
차마 관련해서 더 묻지는 못했다. 그 대신 조금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아사 님의 손을 두 손으로 살며시 잡으며 희미한 미소로 작은 위로를 전할 뿐. ...아사 님의 과거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자신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다가 아사 님의 바보털이 꾸불꾸불... ...아, 쫙 펴지셨어요. 그 움직임을 몽롱한 눈을 크게 뜨고 신기한 듯이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다, 이어지는 왠지 모르게 소름 돋는 아사 님의 말과 미소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을 흠칫, 떨었다. ...왜, 왠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먹잇감이 포착되었음을 눈치채는 동물의 본능적인 직감은 참으로 무섭고도 정확한 것이었다.
그렇게 미처 정정할 정신도 없이 살짝 움츠러들어 바들바들 떨다가 이내 이어지는 아사 님의 물음에 그제서야 간신히 불안감을 떨쳐냈다.
"...아... 네,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았답니다. 저, 엄청 많이 떴어요! 안 그래도 조만간에 아사 님을 찾아뵈려고 했었는데... 아사 님께서 여러가지로 바쁘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살짝 자랑 아닌 자랑을 희미하게 뿌듯한 목소리로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아사 님께서 일이 좀 줄어들어 여유로우실 때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를 공손히 덧붙여 여쭤보면서.
"나는 거짓말은 안하니까." 말을 안하는 거지. 라고 대수롭잖게 말합니다. 거짓말이라는 건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아예 하지 말라는 것도 무리지만. 너무 많이 하는 건 별로지.
"응응. 핸드니팅보다는 복잡하겠지만, 그건 도구를 쓰니까 그런 거니까." 하지만 그걸 이어붙이는 건 손만으로 하기는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라고 말하면서 지금은 안되지만 이라고 합니다. 이유야 많기는 하지. 뭐지. 도구의 부재라던가. 어떤 형식의 뭔가를 만들고 싶어요. 라던지.
"도구를 살까나.." "같이 사러 갈래?" 무척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혼자 사러 가게 하면 어쩐지 잘 모를 것 같기도 하고.. 흔히 보이는 대바늘이 아닌 코바늘류를 사야 할 겁니다.
아사 님의 말씀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뢰 가득한 미소를 배시시 지었다. 진심이었다. 애초에 아사 님께서 악의 어린 거짓말을 하실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 ...'신' 님을 믿지 않는다면 자신이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이제 핸드니팅 씨 이후로는 도구 씨를 쓰시는 걸까요? 왠지 조금 떨리고 긴장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구를 사용해서 뜨개질을 해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론을 고치느라 바느질을 해본 적은 있어도.
"...네, 아사 님께서도 바쁘실테니까요. 그리고 복잡해도 괜찮아요. 저, 열심히 배울게요!"
아사 님께서는 좋은 스승님이시니까 분명히 잘 가르쳐주실 거라고 확신했다. 저번 핸드니팅 수업 때도 그러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아사 님의 가르침을 잘 따라가겠다는 의지만을 열심히 보이며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그러다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제안에 순간 멍하게 굳어있다가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란 듯이 두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저, 정말로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몇 번이고 되물은 후에야 이내 기쁜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활짝 지었다.
"...네, 아사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아사 님?"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었기에 더욱 다행이 아니었을까.
/ ㅋㅋㅋㅋ괜찮아요, 아사주! 어차피 저도 잘 몰라서 스무스~ 하게 아무 말로 해도 괜찮답니다! XD(토닥토닥)(같이 아무 말 준비)(???)
아사 님, 방금... 왠지 모르게 아사 님께서 아주 잠깐 멈칫하시는 것 같아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며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냥... 제 기분 탓인 걸까요? 어차피 한 쪽 눈밖에 보이지 않던 자신이었다. ...헛것을 봤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
그 대신 이어지는 아사 님의 설명을 열심히 경청했다. 그러니까... 촘촘히 매듭을 짓기 위해서 도구 씨를 사용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바느질이랑 원리는 비슷하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다행이예요. 저, 바느질은 해본 적 있으니까... 열심히 배우고 익혀볼게요, 아사 님."
의지가 다시 가득찼다. 물론 겉으로는 의욕에 불타는 모습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렇지만 아사 님께서 같이 가도 된다고 허락해주자 순간 선명하게 활짝 웃어보였다.
"! ...저, 정말로 괜찮나요, 아사 님? 와아, 정말 감사합니다! ...박학다식하신 아사 님께서 함께 가주신다면 정말로 안심이예요. 영광이예요, 아사 님."
왠지 든든한 느낌. 믿음직한 스승님(?)과 함께라니, 실패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었다.
"...네, 그러면 될 것 같아요. ...저번의 그 가게 씨로 가면 되는 건가요, 아사 님?"
이어지는 아사 님의 중얼거림을 듣고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다른 질문을 하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 앗...! 그랬던 거군요...ㅋㅋㅋㅋ 괜찮아요! 그래도 리스는 아사를 믿으니까요! :D
작게 배시시 웃는 그 모습은 잠시 동안이었지만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이미 떠오르는 존재들은 많았다. 시간이 지나서 스웨터가 완성된다면, 다시 나눠드리러 집을 나서서 찾아다녀야겠지. 하지만 그 발걸음은 분명 기쁠 것이었다. ...비록 집어던져진다거나 안 좋은 말을 하시는 '신' 님들을 만나게 된다고 할 지라도.
그래도 아사 님의 말씀이니까 분명 그럴 거라고 한 치의 거짓 없이 믿으며,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을 가만히 들었다. ...그런데... 왠지 아사 님, 잠시 목소리가...?
보이지 않는 시각 대신 청각만큼은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도 자신 있을만큼 발달되어있던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이내 어쩌면 자신의 착각이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왠지 아사 님의 끝없는 지식이라는 건... 아사 님께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을 간직한 채.
"...그러셨군요. 네, 그러면... ...같이 가봐요, 아사 님."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끄덕였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이내 손을 내밀어주시자 잠시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다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머뭇머뭇,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 아주 조심스럽게, 살며시 아사 님의 손 위에 자신의 두 손을 올려놓아 아사 님의 손을 살짝 잡았다. 자신의 손이 긴장과 영광스러운 기쁨에 살짝 떨리는 듯 한 건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었다.
멍하니, 정말로 멍하니 얼빠진 소리를 내며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깜빡깜빡, 느릿하게 깜빡여지는 두 눈동자는 아사 님의 묘한 눈을 보며 그 '노동력 착취를 하는 이'를 생각해보았다. ...서, 설마... ...아니겠지요...?
"......"
...왠지 모를 불안감이 다시 찾아왔다.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에서 역시도 묘한 불안이 나타났다. ...왠지 괜한 말씀을 드린 것 같아요, 저... 그러나 후회와 깨달음은 언제나 늦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애써 아사 님이시니까 괜찮을 거라 믿었다. 응, 괜찮을 것이었다. ...아마도...?
아무튼 이내 아사 님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자 시작되는 아사 님의 신통력. 역시 '신' 님들의 능력은 언제 봐도 무척이나 신기한 것이었다. ...자신은 하지 못할. ......하지 않는...? 실없는 생각을 조용히 접고선 이내 도착한 실 가게 앞. 아사 님의 움직임에 맞추어 조심스럽게 잡고있던 손을 놓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공손히 허리를 숙여 덧붙였다.
"...그러게요. 여전히 정말 멋진 가게 씨예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자신의 눈에는 언제나 멋져보였으니. 그러다 아사 님께서 문을 열어주시자 다시금 살짝 놀란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머뭇거리다가 이내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은 여전히 뜨개질과 관련된 여러가지 실들로 형형색색 가득히 채워져있었다. 그 화려한 모습들에 다시금 작게 감탄하다, 이내 몇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왠지 이 이후의 일은 아사 님과 가온 님께 맡겨야 할 것 같았다. 왠지 모를 드라마...? 사실 드라마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은 몰랐지만 예전에 은호 님께서 한 대 맞으시면 죽으신다던가(?), 백호 님께서 먹염룡이시라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전부 다 '드라마' 라고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왠지 모르게 스쳐지나갔기 때문에.
"...네,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해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애초에 자신의 눈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멋지지 않은 게 있었겠느냐마는. 아무튼 따라오라는 아사 님의 목소리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기 시작했다.
목도리 씨, 담요 씨, 가디건 씨, 그리고... ...과일 씨? 어라...? 과일 씨가 왜 여기에...? 정체불명의 과일 모양 물건에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계속 걸어가면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멍한 두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반짝반짝였다. 물론 그러다가...
"...아얏!"
...멈춰선 아사 님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살짝 콩, 하고 부딪쳐 버렸지만. 그에 뒤늦게 이마를 문지르며 아사 님께 죄송하다고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 사과를 전했다. 그리고는 아사 님께서 코바늘 하나를 꺼내어 건네주시자 잠시 그것을 두 눈을 깜빡깜빡이며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쥐어보았다.
"...! 와아, 뭔가 딱 맞는 것 같아요...!"
크기도, 길이도 자신의 손에 딱 알맞았다. 아사 님의 눈썰미는 역시 대단해요...! 신기한 듯이 코바늘을 손에 든 채 이리저리 느린 동작으로 움직여보다가 천천히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돗바늘이나 아프간 바늘이나 대바늘 같은 다양한 것이 있긴 하지만.." 나름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실을 걸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거립니다.
"이걸 잘 쓰게 되면 생활 용품을 만들 수도 있어서. 뭐지. 과일 모양 수세미라던가?" 그런 겸? 이라고 말하면서 그게 정말 마음에 든다면 응. 그걸로 사줄게. 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러고보니 아사가 쓰던 천은 뜨개질의 산물은 아니지만 굉장히 길었으니 천을 짜고도 남은 걸로 아주 얇은 것들만 모아서 웨딩링처럼 레이스 베일을 하나 짰던가.
멍하니 두 눈을 깜빡깜빡이며 아사 님의 말씀을 따라 중얼거렸다. 갑자기 머릿속이 핑핑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 수많은 바늘 씨들이 있어요...! 헤롱헤롱, 복잡한 머릿속에 눈동자가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기분. 그러나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말씀에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생활 용품이요? 과일 모양 수세미...? 아, 혹시 아까 그 딸기 씨 모양을 하고 계시던 그것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아하! 방금 전에 그 물건 씨는 수세미 씨였군요! ...수세미가 뭔지 모른다는 것은 지금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야 아사 님의 말씀에 깜짝 놀라 드물게 곧바로 고개와 손을 도리도리, 황급히 저었으니.
"아, 아뇨! 괜찮아요, 아사 님! 이렇게 함께 와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엄청 감사하고 죄송한 걸요...! 더군다나 이 코바늘 씨는 아사 님께서 직접 골라주신 것이니까... 그러니까... 제가 직접 구입하고 싶어요, 아사 님. ...아사 님의 그 마음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감사해요."
배시시, 작게 웃으면서 아사 님께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래, 언제까지고 '신' 님들께 도움을 받으며 살 순 없었으니. 그러다가 아사 님의 작은 중얼거림을 듣고는 괜히 자신이 더 신난 듯, 살짝 들뜬 듯한 목소리로 아사 님께 물어보았다.
"...앗, 아사 님께서도 뭔가 다른 물건 씨를 만드시려는 건가요? 감히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여기까지 함께 오신 김에 아사 님께서도 예쁜 실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아사 님의 마음에 쏙 드시는 실 씨를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