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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론과 함께 나온 산책. 분홍빛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던 길에는 아사 님께서 계셨고, 아사 님께서 벤치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대바늘과 레이스 바늘이 떨어지자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재빨리 움직였다. '신' 님을 도와드리는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던 자신이었으니.
그렇기에 바늘 두 개를 주워서 아사 님께 인사와 함께 공손히 건네드리자, 아사 님께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인사를 해주셨다. 그에 기쁜듯이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론이라고 해요. 론, 아사 님이예요. 저희가 살고 있는 이 다솜의 관리자 님이시자 지혜로움이 가득하신 '신' 님이세요."
[......]
품에 안아든 론에게 아사 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담아 소개했다. 그러나 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저 아사 님을 빤히 응시할 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데... 아사 님, 머리카락이...? 평소와 달리 살랑이지 않고 반동강이 난 아사 님의 바보털을 잠시 걱정스레 바라보다가 아사 님께서 뜨개질을 하다가 털실이 떨어졌다고 설명을 해주시자 그에 경청하듯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바늘 두 개를 아사 님께서 안고 계신 털실 물건 위에 조심스럽게 공손히 올려드리며 이어지는 질문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네, 저는 딱히 일정이..."
그저 론과 산책을 하려던 것이 전부였으니. 으음... 고민하는 소리가 작게 새어나왔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들어 아사 님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여쭤보았다.
"다솜의 관리자인 건 맞지만.. 그렇게까지 찬양받을 건 아닌데.." 일단 기본적으로 신적인 힘은 리스도 있고. 라고 말하고는 론을 바라봅니다.
"귀여운 인형이네." 말없이 손을 뻗었다가 아. 하고는 만져봐도 돼? 라고 물어봅니다. 다행스럽게도 닿기 전에 물어본 점일까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정이 없다는 것은... 쉬는 거군요. 아니면 원래 유유자적이던가.
"응. 맞아. (같이)가도 돼." 사러 가냐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톡톡.하고 둥실 떠오른 털실로 만든 것을 보더니 하나 입어봐. 라고 말해봅니다. 맘에 드는 걸로 입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만은. 아마 리스가 적당히 고른다면 짜다 만 것 하나 외에는 다 이동시켜버리지 않을까요? 안 고른다면 하나 골라주지 않으려나요?
"그래도 아사 님께는 위대하고 멋진 '신' 님이신 걸요. 이 정도 찬양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말이예요. ...네, 엄청 대단하신 '신' 님이세요, 아사 님!"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아사 님께 대해 존경과 동경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신적인 힘은 자신에게도 있다는 말씀에는 그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어물쩡 넘겨버렸지만. ...이건... 신적인 힘이 아닌 걸요. 이건, 그저... 환각. 사실이 아닌 허상. 신기루.
"...아, 네...! 얼마든지 만져보셔도 괜찮아요."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뒤늦게 황급히 고개를 끄덕여 아사 님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만지기 편하시도록 론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론이 칭찬 받아서일까, 기분 좋은 듯한 미소가 희미하게 입가에 걸렸다. ...론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그러다 아사 님께서 털실을 사러 가는 것에 동행해도 괜찮다고 허락해주시자 희미했던 미소가 더욱 환하게 피어났다.
"와아...! ...정말 감사합니다, 아사 님."
꾸벅,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펴며 아사 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털실로 만들어진 것들을 둥실 떠오르게 하여 하나 입어보라고 말하자, 한 박자 늦게 놀란듯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네...? 저... 요?"
깜빡깜빡, 털실로 만들어진 것들과 아사 님을 느릿하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으음... 으음... 작게 고민하는 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마음에 드는 걸로 입어보라고 해도... ...무려 '신' 님께서 만드신 것인데,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을리가요. 오히려 전부 다 마음에 들어서 난감할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결국에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아사 님께 도움을 요청해보았다. 자신은 정말로 전부 다 좋았으므로.
반드시, 꼭. 희미하지 않고 선명한 미소가 부드러이 빛나기 시작했다. 굳은 다짐과 각오의 빛은 꺼지거나 흔들리지 않았으니, 두 눈동자마저도 미세한 떨림조차도 없이 확고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사 님의 물음에는 다시금 슬쩍 그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빛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렇지만...
"...아니예요, 아사 님.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내 다시금 아사 님을 바라보며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신' 님이 아니라는 건, 이미 모두가 다 알고있을 터였으니. 공허함이 맴돌다 기척을 죽여 사라졌다.
대신 아사 님께서 론을 만지시는 것을 왠지 모르게 간질간질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품고 바라보았다. ...'신' 님께서 론을 직접 만져주고 계세요. 기뻐요, 정말...! 더군다나 아사 님께서 함께 털실을 사러가는 것도 허락해주시자 더욱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에 환하게 웃으면서 "...네!" 하고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리고 아사 님께서 스웨터를 내밀어주자 감사하다는 인사를 꾸벅, 고개를 숙여 전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잠시 스웨터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천천히 스웨터 속에 얼굴을 집어넣어 스웨터를 입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앗."
얼굴 구멍을 찾지 못해 잠시 낑낑거리면서 바보 같이 살짝 버둥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거 안 들어...ㄱㅏ...ㅇ...ㅛ...
"아!"
뽕!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얼굴이 무사히 밖으로 쏙, 빠져나왔다. 그렇게 시야가 확보되자 이내 두 팔은 수월히 입을 수 있었다. 원체 마른 몸이었기 때문일까. 무사히 다 입은 스웨터는 약간은 큰 듯이 손을 살짝 덮었지만, 그럼에도 꼼꼼한 뜨개질 덕분인지 따스하기 그지 없었다. 기분 좋은 포근함. 그에 기분 좋은 듯이 배시시 웃으며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아사 님, 이 옷 씨, 정말로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아사 님께서 직접 만드신 건가요? 그... '뜨개질' 씨로요?"
아사 님의 말씀에 멍했던 두 눈매가 적잖이 놀란 듯 동그래졌다. 두 눈동자와 목소리 역시 살짝 떨려왔다. 하지만...
"...'신' 님을 위해서라면 저도 대단해지고 싶어요. 대단해질 거예요, 반드시."
이내 곧 놀람에 멍해졌던 모습이 사라지고, 확고한 의지의 마음이 목소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 속에서도 새어나왔다. 끄덕, 위아래로 끄덕이는 고개 역시도. '신' 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헛된 '죽음'이 '신' 님께 찾아가도록 둘 수는 없었다. ...당신과 춤을 추는 것은 저로 족해요.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하지만... 아사 님께서는 사라지시지 않고 지금 이렇게 제 앞에 계세요. 그리고 저는 그 점이 매우 기뻐요. 그 덕분에 제가 이렇게 아사 님을 무려 직접 만나뵐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네, 아사 님 말씀대로 모든 게 하찮을 수는 없어요. 그러니... 아사 님께서도 정말로 위대하고 소중하신 존재라고 생각해요."
...비록 저는 그 '공룡' 씨가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약간은 멋쩍은 듯한 웃음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조금 아쉬워요. 저도 '공룡' 씨를 봤으면 아사 님의 생각을, '신' 님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어진 아사 님의 물음에 그저 고개를 가만히 작게 끄덕끄덕일 뿐. 한 박자 늦은 그 동작은 평소와 똑같았고 희미하게 접혀지는 두 눈 역시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론을 더욱 꼬옥 끌어안았다. 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아... 그렇군요. 뜨개질 ㅆ... 가 아니라 뜨개지일...!"
무의식적으로 뜨개질 역시도 다시 높여부르려다 아사 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그리고 이내 곧 아사 님의 말씀을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경청하다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왠지 재밌을 것 같아요, 뜨개질."
...저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잠시 자신이 입고있는 따뜻포근한 스웨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배시시, 희미한 미소를 보이면서.
"....대단해지면 리스가 원하는 분도 기뻐할지도 몰라." 대단해지기를 원했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말하면서 사실 누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 앞의 이들에게 신통술을 써서 읽는 건 동의 없이는 안 될 거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은 하찮고 미약하고, 어떤 부분은 위대할 수 있겠지." 하지만. 가치는 정말로 막막하기도 할 때가 있었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까. 라고 말하는 표정이 무척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검독수리가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해도, 그것은 아르겐타비스가 아니었으니까요.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홍학은 자연에서 볼 수 있었던가...동물원에서 거울로 무리인 것처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란 생각이 복잡하기도. 그러다가 공룡 씨라는 말에
"공룡... 응.. 모를 수도 있겠네." 공룡은 아주 먼 옛날(이 대목에서 자신이 아주 먼 옛날로 호칭되는 것에 묘한 자괴감을 느꼈다) 땅에 활보하던 생물이었지만. 멸종했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후손은 있기는 해. 그게... 새 종류래. 라고 느릿하게 말했습니다.
"리스가 걷는 것에 대해서 걷기 님이라곤 안 하잖아. 그런 것에 가깝지 않을까?" "리스도 뜨개질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털실 파는 데에서 가르쳐 주기도 하고. 인간의 동영상에 많이 있어. 응... 힘들면 바늘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손뜨개도 있어. 라고 덧뭍이면서 가려고 합니다. 털실이 가득한 상점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던가요?
아사 님의 말씀에 고민하던 것도 잠시, 이내 곧 아사 님, 즉, '신' 님의 말씀을 무조건적으로 믿으면서 고개를 위아래로 세게 끄덕였다. 다짐이 담긴 주먹까지 꼬옥 쥐어보이면서. 비록 저는 평범한 홍학이지만, 저의 '신' 님을 위해서라면 대단해지려고 노력할 거예요...!
"......"
그러다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잠시 아사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딘가 텅 빈 듯한 표정. ...아, 알 것 같아요. 저 표정은... 분명... ...익숙하디 익숙한 공허함이었다. 꼬옥, 무의식적으로 끌어안은 론에게서는 따스한 온기따윈 없었다.
"......그래도..."
한참만에야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사 님의 곁에 남는 것이 생기시기를 기도할게요. 하찮고 미약하다 하더라도 위대하고 소중한, 그런 가치 씨가."
...아사 님의 공허함을 달래주실 수 있는, 그런 가치 씨가.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룡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두 눈동자를 천천히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와아... 공룡 씨의 후손들이 저희였던 건가요? 대단해요! 공룡 씨는 조상 님이셨군요! 멸종하셨다는 건 안타깝지만..."
조금 아쉬운 듯이 약간은 시무룩하게 시선을 떨구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곧 들려오는 아사 님의 설명에 그제서야 뭔가 깨달았다는 듯 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군요!" 하고 대답하는 그 모습은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순진했다.
또한 뜨개질에 대하여 설명과 함께 격려를 해주는 아사 님의 말씀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여가며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저도 뜨개질... 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예쁜 스웨터를 만들 수 있는 걸까요? 론도 스웨터를 입는다면 저처럼 따뜻할텐데...
꼭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품으며 앞으로 걸어가다보니, 어느새 저 앞에 털실로 가득한 상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그곳을 가리키며 아사 님을 불렀다. 그리고는 호기심과 관심에 젖은 마음으로 인하여 조금 발걸음을 재촉하여 상점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아사 님과 함께 상점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보았다.
"리스의 신님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떨지 잘 모르겠어." 그래도... 열심히 살기를 한쪽 구석에서는 바라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잠깐 말하다가 별 말은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그래.. 가치. 그래... 가치는 많아. 현대에 들어서서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으니까." "기도해준다면 고마워." 생긴다면 좋을지도. 라고 말하면서 메마른 듯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그리고 공룡이라는 말에 반짝이는 리스를 바라보고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긍정합니다.
"공룡 신이 없던 건 아니지만.." 라는 말을 하지만 굳이 이해를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멸종한 동물이라면 바로 앞에도 있기도 하고... 어디지. 어딘가에 또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뜨개질거리를 사러 가는 길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객관적 사실로 발걸음을 맞춰 걸었습니다.
"털실 많네.."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가득히 쌓인 털실들은 색색깔이었고, 종류도 달랐고, 만들어진 제품도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도 익숙한 모양인지 짜다 만 것을 꺼내면서 이거랑 어울리는 혹은 같은 털실을 찾아요. 라고 말하는군요.
"이쪽은.. 초보자니까. 손니트같은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크게 짜는 거니까 한번 잘못한 게 눈에 확 띄어서 고치기도 쉬울 거고. 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