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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 님께서 부탁을 해오셨다. 추앙의 태도를 거두어 달라고. 령 님께서는 '신' 님이셨다. 그 사실만큼은 변함 없이 자신에게 각인되어 있었고, 그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신' 님께 대한 숭배의 태도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령 님께서는 그것을 원치 않으셨다. 아예 눈까지 질끈 감아버린 령 님은,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느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든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입술을 열어 목소리를 내었다. 령 님께서 원하신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령 님께서 원하시는대로 해드리고 싶어요. 령 님께서 더이상 슬퍼하시지 않도록. 몽롱한 눈동자는 더욱 몽롱해졌다. 유령은 한 번 더 죽을 수 있을까. 령 님께서는 다시 스르르,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깊고 아름다운 밤하늘색의 눈동자. 아리송한 표정의 너머로 왠지 모를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던 건, 단순히 자신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동물적인 감각이었을까.
조금 머뭇머뭇거리던 망설임 끝에 님의 손을 꼬옥 잡았다. 물론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이 이래도 되는지에 대한 혼란이 조금은 남아있었지만, 령 님께서는 부드럽게 눈을 휘어 웃었다. 이어진 속삭임과 다름 없는 조용한 말씀마저도 행복하신 것 같았다. 미약한 혼란이 령 님의 '행복'으로 녹아내려갔다. 그렇기에 그저 덩달아 부드러이 눈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신했다. ...령 님께서 행복하시다면, 그걸로 괜찮아요.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지키지 못할 말은 거짓말과도 같았다. 이어서 부스에 도착하여 처음 보게 된 컵케잌들은 하나같이 전부 다 예쁜 모양과 색채를 뽐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차마 쉽게 고르지 못 하고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겨우겨우 하나를 선택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령 님께서 이어서 컵케잌을 고르고는 먼저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주문을 하자, 그저 멍한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다가 한 박자 늦게 두 눈이 동그래지면서 반응이 튀어나왔다.
"...아... 앗...! 제가 령 님께 사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선수 치는 것에 실패해버렸다. 죄송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섞여 조금 시무룩하게 두 어깨가 아래로 처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령 님을 바라보았다. 굳은 결심을 눈동자 속에 살짝 빛내면서 고개를 작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리스는 저의 손을 꼭 잡았던가. 령은 리스의 체온으로 자신의 손을 녹였다. 문득 바람이 스쳐지나가며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울렸다. 방울소리였다. 령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이제 더 이상 옛날같은 숭배를 두려워하는 감정은 없는 거나 매한가지다. 령이 웃음을 보였다.
령이 리스를 내려다보았다. 리스는 얼굴을 거의 대부분 가리고 있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령은 좋았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령은 리스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리스에게서 나오는 온기가 령의 마음을 훈훈하게 뎁혀주었다.
리스는 저의 손을 꼭 잡았던가. 령은 리스의 체온으로 자신의 손을 녹였다. 문득 바람이 스쳐지나가며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울렸다. 방울소리였다. 령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이제 더 이상 옛날같은 숭배를 두려워하는 감정은 없는 거나 매한가지다. 령이 웃음을 보였다.
령이 리스를 내려다보았다. 리스는 얼굴을 거의 대부분 가리고 있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령은 좋았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령은 리스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리스에게서 나오는 온기가 령의 마음을 훈훈하게 뎁혀주었다.
컵케잌 부스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주문을 받을 컵케잌들이 다 하나같이 예쁘고 맛있어 보이기 때문이겠지. 령은 인산인해를 뚫고 주문을 하였다. 인파를 뚫는 일은 상당히 피곤했다. 인간들은 컵케잌을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령은 그 생각을 하며 각자 다른 분장을 한 이들을 훑어보았다.
문득 제가 사려고 했다는 리스의 말이 들려왔다. 령은 그 말에 놀라 리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은데. 굳이 안사줘도 자신은 괜찮았다. 령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괜찮아요, 리스. 할로윈에 시간을 같이 보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 말을 마치고 령은 빙긋 웃었다. 주문한 컵케이크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었다. 령은 그동안 리스를 바라보았다. 리스의 어깨가 축 쳐졌다. 어지간히도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마음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령은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딸랑딸랑, 바람과 령 님의 방울이 함께 만들어내는 소리에 잠시 두 눈을 가만히 감고 귀를 기울였다. 령 님의 부탁. 물론 자신이 곧바로 숭배하는 태도를 버릴 수는 없을 것이었다. 일단 령 님께서는 '신' 님이 맞으셨고, 이것은 자신의 말버릇만큼이나 몸에 배어있던 것이었으니. 하지만...
...무려 령 님의 부탁인 걸요. 직접 부탁하셨는 걸요. 그러니까... 꼭 들어드리고 싶어요.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그것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그 시간의 기간은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천천히 다시 감았던 두 눈을 떴다.
령 님과 함께 손을 꼬옥 붙잡고 간 부스에는 처음 보는 신기하고 예쁜 음식들이 많았고, 그에 달콤한 향기를 맡으면서 자신의 마음에 제일 쏙 드는 귀여운 컵케이크 하나를 선택했다. 물론 저것이 어떤 맛일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인간 씨들이 많으신 걸 보면 전부 다 맛있지 않을까요?
부스에 바글바글하게 있는 인간들 역시도 제각기 개성 넘치는 분장을 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신기하다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던 중, 령 님께서 인간들 사이를 뚫고 주문을 한 것을 보고 뒤늦게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 시무룩하게 두 어깨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하지만... 저만 받을 순 없는 걸요. 저도 똑같이 령 님께 감사하니까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령 님께서는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지만, 그럼에도 역시 시무룩한 것은 시무룩한 것이었다. 컵케이크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령 님께서 짤막하게 말씀하신 말 때문이기도 했다. 령 님께서 받아주신다면, 꼭 좋은 것을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끄응, 끄응, 멍한 눈동자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이리저리 열심히, 느릿하게 굴러갔다. 그러다가 문득 발견한 한 부스.
"...아."
저기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령 님의 선물을 꼭 사드리기로 결심하면서, 다시금 조용히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컵케이크를 기다렸다. ...부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울이 다시금 딸랑였다. 이번에는 령이 제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어서였다. 령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눈을 깜박였다. 밤하늘을 닮은 검은 눈동자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지금의 령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것이 다행이었다.
령은 '신'으로써 숭배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것은 흑조시절 자신이 겪은 안좋은 일 때문이겠지. 령은 그저 제가 령으로서 존재하길 바랄 뿐이었다. 검무를 추고 방울 장식을 매달고 있고 온통 검은, 그것이 저를 나타내는 방식이었지.
령은 리스를 바라보았다. 이 자그마한 신은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괜찮은걸까? 령은 문득 리스가 걱정되었다. 리스가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신들을 숭배하며 자신을 낮추는 게 과연 괜찮은 일인걸까? 령은 고민했다. 제가 리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부스에는 사람이 많았다. 각기 다른 분장을 하고 있는 인간들이 컵케잌을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령은 그런 인간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흡혈귀, 악마, 요정 등등... 인간들은 다양한 분장을 하고 있었다. 할로윈은 정말로 큰 축제구나. 령은 새삼 그것을 실감했다.
"그 마음 하나로도 족하답니다. 그러니 너무 불편해하지 마세요."
령은 리스에게 빙긋이 웃어보이며 말했다. 리스의 어깨가 축 쳐진 걸 보고 손을 내밀어 리스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그 동작 하나만으로도 리스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령은 대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저 리스가 자신과 같이 있어주는 것만 해도 충분했다.
아, 령은 고개를 돌렸다. 제가 주문한 컵케잌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는데. 령은 중얼거리고는 컵케이크를 받으러 갔다. 리스의 분홍빛 컵케잌과 저의 초콜렛빛 컵케잌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령은 두 손으로 컵케잌을 들고 가 리스에게 분홍빛 컵케잌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