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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신' 님이 아니었다. 그 사실 하나만큼은 언제나 확고하게 자신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야 그것이 사실이었으니. 그러나 라온하제에서 만난 '신' 님들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자신도 '신' 님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도대체 왜 그래주시는 걸까요...?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신' 님의 깊고 깊은 생각을 저는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아무튼 이어서 도착한 컵케이크 부스. 제각기 다양한 분장을 한 인간들이 북적북적이는 가운데, 령 님께서는 그 인파를 뚫고 주문에 성공했다. 하지만 령 님께 사드리리라, 하고 마음 먹었던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죄송스러우면서도 조금 시무룩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애초에 몸집도, 키도 작은 자신이 주문을 하려 했다가는 저 인파 속에 휩쓸려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은 한켠에 남아있었다. 비록 령 님께서 시무룩하게 아래로 쳐진 자신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 미소를 지어보이셨지만. ...그래도, 역시 저도 령 님께 뭔가를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받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다.
그런 굳은 결심을 마음 속에 품고 선물에 대해 생각하던 중, 령 님께서는 자신들 몫의 컵케이크를 가지고 돌아왔다. 분홍색과 검은색. 어쩐지 컵케이크도 령 님과 자신의 색채같다는 실없는 생각도 조용히 해보면서, 자신의 컵케이크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었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꾸벅, 숙여 감사 인사를 표현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맛있게 잘 먹을게요."
희미한 눈웃음을 보인 뒤 천천히 두 손으로 든 분홍색의 컵케이크를 입가로 가져갔다. 그런데...
"...아."
턱, 입을 가리고 있는 천에 막혀버렸다. 유령 분장을 하고 있다는 걸 깜빡했다. 입구멍은 뚫어놓지 않았는데... 어쩌죠? 잠시 바보 같이 끙끙, 두어 번 컵케이크를 입가에 가져가다가 이내 꼬물꼬물, 흰 천 안에서 느릿하게 천을 움직여 눈구멍이 입가 쪽으로 오도록 했다. 그러자 비록 시야는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애초에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익숙한 것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신 손의 감각에 의존하여 컵케이크를 입가로 가져와 합, 한 입 작게 베어물었다. 그리고 잠시 우물우물거리고 있자 느껴지는 촉촉하면서도 달콤한 딸기의 맛. 그에 한 박자 늦게 희미하게 화아, 미소를 꽃피웠다. 아마 이제 령 님께 보일 것은 자신의 눈동자가 아니라 자신의 입술 뿐이었을테니.
"...와아... 진짜 맛있어요, 령 님! 딸기맛 빵 씨에 크림 씨, 무척 잘 어울려요. 이런 딸기맛은 처음이라 신기해요."
리스는 공짜로 얻어먹는 게 계속 마음에 걸리나보다. 령은 안쓰러운 눈으로 리스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자신은 괜찮았다. 리스에게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지금의 이 추억만 받을 수 있다면야 뭔들 아까울까? 령은 온화한 웃음을 띠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저는 정말로 괜찮답니다. 음... 그럼 이건 어떨까요? 이 컵케잌을 먹은 다음엔 리스가 선택한 부스로 가서 리스가 돈을 내는 거예요. 어떤가요?"
자신의 머리로 생각한 건 고작 이정도의 절충안이 한계였다. 령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독 리스의 색이 다른 눈동자가 어여쁘게 보였다. 령은 잠시 깜박 눈을 감았다 떴다. 리스는 제 말에 어떻게 반응하려나? 령은 속으로 궁금해했다.
주문한 컵케잌이 나왔다. 리스가 자신 몫의 컵케잌을 들었다. 령은 주문한 컵케잌에 꽂혀있는 거미모양 초콜렛을 먼저 맛봤다. 초콜렛 특유의 풍미가 아주 잘 느껴졌다. 맛있어라~. 그렇게 맛을 음미하는데 리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런, 리스는 입구멍을 뚫어놓지 않았구나. 령은 속으로 어찌할지 몰라 쩔쩔매었다. 저 유령 분장을 벗고 먹을 순 없을까? 아, 그러면 할로윈 컨셉에 안맞으려나? 게다가 리스 본인도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고...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순간 리스가 눈구멍을 입에 가져다대면서 문제는 해결되었다. 령은 리스가 컵케잌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인간들의 음식은 맛있는 게 많으니까요."
령은 빙긋 웃고는 자신도 컵케잌을 한 입 베어물었다. 초코의 달달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맛있다. 령은 그리 생각하며 제가 먹은 컵케잌을 바라보았다. 인간들은 정말 대단해.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개발하고.
계속해서 자신이 조금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자, 이어서 령 님의 제안 하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고 커진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여 보였다. ...제 계획을 령 님께서 알고 계세요...! 혹시 령 님께서는 독심술도 쓰실 수 있으셨던 걸까요? 아니면 제 얼굴에 써있다거나...?
잠시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 부근을 매만졌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흰 천 뿐이었다. 그렇다면 령 님께서는 어떻게 아신 걸까요? 역시 '신' 님이시라는 생각에 궁금증이 령 님에 대한 존경과 숭배심으로 차츰 변해갔지만, 그것을 애써 얘기하지는 않았다. ...령 님께서 부탁하셨으니까요. 그러니...
고개를 작게 끄덕끄덕이면서 흰 천으로 뒤덮인 자신의 두 손을 꼬옥, 주먹쥐어 보였다. 나름대로의 강한 결심의 빛이 두 눈동자에 살짝 반짝반짝였다. 그곳에서는... 제가 꼭 령 님께.
이어서 컵케이크를 공손히 받아들었다. 그러나 먹으려던 찰나, 문제 하나가 발생해버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입구멍이 없다는 것. 물론 이 흰 천을 벗어버린다면 바로 먹을 수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야 지금 이 안에는...
하지만 다행히 다른 방법을 찾아내어, 꼼지락꼼지락거리며 흰 천을 움직였다. 그리고 눈구멍 쪽을 입가로 가져와 무사히 컵케이크를 한 입 베어물었다. 빵 같으면서도 묘한 딸기맛과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 신기한 음식.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맛에, 뒤늦게 화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감탄했다. 비록 시야가 천에 가려져 령 님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목소리와 온 몸으로 느껴지는 공기와 분위기. 그 모든 것들에서 령 님의 컵케이크 역시도 다행히 맛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 그 속에서 한 입 더 컵케이크를 베어물고는, 령 님께서 계신 쪽으로 두 손을 뻗어 컵케이크를 내밀었다. 희미한 미소가 구멍 사이로 한 박자 늦게 덧붙여졌다.
이후에는 따로 할 말도 없었으며, 그런 명분도 없었던지 설은 잠시 축제 분위기가 물씬하여 왁자한 거리를 지켜본다. 단내가 풍기는 노점에서는 사과를 통째로 물엿을 씌운 듯한 사탕이나, 늙은 호박을 설탕에 졸여서 만든 파이 따위의 물건도 팔고 있는 모양이다. 동양적인 분위기인듯 하면서도 서양적인 복식과 축제, 기묘한 조화였지. 애초에 한국 쪽의 신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와 살고 있으니 아사의 말대로 그리 신경쓸 만한 일은 아니였던가. 아직 쿠키가 남아있는 바구니를 팔 한쪽에 끼운다.
"계속 여기서 사탕을 나누어줄 계획이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세설이였다. 평소와 다르게 그냥 한 말이라기 보단 무슨 궁리가 있어 고민 끝에 꺼낸 말인 듯 하였다. 버릇처럼 두루마기 소매 안에 손을 넣으려다, 입던 복식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듯 팔짱을 끼었다.
"목적도 비슷한 것 같은데. 이동하면서 나누어주는 편이 좋을 것 같네. ...빨리 바구니를 비우고 떠나고 싶고 말이다."
관리자들과는 딱히 척을 진 사이도 아니였었나. 목적이 통한다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의견을 제시한 세설은 아사를 바라본다. 거절이라면 미련없이 따로 다닐 생각일테지.
- 늦장...죄송합ㄴ대... 일찍 잠드는 바람에 못왔네요... (그리고 새벽에 깨어난 사람이다)
령은 리스가 놀라자 어리둥절해했다. 그야 당연했다. 자신은 그저 리스가 시무룩해하는 것이 못내 걸려서 제안을 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리스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는 알지도 못하니까. 령은 잠시 눈을 깜박이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리스?"
령은 리스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인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리스와 눈을 맞췄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리스가 왜 이러지? 령은 그녀의 표정을 주의깊게 살폈다. 하지만 유령 분장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흰 천에 리스의 표정이 가리워져 있었으니까.
"좋습니다. 그럼 다음 부스에서는 리스가 돈을 지불하는 걸로 하죠."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약속도 했으니 리스가 더 이상은 불편해하지 않겠지. 령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리스가 자신 때문에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령은 그 소망을 마음속에 품었다. 자신은 리스를 즐겁게 하고싶어 했으니까.
리스가 웃는다. 컵케이크가 오죽 맛있었으면 그런 표정을 지을까? 령은 환히 웃는 리스의 입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신도 컵케이크를 한 입 베어물었다. 달달한 초코맛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커피맛 컵케이크는 없는 걸까? 자신은 초코맛도 좋았지만 커피맛을 제일 좋아하니까.
그때였다. 리스가 제게로 컵케잌을 내밀었다. 령은 리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지? 아, 리스는 저에게 컵케잌을 먹겠냐고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교환해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령은 제 컵케이크를 리스에게로 내밀었다.
"좋습니다. 그럼 제 것도 드셔보시겠어요? 초코맛이랍니다."
령은 그렇게 말하며 컵케이크의 일부분을 조금 떼어서 먹어보았다. 상큼한 딸기맛이 입 안에 퍼졌다. 맛있어라.... 령은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