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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즐거웠다라... 령은 리스의 말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리스가 즐거웠으면 다행인거다. 령은 그녀의 말에 안도한 듯 보였다. 령의 방울이 다시 한 번 딸랑였다. 마치 그녀의 심경을 대변하듯. 령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러고보니 축제 땐 각종 대회가 있었지. 아무래도 새로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장 먼저 리스에게 정보를 알려줘야 할 듯 싶었다. 리스가 대회를 즐겼으니까.
"그렇군요. 즐거웠으니 다행이네요. 앞으로 새로운 대회나 축제가 열린다는 소문을 들으면 리스에게 가장 먼저 알려줄게요."
령이 부드러이 말했다. 물론 령도 축제를 즐기는 편이긴 했지만 리스도 그런 대회들을 즐긴다니 기뻤다. 령은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는 게시판을 잘 살펴봐야겠다. 리스에게 알려줄 대회가 있을지도 모르니. 령은 그 생각을 하며 뒤로 넘어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길이가 긴 만큼 정리하기에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령은 리스가 권한 머랭을 받아들고 바삭 깨물었다. 머랭 특유의 단맛이 입안에 잔잔히 퍼졌다. 령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맛있었다. 역시 제가 물색해놓은 가게 다웠다. 령은 신과주스를 한 입 마셨다. 달곰씁쓸한 맛이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 령은 신과주스를 다시 한 번 마시고 리스의 말을 들었다. 맛있어서 다행이다. 리스의 입에 안맞을까봐 걱정했는데. 령은 그 생각을 접어들고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이전에 방문했을 때 눈도장 찍어뒀던 가게에서 산 것이거든요."
령은 차분히 말을 하고는 다시 머랭을 하나 집어먹었다. 흰 머랭의 표면을 매끄럽게 훑는 손가락이 고왔다. 리스가 기쁜 마음을 희미하게 드러내니 자신조차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령의 입꼬리가 팽팽히 호선을 그렸다. 그러다가 다솜까지는 어쩐 일이냐는 말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던가. 령은 신과 주스를 마시며 잠시 말을 골랐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곧이어 령이 입을 열었다.
라온하제에 온 이후로 자신이 경험했던 기억들은 전부 다 좋은 추억들 밖에 없었다. 그래, 추억. 즐겁고, 행복했던, 그런 추억. 과거를 떠올렸을 때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바로 라온하제에 정착한 이후였다. 좋은 '신' 님들과 아름다운 풍경. 즐거운 대회들. 자신이 생전에 겪어왔던 것들과는 정반대인, 그런 따스함.
깜빡,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말씀에 멍한 두 눈동자가 잠시 느릿하게 깜빡여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한 박자 느린 반응이 뒤이어졌다. 순수한 기쁨에 물들어 부드러이 접히는 눈웃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령 님. 정말로 영광이예요...! 네, 저도 앞으로 라온하제의 뭔가 즐거운 소식을 알게 되면 령 님께 꼭 알려드릴게요."
컵을 들고있지 않은 쪽의 손을 살짝 꼬옥, 주먹까지 쥐어보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확고한 다짐과 의지의 빛이 두 눈동자에 살짝 어른거렸다. 같이 즐기는 대회는 더더욱 즐거울 것이었다. 분명히.
령 님께서 기나긴 머리카락을 정리하시는 아름다운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정리가 끝날 때 즈음, 령 님께 먼저 과자를 건네드렸다. 그 과자를 령 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자신 역시도 천천히 신과 주스를 마시고는 그 달콤한 맛에 솔직히 감탄하며 환하게 웃었다. 새로운 달콤함이 자신의 마음 속을 행복하게 물들여주고 있었기에.
"...네, 정말로 맛있어요. 령 님께서 고르신 음식 씨여서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신' 님의 안목은 역시 정확했다. 헤실헤실, 티 없이 맑은 미소가 잠시 희미하게 피어났다가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잠시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령 님께 조심스레 여쭤보면서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러자 잠시 주스를 마시면서 말을 고르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령 님. 그러한 령 님을 조용히 기다려드리고 있자 령 님께서는 이내 상냥히 입을 열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령 님의 깊고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끄덕였다.
"...네, 가온 님께서 알려주셨거든요. 그러니까... 할로윈 씨는 10월 마지막 주에, 'Trick or treat!' 하고 외치면, 인간 씨들이 사탕 씨와 초콜릿 씨를 주는 날이래요."
기대하고 있는 마음이 목소리에 그대로 살며시 묻어나왔다. 손가락을 하나, 하나, 접어가면서 대답하는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그렇게 잠시 자신의 접혀진 세 손가락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올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다시 갸웃, 기울였다. ...할로윈 씨와 다솜이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요?
즐거운 소식. 령은 그 말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라온하제의 뜻은 즐거운 내일이었다지? 어찌 이름을 이리도 잘 지었을까? 라온하제에 거주하고 있는 신들이 모두 즐거워하다니. 령은 눈을 지그시 내리감으며 이름의 뜻을 얘기하던 누리를 떠올렸다. 누리, 네 의도는 잘 진행되고 있어. 령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제 눈앞의 리스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리스. 꼭 알려줘요."
그렇게 확고하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령은 속으로 그 말을 삼키며 그저 웃음만 짓고 있었다. 령은 신과주스를 다시 한모금 마셨다. 씁쓸한 뒷맛이 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신과는 먹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낸다지. 그래서 자신이 먹은 신과는 달곰씁쓸한 맛이고.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신과는 무슨 맛을 낼까? 너는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대화와 주제가 빗나가는 것이니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비록 저는 음식 고르는 솜씨가 없지만 리스가 잘 먹어줘서 좋네요."
그 말대로 령은 뭘 고르는 센스는 잘 없었으니까. 령이 다시금 온화하게 웃으며 머랭을 가져간다. 와그작 소리가 나며 과자가 씹힌다. 달디 달구나. 령은 그 생각을 하며 머랭을 바라보았다. 흰 빛이 감도는 것이 외형조차 맛있게 보였다지.
"잘 알고 있네요. 그럼 리스는 할로윈 때 인간세상으로 내려갈건가요?"
령은 리스에게 물었다. 자신이 하고싶었던 말과 근접해가고 있었다. 떨렸다. 혹여 거절당하면 어쩌나 너무 떨렸다. 그래도 말은 해봐야겠지. 령이 컵을 꼬옥 쥐었다. 한 눈에 봐도 긴장하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다.
령 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확고한 다짐의 빛은 여전히 자신의 눈동자 안에 가득히 어렸다. 꼬옥 쥔 주먹과 연신 끄덕여지는 고개마저 여전했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속마음과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 똑같이 일치함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었지만.
하지만... 무려 '신' 님께서, 령 님께서 저에게 먼저 알려주신다고 하셨으면 저도 꼭 그래드리고 싶어요.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나름대로의 보답은 그것밖에 없을테니. ...왠지 조금 씁쓸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제가 도움이 더 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예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처음 보는 과자를 하나 집어들었다. 하얗디 하얀 과자는 묘하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었고, 신기한 모양을 띠고 있었다. ...뭔가... 구름 씨를 살짝 얼려놓은 것 같아요. 자신이 느낀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천천히 작은 구름 과자 하나를 입가로 가져가 합, 먹어보았다.
느릿하게 입이 우물우물 움직여졌다. 바삭바삭, 부드러우면서도 색다른 달콤함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에 순간 환한 미소가 다시 가득히 꽃피워졌다. 그에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말씀에 드물게 곧바로 반응이 튀어나왔다. 도리도리, 고개가 세차게 좌우로 저어졌다.
"아니요, 령 님의 음식을 고르시는 솜씨는 정말로 뛰어나세요...! 저, 이런 맛있는 음식 씨는 처음이거든요. 저라면 이런 음식 씨를 알지도 못 했을테니, 령 님께서는 정말로 대단하신 거랍니다. ...이렇게 맛있는 구름 과자 씨를 먹어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령 님."
꾸벅, 허리를 살짝 숙였다 펴고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전부 다 자신의 진심이 담긴 말들이었다. ...구름 씨로 이런 맛있는 과자 씨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예요. 그럼... 먹구름 씨로 만들면 검은색 과자 씨가 되는 걸까요? ...이런 맛있는 과자 씨를 알고 계셨던 령 님께서는 정말로 대단하신 것 같아요. 잠시 하얀색의 과자들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들려오는 령 님의 물음에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작게 끄덕였다.
"...네, 내려가볼 생각이예요. 할로윈 씨, 꼭 즐겨보고 싶거든요. 가온 님께서 그러셨는데, 할로윈 씨에는 인간 씨들께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분장을 하신대요. 그 모습도 꼭 보고 싶어요. ...그래서 적어도 혼자서라도 내려가보려고 생각 중이예요."
희미한 미소가 덧붙여졌다. 령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조금 긴장하고 계신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 이유까지는 차마 알지 못 한 채, 고개만 살짝 갸웃, 기울이면서. ...령 님,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요...? 걱정스러운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할로윈.... 음... 할로윈 전 날에 오늘 친 시험 결과가 나와서 무진장 기다리고 있습니다. JPT 시험... 200문제의 압박은 무시무시하네요. 듣기평가 100문제. 어학 문제 100문제. 듣기 평가는 그렇다고 쳐도 어학 문제 100 문제는 45분만에 다 풀어야하니...
구름 과자? 령은 구름 과자가 뭘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반응이 한 박자 느렸다. 잠시 어안이 벙벙한 듯 리스를 바라보던 령은 한참 후에야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표정을 풀었다. 리스는 머랭을 접해보지 않았구나. 령은 리스에게 다른 음식들도 많이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코하쿠토라던가... 아, 뭘 사줄진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으니.
령은 머랭 하나를 직접 손으로 쥐어보이며 말했다. 정말이지 순수하구나, 리스는. 령은 잠시 리스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제외하곤 아무도 모를테지.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본다는 말에 령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령이 그리 표정을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건만 이번만은 달랐다. 어쩌면 자신의 제안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령은 상냥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잘 되었다. 자신도 할로윈 때 내려가볼 생각이었으니.
"그렇군요. 저도 할로윈 때는 인간세상을 돌아다닐 예정이에요. 저, 리스."
령은 리스를 한 번 불러보았다. 시작이다. 긴장되는 듯 령이 컵을 꼬옥 쥐었다. 신과주스가 미세하게 출렁였다. 령은 리스의 눈을 마주했다. 색이 다른 눈동자가 보였다. 령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다시 리스를 바라보았다. 긴장하지 말자. 령은 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비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랑 할로윈 때 같이 인간 세상에 내려가실래요?"
같이 나가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으면서 즐겁게 보내는 게 어때요? 령이 제안을 해왔다.
자신의 말에 령 님께서는 어안이 벙벙한, 멍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에 오히려 자신 쪽에서 더욱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령 님을 올려다보았다. 갸... 웃...? 고개가 느릿하게, 어정쩡한 모습으로 옆으로 기울여졌다. 머랭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신으로서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혼란도 이내 령 님께서 직접 손으로 머랭을 쥐어보이면서 쉽게 설명을 해주시자 이내 해결이 될 수 있었다. ...머랭.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령 님의 말씀을 한 박자 늦게 조용히 따라서 중얼거려 보았다. 톡, 혀가 입천장을 살며시 두드리는 신기한 이름이었다. ...머랭. 다시 한 번 더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시선을 들어올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미소가 그 뒤를 이었다.
"...그랬군요. 머랭. 머랭 씨였군요. 뭔가 예쁜 이름인 것 같아요.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령 님. 감히 말씀 드리지만, 령 님께서는 얼마든지 뿌듯해하셔도 괜찮아요. 그만큼 령 님께서는 아름답고 똑똑하신 '신' 님이시니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얘기하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끄덕였다. 그랬다. 자신이 알고있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알고 계신. 딸랑딸랑, 령 님의 맑은 방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다가 이어진 령 님의 물음에 천천히 다시 입술을 열었다.
할로윈. 그리고 인간 세상. 그것에 대한 자신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머뭇거림 없이 자신이 품고 있는 기대를 여실히 드러내자, 령 님의 표정이 확연히 밝아졌다. 그에 뭔가 안심이 되면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령 님께서 기뻐하시는 듯한 이유가 무엇인지.
"...네?"
자신과 마찬가지로 할로윈 때는 인간 세상을 돌아다닐 예정이라 밝히신 령 님께서는 이내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리스, 그 이름에 다시금 한 박자 늦게 대답을 하며 멍한 눈매의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였다. 이질적인 두 눈동자 속, 한 시야. 그곳에는 검은색 눈동자가 마주했고, 왠지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령 님께서는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할로윈 때 같이 인간 세상에 내려가자는 제안. 그 제안에 느릿하게 깜빡깜빡이던 멍한 눈동자가 뒤늦게 동그랗게, 크게 떠졌다. ...그러니까... 령 님께서 저에게 같이 내려가자고 해주시는 건가요...? 정말로요...?
도저히 쉽사리 믿기지 않는 제안. 그에 평소보다도 유난히 반응이 늦어졌다. 하지만 애써 일시정지하듯 멈춰졌던 입술을 천천히나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제가 감히 령 님과 같이 내려가도 되나요...?"
제일 먼저 튀어나온 말은 바로 그런 되물음이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 동그랗게 변한 눈매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곧 환한 눈웃음으로 바뀌었다. 흐릿하지 않고 선명한, 헤실헤실거리는 웃음으로.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찬 고개 끄덕거림과 함께.
"...네,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즐거운 할로윈 씨, 령 님과 같이 즐겁게 보내보고 싶어요. ...그러면 왠지 더욱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아요. ...괜찮을까요, 령 님...?"
예쁜 이름인건가? 령은 늘상 듣고 자랐던 단어라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리스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스는 머랭을 접해보지 못했으니까. 아무튼간에 다음엔 맛집을 많이 알아와서 리스와 함께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리스도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고 령 자신도 즐거운 추억을 접하게 될 수 있을 터이니 쌍방이 좋은 거 아닐까? 령은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음...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번에 제가 알고있는 맛집에도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리스가 접한 음식의 폭을 늘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령은 부드럽게 말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떨렸다. 거절당하면 어쩐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게지. 령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문득 바람이 불고 벚꽃잎 하나가 제 앞에 떨어졌다. 아름다워라. 령은 그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미리내엔 꽃이 없었지. 자신도 다솜으로 이사를 와야하나?
리스가 반응이 늦어졌다. 령은 할 수만 있다면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오백년동안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봤지만 누군가한테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어째서일까? 령은 그 의문을 머릿속에 새긴 채 리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할로윈 축제야. 거절당해도 혼자 가면 돼. 령은 애써 되뇌였다.
천천히 입술이 벌어지고 나온 말은 정말로 같이 가도 되냐는 말이었다.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했다. 제가 제의한 일인데 안된다고 하겠는가? 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건 오히려 이쪽에서 하고싶은 말이었다. 령과 리스는 만남이 잦지 않았으니 거절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지. 리스는 선명하게 미소를 지었다. 령은 그곳에서 승낙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다.
"물론 괜찮답니다. 승낙해주어서 고마워요, 리스. 저도 리스와 함께 즐거운 할로윈을 보내고 싶어요."
모든 것을 전부 다 좋아하고 '사랑'하려는 자신에게 있어서 이런 무생물 역시도 사랑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머랭, 이름마저 예쁜 그것에 순수한 감탄을 표현할 정도로. 아무튼 령 님께서는 이내 다정한 목소리를 이어나가셨고, 그것은 다음 번에 대한 약속에 관한 것이었다. 같이 령 님께서 알고 있는 맛집에도 가보자는 것.
그에 몽롱한 눈매가 동그랗게 떠졌다. 깜빡깜빡, 커다란 두 눈동자가 령 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 눈동자는 부드럽게 접혀 따스한 눈웃음을 자아냈다. 주황색과 노란색. 눈동자가 담고 있는 색만큼이나 따뜻한 미소였다. ...왼쪽 눈 색을 제외하며.
"...절대로 실례되지 않아요, 령 님.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네. 저도 가보고 싶어요...! 령 님께서 알고계신 맛집. 분명히 무척 멋진 곳일 테니까요."
그것은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어떻게 이렇게 확신할 수 있냐고? 그야 무려 령 님께서 알고계신 맛집이었으니까. 그것이 나쁘거나 형편 없을 리가 없었다. 령 님을 향한 순수한 신뢰가 기대의 마음을 가득히 채웠다. 무려 자신을 위해서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령 님이셨다. 그런데 어떻게 실례가 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저는 너무 기쁘기만 한 걸요.
헤실헤실, 기쁨에 물든 미소가 잠시 지어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야, 령 님께서는 또다른 제안을 해오셨으니. 그러나 그것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쉽사리 믿기지 않는 제안이었기에, 대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소보다도 훨씬 더 늦게 입술을 열어 새어나온 목소리는 대답이 아닌 되물음이었다. 그야 역시 믿기지 않았으니. ...어쩌면, 이것도 제가 만들어낸 환각일지도 모르니까요. 너무 행복한 환각. 두려울 정도로 행복한 환각.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하지만 령 님께서는 여전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것은, 곧... 이내 천천히, 선명한 미소를 지었다. 흐려서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미소가 아니었다. 선명하고 확실한 미소가 꽃피워졌다. 자신의 대답을 들은 령 님 역시도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웃음이었다. ...너무나도 눈부신 웃음이었다.
"...저야말로 저에게 제안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령 님. 령 님과 함께라면 분명히 즐거운 할로윈 씨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자신 역시도 령 님께서 즐거우실 수 있도록 이것저것 열심히 해볼 것이었으니. 미래의 즐거움을 담는 확신과 다짐이 섞인 목소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겨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