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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님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으신 걸요.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투가 아닌, 그 사과하시는 존재의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사 님의 사과는 분명 그 느낌이 잘 전해질 거예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으면서 드물게 곧바로 대답했다. 그야 자신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으니. 애초에 아사 님의 말투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아사 님께서 눈을 살짝 내리깔며 조금은 무거운 듯한 목소리를 내자, 잠시 미소를 그치고 아사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자연스럽게 마주쳐진 두 눈동자. 자신과 비슷한 그 몽롱한 눈동자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다, 이내 다시금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꽃피웠다.
"...아사 님께서 그렇게 노력하신다면, 분명히 그렇게 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아사 님. 물론 아사 님 말씀대로 때로는 잘못을 하고, 때로는 잘못 판단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사 님께서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 노력하시고 계시니까, 분명 그렇게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아사 님께서 원하신다면 앞으로는 아사 님께 사과드리지 않을테니까요."
...아, 이, 이 말은 뭔가 좀 이상해요, 아사 님...! 희미하게 웃으며 하던 말은 결국 뭔가 이상한 문장으로 끝마쳐졌고, 그에 잠시 멍하니 말을 곱씹듯이 생각해보다가 그제서야 파악을 마친 듯, 살짝 당황하듯이 동공지진을 일으키면서 황급히 멍청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물론 그 말이 진짜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건 아사 님께서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아무튼 이어지는 아사 님의 희미한 웃음과 말씀에 다시금 심각한(?) 모습으로 상상에 빠져보다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신' 님을 가지고 이런 상상을 하는 건 정말 무례한 짓이니까 더 이상 하면 안 돼요...! ...궁금증은 별개였지만.
"...네, 저도 들었었답니다. 가온 님께서 직접 종 씨를 울리시는 걸 누리 님과 함께 들었었는데, 그 종 소리가 너무나도 예뻤어요. 그래서 다시 듣고 싶어서 와봤는데... 가온 님께서 안 계셔서..."
어쩌면 좋을 지 모르겠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끝을 흐리면서 천천히 종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종이 어느새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말투도 크게 차지한다는 건 맞긴 하지만.. 약간 위로가 되기는 하려나." 작게 중얼거리는 듯 말하지만 리스가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정도였을 겁니다. 느낌이 잘 전해지도록 하는 것도 좋기는 좋지만. 아사는 느릿하게 리스와 마주친 눈을 피하려 했습니다. 오랫동안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마주치면 빼앗아버릴 것 같단 생각은? 무슨 의미인가요? 그 또한 약간은 수수께끼 같은 것이었습니다.
"노력해야겠지... 응. 잘못도 하고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지만." "알아.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알지만.." 진짜로 사과할 일이 생겼을 때 안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요. 그것은 기묘한 통찰이었으니까. 그리고 리스의 가온 님께서라는 말에 확실히 가온이가 없으니까 멋대로 하긴 그런데.. 라고 하다가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아. 그렇네. 딱히 치지 말라고 강제할 이유는 없었지.
"자유롭게 치고 싶은 이는 치라고 써져있어." 안내문을 가리키면서 듣고싶으면 치면 되지 않을까? 라고 말하면서 치는 부분을 살짝 만져보려고 시도합니다.
진심이었다. 자신의 말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렸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렸다면. 그렇기에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아사 님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아사 님께서는 이내 느릿하게 자신과 마주쳐진 눈을 피해버렸다. 그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스리슬쩍하는 동작이었지만, 그에 대해서 묘한 느낌을 순간 동물적인 감각을 통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사 님, 뭔가 불편하신 것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해서 자신이 물어볼 수도 없음 역시도 직감했다. 그렇기에...
"...아사 님께서는 분명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계속 응원하고 기도해드릴게요, 아사 님."
그 대신, 부드러운 눈웃음과 함께 진심 어린 응원을 드렸다. 그것이 자신이 아사 님께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튼 이내 도착하게 된 거대한 종. 그러나 종을 치던 가온 님께서 안 계시니 종 소리는 듣지 못 하게 되는 걸까, 하는 아쉬움이 앞서려던 바로 그 순간, 들려오기 시작하는 아사 님의 말. 그에 뒤따라 안내문을 발견하고는 잠시 그것을 눈으로 읽었다. 그리고...
"...정말이네요!"
한 박자 늦게 표정이 화아, 순간 밝아졌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종의 치는 부분을 살짝 만지자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사 님께서도 같이 쳐주실 수 있을까요?"
'신' 님과 함께, '신' 님을 위하여 치는 종. 그 종소리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자신의 '신' 님의 귀에도 들리게 되지 않을까.
"기쁘다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소소한 거로도 기쁜 건 좋은 거야." 편해진 것이라고 보기엔 애매했지만, 기쁜 것을 해치기는 그랬지. 아마도.. 눈을 피하는 것은, 아마도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것마저도 보이지 않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남아 있을 리는 없었지만서도
"응원과 기도를 해준다고 하니까. 왠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기대는 독입니다. 잊지 마세요. 어쨌거나, 진심어린 것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종을 치는 곳으로 다가가면서 안내문을 보는 리스의 표정을 보고는 밝아진 게 낫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같이 치는 것 자체는 문제없어."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다만..부터는 말하진 않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종을 치는 나무쪽으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잡고 치면 되려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흔들흔들하는 중..
"아. 그러고보니 나 가르쳐주기로 했었지." 오늘 가서 가르쳐줄까? 라고 아주 지나가는 듯 말하려 합니다.
"...네, 맞아요. 저도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기쁨을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아사 님께서 크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사 님께서는 어떤 것에 기뻐하실까요? 잠시 아사 님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사 님께서도 언젠가는 정말로 '행복'하게 기뻐하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예요.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고민도 조용히 마음 속으로 해보면서,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아사 님께서는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시지는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아사 님께서는 하고 계신 일이 정말 많아 보이셔서..."
애초에 자신이 궁극적으로 응원하고 기도하는 것은 아사 님의 '행복'이었다. 거기서 더욱 열심히 하셨다가는 과로사로 쓰러져버릴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그냥 아사 님께서는 더 열심히 하시기보다는 조금 쉬셨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렇게 조금 걱정스러운 듯한 말을 덧붙였다.
아무튼 이내 종을 쳐도 죈다는 안내문을 보고 아사 님께 같이 칠 것을 조심스레 부탁드리자, 아사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모호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면서도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왠지... 여쭤보면 안 될 것만 같았기에. 그렇기에 그저 종을 치는 커다란 나무 기둥을 두 손으로 천천히 붙잡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어디를 쳐야 하는 걸까요? 종을 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으니 잠시 머뭇머뭇, 종의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확인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아사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아사 님께서 바쁘시지 않다면 저는 언제든지 좋아요."
아사 님께서 언제나 수많은 일을 하느라 바쁘다는 것은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 아사 님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아사 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도 했기에 아사 님의 스케쥴에 따르려 했다. 그리고... 이내 곧 종의 당좌를 발견하고는 나무 기둥을 조금 더 꼬옥, 힘주어 붙잡았다. 두근두근, 종 소리를 들을 생각에 마음이 살짝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 괜찮아. 나는 유능하니까. 그정도는 해도 상관없는 거야." "내 의사로 늘린 일은, 놓지 않아." 물론 과로는... 딱히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하겠다고 약조같은 건 할 생각이 없었으니(기본적으로 약조는 어기지 않으니까) 무어라 할 말은 없었기에 능숙하게 화제를 돌리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종을 친다거나, 핸드 니팅이라던가요. 아마도, 누군가가 그런 일을 어떻게 상실시킨다면 어떻게 될런지.
"응. 핸드 니팅. 짧은 목도리라던가. 그런 것 만드는 것도 괜찮을 거야." 초보자니까 말이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을 치자는 것에 좋다는 의사를 고개를 끄덕임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그래. 그럼 리스가 숫자를 세면 되려나." 그러면서 당좌를 잡았습니다.
//으으... 집에 돌아가는 길... 다들 리하이예요... 답레만 올리고 다시 잠수를...
문득 아사 님의 물음이 들려오자 한 박자 늦게 어벙한 모습으로 두 눈을 깜빡깜빡이며 검지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행복과 기쁨. 잠시 그 두 단어를 몇 번이고 조용히 중얼중얼 읊어보다가 이내 작게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이 라온하제에서의 나날들은 언제나 행복하고 기뻐요. '신' 님들께서 즐거워하신다면 더더욱이요."
자신의 '신' 님의 자비와 기적으로 힘들게 얻은 이 소중한 나날들이 행복하지 않거나 기쁘지 않을리가 없었다. ...리스, 리스. 저는 '행복'해요. ...제발, 행복하고 싶어요. "...물론 아사 님께서 엄청 유능하시고 지혜로우시다는 건 저도 알고 있지만... 너무 많은 일들을 맡으셨다가는 아사 님의 몸이 힘드실지도 몰라요.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사 님께서도 때로는 푹 쉬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보조 씨를 두신다거나...?"
으음, 나름대로 골똘히 머리를 굴려 해결책을 조심스레 얘기해보기도 하며, 아사 님을 걱정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었다. 부디 아사 님께서 무리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예요.
그러다 핸드 니팅과 짧은 목도리라는 말이 나오자 그 단어들을 조용히 따라하며 두 눈동자를 기대감에 반짝반짝였다. 뭔가, 엄청 멋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직접 만들어내는 목도리 씨라니...! 역시 아사 님은 대단하세요! 그런 방법도 이미 다 알고 있으시고...
열심히 배워야겠다, 하고 굳게 다짐하다가 이어진 아사 님의 말에 한 박자 늦게 "...앗."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그럼... 하나, 둘, 셋...!"
대애앵, 대애앵, 구령에 맞추어 나름대로 힘껏 종을 치자, 전에 들었던 종 소리보다 좀 더 긴 종 소리가 비나리의 광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대애앵, 대애앵, 바로 앞에서 듣고 있기 때문일까. 시각 대신 더 예민하게 발달한 청각이 순간 깜짝 놀라 흠칫, 할 정도로 그 종 소리는 매우 크게 느껴졌지만, 잠시 후에 익숙해지니 그것은 다시금 아름답고 청명한 종 소리로 바뀌어 들리기 시작했다.
"...와아... 이 종 씨는 정말로 예쁜 소리를 내시는 것 같아요, 아사 님."
그에 감탄하듯 두 눈을 반짝반짝이며 커다란 종을 올려다보았다. ...노래가 하고 싶어지는 종 소리였지만, 노래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