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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과 리스의 말에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의 목소리에 누리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경계선 쪽은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는 듯이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응. 그렇게 말하면 다들 가자. 하지만 절대로 경계선 밖으로 나가기 없기야. 알았지? 그리고 보고는...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위험한 일도 없을테고, 일단 상황을 본 뒤에 엄마에게 말해도 될테니까."
어차피 요 앞이기도 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누리는 다 같이 가자는 듯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경계선이 가까운 그 위치를 향해서... 하늘하늘, 벚꽃잎이 떨어지는 숲 안을 천천히 걸어가는 도중에 또 다시 파직- 하는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마치 무언가가 충돌하는 그런 느낌의 소리가...
한편 문제의 포인트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경계선 밖에 서 있는 가온의 모습이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그의 오른팔에선 무언가가 똑, 똑 떨어지고 있었다. 어딘가를 다친 것일까. 붉은 방울이 똑 똑 땅으로 떨어진 모습을 본 누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경계선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가온아? 거기서 뭐해? 그리고 다친거야? 아무튼 경계선 밖에서 뭐하는거야?"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계속해서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왼손을 들어올려 마치 앞의 누군가에게 팔을 흔드는 것처럼, 팔을 흔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음.. 가온이가 나갔다면 바로 보고해도 좋지 않을까..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밖에서 나나. 령이나 리스가 큰 도움은 안 될 거니까." "아니면 이렇기는 하다. 라고 말한다거나." "다솜의 관리자를 맡고 있기는 하니까... 아무래도 여러가지 신경쓰기는 해." 가온이가 고위신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보다 강한건 사실이니까... 계속 안 온다면 그건 위험한 걸지도. 그리고 파직거리는 소리가.. 그러니까 뭔가 충돌하는 듯한.
"나는 아마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보고할 거야. 리스나 령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난 너무 축약할 것 같단 말이지.." 그건 막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덤덤히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가온이가 밖에 있다는 것을 봅니다.
"그만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걸어가는 누리의 앞에 팔을 내미면서 막아서려고 합니다. 가온이라면 말을 하지 않을까나? 라고 생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나가버리면 우리가 책임질 수 없어." 그리고 가온이가 손을 흔든 게 물러나라는 뜻일 수도 있잖아? 라고 무표정하게 말하려 합니다.
누리 님께서 다 가자고 하는 말씀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경계선 안쪽이라고는 하나 경계선은 경계선. 특히 저번의 그 악신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내 다같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늘하늘, 벚꽃잎이 수놓은 분홍색의 길. 평소라면 그 벚꽃잎의 색깔을 환각 능력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걸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파직, 또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또 곧바로 흠칫, 몸을 작게 떨었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불안감이 가득히 마음 속을 채워왔다.
그렇게 불안감을 안은 채 도착한 문제의 그 곳. 가온 님께선 뒷모습만 보인 채 경계선 밖에 서 있었고, 그 모습에 안심하려던 찰나, 가온 님의 오른팔에 붉은색의 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것을 빌견하고는 멍했던 두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동시에 덜덜, 몸을 작게 떨었다. ...저, 저것은...
뭔가, 이상한 느낌.
이어서 누리 님께서 가온 님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누, 누리 님...! 잠시만요!"
황급히 누리 님의 손을 붙잡으려고 하며 누리 님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려고 했다.
"...일단, 제가 먼저 가볼게요. 저, 뭔가 불안해서..."
누리 님께서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위험해보였다. 애써 덜덜, 작게 떨리는 몸으로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며 가온 님께 말을 걸어보려 했다.
령은 가온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고, 아사와 리스는 더 이상 나아가는 누리를 막았다. 그리고 리스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가온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하지만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팔을 흔드는 행동을 하다가 그는 팔을 내렸고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 마침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정체는 가온이 아니었다. 그것은, 좀 더 굵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방해하기나 하고 말이야. 하긴, 약자들은 눈치가 쓸데없이 좋고 빠르지. 그러니까 살아있는 것이겠지. 그런 낙원을 지칭하는 유약한 땅에서..."
".....!"
그 목소리를 들은 누리는 정말로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며 리스에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정말로 다급한 목소리였다.
"리스! 어서 물러서!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야!"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챈거냐? 섭하지 않나. 여러 의미로 말이야."
이내 가온의 몸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 일그러짐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오른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붉은 여우 수인 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까전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의 바로 옆쪽에 가온이 쓰러져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틀거리면서 일어서려고 하는 가온의 몸을 발로 밟으며 그는 고개를 돌려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잔혹하고 무서운 인상의 붉은 여우 수인 신의 모습에 누리는 몸을 떨면서 뒷걸음질을 쳤고 그 여우신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누리 이외에는 나를 처음 보나? 이 땅을 직접적으로 찾아온 적은 없으니 처음 보는 것이 당연하겠군. 그렇다면 소개해볼까. 아니, 소개시켜볼까? 내 피조물에게 말이야."
".......!"
"뭘 그렇게 벌벌 떨고 있나? 소개도 못해주나? 한심하군. ...뭐 좋아. 평화에 찌들어있는 신들에게 소개를 못할 것도 없으니까. 잘 기억해둬라. 신들이여. ... 내 이름은 붉은 여우, 적호. ...재앙을 내리는 고위신이다. 내 피조물에게 조금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꺼져주겠나?"
"누리야 아는 신이야...?" 라는 것은 가온의 모습을 띠었던 신이 하는 말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자기가 소개를 하는데, 그걸 안 듣지는 않습니다.
"시뻘건 여우. 응 알았어. 근데 피조물이란 건 뭔 의미?" "아. 혹시 은호님 남편이었던 거야?"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건가 의심될 만한 말을 툭툭 내뱉는 게 참...
"근데 누리가 보이는 표현 보니까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로 이혼당한 거야? 그럼 위자료나 잘 납부하면서 살지 왜 온 거야.." "애초에 벌벌 떠는 상태의 누리랑 같이 있게 하면 뭘 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놔두긴 좀 그래." 갸웃합니다. 누리에게 뭔 관계인지는 몰라도 좀 껄끄러운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긴 했는데.. 라고 속삭이려 합니다. 나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었을지도..?
"그리고 가온을 쓰러뜨리고 말하는 건 협박도 겸하는 거잖아." "협박범에게 넘겨주면 유감스럽게도 약자라서 한 번이 치명적인걸-" 누구라도 일단 보고가 필요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보고를 하라는 듯 리스나 령에게 눈짓해봅니다. 일단 자신도 보고를 해보려 시도합니다. 아마 보내진다면 다솜 경계선 부근. 조금 전. 적호가 가온을. 상처입힘. 누리를.데려가려는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보임. 혹시 누리 아빠가 쟤예요?
누리 님을 대신하여 가온 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지만, 가온 님께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팔을 내리고 작게 혀를 차며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온 님의 것이 아니었다. 가온 님보다 굵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
불안감과 두려움이 혼란스러움의 형태로 떨리던 찰나, 갑자기 누리 님에게서 아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 목소리에 흠칫, 몸을 작게 떨며 앞으로 걸어나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행히 경계선 밖으로 나가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내 가온 님의 몸이 일그러지더니 점차 형태가 바뀌어갔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붉은 여우 수인 '신' 님의 모습...? 그리고...
"...! 가온 님!"
그 옆에 쓰러져있는 가온 님의 모습. 그에 크게 떠진 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입가로 가져간 두 손이 덜덜,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온 님의 몸을 밟으며 고개를 돌린 붉은 여우 수인 '신' 님. 잔혹하고 무서운 인상에 작게 떨리던 몸이 순간 더욱 흠칫, 떨었다. ...저, 저 눈빛은...
이내 붉은 여우 수인 '신' 님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리 님과는 이미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던 것일까. 그러나 그 말은 결코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고, 다른 '신' 님을 짓밟는 '신' 님이라는 것에 혼란을 느끼며 적호 님과 가온 님을 번갈아 바라보던 눈동자와 정신이 이내 꺼지라는 말에 뒤늦게 제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반응을 보였다.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누리는 령의 물음에 어떻게든 대답했다. 하지만 정말로 무섭다고 느끼는 것일까. 누리는 적호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어 들려오는 아사와 리스의 목소리에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비웃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누가 일족을 배신한 녀석의 남편이라는거냐?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군. 그리고 뭔가 신통술을 써서 은호를 부를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것이 좋아. 그 녀석 쪽에는 지금 내 밑의 부하가 가 있으니 말이야. 아마 여기로 쉽게 오진 못할거다. 그 녀석이 무섭진 않지만 그 녀석을 불러서 좋을 것은 없거든. 그리고...그쪽의 홍학.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밟지 말라는 말을 내가 왜 들어줘야하지?"
뒤이어 그는 보란듯이 가온의 등을 힘껏 짓밟고 발을 비비기 시작했다. 꽤 아프게 밟았는지, 가온은 크게 비명을 질렀고 일으키려는 몸이 다시 땅에 쿵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비웃듯이 이야기했다.
"피조물이 아니라고? 내가 만든 이인데 왜 피조물이 아니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 피조물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너희들... 그 꼬맹이가 은호의 딸이라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냐?"
뒤이어 그는 주먹을 쥔 후에 결계를 힘껏 쳤다. 그와 동시에 결계가 크게 흔들렸다. 파직- 하는 소리가 강하게 울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때문에 나는 소리인 듯 보였다.
"하하하하! 그렇군! 그런거였어! 은호도, 그 계집애도, 여기 이 늑대 나부랭이도 아무것도 말을 하지 않았나보지? ...그렇다면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내 피조물을 되찾으러 왔다. 내가 내것을 다시 가지러 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너희들에게 막을 권리라도 있나? ...죽음의 여우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나?"
"....싫어...그런 거...싫어...."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누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꽉 막았다. 그리고, 적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비웃기 시작했다.
"일족이 있었어?" 근데 그 일족이 다 그런 성격이면 좀 많이 그렇겠다. 라고 일족을 다 디스해버립니다. 아니면 시뻘건 여우 니가 배신을 때린 건데 자기가 옳다고 한다거나? 라고 말하려 합니다.
"시뻘건 여우의 피조물인데. 은호랑 닮은 건 왜야?" 빨강 유전자는 어디 가고 은여우인 거야?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물론 빨간 여우가 만들었다고 다 빨간 여우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왜 은여우지? 라고 갸웃합니다.
"응. 문제 많다고 생각해" "내가 내 것을 가지고 간다라는 건 피조물의 의사를 무시한 건 둘째치더라도" 애초에 기본적으로 뭔가 부탁을 할 때에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게 필요하거든. 일단 이쪽의 인사를 상처입혀버렸으니까 감정이 좋아질 리가 없잖아? 생글생글 웃는군요.
"게다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게 하려는 태도는 협상에서 마이너스야." 강하다고 그런 식으로 하면 인간 모습인 게 뭔 소용이야. 그냥 동물 모습으로 물어뜯으면 동물이니까 라고 관대하게 보이기라도 하지 인간 모습으로 그러면 솔직히 별로지. 물론 인간 중에도 동물보다 못한 것들도 많은데 그걸 따라한 거면 마이너 카피인 것 뿐이잖아? 라고 피식 웃었습니다.
적호 님께서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들을 한껏 비웃었다. 은호 님을 부르는 것조차도 차단시켜버리며. 그에 은호 님 쪽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지금은 이쪽이 더욱 급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누리 님을 지키면서 가온 님을 데려오는 것이 중요할 터였으니. 하지만...
"...!"
적호 님께서는 자신의 부탁에 오히려 가온 님의 등을 더욱 짓밟고 발을 비비기 시작했다. 크게 떠진 두 눈동자가 눈에 띄게 떨려왔다. 입가를 가린 두 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가온 님께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괴로운 비명소리가 가득히 들려왔다.
"그만해주세요...!!"
고통스런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였다. '신' 님께서... '신' 님께서... 이어서 적호 님께서는 다시금 자신들을 비웃고는 주먹으로 결계를 힘껏 쳤다. 파직, 하는 소리에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것이었다. 불안의 정체가. 동물적인 본능이 알리는 위협의 정체가.
"...그게 무슨...?"
적호 님께서 만든 피조물이신 누리 님. 누리 님께서는 은호 님의 따님이...? 동그래진 눈동자가 멍해졌다. 그에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려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께서는 두 손으로 귀를 꽉 막은 모습이었다. 무척이나 불안해보이는 모습. 그에 두 눈동자가 살짝 떨려왔다. 그러나... 이내 조용히 누리 님께 괜찮다는 메시지를 텔레파시로 보내보려 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적호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께서 원하시지 않고 있으세요. 그렇다면, 저는 막을 거예요. 누리 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해드리는 것. 누리 님께서 '행복'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 그것이 바로 적호 님께서 누리 님을 데려가시게 둘 수 없는 이유예요. ...설령, 이것이 무례한 일이라 하더라도."
'신' 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크나큰 죄라 하더라도. ...저의 죗값은...
"누리 님께서는 죽음의 여우도, 피조물도 아니예요. 누리 님께서는 누리 님. 은호 님의 따님이시자 저희들을 위해주시는 따스한 '신' 님이세요. ...그러니까... 이 이상 누리 님도, 가온 님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저의 '신' 님. 부디 저에게 용기와 힘을 주세요. 애써 떨리는 몸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자신의 '신' 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사: 싫어. 일단 상사로써의 성격이 무척이나 4가지 없어보이니까 부하를 굴릴 것 같단 말이야. 음.. 아냐. 부하를 굴리기만 하면 말도 안해. 일하는 거 좋아하니까. 근데 화풀이 샌드백이 되고 싶진 않거든. 게다가 난 이미 다른 데도 관리하고 있거든. 아사주: 사실 잊어먹고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알지 못하다니.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 죽음의 여우도, 피조물도 아니야? 은호의 딸이자 너희들을 위해주는 따스한 신이라고? 웃겨서 말도 안 나오는구나!"
아주 재밌다는 듯이, 적호는 키득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선은 계속해서 누리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빤히 바라보며, 정말 그대로 바라보며... 그는 여전히 가온을 발로 짓밟으면서 다시 자신의 차가운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협상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통보하는거다. 누가 너희같은 하등신들과 협상을 한단 말이냐? 은호와 닮은 이유가 뭐냐고? 왜 죽음의 여우고 왜 피조물이냐고? 그럼 전부 알려주도록 하지. 그 녀석은 말이야..!!"
"그만 둬...! 그만 둬..!"
"그 녀석은... 은호를 죽이기 위해서, 일족의 배신자를 멸하기 위해서 그 녀석의 힘이 깃든 털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존재다. 즉, 그 녀석의 몸에는 은호의 힘과 비슷한 힘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것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나. 작년... 누리를 만들어내고, 은호를 죽이려고 했고, 실제로 그 녀석은 임무를 수행했다. 물론 은호에, 백호라고 불리는 하얀 여우, 그리고 지금 내가 짓밟고 있는 이 늑대의 힘까진 이기지 못해서 도망치긴 했지만 말이야. ...결국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호은골. 즉 그 배신자 녀석이 은혜를 내렸다고 하는 인간들의 마을에서 숨어있다가 인간에게 주워져 쓸데없는 감정을 익히게 되어서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말이야. ...결국 나를 배신하고 목숨을 잃었지만, 은호의 힘으로 다시 살아난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내 피조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그 녀석이 죽음을 상징하는 죽음의 여우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날뛴다고 한들 그 운명은 절대로 바뀔 수 없으니까!" (주 - 2기 극장판 시나리오의 내용입니다.)
"......"
"들어본 적이 없겠지? 이런 내용은 처음 듣겠지? 잔혹하군. 너희들을 위해준다는 그 신은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자신의 사명조차도 숨겼지. 은호도 마찬가지. 결국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신을 옆에 둠으로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고 하는 신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죽이려고 한 신을...굳이 다시 살리려고 할 이유가 있나? 사랑? 자신을 죽이려고 한 이조차도 용서? ...그 은빛 여우 역시, 과거엔 나처럼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재앙신의 일족.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응?"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누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이, 적호는 껄껄거리면서 웃었고 이어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내 말을 믿기 힘드나? 그렇다면 이 늑대에게 물어보지 그러나? 내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 말이야. 누구보다도 그 존재를 죽이려고 한 존재. 지금은 호위라고? 착각도 정도껏 해야지. 이 녀석이 따르는 것은 은호 뿐이다. 은호를 지키기 위해서 위험할지도 모르는 내 피조물을 옆에서 감시한 것밖에 되지 않아."
".....으읏..."
가온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정? 아니면.... 아무튼 누리는 몸을 더욱 강하게 떨면서, 눈을 감았다. 싫어...싫어라는 말만을 중얼거리며...
"알았나? 너희가 뭐라고 하더라도 난 그 녀석을 데려갈거다. 내 피조물인 죽음의 여우를 말이다."
"은호님 딸 맞잖아. 기본적인 생물의 번식요건은 다 갖췄잖아?" 그게 힘과 힘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다를 뿐이지. 그러면 아빠 맞잖아. 음 나쁜 아빠겠지만. 뭔 소리를 말하나 싶어서 들었는데 무슨 착각을 하는 거야. 라고 말합니다. 난 또 은호님이 그냥 쌩으로 입양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물론 입양이라고 했다 해도 배척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재앙신 일족이었어? 아 그러면 배신자라 할 만하네. 오 처음 듣는 사실이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아사의 지식이 +1되었습니다) 그리고
"아 그래. 그래서 뭐." "그러면, 사랑하면 안 된다고 누가 정하기라도 했어? 지금 진짜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아는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강하지만 않았으면 떽떽이잖아? 네가 무슨 법 정하는 신이야? 라고 갸웃거리며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알았지만 넘겨주고 싶은 생각 없는데." 파직파직 깨지겠다. 라고 한가롭게 바라보지만 후퇴해야 할까. 라고 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새끼줄놈도 그렇고 저 시뻘건 여우도 그렇고 다솜지역이 만만한가. 누리를 보면서
"말 안할 만한 사정이었네. 그래도 솔직히 해저지진같은 거 일으켜서 쓰나미 일으켜서 인명피해 막대히 냈다가 버로우타고 신분세탁이라도 한 줄 알았잖아." 저 정도면 별 건 아니네. 라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합니다. 과거에도 뭐 피해 안 냈고 지금 잘 하는데 무슨 상관? 그게 싫었으면 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키웠어야지. 방치해뒀다가 이제와서야? 라고 적호를 보면서 말하는군요.
자신의 말에 적호 님께서는 한껏 비웃음을 보였다. 그 시선 끝에 닿아있는 누리 님을 지키려,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그 사이의 시야를 가리며 막아섰다. ...누리 님은... 안 돼요. 고개를 작게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적호 님의 발 밑에 있는 가온 님을 적호 님과 번갈아 바라보며 살짝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가온 님도, 어서 구해드려야 하는데...
그러나 이어지는 적호 님의 충격적인 폭로.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 그 차가운 목소리에, 순간 바들바들 떨리던 몸이 멈추었다. 숨도 멈추었다. 멍한 눈동자는 동그란 눈매로 바뀌어 크게 떠져있었다. 표정은 멍했다. 하지만... 평소의 그 나른하고 몽롱한 멍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의 이야기. '죽음'의 향기가 깊게 스며있는 잔혹한 이야기. 그것을 마주한 멍함이었다. 익숙한 검은색이, 익숙한 붉은색이 숨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런, 거였나요...? 누리 님의 정체, 은호 님의 정체. 그것들은 전부... 가온 님 역시도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말을 하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누리 님한테서는 싫다는 말만이 반복해 들려오기 시작했다. '죽음'의 여우...
숨이, 쉬어지지, 않...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졌다.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니요. 전 모르겠어요, 적호 님."
한참만에야 천천히, 느릿하게 나온 목소리는 그것이었다. 이내 천천히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두 눈동자는 동그랗게, 차분히 뜨여져있었다. 몸도, 목소리도, 두 눈빛도, 모두 떨리지 않았다.
"운명은 변할 수 있고, 모든 것들은 변할 수 있어요. 그런 과거와 정체, 사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제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신' 님은 '현재'의 누리 님과 은호 님, 그리고 가온 님과 백호 님이세요. 죽음과 배신자. 그것들만을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고 하더라도, 변할 수 있어요.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의 누리 님, 은호 님, 가온 님, 백호 님처럼 말이예요. ...그리고 그런 지금의 네 분의 '신' 님들께서는, 결코 그런 존재들이 아니시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어요. 감히, 따스하고 다정하신 '신' 님들이시라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신' 님들을 믿는 목소리는 확고하고 굳세었다. 부드러워보이는 강함. 그것이 바로, 신뢰와 믿음.
"그런 과거를 숨기셨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괴롭고 고통스러운 기억이었을테니까요, 분명.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그저 과거일 뿐. 지금 이 순간은 현재예요. 그러니 저는 '신' 님의 과거보다는 현재를 바라보고 싶어요. ...그러니... 지킬 거예요. 누리 님을, 가온 님을, 모두를. 죽음의 여우도, 적호 님... 아니, 당신의 피조물도 아니신, 그저 제가 만나왔던 밝은 웃음을 지으시던 누리 님을."
숨을 쉬었다. '죽음'이 손짓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예요. ...부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멀리서 보고만 있자니 희극이구나. ...쓸데없이 말이 많은 적이네. 딱 질색인 타입이야. 1절로 줄여서 말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뒤늦게 도착한 세설이 있었다. 걸음이 느렸다. 마치 주변의 살벌한 상황따위는 모른다는 듯이.
"뻔한 레퍼토리. 뻔한 철학, 뻔한 선민사상. 하하... 악신화 된 고위신들은 다 그런 꼴인가? 오만하고 방자하기 짝이 없지. 당신같은 신을 한두번 본게 아니라고. ...그래그래, 그만한 힘을 가졌으면 마음껏 자랑스러워 해도 좋지. 약한 신 따위가 감히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아무렴."
겨우 섞어 쓴 존댓말에는 존경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비웃음을 참기라도 하는 듯이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 갈 줄 모르고. 평소에도 저랬던 것인지. 아니, 그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편린. 예전의 그를 알고 있었더라면 익숙할지도 모르는 모습
"솔직히 은호나 누리, 불여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관심 없어. 원래대로라면 남남으로 전혀 간섭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누리를 불여시 당신에게 주면 되는 걸까?"
세설은 벌벌 떨리는 어깨를 뒤에서 감싸 쥐었다.
"...라고 할 것 같아? 유감스럽게도. 누리를 넘겨주면 은호가 제정신으로 있을 것 같진 않거든... 게다가 적에게 지금 당장 불리하답시고 중요한 전력을 넘겨주는 것 만큼 멍청한 짓은 없지. 그래서, 넘겨주면? 라온하제를 망가뜨리기라도 할건가? ...유감스럽게도 난 이 평화가 마냥 싫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눈을 감고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채로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얼굴에 모든 표정을 지워낸다. 방금까지 적호의 앞에서 지껄이던 이는 어째서인지 적호의 뒤로 월도를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자신의 뒤로 공격하려고 하는 세설을 아주 가볍게 손으로 붙잡으면서 적호는 피식 웃어보였다. 모두의 말을 분명히 들엇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일까. 그는 아사, 리스, 세설을 번갈아바라보면서 세설의 목을 잡고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스를 바라보면서 비웃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약한 이들은 언제나 그렇게 감정에 호소하지. 하지만 결국 정해진 운명은 벗어날 수 없지. 약한 자는 강한자에게 속박당하고, 강한 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이 연약한 까치처럼 결국 주제를 모르고 덤비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법이다. 고위신이건, 그 밑의 신이건 결국 자신의 운명에선 벗어날 수 없어. 아무리 발버둥치고 저항하고 모른 척 한다고 해도 말이야."
이어 그는 세설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 눈빛이 보통 차갑고 사악한 것이 아니었다. 그 사악한 눈빛은 정말로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진심으로 나에게 덤벼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설사 그 칼이 나에게 맞으면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나? 고위신을 너무 얕보는군. 네 녀석은 필요없어. 내가 볼일이 있는 것은 바로 이 늑대 나부랭이니까."
이어 그는 세설을 있는 힘껏 집어던져서 결계 안으로 넣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누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축 늘어진 가온이 들려져 있었다.
"...죽음의 여우 누리. ...이 녀석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이 녀석이 죽으면, 결계는 크게 약해지고, 내 힘이라면 그 결계를 깨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네 주변의 이들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
"...당장 기어나와라. 그렇다면 이 녀석은 돌려주마."
협박. 그것은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리고 누리는 그 협박을 들으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응. 약한 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발전시키기는 했지. 여우도 살아남기 위해서 땅을 파기도 했다잖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에 고개를 기울입니다.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별로 좋은 말은 아닌데.
"그렇네. 그렇게 따지면 지금 패잔병이 누리를 얻겠다고 떼쓰는 거잖아." 배신하고 죽었고, 부활했다는 건 네가 죽은 누리를 회수할 틈도 없이 패퇴했다는 거 아냐? 지킬 게 있어서 약한 은호에게 한 번 패퇴한 거잖아? 네 논리대로라면 은호에게 굴복하는 게 네 운명인 거잖아? 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약간 불안한 것은 있기는 합니다. 그걸 티내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세설이 던져지자 적당히 부축해주려고 시도합니다.
"그렇지만 네가 누리를 이용해서 라온하제에 안 쳐들어 올 거란 보장은 없잖아. 뭐 만화같은 데 나오는 것처럼 어기는 순간 꽥하는 맹세가 있고 그걸 해도 약한 이랑의 맹세는 쓸모 없다면서 부술 것 같지만." "네 논리대로라면 지금 부수냐 나중에 부수냐일 뿐이잖아?" 지금 가온을 죽인다는 협박을 듣고 툭 내뱉습니다. 물론 지금 방법이 없다는 것도 맞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