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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그래도 죄송합니다...스레 설정을 그래도 나름 열심히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ㅠㅠㅠ
그리고... 카제하주께서 이걸 보실진 잘 모르겠지만, 전 괜찮아요, 카제하주! 카제하주께서 카제하라는 캐릭터가 힘드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지요.ㅎㅎㅎ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신 결정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카제하주의 결정을 존중해요. 그러니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부디 카제하주께서 괜찮으시기를 바래요. :D(토닥토닥)
다솜 지역에서 하는 일은 생각보다 체계가 잡히니까 덜해졌습니다. 그런 반면 생각지도 않은 휴식 시간이 많아져서 도대체 뭘 해야 하지.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곤 하던 아사는 드디어 인간계 쪽의 주식에까지 손을 댈 뻔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코인에 손 안 대서 말입니다. 앵화영장은 진상만 없으면 자동으로 다 돌아가고, 자신이 이전에 관리하던 곳도 기본적인 것을 잘 정립해 놓았으니, 특수한 때에만 잘 가면 됩니다. 지금 시절에 얼음이 얼지 않도록이라던가요.
그래서 아사는 지금 한 일이 많으면서도 한 일이 없어보인다는 그런 미묘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손을 차마 쉬지 못하고 다솜의 벤치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뜨개질을 했는지 온갖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무언가들이 잔뜩 있네요.
"아. 털실." 털실이 떨어져서 멈춘 표정은 뜨개질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털실을 더 살 듯한 표정이로군요. 털실로 만든 걸 품에 안고는 일어서는 찰나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이 굴러떨어졌습니다. 이걸 진퇴양난이라고 하던가요? 내려놓기에는 미묘한데 주우려면 내려놓아야 하고..?
부스스,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 깜빡 잠들었었나봐요. 품 안에는 론을 꼬옥 끌어안은 채 따스한 이불 속에 들어가있던 탓일까, 결국 몽롱한 눈이 더욱 멍하게 풀린 상태로 잠시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정신, 차려야겠지요.
"...잠깐 밖에 산책이라도 갈까요, 론?"
[좋아, 리스.]
품에 안긴 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말을 걸었다. 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그에 덩달아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침대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우면서도 가벼웠다.
-
타박타박, 언제나와 같은 맨발이 분홍색 벚꽃 길을 살며시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품에는 그보다 훨씬 더 진한 분홍색의 론을 안아든 채. 그렇게 주변 풍경을 둘러보면서 얼마나 걸어갔을까. 문득 저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는 한 인영이 눈에 들어오자,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섰다. 한 눈밖에 없는 시야로도 애써 확인하려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자, 뜨개질을 하고 있는 듯한 그 인영은 다름 아닌...
"...아사 님? 앗...!"
그러나 아사 님께서 뜨개질을 하던 것을 품에 안고서 일어나는 찰나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이 굴러떨어지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드물게 곧바로 반응하여 황급히 그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신' 님께서 곤란하시지 않게 쪼그려 앉아, 한 팔로는 론을 안아든 채 다른 손으로는 아사 님께서 떨어뜨리신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을 조심히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사 님께 꾸벅,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두 손으로 아사 님께 공손히 내밀었다. 희미한 미소와 함께.
오랜만에 론과 함께 나온 산책. 분홍빛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던 길에는 아사 님께서 계셨고, 아사 님께서 벤치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이 떨어지자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재빨리 움직였다. '신' 님을 도와드리는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던 자신이었으니.
그렇기에 바늘 두 개를 주워서 아사 님께 인사와 함께 공손히 건네드리자, 아사 님께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인사를 해주셨다. 그에 기쁜듯이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론이라고 해요. 론, 아사 님이예요. 저희가 살고 있는 이 다솜의 관리자 님이시자 지혜로움이 가득하신 '신' 님이세요."
[......]
품에 안아든 론에게 아사 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담아 소개했다. 그러나 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저 아사 님을 빤히 응시할 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데... 아사 님, 머리카락이...? 평소와 달리 살랑이지 않고 반동강이 난 아사 님의 바보털을 잠시 걱정스레 바라보다가 아사 님께서 뜨개질을 하다가 털실이 떨어졌다고 설명을 해주시자 그에 경청하듯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바늘 두 개를 아사 님께서 안고 계신 털실 물건 위에 조심스럽게 공손히 올려드리며 이어지는 질문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네, 저는 딱히 일정이..."
그저 론과 산책을 하려던 것이 전부였으니. 으음... 고민하는 소리가 작게 새어나왔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들어 아사 님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여쭤보았다.
"다솜의 관리자인 건 맞지만.. 그렇게까지 찬양받을 건 아닌데.." 일단 기본적으로 신적인 힘은 리스도 있고. 라고 말하고는 론을 바라봅니다.
"귀여운 인형이네." 말없이 손을 뻗었다가 아. 하고는 만져봐도 돼? 라고 물어봅니다. 다행스럽게도 닿기 전에 물어본 점일까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정이 없다는 것은... 쉬는 거군요. 아니면 원래 유유자적이던가.
"응. 맞아. (같이)가도 돼." 사러 가냐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톡톡.하고 둥실 떠오른 털실로 만든 것을 보더니 하나 입어봐. 라고 말해봅니다. 맘에 드는 걸로 입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만은. 아마 리스가 적당히 고른다면 짜다 만 것 하나 외에는 다 이동시켜버리지 않을까요? 안 고른다면 하나 골라주지 않으려나요?
"그래도 아사 님께는 위대하고 멋진 '신' 님이신 걸요. 이 정도 찬양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말이예요. ...네, 엄청 대단하신 '신' 님이세요, 아사 님!"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아사 님께 대해 존경과 동경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신적인 힘은 자신에게도 있다는 말씀에는 그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어물쩡 넘겨버렸지만. ...이건... 신적인 힘이 아닌 걸요. 이건, 그저... 환각. 사실이 아닌 허상. 신기루.
"...아, 네...! 얼마든지 만져보셔도 괜찮아요."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뒤늦게 황급히 고개를 끄덕여 아사 님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만지기 편하시도록 론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론이 칭찬 받아서일까, 기분 좋은 듯한 미소가 희미하게 입가에 걸렸다. ...론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그러다 아사 님께서 털실을 사러 가는 것에 동행해도 괜찮다고 허락해주시자 희미했던 미소가 더욱 환하게 피어났다.
"와아...! ...정말 감사합니다, 아사 님."
꾸벅,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펴며 아사 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털실로 만들어진 것들을 둥실 떠오르게 하여 하나 입어보라고 말하자, 한 박자 늦게 놀란듯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네...? 저... 요?"
깜빡깜빡, 털실로 만들어진 것들과 아사 님을 느릿하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으음... 으음... 작게 고민하는 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마음에 드는 걸로 입어보라고 해도... ...무려 '신' 님께서 만드신 것인데,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을리가요. 오히려 전부 다 마음에 들어서 난감할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결국에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아사 님께 도움을 요청해보았다. 자신은 정말로 전부 다 좋았으므로.
반드시, 꼭. 희미하지 않고 선명한 미소가 부드러이 빛나기 시작했다. 굳은 다짐과 각오의 빛은 꺼지거나 흔들리지 않았으니, 두 눈동자마저도 미세한 떨림조차도 없이 확고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사 님의 물음에는 다시금 슬쩍 그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빛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렇지만...
"...아니예요, 아사 님.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내 다시금 아사 님을 바라보며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신' 님이 아니라는 건, 이미 모두가 다 알고있을 터였으니. 공허함이 맴돌다 기척을 죽여 사라졌다.
대신 아사 님께서 론을 만지시는 것을 왠지 모르게 간질간질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품고 바라보았다. ...'신' 님께서 론을 직접 만져주고 계세요. 기뻐요, 정말...! 더군다나 아사 님께서 함께 털실을 사러가는 것도 허락해주시자 더욱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에 환하게 웃으면서 "...네!" 하고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스웨터를 내밀어주자 감사하다는 인사를 꾸벅, 고개를 숙여 전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잠시 스웨터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천천히 스웨터 속에 얼굴을 집어넣어 스웨터를 입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앗."
얼굴 구멍을 찾지 못해 잠시 낑낑거리면서 바보 같이 살짝 버둥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거 안 들어...ㄱㅏ...ㅇ...ㅛ...
"아!"
뽕!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얼굴이 무사히 밖으로 쏙, 빠져나왔다. 그렇게 시야가 확보되자 이내 두 팔은 수월히 입을 수 있었다. 원체 마른 몸이었기 때문일까. 무사히 다 입은 스웨터는 약간은 큰 듯이 손을 살짝 덮었지만, 그럼에도 꼼꼼한 뜨개질 덕분인지 따스하기 그지 없었다. 기분 좋은 포근함. 그에 기분 좋은 듯이 배시시 웃으며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아사 님, 이 옷 씨, 정말로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아사 님께서 직접 만드신 건가요? 그... '뜨개질' 씨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