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수많은 나무들 중 하나를 선정하면서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신과 나무는 과수원에서도 제법 크고 멋진 나무다. 이 나무 정도면 올해의 그 나무로는 충분하겠어. 이것을 광장으로 옮기고, 동상 앞에 세워두면 올 겨울의 그 행사도 충분히 멋진 모습이 보일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나무만 선정되면 그 이후는 척척 진행이 되니 편했다.
올해는 어떻게 이 나무를 꾸며볼까? 라온하제가 정식으로 개방되면서 수많은 신들이 찾아왔으니, 좀 더 신경 써서 꾸미고 싶다는 마음이 보통 큰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멋질까. 어떻게 해야 모두가 감탄할까? 작년에는 인간계의 그것과 비슷하게 꾸미긴 했지만 올해는 어쩔까? 조금 다르게 해볼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어찌되었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은호님!"
은호님의 저택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나는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일단 모두에게는 최대한 비밀로 하도록 하자. 당분간 비나리 광장에는 누가 오는 것을 못하게 막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은호님과 누리님을 본따서 만든 얼음동상이 가려지는데! 얼음동상을 광장 밖으로 빼야하나? 아니, 하지만 그러다가 잘못해서 깨지기라도 하면?!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작년까지는 그다지 신이 없어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는 신들이 확 늘어서 곤란하단 말이야. 그렇게 고민을 하며 생각에 빠지며 나는 내가 선정한 나무에 등을 기댔다.
"....눈이 내리네. 그 날도 눈이 내리면 좋겠는데."
하늘에서 눈이 한 송이. 내 코끝에 콕 하고 떨어지는 그 차가움을 느끼며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날은 하얀색. 하얀색으로 덮여 온 세상을 아름답게 덮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사: 076 향수는 뿌리나요? 딱히 안 뿌릴 것 같습니다. 그거랑 별개로 향 조합라는 건 잘 알 듯. 222 무언가를 잘 돌보나요? 음....음....예스에 가깝다고 생각중이긴 하지만 꺼려하는 쪽..? 043 이벤트(파티, 기념일 등)에 대한 생각 기념일은 좀 그렇다는 입장. 파티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밟고 싶어지는 인간상은?" 아사 : 딱히 없어. 난 기대치가 낮거든.
"네가 극도로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은?" 아사 : 극도로 화가 났었을 때에는... 도피했던 것 같네. 아마도.
>>164 그래도 죄송합니다...스레 설정을 그래도 나름 열심히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ㅠㅠㅠ
그리고... 카제하주께서 이걸 보실진 잘 모르겠지만, 전 괜찮아요, 카제하주! 카제하주께서 카제하라는 캐릭터가 힘드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지요.ㅎㅎㅎ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신 결정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카제하주의 결정을 존중해요. 그러니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부디 카제하주께서 괜찮으시기를 바래요. :D(토닥토닥)
다솜 지역에서 하는 일은 생각보다 체계가 잡히니까 덜해졌습니다. 그런 반면 생각지도 않은 휴식 시간이 많아져서 도대체 뭘 해야 하지.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곤 하던 아사는 드디어 인간계 쪽의 주식에까지 손을 댈 뻔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코인에 손 안 대서 말입니다. 앵화영장은 진상만 없으면 자동으로 다 돌아가고, 자신이 이전에 관리하던 곳도 기본적인 것을 잘 정립해 놓았으니, 특수한 때에만 잘 가면 됩니다. 지금 시절에 얼음이 얼지 않도록이라던가요.
그래서 아사는 지금 한 일이 많으면서도 한 일이 없어보인다는 그런 미묘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손을 차마 쉬지 못하고 다솜의 벤치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뜨개질을 했는지 온갖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무언가들이 잔뜩 있네요.
"아. 털실." 털실이 떨어져서 멈춘 표정은 뜨개질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털실을 더 살 듯한 표정이로군요. 털실로 만든 걸 품에 안고는 일어서는 찰나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이 굴러떨어졌습니다. 이걸 진퇴양난이라고 하던가요? 내려놓기에는 미묘한데 주우려면 내려놓아야 하고..?
부스스,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 깜빡 잠들었었나봐요. 품 안에는 론을 꼬옥 끌어안은 채 따스한 이불 속에 들어가있던 탓일까, 결국 몽롱한 눈이 더욱 멍하게 풀린 상태로 잠시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정신, 차려야겠지요.
"...잠깐 밖에 산책이라도 갈까요, 론?"
[좋아, 리스.]
품에 안긴 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말을 걸었다. 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그에 덩달아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침대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우면서도 가벼웠다.
-
타박타박, 언제나와 같은 맨발이 분홍색 벚꽃 길을 살며시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품에는 그보다 훨씬 더 진한 분홍색의 론을 안아든 채. 그렇게 주변 풍경을 둘러보면서 얼마나 걸어갔을까. 문득 저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는 한 인영이 눈에 들어오자,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섰다. 한 눈밖에 없는 시야로도 애써 확인하려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자, 뜨개질을 하고 있는 듯한 그 인영은 다름 아닌...
"...아사 님? 앗...!"
그러나 아사 님께서 뜨개질을 하던 것을 품에 안고서 일어나는 찰나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이 굴러떨어지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드물게 곧바로 반응하여 황급히 그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신' 님께서 곤란하시지 않게 쪼그려 앉아, 한 팔로는 론을 안아든 채 다른 손으로는 아사 님께서 떨어뜨리신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을 조심히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사 님께 꾸벅,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두 손으로 아사 님께 공손히 내밀었다. 희미한 미소와 함께.
오랜만에 론과 함께 나온 산책. 분홍빛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던 길에는 아사 님께서 계셨고, 아사 님께서 벤치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이 떨어지자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재빨리 움직였다. '신' 님을 도와드리는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던 자신이었으니.
그렇기에 바늘 두 개를 주워서 아사 님께 인사와 함께 공손히 건네드리자, 아사 님께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인사를 해주셨다. 그에 기쁜듯이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론이라고 해요. 론, 아사 님이예요. 저희가 살고 있는 이 다솜의 관리자 님이시자 지혜로움이 가득하신 '신' 님이세요."
[......]
품에 안아든 론에게 아사 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담아 소개했다. 그러나 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저 아사 님을 빤히 응시할 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데... 아사 님, 머리카락이...? 평소와 달리 살랑이지 않고 반동강이 난 아사 님의 바보털을 잠시 걱정스레 바라보다가 아사 님께서 뜨개질을 하다가 털실이 떨어졌다고 설명을 해주시자 그에 경청하듯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바늘 두 개를 아사 님께서 안고 계신 털실 물건 위에 조심스럽게 공손히 올려드리며 이어지는 질문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네, 저는 딱히 일정이..."
그저 론과 산책을 하려던 것이 전부였으니. 으음... 고민하는 소리가 작게 새어나왔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들어 아사 님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여쭤보았다.
"다솜의 관리자인 건 맞지만.. 그렇게까지 찬양받을 건 아닌데.." 일단 기본적으로 신적인 힘은 리스도 있고. 라고 말하고는 론을 바라봅니다.
"귀여운 인형이네." 말없이 손을 뻗었다가 아. 하고는 만져봐도 돼? 라고 물어봅니다. 다행스럽게도 닿기 전에 물어본 점일까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정이 없다는 것은... 쉬는 거군요. 아니면 원래 유유자적이던가.
"응. 맞아. (같이)가도 돼." 사러 가냐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톡톡.하고 둥실 떠오른 털실로 만든 것을 보더니 하나 입어봐. 라고 말해봅니다. 맘에 드는 걸로 입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만은. 아마 리스가 적당히 고른다면 짜다 만 것 하나 외에는 다 이동시켜버리지 않을까요? 안 고른다면 하나 골라주지 않으려나요?
"그래도 아사 님께는 위대하고 멋진 '신' 님이신 걸요. 이 정도 찬양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말이예요. ...네, 엄청 대단하신 '신' 님이세요, 아사 님!"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아사 님께 대해 존경과 동경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신적인 힘은 자신에게도 있다는 말씀에는 그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어물쩡 넘겨버렸지만. ...이건... 신적인 힘이 아닌 걸요. 이건, 그저... 환각. 사실이 아닌 허상. 신기루.
"...아, 네...! 얼마든지 만져보셔도 괜찮아요."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뒤늦게 황급히 고개를 끄덕여 아사 님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만지기 편하시도록 론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론이 칭찬 받아서일까, 기분 좋은 듯한 미소가 희미하게 입가에 걸렸다. ...론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그러다 아사 님께서 털실을 사러 가는 것에 동행해도 괜찮다고 허락해주시자 희미했던 미소가 더욱 환하게 피어났다.
"와아...! ...정말 감사합니다, 아사 님."
꾸벅,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펴며 아사 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털실로 만들어진 것들을 둥실 떠오르게 하여 하나 입어보라고 말하자, 한 박자 늦게 놀란듯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네...? 저... 요?"
깜빡깜빡, 털실로 만들어진 것들과 아사 님을 느릿하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으음... 으음... 작게 고민하는 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마음에 드는 걸로 입어보라고 해도... ...무려 '신' 님께서 만드신 것인데,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을리가요. 오히려 전부 다 마음에 들어서 난감할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결국에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아사 님께 도움을 요청해보았다. 자신은 정말로 전부 다 좋았으므로.
반드시, 꼭. 희미하지 않고 선명한 미소가 부드러이 빛나기 시작했다. 굳은 다짐과 각오의 빛은 꺼지거나 흔들리지 않았으니, 두 눈동자마저도 미세한 떨림조차도 없이 확고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사 님의 물음에는 다시금 슬쩍 그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빛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렇지만...
"...아니예요, 아사 님.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내 다시금 아사 님을 바라보며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신' 님이 아니라는 건, 이미 모두가 다 알고있을 터였으니. 공허함이 맴돌다 기척을 죽여 사라졌다.
대신 아사 님께서 론을 만지시는 것을 왠지 모르게 간질간질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품고 바라보았다. ...'신' 님께서 론을 직접 만져주고 계세요. 기뻐요, 정말...! 더군다나 아사 님께서 함께 털실을 사러가는 것도 허락해주시자 더욱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에 환하게 웃으면서 "...네!" 하고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스웨터를 내밀어주자 감사하다는 인사를 꾸벅, 고개를 숙여 전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잠시 스웨터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천천히 스웨터 속에 얼굴을 집어넣어 스웨터를 입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앗."
얼굴 구멍을 찾지 못해 잠시 낑낑거리면서 바보 같이 살짝 버둥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거 안 들어...ㄱㅏ...ㅇ...ㅛ...
"아!"
뽕!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얼굴이 무사히 밖으로 쏙, 빠져나왔다. 그렇게 시야가 확보되자 이내 두 팔은 수월히 입을 수 있었다. 원체 마른 몸이었기 때문일까. 무사히 다 입은 스웨터는 약간은 큰 듯이 손을 살짝 덮었지만, 그럼에도 꼼꼼한 뜨개질 덕분인지 따스하기 그지 없었다. 기분 좋은 포근함. 그에 기분 좋은 듯이 배시시 웃으며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아사 님, 이 옷 씨, 정말로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아사 님께서 직접 만드신 건가요? 그... '뜨개질' 씨로요?"
아사 님의 말씀에 멍했던 두 눈매가 적잖이 놀란 듯 동그래졌다. 두 눈동자와 목소리 역시 살짝 떨려왔다. 하지만...
"...'신' 님을 위해서라면 저도 대단해지고 싶어요. 대단해질 거예요, 반드시."
이내 곧 놀람에 멍해졌던 모습이 사라지고, 확고한 의지의 마음이 목소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 속에서도 새어나왔다. 끄덕, 위아래로 끄덕이는 고개 역시도. '신' 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헛된 '죽음'이 '신' 님께 찾아가도록 둘 수는 없었다. ...당신과 춤을 추는 것은 저로 족해요.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하지만... 아사 님께서는 사라지시지 않고 지금 이렇게 제 앞에 계세요. 그리고 저는 그 점이 매우 기뻐요. 그 덕분에 제가 이렇게 아사 님을 무려 직접 만나뵐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네, 아사 님 말씀대로 모든 게 하찮을 수는 없어요. 그러니... 아사 님께서도 정말로 위대하고 소중하신 존재라고 생각해요."
...비록 저는 그 '공룡' 씨가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약간은 멋쩍은 듯한 웃음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조금 아쉬워요. 저도 '공룡' 씨를 봤으면 아사 님의 생각을, '신' 님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어진 아사 님의 물음에 그저 고개를 가만히 작게 끄덕끄덕일 뿐. 한 박자 늦은 그 동작은 평소와 똑같았고 희미하게 접혀지는 두 눈 역시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론을 더욱 꼬옥 끌어안았다. 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아... 그렇군요. 뜨개질 ㅆ... 가 아니라 뜨개지일...!"
무의식적으로 뜨개질 역시도 다시 높여부르려다 아사 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그리고 이내 곧 아사 님의 말씀을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경청하다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왠지 재밌을 것 같아요, 뜨개질."
...저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잠시 자신이 입고있는 따뜻포근한 스웨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배시시, 희미한 미소를 보이면서.
"....대단해지면 리스가 원하는 분도 기뻐할지도 몰라." 대단해지기를 원했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말하면서 사실 누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 앞의 이들에게 신통술을 써서 읽는 건 동의 없이는 안 될 거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은 하찮고 미약하고, 어떤 부분은 위대할 수 있겠지." 하지만. 가치는 정말로 막막하기도 할 때가 있었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까. 라고 말하는 표정이 무척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검독수리가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해도, 그것은 아르겐타비스가 아니었으니까요.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홍학은 자연에서 볼 수 있었던가...동물원에서 거울로 무리인 것처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란 생각이 복잡하기도. 그러다가 공룡 씨라는 말에
"공룡... 응.. 모를 수도 있겠네." 공룡은 아주 먼 옛날(이 대목에서 자신이 아주 먼 옛날로 호칭되는 것에 묘한 자괴감을 느꼈다) 땅에 활보하던 생물이었지만. 멸종했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후손은 있기는 해. 그게... 새 종류래. 라고 느릿하게 말했습니다.
"리스가 걷는 것에 대해서 걷기 님이라곤 안 하잖아. 그런 것에 가깝지 않을까?" "리스도 뜨개질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털실 파는 데에서 가르쳐 주기도 하고. 인간의 동영상에 많이 있어. 응... 힘들면 바늘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손뜨개도 있어. 라고 덧뭍이면서 가려고 합니다. 털실이 가득한 상점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던가요?
아사 님의 말씀에 고민하던 것도 잠시, 이내 곧 아사 님, 즉, '신' 님의 말씀을 무조건적으로 믿으면서 고개를 위아래로 세게 끄덕였다. 다짐이 담긴 주먹까지 꼬옥 쥐어보이면서. 비록 저는 평범한 홍학이지만, 저의 '신' 님을 위해서라면 대단해지려고 노력할 거예요...!
"......"
그러다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잠시 아사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딘가 텅 빈 듯한 표정. ...아, 알 것 같아요. 저 표정은... 분명... ...익숙하디 익숙한 공허함이었다. 꼬옥, 무의식적으로 끌어안은 론에게서는 따스한 온기따윈 없었다.
"......그래도..."
한참만에야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사 님의 곁에 남는 것이 생기시기를 기도할게요. 하찮고 미약하다 하더라도 위대하고 소중한, 그런 가치 씨가."
...아사 님의 공허함을 달래주실 수 있는, 그런 가치 씨가.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룡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두 눈동자를 천천히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와아... 공룡 씨의 후손들이 저희였던 건가요? 대단해요! 공룡 씨는 조상 님이셨군요! 멸종하셨다는 건 안타깝지만..."
조금 아쉬운 듯이 약간은 시무룩하게 시선을 떨구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곧 들려오는 아사 님의 설명에 그제서야 뭔가 깨달았다는 듯 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군요!" 하고 대답하는 그 모습은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순진했다.
또한 뜨개질에 대하여 설명과 함께 격려를 해주는 아사 님의 말씀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여가며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저도 뜨개질... 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예쁜 스웨터를 만들 수 있는 걸까요? 론도 스웨터를 입는다면 저처럼 따뜻할텐데...
꼭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품으며 앞으로 걸어가다보니, 어느새 저 앞에 털실로 가득한 상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그곳을 가리키며 아사 님을 불렀다. 그리고는 호기심과 관심에 젖은 마음으로 인하여 조금 발걸음을 재촉하여 상점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아사 님과 함께 상점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보았다.
"리스의 신님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떨지 잘 모르겠어." 그래도... 열심히 살기를 한쪽 구석에서는 바라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잠깐 말하다가 별 말은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그래.. 가치. 그래... 가치는 많아. 현대에 들어서서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으니까." "기도해준다면 고마워." 생긴다면 좋을지도. 라고 말하면서 메마른 듯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그리고 공룡이라는 말에 반짝이는 리스를 바라보고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긍정합니다.
"공룡 신이 없던 건 아니지만.." 라는 말을 하지만 굳이 이해를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멸종한 동물이라면 바로 앞에도 있기도 하고... 어디지. 어딘가에 또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뜨개질거리를 사러 가는 길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객관적 사실로 발걸음을 맞춰 걸었습니다.
"털실 많네.."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가득히 쌓인 털실들은 색색깔이었고, 종류도 달랐고, 만들어진 제품도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도 익숙한 모양인지 짜다 만 것을 꺼내면서 이거랑 어울리는 혹은 같은 털실을 찾아요. 라고 말하는군요.
"이쪽은.. 초보자니까. 손니트같은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크게 짜는 거니까 한번 잘못한 게 눈에 확 띄어서 고치기도 쉬울 거고. 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신' 님께서 기뻐하실 다른 방법을 더 찾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사 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니까 분명히 저의 '신' 님도 그러실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꾸벅, 공손히 허리를 숙여 천천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 모습은 약해보였지만, 그 내면은 의외로 굳건하니 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 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신' 님께서 그것을 바라신다면, 저는 그것에 따를 거예요. 죽음의 숨결을 삼켜냈다.
"...열심히 기도해드릴게요, 아사 님. 아사 님을 위해서 말이예요."
아사 님께서 미소를 지으셨다. 메마른 듯이 희미하디 희미한 미소였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자신 역시도 기쁜듯이 좀 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젠가는 아사 님께서도 메마르지 않은 미소를 지으실 수 있기를. 소중한 '가치'와 함께.
"...공룡 신 님도 계셨나요? 저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나중에 꼭 뵈었으면 좋겠어요. 조상님이셨던 '신' 님."
조상님이시면 가족... 인 걸까요...? 묘한 감정이 마음 속에 찌르르,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언젠가는 꼭 만나뵙고 싶다는 다짐이 깃들어서일까, 아사 님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묘하게 힘찬 것 같기도 했다.
털실 가게에는 의외로 금방 도착하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가게 안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형형색색의 털실들로 가득했다. 와아, 그 수많은 다채로운 색깔들을 담아내는 이질적인 두 눈동자가 감탄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아사 님께서 털실을 주문하는 동안 신기함을 감추지 못 하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가게 안을 구경했다. 그러다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뒤늦게 반응했다.
"...손니트... 요?"
갸웃,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손니트가 뭔지 모르기 때문인 듯 했다. 그래도 처음 보는 털실들이 많은 이 공간이 마치 부드러운 털 속에 둘러쌓인 듯이 포근함으로 가득했기에, 마냥 좋은 듯 희미하게 배시시 웃었다.
"...예쁜 털실 씨들이 많아서 엄청 신기해요. 저에게는 없는 색들도 가득해요. 저런 다양한 색들을 가진 털실 씨로 그 손니트... 라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기뻐하기를 바랄까...나.." 아마 그럴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리스가 찾는 신 님이 자비롭기를. 이라고 마치 빌어주듯 속닥거리려 합니다.
"그렇구나. 그렇기를 바랄게." 희미한 웃음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간혹 멸종한 동물 신이 나올 수 있으니까. 언젠가 볼 수도 있을지도 몰라." 지금 눈 앞에 있는 나도 멸종한 동물 신이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손니트.. 응.. 핸드니팅이라고 해서. 바늘 없이 손으로 뜨는 걸 말해." 아무래도 바늘을 하는 것보다는 실뜨기처럼, 손으로 하는 게 좀 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다만 그 경우에는 굵은 실을 써야 하기 때문에 좀 큰 것들이 나와. 무릎담요같은 망토같은 거라던가. 목도리라던가..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털실을 계산하고는 핸드니팅용 실은 이런 두꺼운 거야. 라고 말하면서 이끌어서 한켠에 보여주려 합니다.
//한손타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느리다...! 다들 어서오세요- 대략 핸드니팅은 이런 느낌?
저의 '신' 님은 자비로우실까요? 아니면 자비롭지 않으실까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신' 님을 찾고있는 현재의 자신으로서는, 알래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 님은 분명 자비로우실 것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한낱 미물에 불과한 자신을 살려주셨을리가 없었으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그렇기에 아사 님의 속삭임에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신' 님의 진심을 담은 축복은 언제나 현실로서 이루어지리라. 아사 님의 축복처럼, 자신 역시도 아사 님께 '행복'을 드리고 싶었다. '신' 님을 향한 기도. 그것이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최선.
...부디 아사 님께서도 '행복'하실 수 있기를. 사라져버린 아사 님의 웃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금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그렇군요. 아사 님처럼 저도 언젠가는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야 멸종한 동물 신 님이시라면 분명히 외로우실테니. 혼자라는 건 그런 것이었다. 외로움을 품에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더군다나 이 세상에 혼자 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외로움은 아마도... 꼬옥, 무의식적으로 품에 끌어안은 론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와아... 손으로 할 수 있는 건가요? 무릎 담요, 망토, 목도리..."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신기하다는 듯이 아사 님의 말을 따라하며 작게 중얼거리다가, 이내 아사 님의 이끔에 따라 발걸음을 옮겨 핸드니팅 용 실에 가까이 다가갔다.
"...! 예뻐요! 진짜 크다... 되게 폭신폭신할 것 같아요, 이 실 뭉치 씨들. 손으로 이걸 이렇게 하면..."
...이 옷 씨처럼 따뜻하고 폭신한 예쁜 물건 씨가 나오게 될까요? 잠시 자신이 입고있는 스웨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저도 해보고 싶어요, 그 핸드니팅...!"
하고 싶은 일이 새로이 생겼다. 호기심과 의지의 빛이 두 눈동자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핸드니팅 용 실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다채로운 색들로 가득해서인지 어떤 색이 좋을지 고민에 빠진 듯 작게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 텀은 저도 느리니까 괜찮답니다! 그런데... 괜찮으세요, 아사주?!(동공대지진) 으아아... 답레는 나중에 주셔도 괜찮으니까 오늘은 그냥 푹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리하지 마세요, 아사주...ㅠㅠㅠ(토닥토닥)
정말로 감사하기 때문일까. 드물게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꾸벅,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편 후에 나타난 희미한 미소에는 거짓이라곤 전혀 없이 그저 신뢰와 진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는 순수한 믿음만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미래를 기약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었다.
"무난한 거... 작은 핸드워머나 작은 모자..."
선생님에게 새롭게 세상을 배우는 꼬마 마냥 아사 님의 말씀을 따라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간간히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사 님의 격려에 기쁜듯한 희미한 미소를 배시시 짓다가 아사 님의 시선이 닿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와아... 부드러운 색이예요...!"
따스한 색상.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색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다시금 두 눈을 반짝반짝이면서 그 실들을 집어든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론이 두꺼운 이불을 덮듯이 실들로 덮여졌다.
"...그럼... 저는 이 실로 해보고 싶어요. 그... '뜨개질'이라는 거 말이예요."
계산할 준비를 하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듯 머뭇머뭇,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아사 님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똑같이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저기...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게 뜨개질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사 님...?"
/ 저야말로 괜찮아요, 아사주! 저도 지금 밖이라 최대한 빠르게 써보긴 할테지만 퀄리티랑 시간을 장담 못 하겠어서...ㅠㅠㅠ 그러니 아사주께서도 너무 무리하시지 말아주세요, 아셨죠? :D(토닥토닥)
"그렇구나.. 하지만.." 나는 위대하고 대단하다는 말이 익숙하지 않아. 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영광스럽다는 리스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면 그 어긋남이 무척이나 커져버릴 것 같은 느낌에 일부러 실만 더 쳐다보고 있었던가?
"너무 큰 걸 하려고 하면 지친다고 하더라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캐노피까지 만들어보기로? 라고 말하면서 요즘은 레이스 만들기도 하고 있어. 라고 덧붙입니다. 웨딩링 쇼울을 만들고 있기도 하거든. 이라고도 하는군요. 아사의 손의 낄 반지에도 다 통과될 수준이면 얼마나 섬세하게 짜야 할까요.
"뜨개질을..?"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복잡한 눈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었을까요?
"으... 난 가르치는 건 잘 못할 것 같은데..." 드물게도 말꼬리가 흐려집니다. 가르친다라는 건 아사에게 있어서는 참 애매모호한 것이었지요. 어떤 면에서는 받기만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던가요? 그래도...
"....나름대로 잘 가르쳐 주려고 노력할 거지만.." 동영상이나 책 같은 것도 볼 거니까.. 라고 말하면서 살짝 눈을 데굴데굴 굴려서 시선을 피하려고 합니다.
왠지 모르게 실만 더 바라보고 있는 듯한 아사 님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하지만'... 이라는 것은... ...어쩌면. 어쩌면 아사 님께서는.
"...괜찮아요, 아사 님."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무엇이 괜찮은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 마음이 아사 님께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아사 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지기를 바라는, 아사 님께서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캐노피... 요? 레이스? 웨딩링 쇼울...?"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는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의 단어들이 마구 섞여나왔다. 그에 머리가 살짝 핑핑 도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작게 끄응, 하는 소리를 내었다. 괜히 시선을 옆으로 피하고는 론을 끌어당겨 안아 입가를 가리며. "...죄송해요, 아사 님. 잘 모르겠어요..." 작은 사과의 말이 웅얼거림 속에 섞여나왔다.
그러다 자신의 부탁 및 간청에 아사 님께서 고개를 푹 숙이자 놀란 듯 멍한 두 눈을 크게 떴다. "...아사 님...?" 아사 님을 부르는 멍한 목소리가 깜빡깜빡이는 눈동자와 함께 새어나왔다. 그렇지만 이내 아사 님께서 시선을 피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시자, 기쁨에 젖은 미소가 순간 선명하게 화아, 만면에 꽃피워졌다.
"감사합니다, 아사 님...! 괜찮아요. 저도 잘 못 배우거든요. ...그래도... 아사 님께서 가르쳐주신다는 것 자체가 저는 정말로 기쁘고 영광이예요. 저, 열심히 배울게요! 다시 한 번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꾸벅, 론과 함께 허리를 공손하게 숙였다 펴면서도 기분 좋은 듯한 미소는 희미하게 계속 걸려있었다. ...정말로 열심히 배워보고 싶어요. 이 '뜨개질'이라는 거. 이내 천천히 계산을 마쳐 이제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 털실을 끌어안고는 괜히 볼을 작게 부비적거리며 배시시, 희미하게 웃었다. '행복'함이 자신의 마음 속을 가득히 채워주고 있었다.
본체 모습일적에는 체급차이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약할 수도 있지만... 투신이라는 별명이 있었을 정도로 강했어요. 힘 그 자체보다는 스피드랑 기술, 깡다구 등등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입니다. 이제까지는 대진운이 나빠서 해서 그렇지...라온하제에 오기 전에는 전적이 꽤나 좋았었습니다.
"괜찮아." 응. 그래야지. 라는 듯한 말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으응... 실력이 좋아지면 하고 싶어지는 것 중에 그런 게 있을지도 몰라." 라고 말하면서 핸드 니팅에서 익숙해지면 바늘로도 해보고 그리고 익숙해지면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일지도? 라고 덧붙이면서 잘 모르는 건 괜찮다고 하려 합니다. 잘 아는 것도 이상한 일이니까 말이지. 태팅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완전 초보자인 리스에게는 핸드 니팅만으로도..
"그렇게까지 감사할 일은 아니야..." 그러면 언제 만나서 천천히 가르쳐줘야겠네. 라고 생각하면서 언제 시간 나? 라고 물어보려고 합니다. 확실히 원래 정해진 일정들을 이리저리 배치해야 하니 당연하게도 물어보는 거지만. 핀트가 나갔어요.. 행복해보이는 리스를 보며 실을 산 것을 들어올리려 합니다. 가벼운 듯 무겁지요..
물끄러미 아사 님을 바라보는 이질적인 두 눈동자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어쩐지, 조금 쓸쓸한 느낌이예요.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에. ...그럼에도 제가 해드릴 수 없는 게 없다는 건... ...너무 죄송하고 슬퍼요. 시선을 잠시 아래로 떨구었다. 그렇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꼭 기억해 놓아야겠어요. 언젠간 좀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때는 '신' 님들께 자신이 드릴 수 있는 것들이 더 늘어나 있을테니. 생각만 해도 기쁜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져 헤실헤실, 희미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작고 간단한 것부터 아사 님께 열심히 배워야 할 것이었다.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아사 님께 대한 감사함이 마음 속에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엄청 감사한 걸요."
드물게 곧바로 대답하며 마냥 행복한 듯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순진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다 이어진 아사 님의 물음에 잠시 으음... 하고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다시금 천천히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저는 딱히 큰 일정이 없어서 아사 님께서 편하신 시간에 제가 아사 님께 찾아갈ㄱ... 앗!"
대답을 하다가 아사 님께서 실을 들어올리시자 황급히 대신 받아들었다.
"제, 제가 들게요, 아사 님...! 무거우실 거예요...!"
물론 자신도 선천적으로 약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신' 님을 고생시키게 할 수는 없었으니. 그렇기에 론과 함께 실들을 품에 꼬옥 끌어안았다. 조금 무겁기는 했지만, 포근한 느낌은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렇게 실들로 인하여 시야가 살짝 가려진 상태로 목소리로만 아사 님을 향해 여쭤보았다.
"다양한 걸 만든다면 좋을지도 모르겠어." "자수같은 것도 할만하기는 하지만, 바늘은 손 다칠 수도 있으니까.." 보람을 느낀다면 좋은 거야. 라고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아사는 보람을 느끼지 않습니다. 마치..
"그렇구나... 그러면 음... 며칠 뒤에는 정말 하루종일 쉬는 날이 있거든." 그 날 오면 되겠네. 라고 말합니다. 다행히도 그 날 대체 뭘 해야 하나. 라고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할 일이 생겼습니다. 할 게 없는 게 아니었으니까 다 괜찮은 겁니다. 그리고 실을 들려는 리스를 보고는 왜 그러는 걸까. 라는 표정은 아니고 그냥 빤히 쳐다보다가
"같이 들어..?" 그리고 더 구매할 게 있냐는 것에 아. 아직은 괜찮아. 라고 말하려 합니다. 생기면 다시 오면 되니까.. 라고 말하려 하는군요.
이미 예전에 론을 처응 주웠을 때 거의 누더기나 다름 없던 론을 고쳤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으니. 그 때 수없이 찔렸었던 따끔한 고통이 새삼스럽게 다시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작게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실력이 늘어서 나중에는 아사 님 말씀대로 다양한 걸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자수' 씨도 해보면서요."
그러면 자신 역시도 좀 더 많은 것들을 모두에게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신' 님들에게도, 또 론에게도. 조금 더, 조금 더, 저는... 두 눈을 깊게 감았다가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희미하게 내비쳤다.
"...그러면... 네. 그 날 찾아뵐게요, 아사 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맛있는 것들도 함께 들고 찾아뵈어야겠어요. 아사 님께서는 무엇을 좋아하시려나요...? 으음, 고민하듯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래도 빈 손으로 찾아뵐 순 없었으니 반드시 맛있는 간식이라도 들고 가기로 다짐했다. 그러다 아사 님께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다가 한 말에, 고개를 황급히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니예요, 아사 님...! 저 혼자서도 충분히 들 수 잇으니까 괜찮아요. 말씀만이라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뜨개질 바늘은 바느질 바늘에 비해서는 찔려도 크게 아프지 않으니까." 이렇게 끝이 뭉툭하잖아. 라면서 짜다 만 것의 흑단으로 만든 대바늘을 보여주려 합니다. 레이스 바늘은 좀 뾰족한 것 같지만 그것도 바느질 바늘에 비하면 무딘 편이지요.
"바늘에 찔리지 않을 정도로 자수 같은 거에 능숙해지면 재봉같은 것도 해보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퀼트나 재봉틀로 만들어지는 것도 나름 흥미롭고 할 줄 알지만 지금 핸드니팅만으로도 벅찬 초보자에게는 함구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해보고 싶다면 모를까. 그리고 그 날 찾아온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지만. 내 걸 들고 있는 건 신세지는 것 비슷하니까." 정말 괜찮다면 모르지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걸지도몰라..? 라고 말하지만 안아든 것을 보고 차마 뺏지는 못하는지 무거워도 안 도와줄 거니까.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물론 무거워하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도와주겠지.
"그래. 돌아가자." 희멀건 얼굴에 웃는 듯한 표정이 희미하게 덧그려지지만 금방 돌아서서는 다시 온다면 데리고 올 지도 몰라. 라고 말하는 표정은 끝내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군요. 어쩌면 그냥 무표정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으으.... 무리데시타..이어주시면 내일 이을게요.. 삔 탓인지 열이 나네요.. 항상 반깁스 할 정도로 심하게 삐고 나면 열이 좀 나던데 왜일까..
아사 님께서 보여주시는 대바늘을 신기하다는 듯이 기웃기웃,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았다. 같은 '바늘' 씨라길래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다른 거였나봐요. 역시 아사 님께서는 똑똑하세요...! 존경과 동경의 마음이 더욱 커져갔다.
"...재봉... 이요?"
깜빡깜빡, 두 눈을 멍청히, 멀뚱멀뚱히 깜빡였다. 어쩐지 모르는 단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으니... '뜨개질'이라는 거, 엄청 어려운 건가 봐요. ...끄응,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살짝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사 님께 무려 직접 가르침을 받는 거니까, 저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반드시, 꼭...! 불끈, 투지의 다짐이 가득했다.
"괜찮아요, 아사 님. 제가 아사 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까... 이런 작고 사소한 거라도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헤실헤실, 마냥 희미하게 웃는 그 표정에선 악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신' 님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만이 있을 뿐.
"...아사 님께서 원하신다면 저는 얼마든지 따라갈거예요, 아사 님. 그러니까 언제든지 편할 때 불러주세요."
비록 아사 님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괜찮았다. 표정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외의 것들로도 충분히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냥 즐거운 듯 희미한 미소를 꺼뜨리지 않았다. 천천히 가게를 나서서 아사 님의 뒤를 졸졸, 종종걸음으로 열심히 쫓아가면서도.
"응. 달라."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재봉이라는 것이 익숙지 않은지 멀뚱히 깜박거리는 눈을 보고는 조금 애매한가.. 라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깊이 파고들면 어려운 게 한두가지는 있으니까." 그래도 뜨개질만 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거야. 음.. 날아다니는 거랑 비슷한 느낌일지도. 라고 덧붙이려 합니다. 처음 날개짓을 하는 거랑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이라던가. 라는 비유로 나름 설명을 해주려 하는 모양이로군요.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그래도.." 애매한 듯 맘대로 해도 좋지만. 이라고 중얼거립니다. 아냐. 언젠가 모두는 날 버려두고 저 멀리로 가버리겠지. 그 위협감과 어긋나버린 것을 말하지는 않으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악이라고는 하나 묻어나지도 않는 얼굴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 놔두고 헤어지자." 집에 그것들을 놔두고 헤어지고 나면 편집과 강박에 삼켜지지 않게 도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얼음조각이 온 몸에 들어찬 듯 꽉 채워지는군요. 어디로 도피할 건가요? 도피할 곳이 존재하긴 하나요? 있다니 다행인가요 불행인가요?
처음 알았어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음을 덧붙였다. 그것도 인간 씨들의 문화인 걸까요? 역시 인간 씨들은 신기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들을 다 알고 계신 아사 님 역시도 대단하시지만요!
"...아하...!"
이어지는 아사 님의 설명을 멍한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꿈뻑꿈뻑이며 들었다. 그리고 몇 박자 늦은 반응으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날갯짓으로 비유가 된다면 자신 역시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으니. 나름대로의 눈높이 교육이 제대로 효과가 있던 듯 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꼭, 꼭, 도와드릴게요. 그러니까...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그 어떤 잡일이라도 좋으니까 편하게 불러주세요."
순간 선명하고도 밝은 미소를 환하게 내비쳤다. ...저는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테니까요. 이 라온하제에, 이 다솜에. 저의 '신' 님을 찾기 전까지. 그리고... ...'죽음'이 저와 춤추기 전까지. 그러나 그것까지는 굳이 입에 담아올리지 않았다. 지금은, 지금은, 그저... ...언제나 다솜의 벚꽃나무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스'로서.
조용히 아사 님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던가.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사 님의 집에 아사 님의 실들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놓아두고는 다시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럼... 아사 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언제든지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한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사 님. 며칠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마치 신신당부를 하듯 한 번 더 자신의 마음을 언급하고 나서야 허리를 천천히 꾸벅 숙이며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따스한 색의 두 눈동자가 접혀져 부드럽고 희미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지닌 따스한 색들이 아사 님의 생각에 박힌 얼음조각을 조금이나마 녹여줄 수 있었을까? ...알 수 없었다. 다만...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크림색의 두꺼운 실들과 침묵을 지키는 론을 꼬옥 끌어안은 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나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는, 벚꽃나무 숲 속의 자신의 작은 오두막집을 향해.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아사주!ㅠㅠㅠ 제가 몸이 계속 좋지 않아서 오늘 저도 모르게 하루종일 자버려서... ㅠㅠㅠㅠ 아사주께서도 아프신 것 같아서 이렇게 막레를 드리겠습니다! 글 쓰시는 거 많이 힘들어 보이셔서 이 답레를 막레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ㅎㅎㅎ 함께 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사주! 일상 수고 많으셨습니다! XD
>>342 아사주 어서 오세요! :D 네, 사실 아까 답레를 쓰고 있었는데 반 정도 쓰고 또 그대로 잠들어버려서...ㅋㅋㅋㅋ(시선회피) 청소도 해야했는데 벌써 저녁이네요...ㅠㅠㅠ 그보다 아사주께서는 좀 괜찮으신가요? 일단 좀 주무셨다니 다행이지만...(토닥토닥) 그리고 아사야말로 너무 귀여웠는걸요! 은근히 챙겨주는 것도 그렇고!ㅎㅎㅎ
>>370 그래도 그렇게 요리를 하실 수 있다는 게 대단하신 거 아닌가요?! 전혀 서투르신 것 같지 않아요, 아사주! XD 부침에 조림에 구이에 튀김까지 하실 수 있으시다니... 와아아... (감탄)(짝짝짝)
사실 언젠간 라온하제 신 님들을 그려보고 싶기는 한데 지금으로써는 무리네요...ㅠㅠㅠ 그래도 언젠간 웹툰이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감동, 개그, 그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ㅎㅎㅎ 제가 원래 잘 울기는 하는데...ㅋㅋㅋㅋ(시선회피) 네X버 일요 웹툰 중에 '내일'이라는 웹툰이 있답니다! 이게 자살...과 관련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데 정말로 좋은 웹툰이예요. 또 다른 웹툰인 '죽음에 관하여'와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둘 다 정말 명작이니 시간 나실 때 한 번쯤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ㅎㅎㅎㅎ :)
50점 이하(10점 이하시) 못해.(가망이 보이지 않아) 60점 이하 가망은 있나..? 열심히 한다면야..? 70점 이하 그래도 잘했네. 80점 이하 (꾸준히 해서 올린 경우) 노력의 결과? 잘했어. (첫판부터) 꽤 잘하는데. 90점 이하 열심히 한 모양이야. 잘했어. 90점 이상 오차표본 이하. 우수하다. 칭찬 100점 완벽하네.
회사 au 설정?
-관리자라는 설정반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전무 혹은 상무이사일 듯하다. -어려 보이지만, 나이는 상당합니다. 신이니까 당연한 건가. -현재 아사가 관여하는 부는 총무, 회계, 기획, 영업 쪽. 의외로 인사 쪽에는 관여를 잘 안하는 모양입니다. 퍼센테이지로 따지자면 총무의 30%, 회계의 10%, 기획의 30%, 영업의 30% 정도를 맡습니다. 나머지는 다른 임원들과 협력해서 처리합니다. 총무부가 총 5팀 정도 있다면 2팀 3팀이 아사 쪽이고 그런 느낌. 회계는 감사 쪽을 하는 편? -영업이 30%인 이유는 외부 영업이 아닌 내부 영업 및 관리 쪽을 맡기 때문입니다. 외부 영업도 가끔 했는데 말이 짧아서 오해산 이후로는 내부로만 돕니다. 물론 그 말 짧은 걸 이용해서 강하게 나가야 할 때엔 나선다고 합니다. -개인 프로젝트인 앵화영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유지중입니다. 현재 앵화영장 마케팅팀을 조직해 광고업무를 맡긴 상황입니다. 그 외 실무팀은 여러 부 종합으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집무실은 살풍경하기 때문에 가끔 신입사원들이 들어왔다가 여기 어디지.. 하는 경우도 있다나. -아사는 가끔 신입인 척 한다고 합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지만. 부하들에게는 의외로 너그러운 편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막 나가는 직원은 좋게 보지 않습니다.
아사: 216 본인에게 의미있는 숫자가 있다면? 아사: 000...? 아니면 디지털 숫자..? 301 30대가 되어 변한것은 or 변할 것은 아사: 900만 xx30대가 되어서 변할 것은.. 있을..까..? 327 가지고있는 외투의 종류와 개수는? 레이스로 짠 아주 얇은 가디건 하나, 두툼한 코트 하나, 적당히 얇은 가디건 하나, 약간 두꺼운 가디건 하나, 얇은 코트 하나..랑.. 롱패딩 하나... 정도요?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441 아사주 다시 어서 오세요! :) 000이나 디지털 숫자...요? 그것들은 아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D
그리고 뒷북이지만 저도 리스의 회사 AU 간단한 설정...!
1. 평범한 사원입니다! 원래라면 인턴을 했겠지만 은호 님께서 인턴은 안 받는다고 하셨으니...ㅋㅋㅋㅋ(시선회피) 그래도 스스로를 인턴이라고 생각하여 언제나, 늘 열심히 일합니다. :) 실제로 아직 입사 이후의 경력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2. 소속 부서는 인사팀. 주로 라온하제 회사 내부의 일, 사내복지 및 교육 쪽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3. 다른 '신' 님들께 도움이 되고 싶어 종종 직접 찾아가 혹시 도와드릴 일이 없는지 여쭤보고는 합니다. 4. 자신이 하고 있는 일로 인하여 '신' 님들께서 '행복'해 하시거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래서 회사 일에 대하여 매우 마음에 들어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크리스마스 선물 보내기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웹박수로 [이벤트]라는 머리말을 붙인 후에 특정인에게 주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메시지를 익명으로 적어서 보내주세요! 캐입을 하건 하지 않건 그건 자유입니다! 다만 누가 보냈는지는 이야기하지 말아주세요! 한 사람당 2개씩 보내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나온 선물들은 토요일에 분배될 예정입니다!!
즐거운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축복 주식 회사 라온하제는 오늘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축복을 내리기 위해서, 그리고 즐거운 내일을 만들기 위한 정신 아래에 만들어진 회사였지만 그렇다고 직원 복지를 게으르게 하진 않았다. 예를 들면 은호 회장님이 나에게 시킨 일이 그러했다. 지금 나는 회사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 계획서를 보고 있었다.
이것은 은호 회장님이 직접 기획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한 것이었다. 은호 회장님은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그냥 보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획해보라고 지시했다. 오로지 직원들을 위한 파티를 기획하기 위해서 이것저것을 알아보면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수행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땅 중 하나인 비나리 광장을 막아둔 것도 그 일환이었다. 비나리 광장의 입구를 막아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둔 후에, 나는 그 안에서 크리스마스 파티의 무대를 장식할 크리스마스 트리를 제작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는 전부 비밀이다. 파티 당일이 되면 공개할 예정이다.
아무튼 그런 것들이 쓰여있는 계획서를 잠시 읽어보다가 나는 수첩을 닫아서 입고 있는 옷 주머니에 쏘옥 집어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기지개를 켜면서 입을 막고 크게 하품을 했다.
"은호 회장님이 시키신 일이기에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조금 피곤하긴 하네. 하지만 열심히 해야지! 회장님이 믿고 맡기신 일이니 말이야."
회장님이 우리들을 위해서 기획한 일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대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일을 하러 갈 생각으로 나는 등받이에 편하게 등을 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을 손으로 막고 크게 하품을 했다. 나중에 비타민이라도 먹는 것이 좋을까...
회사에 남아서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은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령이 그러했다. 한때 엉덩이 붙일 일 없이 방랑하던 자유로운 영혼에게 회사란 선택지는 맞지 않나 싶기도 하였다. 그래도 이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았고, 자신도 슬슬 정착을 할 필요성을 느끼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령은 서류를 바라보다가 눈꺼풀이 감겨옴을 느낀다. 이런, 졸아버린 건가?
아직 남은 일이 한참인만큼 여기서 자버릴 수도 없었다. 게다가 여긴 회사가 아닌가? 령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의자에 걸어놓은 외투를 집어들어 걸친다. 일을 하기전에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 이 상태로 있다면 분명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터였다. 령은 또각또각 밖으로 나가기 위해 회사 로비를 지나고 있었다. 거기서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난 건 의외였다.
"가온 씨?"
뭐야. 아직도 퇴근 안한건가? 령은 조금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겨 가온의 근처에 앉았다. 가온이랑 얘기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을까? 령은 동전을 꺼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다 문득 가온을 바라봤다.
"한 잔 하실래요?"
아, 그래. 그도 커피를 먹고 싶어할 수도 있으니까. 령의 손가락이 자판기의 버튼에 가까이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누를 듯 하다. 제가 살게요, 커피. 령이 입을 열었다. 마치 말동무라도 필요한 모양새였다.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도중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령 씨의 모습이었다. 아직 회사에 계셨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령 씨를 바라보았다. 일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것일까? 일단 회사니까 늦게까지 일을 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야근 수당도 확실하게 주는 회사이니까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이 또한 은호 회장님이 좋으신 분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아무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을 생각인지 그녀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고 하면서 나에게 같이 먹지 않겠냐는 식으로 이야기해왔다. 자신이 사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사도록 할테니까요."
조금 피곤한 기운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커피가 최고였다. 물론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진 않지만 소량의 커피는 몸에도 좋다고 하니까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령 씨에게 내 몫의 커피도 부탁하면서 나는 령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령은 가온의 인사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고보니 인사조차 하지 않았지. 내 정신 좀 봐! 령은 자기자신에 대해 짧게 자책을 하고는 가온을 바라보았다. 그도 회사에 남아있을 만큼 바쁘다는 뜻이겠지. 축복을 주기 위한 회사인데 정작 우리 둘은 축복받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아닌가. 착각인가?
아싸. 커피를 같이 먹을 말동무가 늘었다. 령은 가온의 말에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자판기 커피라지만 구색은 갖추었는지 종류가 다양했다. 블랙커피, 아메리카노, 카라멜 마끼야또, 카푸치노 등등... 무슨 카페야 뭐야. 령은 고심하다가 아메리카노를 고르곤 가온에게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뭐 마실래요? 이거 메뉴가 너무 다양해서..."
뭐, 메뉴가 다양할 수록 우리 입장에선 좋지만. 령은 잠시 자판기를 보다가 창밖을 내다본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지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였다. 아, 그러고보니 곧 있음 크리스마스구나. 재밌겠다. 그러고보니 회사는 크리스마스 날 쉬려나? 다음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가온의 말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커피의 종류가 상당히 다양했었지.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여러 종류의 커피를 떠올리다가 나는 내가 제일 자주 마시는 커피를 그녀에게 부탁했다.
"카페라떼가 있으면 그걸로 해주시겠습니까? 그것이 없으면 아메리카노로 부탁합니다."
아무래도 자판기 커피는 잘 먹지 않다보니, 지금 자판기 커피에 무엇이 차 있고 무엇이 비어있는지까지는 나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보통은 신과 주스를 주로 마시는 편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지금이야 사준다고 하니까 커피를 마시는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회사 사람중 하나가 부업으로 카페를 한다는 말도 들은 것 같은데... 다음에 그 카페도 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령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질문에 나는 고개를 돌려 령 씨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은호 회장님이 지시한 일이 있어서 요즘 그것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지금도 준비를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여기에 앉아있는 거고요. 며칠 후가 크리스마스잖습니까? 그 관련으로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자세하게 무엇을 준비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그냥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미리 다 알려주게 되면 당일 날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없어질테니 말이야. 하지만 이 정도는 말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나중에 공문이 따로 나오겠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은 회사 업무는 없을 겁니다. 은호 회장님이 말씀하시길,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도 일을 하면 너무 비참하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그 대신에 제가 그 관련 일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말을 마친 후에 나는 아 소리를 낸 후에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 알리지 말아달라고 그녀에게 부탁했다. 너무 많이 알려지면 혹시 내가 나중에 혼이 날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나도 준비를 조용히 비밀리에 이것저것 하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지.
카페라떼... 카페라떼라... 령은 자판기의 메뉴들을 찬찬히 보았다. 아, 있었다. 령은 망설임 없이 카페라떼를 꾸욱 눌렀다. 종이컵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커피가 줄줄줄 흘러나왔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참 편리해. 이렇게 자판기에서 커피도 뽑아먹을 수 있고. 령은 새삼스레 옛 생각에 잠긴다. 방랑자였을 시절엔 커피 하나 먹기도 어려웠지.
상념에 빠진 령을 깨운 건 가온의 말이었다. 회장님께서 크리스마스 관련으로 지시한 일이 있다고? 령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일인가본지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령이 가온을 바라보았다. 회장님이 대체 무슨 일로 지시를 내린거지?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재밌을 것 같았다. 령이 입꼬리를 휘어 웃었다.
"그래요? 왠지 재밌을 것 같네요. 무슨 일인가요? 아니아니, 미리 알면 재미없으려나?"
알고싶긴 하지만 뭐 서프라이즈 같은 행사였으면 미리 아는 게 재미없을 수도 있잖아. 령은 그럴 바엔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 커피 나왔다. 령은 자판기 안에서 따끈따끈한 카페라떼를 꺼냈다. 후끈한 열기가 제 손을 덥혔다. 령은 종이컵을 가온에게로 건내줬다.
"오, 정말요? 다행이네요. 크리스마스 날까지 일하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그럼 남은 건 환상적인 크리스마스를 즐길 날이겠군. 령은 환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다시 표정을 무표정으로 돌렸다. 그럼 뭐하나. 내겐 애인도 없고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사람도 없는데. 에이, 젠장. 이번 크리스마스도 혼자인가?
"령 씨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자세한 것을 알려줄 순 없습니다. 은호 회장님이 저에게 맡기고 맡긴 이들이 좀 있는지라."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령 씨라면 입이 무거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일은 철저하게 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 일단 나도 이 회사의 이사직 중 한 명이기도 하니까. 사실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믿고 맡겼는데 이미 다 퍼져있으면 신뢰를 잃기 딱 좋았다. 그럴 수는 없었다. 회장님이 신뢰를 주셨는데 어떻게 그것을 거절할 수 있을까.
일단 령 씨가 내미는 커피를 받은 후에 한 모금 마셨다. 역시 자판기 커피이기에 카페에서 먹는 것보다는 조금 맛이 덜했다. 하지만 자판기 커피 치고는 맛이 괜찮은 편이었기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애초에 인스턴트 커피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순 없었으니까. 피로함을 가라앉히는 효과와 손에 녹아드는 따스함만으로도 이 커피의 가치는 충분했다.
"굳이 일하고 싶다면, 은호 회장님에게 부탁하면 일을 주시긴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어디에도 없지 않겠습니까?"
장난스럽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또 한 모금, 조금 피곤함이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령 씨의 표정이 바뀌는 모습이 보였다. 그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나는 별 의미없는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표정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만."
피곤함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어쩌면 내가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더 깊게 묻진 않고 다시 커피를 입에 머금으며 홀짝였다.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한데요? 알겠어요. 크리스마스 당일날까지 꾹 참고 기다리죠, 뭐."
령은 하하 웃으면서 가온의 말을 받아쳤다. 뭐, 궁금하긴 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사항도 아니고 가온이 괜히 저런 말 할 인사도 아니기에 크리스마스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아, 이번에는 자판기에서 아메리카노가 나온다. 조금만 기다리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걸까? 령은 입맛을 다셨다.
"에이, 굳이 사서 일 벌릴 필요 있나요? 제가 미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거예요."
무슨 워커홀릭도 아니고... 령은 상상만해도 싫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때까지 책상 앞에 붙어있는 건 싫었다. 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적어도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즐기자 좀.
아, 표정... 령은 새삼 표정 변화를 숨기지 못한 자신에게 자책했다. 걱정 끼쳤으려나. 령은 애써 웃어보이고는 가온을 바라보았다. 조금 씁쓸함이 담긴 미소였다.
이 회사만 해도 지금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이가 두 명이었다. 사실 나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 나는 제외하기로 했다. 아무리 나라도 쉬는 날 없이 계속 일할 정도는 아니니까. 무엇보다 은호 회장님이 그런 것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회사에서 일하려고 하는 이들은 다 강제로 퇴근시켜버리고 회사를 잠궈버리지 않을까? 혹은 자꾸 일을 하려고 하면 잘라버린다고 한다던가. 물론 이것은 조금 현실성이 없긴 하지만, 적어도 은호 회장님은 무작정 일을 시키는 그런 이들과는 다르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도 그런 점에 끌려서가 아니었던가.
아무튼 령 씨는 나를 바라보면서 조금 씁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또 혼자서 지내겠다라는 걱정을 이야기하는 모습에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면서 령 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령 씨 정도면 누군가와 같이 보낼 수 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친한 이라던가 없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서 같이 보내는 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면 친구나 다른 이에게 권해서 같이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는 법이다. 굳이 혼자서 꼭 보내야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나는 령 씨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야 일이 좋다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이해는 가지만...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저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령에게 있어선 완전히 별세계의 신들이나 마찬가지리라. 령은 조금 놀란 눈치로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자신이 표정관리를 못했음을 알고는 큼큼거리며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아까 그 말은 꽤 놀랐다. 크리스마스 날까지 일을 할 사람들이 있었다니.
"뭐... 있기는 한데 그 사람들도 다 바쁠테니까요."
령은 심드렁한 태도를 고수했다. 젊은 시절에야 가온의 말처럼 여럿이서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기에 지인들에게 연락해봤지만 해가 갈수록 연락을 보낼 지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들도 바쁘다는 거겠지. 몇몇은 아예 명을 달리했고. 령은 다 된 커피를 꺼내 한모금 마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커피가 상당히 쓰게 느껴졌다.
"음... 있긴 있어요."
크리스마스 보내고 싶은 사람... 령은 그리 말하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문제점이 하나 있다면 그 사람이 자신의 청을 들어줄 지가 문제지.
커피를 조용히 마시면서 령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사람들도 전부 바쁘다라. 그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일까? 하긴 당장 나만 해도 그러니 남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말에 납득을 하며 천천히 커피를 즐겼다. 카페라떼. 다음에는 카페에서 마시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그래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 따스한 온기를 즐기면서 계속해서 말을 들었다. 결론은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그러면 그 사람에게 말을 해보면 되지 않습니까?"
있긴 하다고 한다면 일단 말을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눈을 내리깔다니. 정말로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렇게 말을 할 정도면...혹시? 그런 생각을 잠시 하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멋대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실례적인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에 내가 할 말이 있다면...
"일단 말이라도 해보는 것과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은호 회장님이라면 그런 것으로 뭘 고민하냐고 할 겁니다. 일단 이야기를 해보고 정하라고 말을 할 것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제넘은 발언일지도 모릅니다만... 시간이라는 것이 언제나 무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시간은 훅 지나가게 되고, 그때 후회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니까요."
이를테면 나의 무리라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씁쓸하게 잠시 웃었다. 그리고 마저 커피를 마신 후에 그 내용물을 삼켜버리고서, 잔을 아래로 내린 후에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면서 이야기했다.
"평소에는 당당하신데 왜 그렇게까지 고민하십니까? 일단 말이라도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말을... 그렇지. 말을 한 번 해봐야겠지. 령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전혀 만나지도 않았고... 아니, 불러내면 올려나. 그렇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령의 마음속을 괴롭혔다. 흰 뺨이 점점 붉어졌다. 령은 한숨을 쉬었다. 말이 쉽지.
"용기가 안나요."
령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자신과 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지 모를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그런 일로 부담주고 싶지도 않았다. 령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다 핑계였다. 사실은 자신이 부딪히는 게 무서워서 이러는 것도 다 알고 있었지.
"그렇죠. 말이라도 해보고 나서 결정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죠."
그래. 이렇게 단정짓지 말고 말이라도 해보자. 령은 굳게 마음을 먹은 듯 짐짓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령은 다시 한 번 커피를 마셨다. 씁쓸한 맛이 입 안에 번진다. 령은 가온을 바라본다. 비록 가능성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라도 꺼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저랑 시간 보내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거절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고... 하지만 직접 말하는 게 낫겠죠, 역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조그마한 목소리라고 해도 늑대의 청각을 무시할 순 없는 법이다. 밤에 사냥을 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발달한 청각은 그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지금 여기에서는 무슨 말을 할 순 없는 거니까. 그렇기에 특별히 말하는 것 없이 그저 아무것도 없는 빈 잔을 홀짝이다가 조심스럽게 잔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런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것이 좋은 법이니까요. 전 신이 된 것이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이 되기 전 오랜 세월을 산 것도 아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일지도 모릅니다만... 정작 후회는 언제나 내가 왜 그때 그걸 선택했을까? 내가 왜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으로 하고는 했습니다."
그렇다고 신이 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무리를 떠난 것도 후회하진 않는다. 난 지금 여기서 신으로서 제 2의 삶을 살고 있고, 충분히 '즐거운 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담스럽게 생각하는지 아닌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신이라고 한들 사람의 마음을 읽진 못합니다. 그건 은호 회장님조차도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덤덤하게 나의 생각을 밝힌 후에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퉁겨 신으로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신통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집에 둔 손바닥 위에 올려둘 정도의 작은 얼음 조각품을 이쪽으로 불러들였다. 령 씨를 본따서 만든 그런 느낌의 조각상이었다.
"커피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령 씨를 본따서 만들어본 얼음 조각품입니다. 미리내 지역은 이 시기에 얼음이 정말 아름답게 업니다. 커피를 사준 답례와 보내고 싶은 이와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부적 정도로 받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이 복잡하다면, 그냥 크리스마스 선물을 조금 일찍 준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받지 않으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억지로 받게 할 수도 없는거고 답례를 억지로 주는 것이 알려지면 은호 회장님에게 꾸중을 듣기 딱 좋았으니까.
무슨 말이라고 하는 게 좋다라... 령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저번 할로윈 때도 승낙했으니 이번에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령은 확실히 이전보다는 자신감을 좀 얻은 것 같다. 령이 베시시 웃었다. 양 뺨에 발그레한 기색이 돌았다.
"그런 말 해줘서 고마워요, 가온씨. 확실히 말이라도 해봐야겠죠."
맞다. 전지전능한 고위신이라고 하여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은 못한다.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는 게 낫다. 령은 결심을 굳힌 듯 이전보다는 조금 단단해진 표정을 보였다. 그래.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보자고 얘기하자. 말이라도 한 번 해보는 것이 낫겠지.
"그렇죠. 누구도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건데... 제가 너무 속단했네요."
그 사람이 부담스럽다는 말도 안했는데 이 무슨 추태람. 령은 아까 전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는지 볼을 붉혔다가 자신을 닮은 동상이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기함 때문이었을까? 령은 얼음 동상을 이리저리 살폈다. 요리봐도 조리봐도 자신과 똑같았다. 신기해! 령은 조심조심 동상을 만져보았다. 앗 차가워! 녹지 않게 조심해서 보관해야겠다.
"선물 고마워요, 가온 씨! 잘 받을게요. 정말 예쁜 동상이네요."
령은 가온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살피면서 감탄을 하였다. 정말 잘 만들었네. 그러고보니... 앗차! 인지하지는 못했으나 가온과 얘기를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밀린 일이 있어서요. 선물 고마워요!"
령은 손을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막레입니다! 수고하셨어요 레주!
일단 오랜만에 들어온 시트를 통과시키고 다시 왔습니다! 그리고..스노우 크랩 무한 리필집... 세상에... 가격은 괜찮은건가요?! 그리고...인간인 존재가 기도를 하면 반대라니...짐승이 되는 겁니까?! (동공대지진) 음..그리고 저도 지금은 조금 일상이 힘든 상태거든요. 8ㅅ8 그래서 두 분을 권한 것이기도 하답니다.
아이온 피아사(정확하게는 본명이라고 칭하는 건 아이온 쪽만 그렇다.) 줄여서 아사는 오늘도 할 분량의 일을 열심히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일의 양은 의외로 적었습니다. 평소의 하는 일 양을 생각하면 아주 혁신적일 정도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가 이 요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리 아사가 성격이 더럽고 일이나 열심히 하더라도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타입인걸요.
그래서 평소보다 무척이나 이른 시간에 할 일을 다 끝내놓고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설치된 트리 밑에 앉아서는 선물상자 하나를 끌어안고는 죽치고 구경중인 겁니까? 물론 자세히 보면 눈에 띕니다만, 여러 신들은 모르고 바로 곁에서 뭔 말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잦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신입이라던가. 뭔가 일이 생긴 이들이 집무실에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한 번 앉아본다거나 그랬을지도?
인적이 드물어진 퇴근이 가까워진 시간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 아사는 트리 옆의 자판기에서 커피 대신 유자차를 뽑아서는 구비된 벤치에 앉았습니다.
비나리 광장에서 준비해야 할 일은 어느 정도 끝이 났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다시 회사 안으로 들어온 후에 나는 로비로 천천히 향했다. 이제는 조금 쉬기 위해서. 잠시라도 쉬었다가 퇴근을 할 생각이었다. 남은 일은 내일 또 천천히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내일은...아..."
조금 이대로 벤치에 앉았다가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아이온 씨의 모습이 보였다. 이어 나는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아이온 씨의 근처로 다가갔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아이온 씨. 휴식 중이십니까?"
뭔가 손에 마실 것을 들고 있고 로비에 앉아있는 그 모습으로 보아 아무리 봐도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워커홀릭적인 면이 어느 정도 있는 신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모를 뿐, 또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난 조용히 아이온 씨의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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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회사의 복장은 요즘은 거의 다 자유복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점을 적용했답니다. 여담이지만 리스는 분홍빛 정장이 정말로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로비에는 사람이 간간히 보였다가 조금 많아졌다가 다시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유자차를 한참이나 놔뒀다가 다시 들면 차갑게 느껴지니 다시 데웠습니다. 그러면서 맛이 더 빠져나오기를 기대하려나요? 그러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를 멀리서 발견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먼 거리에서 인사하면 허공에 인사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먼저 인사하기를 기다렸나 봅니다. 그리고 인사에 손을 들어 답하고는
"안녕 가온. 응. 휴식 중이야." 유자차를 손에 들고 손을 녹이면서 고개를 끄덕여 일단 휴식에 대한 물음에 긍정의 뜻을 보이려 합니다. 회사 au니까 회복된 바보털이 살짝 까닥거리는군요.
"가온은 뭘 하다가 들어온 거야?" "하루종일 외근이었어?" 아니면 내가 발견을 못한 걸자도. 라고 담백하게 물어보려 합니다. 그리고는 유자차 마실래? 라고도 묻는군요.
외근이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비나리 광장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은 막아둔 그곳은 엄연히 라온하제 회사의 사유지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은호 회장님이 지시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말을 할 생각은 없지만...아무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어 나는 손가락을 퉁겨서 내 손바닥 위로 내 책상에 올려져있을 신과 주스 캔을 내 손바닥 위로 옮겼다. 그리고 그 캔의 뚜껑을 딴 후에 그것을 천천히 마시면서 목을 축였다. 입맛에 맞는 달콤함이 내 기분을 절로 좋게 해주고 있었다.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것저것 은호 회장님이 시키신 것이 있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이야기한 후에, 나는 근처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굳이 서 있을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앉을 수 있을 때는 앉는 것이 최고인 법이었다.
"아. 하지만 이 일은 제가 하는 일이니까 뭔지 알아보고 대신 처리한다거나 하면 곤란합니다! 아시겠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주의를 주듯이 아이온 씨에게 이야기했다. 이 회사에서 일을 정말 철저하게 하는 신 중 한 명이었기에, 어쩌면 갑자기 내 일을 뺏어가서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야.
"사유지? 아 그렇지. 그 쪽이 사유지라는 건 듣긴 들었는데 신경을 많이 안 쓰다 보니." 그쪽에서 일 했으니까 당연히 몰랐겠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과주스를 마시는 걸 보면서 아 필요없겠다. 라고 중얼거리고는 유자차를 홀짝입니다. 달달하고 새콤한 맛이 느껴지는군요. 그리고 은호 회장님이 시킨 거라는 것에
"그래? 시킨 게 있었구나." 나는 개인 프로젝트 유지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랑 총괄이랑 연말 감사 보고서 받아서 처리중인데. 라고 말하면서 연말이라 일이 미묘하게 밀리네. 라고 하지만 아사에게 밀리는 일이라는 건 별로 없지요. 오히려 밑이 위의 처리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러니까 왠지 알아보고 쓱싹쓱싹 하고 싶어져." 오늘 할 일을 다 해서 손이 근질근질한데. 라고 묘하게 심술궂은 말을 말하지만 바보털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것과 말에 섞인 묘한 뉘앙스는 그것이 농담임을 여실히 알려줄 수 있습니다.
방금 전에 미처 대답하지 못한 유자차에 대한 대답을 지금 하면서 나는 다시 캔의 내용물을 마셨다. 역시 신과가 내 입에는 제일 잘 맞아. 아니, 애초에 이 신과 자체가 먹는 사람의 입에 맞는 달콤함을 내는 과일이니 어쩌면 당연할까? 뒤이어서 들려오는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킨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방금 내가 말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알아보고 하고 싶어진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안 됩니다! 이건 은호 회장님이 저에게 직접 내려주신 일이란 말입니다!"
절대로 안된다는 의미로 두 팔을 교차해서 크게 X를 만든 후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다시 팔을 자유롭게 풀면서 다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괜히 목이 타네. 아이온 씨는 정말로 할 것 같단 말이지. 그것도 순식간에 말이야. 일처리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이기도 하고 말이지.
"애초에 아이온 씨는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 많지 않습니까. 방금 전에 말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 마당에 일을 더 줄 순 없습니다. 애초에 쉬기는 하십니까? 과로는 안 좋은 겁니다."
확실하게 주의를 주면서 나는 아이온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진짜 아이온 씨는 언제 갑자기 픽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니 말이지.
"그건 그렇지. 원하는 단맛이 나는 거니까..." 긍정합니다. 아사도 꽤나 신과주스를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요. 꽤나 청량감을 주는 화한 단맛을 좋아하는 듯한 오너 취향대로 아사도 그런 걸 좋아하려나요? 그건 모르죠. 그리고 팔로 X자를 만드는 가온을 바라보면서 능글맞은.. 좀 비틀린 미소를 짓습니다.
"왠지 그렇게 행동하니까 더 놀리고 싶어." 무려 '직접' 내려 주신 거라니.. 라고 강조하는 듯 한 글자씩 끊어서 말합니다.
"그건 그래. 프로젝트 여러 개를 조율하고 있기는 하니까." 부장=팀장들이 하는 거 조율해보고, 지원해보기도 하고.. 유망한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 시켜보고..(이건 인사과랑 협력해야 하지만) 응.. 할 일이 없진 않네. 라고 손으로 꼽아봅니다.
"과로라니. 내 일처리는 완벽해." 과로 같은 거 있을 리가 없잖아? 라고 말하면서 쉬는 시간이 많다는 일정표 홀로그램을 띄워 자신만만하게 보여줍니다만, 쉬는 시간에도 뭔가 취미생활적인 것을 하곤 하니 완벽하게 쉬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일정표 상으로는 의외로 적당한 편이로군요. ....다만.. "어쨌거나. 오늘 일은 일찍 끝냈어." 그건 크리스마스 요일이어서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찍인건 일찍이니 원래도 있던 철면피를 더 두껍게 깔고는 사실을 말합니다.
뭔가 그런 느낌이 어느 정도 들기는 했지만 정말로 놀리는 것이었다는 것에 작게 항의를 표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뭔가 모르게 속은 느낌이 들어서 묘하게 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 애초에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놀리고 있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일까? 아니. 아닌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도끼눈을 뜨고 아이온 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나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역시 아이온 씨는 과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 여러 개를 조율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말이지. 일정표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래도 말이지.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프로젝트 여러 개를 조율하는 시점에서 저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과로지 무엇입니까?"
과로라는 것은 단순히 일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일을 과도하게 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프로젝트 여러 개를 조율하는 것이 마냥 적은 양도 아닐테고 말이야.
"그렇지만.. 놀리면 이 정도로 반응이 잘 나오는 신은 드문걸." 수위를 넘나드는 장난은 안 치겠지만(멀리 갈 것도 없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 수준의 장난이 없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장난에 이렇게 바로바로 반응하는 유형은 무척이나 새로운 느낌입니다.
"아냐. 과로가 아니니까 걱정 안해도 돼." "프로젝트에 사사건건 관여하는 거면 과로일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일종의 허브일 뿐이니까.." 그렇지만 그 허브라는 건 결국 모든 일이 한 번씩은 거친다는 건데 말이지요... 란 의문을 총총 남기지만 그걸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려고 하는 듯 난 효율높은 쉼을 추구하니까. 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어째서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서 그런 건진 잘 모르겠습니다. 해야 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데. 그리고 가온이 곧 퇴근하냐는 물음을 묻자
"그렇..겠지?" 갑자기 막 일이 터지지 않는 이상은 퇴근할 거야. 라고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려 합니다. 그리고 클리셰대로....는 아니군요. 그냥 퇴근인 겁니다.
"뭡니까? 그 괴롭히기 딱 좋다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은? 은호 회장님에게 보고할 겁니다! .....아마도.."
뭔가 정말로 놀리기 좋고 괴롭히기 좋다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그런 이미지인 것일까? 나중에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한 번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묘한 느낌이 들어 길게 뒤로 뻗은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문지르며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니야. 내가 그렇게 보일리가 없어. 난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이사란 말이야!
고개를 크게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고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아무리 그래도 은호 회장님이 직접적으로 내린 일을 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데 그렇게 보일리가 없잖아. 그렇기에 나는 아이온 씨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저, 그렇게 건드리기 좋은 이로 보이는 겁니까? 그리고...허브라고 한다면, 나름 안심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무리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에 쥔 음료수를 마저 홀짝이면서 아이온 씨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퇴근을 할 생각이라는 것이겠지?
"일이 터질 일은 없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이 터지겠습니까? 그리고 은호 회장님 성격상, 퇴근을 한 직원을 불러다가 일을 시키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그건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애초에 은호 회장님은 일이 끝나면 퇴근을 강제로 시켜버리는 부류가 아니던가. 정말로 일이 몰려있다면 봐주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은호 회장님이 뭔가 일이 터졌다고 다시 일을 하라고 부를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내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아무렴 내가 괴롭히기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보고는 조금 별로네.." 음.. 그럼 정정할까.. 왠지 건드리면 큰 반응을 보여줄 것 같으니까 건드려보고 싶다..? 라고 태연하게 말하면서 시선을 옆으로 돌린 가온을 빤히 바라보려고 합니다. 정말로 그런 거냐는 물음에는
"그런 거 있잖아. 뭔가 반응이 그냥 비슷한 이들보다는 다채로우면 볼 맛이 나는데. 가온이가 그런 타입 같아." 은호님과 누리에게 충성도 엄청 높은 것도 그렇고. 라고 하면서 무리는 안된다는 말에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아무렴... 이라고 속삭이듯 말하는군요.
"알아. 그렇지만, 만약 일이 터졌는데. 내가 아예 모른다면 무척이나 아쉬울 거란 거지." 정말 아쉬워할 겁니다. 확신에 가득찬 걸 모를 리는 없어서 아쉬운 목소리만 그렇지만. 그럼 가온이도 퇴근? 이라고 가볍게 물어보려 합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나는 아이온 씨의 말을 부정했다. 뭔가 지금 대놓고 콕콕 찌르면서 괴롭히고 싶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잖아. 절대로 그런 타입이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나는 더욱 강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놀려지거나 하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온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결론은... 많이 아쉬워한다는 거지? 대체 얼마나 일을 좋아하는 것일까? 물론 나도 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온 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퇴근을 했으면 일 걱정을 하지 말고 푹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퇴근한 후에도 일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피곤하고 지치는 법입니다.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일만 하면 금방 지치고 쓰러지는 법이고요. 아. 네. 저도 조금 있다가 퇴근 할 생각이에요. 일단 급한 것은 다 끝났거든요."
말을 마친 후에 나는 고개를 돌려 비나리 광장 쪽을 바라보았다. 일단 조만간에 막아둔 곳이 열리게 되고 그 후에 보이는 것에...얼마나 만족스러워할까? 괜히 기대가 되어서 나도 모르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기뻐해준다면, 그리고 은호 회장님이 좋아해준다면 좋겠는데 말이야.
"다만 육체노동도 어느 정도 있는 일이었기에, 바로 퇴근하진 않고 좀 쉬었다가 가려고 생각 중입니다!"
일단 그것이 제일 큰 서프라이즈 요인이기에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고 그냥 그런 것이 있다고만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털면서 쭈욱 뻗었다. 당연히 음료수 캔은 꼬옥 잡은채로...아직 내용물이 조금 남아있었기에 떨어뜨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어 다시 한 번 비나리 광장 쪽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그래도, 싫어하진 않겠지. 그러리라고 믿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내가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미리 알려줘서 기대할 재미를 뺏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한 후에 나는 아이온 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그럴 생각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쉬고 있지 않습니까? 아이온 씨는... 돌아가시고 싶으시면 먼저 가셔도 됩니다. 퇴근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괜히 내가 인사를 해서 붙잡아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아이온 씨가 그런 것을 신경 쓸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아이온 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궁금해라..." 난 스포일러에 관대한데. 라는 무척이나 진담같지 않은 말을 하지만 안 말하겠다는 듯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하자 흥미가 떨어진 듯 보람찬 일이었다는 것에 그렇구나. 라고 긍정합니다. 정확하게는... 그랬으면 좋겠다?
"응.. 아무래도 가봐야겠네." 그리고 가온이 먼저 가도 좋다고 말하자 아. 그런가. 러고 말하고는 다 마신 유자차 컵을 쓰레기통에 넣으려 합니다. 확실히 가온의 생각대로 그런 걸 신경을 크게 쓰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알뜰하게 쓰긴 하지만 의외로 관대한 면도 존재했지요.
절대로 이것만큼은 말이지. 나름의 임팩트를 주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일단 기획안을 받아서 정말로 실행한 이로서는 말이지. 그렇기에 절대로 말할 수 없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자 아이온 씨는 더 이상 묻거나 하진 않았다. 굳이 억지로 캐묻는 것은 좋아하지 않은 성격인 것일까?
아무튼 슬슬 퇴근할 생각인지 아이온 씨는 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후에,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왔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들어 아이온 씨에게 가볍게 흔들어주었다.
"아이온 씨도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내일도 일 화이팅하시고요!"
나름대로 오늘의 작별인사를 한 후에 나는 편하게 등받이에 등을 댔다. 조금 늑대 발톱이 시리긴 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만족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고로 내일은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즐거운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다짐을 하면서 다시 한 번 결심했다. 은호 회장님이 맡기신 이 일을 정말로 성공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그러니까 지켜봐주십시오! 은호 회장님!!
샤오린주도 이렇게 새롭게 합류한만큼... 다시 한번 공지합니다! 이번주 토요일에 크리스마스 관련 이벤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선물을 안 보내주신 분들은 >>526으로 선물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요일까지 받아요! 샤오린주는 지금 막 오신 만큼, 딱히 선물을 보내는 일 없이 스레주가 당일 다이렉트로 선물을 보내주도록 하겠습니다.
여기는 다솜. 령은 신통술을 사용하여 서둘러 이동하였다. 미리내에서 다솜까지 신통술을 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령은 거리에서 신과 파이와 딸기 주스를 산 다음, 벚꽃나무 숲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그 분은 자신과 만날 때마다 벚꽃나무 숲 속에 있었지.
령은 사박사박 땅을 밟으며 벚꽃나무 숲 속으로 나아갔다. 벚꽃이 휘날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매번 보던 것이었지만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령은 벚꽃나무 한그루에 몸을 기대고는 벚꽃의 형연을 감상했다. 사방이 온통 분홍색이었다. 아름다워라... 령은 들고있는 쇼핑백에 벚꽃이 들어가지 않게 그것을 손으로 가렸다.
그러고보니 자신은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 온 것이었지. 령은 벚꽃나무 숲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에 있으려나? 아니면 잠시 자리를 비웠으려나? 만약 자리를 비웠다면 음식이랑 간단한 쪽지만 남기고 갈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차, 멀리서 인영이 보였다. 그 사람일까?
"리스?"
령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확인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목소리가 떨렸다. 령이 들고있는 쇼핑백을 꽉 잡았다. 조금은 불안한 눈초리가 령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벚꽃잎이 소복히 쌓여있는 벚꽃나무의 기둥 아래에 조용히 앉아 하늘 위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푸른 하늘과는 대비되는 연분홍빛의 색채를 띈 벚꽃잎이 바람결에 실려 하늘하늘,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풍경이 한 시야 속에 들어왔다. 약간의 미동도 없이 그것을 지켜보는 또다른 분홍빛.
"......"
멍한 두 눈동자만이 떨어지는 벚꽃잎을 따라 느릿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굴러가다, 문득 벚꽃잎 하나가 코 끝에 살며시 내려앉자 몇 박자 늦게서야 반응을 보였다.
"......아."
...간지러워요. 무게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 벚꽃잎은 떨어질듯 말듯, 자신을 애태우듯이 부드러운 간지럼을 주기 시작했고, 그에 움찔움찔, 조금씩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에... 에취!"
가벼운 재채기가 나와버렸다. 그러자 그에 자연스럽게 벚꽃잎은 하늘하늘 떨어져 그대로 자신의 무릎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벚꽃잎 씨, 너무 간지러웠어요. 그런 생각도 하면서 두 손으로 코를 살짝 문질문질하고 있던 와중, 문득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령 님?"
손에 무언가를 꽉 들고있는 령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긴장을 한 듯이 불안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방금 들었던 떨리는 목소리. 그에 황급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령 님께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령 님의 안색을 살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희미하게 띄웠다.
아, 리스가 맞구나. 령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방금 전의 불안해보이는 태도는 온데간데 없었다. 령은 들고있던 쇼핑백을 조금 느슨하게 지었다. 다행히 긴장이 풀렸나본지 조금은 느긋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것도 잠시, 리스가 가까이 다가오자 다시 긴장한 듯 몸이 뻣뻣해졌다.
"리스가 맞았군요. 길이 엇갈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령은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짓고 몸이 안좋은거냐는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은 너무나도 건강했다. 검술로 다져온 체력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지. 아마 리스가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령은 리스에게 말을 해주고자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답니다. 리스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말하는 폼이 은근히 동물같았다. 하긴, 원래는 동물이었으니 상관없나. 아, 맞다. 령은 들고있던 쇼핑백을 리스에게 보여줬다. 쇼핑백 안에는 잘 포장된 신과 파이와 딸기 주스가 들어있었다.
"리스가 생각나서 사왔답니다. 같이 먹을까요?"
령이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약간의 웃음기도 머금고 있었다. 리스가 생각났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리스는 다양한 음식을 접해보지 못했다고 했으니 제가 더 많은 음식을 접해보게 하고 싶었다. 주제넘은 생각이었나? 령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하늘하늘 벚꽃잎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문득 바람이 불며 령의 머리카락에 매달린 방울 장식이 '딸랑-' 하고 소리를 내었다. 령은 방울 장식을 매만졌다. 예로부터 있던 령의 버릇이었다. 뭔가 생각할 게 있으면 방울 장식을 만지는 것. 령은 눈가를 도록 굴려 방울 장식을 바라보았다. 까만 눈이 반짝 빛났다.
...아. 령 님께서 다시 회복되셨어요...! 령 님한테서 느껴지던 불안감이 사라지고 대신 환한 미소가 보이자, 놀란 듯 멍청히 동그래진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깜빡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혹시 령 님께서 어디 아프신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자 다시금 령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네, 저 맞답니다. 안녕하세요, 령 님."
그에 일단 공손히 인사를 올리면서 령 님께 걱정스레 몸이 안 좋으신 거냐고 여쭤보자, 령 님께서는 조금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시기엔 령 님, 방금 전에도 분위기가 조금 평소와는 다르셨는데...
동물적인 감각과 직관은 결코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거두지 못한 채 령 님을 바라보고 있자, 령 님께서는 다시금 괜찮다고 말하며 잘 지내왔는지를 물어오셨다. 그에 잠시 령 님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천천히 걱정스러운 표정 대신 안도감이 섞인 희미한 미소를 내비치며 입술을 열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다행이예요. 저는 령 님께서 어디 아프실까봐 걱정 되어서... ...네, 저는 잘 지냈답니다. 령 님께서는 잘 지내고 계셨나요?"
령 님께 공손한 태도로 똑같은 물음을 되물어보다가, 령 님께서 들고있던 쇼핑백을 보여주자 느릿하게 그 안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리스가 자신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리자 령의 표정은 애매하게 변했다. 매번 이렇게 공손한 태도로 저를 대접하니 뭔가 슬픔이 느껴졌다. 리스는 여전히 모든 신들을 자신보다 위로 보는 것일까? 리스, 당신도 신이랍니다. 령은 차마 마음 속의 말을 내뱉지 못한 채로 리스의 인사를 받았다.
잘 지냈단 그녀의 말에 령의 표정이 완전히 풀어져서 온화한 빛을 내었다. 다행이었다. 뭔가 안좋은 일이라도 일어나진 않을까 마음 속으로 걱정에 걱정을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여긴 라온하제였으니까. 령은 다행이라고 여기곤 몸을 굽혀 리스와 눈을 마주했다.
"물론 저도 잘 지냈답니다. 리스가 잘 지내어서 다행이에요."
령은 온화한 미소를 띤 채로 얘기하였다. 그러다 리스가 음식에 감탄을 하자 내심 이걸 사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사올 때마다 감탄하는 리스의 반응을 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였다. 잘 되었다. 령은 리스의 반응에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이건 와플이라는 음식이고 이 옆에 있는 분홍색 음료는 딸기 주스예요. 리스가 좋아할 듯 해서 사왔어요."
령은 한창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리스의 반응에 두 눈을 깜박였다. 왜 시무룩해지는 거지? 자신이 리스를 불쾌하게 했나? 당황한 나머지 령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그것도 잠시, 리스가 뭔가 원하는 게 있냐는 말을 받자마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하는 것, 원하는 것이라...
...령 님의 표정이 다시 조금 변하셨어요. 애매함...? 아니, 슬픔...? 자신이 감히 '신' 님의 표정에서 감정을 느껴도 되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주 바라본 표정에서 흘러들어오는 감정은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령 님께서는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걸까요? 아니, 령 님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신' 님들이 다 그러했다. 자신이 공손한 태도를 취하면 취할수록, '신' 님들께서는 더더욱 묘한 반응을 보여주곤 하셨다. 하지만, 도대체 왜...?
하지만 다행히 이어진 자신의 대답에 령 님의 표정은 다시금 온화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언제나 바라보곤 했던 그 표정. ...정말 다행이예요, 라는 생각을 하다가 령 님께서 아예 몸을 굽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춰주시자 약간 놀란 듯 한 박자 늦게 몸을 조금 움찔, 했다. 그러나... 동그래진 두 눈으로 령 님을 멍하니 바라보던 것도 잠시, 이내 희미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대답했다.
"...령 님께서 잘 지내신다면 저도 잘 지낼 수 있답니다. 저야말로 령 님께서 잘 지내셨다니, 정말로 다행이예요."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애써 공손히 허리를 꾸벅, 숙이려던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이 그랬다가는 령 님께서 또 조금 슬픔이 묻어나오는 표정을 지으실 것만 같았기에.
그렇기에 대신 령 님께서 보여주신 음식들에 순수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이어지는 설명을 열심히 고개까지 끄덕끄덕여가며 경청했다. 와플과 딸기 주스, 그 단어들을 잠시 따라하듯 작게 중얼거려보기도 하면서. ...령 님께서 저를 이렇게나 생각해주시다니, 정말 기뻐요. 영광이예요...!
그러나 그 행복한 마음이 커지는 만큼, 죄송스러운 마음 역시 커져갔다. 그렇기에 조금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령 님께 직접 원하시는 것이 있는지 여쭤보자, 령 님께서는 또다른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크리스마스... 요?"
잠시 몽롱한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깜빡였다. 하지만 이내 곧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네, 크리스마스 씨는 알고 있답니다. 인간계에서 봤었거든요. '신' 님을 위한, '신' 님과 관련된 날. 예쁜 불빛들이 반짝이고,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아주 커다란 건물 씨 안에서 기도를 하는 날로 알고 있어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자신이 알고있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것들을 얘기했다. ...비록 그것들은 크리스마스의 단편적인 일부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내 곧 령 님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해보였다. 크리스마스를 언급하신 그 뜻을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정말로 다행이다. 령은 리스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령 또한 리스가 잘 지내기에 잘 지낼 수 있었다. 령은 리스의 말에 눈을 감았다 뜬다. 리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자신은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러질 못했겠지. 그러니 더욱 다행인게다. 그녀가 무사함으로서 자신도 심리적 부담감을 덜 수 있었으니.
단어를 따라하는 리스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던지 령이 베시시 웃음을 지었다. 령은 쇼핑백 안에 손을 넣어 와플 하나를 꺼냈다. 신과로 만든 크림이 들어있는 것이 매우 맛있게 보였다. 령이 와플을 한 입 베어문다. 달곰씁쓸한 맛이 혀에 전해져오면서 더없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크리스마스에 대해 반문하는 리스의 표정이 더없이 순수해보였다. 귀여워라. 령은 저도 모르게 다시 웃음을 지었다. 어째 리스랑 같이 있으면 웃음짓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령은 리스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알고 있었구나. 령은 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단편적인 정보 뿐이지만 알고 있긴하니 다행이었다. 령이 입을 열었다. 다소 긴장되었는지 몸이 다시 뻣뻣해졌다.
"리스가 원한다면... 크리스마스 때 저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물론 어디까지 리스가 원한다는 가정 하에니까 억지로 응할 필요는 없어요. 령은 그 말을 내뱉고는 리스를 바라봤다. 리스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일이 오늘따라 더 떨렸다. 결국 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자신은 왜 이렇게나 겁이 많은지...
중얼중얼, 령 님께서 말씀하신 단어를 몇 번이나 열심히 작게 따라한 후에야 령 님께서 쇼핑백 안에 손을 넣어 와플을 하나 꺼내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 역시도 조심스럽게 쇼핑백 안에 두 손을 집어넣고 공손히,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와플 하나를 꺼내들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의 끝에 자신의 손에 들려진 달콤향긋한 향기의 음식. 꼴깍, 저절로 군침이 삼켜지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금 령 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한 입 조심스럽게 베어물자...
정말로 맛있었는지 그저 와아, 와아, 하는 소리밖에 내지 못 했지만, 그 반짝반짝이는 두 눈동자를 보면 정말 행복한 듯한 분위기가 풍겨져나오는 듯 했다. 동그래진 두 눈동자는 감사함을 담아 령 님을 한 번, 그리고 신기함을 담아 두 손으로 든 와플을 한 번, 번갈아 바라보았다. 킁킁, 달짝지근한 향이 다시금 자신의 코 끝을 즐거이 간지럽혔다.
그러다 령 님께서 크리스마스에 대하여 넌지시 말을 꺼내자 잠시 그에 반문하며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자신이 거의 유일하게 알고있던 인간들의 기념일 중 하나. 그렇기에 천천히 자신이 알고있는 '크리스마스'에 대하여 얘기하고는 이내 무언으로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다시금 조금 긴장한 듯이 뻣뻣해진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하는 령 님. 자신이 원한다는 가정 하에, 령 님께서는 제안 아닌 제안을 하나 말해왔고, 그 떨리는 눈동자를 멍하니 마주 바라보고 있자 이내 곧 령 님께서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검은색 눈동자가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주 바라보고 있던 검은색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정말로 저와 같이 보내셔도 괜찮으신가요, 령 님...?"
두 눈동자가 살짝 떨려왔다. '신' 님께서 다시 이렇게 자신에게 직접...? 사실 믿기지 않았다. 전혀 믿기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시는 '신' 님이라니. 그건... 그건...
"......네. 령 님께서 원하신다면, 저도 좋아요, 령 님. 크리스마스 씨는 '신' 님을 위한 날인 걸요."
헤실헤실, 희미한 미소가 환히 꽃피워졌다. 자신과 함께 있고싶어 하는 존재.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존재. 찌르르,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모르게 조여오는 듯 했다. 자신도 모르게 구슬에 살며니 손을 가져다 대었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령 님께 조심스럽게 덧붙여 여쭤보았다.
"혹시... 론도 같이 있어도 괜찮을까요, 령 님? 크리스마스 씨에 론 혼자서는 쓸쓸할 것 같아서..."
리스가 감탄하는 걸 본 령의 시선이 따뜻함을 띄고 있었다. 령은 다시금 웃었다. 역시 와플을 사오길 잘했다. 령은 와플을 다시 한 번 베어물었다. 크림이 흘러나오면서 제가 좋아하는 달곰씁쓸한 맛이 더욱 올라왔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리스가 좋아할 성 싶어 사왔는데 사오길 잘했나봅니다."
령은 다소곳하게 말하곤 다시 한 번 와플을 베어물었다. 너무 맛있었다. 딸기주스도 먹어볼까? 령이 쇼핑백 안에서 딸기주스를 꺼내 한모금 마셔보았다. 딸기의 상큼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 하마터면 몸을 부르르 떨 뻔했다. 앞으로 조심해야지. 령은 자기자신에게 되새기고는 딸기주스를 한모금 더 마셨다.
이야기해버렸다. 이를 어쩐다. 아마 거절당하겠지. 령은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자는 얘기를 한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원래는 그런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 이왕 그렇게 된 거 그냥 거절의 말이나 듣고 끝내자. 령은 다짐한다. 하지만 리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자신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도 괜찮겠냐는 것. 령은 눈을 크게 떴다.
"네. 물론이죠."
리스와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좋은걸요. 그 말은 삼키기로 했다. 령은 와플을 다시 베어물면서 초조함을 삼켰다. 그 다음으로 들려올 말은 승낙일까? 아니면 거절일까? 령은 할 수만 있다면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아, 수락했다. 리스가 좋다고 말했다! 령은 뛸 듯이 기뻤다. 할 수만 있다면 리스를 껴안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참자. 참아야 한다. 령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놀라서 그런 것이겠지. 아, 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꽃피워진다. 당신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저... 그... 수락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반쯤은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령은 얼굴에 홍조를 띄며 말했다. 이럴수가... 정말 자신이 크리스마스 날 리스와 시간을 보내게 될거란 말인가? 너무 기뻤다. 기뻐서 날아오를 것 같았다. 령은 베시시 웃고는 리스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였다. 감사인사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령 님 덕분에 매번 이렇게 맛있는 음식 씨들도 먹어볼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고 죄송해요."
두 가지의 복합적인 감정이 담겼지만, 그럼에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꼬옥, 두 손에 쥐고있는 신과크림 와플이 왠지 모르게 더욱 가치롭게 느껴지는 듯해, 무의식적으로 조금 더 힘주어 와플을 잡았다. ...저도, 역시 령 님께 뭔가 해드리고 싶어요. '신' 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면, 그렇게 해드리려면...
딸기주스와 와플의 달콤한 향이 맴도는 것을 느끼며, 이어지는 령 님의 제안에 적잖이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믿기지 않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이냐고 되물어봐도, 령 님께서는 오히려 더욱 확고한 답변을 들려주실 뿐이었다. ...저, 정말로 저와 크리스마스 씨를 같이 보내셔도...
잠시 침묵을 지키며 입술을 다물었다. 손 끝으로 매만지는 구슬은 꿈을 꾸듯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그래, 이 '행복'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신기루라면 차라리. 행복한 미소를 희미하게, 아니, 선명하게 얼굴에 환히 꽃피워냈다. 자신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 되려 수락해줘서 고맙다며, 아예 고개까지 꾸벅 숙여오는 령 님의 반응에 놀란 듯 두 손과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가며 황급히 대답했다.
"저, 저에게 고개 숙이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령 님...! 감사인사는 오히려 제가 해야 하는걸요. 저에게 먼저 제안해주셔서, 그리고 론도 함께 와도 괜찮다고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사실 크리스마스 씨에는 론이랑 같이 인간계에 종종 내려가곤 했었거든요. 제가 가끔씩 찾아가곤 했던 곳이 있어서..."
예전에 자신이 신세를 지기도 했었던 곳. 그 때문일까, 아니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볼까,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하지만...
"...령 님께서는 크리스마스 씨에 하시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그 곳에 잠깐 가도 괜찮을까요? 아, 물론 령 님을 귀찮게 하지 않게 저 혼자만 잠깐 다녀와도 괜찮아요! 빨리 갔다올 수 있거든요, 저."
재빨리 덧붙이면서 령 님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물론 령 님께서 하고 싶으신 것을 함께 해드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곳에는 꼭 다녀오고 싶었기에.
아사는 다솜 지역의 관리자였으니 다솜 지역에 가장 오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에 두어 시간 정도는 이동했다가 돌아오곤 하지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출장명목이가도 했던가요? 어쨌거나, 아사는 책을 두어 권 정도 들고는 앵화영장*(벚꽃잎으로 만든 수영장 같은 곳)(다솜의 관광명소로 아사가 만들었다)에 마련된 비치체어 같은 곳에 앉아서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저 옛날 천상 선인들이 네 배다를 저울 한쪽에 울리고 다른 한쪽엔 바라타를 올린 뒤 무게를 가늠했다네. 위대함과 무거움. 둘 다 바라타 쪽으로 기울었다네" 중얼거리듯 읊조린 다음 덮었습니다. 옛날 제일 가까운 것을 보았던 것이었을까요.. 앵화영장의 풀장 에 손을 넣고 찰박찰박하는 듯, 벚꽃잎을 들어올리고 있었습니다.
령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자신이 원해서 사오는거다. 자신이 리스가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줬음 해서 사오는 것이다. 그러니 리스는 자신에게 미안해 할 필요조차 없지. 자신은 그저 리스가 잘 지내줬음 하는 바람에서 사오는 거니까. 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스가 저렇게 잘 먹어줘서 다행이다.
령은 딸기주스를 또 한 입 마셨다. 달콤한 딸기의 맛을 느끼며 곰곰히 크리스마스 때를 생각해보았지. 그날 어디로 가면 좋을까? 라온하제에 그대로 있는 것도 좋지만 인간계에 내려가서 구경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였다. 령은 와플을 베어물며 우물우물 씹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간다... 행복한 고민을 하고있을 무렵, 리스의 말이 들렸다.
"정말요?"
크리스마스에 찾아갔던 곳이 있었다니. 이건 몰랐던 정보다. 령은 눈을 크게 뜨며 리스의 말에 반문했다. 찾아갔던 곳이라...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다만 리스가 원한다면야 같이 갈 수 있지. 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의 의미였다.
"물론 그곳에 같이 가도 괜찮아요. 리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같이 가드릴게요. 그리고 하고싶은 것이라면..."
령이 생각에 잠겼다. 크리스마스 날 하고싶은 것이라... 아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잠깐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까? 크리스마스 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 구경하기, 맛있는 음식 먹기 등등... 할 수 있는 건 많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령이 입을 열었다.
"...정말로 감사해요, 령 님. 역시 령 님께서는 자애로우신 '신' 님이세요. 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잘 못 먹어봐서..."
헤실헤실, 마냥 희미하게 웃으면서 하는 말의 내용은 조금은 안타까운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 말을 하는 당사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듯, 그저 변함 없이 맑게 웃어보일 뿐이었지만.
바삭, 와플을 다시 맛있게 냠냠 먹었다. 부드럽고 바삭한 와플이 여전히 기분 좋은 달콤함을 선물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달콤함에 쌓여진 채, 령 님에게 허락을 구하듯이 조심스럽게 자신이 찾아가곤 했던, 그리고 또다시 찾아갈 곳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러자 놀란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반문하는 령 님.
"...네. 제가 예전에 은혜를 입었던 곳이기도 해서 가끔씩 찾아가곤 했었답니다."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비록 평소에는 딱히 밝힐 일이 없어서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갔다오다보니 다른 '신' 님들께서는 아마 잘 모르시겠지만. 그렇기에 일부러 지금 령 님께 여쭤보는 것이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론과 함께 혼자 보냈을 크리스마스. 그러나 령 님과 이번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된다면, 그곳에 령 님도 함께 가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그리고 령 님께서는 다행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의 뜻을 밝히었다. 그에 기쁜듯이 표정이 순간 화아, 밝아졌다. 희미하게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미소가 아니라, 정말로 선명한 웃음을.
"정말요...?! 와아,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아마 령 님께서도 그곳을 마음에 들어하실 거예요. 정말로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거든요!"
'그곳'에 대하여 설명하는 그 순간에는 몽롱했던 눈매도 동그랗게, 크게 뜨고 두 눈동자까지 초롱초롱 빛내었다. 평소에 보기 힘든 활기차고 밝게 빛나는 모습. 정말로 소중한 것들을 대하는 모습은 진실되었던 것일까.
"...네, 얼마든지요. 크리스마스 씨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천천히 같이 생각해봐요, 령 님. 분명 할로윈 씨 때처럼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이어진 령 님의 대답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벌써부터 그 때가 기대되는지, 마음이 살짝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사가 책을 덮자 고요한 숲 속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즐거운 듯 흥얼대는 목소리는 아사의 머리맡, 꽃이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위편에서 들려옵니다. 고개를 들어 그곳을 쳐다보면, 한 여인이 나뭇가지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있겠지요. 샤오린은 흥얼거리던 곡조를 멈추고 허공을 응시한 채 입을 열었습니다.
"글쎄, 그건 무슨 이야기일까?"
방금 전 아사가 읊은 책의 구절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말을 마친 샤오린은 벚꽃잎이 만개한 잔디밭 위로 가벼이 내려섭니다. 그녀는 두 눈을 한 번 느릿히 감았다 뜨고, 눈 앞의 인영을 또렷히 쳐다봅니다.
"안녕, 이름 모를 새야."
샤오린은 사뿐사뿐 걸어가 앵화영장에 조심스레 발을 담가보았습니다. 이내 그곳이 마음에 든 듯, 샤오린은 풀장에 걸터앉아 두 손 가득히 벚꽃잎을 담아봅니다. 사방에 분홍빛이 가득하였습니다.
흐드러진 벚꽃잎이 가득한 나무는 그 꽃잎이 영영 지지 않겠지. 거기에 있는 샤오린을 바라보는 눈에 감정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지만. 미미한 호기심은 얼굴에 묻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같은 말과 가벼이 내려앉는 것을 보며 눈을 깜박이었지요.
"카우라바와 판다바 형제가 전투를 벌이는 고대 인도의 서사시야." 쿠룩셰트라 전투를 그린 서사시지. 라고 말하면서 개인적으로 그 전투 무척 괜찮았다고 생각해. 묘사도 나쁘지 않았고. 라고 느긋하게 말합니다. 그런 큰 이벤트를 기시감과 무력감에 젖어있던 아사가 놓칠 리가 있었겠습니까.
"안녕 음.. 물고기야?" 어떤 물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물고기의 특성이 보이는 것을 보면서 물고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름이 뭐야? 라고 물어보려고 하는 듯합니다.
"응. 이목을 잡아끌 만 하다고 생각해." 묘하게 당당한데요. 하기야. 당당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무언가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었지요.
저런. 리스의 말에 령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어진다. 이번에 비춰진 감정은 슬픔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잘 못 먹어봤다니... 령이 리스를 위해 음식을 사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리스가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접하길 바라는 게 령의 마음이었다.
자애로운 신이라... 령은 그 말에 부정하고 싶었다. 자신은 자애롭지 않았다. 오히려 단호한 면이 있었다. 리스는 자신을 자애로운 신으로 보는 걸까? 령의 내면이 복잡해졌다. 그럼 만약에 자신이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다면 리스는... 리스는 어떤 반응을 할까? 그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은혜를 입었던 곳이라... 그런 곳이라면 당연히 찾아가고 싶겠지. 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하는 태도였다. 령이 다시 딸기주스를 마셨다. 리스가 은혜를 입었던 곳에 자신이 찾아가도 될까? 뭔가 섵불리 일을 진행하는 느낌이라 함부로 가기도 어려웠다.
"그랬군요. 그런 곳이라면 당연히 가야지요. 그런데 제가... 그런 곳에 가도 괜찮을까요?"
리스의 소중한 장소인데... 령이 약간 불안해하는 것처럼 말했다. 자신이 마음대로 리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건 아닐까? 령의 내면에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스가 그곳이 마음에 들거라고 하자 령의 표정이 잠시 풀어졌다. 정말로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라... 아마 그곳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거겠지.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라... 괜한 호기심이 생기는군요."
어떤 곳일까 하는. 령은 끝의 말을 집어삼키고는 다시 한 번 와플을 와작 베어물었다. 부디 그곳이 좋은 곳이길 바라며 령은 우물우물 와플을 씹었다. 아, 잠깐. 리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왜 이제야 그걸 눈치채었을까? 령은 생경해진 리스의 행동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떴다. 그정도로 리스에게는 소중했던 걸까?
...아. 령 님의 표정이 또 바뀌었어요. 비록 묘한 표정으로 변화한 것이었지만, 야생의 동물로서 생존하여 온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변화들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에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었으니. 령 님께서... 왜 슬퍼하시는 걸까요? 슬픈 일이 있으셨던 걸까요? 어째서... 제 말씀을 듣고 슬퍼하시는 걸까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으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잘 못 먹어본 것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령 님께서는 슬퍼해주시고 계세요. 그 슬픈 표정 하나만으로도 령 님은 자신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따스하고 자애로운 '신' 님이었다. 그래, 자신에게 작디작은 호의를 보여주시는 '신' 님들은...
잠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생각에 잠기듯 조용히 침묵했다. 그리고 와플을 몇 입 더 조심스레 베어물고 오물오물 먹다가, 문득 령 님께서 약간 불안해하는 목소리를 내자 되려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끄덕이며 반응했다.
"네, 물론이예요, 령 님! 당연히 오셔도 된답니다. 그곳은 모두를 포용해주시는 곳이거든요. 마치 '신' 님의 품 속처럼 따스하게요. 아마 령 님께서 가시면 더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곳도. 그 분들도."
애초에 그저 평범한 미물이나 다름 없는 자신 역시도 찾아갈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어떻게 령 님이 가면 안 될 수가 있을까? 절대로 그럴리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령 님에게 더 어울리는 장소였을지도 모르니.
"...네,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예요. 혹시 비나리의 폭포에 피어오르는 무지개를 알고 계시나요, 령 님? 그 무지갯빛이 사방에서 새어들어오고, 아름다운 음악 소리도 종종 들려오는 곳이랍니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잠시 천천히 두 눈을 감고 빙그레,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머릿속에 펼쳐지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분위기. 살랑, 부드러운 봄바람에 벚꽃잎이 떨어지는 풍경 아래에서 다시금 천천히 두 눈동자를 떴다. 그리고 색이 다른 이질적인 몽롱한 두 눈동자로 령 님을 마주 바라보았다. 이내 두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지며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령 님께도 부디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곳이. ...'행복'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씨니까요."
그러니... 부디 좋은 기억으로만 가득 채워질 수 있기를. 또다른 기도가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 느껴졌다. 혼자 보내지 않게 된 크리스마스라면 더더욱.
"그럼. 나는 아는 게 많아." "멋지다는 아니지만...정확하게는 알아야 한다는 목적 정도가 있어야?" 여러가지 많이 아는 건 즐거운 일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당당하게 말하고는 정답이라는 것에 그러면 물고기면 어떤 종류려나? 라고 대답을 원하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듯 묻다가 리샤오린.이라고 말하는 말에 자신도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나는 아이온이야. 아사라고 부르면 돼." 아주 간단한 소개로군요. 부드러운 벚꽃잎으로만 만들어진 풀장에 손을 담가 휘적거리곤 했습니다. 밖에서 안은 무척이나 좁아 보이는 듯하지만, 참으로 넓지.
"응. 내가 만들었어." 갑자기 만들고 싶어졌거든. 개인적으로 물은 그다지 메리트가 없어서. 라고 질문에 답합니다. 아 그렇지요. 허구한 날 보아왔던 계열들은 그다지 좋은 쪽은 아니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지. 그런 것 하나 묻어나지 않는 얼굴로 리샤오린을 바라봅니다.
모두를 포용해주는 곳이라... 정말로 그런 곳이 있는걸까? 령은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이 라온하제도 그런 곳에 해당된다만 라온하제와 같은 곳이 인간계에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가고싶을 정도로. 령은 눈을 끔뻑끔뻑 감았다 떴다 하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그곳에 가도 괜찮을까 싶은 걱정은 괜한 것이었나보다. 어쨌든 리스가 가도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령은 한결 침착해진 눈으로 리스를 바라보았다. 령의 까만 눈이 초롱거렸다. 드물게도 그 속엔 일말의 호기심마저 보였다. 아마 그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보였나보다.
잠깐, '그 분들'이라... 령은 생각에 잠겼다.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서도 유추했지만 누군가가 살고 있는가보다. 령은 내심 생각에 잠겼다. 누가 살고 있으려나... 처음 보는 자신을 환영해주려나? 그것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리스의 말대로라면 좋아해줄지도 모르겠다.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제가 가는 게 리스에게 부담이 될까봐 걱정했었어요."
령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비나리의 폭포에서 피어나는 무지개라. 령은 그 무지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 무지개를 봤으니까. 그것과 같은 무지개가 사방에서 피어나고, 아름다운 음악소리도 종종 들려오는 곳이라... 그런 곳이 있다면 완전히 유토피아와 같은 곳이 아닌가? 령은 눈을 깜박였다. 그렇다면야...
"신기하군요. 사방에서 무지개가 피어나는 곳이라니... 리스의 말을 들으니 꼭 가보고 싶어지네요."
색이 다른 몽롱한 두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본다. 령은 그 시선에서 행복을 느꼈다. 리스의 눈은 정말로 아름답구나. 령은 그렇게 느끼며 맞서 웃어주었다. 검은 눈이 휘어지며 초승달 모양을 그려냈다.
령 님께서는 자신의 설명이 놀라운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끔뻑끔뻑이기 시작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자신 역시도 처음 그곳을 보게 되었을 때 정말로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잠시 그 때를 회상하면서 두 눈을 천천히, 깊게 감았다. 그래,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에 흔들리던, 그 때를.
그리고 이내 천천히 두 눈을 뜨고 령 님을 다시금 바라보자, 령 님의 검은색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 령 님께서 기대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 속에 담겨있는 작은 호기심의 마음마저 알아차리고는, 이내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기뻤다. '신' 님께서 자신의 소중한 장소에 함께 가주신다니.
"아니요, 전혀 부담되지 않답니다. 오히려 조금 떨려요. 그곳에 론을 제외하고 다른 분과 함께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그것도 '신' 님과 함께 가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 했으니. 그렇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양옆으로 저으면서 곧바로 부정했다. 그 이후로는 헤헤, 조금은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순진한 미소를 보였지만.
"...진짜 무지개 씨는 아니지만... 그 빛과 똑같은 빛들이 가득히 채워져있는 곳이랍니다. 나중에 꼭 같이 가봐요, 령 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씨에."
...그 때가 되면 더욱 아름다운 노래들이 들려오고 있지 않을까요. 잠시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듯한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것은... 저의 기억? ...아니면...
령 님의 검은색 눈동자 역시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에 조용히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작게 끄덕여보였다. 희미한 미소는 여전했다.
"...분명 그럴 수 있을 거예요. 령 님과 함께 보내게 되었으니까요."
'신' 님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분명 행복할 것이었다. 그것 하나만큼은 자신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저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이다가, 문득 깜빡 잊고있었던 할 일이 떠오르자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죄송해요, 령 님. 제가 해야할 일이 좀 있어서... 이만 가봐야할 것 같아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래도 와플 씨도, 딸기 주스 씨도 엄청 맛있었어요. 함께 즐겁게 대화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다음 번에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부디 안녕히."
이내 공손히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조용히 빙그레 미소 지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벚꽃잎을 사박사박, 조심스럽게 밟으며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할 일이 놓여져있는, 자신의 집을 향하여.
/ 슬슬 막레하면 될 것 같아서 막레 식으로 써보았는데, 이것을 막레로 해도 좋고, 막레를 써주셔도 좋으니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령주! :D
인간계에는 크리스마스라는 행사가 있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행사라고 들었는데 왜 누군가의 생일을 전 세계의 인간들이 다 축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간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즐겁게 즐긴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곳 신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신들도 크리스마스를 즐길 이들은 즐긴다. 다만 인간들처럼 모두 기념하지는 않고 그냥 즐길 이들은 즐기는 느낌에 가깝다.
참고로 나는 이런 행사를 꼭 즐긴다. 그야 이런 즐거운 축제 같은 날을 그냥 넘길 수는 없잖아? 그렇기에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라온하제의 신들을 모아서 가벼운 파티를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비나리의 광장이 지금 막혀있는 것도 모두 그 파티를 위함이었다. 가온이에게 이것저것 부탁을 하니, 가온이는 알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비나리의 광장을 막아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 작업이 모두 끝이 났다고 이야기해왔다.
"정말이야? 가온아? 정말 다 끝났어?"
"네! 모두들 마음에 들 것입니다! 즐거운 내일. 즉 라온하제의 크리스마스를 장식할 정도로 아름답게 해뒀습니다!"
"응! 수고했어! 가온아! 후훗."
"은호님과 누리님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시키실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시켜주십시오!"
가온이의 저 성격은 가끔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일은 누구보다도 잘 하니까 그 관련으로는 믿을 수 있었다. 아무튼 고개를 돌려 비나리의 광장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내일은 저곳에서 신들이 모여서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그런 날이 되겠지? 물론 크리스마스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야제라는 느낌으로 즐길 수도 있는 거잖아? 거기다가 파티는 며칠을 지속하면서 계속 이어질 예정이기도 하고.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
"시간은 금방 가는 법입니다! 누리님!"
"그래도 더 빨리 갔으면 좋겠단 말이야."
괜히 투정을 부리듯이 이야기하면서 나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태양아. 태양아. 넌 대체 언제 질 거야? 응? 괜히 그런 투정을 부리면서 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어서 하루 빨리 오늘이 끝났으면....
아, 맞다... 미리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령주, 제가 크리스마스 이브 날과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약속이 좀 있어서 일상이 힘들 것 같아요...ㅠㅠㅠ 그래서 혹시 크리스마스 일상을 돌리고 싶으시다면 그 날들을 제외하곤 괜찮을 것 같으니, 나중에 돌리고 싶으실 때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