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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령주 어서 오세요! :D 그리고... 사과하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령주. 답레는 정말로 느긋하게 주셔도 되는걸요. 그러니 답레는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 그보다 안 좋은 일이라니...(토닥토닥) 무슨 일인진 잘 모르겠지만, 부디 령주께서 괜찮으시기를 바래요...ㅠㅠㅠ
리스가 다가와 자신에게 손을 잡는다. 령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리스를 바라보았다. 훌쩍이느라 리스가 다가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령이 리스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리스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당신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나에게 온기를 주는군요. 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눈에서 다시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은 과연 리스에게서 위로의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가? 알지 못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비록 분에 겨운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리스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좋았다. 물론 사랑받은 적 없다는 리스의 말에는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가 자신을 위로해줄 땐 좋았다.
그 말로 충분하다는 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령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당신은 그걸로도 충분할까? 만약 당신이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어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진다면, 너무나도 아프고 괴로운데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조차 없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도와도 괜찮을까? 령은 그러한 생각을 하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한 말이 리스에게 도움이 되면 다행이었지만...
"그 말로도 충분하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리스가 더 이상 외로워하지도, 괴로워하지도 않길 바랍니다. 더불어서 만약 리스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줄거예요."
그것이 제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 령은 그 말을 삼키고는 색이 다른 리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스테인 글라스의 무지갯빛에 리스의 흰 눈동자가 다채로운 색상으로 물들여지는 듯했다. 령이 눈을 깜박였다. 리스는 자신과 다른 존재,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 나는 어떻게 해야만 좋은가? 령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리스의 희미한 미소였다. 자신의 이름의 뜻이 행복이라며 행복을 원할 땐 자신의 이름을 불러라는 리스에게 령은 무슨 말을 속삭여야 했을까? 령은 리스를 따라 웃어보였다. 리스, 당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을 느끼고 있답니다.
"고마워요, 리스. 행복이 필요해질 때 꼭 당신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저의 이름은 아쉽게도 방울이란 뜻이라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하겠지만요. 령은 속으로 그 생각을 하며 자신의 머리장식을 매만졌다. 딸랑딸랑. 조용하고 성스러운 성당에 방울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친구. 리스는 자신에게 친구가 되고싶다고 하였다. 그래. 그것은 령이 원했던 관계와는 조금 다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령은 상관없었다. 자신이 원한 건 리스의 행복. 제가 리스의 곁에 있음으로서 리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다. 령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의 의미였다.
"물론입니다, 리스. 당신이 친구를 원한다면 전 기꺼이 되어드릴 수 있어요. 앞으로도 '친구'로서 잘 부탁합니다."
령 님께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다가가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안타까웠다. 안타까웠다. 그 감정만이 맴돌아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였다. 지금 령 님께서는... '신' 님이 아니었으니. 그래, 위대하고 위대하여 자신이 숭배하고 찬양해야 할 존재가 아니었으니. 어쩌면... ...진짜 '령' 님의 모습을 본 걸지도 모르겠어요.
순간, 처음으로 령 님이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더더욱 진심을 담아 령 님께 위로와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 목소리는 고요했고, 석상을 포함한 성스러운 성당 안의 모든 것들은 숨죽여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스로 상처를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여러가지를 의미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네, 충분해요. 아니, 오히려 충분하다 못해 과분할 정도예요. 저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바라지 않아주시는 령 님의 그 말씀은, 저의 기도보다도 훨씬 더 큰 가호이자 부적이 된 걸요. 그러니... 정말로 감사해요, 령 님. ...저도 령 님을 언제든지 도와드릴 거예요."
령 님께서 '행복'하실 수 있도록. 령 님이 자신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막아준다면, 자신은 령 님의 행복과 즐거움을 드릴 것이었다. 기꺼이, 온 힘을 다하여.
...인간들의 '신' 님의 형상을 띤 석상 앞에서 하는 맹세는 자신에게 있어서 정말로 크고 중요할 터. '신' 님께 거짓을 고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저의 '신' 님. 부디 제가 앞으로 령 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의 이름을 걸고. ......'리스'.
딸랑딸랑, 령 님의 방울 소리에 차분히 마음을,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캐롤은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지만, 창문을 통해 부서져 내려오는 무지갯빛의 빛줄기들과 령 님의 방울 소리만으로도 거대한 성당은, 그리고 작디 작은 자신은 가득히 채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령 님께서는 이내 자신의 부탁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마음 한 구석이 찌릿, 왠지 모를 벅참으로 인하여 뭉클해져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한 단어가 자신에게 있어서 가지는 의미는 얼마나 커다랗던가. 그 한 단어를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던 그 외로움은 얼마나 커다랗던가.
령 님께서는 더 이상 령 님이 아니었다. 무지갯빛을 받아 반짝이는 령 님, 아니, 이제는 령의 아름다운 미소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의 '신' 님. 저는 정말로...
눈을 감았다 뜨면 사라질 신기루와 같은 느낌이었다. 꿈결 같은 행복감. 하지만... 이내 천천히 한 손을 뻗어 령의 손을 잡아 조용히 악수를 했다. 맞닿아진 손에서 전해져오는 온기는, 분명 더이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리라. 바람이 불면 날아가버릴 꿈이 아니었을 것이리라.
의문스럽기 짝이 없는 물웅덩이를 지나 우리들은 동굴 안 쪽으로 더욱 들어갔다. 어딘가에서 물이 흐르는 것일까? 귀를 쫑긋 세우니 어딘가에서 콸콸콸 거리는 느낌으로 폭포가 흐르는 것 같은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코를 킁킁 세우니 어딘가에서 물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대체 이 동굴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좀처럼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뒤이어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 동굴 벽면에 붙어있는 보라색 보석 같은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싶어서 가만히 바라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자수정이었다. 자색으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그 자수정을 가리키면서 나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있잖아. 여기에 자수정이 있어! 정말로 예쁘지 않아? 후훗. 가져갈 이는 가져가는 것은 어때? 나름 괜찮을 것 같...아차.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었지. 참..."
순간적으로 지금이 동굴 탐험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축복의 오로라를 치기 위해서 왔다는 것을 잊을 뻔 했다. 그것에 나는 가볍게 꿀밤을 먹이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말... 왜 나는 항상 이렇게 중요한 것을 자꾸 잊어먹게 되는 것일까. 우으... 이래가지고서는 500년이 지나도 지배자 신이 못 될지도 모르겠어. ...우으.."
나도 모르게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꼬리도 축 쳐졌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앞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있잖아. 너희들은 내가 500년 뒤면 정말로 엄마를 이을 수 있는 훌륭한 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가끔 잘 모르겠어. ...그냥 엄마가 계속 지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만 해도 엄마였으면 한눈 팔리지도 않고 잘 갔을테니까.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해줬으면 해."
자수정이라... 정말 예쁜 걸? 령은 자수정 끄트머리를 만지며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들려오는 누리의 목소리에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누리는 아무래도 500년 후,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된다는 것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령은 고개를 저었다. 방울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아니, 누리 네가 아닌 은호님이 다스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은호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라온하제는 어떻게 되는거지? 은호님을 대체할 지도자를 뽑을 필요도 있어. 아까 말한 은호님께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그렇고... 내가 오랫동안 방랑하면서 느낀 거지만 한 사람이 집단 하나를 너무 오랫동안 이끌면 점점 반감이 생기기도 해. 여러가지 사고가 터지기도 하고. 물론 내가 말한 케이스는 인간들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이라 신인 우리들은 조금 다를 수도 있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라온하제를 통치하는 건 은호님도 바라지 않을 것 같아. 게다가 네가 500년 후에 적절한 라온하제의 지도자가 될 수 없었다면 애초에 은호님이 너를 차기 지도자로 세울 리도 없었겠지."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이상한 물웅덩이를 지나서 좀 더 깊숙히 동굴 안으로 걸어나가고 있자,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폭포 소리같은? ...그래도 '신' 님들이랑 같이 오니까 두렵지 않아요. 만약에 혼자 왔더라면 사방을 경계해야 했겠지만.
아무튼 좀 더 걸어나가다보니 동굴의 벽면은 새로운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아름다운 보라색으로? 와아, 한 박자 늦게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그 자수정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정말 예쁘게 반짝이고 있어요. 신기한 돌멩이 씨들이예요.
조심스레 톡, 톡, 손가락으로 두드려보고 있자, 이내 곧 시무룩한 누리 님의 목소리가 들려와 뒤늦게 깜짝 놀라며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고민하는 듯한 누리 님의 모습에, 드물게 곧바로 반응하여 고개를 세차게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누리 님께서도 은호 님처럼 정말 훌륭한 '신' 님이 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물론 누리 님께서는 이미 엄청 훌륭하신 '신' 님이시지만... 5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더더욱 멋지고 위대하신 '신' 님이 되어계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정말로요."
...한눈을 판 건 저도 마찬가지인 걸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며 덧붙였다. 그만큼 자수정이 아름다웠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누리 님을 믿어요. 누리 님께서도 정말로 멋지고 위대하신 분이시니까요. '신' 님을 믿는 마음은 흔들림 없이 확고했다.
모두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령은 조금 단호한 느낌이고 아이온은 조금 조용한 느낌이었고 리스는 자상한 느낌이었다. 그 3명의 말은 모두 나를 위로하는 느낌이었다. 잘할 수 있을 거다. 못 될 것은 없다. 정말로 믿고 있다. 그런 말들에 나는 조금 가슴이 뭉클한 것을 느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나는 자수정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거기서 자수정 3개를 뽑은 후에 모두에게 각각 내밀었다.
"다들 말 고마워. 오늘은 뭔가 위로만 받는 것 같네. 사실 이런 말은 잘 안하는 편이야. ...엄마나 가온이, 그리고 백호 언니 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뭔가 믿음을 저버리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어쩌면...이 동굴에는 엄마도, 가온이도, 백호 언니도 없으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다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3개 정도는 괜찮겠지?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니까. 그렇게 스스로 합리화 아닌 합리화를 하면서 나는 동굴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 일단 고민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오로라를 펼치지 않으면 안되니까.
일단 일직선인 동굴을 계속해서 나아가는 도중, 곧 커다란 호수 같은 곳이 눈앞에 보였다. 동굴 안에 고여있는 커다란 호수의 부근에서는 어딘가에서 콸콸콸 쏟아져내리고 있는 폭포도 보이고 있었다. 바깥처럼 커다란 무지개가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풍경은 상당히 웅장하고 멋진 느낌이었다. 마치 동굴 안의 계곡을 보는 것 같았다.
"와아아..."
작은 감탄사를 내뱉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경을 하는 것은 지금은 적절하지 못하니까. 그렇기에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 길이 막힌 것이 보였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징검다리였다. 물살은 상당히 빨랐기에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간단하게 징검다리를 깡총깡총 뛰어서 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모두들 빠지지 않게 조심해! 알았지?"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9시 10분까지 받을게요!
단...이 반응레스를 쓰기 전에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1~2의 값입니다! 1은 통과 성공, 2는 통과 실패입니다! 그에 맞춰서 반응레스를 써주세요! 2가 걸리면 물에 빠지는 묘사를 넣어주면 되겠습니다!
아, 누리 님께서 기운을 차리신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비록 누리 님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물적인 본능으로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누리 님께서 이내 자수정을 건네주시자 잠시 받아도 되는지 고민하고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그리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누리 님.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누리 님께서는 정말로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언제나 믿고 있어요. ...모두들 누리 님을 믿고 계실 거예요."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누리 님은 혼자가 아닐 것이었다. 앞으로도, 모두가 함께.
아무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보니, 곧 커다란 호수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쏟아져내리고 있는 폭포 하나. ...아까 들었던 그 물소리의 주인은 저 폭포 씨였던 걸까요? 꽤나 웅장하고 멋진 폭포의 모습에 덩달아 작게 감탄하기도 하면서,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이내 곧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징검다리와 상당히 빨라보이는 물살. 징검다리를 깡총깡총 뛰어서 건너야 함을 직감하고는, 누리 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 깡총, 두 깡총, 조심스럽게 점프를 하면서 마지막 순서로 징검다리를 건너며 거의 다 도착한 그 때...
"...아ㅇ...!"
비명은 느렸고, 미끄러지는 발과 넘어지는 몸은 빨랐다. 풍덩! 하는 시원하고도 거센 입수 소리에 자신의 비명은 가볍게 묻혀져 버렸으니.
"......아..."
잠시 멍하니 물 속에 앉아있다가, 이내 황급히 쫄딱 젖어 무거워진 몸을 애써 힘겹게 일으켜 나머지 다리를 건넜다. 푹 숙인 고개에, 두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렸지만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 홍조는 매우 부끄러움을 알려주는 듯 했다. ...죄송합니다, 하는 뒤늦은 사과가 덧붙여졌다.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덤으로.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자신의 것이겠지. 시무룩해진 누리 님윽 모습에 살짝 당황하여 두 손을 내젓다가, 이내 아사 님의 말씀에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며 옷자락을 두 손으로 꽈악 짜보았다. 그러자 물줄기가 주르륵 흘러나왔고, 그에 조금은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누리 님의 말씀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곤 애써 발걸음을 빠르게 떼었다. ...감기 걱정은 일단 미뤄놓아야겠어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자 어느새 도착하게 된 수정. 하늘의 태양빛이 내리쬐는 수정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고, 그에 작게 감탄하다가 이내 머릿속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뒤늦게 놀란 듯 반응하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공손하고도 확실하게 대답했다.
아이온과 리스의 말에 이어서 나 역시 누군지 모를 목소리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실, 이 답은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었으니까.
"저는 이 땅의 지배자, 은호의 딸인 누리에요! 축복의 오로라를 펼치기 위해서 여기로 왔어요! 아이온이 말한대로 라온하제의 거주자이기도 하고, 이들은 모두 저를 따라서 온 거예요! 그런데 정말로 누구세요?"
나 역시 리스처럼 누구인지 궁금이 들었기에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웅장하고 무게가 있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ㅡ나는 이 동굴에 있는 축복의 수정을 지키고 있는 의지. 그 자체. 오랫동안 은호의 힘을 주변으로 퍼뜨린 존재. 그 자체. 축복의 오로라를 펼치려고 온 것이냐? 드디어 그 시기가 되었구나.
축복의 수정은 저 수정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엄마의 힘을 주변으로 퍼뜨린 존재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걸까. 엄마의 축복의 힘을 주변에 녹아내리게 한다는 것은... 이 목소리의 주인공도 그 정도의 힘이 있다는 이야기일까? 뭔가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존재를 앞에 두고 있다는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나를 응원했으니까.
"네. 그 시기가 찾아왔어요. 그렇기에 엄마를 대신해서 제가 이렇게 왔어요. 고위신 은호의 딸, 고위신 누리로서, 500년 후에 이 땅을 지배하고 축복을 내릴 존재로서 축복의 오로라를 펼치러 왔어요!"
ㅡ스스로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직 저는 미숙하니까요. 하지만!! 여기까지 같이 온 친구들이 말해주었어요. 격려해주었어요. 지금은 미숙할지도 모르지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엄마는 믿으니까 저를 500년 뒤에는 지배신으로 세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저는 반드시 훌륭한 고위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이 동굴을 나아가면서 모두가 이야기해주었어요! 그러니까...!!"
ㅡ......
"지금은 자격이 부족하더라도 언젠간 자격이 있는 신이 될 거예요! 이 동굴을 같이 나아가면서 저에게 이야기해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그것은 나의 의지 그 자체였다. 말을 끝낸 후에 나는 고개를 돌린 후에 모두를 바라보면서 해맑게 웃었다. 모두가 해준 말이 여기서 이렇게 떠오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굴을 나아가면서 모두가 해주었던 말들. 그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말들을 떠올리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뭉클한 느낌이었다. 아직 부족한 신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격려를 해주고, 모두가 따스한 말을, 혹은 나를 위한 말을 한 것을 떠올리니 미소가 안 지어질 수가 없었다.
ㅡ그런가? 그렇다면 다른 이들에게 묻겠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10시 25분까지에요! 덧붙여서 분기점으로 여러분들이 누리에게 한 격려가 일정 포인트를 넘어섰기에 이 이벤트는 해피하게 끝날 예정입니다!
령은 차분하게 목소리의 질문을 되물었다. 그녀의 검은 눈에 결연한 의지가 돋보였다. 령이 수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방울은 여전히 딸랑딸랑 울리고 있었다.
"누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충분히 모두를 포용할 만한 그릇을 보였습니다. 물에 빠진 리스를 걱정해주기도 했고 길가에 보였던 물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모두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누리는 이 라온하제의 주민들 모두의 이름과 종족을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리가 이 라온하제를 다스리게 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령은 짤막하게 제 할 말을 끝내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포커페이스였다.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사 님에 이어서 누리 님 역시도 대답을 하셨고, 그에 자신 역시도 조용히 목소리의 대답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위를 바라보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오기 시작하는 웅장한 목소리. 그 정체는 동굴에 있는 축복의 수정을 지키고 있는 의지였고, 그 정체가 범상치 않음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더욱 범상치 않음을 느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역시... 저 분은... 잠시 조용히 동굴 안과 수정 주위를 느릿하게 두리번거리면서 가만히 '의지'와 누리 님의 대화를 경청했다. 그럴 자격. '자격'. 누리 님께서는 충분히 그 자격이 있는 '신' 님이었다. 그것만큼은 정말로 확신할 수 있었다. 올곧고, 바른 길로 나아가려 하며, 방금 전처럼 자신 같이 작은 존재도 걱정해주는 존재. 진정한 '신' 다운 '신' 님.
누리 님께서 해맑게 웃어주시는 것을 따라서 조용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화답했다. 그래, 모두의 '즐거운 내일'을 바라는 '신' 님이시라면...
'의지'의 목소리는 이번엔 자신들에게로 그 질문의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 그 질문은 이미 대답이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곤 입술을 열었다.
"네, 그렇게 생각해요. 누리 님께서는 언제나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을 바라시던 '신' 님이신걸요. 누리 님께서는 모두가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라시는, 이미 훌륭하신 '신' 님이세요. ...그러니까... 축복의 오로라 씨도 잘 퍼뜨리실 수 있으실 거라고 저는 믿어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다. 신뢰와 믿음이 가득한 미소였다. 이 대답은 언제나 변함 없을 것이었다.
/ 령주 어서 오세요! :D 그리고 해피 엔딩, 와아! 어어... 그러면 배드 엔딩도 있었던 건가요...?(흐릿)
령도, 아이온도, 리스의 말에도 나는 그저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미숙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의 편을 들어주고,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나를 믿어주는 모두의 따스함을 느끼면서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ㅡ과연. 다음 고위신은 다른 이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을 입어서 성장하려고 하는가. 그것 또한 좋지. 좋다. 지나가도 좋다. 신들이 믿는 너의 존재, 너의 성장을 이곳에서 난 지켜보겠다.
이어 목소리는 천천히 사라졌다. 그리고 저 앞에 있는 수정이 은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으로 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리고, 동굴이 가볍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굴의 천장의 일부가 마치 문이 열리는 것처럼 양옆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넓게... 그 덕분에 근방은 매우 환한 빛으로 가득 차올랐다.
"......."
침을 꿀꺽. 모두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조용히 끄덕인 후에 나는 수정으로 다가갔다. 수정은 내가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환한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수정의 바로 앞에서 멈춘 후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수정을 향해서 내 소망을 가득 담았다. 엄마가 말한대로, 나의 소망을 가득 담아, 축복을 내리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내 내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힘이 팔을 통해서 수정으로 주입되는 것이 느껴졋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내 몸에서 은색 빛이 수정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고, 그것을 담은 은색 수정은 하늘을 향해서 강한 하얀색 빛줄기를 쏘았다.
뒤이어 하늘 위에서는 아름다운 오색찬란 무지개빛 오로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았던 오로라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동굴의 천장 구멍을 다 채울 정도로 매우 거대하게 퍼져나갔다. 그러고도 점점 더 주변을 향해서 퍼지기 시작했다. 무지개빛 오로라는 마치, 비나리의 폭포에서 피어오르는 무지개와 다를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일곱빛깔을 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무지개빛은 동굴안에도 가득 비치기 시작했고, 나와 함께 여기로 이들을 비추었다. 그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엄마의 말로는 정말로 기운이 솟아오르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저 빛을 직접 쬐는 내 친구들 뿐이었으니까.
누리가 다가갈수록 수정은 빛을 더욱 강렬하게 내었다. 령은 그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누리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마 라온하제에 관한 기도겠지. 령이 누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누리에게서 어떠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령은 그저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오로라가 전신에 퍼져나갔다. 전 영역에 오로라가 펼쳐지면서 무지개빛이 잔뜩 나타났다. 령은 감탄을 하며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빛이다. 대단해. 령은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우와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왠지 기운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령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격려하고 응원하는 거야." "나는 사실만 말하지 근거없는 비난 및 인신공격은 안하거든." 나는 지켜보겠지. 아마도. 현대이기에 가능하도록. 또한... 앞으로도 계속. 그 뒤엔 어쩌려고? 어떻게든 되지 않으려나. 기도하는 모습. 그리고 은빛과 수정. 여러 아름다운 광경을 보아왔지만 이 광경 또한 상당히 아름다웠음에 틀림없었습니다.
"아름답네." 기운이 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지 아닌지 모를 표정으로 무지개빛의 축복의 오로라를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모두들 누리 님을 응원해주었다. 각자 표현하는 방식과 그 말은 달랐지만, 그 마음은 아마 한 뜻이었을테니. 그리고 그러한 자신들의 말을 듣던 '의지'는 자신들이 지나가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감사합니다."
그에 공손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수정을 향해 허리를 살짝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물론 수정이 이러한 자신의 감사 인사를 본다는 확신은 할 수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리고 이내 목소리가 사라지자 수정은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동굴이 흔들리며 그대로 천장의 일부가 양 옆으로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든 변화들에 순간 몸을 움찔, 하며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자 보이는, 환한 빛으로 가득한 광경.
그리고 누리 님께서 수정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수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더욱 아름다운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복을 내리려는 듯이 눈을 감는 누리 님. 그 모든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자 이내 누리 님의 몸에서는 은색 빛이 빠져나와 수정으로 향했고, 수정은 그대로 하늘을 향해서 하얀색 빛줄기를 강하게 쏘아올렸다.
그리고 열려진 하늘 위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무지갯빛의 오로라. ...저것이 축복의 오로라 씨인 걸까요? ...너무... 아름다워요. 마치 마음을 뺏긴 듯이 멍하니, 정말로 멍하니 하늘 위에 가득히 펼쳐진 오로라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동굴 안에도 가득히 비치기 시작하는 무지개빛. 모두를 비춰주는 그 무지갯빛을 천천히 고개를 내려서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물을 담아올리듯이 두 손을 모아 손바닥 위에 빛들을 담아보았다.
"......"
...따스해요. 자신의 손에 담겨진 채로 일렁이는 작은 오로라 조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느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기운이 솟아오르는 듯한 따스함. ...마음이... 포근해지고 있어요.
천천히 두 눈을 감으며, 오로라 빛의 조각을 담은 두 손을 천천히 가슴께로 모아 가져갔다. ...공허함이 무지갯빛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목에 걸린 구슬은 빛나지 않았다. 대신 빛나는 오로라를 맞이했다. 모든 추위들을 전부 다 잊어버리고. 빛을 향해.
축복의 오로라는 하늘 높게 솟아오르고 또 솟아올랐다. 그것은 라온하제 전역을 덮을 정도로 거대하고 또 거대한 오로라였다. 그 아름다운 오로라는 라온하제의 전역에 축복의 힘을 부여했다. 이것으로 또 1년 동안 라온하제에는 축복의 힘이 깃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은호가 아니라 누리가 직접 뿌린 축복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모든 의식을 마친 뒤에 누리는 웃으면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오른손 검지로 V를 그리면서 이야기했다.
"후훗. 어때?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아? 정말 예쁜 오로라가 펼쳐져서 나도 정말로 기뻐!"
정말로 기분이 좋은지, 누리는 환하게 웃어보였고 모두를 꼬옥 안으면서 기분 좋게 웃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로 기분이 좋고 행복한 모습 그 자체였다. 그야 그럴 것이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일이 끝난 것에 대해서는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모두가 없었으면..어쩌면 난 못했을지도 몰라. 모두가 격려하고 응원해줬기에 할 수 있었어! 정말로 고마워! 응! 너무 고마워!!"
정말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누리는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면서 이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언제까지나 이 동굴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모두가 돌아가고 수정이 있는 그 공간의 천장이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정이 다시 한 번 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모두의 머릿속에 울렸던 그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동굴 안에 조용히 울리기 시작했다.
ㅡ새롭게 자리를 이을지도 모르는 고위신, 그리고 그 고위신의 친구인 이들이여.
ㅡ너희들에게 언제나 끝나지 않는 행복과 축복을...
-Fin
//이벤트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이벤트에 참가하신 분들에겐 브론즈 트로피 [축복의 오로라]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신기해서요. 라온하제에 온 지도 꽤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예요."
헤헤,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론은 그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두막집의 창가에 기댄 그 모습 그대로, 잠시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언제나와 같이 분홍색 벚꽃잎들만이 춤을 추며 땅 위에 살포시 쌓이고 있는 풍경이 한 시야에 들어왔다. 인기척 같은 건 없는, 언제나 혼자 조용히 동떨어진.
"...론. 같이 밖에 나가보지 않을래요? 좀 더 많은 '신' 님들이 계신 곳으로 말이예요."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 리스.]
"고마워요, 론."
론에게 다시금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론을 품 속에 꼬옥 안아들었다. 느릿하게 집 밖으로 나서는 두 분홍색들이었다.
-
그리고 자신이 날아간 곳은 다름 아닌 비나리의 광장. 이곳은 라온하제의 중심이므로 '신' 님들께서도 많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곳으로 목적지를 정했고, 이내 천천히 날갯짓의 속도를 줄이며 땅에 살며시 두 발을 딛고 내려앉았다. 흙과 꽃잎과는 다른 감촉이 발을 통해서 전해졌고, 이내 가만히 주변을 느릿하게 둘러보았다. 꼬옥, 론을 놓칠세라 품에 꼬옥 안은 채.
겨울이 되면 별미 중 하나는 역시 군고구마다.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가온이는 여러가지로 이것저것 준비를 하는 모양이기에 바빠보였고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집에서 쉬고 싶다는 것 같았기에 나 혼자 이렇게 비나리의 광장으로 향했다. 비나리의 광장에는 커다란 종이 있었다. 인간계의 문화를 보고 엄마도 종을 울려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작년에도 새해가 되니까 저 종이 뎅, 뎅 울렸으니까. 참고로 종을 울리는 것은 다름 아닌 가온이다.
아무튼 군고구마를 꼬옥 쥐고서 나는 그것을 한 입 베어물었다. 입 안 가득, 고구마의 달콤함이 가득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 절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이대로 고구마를 마음껏 즐기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와중, 저 편에서 막 리스가 착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들은 묘하게 부러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일단 리스에게 다가가서 인사라도 건네기 위해서 나는 빠르게 달려간 후에 리스의 바로 근처에서 멈췄다.
"안녕! 리스! 비나리의 광장에 놀러온 거야?"
환하게 웃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품에 안고 있는 종이봉지에서 군고구마 하나를 꺼낸 후에 리스에게 내밀었다.
두리번두리번, 다솜을 벗어나는 일은 웬만하면 그다지 많지는 않던 자신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비나리의 광장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신' 님들이 북적이는 풍경. 다솜의 벚꽃나무 숲은 직접 찾아오는 '신' 님들이 아니라면 '신' 님들을 그다지 많이 볼 수는 없었기에, 그러한 풍경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자신 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누군가...?!
"...!"
순간 동물의 본능으로 고개를 재빨리 홱, 경계하듯 돌리며 몸을 살짝 움찔, 움츠렸다. 그런데 자신의 시야 속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누... 누리 님...?"
아... 멍하게 두 눈동자만 멍청히 몇 번 깜빡이고 나서야 모든 상황 파악을 마친 듯, 황급히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아, 아, 안녕하세요, 누리 님! 죄송합니다, 순간 깜짝 놀라버려서... 네, 론이랑 같이 잠깐 밖에 나와볼까, 해서 이곳에 와봤답니다."
말까지 더듬어가면서 어떻게든 인사를 하고는 살짝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다 누리 님께서 군고구마 하나를 자신에게 내밀자, 맛있는 냄새를 킁킁, 맡으며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군고구마와 누리 님을 멍하니 번갈아보았다.
"...제가 정말로 먹어도 되는 건가요, 누리 님...?"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으며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이내 조금 망설이듯 머뭇머뭇거리다가, 론을 한 팔로 안고 다른 손으로 군고구마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꾸벅,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누리 님. 맛있게 잘 먹을게요. ...그런데... 누리 님께서는 이곳에 어쩐 일이신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나름대로 반가워서 달려온 것 뿐인데 아무래도 그것이 리스에게는 놀라게 하는 행위인 듯 했다. 그야 갑자기 이렇게 달려오면 누구나 놀라게 될까? 물론 리스는 조금 겁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니, 단순히 그건 아닐까? 이건 어디까지나 갑자기 달려온 것이니까. 아무튼 리스에게는 확실하게 사과를 전했다. 놀라게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하는 것이 맞는걸. 물론 그럴 의도가 없기는 하지만...
아무튼 리스는 인형을 안고 있었다. 론이라는 이름의 그 인형은 꽤 오랜만에 보는 인형이었다. 몇 번 본 적은 있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물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긴 했지만... 반갑게 론을 바라보면서 인사를 건네기도 하면서 나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물론 인형이 말을 알아들을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어 나는 리스에게 군고구마를 전달한 후에 내 몫의 군고구마를 잡아서 한 입 베어물었다. 역시 고구마의 달콤함은 너무 좋아. 달콤한 것은 뭐든지 정의이자 사랑이지만! 꼬리를 절로 살랑살랑 흔들면서 난 리스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
"먹어도 돼! 먹으라고 준 거니까! 후훗. 난 백호 언니와는 달라서 먹을 것을 나눌 줄 알거든! 백호 언니라면 안 주겟지만, 나는 이렇게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아. 그리고...나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온 거야. 곧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년도가 찾아오잖아. 그래서 이렇게 온 거야. 새해가 되면 저기 보이지? 저거."
이어 나는 몸을 틀어서 저 편에 있는 거대한 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에선 가온이가 이것저것 뭔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 여러가지로 체크할 것이 많겠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리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아, 아니요! 누리 님께서는 사과하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게, 제가 조금 잘 놀라서 그만... 제가 더 죄송해요, 누리 님."
황급히 손과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결국에는 다시금 조금 시무룩한 듯이 두 날개를 살짝 아래로 늘어뜨리며 사과를 전했다. 동물로서의 본능은 아직도 죽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것은...
아무튼 누리 님께서 이내 론을 바라보며 반가운 인사와 함께 환한 웃음을 보이자, 괜히 자신이 더 기뻐져 희미한 미소를 환하게 띠우며 론을 내려다보았다.
"...론, 누리 님께서 론에게 인사해주셨어요. 론도 누리 님께 인사를 드리실래요?"
그러나 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누리 님을 가만히 지켜보듯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 ...애초에 론은 그저 단순한 인형일 뿐이었지만. 하지만 론의 그 모습에 조금 당황한 듯 론을 불러보다, 누리 님께서 군고구마를 건네주자 그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조심스레 받아든 군고구마는 무척이나 따뜻했고, 이어진 누리 님의 말씀 역시도 따스했다. ...어쩌면 군고구마보다도 더.
"...그렇군요.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그래도 만약 백호 님께서 군고구마 씨를 더 드심으로써 행복해지신다면, 저는 안 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백호 님께서는 음식 씨들을 정말 좋아하시니까요.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으면서 덧붙인 말에는 묘하게 장난기가 살며시 묻어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신' 님을 향한 배려가 더욱 컸겠지만.
아무튼 이내 누리 님께서 손가락으로 거대한 종을 가리키자,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렇게 올려다보자 보이는, 정말로 거대한 종과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온 님의 모습. 그리고 이어진 누리 님의 설명을 가만히 듣던 눈동자에는 점점 호기심의 빛이 반짝반짝이기 시작했고, 이내 신기하다는 듯이 작게 와아, 하는 소리를 한 박자 늦게 내며 대답했다.
"...그럼 저 커다란 종 씨가 라온하제 전체에 예쁜 소리를 울려퍼지도록 하시는 건가요? 신기해요...! 저도 꼭 보고 싶어요. 듣고 싶어요...!"
성당에서도 종이 울리는 건 가끔 듣긴 했었지만, 라온하제의 종소리는 또 뭔가 다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기대되는 마음을 가득히 품다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가온 님 혼자서 저 종 씨를 울리고 다른 일들도 하시는 건가요? 혼자서는 힘드시지 않을까요?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신' 님께서 혼자 고생하시는데 자신 혼자만 편하다는 것은, 역시 정말로 죄송스러운 일이었다.
"백호 언니는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어. 크리스마스 파티 때도 혼자서 음식 대부분을 먹었단 말이야. 물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언니이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자제를 할 필요는 있어."
군고구마를 입으로 우물우물 씹으면서 나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응. 언니는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어. 그렇게 확신을 하게 된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파티 때였다. 그때는 정말로 백호 언니. 엄청 먹었으니까. 그러다가 살이 찌기라도 하면 포동포동한 여우가 되버리고 말 거야.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종을 바라보던 리스는 종에 호기심을 가졌는지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엽기 그지 없었다. 분명히 리스도 나보다는 언니일텐데 이런 모습을 보면 나보다 조금 어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그만큼 리스가 순수하고 맑다는 이야기겠지만! 아무튼 종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군고구마를 다시 우물거리면서 대답했다.
"응! 가온이가 울리게 할 거야. 듣고 싶다면 마음껏 들어도 괜찮아. 여기에 있으면 들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힘들지도 모르지만, 가온이의 일은 그런 거니까. 관리자들 중에서도 비나리의 관리자는 가장 업무가 많고 중요한 일을 하니까. ...그냥 가온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가온이는 좋아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아는 가온이라면 그 정도로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가온이는 일을 하는데에 있어서 보람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니까.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리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가끔 가온이에게 격려차 찾아가주는 것도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후훗. 리스는 정말 자상하구나."
"...그래도 그 모습이 바로 백호 님의 모습이신 걸요. 물론 누리 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겠지만... 저는 백호 님은 지금의 그 모습 그대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감히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요."
작게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자신이 '신' 님의 모습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백호 님은 그렇게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신은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튼 군고구마를 천천히 한 입 냠, 오물오물 먹으면서, 이내 들려오는 누리 님의 말씀에 저 위에 있는 거대한 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저 거대한 종 씨가 새해가 되면 울려지는 걸까요? 그 소리는 얼마나 예쁠까요? ...저도 꼭 들어보고 싶어요. 두근두근, 기대감에 가슴이 살짝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걱정되는 마음도 살며시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사 님께서도 늘 일 때문에 바빠보이셨는데, 가온 님께서도 바쁘신 것 같아서 걱정 돼요. 그러고보면 밤프 님께서도 토마토 씨를 농사하시고, 세설 님께서도 카페 일까지 하시는 걸 보면... 관리자 님들은 전부 다 바쁘실 수밖에 없는 걸까요? 묘한 가설과 추측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조용히 으음, 하는 소리를 한 박자 늦게 내었다.
"...관리자 님들께서는 전부 다 바쁘신 것 같아서 정말 걱정이예요. 그런데 비나리의 관리자 님은 가장 업무도 많으시고 중요한 일을 하신다니... 그런데도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정말로 좋아해 주실까요...?"
직접 도움이 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확신 없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누리 님께서 그렇다고 하신다면, 그게 맞겠지요.
"...그럼 누리 님의 말씀대로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끔씩 가온 님께 찾아가서 응원과 함께 도와드릴 것이 없는지 여쭤봐야겠어요.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더요. 그리고 저보다는 누리 님께서 더욱더 자상하신 '신' 님이신 걸요. 지금만 해도 저에게 이렇게 조언도 자상하게 해주셨으니까요.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부드러이 두 눈을 접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듯 머뭇거리다가, 이내 론을 더욱 꼬옥 안으면서 조심스럽게 누리 님께 여쭤보았다.
"...누리 님께서는 혹시 종 소리... 들으실 건가요?"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들어도 될까요? 하는 부탁까지는 나오지 못 했다. 누리 님께서 안 들으실 수도 있었으니.
"관리자는 기본적으로 각 지역을 관리하는 것이 주 일이니까. 바쁘지 않을 순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비나리는 모든 지역에 축복의 힘을 부여하는 핵심 지역이자 라온하제의 중심. 가장 중요한 지역이야. 이 라온하제를 덮은 결계도 비나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걸.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좋아해줄거야. 가온이는 그런 신인걸."
물론 내가 가온이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가온이와 그렇게 길게 본 것은 아닌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아직 5년도 되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가온이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온이를 보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가온이는 정말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고 열심히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물론 가끔 도움을 주거나 그러면 더욱 고마워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리스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정말 자상하고 착한 신이야. 이렇게 넓고 자상한 마음에 있는데 왜 리스는 자신이 신이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이 정도 마음을 지닌 이라면 충분히 신이라고 난 생각하는걸. 리스의 말을 끝까지 전부 들은 후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리스는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대부분의 신들은 관리자의 일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든. 리스처럼 관리자들을 생각하는 신은 사실상 적어. 그런 것만으로도 리스는 착하고 자상한걸. 좀 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아. 고위신인 내가 보장하는 것이니까. 내 보장으로는 부족해? 엄마도 똑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해. 냠."
말을 마친 후에 나는 마저 군고구마를 냠냠 씹어먹었다. 따뜻한 것이 이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절로 꼬리가 살랑살랑. 그렇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웃으면서 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하지! 같이 들어도 괜찮아! 애초에 난 들으려고 나온거거든. 이런 것은 현장에서 직접 들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리스에게 같이 듣자고 제안했다. 군고구마를 하나 더 먹으라는 의미로 군고구마가 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살짝 열어 내밀기도 했다.
"...으음... 역시 그렇군요. 라온하제는 매우 넓으니까... 확실히 관리자 님들께서 많이 고생하실 것 같아요. 이렇게 평화롭게 '즐거운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것도 전부 다 '신' 님들 덕분이니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겠어요. 늘 그랬듯이 말이예요."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모든 '신' 님들께 직접 도움을 드려서 조금이나마 힘에 보탬이 되어드리고 싶지만... 자신의 몸은 하나였으니.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가끔씩이나마 또 찾아가서 아주 작은 잡일이라도 꼭 도와드리리라, 의지가 강해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씀에는 천천히 군고구마를 먹던 동작이 순간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니까... 지금 '신' 님께서... 정말로, 진심으로 저를 칭찬해주신 건가요...? 무려 은호 님의 이름마저 들려오자 더더욱 깜짝 놀란 듯 동그랗게 떠진 두 눈동자를 멍하니 깜빡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하지만 역시 저는 저에게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누리 님과 은호 님께서 훨씬 더 자상하고 친절하신 '신' 님이시라고 생각해요. 이건...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신' 님들도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답니다."
묘하게 누리 님의 말을 인용하듯이 살짝 장난기가 묻어나오는 듯한 그 말씀은 정말로 확신에 차 있었고, 그에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 표정 역시도 흔들림이 없이 확고했다. 그렇지만... 사실이었으니까. 누리 님께서도, 은호 님께서도, 정말로 위대하신 '신' 님들이었으니까.
그렇게 확고히 신뢰의 뜻을 보이기도 하다가 이내 들려오는 누리 님의 승낙의 말씀에, 잠시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다가 몇 박자 늦게서야 순간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로요? 감사합니다, 누리 님...! 그렇다면... 저도 꼭 같이 듣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제 생각을 아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누리 님? 아, 혹시 제 얼굴에 쓰여있었나요...?"
자신은 분명 그런 말은 안 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멍하니 자신의 얼굴 이곳저곳을 한 손으로 더듬더듬, 매만져보았다. ...역시 '신' 님...! 제 생각 정도는 가볍게 아실 수 있으신가 봐요! ...묘하게 '신' 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진 듯 싶었다.
"그것이 리스가 자상하고 친절한 이가 아니라는 근거가 되진 않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다른 신들이 자상하고 친절하다고 해서 리스가 아니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조금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엣헴. 그런 식으로 일부로 기침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바로 꺄르륵 웃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런 것은 역시 어울리지 않아.
아무튼 종을 같이 들어도 좋다고 이야기하자 리스는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와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안 것인지 물어보았다. 자신의 얼궁레 쓰여있기라도 했냐고 하면서 얼굴 이곳저곳을 더듬더듬 매만지는 그 모습에 나는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리스는 파악하기 쉬운걸. 보통 리스가 그렇게 말할 때는 그 말의 의미라기보다는 뭔가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난. 혹시 리스는 알아? 나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사실은 자신도 하고 싶은데 차마 말을 못 꺼내는 일이 많다는 거. 그래서 나름 추측해서 말한 것 뿐이야. 아무리 그래도 신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이건 어디까지나 추측!"
정확하게 100%인 것은 아니다. 그저 리스와의 대화에서 내가 나름대로 느낀 것을 말해본 것 뿐이니까.
아무튼 뒤이어 가온이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리스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종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어느새 새해가 코앞... 그것을 느끼면서 나는 두근두근 가슴을 울리면서 종을 바라보았다.
ㅡ지금부터 종을 울리겠습니다!!
이어 가온이의 목소리가 광장에 크게 울렸다. 그리고 가온이는 종을 댕, 댕... 커다랗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매우 청량하고 매우 맑았다. 신통술을 이용해서 라온하제 전역에 아름답게 울리게 한 종소리에 나는 절로 귀를 세우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드디어 새해야. 리스.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랄게! 후훗."
//삽입곡은... 나름대로 지금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올린 곡입니다..! 애니라면 이 곡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아무튼..새해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음..스레주니까 뭐라고 인사라도 해야겠습니다. 그냥 넘기긴 뭐해서.... '호은 학교'라는 시리즈의 스레주의 자리에 오르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실 호은 학교 시리즈 자체가 제가 세운 것은 아니고 스레주에게 넘겨받은 것이라서.. .아무튼..그렇습니다. 2년 전 스레주라는 자리에 오르고, 1기, 2기를 마치고..3기이자 외전작인 라온하제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참...뭔가...여러모로...네. 기분이 묘하군요. 진짜...많이 부족한 면도 있고, 어쩌면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스레주일지도 모릅니다만...그래도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엔딩을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두들...부족한 저를 잘 따라와주셔서 감사하고...2019년...새해도 잘 부탁할게요..!! 모두들 정말로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단호하게 돌아오는 누리 님의 말씀에, 조금 시무룩한 듯이 두 날개와 어깨를 아래로 추욱 늘어뜨렸다. 괜히 론을 더욱 꼬옥 안고 몸을 살짝 움츠렸기 때문인지 웅얼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작게 새어나왔지만, 그래도... 역시 누리 님의 말씀은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그렇게나 좋게 봐주는 존재는 매우 적었기에. 그렇기에... 결국에는 누리 님의 말마따나 히잉, 하던 느낌을 거두고는 느릿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희미한 미소를.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맞힌 누리 님의 말은 신기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에 대해 되묻자, 누리 님께서는 작게 웃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누리 님께서 보신 저는 그랬다는 걸까요?
"...저, 그랬었나요? 처음 알았어요... 저는 그랬었군요. 와아... 뭔가 신기해요. 누리 님께서는 추측을 하신 거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정말로 대단해요, 누리 님! 저를 그렇게 이미 다 파악하고 계셨다는 거니까요."
'신' 님이시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기한 기분과 누리 님이 대단해보이는 시각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마냥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곧 가온 님께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에 종을 가리키는 누리 님. 그 손가락을 따라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새해는 성큼, 바로 앞으로 다가왔고, 가온 님의 목소리가 광장에 크게 울려퍼진 바로 그 순간,
댕, 댕, 크게 울리기 시작하는 종. 청명하고 맑은 소리가 라온하제 전역으로 울려퍼지는 것이 느껴지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찌르르,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목소리마저 제대로 내지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종소리를 듣다가, 누리 님의 목소리가 섞여들어오자 그제서야 다시금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덩달아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선명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를.
"...네. 새로운 날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누리 님. 누리 님께서도 부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행복'과 라온하제'가 가득한 나날들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래요."
맑게 울리는 종소리. 가온이가 직접 힘껏 울리고 있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아. 종소리가 너무 맑아. 신통술의 힘으로 이제 이 종소리는 라온하제 전역에 울리겠지.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슬쩍 리스를 바라보니 리스는 멍하니 종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종소리에 정신이 홀린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무튼 내 새해 인사에 대해서 리스는 나에게도 새해 복을 많이 받으라고 이야기해왔다.
"응! 물론 그럴 거야! 올해도 '즐거운 내일'은 계속해서 이어지게 할 생각이야! '행복'과 '라온하제'는 언제나, 언제나 쭈욱 영원할거야! 500년 뒤에 내가 지배신의 자리에 오르더라도 말이야! 쭈욱, 쭈욱! 모두가 즐거운 내일을 보낼 수 있는 이 땅은 끝까지 유지할 거야!"
나의 꿈, 나의 이상을 당당하게 표현하면서 허리를 쭈욱 펼치면서 엣헴. 소리를 내지만 곧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역시 나에겐 이런 것은 어울리지 않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올 한 해에는 리스가 더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랄게.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축복을 내려줄게. 내 친구이기도 한 리스에게 말이야."
그게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하며 나는 오른쪽 눈을 감으면서 윙크를 리스에게 환하게 날렸다.
댕, 댕, 종소리는 계속해서 울려퍼져나갔고, 자신이 들었던 성당의 종 소리와는 또다른 그 종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귀를 기울였다. ...너무 아름다워요. 론, 듣고 있나요? 이것이 바로 '신' 님들께서 들으시는 라온하제의 종 소리예요. ...저의 '신' 님께서도 어디선가 이 종 소리를 듣고 계실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망 하나를 조용히 마음 속에 품으며, 이내 곧 들려오는 누리 님의 새해 인사에 덩달아 새해 인사를 웃으며 전했다. 그러자 이어서 들려오는 누리 님의 당당한 말. 허리까지 쭈욱 펼치면서 엣헴, 하는 누리 님의 모습은 정말로 자신감이 넘쳐 위풍당당, 멋있기 그지 없었고, 그에 끊임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네, 누리 님께서는 분명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언제나, 언제나, 쭈욱, 쭈욱, 말이예요. 멋지신 누리 님의 꿈을 제가 꼭 응원하고 도와드릴게요!"
주먹까지 작게 꼬옥, 쥐어가며 의지를 보였다. 누리 님의 모습에 덩달아 나름대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다 누리 님께서 윙크와 함께 들려주는 말에, 순간 미소가 사라지며 멍하니, 정말로 멍하니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그 몽롱하던 눈매 역시 동그랗게 뜨여진 채.
"......"
......'친구'. 그 한 단어의 울림이 자신에게 가져오는 무게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친구'는 이제야 겨우 한 명이 새롭게 생겨날 정도였으니. ...그런데... 누리 님께서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친구'라고 불러주었다. 그에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모르게 찌르르, 아파오는 것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살짝 아래로 떨구어 피해버렸다. ...하지만...
"......제가 감히 누리 님의 '친구'가 되어도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씀만이라도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누리 님의 축복은 은호 님의 축복만큼이나 성스럽고 위대한 걸요. 그러니... 저도 두 분 만큼은 절대 아니겠지만, 부디 꼭 즐거운 일들만 누리실 수 있길 바랄게요, 누리 님."
천천히 누리 님을 바라보면서 한 시야밖에 보이지 않는 두 눈동자를 부드러이 접어 미소 지었다. 그러다... 한 박자 늦게 에잇, 하는 소리를 내며, 누리 님을 따라서 나름대로 어정쩡함이 제법 사라진 윙크를 해보였다.
"...누리 님이랑 백호 님께 배운 새로운 기도법도 함께요."
...윙크가 일종의 소망을 바라는 것으로 조금 어긋나게 생각하고 있는 듯 싶었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인지, 은근히 묘하게 뿌듯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리스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무슨 잘못된 말이라도 한 것일까? 영문을 알 수 없어 가만히 리스를 바라보았다. 아래로 내려진 시선은 곧 무언가 자신이 없을 때 나오는 행동. 리스는 무언가를 불안해하거나 자신이 없어하는 것일까? 이어 리스가 하는 말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내 '친구'가 되어도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리스는 아직도 자신을 저 낮은 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그렇기에 자신은 대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말이라도 정말로 고맙다고 하는 리스의 말에 나는 군고구마를 먹는 것을 잠시 멈추고 리스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같이 놀고,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종소리도 듣고, 같이 웃고, 내가 축복의 오로라를 펼칠 때 나를 믿어줬어. ...그럼 그건 친구가 아닐까? 난 친구가 맞다고 생각해. 친구라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것이 아닌걸. 그저 함께 웃고 함께 시간을 공유하면 그것이 친구라고 난 생각해. 리스가 내 친구가 되어도 될 지를 묻는다면 나는 답할 수 있어. 친구가 되어도 된다고. 물론 나는 고위신이지만 그런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아. ...여기서 살아가는 존재인걸. 그리고 난 리스와 있어서 즐거운걸."
내가 느끼는 것을 말하면서 나는 윙크를 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기분 좋게 배시시 웃으면서 다시 한 번 윙크를 날리면서 이야기했다.
"이제는 윙크 잘하는걸? 연습 많이 했어? 리스? 후훗. 귀여워. 귀여워. 아무튼, 주변을 좀 더 둘러볼까? 종소리도 들었고, 가만히 있기도 애매하니 말이야."
누리 님께서 자신을 '친구'라고 불러주셨다. 그 한 단어가 지닌 가치와 무게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신' 님의 친구라니. 어떻게 그런 무게감을 자신이 받아낼 수 있을까. 자신처럼 작디 작고, 그저 평범한 미물일 뿐인 존재가.
그러나... 누리 님께서는 그러한 자신의 말에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누리 님의 진지한 목소리. 지금까지 누리 님과 함께 했었던 기억과 추억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는 누리 님의 목소리는 확고하기 그지 없었고, 그 흔들림 없이 다시금 '친구'를 언급하는 말씀에 잠시 침묵을 지키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
...어째서 모두들, 저와 '친구'가 되어주려고 하시는 걸까요. ...론, 저는...
"......감사합니다, 누리 님. ...저도 누리 님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즐거워요."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누리 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뿐이었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희미하고도 조용한 미소와 함께. 그 말에 담긴 것은 정말로 진심이었지만, 차마 똑같이 '친구'를 언급하지는 못했다. 아직 그것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마치... 무언가가 막고 있는 듯이.
하지만, 언젠가. 오랜 시간이 지난 언젠가에는, 어쩌면 자신도...
"...네, 열심히 연습했어요. 저도 누리 님께 꼭 똑같이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아직 조금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지만... 그래도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누리 님."
배시시,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돌려 거대한 종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부디... 누리 님께도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 주세요. 저의 '신' 님.
자신의 '신' 님께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는 이내 누리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누리 님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날에, 새로운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하여.
/ 그럼 이렇게 막레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주! 일상 수고 많으셨어요! :D
크로스오버에 대한 공지를 하고자 합니다. 크로스오버는 이번주 일요일. 그러니까 6일 자정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때 이미 만들어진 크로스오버 스레로 이동하게 될테고 거기서 크로스오버를 즐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무대는 우리 스레의 배경, 라온하제에요. 거기에 동화학원의 마법사들이 놀러와서 힐링적인 시간을 보내는 그런 느낌으로 노는 느긋한 크로스오버 스레랍니다. 각 지역은 모두 개방될테니, 새로운 이들과도 재밌게 놀길 바랍니다! 기간은 6일에서 13일. 총 1주일이며... 12일에는 모두가 함께 즐겁게 노는 게임 이벤트도 있을 예정이에요!
… 너도 웃고 있니, 가온. 건강하게 지내는 거 맞지? 자꾸 귀찮게 하면 찾아가서 엄청 맛없는 한약들만 먹일 거야. … https://kr.shindanmaker.com/744259
… 그랬던가, 누리.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할 말 있는 거 맞아. 아니 모르겠어. 모르겠어. 내가 뭘 위해서 편지를 쓰는지 모르겠어. 너에게 이 편지 보내지 않을 거야. 사랑해. 답장해 줘. 이 편지는 보내지 않을 거야. … https://kr.shindanmaker.com/744259
… 걱정하지 말아 줘, 은호. 조금도 울고 싶지 않아. 그래도 조금 더 울고 싶어. …
… 그런 게 싫어, 백호. 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 어쨌거나 한낱 생명체니까. …
.....도착한 편지들의 상태가..?! 도망쳐! 가온아! 그리고 누리에게 편지를 보낸 이는 대체 누구인거야?! (동공지진)
"응.. 종..?" "모르는 건 아니지만.." 비나리에 종이 있다는 걸 들어서 일종의 호기심적인 걸로 가보기로 했다. 적당히 가보는 것도 좋겠지. 라는 자기합리화적인 면도 있기는 했는데. 가온이가 친다는 말도 어렴픗이 들려서 대체 어떻게 치는지도 궁금했거든.
"가온이가 꿩 전설처럼 머리로 들이받으면 종이 깨지려나." 가온이가 들었으면 아닙니다! 라고 반문하겠지만, 여기는 다솜이고, 들을 일은 없겠지..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바로 비나리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핸드니팅 알려주기로 했었으니까. 적당히 종 구경하고 나서 다솜 쪽을 돌아볼까? 라고 생각하며 종이 있는 곳에 갔는데. 발견했습니다.
"안녕 리스." 우연히네. 라고 말해보려고 합니다. 핸드니팅이나 도구를 이용한 것도 좋으려나. 라고 생각해봅니다.
이곳은 비나리의 광장. 더 정확하게는 새해의 종이 정확히 올려다보이는 광장의 한가운데였다. 물론 저 종소리는 이미 누리 님과 함께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 종소리를 다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오늘도 자신은 다시 이곳에 찾아오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오늘은 론 없이 혼자 왔다는 것.
...그렇지만... 저 종은 가온 님께서 치시는 종 씨인데... 제가 치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요? ......종 소리, 다시 들어볼 수 있는 걸까요?
나름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이어질 무렵, 문득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았다. 그리고 멍한 눈동자로 아사 님을 바라보기를 3초. 정확히 3초 후에야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듯, 뒤늦게 "...앗."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를 꾸벅, 숙여 반응했다.
"아, 아사 님...!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잠시 종 씨를 바라보다가 그만..."
보통은 다솜에서 많이 보던 아사 님이었기에 이런 곳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듯, 살짝 놀란듯한 반응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내 곧 평소에도 그랬듯이 사과를 전하며 슬쩍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문득 아사 님에 대한 궁금증이 들자 천천히 다시 고개를 들어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런데... 아사 님께서는 여기 어쩐 일이신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혹시 아사 님께서도 저 종 씨를 보시러 오신 건가요?"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냥 만난 거에 사과하다가는 나는 모든 생물체에게 사과해야 할지도 모르는걸." 무감정하게 말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괘념치는 않아보입니다. 실망하거나 죄송할 일은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듯 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왜 온 거야? 라고 물어보려다가 종을 보러 온 거냐는 먼저 나온 물음에 말을 하려던 걸 멈춥니다.
"음.. 그렇지? 종을 보러 온 거야. 가온이가 있었다면 한번 들이박아 보라고 말해 볼 생각이었는데." 라는 느긋한 말을 하면서 쳐볼까? 라고 느릿하게 말하면서 종 쪽으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그러려다가 리스를 보고는.리스도 같이 다가가자. 라고 말하려 합니다.
오히려 그 말에 더욱 놀란 듯,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깜빡깜빡, 잠시 멍하니 두 눈동자를 깜빡이다 이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하지만 사과는 잘못을 한 존재가 하는 것인걸요. 아사 님께서는 다른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실 분이 아니시니까 아사 님께서도 사과하시지 않으셔도 될 거라고 감히 생각해요."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사 님. '신' 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의 말을 얘기하다가 이내 허리를 살짝 꾸벅이며 감사 인사를 조용히 덧붙였다. 헤실헤실, 희미한 미소가 뒤따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사 님의 대답을 가만히 경청하여 들으면서 잠시 그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가온 님께서 들이박으실까요?"
곰곰히,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호기심 어린 궁금증이었다. 은호 님이나 누리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하실 것 같긴 하지만... 아사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가온 님께서 하실까요? 으음, 의도치 않게 심각한(?) 고민과 상상에 빠지다가 문득 들려오는 아사 님의 제안에 그제서야 상상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네! 아사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헤실헤실, 기쁜 듯한 미소가 희미하게 피어올랐고, 이내 천천히 종을 향해 같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 조용히 물어보았다.
"아사 님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으신 걸요.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투가 아닌, 그 사과하시는 존재의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사 님의 사과는 분명 그 느낌이 잘 전해질 거예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으면서 드물게 곧바로 대답했다. 그야 자신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으니. 애초에 아사 님의 말투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아사 님께서 눈을 살짝 내리깔며 조금은 무거운 듯한 목소리를 내자, 잠시 미소를 그치고 아사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자연스럽게 마주쳐진 두 눈동자. 자신과 비슷한 그 몽롱한 눈동자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다, 이내 다시금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꽃피웠다.
"...아사 님께서 그렇게 노력하신다면, 분명히 그렇게 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아사 님. 물론 아사 님 말씀대로 때로는 잘못을 하고, 때로는 잘못 판단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사 님께서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 노력하시고 계시니까, 분명 그렇게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아사 님께서 원하신다면 앞으로는 아사 님께 사과드리지 않을테니까요."
...아, 이, 이 말은 뭔가 좀 이상해요, 아사 님...! 희미하게 웃으며 하던 말은 결국 뭔가 이상한 문장으로 끝마쳐졌고, 그에 잠시 멍하니 말을 곱씹듯이 생각해보다가 그제서야 파악을 마친 듯, 살짝 당황하듯이 동공지진을 일으키면서 황급히 멍청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물론 그 말이 진짜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건 아사 님께서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아무튼 이어지는 아사 님의 희미한 웃음과 말씀에 다시금 심각한(?) 모습으로 상상에 빠져보다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신' 님을 가지고 이런 상상을 하는 건 정말 무례한 짓이니까 더 이상 하면 안 돼요...! ...궁금증은 별개였지만.
"...네, 저도 들었었답니다. 가온 님께서 직접 종 씨를 울리시는 걸 누리 님과 함께 들었었는데, 그 종 소리가 너무나도 예뻤어요. 그래서 다시 듣고 싶어서 와봤는데... 가온 님께서 안 계셔서..."
어쩌면 좋을 지 모르겠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끝을 흐리면서 천천히 종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종이 어느새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말투도 크게 차지한다는 건 맞긴 하지만.. 약간 위로가 되기는 하려나." 작게 중얼거리는 듯 말하지만 리스가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정도였을 겁니다. 느낌이 잘 전해지도록 하는 것도 좋기는 좋지만. 아사는 느릿하게 리스와 마주친 눈을 피하려 했습니다. 오랫동안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마주치면 빼앗아버릴 것 같단 생각은? 무슨 의미인가요? 그 또한 약간은 수수께끼 같은 것이었습니다.
"노력해야겠지... 응. 잘못도 하고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지만." "알아.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알지만.." 진짜로 사과할 일이 생겼을 때 안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요. 그것은 기묘한 통찰이었으니까. 그리고 리스의 가온 님께서라는 말에 확실히 가온이가 없으니까 멋대로 하긴 그런데.. 라고 하다가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아. 그렇네. 딱히 치지 말라고 강제할 이유는 없었지.
"자유롭게 치고 싶은 이는 치라고 써져있어." 안내문을 가리키면서 듣고싶으면 치면 되지 않을까? 라고 말하면서 치는 부분을 살짝 만져보려고 시도합니다.
진심이었다. 자신의 말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렸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렸다면. 그렇기에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아사 님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아사 님께서는 이내 느릿하게 자신과 마주쳐진 눈을 피해버렸다. 그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스리슬쩍하는 동작이었지만, 그에 대해서 묘한 느낌을 순간 동물적인 감각을 통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사 님, 뭔가 불편하신 것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해서 자신이 물어볼 수도 없음 역시도 직감했다. 그렇기에...
"...아사 님께서는 분명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계속 응원하고 기도해드릴게요, 아사 님."
그 대신, 부드러운 눈웃음과 함께 진심 어린 응원을 드렸다. 그것이 자신이 아사 님께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튼 이내 도착하게 된 거대한 종. 그러나 종을 치던 가온 님께서 안 계시니 종 소리는 듣지 못 하게 되는 걸까, 하는 아쉬움이 앞서려던 바로 그 순간, 들려오기 시작하는 아사 님의 말. 그에 뒤따라 안내문을 발견하고는 잠시 그것을 눈으로 읽었다. 그리고...
"...정말이네요!"
한 박자 늦게 표정이 화아, 순간 밝아졌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종의 치는 부분을 살짝 만지자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사 님께서도 같이 쳐주실 수 있을까요?"
'신' 님과 함께, '신' 님을 위하여 치는 종. 그 종소리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자신의 '신' 님의 귀에도 들리게 되지 않을까.
"기쁘다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소소한 거로도 기쁜 건 좋은 거야." 편해진 것이라고 보기엔 애매했지만, 기쁜 것을 해치기는 그랬지. 아마도.. 눈을 피하는 것은, 아마도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것마저도 보이지 않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남아 있을 리는 없었지만서도
"응원과 기도를 해준다고 하니까. 왠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기대는 독입니다. 잊지 마세요. 어쨌거나, 진심어린 것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종을 치는 곳으로 다가가면서 안내문을 보는 리스의 표정을 보고는 밝아진 게 낫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같이 치는 것 자체는 문제없어."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다만..부터는 말하진 않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종을 치는 나무쪽으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잡고 치면 되려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흔들흔들하는 중..
"아. 그러고보니 나 가르쳐주기로 했었지." 오늘 가서 가르쳐줄까? 라고 아주 지나가는 듯 말하려 합니다.
"...네, 맞아요. 저도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기쁨을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아사 님께서 크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사 님께서는 어떤 것에 기뻐하실까요? 잠시 아사 님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사 님께서도 언젠가는 정말로 '행복'하게 기뻐하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예요.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고민도 조용히 마음 속으로 해보면서,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아사 님께서는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시지는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아사 님께서는 하고 계신 일이 정말 많아 보이셔서..."
애초에 자신이 궁극적으로 응원하고 기도하는 것은 아사 님의 '행복'이었다. 거기서 더욱 열심히 하셨다가는 과로사로 쓰러져버릴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그냥 아사 님께서는 더 열심히 하시기보다는 조금 쉬셨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렇게 조금 걱정스러운 듯한 말을 덧붙였다.
아무튼 이내 종을 쳐도 죈다는 안내문을 보고 아사 님께 같이 칠 것을 조심스레 부탁드리자, 아사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모호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면서도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왠지... 여쭤보면 안 될 것만 같았기에. 그렇기에 그저 종을 치는 커다란 나무 기둥을 두 손으로 천천히 붙잡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어디를 쳐야 하는 걸까요? 종을 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으니 잠시 머뭇머뭇, 종의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확인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아사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아사 님께서 바쁘시지 않다면 저는 언제든지 좋아요."
아사 님께서 언제나 수많은 일을 하느라 바쁘다는 것은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 아사 님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아사 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도 했기에 아사 님의 스케쥴에 따르려 했다. 그리고... 이내 곧 종의 당좌를 발견하고는 나무 기둥을 조금 더 꼬옥, 힘주어 붙잡았다. 두근두근, 종 소리를 들을 생각에 마음이 살짝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 괜찮아. 나는 유능하니까. 그정도는 해도 상관없는 거야." "내 의사로 늘린 일은, 놓지 않아." 물론 과로는... 딱히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하겠다고 약조같은 건 할 생각이 없었으니(기본적으로 약조는 어기지 않으니까) 무어라 할 말은 없었기에 능숙하게 화제를 돌리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종을 친다거나, 핸드 니팅이라던가요. 아마도, 누군가가 그런 일을 어떻게 상실시킨다면 어떻게 될런지.
"응. 핸드 니팅. 짧은 목도리라던가. 그런 것 만드는 것도 괜찮을 거야." 초보자니까 말이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을 치자는 것에 좋다는 의사를 고개를 끄덕임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그래. 그럼 리스가 숫자를 세면 되려나." 그러면서 당좌를 잡았습니다.
//으으... 집에 돌아가는 길... 다들 리하이예요... 답레만 올리고 다시 잠수를...
문득 아사 님의 물음이 들려오자 한 박자 늦게 어벙한 모습으로 두 눈을 깜빡깜빡이며 검지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행복과 기쁨. 잠시 그 두 단어를 몇 번이고 조용히 중얼중얼 읊어보다가 이내 작게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이 라온하제에서의 나날들은 언제나 행복하고 기뻐요. '신' 님들께서 즐거워하신다면 더더욱이요."
자신의 '신' 님의 자비와 기적으로 힘들게 얻은 이 소중한 나날들이 행복하지 않거나 기쁘지 않을리가 없었다. ...리스, 리스. 저는 '행복'해요. ...제발, 행복하고 싶어요. "...물론 아사 님께서 엄청 유능하시고 지혜로우시다는 건 저도 알고 있지만... 너무 많은 일들을 맡으셨다가는 아사 님의 몸이 힘드실지도 몰라요.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사 님께서도 때로는 푹 쉬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보조 씨를 두신다거나...?"
으음, 나름대로 골똘히 머리를 굴려 해결책을 조심스레 얘기해보기도 하며, 아사 님을 걱정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었다. 부디 아사 님께서 무리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예요.
그러다 핸드 니팅과 짧은 목도리라는 말이 나오자 그 단어들을 조용히 따라하며 두 눈동자를 기대감에 반짝반짝였다. 뭔가, 엄청 멋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직접 만들어내는 목도리 씨라니...! 역시 아사 님은 대단하세요! 그런 방법도 이미 다 알고 있으시고...
열심히 배워야겠다, 하고 굳게 다짐하다가 이어진 아사 님의 말에 한 박자 늦게 "...앗."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그럼... 하나, 둘, 셋...!"
대애앵, 대애앵, 구령에 맞추어 나름대로 힘껏 종을 치자, 전에 들었던 종 소리보다 좀 더 긴 종 소리가 비나리의 광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대애앵, 대애앵, 바로 앞에서 듣고 있기 때문일까. 시각 대신 더 예민하게 발달한 청각이 순간 깜짝 놀라 흠칫, 할 정도로 그 종 소리는 매우 크게 느껴졌지만, 잠시 후에 익숙해지니 그것은 다시금 아름답고 청명한 종 소리로 바뀌어 들리기 시작했다.
"...와아... 이 종 씨는 정말로 예쁜 소리를 내시는 것 같아요, 아사 님."
그에 감탄하듯 두 눈을 반짝반짝이며 커다란 종을 올려다보았다. ...노래가 하고 싶어지는 종 소리였지만, 노래하지는 않았다.
"그렇구나.." 그러길 바랄게. 지금도 앞으로도. 빙긋이 희미한 웃음을 지으면서 바래주려 합니다. 눈을 일부러 마주치려 하지 않기에 눈을 휘며 웃은 건지..
"언젠가 지치고 힘들더라도, 리스는 이겨낼 것만 같아." 미묘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진심인지 모를 말을 하고는 유능하고 지혜롭고 라는 등의 리스의 말에 잠깐 멈칫합니다.
"나는 충분히 쉬고 있어. 미안하지만 나는 꽤 잘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충고는 받아들일게. 기억해두고 아니다 싶으면 충고를 실행할 테니까. 감히까지는 아니야. 라고 덧붙인 다음 단어를 따라하는 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려 합니다. 핸드 니팅 잘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던가? 어쨌거나 종을 울립니다.
"예쁜 소리네. 울리는 느낌도 좀 있고.." 뭔가 속까지 울리는 기분이 불쾌합니다. 그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기색은 하나도 드러내지 않은 채, 종을 바라보려 합니다. 더 울릴 거야? 라고 살짝 물어보려 합니다.
"그렇지만, 힘든 걸 이겨내려고만 하지 않고 가끔은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신이 나타난다면, 그래서 찾게 된다면 그 다음은 뭘까? 문득 든 생각이었습니다. 그 이후엔 이유를 잃고 전락해버리는 걸까? 글쎄. 그건 다 추측에 지나지 않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다 치우려고 합니다. 아무 생각도 안 했다는 듯 믿는다는 말에 약간 당혹스럽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는군오. 다만 바보털은 푸슬푸슬하니 축 늘어져있었습니다. 힘들 때 라는 것에 그런 게 없길 바라려나. 라고 생각합니다.
"응..." 사라지는 소리에 무언가가 개운해지는 듯한 느낌도 미묘하게 들었습니다. 듣고 싶었을 따름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바라보다가 핸드 니팅씨라는 말에. 아.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바보털이 좀 나풀나풀거리듯 움직이다가 바짝 서게 되었군요.
"아아.. 그래. 그러면 리스의 집으로 이동할까?" 자신의 실은 그냥 들고 오면 되기에, 이동하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핸드니팅을 하기 위해서 좀 천천히. 느긋하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멍하니 아사 님의 말을 조용히 따라서 중얼거려보았다. 힘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자신이 언제나 해왔던 것이기도 했다. 이겨낼 수 없는 힘듬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니. 어쩌면 그것은 자신이 가진 운명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로 더 깊게 이어지려는 생각은 애써 조용히 접어내었다. 그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으니. 그렇기에 그저 고개를 홱, 돌린 아사 님의 바보털이 추욱 늘어져있는 것을 조금 걱정스레 지켜볼 뿐이었다. ...아사 님께서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은 알 수 없었다.
종 소리는 멀리멀리 사라져갔다. 그것에 종 소리를 듣고 싶었던 기대와 설렘을 실어보내며, 그에 대한 미련 역시도 전해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핸드 니팅이라는 것을 배울 차례. 그것에 대해 얘기하자 아사 님의 바보털이 다시 바짝 서는 것에 한 박자 늦게 "...아." 하고 안도한 듯이 반응했다.
"...네, 그럼 저희 집으... 로..."
문득 그렇게 얘기하자 왠지 모르게 조금 쑥스러움이 올라와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시선을 피하며 작게 웅얼거렸다.
"......저, 저희 집에 '신' 님께서 오시는 건 처음이라 왠지 떨려요..."
긴장된 마음이었다. 아무튼 이내 자신의 오두막집이 있는 다솜의 벚꽃나무 숲으로 다시 천천히 날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금 아사 님의 말씀을 따라서 중얼거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물끄러미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아사 님께서는 공유하지 않지는 않으시다는 건... 지금은 힘들지 않다는 뜻일까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예요. 잠시 선명한 미소가 피어났다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집은 최대한 안 보이는 깊숙한 숲 속에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오신 적이 없으세요. ...아, 가끔 토끼 씨랑 다람쥐 씨 등등이 오시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적어도 '신' 님께서 오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더욱 떨리고 긴장되는 것이기도 했다. ...두근두근, 집을... 조금 더 깨끗하게 치워놓을 걸 그랬나봐요. 애초에 있는 것도 많이 없던 집이었지만.
아무튼 다솜의 벚꽃나무 숲으로 함께 천천히 돌아가던 중, 들려오는 아사 님의 물음에 잠시 으음, 하고 고민하는 소리를 내었다.
"...저는... 아사 님께서 만드셨던 그 옷 씨요? 스웨터... 였나요? 그걸로 론의 옷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목도리 씨들도 만들어서 '신' 님들께도 선물해드리고 싶고... 무엇보다도 잘 만들게 되면 저에게 뜨개질을 알려주신 아사 님과 저의 친구인 령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그것은 자신의 목표이기도 했기에.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며 나름대로의 포부를 밝히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작은 오두막집에 도착하게 되었고, 조금 긴장된 마음을 안고서 작은 오두막집의 문을 천천히 열고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바로 저의 집이예요, 아사 님. 조금 작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일단 의자나 침대에 편히 앉아계셔도 괜찮아요. 저, 저는 실 씨들을 가져올게요...!"
커다란 창문이 나 있는 그 오두막집 안에는 침대와 책상과 의자 등등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물품들만이 간소하게 있을 뿐이었고, 침대 위에는 론이 아사 님을 빤히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그러한 론에게 다녀왔다는 인사를 전하며, 침대 옆에 있는 커다란 상자 속에서 곱게 넣어져있는 크림색 실들을 한가득 안아들고 재빨리 돌아왔다. 나름대로 배움에 대한 열정과 기대감이 묻어나오는 듯한 몸동작이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좀 더 깊게 돌아다녔어야 했는데."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간 건 나쁘지 않잖아? 그런 겁니다. 그리고 리스의 목표를 듣고는 고개랑 바보털을 갸웃갸웃거립니다. 대충 상상이라도 해보는 것일까요.
"그러려면 좀 큰 것 부터 할 수 있어야겠네." 론은 작으니까 얇은 실로 촘촘하게 해야 할 거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론을 힐긋 바라보았습니다. 굵은 실로 론의 옷을 만들면 음.. 꽤나 성기게 나올 것 같은 느낌? 사실 인형 옷은 핸드 니팅보다는 대바늘로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입을 다뭅니다. 좋은 현상이예요! 아사가 입을 다무는 법도 알긴 알았군요!
"간소하네.." 뭐. 아사의 방만큼 살풍경하지는 않습니다. 뭔가 많은데도 살풍경한 걸 보면 참 아쉬워보일지도 모르죠
"아... 그럴게." 리스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깐 서서 기다리고 있자니 리스가 크림색 실들을 들고 돌아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럼 핸드 니팅을 해볼까? 내 옆에서 내가 하는 걸 보고 따라 해봐." 리스가 따라할 수 있도록 아주 천천히 손에 실을 얹고 매듭을 짓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으으응, 아니요. 라온하제는 넓고, 다솜도 그만큼 넓은 걸요. 아사 님께서는 이것저것 일도 많으시고 바쁘시니까... 괜찮아요."
고개를 살짝 도리도리 저어가며 조용히 두둔하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괜찮았다. 지금이라도 가게 되었으니,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요, 분명.
아무튼 이어서 나름대로의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아사 님께서는 고개와 바보털을 갸웃갸웃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미묘하게 한 박자 늦게 눈동자를 데굴데굴, 좌우로 굴리며 그 바보털의 끝을 따라가다, 이내 들려오는 아사 님의 말씀에 뒤늦게 "...아," 하고 반응했다.
"...역시 그럴까요? 론은 저보다도 작으니까... 큰 것도, 작은 것도, 저는 다 열심히 배울게요, 아사 님. 예쁘게 잘 만들어서 아사 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두 주먹까지 살짝 쥐어가며 의지에 가득찬 눈빛을 반짝반짝였다. 아마 완성을 하게 된다면 뿌듯한 표정으로 자랑 아닌 자랑을 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러려면 지금 아사 님께 열심히 배워야 하겠지만.
"...네, 크게 더 갖고 싶다거나 한 물건 씨들도 딱히 없어서 말이예요."
조금 멋쩍은 듯이 작게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애초에 크게 욕심도 없었으니 이렇게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을 정도면 만족했으니까. 아니, 이 정도만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엄청난 호사였지. 그래도 나름대로 햇빛이 잘 들어오기 때문일까, 따스하고 아늑한 집 안의 분위기 속에서 이내 크림색 실들을 재빨리 품에 안아들고 돌아왔다. 안 그래도 바쁜 아사 님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으니.
그리고 아사 님께서 이내 손에 실을 얹고 매듭을 짓는 것을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뚫어져라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크림색의 두꺼운 실을 작은 손에 얹고, 똑같이 천천히 매듭을 짓기 시작했다.
"......"
집중을 하느라 목소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멍했던 두 눈은 동그랗게, 또렷이 떠진 채 그저 열심히 실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고, 조용히 꼬물꼬물 움직이던 작은 손으로 조금 어설프게나마 매듭을 완성했다. 그에 기쁜듯이 아사 님께 그것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아, 해냈어요, 아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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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넓은 지역을 돌아다녔는걸." 좀 더 꼼꼼히 돌아다녀도 괜찮았을텐데. 라고 생각하고는 포부와 론의 크기를 알아차린 리스를 바라봅니다.
"핸드니팅을 얇은 실으로 못하는 건 아니니까. 익숙해지면 얇은 실로도 할 수 있을 거야." "...보여 주고 싶은 거야..?" 사실 옷 쪽으로 가려면 핸드 니팅보다는 암니팅이 좀 더 괜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신통술을 써서 줄이거나 늘리거나...? 아니면 베틀로 짜는 듯 하거나요.
"간소한 것도 좋아." 가장 별로인 건 뭔가 많은데도 안정되지 않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니까. 라고 하지만 아사의 방이 그런 데라는 게 함정일까나? 그런 걸 전혀 인지하지 않은 채로 리스가 서투르지만 열심히 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핑거 니팅이 익숙해지면 얇은 실로 하는 거랑, 암니팅이랑, 진짜 두 손을 다 쓰는 자이언트 얀 니팅도 있거든." 내가 짜는 이거. 말이야. 라면서 커다란 담요같은 것을 짤 법한 두툼한 실을 들어올리고는 나중에 가르쳐줄게. 라고 말하면서 어설프지만 원칙대로 잘 만들어진 매듭을 보면서 똑같이 반복해서 원하는 길이만큼 매듭을 지어봐. 라고 말하려 합니다. 어차피 뜨개질은 실의 손상이 별로 없이 처음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으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이려 합니다.
아사 님의 말씀에 잠시 넓은 지역을 돌아다녔을 아사 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아사 님께서 보셨던 지역들은 얼마나 넓고 거대했을까요? 그것은 분명 자신이 봐왔던 지역의 모습과는 달랐을 것이었고, 그 수나 그 크기마저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컸을 것이 분명했다. ...저도 그렇게 넓은 시야를 가진다면, 아사 님처럼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요? 잠시 예전에 은호 님께서 주셨던 조언이 문득 떠올랐다.
"...네,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핸드 니팅 씨를 열심히 연습해서 좀 더 익숙해지면 아사 님의 말씀대로 얇은 실 씨로도 할 수 있을테니까... '아사 님께서 잘 가르쳐주셔서 제가 이렇게 만들 수 있었어요!' 하고 아사 님께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고개를 두어 번 끄덕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자신의 집에 대하여 간소한 것도 좋다고 하자 기분 좋은 듯이 배시시, 입꼬리를 올리며 한 박자 늦게 "...감사합니다." 하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아사 님의 설명을 듣고 잠시 시선을 두툼한 실로 두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감탄했다.
"...와아... 실 씨가 엄청 커요...! 무척 폭신해보여서 예뻐요."
저도 언젠가는 저런 실 씨를 아사 님처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까요? 두근두근, 기대되는 마음이 커져갔다. 아무튼 이내 시작하게 된 핸드 니팅 수업. 아사 님께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는 것을 뚫어져라 지켜보며, 마찬가지로 천천히 손을 움직여 매듭을 지어보았다. 그러자 아직 조금은 어설퍼 보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완성된 매듭. 그에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설명에 고개를 세게 위아래로 끄덕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꼬물꼬물 움직여 열심히 매듭을 떠보기 시작했다.
"......"
집중을 하느라 목소리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점차 익숙해진 손은 제법 속도가 붙어 열심히 매듭을 길게, 길게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느릿하던 평소의 모습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속도. 그동안 배울 기회가 없어서 못 했을 뿐, 의외로 재능이 있어보이는 듯한 동작으로 조용히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고, 목을 한 번 정도 감을 수 있는 길이 즈음이 되어서야 잠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길게 매듭이 지어진 실을 살짝 들어올려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될까요, 아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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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많은 이들을 보아온 터라 큰 감흥은 없는 듯한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사 인사는 조금 쑥쓰러우려나. 많이 잃어버린 감정입니다. 실 씨가 무척 크다는 말에 그건 그렇지. 생각보다 상당히 폭신하고 의외로 가벼워. 라고 말하면서 생각보다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잘 하는 것을 힐긋 보면서 손은 기계적으로 커다란 담요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건 리스 마음대로지." 리스가 원한다면 온몸을 칭칭 감을 정도로도 가능할 거지만. 처음 하는 거니까 이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네. 라고 덧붙이면서 마무리를 예전에 짜뒀던 걸 살짝 풀어서 손에 꿰고는 천천히 따라해보라면서 동작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작은 쁘띠 목도리지만. 익숙해지면 암니팅이나, 도구를 이용한 것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재능있어 보여. 라고 담백하게 말하는군요. 도구를 쓰는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네. 라고 생각하는 듯 결과물을 바라보려 합니다.
겉으로는 감정 기복이 크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들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풀린 지금, 자신의 손을 덮어버릴 것만 같은 커다란 아사 님의 실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감탄하며 잠시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저 실뭉치 씨 위에 엎드리면 엄청 폭신폭신해서 금방 잠들게 되지 않을까요? 꼭 고양이 씨처럼요. 앗, 그렇지만 아사 님께서는 커다란 담요 씨를 만든다고 하셨으니... 그것을 덮고 잠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머릿속에 이런저런 상상을 잠시 펼쳐보다, 이내 고개를 살짝 도리도리 젓고는 다시금 두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열심히. 집중을 하는 두 눈동자는 드물게 초롱초롱, 의욕의 불꽃을 활활 태워가며 빛났고, 머지 않아 목을 한 번 감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의 매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온몸을 칭칭 감는다..."
잠시 아사 님의 말씀을 중얼거리면서 다시금 상상해보았다. 크림색으로 온몸을 칭칭 둘러싸고 있는 자신의 모습. 마치 할로윈 때 봤던 미이라같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보다가 아사 님의 설명이 다시 이어지자 뒤늦게 황급히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아사 님께서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쳐주셔서 저도 이렇게 할 수 있었던걸요. ...그래도 칭찬은 정말 감사해요, 아사 님."
무려 '신' 님께 칭찬을 받다니...? 그에 바보같아 보일 정도로 헤헤, 기분 좋은듯한 웃음을 솔직하게 흘렸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더욱 증가했다. 그로 인하여 더욱 열심히 아사 님의 동작을 따라하며 작디 작은 목도리를 꼼꼼히 완성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 성공이예요, 아사 님!"
기쁜듯이 외쳤다. 그리고 완성된 크림색의 미니 목도리를 아사 님께 보였다. 뿌듯한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마치 머릿속에 메모를 하듯이 잠시 조용히 중얼중얼, 몇 번 반복해보았다. ...네, 기억했어요! 나중에 스웨터 씨도 꼭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라온하제의 '신' 님들께 선물로 드린다면... 잠시 모두가 스웨터를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마치 잠옷 파티처럼 스웨터 파티가 되는 것일까? 어쩌면 '스웨터의 날'이 새롭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실없는 상상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생각을 멈추었다.
그 대신...
"......그, 그건... ...정말 기뻐요. 그래도 아사 님께서도 잘 가르쳐주신 것도 맞답니다. 처음 해보는 저도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이렇게 하나하나 알려주셨던 아사 님의 가르침 덕분이었는 걸요."
아사 님의 칭찬에 조금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살짝 피하며 두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양볼이 살짝 붉어져있는 것 같기도 한 그 모습으로 작게 중얼거리다, 이내 희미하게 웃으면서 다시금 그 공을 아사 님께로 돌렸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주듯이 나름대로 잘 완성된 귀여운 미니 목도리. 따스한 크림색을 지닌 그 목도리를 바라보다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말씀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느릿하고도 조심스럽게 그 목도리를 두 손으로 들고, 그대로... ...아사 님의 목에 살며시 둘러드렸다.
"...정말 잘 어울려요, 아사 님."
헤실헤실, 해맑은 미소가 희미하게 뒤이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선이 향하게 된 커다란 담요를 보며, 살짝 놀란 듯이 두 눈동자가 한 박자 늦게 동그래졌다.
"촘촘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네..." 리스에게 줬던 건 조금 성긴 느낌이었던가.. 그리고 공을 돌리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건 알려주지만, 그걸 잘 받아들인 건 리스니까." 나는 잘 가르치는 쪽은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는 마무리를 하고는 커다란 담요를 바라보려던 찰나. 리스가 자신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려고 합니다
"...." "어..음.. 고마워..? 바보털이 상당히 빳빳이 선 걸로 봐서는 생각을 못한 상황이었나 봅니다. 그도 그럴 만했지. 그런 것은 무척이나.. 미묘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담요가 완성될 듯하다는 리스의 말을 듣고는 응.. 그래. 라고 답하려 합니다.
"리스한테 말한 거긴 했지만." 이라고 약간은 새침한 듯 말하면서 목도리를 리스에게 둘러보려고 합니다.
다시금 추가 메모를 하듯이 몇 번 조용히 중얼중얼거려 보았다. 그리고 이내 기억했다는 듯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끄덕였다. 물론 촘촘하든, 성기든, 자신은 그저 선물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기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서 '신' 님들께 선물을 드리려면, 아사 님의 조언을 따라서 좀 더 촘촘히, 더 좋은 퀄리티로 만들어야 했으니.
아무튼 이어서 아사 님께 공을 돌리자, 다시금 아사 님은 그 공을 자신에게로 돌려왔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할 자신이 아니었다. 감사 인사와 칭찬은 꾸준히. 더군다나 그것이 '신' 님께 향할 감사 인사라면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아사 님의 칭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면서도 다시금 아사 님의 공도 크다며, 그 덕분이라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고개까지 열심히 끄덕끄덕여가며 한 그 말은 흡사 스승님을 찬양하는 제자의 동경심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목도리를 자연스레 아사 님께 둘러드리자 갑자기 빳빳하게 선 아사 님의 바보털. ...아, 저 모습은 처음 봐요. 그 바보털을 잠시 신기하게 올려다보다가 문득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만히 갸웃했다. 그러자 이내 다시 목도리를 자신에게 둘러주는 아사 님. 약간은 새침한 그 목소리를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듣다가, 몇 박자가 지나서야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뒤늦게 아,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조금 멋쩍게 웃다가 이내 허리를 살짝 꾸벅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긴, 아사 님께 선물로 드리려면 좀 더 예쁘게, 좀 더 열심히 만드는 게 좋겠지요. 조용히 납득하면서 잠시 아사 님께서 둘러준 크림색의 작은 목도리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매만져보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 폭, 파묻히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사 님의 담요 씨도 이렇게나 부드럽겠죠? 호기심 어린 눈빛을 거의 다 완성된 아사 님의 담요로 두었다.
"스웨터까지 짜려면 능숙해져야겠네.. 으음.. 편법이기는 해도.." 핸드니팅으로 만든 것들을 이어붙이는 법도 있거든. 알록달록하려나. 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한 공은 더 이상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마치 체할 것 같은 느낌이니 일단은 그만두기로 했다. 체한다고 해도...아무것도 밝히진 않겠지만.
"그으리고... 누군가인지는 몰라도 리스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에게 선물한다면.." 조금 서툴러도 괜찮을거야. 정성을 들인다면. 이라고 말하면서 흐물흐물하게 가라앉은 바보털을 잘 정돈하려고 합니다. 감사하다는 리스의 말을 들으면서 예쁘게 짜긴 짠 거니까. 괜찮을 거야 라고 답한 뒤에 완성된 담요를 한품에 다 안아들고는 잠깐 가까이 오라고 말해보려고 합니다.
"....자아." 한 번 둘러봐. 라고 말하고는 담요를 까치발을 들고는 리스의 머리부터 망토처럼 둘러주려고 시도합니다.
두 주먹까지 꼬옥 쥐어가며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의욕이 넘쳐나는 모늡. 비록 편법이라고는 하더라도, 예쁜 스웨터를 선물로 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았다. ...그렇지만... 너무 알록달록하면 역시 보기 조금 그러려나요? 으으음, 고민의 소리가 잠시 새어나왔다.
그러다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말씀에, 몇 박자 늦게서야 천천히 멍한 두 눈을 깜빡깜빡였다.
"...제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요...?"
특별, 특별. 그 단어에 잠시 생각을 해봤다. ...떠오르는 사람은...
"......아사 님의 말씀대로 좋아해주신다면 좋겠어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조금 서툴러도 기뻐해주신다면 정말 좋을텐데. 그렇지만 역시 그 전에, 자신이 최대한 서투르지 않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모든 정성과 마음을 다하여.
...아, 다시 가라앉았어요. 이내 다시 흐물흐물해진 바보털을 자신도 모르게 눈으로 좇다가,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짜본 첫 뜨개질을 칭찬 받아서일까, 은근히 기뻐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아사 님의 담요가 다 완성되자 마치 자신의 일인 것마냥 기쁘게 박수를 짝짝, 치면서 와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예뻐요, 아사 님...! 완성하신 거 정말 축하드려요. ......어... 네?"
그렇게 축하의 말을 전해드리다가 이내 잠깐 가까이 오라는 말씀에 멍한 두 눈을 깜빡깜빡였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천천히 아사 님께로 가까이 다가가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머리부터 둘러지기 시작하는 커다란 담요. 그에 조금 늦게 "...아," 하고 반응하다가 꼬물꼬물, 담요를 움직여 얌전히 망토처럼 입어보았다.
두 손으로는 망토를 목 부근에서 조심스럽게 꼬옥 붙잡고 마치 후드를 뒤집어 쓰듯이 둘러진 담요. 폭신따뜻한 그 감촉이 기분 좋아 괜히 배시시, 읏음이 새어나왔고, 이내 두 눈을 부드러이 접으며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사 님의 솜씨는 굉장하세요. 엄청 보들보들해서 기분 좋아요, 이 담요 씨! 미리내에 가도 끄떡 없을 것 같아요."
"알록달록하지 않으려면 같은 색 실로 잔뜩 만들어야겠지만?" 이라고 편법이지만 예뻐 보인다는 말을 하면서 그렇게 만들면 의외로 정성들인 듯한 모습이야. 라고 말하면서 처음엔 그렇게 배우기도 했고. 라고 하면서 예전에는 양말을 잔뜩 짜두기도 했는데.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특별히라는 말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듯한 리스를 바라보면서 좋아해주신다면이라는 말에
"그런 이가 있어?" 라고 넌지시 물어보고는 대답을 바란 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는 마지막 마무리처럼 실로 만든 빵빵한 털방울과 이음실을 살짝 추가합니다. 그리고는 둘러주려 하는군요.
"미리내에서도 끄덕없을 거라면 다행이야." 그거 덮어도 괜찮아. 끝에 매달린 실로 만든 방울같은 거랑 실을 엮으면 간이 망토스럽게도 가능해 라면서 입어도 괜찮아. 라고 느릿하게 말해봅니다. ...어. 그거 선물인 건가요? 그런데? 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만들고 싶은 색실로 많이 만들어두면.. 음.. 10개 정도? 만들고 나면 연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줄게." 라고 말해보려 합니다
역시 아사 님이예요! 너무 컬러풀하지 않을까, 하던 고민을 말끔히 날려준 아사 님의 해결책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표정 역시도 순간 화아, 밝아질 정도로. 그러다 아사 님의 중얼거림을 용케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양말... 그러고보니, 크리스마스 씨에 양말 씨를 선물 받았었지요. 무척이나 보드랍고 따스했던 양말이었기에 결국 한 번밖에 못 신어보았다. 결국 아끼려는 듯이 고이고이 보관해 놓았으니. ...그럼 저도 양말 씨를 한 번 만들어볼까요? 머릿속으로 대충이나마 한 번 상상해보았다. 어쩌면 그것이 스웨터보다는 더 쉬울지도...?
그러다 이어진 아사 님의 물음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느릿한 동작으로 끄덕였다.
"...일단... 드리고 싶은 분들은 있답니다."
머릿속을 잠시 스쳐지나간 그 얼굴들을 떠올리며, 이내 아사 님께서 담요를 완성하는 것을 신기하다는 듯이 두 눈동자를 반짝반짝이며 지켜보았다. 그러자 이내 곧 자신에게 둘러지기 시작하는 담요. 따뜻폭신한 그 감촉에 기분 좋은 듯이 웃다가 아사 님의 말씀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나중에 저도 한 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아, 그리고... 여기요, 아사 님. 감사했습니다. 아사 님께서는 분명히 더 잘 어울리실 거예요."
일단 키는 서로 비슷했으니 길이는 괜찮았을 것이고, 크기도 넉넉하니 딱 좋은 듯 했다. 그렇기에 확신을 담아 얘기하며 이내 조심스럽게 담요를 벗어 곱게 접고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아사 님께 두 손으로 공손히 돌려드렸다.
그리고 이어진 아사 님의 수업 계획 및 숙제를 경청하여 듣고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네! 열심히, 많이많이 만들어 놓을게요. ...오늘 여러가지 가르쳐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정말로 재밌었어요."
꾸벅, 허리를 숙였다 펴고는 배시시, 작게 미소지었다.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새로운 취미에 대하여 눈을 뜨게 된 날이었다.
"...무늬... 무늬는 제가 일단 이 핸드 니팅 씨에게 익숙해질 때까지는 잠시 미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잠시 으음, 하고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작게 끄덕끄덕였다. 그래,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될 것이었다. 아직 자신은 뜨개질 초보자. 너무 무리하게 진도를 뺐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것이 분명했으니. 그렇기에 욕심을 접어두고는 일단 매듭을 길게 만들어나가는 것에 먼저 익숙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다짐하면서 이내 자연스럽게 담요를 벗어서 돌려드리자, 아사 님께서는 담요를 톡, 톡, 건드리더니 다시 자신에게로 내밀었다. 그에 잠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듯이 그저 멀뚱멀뚱, 멍한 두 눈동자만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상황 파악을 마치고는 정말로 깜짝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하게 크게 뜨여졌다.
"...저, 저에게 주시는 건가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까지 살짝 더듬어졌다. 제가 과연 이렇게 좋은 것을 받아도 되는 걸까요...? 그것도 무려 '신' 님께...? 과분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쉽사리 받지 못 하고 잠시 머뭇머뭇거렸다. 하지만...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정말로 소중하게 잘 사용할게요.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이내 자신이 처음으로 떴던 그 작은 목도리를 조용히 풀어내어 고이 접어 아사 님께 공손히 내밀었다.
"...제 선물이예요, 아사 님. 제가 뜨개질 씨로 만든 첫 작품. 다음 번엔 더 좋은 목도리 씨를 꼭 만들어서 선물해드릴게요. 지금은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서..."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하지만... 다음 번엔 꼭. 응, 반드시 예쁜 목도리 씨를 만들어드릴 거예요.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의도치 않은 선물 교환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심할게요, 아사 님. 오늘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도 잘 부탁 드려요. 아사 님께서 부디 조심히 돌아가실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안녕히 가세요, 아사 님. 공손히 허리를 꾸벅 숙이며 아사 님을 배웅했다. 헤실헤실, 희미한 미소는 아사 님께서 떠나시는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잠시 시선을 담요에 두었다. ...숙제, 열심히 해야겠어요. 결심이 강해졌다.
/ 그러면 이렇게 막레 드리겠습니다! 일상 돌리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아사주! 함께 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XD
비나리 광장의 얼음 동상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위엄을 보이면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고, 그 근처에 세워진 종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온이가 새해마다 울리는 종소리가 조용히 울릴 때마다 새해가 온다는 것을 느끼고는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고. 은호님이 직접 신통술로 만들어낸 은색 여우 목도리를 두르고 나는 근처 벤치에 앉아 가온이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해에도 정말 보통 바쁜 것이 아니란 말이야. 저 애.
일단 후배이기에 가끔 이렇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러 오고는 한다. 절대로 비나리의 먹을 것을 바라고 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먹을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먹순이는 아니란 말이야. 게다가 운동도 하면서 포동포동 살이 찌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으니까 된 거 아니야?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유성우가 떨어진다고 했던가?
라온하제의 밤하늘은 상당히 아름답다. 호은골의 하늘도 그렇지만, 우리 신계. 라온하제의 별하늘도 절대 그에 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슬슬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이것은 미리내로 가야 제대로 볼 맛이 나지만 그래도 비나리에서 이렇게 볼 수도 있으니 이것으로 만족할까? 손에 든 호떡을 난로 삼아 꼬옥 쥐다가 그것을 입에 넣고 냠, 냠 씹었다. 응. 맛있어. 호떡은 역시 꿀이 달콤해야 제 맛이란 말이야.
그건 그렇고...
"조만간에 뭐라도 해볼까?"
가끔은 내가 '즐거운 내일'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미 은퇴한 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놀기만 할 순 없잖아? 후훗.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아. 간만에 우리 집으로 모두를 초대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일단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말이야.
하지만 나도 '즐거운 내일'을 만들고 싶긴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늘은 이 유성우를 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니까. 절대로 호떡을 먹으러 나온 것은 아니야. 정말이야.
>>753 으음, 으음... 저는 잠이 잘 오지 않는 불면증은 너무 어릴 적에 겪었던 거라... 뭔가 확실한 해결법을 드리고싶은데...ㅠㅠㅠ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스트레스 같은 거 없이, 편안한 마음 상태로 눕는 거겠지만 그것도 힘든 거니까요. 그래도 부디 오늘은 푹 주무실 수 있기를 바래요, 령주...!(토닥토닥)
아사: 그러고 보니 저 세계랑도 연결된 거였어..? 아사주: 그러니까.. 일종의 통로가 2개인 거라고 대충 이해..? 호은골 세계 통로로는 호은골 세계 인간계로 들어가고 동화학원 통로로는 동화학원 인간계가 나타나곰!(태연) 아사: 하나라면 마법같은 거 내가 연구 안 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아사주: 그렇..군!
가온이가 만들었다던 비나리 광장 광고 전단지를 주웠는데 이거 괜찮은거야..? 일단, 비나리 광장 소개가 찬양 일색이다. 뭐 누리님은 어쩌구저쩌구, 은호님은 어쩌구저쩌구. 이것만으로도 안괜찮은데 부담스런 칭찬이 문제가 아니다.. 얼음동상 사진이 꿈에 나올 정도로 무서워! _____________
복도 미끄럼주의
희망편
비나리에서 미끄러 넘어진 리스 넘어진 애 일으켜주려고 오는 령 넘어진 애 걱정하는 누리 넘어진 애 데리고 보건실 가는 모두들
절망편
전투중에 미끄러 넘어진 적호 옆에서 비웃다가 같이 굴러 넘어진 세설 사진찍고 있는 가온 그거 밟고가는 아사 _____________
가온: 누리님! 제가 신기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누리: 그게 뭔데..? 가온: 신과 하나에 든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와 기타 등등은 딱 신과 하나분입니다! 누리: 와아 그렇구나! 백호: (???) _____________
리스: 령 님, 령 님은 10년 뒤에 어떻게 되어 있을 것 같나요? 령: 그야 nnn살+10살이 됐겠지요? 리스: 음, 신 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신 님께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뜻이었답니다. 령: 열 살을 더 먹은 리스랑 함께 있겠지요? _____________
세설 : 나는 상대방이 보자기를 내면 주먹을 내주는 타입이다 이슬비 : (일부러 져주다니, 의외로 상냥한 걸.) 세설 : 예를 들자면 상대가 내 뺨을 쳤을 때, 나는 그 사람의 뺨에 주먹을 내리꽂겠지. 이슬비 : (아니구나, 착각했다.) _____________
은호:간단한 문제이니라. 1+1=? 리스:귀요미...라고 어떤 신님이 말씀하셨어요.. 누리:창문! 가온: 은호님과 누리님입니다! 백호:원플러스 원 식품! 세설:2 아사:2 아니면 (방송불가) _____________
가온 : 리스 씨는 개가 무섭습니까? 아니면 사람이 무섭습니까? 리스 : 가온 님.. 저는.. 아마도 개 씨가 무서워요. 가온 : 목줄 풀려서 짖으며 달려오는 개와 목줄 풀려서 짖으며 달려오는 사람 중에서는 무엇이 무섭습니까? 아사 : 잠깐만. 목줄 차고 짖으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잖아? _____________
누리: 백호 언니, 큰일이야. 어제 집 근처에서 가온이가 공중화장실을 찾았는데 그러던 도중, 그러니까, 백호: 진정해 누리야. 일단 결론부터 말해봐. 누리: 가온이가 프리큐어가 되어버렸어. 백호: 미안, 역시 중간 과정도 알려줘. _____________
세설: 비나리 번화가의 한 슈퍼의 뽑기 앞, <고객님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라는 건의함 구멍에 대고 누리와 리스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목소리 씨를 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 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요 누리님..” “고장났나?” 귀여운 구경 재미있었다.
>>859 칭찬을 할 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한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리스 뉴짤을 볼 때마다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시트 스레의 그림도 그렇고요! 아무튼....네! 리스주가 편하신대로 하시면 된답니다! 혹시 NMPC에 대한 허락이 필요하다면 그건 얼마든지 그려도 괜찮으니까 굳이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다른 분들에게도 다 포함되는 거예요!
아사: 145 화가 날 때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요, 속으로 삭히는 편인가요? 일단 화가 날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 먼저 걸림돌이고 그걸 뚫고서 화가 조금이나마 난다고 해서 그걸 속으로 삭히지도 않지만 드러내지도 않는다고 한답니다. 느끼는 걸 가감없이 표현하기는 하지만 그게 화인지... 그런 거에 대해서는 굉장히 담백해서 모를 듯합니다 078 종교 종교 없어요.. 자기가 신인 건 둘째치고, 종교들은 자기가 생기고 나서 한-참 뒤에나 생겨서.. 194 캐릭터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사람 없었습니다.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밟고 싶어지는 인간상은?" 아사: 딱히..?
"키가 그 정도밖에 안 돼?" 아사: 응. 십대 중반이니까.
"자넨 해고야." 아사: 날 왜 해고하는거야? 지금 그건 인지되지 않은 부당해고라는 건 알고 있어? https://kr.shindanmaker.com/770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