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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 님께서 직접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 했다. 그야, 령 님께서는 무려 '신' 님이셨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큰 용기를 낸 한 손이 천천히 앞으로 뻗어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살며시, 조금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령 님의 손을 아주 살짝 잡았다. 금방이라도 풀어질 듯, 그 색만큼이나 희미한 연결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온기를 느끼기에는 아주 충분했다. 그야, 령 님께서는 자신의 손을 꼬옥 잡아왔으니.
그 낯설고도 따스한 온기는 두려울 정도로 행복한 것이었다. 따스함. 따뜻함을 품고 계신 '신' 님께서는...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자신도 모르게 조금 머뭇거리던 손을 조금 더 꼬옥, 살짝 잡아보면서.
"...령 님께서도 이번이 처음으로 즐기시는 할로윈 씨이셨나요?"
조금은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령 님께서는 저보다 오래 사셨을테니까 당연히 즐겨보신 적 있으신 줄 알았는데... ...둘 다 처음이라면...
"...그렇다면 제가 꼭 령 님께 즐거운 할로윈 씨의 기억을 드리도록 노력할게요...!"
다짐 어린 빛이 두 눈동자에 반짝반짝였다. 그리고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결심을 굳혔다. 령 님께 꼭 좋은 추억을 드릴 수 있도록.
그렇게 잠시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인간세상. 길거리에는 이미 여기저기 으스스한 해골 장식이나 잭 오 랜턴, 박쥐 모형 등이 걸려있었고, 건물들 역시도 가짜로 추측되는 거미줄들이 여기저기 뒤엉켜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살짝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하여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시끌시끌한 목소리들. 그 모든 것들이 활기찬 축제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고, 그에 저번의 호은제를 겹쳐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와아...!" 하고 감탄하며 이곳저곳을 느릿하게 둘러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 령 님, 저기요...!"
이내 자신도 모르게 놀란듯이 령 님의 손을 살짝 당기면서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에는 박쥐 분장을 한 인간과 늑대인간 분장을 한 인간, 그리고 여우 분장을 한 인간이 있었고, 그에 자신도 모르게 령 님을 바라보면서 곧바로 얘기했다. 두 눈동자는 감탄으로 반짝반짝였다.
따스하다. 령은 리스의 작은 손을 잡으며 그 생각부터 하였다. 이것이 누군가의 온기란 말인가? 실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다른 누군가의 체온에 령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리스는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 손도 따뜻한건가? 글쎄. 그건 모를 일이지.
이번이 처음 즐기는 할로윈이란 말에 리스는 상당히 놀란 듯 하였다. 생각해보니 령은 늘 방랑자로 살아가느라 축제를 즐긴 적은 없었다. 아마 저번 호은제가 처음일 터였지. 저도 퍽이나 삭막한 성격이었구나. 령은 검은 눈동자를 리스에게로 굴렸다. 리스의 말에 뭔가를 느낀 듯 하였다.
"네. 처음이랍니다. 그 동안은 방랑하느라 뭘 즐길 틈이 없었지요."
방랑자에게 있어 그것은 숙명이나 다름없으니. 너는 말을 마치고 피식 웃어보였다. 그 방랑생활도 라온하제에 와서는 끝낸 것이나 다름없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즐거운 할로윈... 령은 말이 없었다. 이미 자신은 충분히 즐거웠다. 리스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리스는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하였다. 령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당신은 내게 많은 것을 주는군요, 리스.
"고맙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당신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도록 하지요."
령은 예를 갖춰서 말하곤 고개를 숙였다. 리스와 함께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아마 오늘 할로윈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겠지. 령은 그리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인간세상에 도착했다. 가짜 거미줄, 가짜 피, 분장을 한 사람들, 그리고 잭 오 랜턴이 난무하는 할로윈의 거리가 펼쳐졌다. 령은 신기했던지 동그래진 눈으로 여기저기를 잔뜩 둘러보았지. 한참을 정신 못차리던 령은 뒤늦게 자신의 대낫이 인파를 해치는 데 불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비록 가짜 낫이긴 했지만... 령은 몰래 신통술을 써 낫을 축소시키고는 주머니 속에 넣었다.
리스가 령의 손을 살짝 당겼다. 무슨 일이 생겼나? 령은 리스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박쥐와 늑대인간, 그리고 여우 분장을 한 이들이 모여있었다. 신기하군. 인간들도 동물 분장을 하는 것인가? 령은 흥미롭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라온하제에 있는 신들의 분장을 따라한 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신기하군요. 라온하제에 있는 가온과 백호 같은 신들과 상당히 닮아있네요."
령 님께서는 의외로 이번이 처음 할로윈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방랑하느라 뭘 즐길 틈이 없었다며 피식 웃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묘하게 신경쓰이는 것은 단순히 자신이 너무 예민해서인 것일까. 하지만... 왠지 모를 동물적인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령 님께서는, 그 방랑의 생활이...
"......"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보이는 모습은 두 구멍 너머에 있는 이질적인 색채의 두 눈동자 뿐이겠지만. 그 시선 끝에는 오로지 령 님만을 둔 채, 잠시 그렇게 물끄러미 령 님을 응시했다. ...조금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그러나 령 님께서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자, 한 박자 늦게 크게 놀란 듯 두 눈동자가 동그래지면서 고개를 격하게 좌우로 도리도리 저었다.
...이제 괜찮아요, 령 님. 뒷말은 덧붙여지지 않은 채, 그저 령 님의 손을 조금 더 꼬옥 잡는 것으로 대신했다. 희미한 눈웃음이 부드럽게 령 님을 향했다. 방랑도, 즐길 여유가 없던 삶도, 이제는. 이제는, 전부 다 괜찮아요. 그럴 거예요, 분명.
아무튼 어느새 도착한 인간세상에는 이미 축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다. 북적북적이는 인간들과 각종 장식들. 그 모든 것들을 신기하게 감탄하면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세 인간들의 분장에, 자신도 모르게 령 님을 부르며 그곳을 가리켰다. 그야, 그 인간들의 분장은 자신에게 있어서 매우 반가운 신 님들의 분장이었으니.
"...아... 그런 걸까요? 으음... 그래도 저도 정말로 신기하다고 생각해요. '신' 님들이랑 정말 닮으셨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신' 님들과 '인간'들이기 때문일까. 희미한 즐거움이 목소리 속에 배어나왔다. 그리고 이내 한 박자 늦게 령 님을 바라보면서 품에 안고 있던 바구니를 느릿하게 살짝 들어보였다.
"...저 분들께 'Trick or treat!'... ...한 번 해볼까요, 령 님?"
/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령주...!ㅠㅠㅠㅠ 잠깐 나갔다오느라 늦어버렸어요...ㅠㅠㅠ(석고대죄)
령은 리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의아함이 들었다. 리스가 왜 그러지? 자신이 뭘 잘못 말한걸까? 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자신도 리스를 빤히 응시했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와 검은 눈동자가 허공에서 맞부딪힌다. 먼저 시선을 돌린 건 령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령은 리스가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리스도 자신과 같은 신인데 고개를 숙이는 행위가 뭐 어떠하단 말인가? 설령 제 앞에 있는 이가 신이 아니라고 해도 저는 똑같이 고개를 숙일 것이다. 신이 되는 것이 조금 특별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생명체들 앞에서 방만하게 구는 게 용서되는 건 아니었다.
"비록 신이라고는 하나 다른 생물들한테 고개를 숙이는 게 용납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신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한테 방만하게 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니까 전 괜찮습니다, 리스."
령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리스가 손을 더 꼬옥 잡았다. 희미한 눈웃음이 제게로 와닿았다. 령은 행복하다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만큼 행복할 시간이 또 있을까?
할로윈이라 그런지 거리는 북적북적했다. 령은 분장으로 몸을 감싼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각종 장식들과 부스, 그리고 사람들 덕에 정신이 좀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거웠다. 령은 어느새 웃고 있었다.
"맞아요. 라온하제에 계실 그분들이랑 정말 닮았네요."
아무래도 같은 동물을 흉내내어서 그렇겠지. 령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Trick or Treat'를 한 번 해보자는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럴 때 해보지 언제 해보겠는가? 령은 리스의 손을 잡고 그들에게로 나아갔다. 그리고 입을 열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