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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님의 말씀에 멍했던 두 눈매가 적잖이 놀란 듯 동그래졌다. 두 눈동자와 목소리 역시 살짝 떨려왔다. 하지만...
"...'신' 님을 위해서라면 저도 대단해지고 싶어요. 대단해질 거예요, 반드시."
이내 곧 놀람에 멍해졌던 모습이 사라지고, 확고한 의지의 마음이 목소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 속에서도 새어나왔다. 끄덕, 위아래로 끄덕이는 고개 역시도. '신' 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헛된 '죽음'이 '신' 님께 찾아가도록 둘 수는 없었다. ...당신과 춤을 추는 것은 저로 족해요.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하지만... 아사 님께서는 사라지시지 않고 지금 이렇게 제 앞에 계세요. 그리고 저는 그 점이 매우 기뻐요. 그 덕분에 제가 이렇게 아사 님을 무려 직접 만나뵐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네, 아사 님 말씀대로 모든 게 하찮을 수는 없어요. 그러니... 아사 님께서도 정말로 위대하고 소중하신 존재라고 생각해요."
...비록 저는 그 '공룡' 씨가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약간은 멋쩍은 듯한 웃음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조금 아쉬워요. 저도 '공룡' 씨를 봤으면 아사 님의 생각을, '신' 님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어진 아사 님의 물음에 그저 고개를 가만히 작게 끄덕끄덕일 뿐. 한 박자 늦은 그 동작은 평소와 똑같았고 희미하게 접혀지는 두 눈 역시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론을 더욱 꼬옥 끌어안았다. 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아... 그렇군요. 뜨개질 ㅆ... 가 아니라 뜨개지일...!"
무의식적으로 뜨개질 역시도 다시 높여부르려다 아사 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그리고 이내 곧 아사 님의 말씀을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경청하다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왠지 재밌을 것 같아요, 뜨개질."
...저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잠시 자신이 입고있는 따뜻포근한 스웨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배시시, 희미한 미소를 보이면서.
"....대단해지면 리스가 원하는 분도 기뻐할지도 몰라." 대단해지기를 원했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말하면서 사실 누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 앞의 이들에게 신통술을 써서 읽는 건 동의 없이는 안 될 거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은 하찮고 미약하고, 어떤 부분은 위대할 수 있겠지." 하지만. 가치는 정말로 막막하기도 할 때가 있었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까. 라고 말하는 표정이 무척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검독수리가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해도, 그것은 아르겐타비스가 아니었으니까요.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홍학은 자연에서 볼 수 있었던가...동물원에서 거울로 무리인 것처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란 생각이 복잡하기도. 그러다가 공룡 씨라는 말에
"공룡... 응.. 모를 수도 있겠네." 공룡은 아주 먼 옛날(이 대목에서 자신이 아주 먼 옛날로 호칭되는 것에 묘한 자괴감을 느꼈다) 땅에 활보하던 생물이었지만. 멸종했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후손은 있기는 해. 그게... 새 종류래. 라고 느릿하게 말했습니다.
"리스가 걷는 것에 대해서 걷기 님이라곤 안 하잖아. 그런 것에 가깝지 않을까?" "리스도 뜨개질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털실 파는 데에서 가르쳐 주기도 하고. 인간의 동영상에 많이 있어. 응... 힘들면 바늘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손뜨개도 있어. 라고 덧뭍이면서 가려고 합니다. 털실이 가득한 상점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던가요?
아사 님의 말씀에 고민하던 것도 잠시, 이내 곧 아사 님, 즉, '신' 님의 말씀을 무조건적으로 믿으면서 고개를 위아래로 세게 끄덕였다. 다짐이 담긴 주먹까지 꼬옥 쥐어보이면서. 비록 저는 평범한 홍학이지만, 저의 '신' 님을 위해서라면 대단해지려고 노력할 거예요...!
"......"
그러다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잠시 아사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딘가 텅 빈 듯한 표정. ...아, 알 것 같아요. 저 표정은... 분명... ...익숙하디 익숙한 공허함이었다. 꼬옥, 무의식적으로 끌어안은 론에게서는 따스한 온기따윈 없었다.
"......그래도..."
한참만에야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사 님의 곁에 남는 것이 생기시기를 기도할게요. 하찮고 미약하다 하더라도 위대하고 소중한, 그런 가치 씨가."
...아사 님의 공허함을 달래주실 수 있는, 그런 가치 씨가.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룡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두 눈동자를 천천히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와아... 공룡 씨의 후손들이 저희였던 건가요? 대단해요! 공룡 씨는 조상 님이셨군요! 멸종하셨다는 건 안타깝지만..."
조금 아쉬운 듯이 약간은 시무룩하게 시선을 떨구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곧 들려오는 아사 님의 설명에 그제서야 뭔가 깨달았다는 듯 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군요!" 하고 대답하는 그 모습은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순진했다.
또한 뜨개질에 대하여 설명과 함께 격려를 해주는 아사 님의 말씀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여가며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저도 뜨개질... 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예쁜 스웨터를 만들 수 있는 걸까요? 론도 스웨터를 입는다면 저처럼 따뜻할텐데...
꼭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품으며 앞으로 걸어가다보니, 어느새 저 앞에 털실로 가득한 상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그곳을 가리키며 아사 님을 불렀다. 그리고는 호기심과 관심에 젖은 마음으로 인하여 조금 발걸음을 재촉하여 상점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아사 님과 함께 상점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보았다.
"리스의 신님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떨지 잘 모르겠어." 그래도... 열심히 살기를 한쪽 구석에서는 바라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잠깐 말하다가 별 말은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그래.. 가치. 그래... 가치는 많아. 현대에 들어서서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으니까." "기도해준다면 고마워." 생긴다면 좋을지도. 라고 말하면서 메마른 듯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그리고 공룡이라는 말에 반짝이는 리스를 바라보고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긍정합니다.
"공룡 신이 없던 건 아니지만.." 라는 말을 하지만 굳이 이해를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멸종한 동물이라면 바로 앞에도 있기도 하고... 어디지. 어딘가에 또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뜨개질거리를 사러 가는 길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객관적 사실로 발걸음을 맞춰 걸었습니다.
"털실 많네.."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가득히 쌓인 털실들은 색색깔이었고, 종류도 달랐고, 만들어진 제품도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도 익숙한 모양인지 짜다 만 것을 꺼내면서 이거랑 어울리는 혹은 같은 털실을 찾아요. 라고 말하는군요.
"이쪽은.. 초보자니까. 손니트같은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크게 짜는 거니까 한번 잘못한 게 눈에 확 띄어서 고치기도 쉬울 거고. 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신' 님께서 기뻐하실 다른 방법을 더 찾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사 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니까 분명히 저의 '신' 님도 그러실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꾸벅, 공손히 허리를 숙여 천천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 모습은 약해보였지만, 그 내면은 의외로 굳건하니 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 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신' 님께서 그것을 바라신다면, 저는 그것에 따를 거예요. 죽음의 숨결을 삼켜냈다.
"...열심히 기도해드릴게요, 아사 님. 아사 님을 위해서 말이예요."
아사 님께서 미소를 지으셨다. 메마른 듯이 희미하디 희미한 미소였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자신 역시도 기쁜듯이 좀 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젠가는 아사 님께서도 메마르지 않은 미소를 지으실 수 있기를. 소중한 '가치'와 함께.
"...공룡 신 님도 계셨나요? 저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나중에 꼭 뵈었으면 좋겠어요. 조상님이셨던 '신' 님."
조상님이시면 가족... 인 걸까요...? 묘한 감정이 마음 속에 찌르르,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언젠가는 꼭 만나뵙고 싶다는 다짐이 깃들어서일까, 아사 님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묘하게 힘찬 것 같기도 했다.
털실 가게에는 의외로 금방 도착하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가게 안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형형색색의 털실들로 가득했다. 와아, 그 수많은 다채로운 색깔들을 담아내는 이질적인 두 눈동자가 감탄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아사 님께서 털실을 주문하는 동안 신기함을 감추지 못 하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가게 안을 구경했다. 그러다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뒤늦게 반응했다.
"...손니트... 요?"
갸웃,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손니트가 뭔지 모르기 때문인 듯 했다. 그래도 처음 보는 털실들이 많은 이 공간이 마치 부드러운 털 속에 둘러쌓인 듯이 포근함으로 가득했기에, 마냥 좋은 듯 희미하게 배시시 웃었다.
"...예쁜 털실 씨들이 많아서 엄청 신기해요. 저에게는 없는 색들도 가득해요. 저런 다양한 색들을 가진 털실 씨로 그 손니트... 라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기뻐하기를 바랄까...나.." 아마 그럴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리스가 찾는 신 님이 자비롭기를. 이라고 마치 빌어주듯 속닥거리려 합니다.
"그렇구나. 그렇기를 바랄게." 희미한 웃음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간혹 멸종한 동물 신이 나올 수 있으니까. 언젠가 볼 수도 있을지도 몰라." 지금 눈 앞에 있는 나도 멸종한 동물 신이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손니트.. 응.. 핸드니팅이라고 해서. 바늘 없이 손으로 뜨는 걸 말해." 아무래도 바늘을 하는 것보다는 실뜨기처럼, 손으로 하는 게 좀 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다만 그 경우에는 굵은 실을 써야 하기 때문에 좀 큰 것들이 나와. 무릎담요같은 망토같은 거라던가. 목도리라던가..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털실을 계산하고는 핸드니팅용 실은 이런 두꺼운 거야. 라고 말하면서 이끌어서 한켠에 보여주려 합니다.
//한손타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느리다...! 다들 어서오세요- 대략 핸드니팅은 이런 느낌?
저의 '신' 님은 자비로우실까요? 아니면 자비롭지 않으실까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신' 님을 찾고있는 현재의 자신으로서는, 알래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 님은 분명 자비로우실 것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한낱 미물에 불과한 자신을 살려주셨을리가 없었으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그렇기에 아사 님의 속삭임에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신' 님의 진심을 담은 축복은 언제나 현실로서 이루어지리라. 아사 님의 축복처럼, 자신 역시도 아사 님께 '행복'을 드리고 싶었다. '신' 님을 향한 기도. 그것이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최선.
...부디 아사 님께서도 '행복'하실 수 있기를. 사라져버린 아사 님의 웃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금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그렇군요. 아사 님처럼 저도 언젠가는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야 멸종한 동물 신 님이시라면 분명히 외로우실테니. 혼자라는 건 그런 것이었다. 외로움을 품에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더군다나 이 세상에 혼자 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외로움은 아마도... 꼬옥, 무의식적으로 품에 끌어안은 론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와아... 손으로 할 수 있는 건가요? 무릎 담요, 망토, 목도리..."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신기하다는 듯이 아사 님의 말을 따라하며 작게 중얼거리다가, 이내 아사 님의 이끔에 따라 발걸음을 옮겨 핸드니팅 용 실에 가까이 다가갔다.
"...! 예뻐요! 진짜 크다... 되게 폭신폭신할 것 같아요, 이 실 뭉치 씨들. 손으로 이걸 이렇게 하면..."
...이 옷 씨처럼 따뜻하고 폭신한 예쁜 물건 씨가 나오게 될까요? 잠시 자신이 입고있는 스웨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저도 해보고 싶어요, 그 핸드니팅...!"
하고 싶은 일이 새로이 생겼다. 호기심과 의지의 빛이 두 눈동자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핸드니팅 용 실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다채로운 색들로 가득해서인지 어떤 색이 좋을지 고민에 빠진 듯 작게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 텀은 저도 느리니까 괜찮답니다! 그런데... 괜찮으세요, 아사주?!(동공대지진) 으아아... 답레는 나중에 주셔도 괜찮으니까 오늘은 그냥 푹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리하지 마세요, 아사주...ㅠㅠㅠ(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