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령은 반문했다. 령은 그저 리스가 불편해보이기에 그런 제안을 한 것일 뿐 리스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 법도 했다. 령은 눈을 깜박였다. 어리둥절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쨌든 리스가 괜찮으니 다행이었다. 령은 그 사실에 조금이라도 안도할 수 있었다. 물론 리스가 세우고 있는 그 계획이란 게 조금은 궁금했지만 그래도 첫번째는 리스의 심신의 안정이었으니까. 령은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령은 리스의 말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리스는 컵케이크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령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자신의 초코맛 컵케이크를 한 입 베어물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단맛이 더욱 생경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리스에게 다양한 음식을 소개해주고 싶어졌다.
"고마워요, 리스. 앞으로 우리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꼭 서로에게 알려주기로 해요."
령이 후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 쨌든 다음은 무슨 음식을 알려준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리스가 갑자기 제 손을ㅡ정확히는 새끼손가락 하나지만ㅡ잡고 인파를 해치기 시작했다. 령은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리스가 뭔가를 하려는 걸까? 리스가 가고싶다고 한 곳이 대체 어디지? 그렇게 생각할 무렵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부스였다.
"어머나..."
령은 그대로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다양한 악세서리들이 즐비해있었다. 리스는 이 부스를 미리 봐둔 것일까? 령은 연신 고개를 두리번대며 아름다운 장신구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부스 안을 살펴보았다. 그때 리스의 말이 들려왔다. 령은 아래를 내려다봐 리스와 눈을 맞추도록 했다.
"정말 고마워요, 리스. 너무 고마워요... 이런 예쁜 악세서리를 선물해주다니..."
령은 고마움에 말을 잃은 듯 보였다. 령이 부스 안으로 한걸음 다가가봤다. 문득 검은색 나비모양 장식이 달린 반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구나. 령이 중얼거렸다. 령은 그 반지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자신의 말에 령 님께서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반문했다. 하지만 그것에는 그저 "...네." 하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작게 두어 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신의 계획. 희미한 미소가 그 뜻을 품고 있었다. 비록 그 계획이란 실체는 령 님의 선물을 사드리고픈 어떤 부스를 미리 골라놓았다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는 아주 원만한 계획이었다.
아무튼 령 님과 컵케이크를 서로 교환하여 먹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또다른 약속 하나도 서로 나눠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서로에게 알려주는 것. 무려 '신' 님과 함께 한 약속. 왠지 모르게 한 입 더 베어물은 딸기맛의 컵케이크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듯해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서 용기를 내어 먼저 령 님의 새끼 손가락 하나를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북적북적이는 인파를 작은 몸집으로 끙끙거리면서 헤쳐나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악세사리들을 판매하는 부스. 다양하고 예쁜 악세사리들이 보기 좋게 놓여있는 가운데, 령 님께서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것을 조금은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물론 그 표정은 흰 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리고 이어서 령 님께 자신의 계획과 목적을 밝혔다. 이곳은 자신이 령 님을 위해서 일부러 찾아온 곳. 그 사실을 밝히자 령 님께서는 자신과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왔다.
"...아니예요. 령 님께서 제게 해주신 것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닌걸요."
고개를 작게 도리도리 젓고는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사실이었다. 자신이 령 님께 받은 따스한 친절에 비하면 이 선물은... 령 님께서는 이내 부스 안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고는 검은색의 나비 모양 장식이 달린 반지 하나를 들어올렸다. 한참동안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령 님의 모습에서 그 마음을 눈치채고, 령 님께 천천히 다가갔다.
"...정말 아름다운 검은색의 나비 씨네요. 령 님께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우아한 분위기. 잠시 반지를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웃다가 조용히 부스의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며 계산을 끝마쳤다. 이제 저 아름다운 검은색 반지는 령 님의 것이었다. 잠시 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눈동자를 천천히 감고 두 손을 가슴께에 모았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두 눈을 천천히 뜨고 시선을 느릿하게 올려 령 님에게 향했다. 동시에,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제 선물, 부디 령 님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주제 넘은 행동일수도 있겠지만... 방금 령 님의 '행복'을 빌어드리는 기도까지도 담았거든요."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럴 수가 없다. 이렇게 화려하고 예쁜 악세서리를 선물해 주겠다는데. 령은 리스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령은 악세서리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비록 제가 걸치기엔 너무 화려한 악세서리들이 많아 대부분은 그저 보관해두는 용도로 썼다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과 그냥 보관해두는 것은 별개지 않은가?
"아무것도 아니라뇨. 이렇게 아름다운 악세서리를 선물해주겠다고 하는데요."
령은 상냥한 미소를 머금고 리스에게 답했다. 령에게 있어서 리스가 선물해준 악세서리는 아마 제가 모은 그 모든 악세서리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이 될 것이니라. 령은 즐거운 마음으로 악세서리를 구경하러 다녔다. 큐빅이 박힌 반지도, 흑진주로 장식한 목걸이도 모두 아름다웠다.
그러다가 제가 발견한 것이 검은색의 나비모양 장식이 달린 반지였나. 령은 그것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아름다운 반지였다. 너무나도. 제 손에 끼우면 꼭 맞을법한 반지였지. 장식도 마음에 들었고. 령은 한참 동안이나 그 반지를 보고 있었다. 그때 리스의 말이 들려왔다.
"잘 어울릴 것 같다니, 고마워요 리스. 이 반지가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보고 있었답니다."
령은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스는 그 사이에 반지에 대한 계산을 다 끝낸 모양이다. 이제 이 반지는 제 것이다. 정말 그렇단 말인가? 령은 잠시동안 믿어지지 않은 듯 눈을 찬찬히 깜박였다가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그 반지를 제 손가락에 껴봤다. 반지는 령의 것이라는 걸 증명하듯 아주 딱 맞았다.
"정말 고마워요, 리스. 아니요. 주제넘은 짓이 아니랍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빌어주는 행위가 어찌 주제넘은 짓이라고 할 수 있겠나요?"
물론 예쁜 악세사리들이 많은 부스를 보고 령 님께 드릴 선물을 정하기는 했으나, 그것을 과연 령 님께서 좋아해주실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아직 령 님에 대해서 알고있는 것이 많지 않았으니. 그렇기에 조금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다행히 령 님께서는 악세사리를 좋아하시는 듯 했다.
즐거운 듯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악세사리를 구경하는 령 님. 그 모습을 덩달아 기쁜 마음으로 조용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자, 이내 령 님께서는 한 가지 악세사리를 들고 그것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검은색의 나비 모양 장식이 달린 반지.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의 반지는 자신이 봐도 령 님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장신구였고, 령 님께서도 그것을 빤히 보는 모습에서 그것이 마음에 드는 듯한 분위기였기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선물은 그것으로 정해졌다. 더군다나 이어진 령 님의 대답에서도 반지가 마음에 든다고 그 마음이 확실하게 들려왔으니,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선물해드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반지에 대한 계산을 끝마쳐 령 님께 선물로 드리자, 령 님께서는 잠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에 그저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끄덕였다. ...그 반지는 이제 령 님의 것이예요. 령 님께 드리는, 저의 작은 선물. 령 님께서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저의 작은 선물.
령 님께서는 이내 천천히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자연스럽게 령 님의 손가락에 자리 잡은 반지는 마치 운명적으로 령 님의 것이었다는 듯이 크기도 딱 알맞아보였다.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가 더욱 배가 되었다.
"...너무 예뻐요, 령 님. 반지 씨도, 령 님도, 두 분 다 정말로 아름다워요. ...저의 행복도 빌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주제 넘지 않았다면 정말 다행이예요."
희미한 미소가 짙어졌다. '행복'. 그래, '행복'이... 깜빡, 잠시 두 눈이 느릿하게 깜빡여졌다. 무려 '신' 님께서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셨다. 그렇다면... ......리스.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정말 감사해요, 령 님. 그럼 저도 령 님의 행복을 가슴 깊이, 간절히 빌어드릴게요."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느릿하게 다시 이어나갔다.
"...그럼... 다른 곳들도 함께 천천히 가봐요, 령 님."
자신들의 할로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호박 바구니 역시도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할로윈. 사신과 함께 다니는 유령은 이승을 떠돌리라.
/ 저 때문에 괜히 일상이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령주...ㅠㅠㅠ 조금 어정쩡한 감은 있지만... 이것을 막레로 해주셔도 좋고, 아니면 혹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으로 이어나가셔도 전 좋답니다! 그러니 령주께서 편하신대로 해주시길 바래요.ㅎㅎㅎ
>>63 음...음... 그렇군요.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레주의 사정이 이벤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걸요. :)(토닥토닥) 그러니 혹시 가시게 된다면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레주! 다만... 그렇게 다음주로 미뤄지면 저는 자동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겠네요.ㅎㅎㅎ
아사: 013 캐릭터의 머리카락의 특징은? (길이, 모발의 상태, 숱, 색깔 등) 굉장히 갈고 길었으나 현재는 목을 살짝 덮는 수준의 숏컷입니다. 바보털 두 개가 있는데. 긴 거나 짧은 거나 다 음직인다나요? 모발 상태는 천을 만든 걸 보면 아시다시피 최상입니다. 숱은 많은 편이고, 색은 파란색이란 건 정했는데 진파랑인지 연파랑인지는 안 정해서. 적당히 상상하시면.. 026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다빈치 코드같은 거 보면 좋아할지도...? 035 징크스가 있나요? 있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229 >>228 아사가 싫어한다면 하지 말아야겠네요.(끄덕끄덕) 그리고 아사는 그런 갭이 귀여운 거랍니다!ㅎㅎㅎ 아르겐타비스, 멋져요! XD
>>227 >>230-231 ㅋㅋㅋㅋ셀피가 그런 분위기로 나온데다가 성격 설명도 그런 느낌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저도 열혈적일 거라곤 생각 못한지라...(시선회피) 아무튼... 은호랜드는 그 때까지 아마 보류일 것 같네요. :) 일단 제가 일상을 돌릴 수 있어야...(흐릿) 그나저나 누리는 역시 달콤한 걸 좋아하는군요! XD 칼은 다루지 않는다...(메모메모)
"으응. 그렇구나-" 약도가 그려져 있음. 이라고 기억해두려 합니다. 잡동사니같이 많은 것들이 있기는 해도 딱히 문제될 건 없지요. 그리고 인파가 몰리며 바구니를 참 열심히 비워가고 있는 아사와 세설에게 다가온 신 둘의 말에 둘이고 둘이면 4이지요. 라고 하던 찰나 세설이 말하는 것을 듣고는 두 신이 뭐? 라고 약간 반박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거랑은 별개로 아사가 그냥 놀자는 말이랑은 구분하라는 것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뭐.. 삐이이이하게 노는 것도 나쁘지는 않고 삐이이이한 것의 삐이이이도 응. 나쁘지는 않지?" 라고 말하는 말이 무척이나 전체이용가를 위협하는 말만 아니었다면 말이지요.(쓸데없이 지식은 많아서!) 무감정해보이는 눈이어서 그다지 큰 의미를 둔 것 처럼은 보이지 않는 건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은 아니야." 그런 건 질려도 질린 지 오래일지도.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거절하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려 합니다.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괜찮을 겁니다. 사실 관리자 둘에. 쓸데없이 많은 걸 아는 아사..라던가....를 생각해 보니까. 얻어맞지 않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군요.
아사주: 그..그러면 아사는 고든 램지(이 타입)처럼... 이 송아지고기는 너무 덜 익어서 수의사가 살릴 수 있겠다나. 불쌍한 거위들이 이런 x쓰레기같은 음식의 식재료가 되려고 목에 관을 꽂고 곡식을 먹은 줄 아냐 라던가. 이 닭고기가 너무 익어서 타이어가 친구하자고 하겠다라던가를 쏘아붙일 수 있다는 건가! 아사: 아닌데요. 아사주: 아니야..?
이 아르겐타비스 신이 뭐라고 하는거지? 말을 잇지 못하고 아사를 빤히 바라볼 뿐, 그렇지만 그 자체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지. 전체연령가 필터를 거친다면 분명히 삐-로 들릴법한 문장들을 길 한복판에서 다이렉트로 듣는다는 것은 고작 425살밖에 안 된 신에겐 자극이 심했을까. 당혹감에 잠시 정신을 놓고있던 설은 이해를 거부하려는 머리를 부여잡곤 조금 길었던 침묵을 깬다.
"...ㄷ...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니, 나쁘거든. 적어도 난 그...그런 식으로 상상한 적도 없어."
아, 아니지. 그 말의 의미를 물어볼 참은 아니였던거잖아. 반박이였나? 타이르려던 것이 였을까? 하지만 애써 평소의 말투를 유지하려다가도 아직도 벙벙한지 말까지 더듬는다. 얼씨구. 얼굴도 미묘하게 빨개지고 있네. 정작 위험 발언을 내뱉은 본인은 무덤덤하다 못해 별 뜻 없어보였다.
"하... 여하간 모르겠다니까... 신이라는 작자들은. ...뭐해? 한가하지 못하니까, 그냥 보내줄 때 길 막지말고 사라져. ...정 놀고 싶다고 버티면 얼굴에 한 대씩 갈겨줄테니까."
결국 빠진 어이를 다시 붙잡아 넣고 괜히 그 두명의 신에게 화풀이다. 서리가 내린 듯한 한쪽 눈으로 잠시 차갑게 노려보다가, 두 신이 비켰든지 말든지 지나쳐간다.
"고상하게 노는 것도 좋지만, 질릴 대로 질리면 원초적인 회귀본능도 가끔 있게 마련이거든." "물론 그런 건 자제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노는 건 그다지 경험은 많지 않지만. 이라고 덧붙인 다음 나머지 신들을 멀뚱히 바라보면서 나 이것들 많이 나눠줘야 하니까. 이거 받고 가. 라고 합니다. 물론 그 안에 든 건 리얼해보이는 벌레젤리와 쿠키같은 것이었지요?
"으응. 별로였어?" 별로인 게 당연합니다만은. 아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세설을 바라보고 두 신을 바라봤습니다. 이런 걸 줬는데도 정 안 가겠다고 하면 강제로 미리내의 빙해 위로 보내버릴거야. 라고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에 가까운 것이었지요? 그런데 진담같아보이는 건 아사가 헛말은 잘 안하는 평소를 보였기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갈까나?" 세설을 보면서 바보털을 까닥까닥거립니다. 미소도 묘하게 4차원적인 미묘한 모습이 있는 느낌이네요.
어느 때와 다를바 없는 라온하제. 그곳은 정말로 평화로웠다. 조용하고 고요한 그 특유의 분위기는 라온하제를 가득채웠고, 수많은 동물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식물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고, 신과는 오늘도 붉게 물들어있었다. 하지만 신들은 마냥 한가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각 지역의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 1년에 딱 하루 있는 그 대청소 날은 말 그대로 라온하제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날이었다. 모두가 그룹을 이뤄서 자신이 사는 구역 여부를 떠나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날은 은호와 누리, 백호, 가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은 다솜의 벚꽃나무 숲 부근. 그 근방을 신들은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었다. 은호와 백호는 다른 곳의 청소를 하고 있었기에 그곳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가온과 누리였다. 둘은 정말로 열심히 청소를 하면서 벚꽃나무 숲 구석구석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참 청소를 하고 있는 도중, 잠시 쉬는 시간이 된 것일까. 누리는 모두를 불렀다.
"모두들 수고가 많아! 조금만 쉬었다가 하자! 가온아!"
"네! 알겠습니다!"
누리의 말에 가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가락을 퉁겼다. 그의 신통술의 영향으로 신과가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가 그의 앞에 놓여졌다. 그리고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싱싱한 신과 먹으러 오세요! 잠시 쉬었다 합시다! 누리님이 쉬었다 하자고 하십니다!"
"응! 쉬었다가 하자. 충분히 많이 청소했잖아? 그러니까 쉬자! 알았지?"
가온의 말에 누리는 쉬어서 신과를 먹으라는 듯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바구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라온하제의 나날은 언제나 평화로웠다. 그 어떤 두려움도, 불안도, 위협도 없는 곳.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은 감사했다. 그렇기에 오늘의 대청소 날에도 최선을 다해 임했다. 더군다나 '신' 님들이 사는 곳이니만큼 더더욱 이곳저곳을 꼼꼼히, 열심히 청소를. 썩어버린 낙엽들을 줍는 손길은 조심스럽고도 확고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솜의 벚꽃나무 숲. 자신이 맡은 범위를 비롯하여 다른 '신' 님들께서 청소하시는 범위 역시도 도와드리면서 청소를 하고있자, 이내 쉬는 시간이 되었는지 누리 님과 가온 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아래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어보았다. 뒤이어 느릿하게 쪼그려 앉아있던 무릎을 펴고 섰다. 그리고 그 때까지 두 손에 꼬옥 붙잡고 있던 쓰레기 봉투는 조심히 옆에 내려놓은 채, 천천히 '신' 님들께서 모이신 장소로 걸어갔다. 그곳에 멈춰서서는 신과에는 손 대지 않으면서, 그저 작은 미소로 다른 '신' 님들께 수고 많으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령은 말없이 정해진 구역을 쓸고 있었다. 대청소라 힘들긴 하지만 자신도 라온하제의 주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니 어쩔 수 없긴 했다. 령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징징대봐야 청소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잖은가? 한참을 청소에 열중하던 령은 신과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신과라..."
마침 지쳐있었으니까 상관없겠지. 령은 바구니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신과의 달곰씁쓸한 맛에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응! 나도 먹을 거야. 그러니까 다들 먹어! 아이온도 리스도! 봐. 령은 벌써 먹고 있잖아?"
"정말로 잘 익은 것들만 따온 겁니다. 그러니까 먹으시면 됩니다. 맛있게 말입니다."
이어 누리와 가온은 보란듯이 각각 잘 익은 신과를 하나씩 들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 달콤하고 싱싱한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둘의 꼬리는 천천히 양옆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들 각자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도중, 갑자기 그 근방에서 파직- 하는 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 소리를 들은 누리는 귀를 쫑긋 세웠고 가온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어 가온은 모두를 바라보며, 특히 누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금방 올테니 기다려주십시오."
이어 가온은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벚꽃나무 숲을 넘어 저 편. 밖과 근접해있는 경계선 부근이었다. 이어 누리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가온이 향한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10분, 20분, 30분... 아니, 1시간이 되어도 가온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불안해진 것일까. 누리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뒤이어, 누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신과의 맛은 마치 커피와도 비슷했다. 그것은 신과를 먹는 주체인 저가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령은 마음껏 신과를 음미했다. 신과의 달곰씁쓸한 맛 덕에 저는 다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중간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가온이 확인하러 갔을 때도 별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하지만 가온은 돌아오지 않았다. 령은 이 일이 심상찮다고 느꼈다.
"나도 갈래."
같이 가자, 누리. 령은 벌떡 일어서서 누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짐승 특유의 감이 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인가.
누리 님과 가온 님께서 직접 먹으라고 말씀해오시자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였다. 멍한 눈동자를 돌려서 령 님과 아사 님의 모습을 확인하다가, 제일 늦게 느릿한 동작으로 가장 작은 신과 하나를 두 손으로 조심히 집어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신과를 깨작깨작 먹으며 그 맛있음에 희미하게 웃던 중,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하나. 그에 본능적으로 재빨리 몸을 작게 움찔, 하며 고개를 팍 치켜들었다. 두리번두리번, 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는 눈동자는 이곳저곳 움직였고, 누리 님께서 벌떡 일어나시자 그대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어서 어디론가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하는 가온 님. 그 모습에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며 조심히 다녀오시라는 말을 천천히 덧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가온 님. 그런 가온 님의 부재에 누가봐도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해보이는 듯한 누리 님께 옆에서 괜찮을 거라고 위로를 건네며 어떻게든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누리 님. 그리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에, 잠시 누리 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덩달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섰다.
"...그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저도 가온 님이 걱정되기도 하고... 누리 님께서도 위험하실까봐 걱정 돼서...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누리 님...?"
비록 이것이 무례한 행동이라고 할 지라도. 멍한 두 눈동자에 서린 걱정되는 마음이 더욱 크고 강력했다. 하지만... 만약 누리 님께서 남아있으라고 한다면, 그 뜻에 따를 터였다.
"안 먹는단 소리는 안했어." 흥흥 거리면서 신과를 잡아서 먹으려 합니다. 오물오물거리며 먹으려 하는데... 어디선가 들린 파직. 이란 소리에 삐쭉 섰습니다. 무슨 일이지..? 가온이가 갔고... 안 오네. 그리고 누리도 간다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합니다.
"가온이가 안 와서 가려는 거야?" 같이 가야 하는 게 아니려나? 라고 파닥거리며 말하려 합니다.
"하필 경계선이잖아." 음. 예전 일을 꺼내긴 그렇지만 새끼줄놈도 다솜 경계선 근처에서 나타났는걸? 라고 덧붙입니다. 당연히 새끼줄놈은 악신입니다.
"만일 가온이에게 진짜 무슨 일이 생겼다 해도, 그러면 더더욱 혼자 못 보내지." "가온이는 누리의 호위랬잖아? 그럼 가온이가 무슨 일이 생겼으면 은호님의 옆에 갔으면 하겠지. 오는 걸 원하지 않고." "솔직히 가온이 성격(?)상 오라고 하면 그게 더 거짓말 같은 거 아니야?"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될 거라고 했잖아? 아무래도 걱정이 많아지네. 라고 느릿하게 말하려 합니다.
"응.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같이 가는 건 같이 가는 거고. 일단 그거 보고 해야 하려나?" 어디 나갈 때에는 뭐라고 하던, 알리고 가는 게 더 안전하잖아?
령과 리스의 말에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의 목소리에 누리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경계선 쪽은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는 듯이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응. 그렇게 말하면 다들 가자. 하지만 절대로 경계선 밖으로 나가기 없기야. 알았지? 그리고 보고는...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위험한 일도 없을테고, 일단 상황을 본 뒤에 엄마에게 말해도 될테니까."
어차피 요 앞이기도 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누리는 다 같이 가자는 듯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경계선이 가까운 그 위치를 향해서... 하늘하늘, 벚꽃잎이 떨어지는 숲 안을 천천히 걸어가는 도중에 또 다시 파직- 하는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마치 무언가가 충돌하는 그런 느낌의 소리가...
한편 문제의 포인트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경계선 밖에 서 있는 가온의 모습이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그의 오른팔에선 무언가가 똑, 똑 떨어지고 있었다. 어딘가를 다친 것일까. 붉은 방울이 똑 똑 땅으로 떨어진 모습을 본 누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경계선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가온아? 거기서 뭐해? 그리고 다친거야? 아무튼 경계선 밖에서 뭐하는거야?"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계속해서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왼손을 들어올려 마치 앞의 누군가에게 팔을 흔드는 것처럼, 팔을 흔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음.. 가온이가 나갔다면 바로 보고해도 좋지 않을까..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밖에서 나나. 령이나 리스가 큰 도움은 안 될 거니까." "아니면 이렇기는 하다. 라고 말한다거나." "다솜의 관리자를 맡고 있기는 하니까... 아무래도 여러가지 신경쓰기는 해." 가온이가 고위신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보다 강한건 사실이니까... 계속 안 온다면 그건 위험한 걸지도. 그리고 파직거리는 소리가.. 그러니까 뭔가 충돌하는 듯한.
"나는 아마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보고할 거야. 리스나 령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난 너무 축약할 것 같단 말이지.." 그건 막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덤덤히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가온이가 밖에 있다는 것을 봅니다.
"그만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걸어가는 누리의 앞에 팔을 내미면서 막아서려고 합니다. 가온이라면 말을 하지 않을까나? 라고 생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나가버리면 우리가 책임질 수 없어." 그리고 가온이가 손을 흔든 게 물러나라는 뜻일 수도 있잖아? 라고 무표정하게 말하려 합니다.
누리 님께서 다 가자고 하는 말씀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경계선 안쪽이라고는 하나 경계선은 경계선. 특히 저번의 그 악신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내 다같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늘하늘, 벚꽃잎이 수놓은 분홍색의 길. 평소라면 그 벚꽃잎의 색깔을 환각 능력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걸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파직, 또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또 곧바로 흠칫, 몸을 작게 떨었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불안감이 가득히 마음 속을 채워왔다.
그렇게 불안감을 안은 채 도착한 문제의 그 곳. 가온 님께선 뒷모습만 보인 채 경계선 밖에 서 있었고, 그 모습에 안심하려던 찰나, 가온 님의 오른팔에 붉은색의 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것을 빌견하고는 멍했던 두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동시에 덜덜, 몸을 작게 떨었다. ...저, 저것은...
뭔가, 이상한 느낌.
이어서 누리 님께서 가온 님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누, 누리 님...! 잠시만요!"
황급히 누리 님의 손을 붙잡으려고 하며 누리 님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려고 했다.
"...일단, 제가 먼저 가볼게요. 저, 뭔가 불안해서..."
누리 님께서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위험해보였다. 애써 덜덜, 작게 떨리는 몸으로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며 가온 님께 말을 걸어보려 했다.
령은 가온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고, 아사와 리스는 더 이상 나아가는 누리를 막았다. 그리고 리스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가온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하지만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팔을 흔드는 행동을 하다가 그는 팔을 내렸고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 마침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정체는 가온이 아니었다. 그것은, 좀 더 굵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방해하기나 하고 말이야. 하긴, 약자들은 눈치가 쓸데없이 좋고 빠르지. 그러니까 살아있는 것이겠지. 그런 낙원을 지칭하는 유약한 땅에서..."
".....!"
그 목소리를 들은 누리는 정말로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며 리스에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정말로 다급한 목소리였다.
"리스! 어서 물러서!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야!"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챈거냐? 섭하지 않나. 여러 의미로 말이야."
이내 가온의 몸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 일그러짐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오른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붉은 여우 수인 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까전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의 바로 옆쪽에 가온이 쓰러져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틀거리면서 일어서려고 하는 가온의 몸을 발로 밟으며 그는 고개를 돌려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잔혹하고 무서운 인상의 붉은 여우 수인 신의 모습에 누리는 몸을 떨면서 뒷걸음질을 쳤고 그 여우신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누리 이외에는 나를 처음 보나? 이 땅을 직접적으로 찾아온 적은 없으니 처음 보는 것이 당연하겠군. 그렇다면 소개해볼까. 아니, 소개시켜볼까? 내 피조물에게 말이야."
".......!"
"뭘 그렇게 벌벌 떨고 있나? 소개도 못해주나? 한심하군. ...뭐 좋아. 평화에 찌들어있는 신들에게 소개를 못할 것도 없으니까. 잘 기억해둬라. 신들이여. ... 내 이름은 붉은 여우, 적호. ...재앙을 내리는 고위신이다. 내 피조물에게 조금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꺼져주겠나?"
"누리야 아는 신이야...?" 라는 것은 가온의 모습을 띠었던 신이 하는 말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자기가 소개를 하는데, 그걸 안 듣지는 않습니다.
"시뻘건 여우. 응 알았어. 근데 피조물이란 건 뭔 의미?" "아. 혹시 은호님 남편이었던 거야?"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건가 의심될 만한 말을 툭툭 내뱉는 게 참...
"근데 누리가 보이는 표현 보니까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로 이혼당한 거야? 그럼 위자료나 잘 납부하면서 살지 왜 온 거야.." "애초에 벌벌 떠는 상태의 누리랑 같이 있게 하면 뭘 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놔두긴 좀 그래." 갸웃합니다. 누리에게 뭔 관계인지는 몰라도 좀 껄끄러운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긴 했는데.. 라고 속삭이려 합니다. 나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었을지도..?
"그리고 가온을 쓰러뜨리고 말하는 건 협박도 겸하는 거잖아." "협박범에게 넘겨주면 유감스럽게도 약자라서 한 번이 치명적인걸-" 누구라도 일단 보고가 필요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보고를 하라는 듯 리스나 령에게 눈짓해봅니다. 일단 자신도 보고를 해보려 시도합니다. 아마 보내진다면 다솜 경계선 부근. 조금 전. 적호가 가온을. 상처입힘. 누리를.데려가려는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보임. 혹시 누리 아빠가 쟤예요?
누리 님을 대신하여 가온 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지만, 가온 님께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팔을 내리고 작게 혀를 차며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온 님의 것이 아니었다. 가온 님보다 굵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
불안감과 두려움이 혼란스러움의 형태로 떨리던 찰나, 갑자기 누리 님에게서 아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 목소리에 흠칫, 몸을 작게 떨며 앞으로 걸어나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행히 경계선 밖으로 나가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내 가온 님의 몸이 일그러지더니 점차 형태가 바뀌어갔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붉은 여우 수인 '신' 님의 모습...? 그리고...
"...! 가온 님!"
그 옆에 쓰러져있는 가온 님의 모습. 그에 크게 떠진 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입가로 가져간 두 손이 덜덜,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온 님의 몸을 밟으며 고개를 돌린 붉은 여우 수인 '신' 님. 잔혹하고 무서운 인상에 작게 떨리던 몸이 순간 더욱 흠칫, 떨었다. ...저, 저 눈빛은...
이내 붉은 여우 수인 '신' 님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리 님과는 이미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던 것일까. 그러나 그 말은 결코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고, 다른 '신' 님을 짓밟는 '신' 님이라는 것에 혼란을 느끼며 적호 님과 가온 님을 번갈아 바라보던 눈동자와 정신이 이내 꺼지라는 말에 뒤늦게 제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반응을 보였다.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누리는 령의 물음에 어떻게든 대답했다. 하지만 정말로 무섭다고 느끼는 것일까. 누리는 적호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어 들려오는 아사와 리스의 목소리에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비웃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누가 일족을 배신한 녀석의 남편이라는거냐?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군. 그리고 뭔가 신통술을 써서 은호를 부를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것이 좋아. 그 녀석 쪽에는 지금 내 밑의 부하가 가 있으니 말이야. 아마 여기로 쉽게 오진 못할거다. 그 녀석이 무섭진 않지만 그 녀석을 불러서 좋을 것은 없거든. 그리고...그쪽의 홍학.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밟지 말라는 말을 내가 왜 들어줘야하지?"
뒤이어 그는 보란듯이 가온의 등을 힘껏 짓밟고 발을 비비기 시작했다. 꽤 아프게 밟았는지, 가온은 크게 비명을 질렀고 일으키려는 몸이 다시 땅에 쿵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비웃듯이 이야기했다.
"피조물이 아니라고? 내가 만든 이인데 왜 피조물이 아니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 피조물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너희들... 그 꼬맹이가 은호의 딸이라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냐?"
뒤이어 그는 주먹을 쥔 후에 결계를 힘껏 쳤다. 그와 동시에 결계가 크게 흔들렸다. 파직- 하는 소리가 강하게 울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때문에 나는 소리인 듯 보였다.
"하하하하! 그렇군! 그런거였어! 은호도, 그 계집애도, 여기 이 늑대 나부랭이도 아무것도 말을 하지 않았나보지? ...그렇다면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내 피조물을 되찾으러 왔다. 내가 내것을 다시 가지러 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너희들에게 막을 권리라도 있나? ...죽음의 여우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나?"
"....싫어...그런 거...싫어...."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누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꽉 막았다. 그리고, 적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비웃기 시작했다.
"일족이 있었어?" 근데 그 일족이 다 그런 성격이면 좀 많이 그렇겠다. 라고 일족을 다 디스해버립니다. 아니면 시뻘건 여우 니가 배신을 때린 건데 자기가 옳다고 한다거나? 라고 말하려 합니다.
"시뻘건 여우의 피조물인데. 은호랑 닮은 건 왜야?" 빨강 유전자는 어디 가고 은여우인 거야?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물론 빨간 여우가 만들었다고 다 빨간 여우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왜 은여우지? 라고 갸웃합니다.
"응. 문제 많다고 생각해" "내가 내 것을 가지고 간다라는 건 피조물의 의사를 무시한 건 둘째치더라도" 애초에 기본적으로 뭔가 부탁을 할 때에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게 필요하거든. 일단 이쪽의 인사를 상처입혀버렸으니까 감정이 좋아질 리가 없잖아? 생글생글 웃는군요.
"게다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게 하려는 태도는 협상에서 마이너스야." 강하다고 그런 식으로 하면 인간 모습인 게 뭔 소용이야. 그냥 동물 모습으로 물어뜯으면 동물이니까 라고 관대하게 보이기라도 하지 인간 모습으로 그러면 솔직히 별로지. 물론 인간 중에도 동물보다 못한 것들도 많은데 그걸 따라한 거면 마이너 카피인 것 뿐이잖아? 라고 피식 웃었습니다.
적호 님께서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들을 한껏 비웃었다. 은호 님을 부르는 것조차도 차단시켜버리며. 그에 은호 님 쪽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지금은 이쪽이 더욱 급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누리 님을 지키면서 가온 님을 데려오는 것이 중요할 터였으니. 하지만...
"...!"
적호 님께서는 자신의 부탁에 오히려 가온 님의 등을 더욱 짓밟고 발을 비비기 시작했다. 크게 떠진 두 눈동자가 눈에 띄게 떨려왔다. 입가를 가린 두 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가온 님께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괴로운 비명소리가 가득히 들려왔다.
"그만해주세요...!!"
고통스런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였다. '신' 님께서... '신' 님께서... 이어서 적호 님께서는 다시금 자신들을 비웃고는 주먹으로 결계를 힘껏 쳤다. 파직, 하는 소리에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것이었다. 불안의 정체가. 동물적인 본능이 알리는 위협의 정체가.
"...그게 무슨...?"
적호 님께서 만든 피조물이신 누리 님. 누리 님께서는 은호 님의 따님이...? 동그래진 눈동자가 멍해졌다. 그에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려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께서는 두 손으로 귀를 꽉 막은 모습이었다. 무척이나 불안해보이는 모습. 그에 두 눈동자가 살짝 떨려왔다. 그러나... 이내 조용히 누리 님께 괜찮다는 메시지를 텔레파시로 보내보려 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적호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께서 원하시지 않고 있으세요. 그렇다면, 저는 막을 거예요. 누리 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해드리는 것. 누리 님께서 '행복'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 그것이 바로 적호 님께서 누리 님을 데려가시게 둘 수 없는 이유예요. ...설령, 이것이 무례한 일이라 하더라도."
'신' 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크나큰 죄라 하더라도. ...저의 죗값은...
"누리 님께서는 죽음의 여우도, 피조물도 아니예요. 누리 님께서는 누리 님. 은호 님의 따님이시자 저희들을 위해주시는 따스한 '신' 님이세요. ...그러니까... 이 이상 누리 님도, 가온 님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저의 '신' 님. 부디 저에게 용기와 힘을 주세요. 애써 떨리는 몸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자신의 '신' 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사: 싫어. 일단 상사로써의 성격이 무척이나 4가지 없어보이니까 부하를 굴릴 것 같단 말이야. 음.. 아냐. 부하를 굴리기만 하면 말도 안해. 일하는 거 좋아하니까. 근데 화풀이 샌드백이 되고 싶진 않거든. 게다가 난 이미 다른 데도 관리하고 있거든. 아사주: 사실 잊어먹고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알지 못하다니.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 죽음의 여우도, 피조물도 아니야? 은호의 딸이자 너희들을 위해주는 따스한 신이라고? 웃겨서 말도 안 나오는구나!"
아주 재밌다는 듯이, 적호는 키득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선은 계속해서 누리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빤히 바라보며, 정말 그대로 바라보며... 그는 여전히 가온을 발로 짓밟으면서 다시 자신의 차가운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협상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통보하는거다. 누가 너희같은 하등신들과 협상을 한단 말이냐? 은호와 닮은 이유가 뭐냐고? 왜 죽음의 여우고 왜 피조물이냐고? 그럼 전부 알려주도록 하지. 그 녀석은 말이야..!!"
"그만 둬...! 그만 둬..!"
"그 녀석은... 은호를 죽이기 위해서, 일족의 배신자를 멸하기 위해서 그 녀석의 힘이 깃든 털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존재다. 즉, 그 녀석의 몸에는 은호의 힘과 비슷한 힘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것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나. 작년... 누리를 만들어내고, 은호를 죽이려고 했고, 실제로 그 녀석은 임무를 수행했다. 물론 은호에, 백호라고 불리는 하얀 여우, 그리고 지금 내가 짓밟고 있는 이 늑대의 힘까진 이기지 못해서 도망치긴 했지만 말이야. ...결국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호은골. 즉 그 배신자 녀석이 은혜를 내렸다고 하는 인간들의 마을에서 숨어있다가 인간에게 주워져 쓸데없는 감정을 익히게 되어서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말이야. ...결국 나를 배신하고 목숨을 잃었지만, 은호의 힘으로 다시 살아난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내 피조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그 녀석이 죽음을 상징하는 죽음의 여우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날뛴다고 한들 그 운명은 절대로 바뀔 수 없으니까!" (주 - 2기 극장판 시나리오의 내용입니다.)
"......"
"들어본 적이 없겠지? 이런 내용은 처음 듣겠지? 잔혹하군. 너희들을 위해준다는 그 신은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자신의 사명조차도 숨겼지. 은호도 마찬가지. 결국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신을 옆에 둠으로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고 하는 신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죽이려고 한 신을...굳이 다시 살리려고 할 이유가 있나? 사랑? 자신을 죽이려고 한 이조차도 용서? ...그 은빛 여우 역시, 과거엔 나처럼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재앙신의 일족.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응?"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누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이, 적호는 껄껄거리면서 웃었고 이어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내 말을 믿기 힘드나? 그렇다면 이 늑대에게 물어보지 그러나? 내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 말이야. 누구보다도 그 존재를 죽이려고 한 존재. 지금은 호위라고? 착각도 정도껏 해야지. 이 녀석이 따르는 것은 은호 뿐이다. 은호를 지키기 위해서 위험할지도 모르는 내 피조물을 옆에서 감시한 것밖에 되지 않아."
".....으읏..."
가온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정? 아니면.... 아무튼 누리는 몸을 더욱 강하게 떨면서, 눈을 감았다. 싫어...싫어라는 말만을 중얼거리며...
"알았나? 너희가 뭐라고 하더라도 난 그 녀석을 데려갈거다. 내 피조물인 죽음의 여우를 말이다."
"은호님 딸 맞잖아. 기본적인 생물의 번식요건은 다 갖췄잖아?" 그게 힘과 힘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다를 뿐이지. 그러면 아빠 맞잖아. 음 나쁜 아빠겠지만. 뭔 소리를 말하나 싶어서 들었는데 무슨 착각을 하는 거야. 라고 말합니다. 난 또 은호님이 그냥 쌩으로 입양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물론 입양이라고 했다 해도 배척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재앙신 일족이었어? 아 그러면 배신자라 할 만하네. 오 처음 듣는 사실이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아사의 지식이 +1되었습니다) 그리고
"아 그래. 그래서 뭐." "그러면, 사랑하면 안 된다고 누가 정하기라도 했어? 지금 진짜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아는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강하지만 않았으면 떽떽이잖아? 네가 무슨 법 정하는 신이야? 라고 갸웃거리며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알았지만 넘겨주고 싶은 생각 없는데." 파직파직 깨지겠다. 라고 한가롭게 바라보지만 후퇴해야 할까. 라고 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새끼줄놈도 그렇고 저 시뻘건 여우도 그렇고 다솜지역이 만만한가. 누리를 보면서
"말 안할 만한 사정이었네. 그래도 솔직히 해저지진같은 거 일으켜서 쓰나미 일으켜서 인명피해 막대히 냈다가 버로우타고 신분세탁이라도 한 줄 알았잖아." 저 정도면 별 건 아니네. 라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합니다. 과거에도 뭐 피해 안 냈고 지금 잘 하는데 무슨 상관? 그게 싫었으면 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키웠어야지. 방치해뒀다가 이제와서야? 라고 적호를 보면서 말하는군요.
자신의 말에 적호 님께서는 한껏 비웃음을 보였다. 그 시선 끝에 닿아있는 누리 님을 지키려,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그 사이의 시야를 가리며 막아섰다. ...누리 님은... 안 돼요. 고개를 작게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적호 님의 발 밑에 있는 가온 님을 적호 님과 번갈아 바라보며 살짝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가온 님도, 어서 구해드려야 하는데...
그러나 이어지는 적호 님의 충격적인 폭로.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 그 차가운 목소리에, 순간 바들바들 떨리던 몸이 멈추었다. 숨도 멈추었다. 멍한 눈동자는 동그란 눈매로 바뀌어 크게 떠져있었다. 표정은 멍했다. 하지만... 평소의 그 나른하고 몽롱한 멍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의 이야기. '죽음'의 향기가 깊게 스며있는 잔혹한 이야기. 그것을 마주한 멍함이었다. 익숙한 검은색이, 익숙한 붉은색이 숨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런, 거였나요...? 누리 님의 정체, 은호 님의 정체. 그것들은 전부... 가온 님 역시도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말을 하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누리 님한테서는 싫다는 말만이 반복해 들려오기 시작했다. '죽음'의 여우...
숨이, 쉬어지지, 않...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졌다.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니요. 전 모르겠어요, 적호 님."
한참만에야 천천히, 느릿하게 나온 목소리는 그것이었다. 이내 천천히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두 눈동자는 동그랗게, 차분히 뜨여져있었다. 몸도, 목소리도, 두 눈빛도, 모두 떨리지 않았다.
"운명은 변할 수 있고, 모든 것들은 변할 수 있어요. 그런 과거와 정체, 사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제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신' 님은 '현재'의 누리 님과 은호 님, 그리고 가온 님과 백호 님이세요. 죽음과 배신자. 그것들만을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고 하더라도, 변할 수 있어요.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의 누리 님, 은호 님, 가온 님, 백호 님처럼 말이예요. ...그리고 그런 지금의 네 분의 '신' 님들께서는, 결코 그런 존재들이 아니시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어요. 감히, 따스하고 다정하신 '신' 님들이시라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신' 님들을 믿는 목소리는 확고하고 굳세었다. 부드러워보이는 강함. 그것이 바로, 신뢰와 믿음.
"그런 과거를 숨기셨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괴롭고 고통스러운 기억이었을테니까요, 분명.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그저 과거일 뿐. 지금 이 순간은 현재예요. 그러니 저는 '신' 님의 과거보다는 현재를 바라보고 싶어요. ...그러니... 지킬 거예요. 누리 님을, 가온 님을, 모두를. 죽음의 여우도, 적호 님... 아니, 당신의 피조물도 아니신, 그저 제가 만나왔던 밝은 웃음을 지으시던 누리 님을."
숨을 쉬었다. '죽음'이 손짓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예요. ...부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멀리서 보고만 있자니 희극이구나. ...쓸데없이 말이 많은 적이네. 딱 질색인 타입이야. 1절로 줄여서 말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뒤늦게 도착한 세설이 있었다. 걸음이 느렸다. 마치 주변의 살벌한 상황따위는 모른다는 듯이.
"뻔한 레퍼토리. 뻔한 철학, 뻔한 선민사상. 하하... 악신화 된 고위신들은 다 그런 꼴인가? 오만하고 방자하기 짝이 없지. 당신같은 신을 한두번 본게 아니라고. ...그래그래, 그만한 힘을 가졌으면 마음껏 자랑스러워 해도 좋지. 약한 신 따위가 감히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아무렴."
겨우 섞어 쓴 존댓말에는 존경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비웃음을 참기라도 하는 듯이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 갈 줄 모르고. 평소에도 저랬던 것인지. 아니, 그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편린. 예전의 그를 알고 있었더라면 익숙할지도 모르는 모습
"솔직히 은호나 누리, 불여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관심 없어. 원래대로라면 남남으로 전혀 간섭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누리를 불여시 당신에게 주면 되는 걸까?"
세설은 벌벌 떨리는 어깨를 뒤에서 감싸 쥐었다.
"...라고 할 것 같아? 유감스럽게도. 누리를 넘겨주면 은호가 제정신으로 있을 것 같진 않거든... 게다가 적에게 지금 당장 불리하답시고 중요한 전력을 넘겨주는 것 만큼 멍청한 짓은 없지. 그래서, 넘겨주면? 라온하제를 망가뜨리기라도 할건가? ...유감스럽게도 난 이 평화가 마냥 싫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눈을 감고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채로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얼굴에 모든 표정을 지워낸다. 방금까지 적호의 앞에서 지껄이던 이는 어째서인지 적호의 뒤로 월도를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자신의 뒤로 공격하려고 하는 세설을 아주 가볍게 손으로 붙잡으면서 적호는 피식 웃어보였다. 모두의 말을 분명히 들엇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일까. 그는 아사, 리스, 세설을 번갈아바라보면서 세설의 목을 잡고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스를 바라보면서 비웃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약한 이들은 언제나 그렇게 감정에 호소하지. 하지만 결국 정해진 운명은 벗어날 수 없지. 약한 자는 강한자에게 속박당하고, 강한 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이 연약한 까치처럼 결국 주제를 모르고 덤비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법이다. 고위신이건, 그 밑의 신이건 결국 자신의 운명에선 벗어날 수 없어. 아무리 발버둥치고 저항하고 모른 척 한다고 해도 말이야."
이어 그는 세설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 눈빛이 보통 차갑고 사악한 것이 아니었다. 그 사악한 눈빛은 정말로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진심으로 나에게 덤벼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설사 그 칼이 나에게 맞으면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나? 고위신을 너무 얕보는군. 네 녀석은 필요없어. 내가 볼일이 있는 것은 바로 이 늑대 나부랭이니까."
이어 그는 세설을 있는 힘껏 집어던져서 결계 안으로 넣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누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축 늘어진 가온이 들려져 있었다.
"...죽음의 여우 누리. ...이 녀석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이 녀석이 죽으면, 결계는 크게 약해지고, 내 힘이라면 그 결계를 깨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네 주변의 이들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
"...당장 기어나와라. 그렇다면 이 녀석은 돌려주마."
협박. 그것은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리고 누리는 그 협박을 들으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응. 약한 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발전시키기는 했지. 여우도 살아남기 위해서 땅을 파기도 했다잖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에 고개를 기울입니다.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별로 좋은 말은 아닌데.
"그렇네. 그렇게 따지면 지금 패잔병이 누리를 얻겠다고 떼쓰는 거잖아." 배신하고 죽었고, 부활했다는 건 네가 죽은 누리를 회수할 틈도 없이 패퇴했다는 거 아냐? 지킬 게 있어서 약한 은호에게 한 번 패퇴한 거잖아? 네 논리대로라면 은호에게 굴복하는 게 네 운명인 거잖아? 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약간 불안한 것은 있기는 합니다. 그걸 티내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세설이 던져지자 적당히 부축해주려고 시도합니다.
"그렇지만 네가 누리를 이용해서 라온하제에 안 쳐들어 올 거란 보장은 없잖아. 뭐 만화같은 데 나오는 것처럼 어기는 순간 꽥하는 맹세가 있고 그걸 해도 약한 이랑의 맹세는 쓸모 없다면서 부술 것 같지만." "네 논리대로라면 지금 부수냐 나중에 부수냐일 뿐이잖아?" 지금 가온을 죽인다는 협박을 듣고 툭 내뱉습니다. 물론 지금 방법이 없다는 것도 맞는 사실입니다.
세설 님께서 적호에게 공격을 하려 했지만 이내 그것은 가볍게 저지당해버렸다. 그리고 오히려 세설 님의 목을 잡고 강하게 조이기 시작하는 적호. 그 모습에 다시금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덜덜, 몸을 떨었다. '신' 님을...
이어서 자신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자신을 비웃는 것쯤이야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저, 세설 님을 풀어드려야 한다는 생각 뿐.
"정해진 운명이란 것은 있지 않아요! 그 운명에 대해서 거역하고 맞서싸우면서 바꿔나가는 거예요! 모두가 그렇게,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거예요...!"
절규에 가까운 처절한 목소리였다. 그래,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 역시도 그러했다. '살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죽음이 다시금 손짓해왔다. 세차게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아직, 안 돼요...!
이내 세설 님께서 결계 안으로 집어던져지자 황급히 세설 님의 이름을 외치며 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무릎을 땅에 꿇은 채 세설 님께 괜찮으신지를 묻다가, 적호의 손에 축 늘어진 가온 님이 들려지자 고개를 돌려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적호의 협박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 없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 쓸데없는 존재.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꽈악 주먹 쥔 두 손 역시도 작게 떨려왔다. ...제가 만약 '신' 님이었다면. 강력한 '신' 님이었다면. 저의 '신' 님이었다면. 저는 뭔가를 할 수 있었을까요...?
누리 님께서 사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고개를 돌려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 안 돼요. 지금 나가신다면 누리 님께서도 분명 위험해지실 거예요. 지금은, 지금은..."
횡설수설, 가온 님께서 힘없이 늘어져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눈을 꽈악 감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구슬을 희미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그대로 은호 님과 백호 님께 텔레파시를 보내려고 했다.
...제발,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신' 님...!
만약, 닿지 않는다면. 그 때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적호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 ......'신' 님을 거역하여 맞서싸우는, 돌이킬 수 없이 크나큰 죄를 저지르리라.
...아무도 내보내거나 죽게 하지 않을 거예요. 처음으로 분노의 감정이 두 눈동자에 굳게 실려있었다.
"......어차피 누리 님께서 나간다고 하시더라도 저희를 죽일 수 있다면 죽이실 생각이시잖아요? 그러니... 누리 님은 절대로 드릴 수 없어요. 어서 가온 님을 놓고 누리 님을 포기하세요, 당신."
부탁의 말이 사라졌다. 당연히 자신은 상대도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죽음'은 더이상 두렵지 않아요. '신' 님을 위한 죽음이라면, 기꺼이 각오하여.
목이 졸려져 차단된 공기가, 던져지는 것과 동시에 폐부를 때리듯이 들어온다. 바닥을 몇차례 구른 다음, 나무에 부딫쳐 겨우 멈춘 설은 곧바로 땅을 디디고 일어섰다. 숨을 거칠게 고르며 잇새로 새어나는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잠깐... 각혈이 나올만큼의 충격이 전해졌었나?
"지금보다 이성적일 때가 없지. ...내가 사는 곳이 위협받고 있는데."
정신없이 중얼거리다가 쓰러지려는 것을, 월도로 지지하여 방지한다. 한참이나 숨을 고르며 무언가에 거슬린 것인지, 고개를 들어 노려본다. 그 타이밍은 '운명은 정해져있다.'였지
"...하. 설마 그 소리를 네게 듣게 될 줄은 몰랐군. 맞아. 맞는 말이지. 그걸 실감하지 못할 만큼 세상물정을 모르는 멍청이는 아닌데, 지금 운명에 저항해봤자 개죽음이 뻔하잖아?"
허탈하게 웃음을 내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눈에 담긴 미묘한 살기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하지만, 당신에게서 그 *같은 소리를 들으니까 더 *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러니까... 멍청하게 덤빌거다."
그게 원래 내 방식이야. 다시 월도를 적호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승산따윈 없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은호가 올 때까지만 시간을 끈다면... 그때 누리의 목소리가 찌르듯이 들려온다. 그쪽으로 바라보는 것은 서리처럼 차가운 눈동자.
자신을 말리려고 하는 목소리가 누리의 귀에 들려왔다. 하지만, 누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여 그 누구의 모습도 보는 일 없이 아래로 푹 숙여, 정말로 푹 숙여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나는 처음부터 여기에 있으면 안되는 운명이었나봐. ...나는 정말로 엄마를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가 맞으니까... 그리고 내가 가지 않으면... 정말로 가온이는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화를 내는 리스의 모습도, 그리고 조용히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아사의 모습도, 정말로 차갑게 자신을 바라보는 세설의 모습도 모두 눈동자에 담으며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가온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두 팔을 힘겹게 올려 그 발톱으로 적호의 피가 흐르는 팔에 발톱을 박아넣으려고 하며 그는 이야기했다.
"...안...됩니다...누리...님... 저는...전...괜찮...으니..."
"......."
"아아아아악!!"
이어 가온의 비명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의 목을 꽈악 조이면서 그는 그 모습을 확실하게 누리에게 보여주었고 누리는 크게 비명을 지르듯이 이야기했다.
"그만 둬! 갈게! 갈테니까!! 운명이라는 거 받아들일테니까...! 다시 죽음의 여우로서...살테니까...당신에게 갈테니까...제발..! 대신에... 이 땅을 건들지 말아줘! 여기 있는 이들도, 엄마도 건들지 말아줘!"
"은호는 모르겠다만 여기에 있는 이 하등한 녀석들에겐 관심없어. 내가 굳이 파괴를 한다고 한다면... 은호의 은혜가 내려진 마을, 호은골 밖에 없으니 말이지. 하지만... 그것도 조금 생각해볼 수도 있어. 자...와라..."
누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곧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뒤이어 누리는 노래를 시작했다. 그것은 참으로 곱고 아련하고, 안타까운 목소리였다. 참으로 비탄적이고, 슬픈 멜로디가 이어지고 그 노래는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였다. 모두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지러워지는 순간 속에서 정신은 점점 혼미해졌다. 기운이 빠지고 기력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일어서기도 힘들고, 초점이 흐려지는 그 상황속에서 버틸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것이 바로 죽음의 여우로서 가지게 된 고위 능력. 생명력의 컨트롤이다. ...생명력을 빼앗아서 기절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그대로 목숨을 뺏는 것도 가능하지. 생명력을 누구에게 부여할 수도 있고... 이제 알겠나? 그런 힘을 아직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이미, 내 피조물인 누리의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게 평화를 누려? ...웃기지 마라. 죽음의 여우로서, 그 재앙의 힘을 마음껏 이용해주마."
ㅡ...미안해...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은 꺼졌다. 지친 숨소리만이 그 안에서 조용히 울릴 뿐이었다.
//반응레스를 받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일단 빠르게 진행을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남은 분량은 내일 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반응 레스를 올리고 쉬시면 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누리 님. 그렇게 정해져있는 운명은 없어요. 설령 그렇게 정해져있다고 하더라도 누리 님께서는 그것을 이행하지 않고 저항해 오셨으니까, 그러니까..."
드물게 곧바로 튀어나오던 말은 누리 님께서 그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자 그대로 멈춰져버렸다. 놀란 듯 동그랗게 커진 두 눈동자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누리 님을 막으러 가려던 찰나, 가온 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
날카로운 발톱과 피.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소리. 그 모든 것에, 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려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두 눈을 꽈악 감아버렸다. 귀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아니,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찢어지는 것은 어느 쪽이었을까. 흐윽, 애써 숨을 들이켰다.
"...누리... 님..."
힘겹게 고개를 들고 누리 님의 이름을 불렀다. 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하지만 누리 님께서는 다시금 미안하다는 말을 작게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우면서도 아련하고 슬픈 멜로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자신들의 몸에서 뭔가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몸이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신 역시도 혼미해져가기 시작했다. 낯설지 않은 익숙한 감각. 이... 것은... 하나밖에 없는 시야 역시도 점차 흐려져가기 시작했다. 존재가 희미하게 지워져가기 시작했다. 서있기조차 힘겨운 감각. 자신도 모르게 털썩, 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옆으로 넘어지듯 쿵, 하고 쓰러져버렸다. 흐릿해진 시야와 정신 속, 들려오는 적호의 비웃음.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보인 누리 님의 모습과 목소리.
죽음이 선명해졌다. 존재는 희미해졌다.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은 잠들어버렸다. 행복은 잠들어버렸다. 어쩌면, 다시는 깰 수 없을 깊은 잠 속으로. 마침내 희미한 시각마저 꺼져버렸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누리 님을 믿어요. '신' 님을 향한 신뢰만큼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 '신' 님께 삶을 받았다면, 죽음 역시도 '신' 님께.
>>659 전 오히려 세설이의 그게 멋있었는데요? :D 리스는 성격 상 닥돌 공격은 못 할 아이라 답답했는데...ㅠㅠㅠ 그래서 령이도 검 빼든 거 멋있었구요!ㅎㅎㅎ 그러니 설이도 민폐+트롤링이 아닙니다! 리스는...괜히 말을 꺼냈다 가온이가 더 밟히게 해서 엄청 미안했는데...ㅠㅠㅠ 그러니 리스가 민폐이자 트롤링입니다...!(끄덕)
개인 이벤트는...무리하게 하지 않아도 되고 한다고 해도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자신의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벤트를 하면 되는 것이기에...물론 그렇다고 마냥 통과시킬수는 없지만 말이에요! 아무튼...스레주는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고..푹 쉬세요!
모두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조용함이었다. 분명히 기운을 잃고 쓰러졌건만, 자신들은 아직 살아있었다. 몸이 아픈 곳도 없었고, 오히려 쌩쌩한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주변은 조금 황폐한 느낌으로 바뀌어있었다. 풀은 시들어있었고, 꽃은 말라죽어있었다. 저 편에 있는 벚꽃나무 숲은 멀쩡했지만 그 근방의 꽃들은 모두 말라죽어 널부러져있었고 풀은 말라버려 노란빛이 되어있었다.
"...정신이 들었느냐?"
이어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은호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은호와 백호의 모습이었다. 상당히 분한지 은호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고, 그 옆에 있는 백호는 은호를 천천히 토닥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근에는 가온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분명히 다친 몸이었건만, 지금 가온의 몸은 멀쩡해진 상태였다.
"...한 발 늦었구나. ...그 망할 파란 늑대 녀석에 너무 잡혀있었도다."
"그것은 은호 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양동작전이라는 것을 미처 계산하지 못한 제 실수입니다."
백호의 위로를 뒤로 한 채, 은호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에게 입을 열어 조용히 질문했다.
황폐한 라온하제라... 이런 건 어울리지 않는다. 령은 몸을 일으키며 생각했다. 제가 아는 라온하제는 항상 생기가 넘쳤는데... 령은 검을 꼬옥 쥐며 생각에 잠겼다. 그 적호라는 여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재앙을 내리는 신이라고 했나? 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분함에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은호님."
령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호와 백호의 모습이 보였다. 다쳐보였던 가온이 멀쩡해져 있었다. 령은 고개를 숙였다. 누리가 끌려갔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그저 조용하디 조용한 곳. 풀들이 시들고, 꽃들이 말라죽어있는 곳. 벚꽃나무만이 그저 이질적인 분홍색을 피워놓고 있는 가운데, 멍한 눈동자가 더욱 몽롱해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앉았다. 익숙하디 익숙한 상황. ......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은호 님."
멍한 목소리가 한 박자 늦게 새어나왔다. 그 옆에는 백호 님과 가온 님도 있었다. ...저는... 죽은 게 아니었나요...? 왜 다들 이곳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다못해 새하얗게 깨끗해졌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함. 이윽고...
"...누리 님... 누리 님... 은... 잘 모르겠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은호 님... 누리 님을 끝까지 지켜드렸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적호... 에게, 누리 님께서 노래를 부르시자 정신을 잃어버려서 그만..."
횡설수설, 이내 머릿속에 기억이 다시 물밀듯이 들어차와, 어떻게든 대답을 했다. 그러나 표정은 자책과 괴로움에 살짝 일그러졌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고통스럽고 죄송스러웠다. ...죄악이 들어찼다.
"흑호...그 망할 영감탱이를 아느냐? 황호도 있고, 녹호도 있느니라. 아무튼 그런 것은 좋으니까 넘어가도록 하겠느니라."
아사의 말에 답을 한 후에, 령과 리스의 답에 귀를 기울인 은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이어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모두를 향해서 이야기했다.
"...너희가 들은 그 노래는 누리의 고위신으로서의 능력. 생명력의 조절. 그 노래를 듣는 이는 생명력을 뺏기기도 하고, 반대로 주입되기도 하느니라. 보아하니, 너희들의 생명력을 극한까지 뺏었다가, 이 근처의 식물들의 생명력을 이용해서 너희들에게 다시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 분명하느니라. ...그 노래를 듣는 이는 누구라도, 생명력을 뺏기고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없느니라."
"...죄송합니다. 은호 님. 백호 선배. 제가...제가..."
"네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라. 목숨을 지킨 것만으로도 다행이니라."
이어 그녀는 조용히 침묵을 지킨 후에 고개를 내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확인을 하고 싶다는 듯이 모두에게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디까지 들었느냐?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 ...누리에 대해서... 가온이에게 일단 듣긴 했느니라. ...적호 녀석이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고... 일단 정리가 안되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하도록 하라. ...내 설명을 해줄터이니."
어쩌면 지금은 궁금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질문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진짜 있던 거야..?" 응 확실히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신기하긴 하네. 라고 중얼거립니다. 칼라풀 전대를 생각했다는 건 묻어두자. 그리고 아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기울이다가 말하려 합니다.
"음.. 빨강 여우가 내가 대충 이해한 바에 따르면 누리를 태어나게 한 존재이고, 재앙을 일으키자고 꼬시다가 안 되니까 가온이 가지고 협박질을 했어." 내 말에 막 많이 대답하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대답한 걸 보면 죽음의 여우니 뭐라고 했고...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약자는 짜져 있어야 한다고도 했던가. 그 외 할 말이 그렇게 적진 않아보였지만, 그렇게 많지도 않았겠지요.
"누리가 그런 줄은 몰랐지만 예전에 뭐였던 지금 잘 사는 애를 데리고 가겠다면서 협박질이라니. 덜되어먹었다고 생각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은호 님의 목소리. 그 설명을 조용히 들었다. 생명을 빼앗기도 하고 주기도 하는 노래. 그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생명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노래. 두 눈을 잠시 깊게 감았다 떴다. 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침묵. 그것을 깨고 은호 님께서는 이내 자신들에게 확인을 하려는 듯이 질문 하나를 던져왔다. 그러나...
"......정말로 많은 것을 들었어요. 누리 님께서 태어나신 이유, 은호 님과 가온 님, 백호 님의 과거,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괴로운 과거는 이제, 더이상... 두 눈을 꽈악 감았다가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은호 님을 가만히,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조금은 슬픈듯한, 괴로운듯한 감정이 두 눈동자에 넘실거렸다.
모두의 질문에 은호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일단 아사는 별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고 령과 리스에게선 질문이 들어왔다. 그 모든 말들을 다 들은 후,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적호가 덜되먹은 녀석임은 맞느니라. 참으로 끈질기기 짝이 없는 녀석이로다. ...아직도 포기를 하지 못하니, 참으로 끈질기다고 해야 할 지. 그리고...너희가 알고 있는대로다. 적호는 내 힘이 깃들어있는 내 털을 구해서 그 털을 매개체로 생명을 부여해 누리를 만들었느니라. 왜 누리를 내 딸로 데리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누리를 사랑하는지, 백호와 가온이가 누리를 사랑하는지를 물었느냐."
"그건...."
"조용히 있거라."
그 물음에 가온이 입을 열려고 하였지만 은호는 팔을 들어올려 가온의 답을 막았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을 이어나갔다. 그것은... 조금 길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누리는 나를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보내진 이니라. 실제로 나를 죽이려고 한 적이 있느니라. 하지만 가온이와 백호, 그리고 나의 힘을 다 이길 순 없었기에, 누리는 인간계로 도망쳤느니라. 그 인간계가 바로 내가 은혜를 내린 땅, 호은골. 그곳에서 은호는 인간들과 알게 되었고, 인간들과 지내게 되었느니라. ...하지만 적호는 그 사실을 알고 누리를 데리러 갔고, 결국 누리에게 명령을 내려 호은골의 모든 생명력을 없애버리려고 했느니라. 내가 은혜를 내린 땅을 멸망시켜, 나를 건드리려고 하거였겠지. 하지만... 결국 누리는 최종적으로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생명력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돌려주었느니라. ...그리고 목숨을 잃었지. 적호조차도 생명력을 빼앗겨, 도망쳐버렸고, 나는 그 가여운 것에게 생명을 부여했느니라. ...사랑하냐고 물었느냐. 사랑하느니라. 처음엔 어색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내 딸이고 내 자리를 잇게 할.. 내 털로 만들어진, 나의 힘이 기반으로 만들어진 나의 딸이니라.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느니라. 왜 그 아이를 데리고 있느냐고 하였느냐. ...내가 그 아이를 버리면 그 아이는 정말로 혼자가 되지 않겠느냐. 인간계에 신을 그대로 둘 순 없느니라. 나로 인해서 만들어진 존재라면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생명력을 조절하는 힘은 잘못 사용하면 재앙이 되지만, 잘 사용하면 축복이 될 지어니...그 아이의 힘은 양면성이 강하느니라. 내가 직접 교육시키고 1년이나 되는 시간을 내가 키웠느니라. ...그렇다고 한다면 내 딸이 아니느냐?" (주 - 2기 극장판 내용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처음에는 어색했을지도 몰라도 지금의 누리님은..."
"마찬가지입니다. 누리님은... 이제 은호님의 어엿한 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런 누리님을 지킬 뿐입니다."
곧 백호와 가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뒤이어 은호는 저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경계선 너머 바깥 부분이었다. 이어 그녀는 눈을 감았고,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누리를 되찾으러 가겠느니라. 백호, 가온. 나를 따라오도록 하라. 내 사랑스러운 딸을 되찾아오겠느니라. 아직 그 아이에겐 가르칠 것이 많고, 그런 악독한 녀석의 손에 맡길 수 없느니라. 나로 인해서 태어난 존재. 내가 책임지고 내 딸로 되찾아오겠느니라."
령 님과 자신의 질문. 그것에 대한 은호 님의 대답을 조용히 경청했다. 은호 님께서 부정하지 않으셨다. 누리 님께서는... 정말로 그렇게 태어나신 존재. 그렇다는 건...
찌릿,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어난 존재이셨다면... 누리 님께서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감히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 님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은호 님의 대답은 그것보다도 더욱 안타까운 것이었다. 결국 누리 님께서도 죽음을 맞이하여 모든 것을 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으니. 그리고... 은호 님께서는 누리 님을 사랑한다 하셨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딸이라고 하셨다. 백호 님도, 가온 님도, 모두가 누리 님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잠시 은호 님, 가온 님, 백호 님을
"......다행이예요."
희미하지 않고 선명한 미소가 기쁘게, 환하게 지어졌다. 사라지지 않을 미소. 누리 님께는 '사랑'받고 있었다. '가족'이 되어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예요. 그렇다면....
령은 설명을 다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사연이 있었구나. 령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령은 검을 부여잡았다. 누리는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졌구나. 령은 새삼 누리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것 때문에 적호한테 끌려가는 거라면 너무 가혹했다. 령은 누리를 되찾으러 간다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재수 없는 녀석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위험합니다. 쓸데없이 강하고, 쓸데없이 철저하고..."
"가온이 같은 녀석이니라..."
"적호가 데리고 있는 가온이 같은 이야."
"너무합니다! 두 분!!"
청호가 어떤 이냐는 물음에 가온이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은호와 백호가 덩달아 설명을 했고 가온은 항의를 하듯이 이야기했다. 청호가 자신 같은 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무튼 모두가 다 가려고 하는 그 모습에 은호는 침묵을 지켰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어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은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무리하지 말지어다. 가온아. 네가 지키도록 하라."
"네! 알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그럼...출발해보자꾸나..."
이어 은호는 결계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 옆을 백호가 따라나섰고, 가장 뒤를 가온이 따라나섰다. 천천히 앞으로, 앞으로.. 은호가 가지고 있는 구슬은 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따라서 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걷고 또 걸었을까. 정말로 음침한 느낌의 골짜기에 그들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편에서, 무언가 거대한 나무 같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주변의 풀이나 꽃, 나무에서 무언가 녹색 빛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고 저 편에 보이는 나무를 바라보며 은호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누리로구나. ...저 나무는 주변의 생명력을 끌어모아 만들어낸 형체로다. ...그렇다는 것은 이 부근에 아마도..."
뒤이어 갑자기 어딘가에서 불꽃이 빠르게 날아왔다. 뒤이어 가장 뒤에 있던 가온이 앞으로 돌진했고, 발톱을 꺼내 불꽃을 베어냈다. 이어 가온의 모습이 검은색 늑대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그는 주변을 바라보며 그르릉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강한 돌풍이 불어닥쳤다. 그 돌풍이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적호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푸른색 여우 귀와 푸른색 여우 꼬리를 가지고 있는 여우 수인의 모습이었다.
청호 님에 대한 설명에 가온 님 같은 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에 그저 고개를 살짝 갸웃해보일 뿐이었다. ...청호 님은 대체... 아무튼 이내 모두가 다 함께 가는 듯 했다. 누리 님을 되찾으러. 출발하며 은호 님 뒤를 따라나서는 발걸음은 무겁고 긴장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리 님을 구하고 싶어요. 그것이 아마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
라온하제의 결계 밖으로 걸어나왔다. 은호 님의 구슬은 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은 여전했다. 계속해서 걷고, 또 걸어가자 음침한 골짜기에 도착했다. 그리고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나무 하나. 그 주변에 빠져나가는 녹색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이어진 은호 님의 설명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리 님께서...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하는 불꽃과 검은색 늑대로 변신한 가온 님의 모습. 그 모든 환경들에 순간 창백한 얼굴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순간 숨이 막혀 쉬어지지 않았다. 두 손을 황급히 입가로 가져간 그 순간, 불어닥치는 강한 돌풍. 그리고 나타난 적호와... 청호 님.
붉은색의 여우 수인 '신' 님과 푸른색의 여우 수인 '신' 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퇴장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누리 님을 되찾기 전까진...
"...누리 님을 돌려주세요."
그 전까진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듯이 얘기했다. 비록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은 작게 떨려왔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두 눈동자와 목소리만큼은 떨리지 않고 굳건했다. 강한 의지가 깃들어있었다.
"냅두거라. 청호. 약한 이들의 모욕 따위 얼마든지 들어주도록 하마. 원래 약한 개들이 잘 짖는 법이다."
아사의 말을 들으면서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무시하듯 넘겨버렸고 이어 그는 곧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둘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돌려달라고? 돌려주지 못한다면 어쩔 참이냐? 그 녀석은 내 것이다. 내가 만든 내 피조물이다. 내 피조물을 내가 데려가겠다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지? 아니면 그거냐? 이대로 내버려두면 분하다 이거냐? 아니면 내가 은호를 해칠까봐 두려운거냐? 하하하! 착한 이로서 존재하기 위한 가식이 지나치구나. 그렇기에 약자는 약자인거다."
"말은 다 하였느냐?"
이어 들여오는 것은 은호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금방이라도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 같은 그 차가운 목소리는 모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전혀 지지 않고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니. 안 끝났는데? 자신을 해칠 힘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리도 두려우냐?"
"......."
"그 피조물은 나의 것이다. 보아라. 지금 저렇게 생명력을 끌어모으는 모습을...저것이야말로 저 아이의 원래 된 모습. 이대로 많은 생명력을 끌어모아 너만이 아니라, 너의 땅, 호은골도 부숴주마. 여우의 은혜를 받은 땅? 웃기지 마라. 그런 땅은..."
"...나를 모욕하는 것은 상관이 없느니라. 하지만... 그 이외의 것을 모욕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라."
뒤이어 하늘 위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떨어졌다. 그것은 은호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적호는 아주 가볍게 그것을 받아치면서 은호를 바라보면서 불꽃을 생성했다.
"너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은호. 생명력이 모이게 되고, 그 생명력이 나에게 부여되는 순간, 네 녀석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니까!"
"...해보아라! 가능하다면...!"
뒤이어, 은호는 적호에게 달려들었고 두 신은 모습을 감추었다. 근처의 나무나 바위가 깨지는 것을 보면 분명히 전투는 벌어지고 있었다. 한편 청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검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청호에게는 백호와 가온이 달려들었다.
"은호 님에게는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한다!"
"...건방지게 굴지 마. 파란 여우! 너희들! 빨리 저 나무로 가! 그리고 누리 님을...빨리..! 여긴 어떻게든 잡아볼테니까!"
"보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어 청호의 시선이 다른 신들에게 향했다. 그들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듯 했지만, 가온이의 공격이 더 빨랐다. 청호를 덮치듯이 공격하면서 그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곧바로 크게 대꾸했다. 드물게 격앙된 분노의 말이었다. 분노로 가득찬 두 눈동자가 적호와 청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적호의 말. 자신들을 한껏 비웃는 그 말. 자신을 모욕하고 가식적이라, 약자라 손가락질 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령 님을 욕하는 건, '신' 님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요.
"...저는 얼마든지 그렇게 욕하셔도 좋아요. 하지만 령 님을 욕하진 마세요...!"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어서 들려오는 은호 님의 말씀도, 적호의 말도... 전부, 전부...! 은호 님께서 먼저 선제 공격을 날렸지만, 적호는 그것을 가볍게 받아쳤다. 그리고 시작되는 두 '신' 님들의 싸움. 나무와 바위들이 깨지는 것에 다시금 찌릿,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은호 님께서 사라진 쪽을 아랫입술을 깨문 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청호에게 달려드는 백호 님과 가온 님. 이어서 들려오는 두 '신' 님들의 말씀에, 그제서야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모두가 다치기 전에, 빨리 누리님을...! 두 눈을 꽈악 감으며 두 손을 자신의 구슬에 가져다대었다. ...저의 '신' 님, 저에게 부디 힘을 주세요...! 파앗, 구슬이 빛나기 시작하면서 신통력을 사용하려고 했다. '신' 님의 능력. 그 중에서도 고속이동을 사용하여 나무 쪽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약한 몸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설사 이 사건 이후에 쓰러진다 하더라도, 지금은... 다소 무리를 할 시간이었다.
본격적인 싸움이 일어났군. 령은 사라져버린 은호와 적호를 보며 눈을 빛냈다. 나무와 바위가 깨지고 있었다. 저들은 저들만의 전투를 벌이는 거겠지. 청호는 백호와 가온이 막을테고. 령은 검을 쥔 손을 거뒀다. 그리고 냅다 나무 쪽으로 달려갔다. 누리가 그곳에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두를 뒤로 하고서 그들은 앞으로 달렸다. 저 앞의 나무를 향해서... 오로지 그곳만을 향해서... 뒤에서 쫓아오는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나무까지 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거나 하진 않았다. 그들이 도착한 거대한 나무는 투명한 녹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도 주변에서 수많은 녹색의 무언가를 흡수하면서 그 투명한 녹색 나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잎을 맺고 있었고, 뿌리를 강하게 뻗고 있었고 줄기를 더욱 크고 깊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투명한 녹색 나무 속에는 누리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다가가려고 했다면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언가 벽 같은 것이 투명하게 막고 있었으니까.
ㅡ....싫어...
ㅡ....고마워...
ㅡ...생명을 뺏고 싶지 않아.
ㅡ하지만 나는 죽음의 여우. 그렇게 태어난 존재. 나의 운명. 벗어날 수 없는 운명.
ㅡ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운명. 그러니까...어쩔 수 없어.
모든 것을 체념한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투명한 녹색 나무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방울 같은 것이 조용히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조용한 노랫소리는 계속해서 울려왔다. 그것은 슬프고 어둡고 조용한 노랫소리였다. 이어 더욱 나무는 커지고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그 녹색 나무에서 어디론가 두 줄기의 빛이 저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은호들이 전투를 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누리 님을 생각하여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태어나서 처음 사용해보는 고속이동 신통술은 참으로 힘겨운 것이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 했던 속도의 바람. 그러나 그것을 애써 버텨내며 나무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
그리고 이내 투명한 녹색으로 반짝이는 나무 가까이에 도착하자 보이는,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누리 님의 모습.
"누리 님!"
그에 누리 님의 이름을 부르며 급히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투명한 벽 같은 것에 쾅, 부딪히면서 저지 당해버렸다. 털썩, 자신도 모르게 뒤로 엉덩방아를 찧어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리 님! 누리 님!"
누리 님의 이름을 부르며 쾅, 쾅, 주먹 쥔 두 손으로 벽을 두들겼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하고 슬프고 어두운 노랫소리 역시도 들려왔다. 그에 나무는 더더욱 성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나무에게서 날아가는 두 줄기의 빛이 향하는 곳은... ...전투를 하고 계신 곳...?
누리의 간절한 목소리, 그리고 아사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일까. 웅크리고 있던 누리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무 속에서 나오진 않았다. 멍하니, 초점이 사라져버린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누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조용히 울려왔다.
ㅡ...왜 온 거야? ...여긴... 돌아가... 나는, 돌아갈 수 없어. 이제와서 돌아갈 수 없어.
ㅡ나는 죽음의 여우. 숨겨왔지만 그 사실이 맞아. 엄마를 죽이기 위해서, 호은골을 없애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 너희들도 생명력이 뺏겨봐서 알잖아. ...잘 알잖아. 내가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지금 이곳도 생명력을 빼앗기고 있어. 나에게서.
ㅡ이런 나에게 왜 온 거야. 이런 위험한 곳에...
누리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그 목소리가 조용히, 조용히 머릿속으로 울려왔다. 공허하고 슬픈 목소리. 자신이 그들에게서 생명력을 뺏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숨겨온 정체, 그리고 자신의 운명. 그 모든 것이 한번에 터진 것일까. 고통스럽고 죄스러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 치듯 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딘가에서 적호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왔다.
ㅡ착한 척 위선을 떠는 약한 존재들이여. 끈질기군.
ㅡ그 아이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 아무리 뭐라고 한들... 그 아이의 태생, 그 아이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운명은 변하지 않아.
ㅡ그리도 무서운가? 생명력을 뺏는 힘이? 너희들의 고향을 없애버릴까봐 무서운가? 그렇다면 너희들이 살아가는 그 땅은 없애지 않겠다고 한다면 포기하겠는가?
ㅡ은호도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강한 힘을 뺏기니까 무서워하고, 그 강한 힘을 되찾으려고 하지. 위선이라는 가면을 쓰고서...
ㅡ자신의 목숨을 뺏으려고 만들어진 자를 품어줘? 죽음을 상징하는 신을 보듬어줘? 그런 위선 따위 그 아이에겐 필요없다.
ㅡ사라져라...!
뒤이어 그 근방에 검은색 번개가 강하게 몰아쳤다. 물론 직접적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위협용으로는 충분한 일이었다. 검은색 번개가 계속해서 주변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노랫소리가 조용히 울려왔다. 더욱 주변에서 많은 생명력을 끌어모으는지 나무는 더욱 더 성장하고 있었다.
ㅡ...나를 버리고 돌아가줘. ...나는... 나는....운명을 벗어날 수 없어.
ㅡ왜,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위험한데.
ㅡ돌아가. 돌아가. 너희들을 건들지 않을테니까..제발 돌아가...
//자...이제 여러분들의 감정을 폭발시킬 차례..마음껏 터트려주세요! 마침 적호의 목소리도 들려오겠다..!
령의 어둡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령의 빛이 없는 눈동자는 고요히 누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령은 검을 검집으로 넣었다. 누리를 공격할 의사는 없는 게 분명했다. 적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검은 번개가 몰아쳤다. 령의 드레스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령은 자세를 바꾸기는 커녕 눈 하나도 깜짝하지 않았다. 령은 잠자코 적호와 누리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두렵지 않아."
령의 검은 눈동자가 누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애초에 두려웠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누리, 말해봐. 네가 원하는 게 뭐지? 저딴 놈이 말하는 알량한 개소리 말고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거 말이야. 너는 라온하제에서 우리와 행복하게 지내는 걸 원하는 거 아니었나? 정말 죽음의 여우로서 지내는 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듣자듣자 하니까." "죽음을 상징하면 뭐 어때. 죽음은 탄생을 낳는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 돌대가리야." 생명의 순환에서 죽음이 없으면 탄생도 힘들어 이 빨강아. 죽음을 상징하는 신이 좋은 성격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생명력 빨게하는 건 니가 시켜서 그런 거고. 라는 말도 무척이나 차분한 목소리입니다.
"강한 힘인 줄은 우리는 지금까지 몰랐는데?" "알게 된 건 빨강이 너 때문이지." 강한 힘을 욕심냈더라면 이미 생명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은데 그냥 뒀겠어? 이용한다는 건 그런 거야. 네가 하고 있는 짓이지.
"누리야. 죽음을 상징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두렵다...라곤 생각한 적 없어." "사실 고위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뭐 불행의 신이나 재앙신같은 거라도 납득하고 잘 지낼 수 있겠는걸. 저기 적호도 재앙이기도 하잖아? 죽음의 여우 정도야 그냥 평범하네." 설마 그거 때문에 떠난다던가 그런 거 걱정했던 거야? 운명을 벗어나려 발버둥친 거일 뿐이었어? 아니야. 발버둥친 게 아니라 저건 그냥 살아가다 보니 만난 방해물에 불과해. 적호에 대한 평가가 무척 박합니다만은.
"이미 한 번 했다면 두 번은 전혀 어렵지 않아." 이미 한 방 먹여준 적 있었다면서? 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때처럼 걸라는 말은 아니야.
처절한 목소리가 다행히 누리 님께 닿은 것일까. 누리 님께서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자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빛은 초점이 풀려있었고, 이내 들려오는 누리 님의 힘 없는 목소리에 다시금 입을 열어 소리쳤다.
"저희는 누리 님을 구해드리기 위해서 온 거예요! 누리 님과 함께 돌아가려고 온 거예요! 저는 누리 님의 힘은 전혀 두렵지 않아요! 그저, 그저, '즐거운 내일'을 언제나 꿈꾸며 행복하게 웃으시던 그 누리 님을 다시 되찾고 싶을 뿐이예요...!"
투명한 벽에 가져다댄 두 손바닥이 이내 쥐어뜯듯이 움켜져, 그대로 주먹을 쥐었다. 공허하고 슬픈 감정이 넘실거리도록 느껴졌다. 이 죄책감, 고통, '죄'. ...아니야, 아니예요. 누리 님께서는...! 눈물이 들어찬 두 눈동자를 꽈악 감으며 투명한 벽에 이마를 맞대었다.
그리고, 적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고 서늘하게 누리 님과 자신들을 한껏 비웃는. 이내 그 목소리의 끝에 검은색 번개가 강하게 주변에 몰아쳐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조용한 노랫소리. 나무는 성장하고 있었다. 누리 님께서는 여전히 괴로운 운명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당신이 뭘 알아요."
여전히 고개를 숙여 드리워진 그림자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평소의 그 희미하여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여 그 존재를 더욱 뚜렷이 터뜨렸다.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고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뒤로 한 채, 목소리만이 들려오는 적호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두 눈을 꽈악 감은 채 악을 쓰듯이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다. 절규와도 같이.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만 같았다. 목소리가? 마음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깨져버렸다. 아주 조금이나마 존재했던 작은 신뢰마저도, 무참히 깨져버렸다. 적호는 '신' 님이 아니었다. 저 자는... 저 자는...!! 다시 고개를 내리고 쾅, 쾅, 두 주먹으로 벽을 치기 시작했다.
"누리 님! 누리 님! 저는 두렵지 않아요! 죽음따위, 저는 두렵지 않아요! 그러니까 누리 님과 함께 돌아가고 싶어요! 같이 돌아갈 거예요! 함께 운명에 맞서 싸워드릴게요! 누리 님의 운명에서 누리 님을 꺼내드릴게요! 은호 님, 가온 님, 백호 님, 아사 님, 령 님, 세설 님, 그리고 저도! 모두가 누리 님을 걱정하고 있어요...!"
아파왔다. 그러나... 멈출 순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누리 님의 그 노랫소리를 바꿔드릴게요! 함께 다른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누리 님! '죽음'의 노래가 아니라, '라온하제'의 노래를...!"
파직 파직, 검은 번개가 떨어지든 말든 투명한 벽에 주먹을 쾅, 박아 넣었다. 피가 흐른다. 그럼에도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다만... 정말 웃겨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는 듯이.
"... 네가 지금 그렇게 나약한 소리 지껄여봤자 우리가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 이성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당장에 위험하다고 피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인데. 하하... 애초에, 너를 그냥 내버려 두고 온다면 네 어머니가 가만히 있을까? 응?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아니면, 약한 신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그렇다면, 너도 저 불여시랑 다를 바 없는 고위신이구나."
하, 답답해 죽겠네 진짜. 더이상 웃을 기력도 없다는 듯이 얼굴을 굳혀버렸다. 이래서 어린 신들은 세상물정을 좀 배워야하는데. ...으르릉 거리며 화를 내는 목소리가 매섭다. 가려진 머리카락 사이로 빛이 새 나왔던가.
"시*... 야, 지금 내가 좀 많이 화가 났거든?... 이해 못하는 것 같으니까 친히 큰소리로 설명해줄게. 불여시의 저 나불대는 자체가 비논리의 연속일 뿐인데 그딴 게 운명이라고? 집어 치워! 그딴 운명에 따를 바에는 무슨 결과가 일어나든 억지로 저항해서라도 바꾸면 되는 거야! 운명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약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못한다고...? 그래, 내가... 난 바꿀 수 있었어. 약한 신인 나라도... 바꿀 수 있었지. 분명히... 그러니 내가 운명이든 천명이든 뭐든 그딴 얄량한 단어 따윈 당장에 바꿔주마! 두말하게 하지 말고, 이 결계 열어.... 당장! 니가 원래 죽음의 여우였건 뭐건 상관 없어! 그딴 게 알게 뭐냐! 내가 지켜 볼 수 있는 건 은호의 딸 누리로서, 라온하제의 지배자로서의 운명 뿐이니까!"
운명을 바꾸는 것이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 지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였지? 응?
모두의 말을 들으며 누리는 모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번개는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물러서는 이가 없었다. 강하게 적호를 부정하고 부정하는 목소리가 그곳에 울렸고, 그 때문에 노랫소리는 끊겼고 더 이상 생명력도 빨려들어가지 않았다.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은호의 목소리였다. 적호의 비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것을 보면 적호를 밀치고 자신이 말을 거는 모양이었다.
ㅡ망설이느냐. 운명이라는 것을...
ㅡ돌아가는 것을 망설이느냐. 운명이라는 것 때문에...
ㅡ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너는 나의 딸이니라. 너의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그들이 무엇 때문에 여기로 왔는지 눈을 뜨고 바라볼지어다!
ㅡ저들의 기대를 배신할 참이더냐?
ㅡ내 딸아. 나의 딸아. 너의 운명은 확실히 그랬을지도 모른다. 너의 태생은 나를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니라. 하지만, 나는 너를 거뒀다.
ㅡ너의 친구들의 말대로 너는 더 이상 죽음의 여우 따위가 아니니라. 네가 선택한 즐거운 내일.
ㅡ아무것도 의심하지 말지어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ㅡ너에게 말을 걸고 너를 지키고자, 너를 데려가고자 하는 너의 친구들을 바라보아라.
ㅡ내 너에게 확실하게 말하리라. 후회없이, 말하리라. 너는 나의 딸,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는 여우니라!
ㅡ내 절대로 너를 모욕하는 말들도, 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신을 모욕하는 말들도...
ㅡ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은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색 번개는 사그라들었고,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고요한 침묵 뿐이었다. 눈앞의 나무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강하게, 강하게 흔들리는 나무 속에서 누리가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리스를, 다른 이들을 가로막는 벽은 사라지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 벽은 언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ㅡ...자. 손을 잡으라. 내 딸아. ...누리야.
ㅡ너의 운명을 너의 친구들과 바꾸고 가꿔라.
ㅡ미안하구나. ...너에게 좀 더 빠르게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ㅡ모두 내 잘못이니라...
ㅡ아니야...엄마... 엄마... 모두들...아니야...아니야...아니야...!
이어 누리는 나무 너머에서 팔을 뻗었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서 누리는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것은... 그것은....
"도와줘... 날 도와줘.. 모두들... 미안해..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나무는 더욱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분명히 팔을 뻗고 있었다. 모두를 향해서... 모두를 바라보며...
//클라이맥스 부분이 되겠군요. 자....반응레스를 받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일단 중요한 파트는 빠르게 진행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남은 부분은 다음주에 마무리 짓겠습니다. 남은 부분이라고 해도 마무리 정도니까....! 아무튼..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부모님 마음이란 건 그렇지." "...또 딸 마음도 그렇고." 나에게는 전자와 후자 둘 다 지금은 옅기는 하지만.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확실한 거는 둘 다 서로를 위하고 있잖아? 라고 말하려 합니다. 누리가 은호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런 고민을 할 리가 없었잖아.
"흔들리고서야 꽃이 핀다고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서도 꽃이 피길 원하는 게 아닐까?" 아디까지나 추측일 뿐인 말이지. 라고 느릿하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사라진 벽을 넘어서 누라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팔을 뻗는 이에게 팔을 내밀지 않는 매정한 신으로 생각했어? 유감이야." 내민 손을 잡아주는 정도도 못하지는 않아. 라고 속삭이는 듯 말하면서 팔을. 손을 잡으려고 시도합니다.
검은색의 번개가 계속 몰아쳤지만, 그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에게 있어서는 눈 앞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신' 님, 아니, 누리 님이 더더욱 중요했으니. 절박하게 벽을 쾅, 쾅, 내리치던 손길이 이내 들려오는 적호의 비명소리에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은호 님...?"
눈물 고인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은호 님께서는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죽음, 운명, 그리고 딸. 즐거운 내일. 친구들. 모든 것들이 누리 님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은호 님께서는 확실하게 말씀하셨다. 누리 님은... 누리 님께서는...
은호 님의 딸이자,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는 여우.
은호 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검은색의 번개는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찾아온 고요한 침묵. 거대해져가던 나무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저 나무는 금방이라도 사라지리라. 존재가 희미하게 지워지리라.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리 님에게 가는 것을 가로막던 벽이 사라졌다. 그에 순간 중심을 잡지 못 하고 비틀,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버렸다. 그러나 흙 투성이가 된 몰골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섰다. 그리고 넘어질 듯, 말 듯, 곧장 누리 님께 달려갔다. 벽이 사라진 이상, 더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일 것은 없었다. 오로지... 오로지...
은호 님의 사과의 끝, 누리 님께서는 이내 나무의 너머에서 팔을 뻗었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외쳤다. 미안하다고 외쳤다. 누리 님께서는 울고 계셨다. 마찬가지로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두 팔을 뻗었다.
"누리 님...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이예요. 함께 돌아가요, 라온하제로.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시는, 여우 '신' 님."
눈물방울을 뚝, 뚝, 흘리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누리 님의 한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은 채, 그대로 밖으로 꺼내려고 했다.
'신' 님, '신' 님. 죽음의 노랫소리를 그치고, 생명을 앗아가는 나무의 존재를 지우며, 이제는 다시 '즐거운 내일'을 향해.
생명력을 흡수하던 나무가 사라지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도 흩어져 가는구나. 설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본다. 결계가 깨어졌음에도, 다른 이들이 잡아주는것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한다. ...적어도 자신이 나설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역시 솔직하지 못하구나. 세설 너는...
"이제 그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1절만 해. 잘못했다고도 하지 마. ...이제 네가 할 일은 운명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니까. ...그건 순전히 네 몫이다."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곤 누리를 똑바로 쳐다본다. ...은호한테 딸 교육 좀 잘 시키라고 해야겠네. 이렇게 나약해서야 앞으로 라온하제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야. ...세설 너는 정말... 답이 없네....
"...네가 순응하려던 그 운명은, 이렇게 뒤집기 쉬운 것이였어. 그러니까, 다시는 멍청한 소리 하지말라는 소리야."
일으켜 세워진 것까지 보고는 휙 돌아서서 등을 보였다. ...어라, 희미하게 웃음을 보였던가?
여담이지만 아사가 물어본 흑호는...호은 학교 1기 극장판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답니다. 과거에 은호와 은호와 정을 나눈 이인 이랑과의 사이를 끊고 은호를 호은골에서 몰아내려고 마을 내부의 인연을 제거하고, 은호를 악신으로 몰고 간 이에요. 그래서 은호거 정말로 극혐 수준으로 싫어한답니다.
여담이지만...적호와 청호의 첫 등장도 호은 학교 1기 극장판이랍니다. 300일 기념이었는데... 거기서는... 이제... 첫 등장부터 재앙을 마구 뿌렸죠. 사람들의 인연을 끊어버리는 재앙. 간단하게 연플 우플 브레이커였답니다. 모든 기억을 잃고 첫대면인 것처럼 구는...그런...재앙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사 : 102 고백할 때 신중한 편? 그냥 툭 던지지 않을까요? 신중하진 않을 듯. 다만 진짜 좋아하는 거의 고백은 아닐걸요. 144 생일 선물로 받고싶은 것은? 애초에 태어난 날짜랑 지금 역법이랑 맞기나 할까.. 받고 싶은 걸 생각해봐도 물욕은 은근 없는 듯 있어서 받고 싶다는 걸 부인할 걸요. 191 지금의 성격에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준 것은? 드림 오브 드림..?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근처의 어르신에게 혼이 난다면?" 아사: 나보다 어르신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령: 166 손톱길이는? 깔쌈하게 짧게 자릅니다. 203 외국어 구사실력은? 500년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녀서 할 줄 아는 언어가 많습니다. 단, 회화만 수준급이지 그 이외에는 좀 엉망진창이에여. 258 무엇을 먹을지 고를 때 신경쓰는 점은? 맛이 제 취향인지부터 따집니다.
앵화영장은 언제나처럼 여러가지 청소 등등을 마치고서 개장합니다. 워터파크가 그렇듯 아침 7시 8시에는 청소를 하곤 그렇지요. 밤에는 등을 켜서 달빛처럼 은은하게 비추기도 하고요.
축제라기보다는 일정 일시를 빼고 항시개장이었기에, 천막 같은 가개장식보다는 푸드트레일러나, 트럭 식으로 상당히 공들여서 해놓은 듯합니다. 그 외 기념품 샵이랑도 붙어 있겠지요.
"벚꽃 제품만 모이지 말고 다른 것이랑 적당히 섞여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고.." "다만 불을 써서 풍미를 해치는 것이랑은 어느 정도 분리하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조치해야겠지." 벚꽃빵, 마카롱, 에이드 등등...이나. 그 외 고양이 발 빵이라던가 하는 것 외에 벚꽃으로 만든 다양한 식품들이 보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노점이나 트레일러에 벚꽃으로 만든 기념품 몇 개씩이 달려 있어서 기념품에 흥미를 가지게 만든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솜에 들어온 나는 앵화영장을 향해서 천천히 걸었다. 보아하니 이곳이 다솜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모양인데, 이런곳에서 파는 것을 먹지 않으면 이 백호님이 아니지. 뭔가 요즘 계속 먹방만 찍는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난 먹을 것이 좋은걸. 위험할때는 일을 하니까 괜찮잖아. 안 그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 보니 여기를 운영한다는 이가 다솜의 관리자였던가? 좋아. 그럼 다솜의 관리자에게 직접 추천을 받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하며 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앵화영장인 그 곳에 도착했고 천천히 그곳을 둘러보았다. 벚꽃잎으로 만든 풀장도 그렇고 다른 것도 그렇고, 참 다양하게 있는 모습에 작게 감탄을 하다가 나는 저 편에 있는 아사를 바라보며 아사에게 달려갔다.
"아사야아아아! 여긴 뭐가 맛있어어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달리는 내 모습은 과연 어떻게 보일까? 이상하게? 아무렴 어때? 맛있는 것을 먹으면 그걸로 좋은거지. 안 그래?
탕후루도 오케이고, 그 외 다른 것들도 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돌아보니 백호가 있네.
"백호..?"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달리는 전 관리자 백호의 모습은...음. 그게 생각나는군요. 라는 것에서 생각이 끊기고 잠깐 날아오르려 시도합니다. 달려오는 백호의 뒤에 착지하기를 목적으로 하긴 하지만.. 날았다가 그냥 천천히 내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질문에는 대답해 줘야죠. 앵화영장의 먹을거리..
"처음 오신 분에게는 델라웨어 같은 과일에 설탕시럽을 씌워 굳힌 빙탕후루나 벚꽃 엑기스를 넣어 색이 예쁜 벚꽃(신과) 에이드를 추천해." "벚꽃의 향이 약하기는 하지만 거슬려 하는 분도 분명 있으니까." 그리고 그 향이 거슬리지 않는다면 벚꽃빵이나 아이스크림, 벚꽃주 같은 것도 좋을 거고... 미리내 만년설로 만드는 꽃과일빙수 같은 것도 괜찮지만. 꽃빙수는 딱 예약한 분과 선착순으로 파는 거라. 라고 말합니다만 다솜의 관리자 좋은 게 뭐겠습니까. 본인이 더 준비할 수 있을..지도요?
달려가는 도중에 갑자기 아사가 활짝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여서 나는 어떻게든 멈추려고 두 팔을 바둥바둥거렸다. 이대로 돌진하면 넘어질지도 모르니까. 다리에 힘을 꽉 줘서 브레이크를 꽈악 주면서 어떻게든 멈추려고 시도하며 나는 어떻게든 멈출 수 있었다. 가온이라면 여기서 슬라이딩을 했겠지만 나는 그 정도로 허당이 아니거든. 여유롭게 멈춰선 후에,다시 착지하는 아사를 바라보았다. 살짝 흘겨보는 눈빛으로 아사를 바라보며 한숨을 작게 내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무하네. 갑자기 그렇게 날면 말이야. 내가 너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피할 거 없잖아. 그리고..음.. 빙탕후루? 벚꽃 에이드? 그리고 벚꽃 방과 아이스크림. ...뭐가 좋을까."
이야기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들으며 나는 흥얼거리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결정을 한 후에 아사를 바라보며 먹이를 노리는 사냥꾼의 눈빛을 번뜩이며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눈빛. 잡아먹을 것처럼 보였어." 나 순간 본체로 변할 뻔. 이라고 여상히 말하고는 턱을 굅니다. 뭐가 좋을까. 라는 걸 얌전히 듣고 있었습니다. 뭘 선택하던 상관은 없다는 듯이려나요? 그러다가 먹이를 노리는 사냥꾼의 눈빛을 보고는
"다 먹고 싶으면 간단하네. 이걸 쓰면 될거야." "원래는 식사자리에 비치되어 있는 거지만." 종이를 건네주는데요. 일종의 주문서입니다. 여기에 있는 가게의 물품의 체크박스에 체크를 하고 수량을 적으면 신호가 가고 만들기 시작합니다. 가격도 표시되겠지요. 신통력 좋은 게 좋은 거죠.
"단 꽃과일빙수는 예약이랑 선착이라서 대기번호 100이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는 써야 알아." 라면서 다 먹고 싶다면 다 체크한다? 라고 말하고는 주문서를 건네줄 듯 말 듯 흔들거립니다. 다 체크하면 아마도 특별 손님스럽게 다 내와줄지도 몰라? 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안 잡아먹어! 내가 여기의 신들도 잡아먹을 이로 보여? 혹시?"
부드럽게 웃으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여우도 아니고, 여우 신인데, 아무리 그래도 신을 잡아먹을까? 애초에 그럴 바에는 호은골로 내려가서 멧돼지를 잡아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는걸. 혹은 호은골 내에 있는 고기 식당이라던가? 아무튼 그런 것은 적당히 넘기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내가 달려드는 모습이 은근히 무서웠던걸까? 다음에는 해치지 않아요. 피하지 말아요도 외치는 것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면서 나는 생각에 빠졌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아사의 설명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주문서라. 주문서.. 주문서... 그것에 대해서 듣던 도중에, 아사가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 먹고 싶냐고 묻는 듯한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우 신은 두 말을 하지 않아. 전부 다."
맛있게 먹어줄게. 그렇게 말을 하며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과연 어떤 맛일까? 여기 음식이 그렇게 맛이 좋다는데 말이야. 테이크아웃도 혹시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아사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여기 테이크아웃도 돼?"
그럼 조금 아껴뒀다가 내일 집에서 먹어야지. 후훗.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꼬리를 크게 살랑살랑 흔들었다. 만약 테이크 아웃이 안된다고 하면...여기서 다 먹어야지. 별 수 있나. 뭐?
"음식을 먹겠다라는 의지인 건 알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많이 위험해 보였거든." 알곤 있어도 움찔하게 하는 거 있잖아. 그런 거야. 라고 답하고는 전부 다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물어보는 것에 친절하게 주문서에서 빨간 별이 붙은 음식을 가리킵니다. 주문서 위에 써진 바로는 그게 테이크아웃 불가능한 음식인 모양이네요.
"테이크아웃은 테이크아웃이 곤란한 음식을 빼면 다 돼." 그러니까.. 녹아붙을 위험이 있는 빙탕후루나, 녹을 위험이 있는 꽃과일빙수나, 즉석에서 만들어서 즉석에서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한 것 외에는 다 될 거야. 단 포장비가 조금 추가될 순 있어. 아니면 보증금을 주고 후에 반납할 수 있는 걸로 하던가. 라고 느긋하게 설명합니다.
"테이크아웃을 하고 싶으면 먹다가 해도 괜찮겠지." 꼬리를 흔드는 백호를 보면서 날개를 살짝 털어내듯 바르르 흔들었습니다. 그럼 식사자리로 갈까? 라고 말하려 합니다.
"아. 테이크아웃이 안되는 것도 있어? 그건 좀 아쉽네. 괜찮아.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그것보다는 역시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먼저인걸."
주문서에 빨간 별이 붙은 음식들은 테이크아웃이 되지 않은 음식. 기억하기로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하니, 녹을 수 있는 것들이나 즉석에서 먹는 것들은 테이크아웃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냥 냉동실에 넣으면 안 녹지 않나? 아. 돌아가는 길에 녹을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장비를 추가. 그런 것이 뭐가 어렵겠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나는 아사의 말에 대답했다.
"그런 포장비를 못 낼 정도의 신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지? 이래보여도 전 비나리의 관리자였던 이야. 그 정도 돈은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덧붙여서 음식값도 말이야."
못 믿겠으면 돈을 보여줘?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을 하면서 나는 이어지는 아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기에 서 있으면 식사를 할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아사를 바라보면서 부탁했다.
"그럼 안내 부탁할게. 그건 그렇고 여기, 정말로 예쁘네. 다솜은 원래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이런 곳을 만들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걸? 관리자님의 개인적인 취향이야?"
괜히 궁금했기에 그렇게 물어보면서 나는 아사의 안내를 기다렸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을테니까.
"시간은 많으니까." 죽고 싶어지지만 않는다면 누리가 지배자에 오르기까지 500년이란 시간도 남았고, 다른 시간도 많을 거고. 라고 대답하려 합니다. 맛있는 건 좋아. 라고 말하며 주문서를 보다가 갑자기 질문을 합니다.
"이런 주문서보다는 디지털 기기로 하는 것도 괜찮으려나?" 주문서에 사진이나 그런 걸 넣기에는 너무 커지니까. 디지털로 터치스크린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렇지만 그러려면 초기비용이 드는 법이지요. 그리고 포장비를 못 낸다라는 말에 바보털을 까닥거리며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안내 안 하고 붙이면 사기니까 말한 건데. 라고 고개를 갸웃하지만 놀리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안내를 부탁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정도. 못하지는 않아.
"개인적 취향일지도 몰라." 아마도 그럴 거야. 라고 애매모호한 대답을 남기고는 부드럽게 걸어가면서 안내해주려고 합니다. 식사자리는 그리 멀지 않았을 겁니다. 생각보다 아늑한 자리라던가 많은 느낌이네요. 어딘가의 아늑한 카페라고 해도 믿을 법하려나요? 물론 간단한 구조의 의자와 테이블만 있는 곳도 있긴 있었지요. 어디 앉을 거냐는 듯 백호를 바라보는군요.
"디지털 기기? 그것도 상관없어. 편한대로. 나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거든."
주문서건 디지털 기기건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디지털 기기로 한다고 해서 음식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기에 나는 별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을 하면서 아사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리고 보이는 곳은 제법 아늑한 분위기의 자리였다. 여긴 카페라고 해도 좋은 거 아닐까? 야외 카페? 아무튼 그런 느낌이 절로 들었다. 누리님이 정말로 좋아할지도 모르는 장소. 그리고 은호님도... 다음에 다 같이 오자고 해볼까? 가온이도 불러서? 일단 자리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벚꽃잎이 아름답게 떨어지는 곳으로 다가가서 그 자리에 착석했다.
"그럼 난 여기로 할게. 그리고 이런 개인적 취향은 좋다고 생각해. 물론 취향에 좋고 싫은 것이 어딨겠냐만...이런 아름다운 장소는 좋다고 보거든. 자주 올지도 모르겠어. 먹을 거 먹으러 말이야. 아. 그 이외에도..."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 풍경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여기서 밥을 먹으면 참으로 괜히 더 맛이 좋고 그럴 것 같단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아사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일단은 혼용해보다가 더 좋은 형식으로 정착하려고." 주문서를 좋아하는 분도 분명 있을 것 같단 말이야. 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맛있는 건 맛있을 거고.
"개인적 취향인지. 아니면 다수의 취향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싫어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 "등나무도 예쁘니까. 등나무 꽃은 보라빛과 푸른빛을 섞고 분홍빛을 덧칠한 느낌이기도." 라고 말하며 야외 카페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예쁘고 좋게 만든 건 다 좋다고 생각해.
"적당히 빨리 되는 것이 오면 먹고 있다 보면 다 와 있지 않을까?" 아. 온다. 라고 말하는 중에 가장 먼저 온 것은.. .dice 1 5. = 4 1. 탕후루 2. 케밥 3. 벚꽃빵 4. 벚꽃 에이드 5. 닭/양/고기꼬치 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적당한 속도로 오는군요. 그리고...꽃과일빙수는. 대기번호가 찍혔을까요.. 아닐까요? 다이스 츄라이츄라이
"싫어하는 이는 잘 없지 않을까?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있다고 한다면 굳이 여기로는 안 올걸? 싫어하는 곳에 굳이 올 이유가 뭐가 있어? 라온하제의 지역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대답을 하며 나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눈에 담았다. 내가 살고 있는 가리도 상당히 아름답다고 보지만, 여기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으니까. 참으로 예쁘네, 아름답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이 평화로운 분위기에 녹아내리듯이, 참으로 아름다운 분홍빛을 눈에 가득 담으며 역시 다음에도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먹을 것을 먹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야. 다음에는 다른 용무가 생기겠지.
그런게 생각을 하며 나는 곧 이어 나온 벚꽃 에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올린 후에 천천히 마셨다. 이거..신과도 조금 섞인건가? 신과의 맛도 조금 나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 쪼로록 마시면서 나는 그 맛을 마음껏 즐겼다. 달콤하기도 하고, 조금 분홍빛 맛이라고 하면 좋을까? 그런 단 맛이 정말로 강하게 퍼지면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괜찮다. 이거. 이거 신과도 들어간거야? 혹시?"
개인적인 궁금증을 아사에게 물으면서 나는 에이드를 다시 마셨다. 에피타이저로는 나름 괜찮은 것 같은데. 이거? 그렇게 생각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다음 차례를 조용히 기다렸다.
"그렇구나. 그럼 신과는 가온이에게서 받아오는 거야?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재료가 상당히 신선하겠는걸? 믿을 수 있겠어."
가온이가 직접 기른 신과로 만든 요리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그 누구보다도 신과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마음 놓고 마실 수가 있었다. 다시 한번 마시면서 그 잔을 통째로 비워버린 후에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한편, 아무래도 예약순서에 밀려서 먹을 수 없는 것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쉽긴 했지만...어쩌겠는가. 못 먹는 것은 먹는 거지. 그렇기에 아사의 제안에 대해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괜찮아. 다음에 때가 되면 먹을게. 그래서 다음은 뭐야?"
어차피 그것이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은 많았다. 천천히 음미를 하기로 하면서 나는 괜찮다고 말을 한 후에 다음에는 더 빠르게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먹지 못한 음식이 있을 수는 없어. 이것은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니까.
"응. 그게 가장 신선하더라고." 신선하고 좋은 게 좋아. 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온 것을 냠냠거립니다. 자신도 시키긴 시켰었으니까요. 그리고 나중에 먹는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먹고 싶으면 예약도 있으니까. 대신 노쇼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버리니까? 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백호가 노쇼를 할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반 흥미인지는 잘 모르겠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마음이 간다는 정의가 뭔지 모르겠어. 러브? 친애? 아니면 그냥 호감?"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호감도의 정도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딱히일지도." 신이던 인간이던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생기지 않아도 생겨도 그려러나 할지도? 라고 중얼거립니다.
러브도 친애도 호감도 없다는 거야? 아쉽네.그렇다면 다른 이들에게 가서 물어볼까? 다음엔 누구에게 물어볼까? 내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잠시 그려보았다. 참고로 나도 딱히? 나는 그런 것보다는 일단 이 음식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까. 분명히 내 연인은 음식일거야. 그렇게 생각을 하며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비나리에는 서약의 제단이 있거든. 거기, 요즘 통 안 쓰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전에 한 번 쓰이긴 했지만...그 이후로는 전혀 쓰이지 않잖아. 그래서 개인적으로 언제쯤 쓰이게 될까. 엄청 굼금하거든."
언젠간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보고 싶잖아? 그렇게 말을 덧붙이며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을 하면서 벚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진짜 언제 봐도 정말 아름답고 예쁜 느낌이란 말이야.
"아무튼 혹시 그런 낌세가 보이거나 하는 이가 있으면 꼭 알려줘. 알았지?"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도 좋아하거든. 음식의 30% 정도로는 말이야. 역시 맛있는 것이 최고지. 최고야. 먹을 것 최고. 그렇게 만세를 외치면서 나는 다음 요리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아사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나는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이런 이가 나중에 사랑에 빠져서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까.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만...일단 기억만 해둘까? 하긴 꼭 사랑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잖아. 우정도 해당하니까. 아. 나도 나중에 정말로 친해지는 이가 있으면 데리고 가봐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음식을 만드는 이가 따로 있군. 그건 몰랐는걸?"
그러고 보니, 음식을 만든다고 바쁘면 여기에 있을 수는 없겠지? 신통술로 만들진 않을테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아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후훗. 그러면 얼마든지 얘기를 나눠도 되겠는걸? 아. 너무 방해가 되면 말 안 걸게. 너무 귀찮게 하고 싶진 않거든."
그 정도 배려를 할 줄 아는 신이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후우 숨을 불면서 나에게 날아오는 벚꽃잎을 저 멀리 날려보냈다.
"그럴 순 있지만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니까." 밝히지 말라고 한다면 그 의사를 존중하려고. 라고 해도 제단을 쓰면 은호님에게는 들어가려나.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이는 따로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리 아사가 일하는 걸 좋아해서 워커홀릭을 키워드에 넣을까 고민했지만 그정도는 아닐걸요.
"내가 할 수 있는 양의 일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 이상으로 몰아붙이지는 않아. 라고 말하며 나온 것 중 자신의 것을 먹습니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요.
"다만 레시피는 구해준 건 꽤 있어. 이야기는 나도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기는 건 아냐." 팔 정도로 숙련시키기도 했고. 라고 말하면서 냠.
"그런 것이 좋다고 생각해. 가온이를 봐. 맨날 무리하게 일하잖아? 물론 그것이 보기는 좋지만..."
하지만 무리하게 일을 해서, 그리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서 미리내의 바다에 빠져 얼음동상이 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벌써 두 번이잖아. 두 번. 누리님에게 주워져서 은호님의 힘으로 해동되고 말이야. 그렇게 덤벙되고 그래서야...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관리자들은 적어도 내 시점에선 나름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은호님의 시점에선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시점에선 그렇게 생각해.
아무튼 이야기를 달갑지 않게 여기진 않는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따로 나온 음식들을 천천히 먹으면서 그 맛을 조용히 즐겼다. 그리고 벚꽃잎을 다시 숨을 후우 불어서 날려버렸다. 저 멀리, 저 멀리...
그렇게 훨훨 날아가는 벚꽃잎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다른 곳에서 날아오는 벚꽃잎을 잡으면서 아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가온이는...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해." 물론 미리내의 빙해에 빠져서 얼음동상이 된 건 그렇지만? 라고 말하다가...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라고 느긋하게 말합니다.
이아ㅏ기를 싫어하진 않는 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와 같이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지도. 라고 생각하면서 벚꽃잎과 등꽃같은 여러 꽃잎이 날리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백호의 질문에 몸은 안 움직여도 바보털은 까닥임이 생기는군요. 분명 움직이지 않기 같은 놀이를 한다면 바보털을 제외해야 할 듯 합니다..
"지금 나온 것 중에? 아마 치즈가 얹어진 거랑 탕후루 외엔 다 될 것 같은데." 치즈가 얹어진 건 바로 먹어야 그 쭉 늘어나는 걸 즐길 수 있고 탕후루는 녹을 것 같아서. 라고 말합니다. 테이크아웃해가게? 라고 묻습니다.
얼음동상이 뭐야. 얼음동상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물론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그런 생각을 하며 탕후루를 천천히 먹으면서 그 맛을 즐겼다. 진짜 뭘 먹어도 엄청 맛이 좋잖아. 이거. 자주 와야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아사의 바보털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사냥 본능이...안돼. 안돼. 가라앉혀. 나.
어떻게든 본능을 잠재우면서 나는 아사의 물음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일단 여기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고, 테이크 아웃할 것은 테이크 아웃 하려고. 남은 것은 혼자서 조용히 먹을게. 가서 일 봐도 괜찮아."
혼자서 조용히 식사를 하는 것도 나름의 재밋거리지. 물론 대화를 해도 괜찮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일도 있을 것 같은 아이를 이렇게 붙잡아두는 것은 조금 그렇잖아? 그렇기에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나는 치즈를 천천히 먹고 우물우물 씹었다. 고소한 것이 완전 맛있어. 다음에 누리님과 같이 여기에 놀러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입 열면 깨는 타입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가온이는 갭이 크다고 생각해." 아사도 상당히 입을 열면 깨는 타입이기는 한데... 가온이는 더해보일지도? 라고 생각하면서 먹을 건 먹고, 테이크아웃해서 간다는 말에. 정 어려우면 주문서를 확인해봐도 좋아. 설명은 다 되어 있으니까. 라고 덧붙입니다.
"어려운 건 아니야." 어차피 앵화영장 전체청소라던가 해야 하기도 하고. 그 외 관리도 해야 하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사: 160 자신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아사: 아르겐타비스 수인에게 비유를 하라니.. 아르겐타비스? 156 감정표현을 잘 하나요? 아사주: 음... 잘 안하진 않을...듯합니다? 005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은? 신이 아니라 사람은 좀 열심히인 사람이려나요-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네가 가진 가장 특이한 물건은?" 아사 : 특이한 거? 잘 몰라.
"됐다. 각자 갈 길 가자." 아사 : 응. 알았어
"왜 그애를 죽였어! 그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사 : 일단 좀 진정하지 않을래? 좀 많이 착란상태인 것 같은데. 나는 죽이는 걸로 해결하는 타입이 아니고, 나는 악신이 아니거든. https://kr.shindanmaker.com/770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