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인간 세상에서 인간들과 교류라....음... 그 꿈은 지금도 어느정도는 이룰 수 있겠군요! 너무 대의적으로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공표하지만 않으면 신들도 터치를 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ㅋㅋㅋㅋㅋ 그렇군요...아사는...! 꿈꾸는 꿈과 자기 머리카락으로 만든 천이라... ....근데 왜 스포일러가 되죠?!
미리내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령은 뭔가를 먹을 땐 가리로 갔다. 그곳은 풍족해서 먹을 것이 많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령은 가리의 거리를 돌아다니다 핫도그 하나를 샀다. 감자 핫도그는 정말 맛있어보였다. 령은 핫도그를 한 입 베어물고 근처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맛있네."
령은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감자 핫도그를 한입 더 베어물었다. 핫도그에서 느껴지는 맛은 령을 만족시키는데 있어 충분했다. 령의 얼굴에 미소가 덧그려졌다. 문득 찬바람이 불어왔다. 령의 머리카락에 달린 방울들이 딸랑딸랑 노래를 불렀다. 참으로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쨘! 선레 대령했습니다!
뭔가 요즘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먹을 것을 포기하기는 조금 애매했기에 내일부터 확실하게 운동을 해서 다시 몸을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가리의 거리로 나왔다. 이곳에선 먹을 것이 많으니까. 먹는 것이야말로 나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에, 그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신과로 만든 파이를 발견하고 나는 그것을 구입했다. 역시 우리 라온하제의 특산품이라고 하면 신과니까. 신들이 먹는 과일 신과. 입에 딱 맞는 달콤함을 입에서 녹아들게 하니, 이렇게 좋은 음식이 또 어디에 있을까? 물론 많다. 인간계에 내려가서 조금만 찾아보면 맛 좋은 음식이 많기도 하니까.
신과 파이를 손에 쥐고 먹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다가, 나는 벤치에서 낯익은 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미리내에서 사는 흑조 아가씨잖아? 그 아가씨를 바라보면서 나는 천천히 손을 흔들면서 다가갔다.
"안녕. 흑조 아가씨? 가리에 놀러왔나봐? 핫도그 맛있어? 아니. 맛있지? 가리의 먹거리는 보통 맛 좋은 것이 아니니 말이야."
령은 백호를 보았다. 하이얀 머리칼이 나부낀다. 백호가 령을 향해 손을 흔들자 령도 백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와중에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에 매달린 방울 장식들이 한번 더 노래를 했다. 령은 제가 앉은 곳 옆을 탁탁 쳤다. 아마 앉으라는 뜻일테지.
"안녕, 백호. 가리엔 놀러온 게 맞아. 응, 맛있어. 가리의 음식들은 네 말대로 맛있으니까."
령은 조곤조곤 말하고는 스윽 눈을 돌려 백호가 들고있는 신과 파이를 바라보았다. 저것도 맛있을까? 신과 파이라니. 맛있을 것 같은데. 령은 다음에 저것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아마 핫도그를 먹는데 방해가 되어서 그랬겠지.
"그 신과 파이는 맛있니?"
령이 고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래도 신과 파이가 령의 취향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령은 다시 한번 핫도그를 베어물었다. 감자 핫도그는 가리의 음식 답게 맛있었다. 역시 가리는 먹을 게 풍족했다. 미리내 말고 가리로 이사올까? 그런 생각까지 했지만 역시 미리내의 눈과 언덕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앉아. 서 있으면 불편하잖아."
다리 아프기도 하고. 령은 다시 한번 제 옆을 툭툭 쳤다. 령의 입장에서도 백호랑 이야기할 때 고개를 들고 말해야 하니 불편할만도 했다. 령은 다시 핫도그를 베어물어 우물우물 씹었다. 다음에도 여러 음식들을 사먹어야지.
딸랑, 딸랑. 바람에 울리는 방울소리가 참으로 맑고 아름다웠다. 겨울바람이 불면 더 아름답게 울릴 것 같은 그 느낌에 신과 파이를 한 입 먹으면서 나는 그녀가 자신의 옆을 탁탁 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사양하지 않고 앉는 것이 좋았다. 괜히 힘들게 서 있을 필요가 없잖아? 천천히 다가간 후에 그녀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나는 신과 파이가 맛있냐는 물음에 그제야 대답했다.
"신과를 키우는 이가 보통 실력이 아니거든. 원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엄청 맛있어. 하나 먹어볼래?"
이어 나는 손에 쥐고 있는 신과파이가 들어있는 작은 박스를 열어서 그 중 하나를 권했다. 하나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안 돼. 물론 또 사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사면 내일부터 운동하려는 계획이 흐트러질지도 모르니까. 물론 딱히 살은 안 찐 것 같지만, 건강 관리를 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괜히 나중에 힘들게 고생하고 싶진 않으니까.
"가리의 음식은 방금 네가 말한대로 엄청 좋은 편이지. 은호님이 가장 먼저 만든 지역이기도 하니까. 은호님도 군것질이라던가 그런 거 은근히 좋아하거든. 나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야. 괜히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야. 여긴. 그래서 나도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를 은퇴하고, 여기에 들어와서 사는 거지만... 물론 은호님이나 누리님이 날 부르면 바로 달려갈 생각이야."
비록 은퇴를 했다고 해도 그 정도의 충성심은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은호님을 가장 길게, 오래 모신 것은 바로 나기도 하니까. 따지고 보면...난 은호님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신으로서 태어나기도 했었고...
신과 파이를 하나 받아든 령은 그것을 베어물어본다. 신과의 달콤하면서 씁쓸한 맛과 파이의 바삭함이 잘 어우러졌다. 령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어느새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령은 입술에서 신과 파이를 떼어냈다. 과연 백호의 말대로 파이는 맛있었다.
"고마워. 네 말대로 맛있네. 신과를 키우는 신에게 가서 비법을 전수받고 싶을 정도야."
물론 령은 실제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겉치레기도 하거니와 미리내는 식물이 자라기에 알맞은 환경도 아니었다. 령은 남아있는 핫도그를 마저 해치운 다음, 막대기를 근처에 배치된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아, 골인이었다.
"은호님이 가장 먼저 만든 지역이 가리였구나. 몰랐어. 역시 그 명성 답게 먹을게 많은 걸?"
령은 상냥히 웃으며 백호의 말에 응대했다. 은호님도 군것질을 좋아하시는구나. 의외다. 령은 은호를 떠올릴 때면 항상 라온하제를 창조한 이로서 예를 갖췄기 때문에 평범한 신으로서의 은호는 떠오르지 않았다. 령은 다시 한 번 신과 파이를 베어물었다. 예의를 많이 차리는 령의 특성상 은호를 어려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렇지? 키우는 애가 엄청 지극정성이거든. 그리고 비법을 전수해달라고 해도 안 가르쳐줄걸? 아마? 자신의 일을 뺏지 말아달라고 하지 않을까? 애초에 너도 누군지 아는 이야. 가온이. 비나리의 신과 과수원. 너도 본 적 있지 않아?"
비라니의 신과 과수원. 알 이는 다 아는 곳이다. 라온하제의 신과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거의 대부분의 신과가 그곳에서 재배되어서 라온하제 전역으로 퍼지고 있으니까. 아마 지금도 비나리에 가면 그 애는 열심히 과수원을 관리하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비나리 관리를 위해서 자리를 비웠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그 일은 바쁜 일이야. 절로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새로운 신과 파이를 집어서 입에 넣은 후에 천천히 먹으면서 그녀가 쓰레기통에 골인을 시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잘 집어넣는걸? 절로 감탄해서 미소지어 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실력 좋은걸? 나는 먹던 것을 던져도 잘 안 들어갈 때가 있어서 주워서 다시 집어넣는 경우가 많아. 아. 참고로 더 말하자면 가리, 다솜, 미리내, 아라 순으로 만들어졌어. 비나리는 처음부터 있던 곳이었고. 사실 이제는 무엇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는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아주 오래전 이야기니까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야."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자유로운 손으로 손가락을 접으면서 해를 계산해봤지만 역시 너무 멀고 먼 옛날 이야기라서 곧 계산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무튼 이곳은 꽤 오래된 땅이다.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아주 오래, 오랫동안 은호님이 지배하는 영지이다.
"그러고 보니 슬슬 인간계에서는 할로윈이라는 행사를 하는 모양이야. 호박 요리. 엄청 늘어나겠네. 사탕과 초콜릿도 말이야."
"아, 그러네. 신과 과수원은 본 적 있었지만 그걸 관리하는 신이 가온인줄은 몰랐어. 신기해라. 그리고 진짜로 그렇게 할 생각은 없으니 괜찮아."
령은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선 백호의 말에 답했다. 신과 과수원을 관리하는 이가 가온이었구나. 하긴, 책임감이 강하고 은호의 일이라면 열심히 하는 가온에게 신과 과수원 관리는 딱 맞긴 하다. 아무튼간에 이렇게 맛있는 신과를 재배하는 일을 맡다니... 령은 새삼스레 가온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막대는 쓰레기통에 잘 들어갔다. 령은 백호가 감탄하는 걸 보고 미약한 웃음을 지으며 "고마워." 라고 말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걸 익히다보니 이렇게 물건을 정해진 곳에 던져 집어넣는 법도 익히게 되었지. 뭐, 별 거 아닌 잡재주일 뿐이지만.
"그렇구나. 내가 살고있는 미리내는 비교적 늦게 만들어진 편이네. 그런데 백호 너는 라온하제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라온하제에서 오래 산 편인가보다. 령은 그 생각을 하곤 신과 파이를 한번 더 베어물었다. 씁쓸한 맛과 단 맛이 동시에 몰려왔다. 제가 원하는 맛을 내는 신과는 령이 만족할만한 물건이었다. 자신은 아직 라온하제에 오래 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 많았더랬지. 령은 언제쯤 자신이 라온하제에 익숙해질지 생각했다.
"이래보여도 은호님의 옆에 있던 시간이 짧지 않으니까. 은호님과 비슷한 시기에 신으로서 태어났거든. 물론 은호님은 고위신으로, 나는 일반신으로. ...정말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 지금은 후임이 있어서 조금 떨어져서 지내고 있지만 말이야."
손에 쥐고 있는 신과 파이를 다시 입에 쏘옥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내 입에 딱 맞는 달콤함을 가득 삼키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난 은호님과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신이다. 라온하제의 그 누구보다도... 그렇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애초에 이 땅에 정착할 때 나와 같이 정착하기도 했고 말이야.
옛날을 그렇게 떠올리면서 괜히 꼬리를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면서 인간계에 또 내려가고 싶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내려가도 괜찮아. 신인 것을 너무 티내지만 않는다면야. 아라에 살고 있는 관리자 사우만 해도, 호은골에 있는 어떤 아이와 교류를 하면서 지내는걸. 신이라는 존재를 너무 크게 밝혀서 인간계에 혼란만 만들지 않는다면 사실상 인간계로 내려가서 뭘 하더라도 자유니까."
확실하게 그런 것들이 전부 자유라는 것을 밝인 후에, 나는 손에 묻는 가루를 탈탈 털어내면서 후우, 저 멀리 바람에 날려보냈다. 이어 두 손을 탈탈 턴 후에 나는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아냈다.
"어머, 백호 너 대단하구나. 은호님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니. 나는 신이 된지 고작 오백년밖에 안됐거든."
그래서 경험 부족으로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었지. 령은 그때를 회상하며 신과 파이를 한 입 베어물었다. 씁쓸하게 밀려오는 맛과 같은 기억을 떠오르자니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령은 한숨을 쉬었다. 제가 좀 더 성숙했더라면 유하게 대처할 일들이 많았지. 뭐, 그 일들은 다 지나간 일들이지만.
바람결에 령의 방울들이 딸랑딸랑 울렸다. 령은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단풍이 지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구나.
"호은골의 인간과 교류하며 지내는 신도 있구나. 그리고 내려가도 괜찮다면 조만간 한 번 내려가봐야겠네."
할로윈이라니, 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가? 령은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나저나 사우는 호은골의 인간과 교류를 하며 지내고 있었구나. 인간이라면 저도 떠오르는 이는 있었다. 자신에게 방울 달린 머리장식을 준 아이. 지금은 수명이 다해서 흙으로 돌아갔지. 그 아이의 후손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의외로 더 있을지도 모르지? 물론 나는 모든 신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은호님도 옛날엔 어느 한 인간 남자와 교류를 한 적이 있었으니까. 물론 오랜 옛날이라서 더는 그 인간 남자는 없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을 때 은호님이 지은 표정은 보통 쓴 것이 아니었다. 그때 얼마나 위로를 했던가. 은호님은 시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자신은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절대로 괜찮을리가 없겠지. 물론 난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으니 그 아픔을 알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잘 모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아.
"그래. 그래. 같이 내려가서 놀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하고... 다 그렇게 친해지는 거 아니겠어? 혼자 갈 지, 누구랑 같이 갈 지는 자기 자유지만, 기왕이면 혼자 내려가는 것보다는 누군가랑 같이 내려가서 얘기하고 놀면 좋잖아? 할로윈이니까 인간 마을로 가서 Treat or trick! 해보는 것도 좋고 말이야. 아. 나도 해봐야지. 꼭."
반드시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나는 키득거리면서 열려있는 상자를 다시 닫았다. 남은 파이는 집에 가서 먹어야지. 지금 다 먹으면 집에서 먹을 간식이 없으니 말이야.
인간들이 흥미로우니까 인간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라. 그 말에는 어느정도 공감했다. 당장 나만 해도 인간들의 먹거리 문화에 대해서는 크게 감탄하고 있으니까. 여기에는 없는 음식들이 인간들에게는 존재하기도 하고... 그리고 인간들은 정말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내니,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감탄하고 있다. 그렇기에 고개를 크게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확실히 인간들은 흥미롭지. 인간들은 정말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거든. 진짜 너무 창의력이 높아. 그래서 가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다른 곳에 가서 인간의 음식을 먹고 오기도 하거든. 아무튼, 적어도 인간에 대해서는 호의적이구나. 너는."
신이라고 해서 모두 인간에게 호의적이진 않다. 인간을 무서워하는 이들도 있고, 인간을 싫어하는 이도 분명히 있다. 그녀는 인간에게 호의를 가진 부류인 것일까? 사실 그건 신들마다 다르니까 내가 이러쿵저러쿵 할 사안은 아니었다.
"아무튼 가서 사탕과 초콜릿을 받아올 생각이라면 나랑 내기할래? 누가 더 많이 받아내는지 말이야. 이런 것은 내가 절대로 질 수 없거든?"
이래보여도 지금까지 꽤 많이 받아오기도 했기에 괜히 자존심 승부가 걸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팔짱을 끼었다. 그러다가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럼 특별히 누군가와 같이 가고 싶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는 거지?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더 친해지고 싶다거나 그런 이가 있으면 권해봐. 할로윈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 있다면 그냥 가서 권해보면 되는 거고."
인간들은 다양한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은 문화 차이가 많이 나지. 지금이야 세계에서 교류가 활발해졌으니 생활 습관이 얼마 차이 안난다지만 간혹 보이는 문화와 문화간의 차이는 령에게 있어 호기심을 자아냈다. 게다가 령은 동물이었을 시절부터 인간에게 호의적이었다. 애초에 인간에게 적대적이었으면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인간의 문명 사이를 떠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응. 난 인간들이 좋아. 특히 인간들은 지역별로,인종별로, 나이대별로 문화가 다 다르니까 그게 흥미로워. 백호 너도 인간들에게 흥미가 있나보구나."
령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백호는 인간들의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하긴 인간들은 각종 음식들을 조리해서 먹으니까 충분히 흥미로울 만도 했다. 어쨌든 령은 인간에게 호의적인 걸로 보이는 신을 만나서 기뻤다. 인간에 대해서는 신들마다 생각하는 게 달라서 같은 견해를 가진 신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걸로 보이는 신을 만났으니 좋을 수 밖에.
"흐음... 좋아. 흥미롭네. 그 내기 수락할게."
령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탕과 초콜렛을 누가 더 많이 받아오냐는 내기라... 그런 거라면 자신도 자신이 있었다. 왠지 재밌을 것 같아. 령은 그리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초콜렛과 사탕을 많이 받을지 구상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인간들 좋지. 내가 인간들을 싫어한다면 은호님 곁에 있겠어? 은호님이 얼마나 인간들을 아끼는데. 정확히는 호은골에 사는 인간들이지만 말이야. 나도 거기 인간들은 인심이 좋아서 싫어하지 않거든."
거긴 편견도 없고, 인심도 좋고, 자연도 아름답고... 정말 축복받은 땅이지. 실제로 은호님이 축복을 내리긴 했지만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인간들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이는 드문데 말이야. 은호님이나 누리님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아주 좋아하겠네. 그렇게 확신을 하며 다시 한 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내기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받아들이며 지지 않겠다는 말을 건네다가 나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잘 안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그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구나. 누구려나? 누구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름 머리를 굴려보았다. 하지만 누구인지 딱 짚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요새 잘 안 보이는 이가 있다고 한다면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여자?"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도 하면서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신통술을 발휘해서 집에 있는 주스캔을 나에게 오게 하여 그것을 따고 천천히 마셨다. 역시 달콤한 주스는 최고야! 맛있어!
"어느 쪽이건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원래 같이 놀러가자고 제안을 하는 것은 직접 찾아가서 하는 것이 좋은 법이잖아?"
"하긴... 저번에 내려갔을 때 봤는데 호은골 인간들은 다른 곳보다 유독 인심이 좋더라구."
령은 아직도 호은제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때 즐거웠지. 많은 일도 해보고 많은 것도 먹어보고. 령은 다음에도 호은제가 열렸으면 하고 바란다. 호은골은 은호님의 축복을 받은 만큼 특별한 곳이구나. 자연환경도 좋고 사람들의 인심도 좋으니. 새삼 그곳에 사는 인간들이 부러워졌다. 뭐, 자신이 살고있는 라온하제도 그에 버금가는 천혜의 요새지만.
아아, 백호의 귀가 쫑긋 섰다. 필시 저것은 자신이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겠지. 령은 새삼 자신이 잘못 말한걸까 싶어서 불안해졌다. 아니다. 다른 신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령은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그보다도 그녀가 눈에 띄질 않으니 걱정되네. 조만간 찾아가볼까?
"응. 여자 맞아. 너도 알 수도 있겠다."
은호님을 도왔다면 누리처럼 라온하제의 주민들에 대해 박식할 수도 있으니. 령은 그리 생각하며 다시 파이를 베어물었다. 그렇지.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게 좋겠지. 령은 백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은호님처럼 모두를 파악하고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찍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여자라고 한다면.... 추측은 여기까지만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누구건 딱히 내가 신경을 써야 할 그런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기도 하면서 주스를 다시 마셨다가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둘 중 하나로 찍은 것 뿐인데, 내가 어떻게 알겠니? 얘는. 아무리 그래도 내가 다른 신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거나 하진 못해.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느낌이. 그래도 맞춘 것 같아서 기쁘네."
적어도 틀린 것보다는 정답을 맞추는 쪽이 좋은 편이잖아? 그렇게 생각을 하며 손을 올려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태연하게 앞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래. 그래. 기다리는 것보다는 가는 것이 좋은 법이야. 옛말에도 있잖아?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움직여라. ...아,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 아니야. 아무튼 결론은 움직여야 하는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거야."
제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저를 좋게 생각하고 있을 것인가? 령은 그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고 하더라도 그녀의 속내를 알아맞추긴 어렵겠지. 그래도 상냥하게 대해줬다곤 생각했는데. 으음 아닌가? 역시 더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야 했나? 너는 손을 턱 밑에 받친 채 생각에 잠겼다.
"느낌이구나. 그래도 성별은 맞췄잖니. 대단한걸?"
여우의 직감은 무시하지 못하는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곤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이 사는 지역에 조만간 한 번 들러야겠다. 어쩌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할로윈 때 같이 인간세상으로 내려가자는 말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령은 이리저리 계획을 세웠다.
"그렇지. 이렇게 가만히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고."
령은 백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에 크게 친해지길 바란다라... 자신이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백호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슬슬 어두워지고 있는데 난 이만 가봐야겠다. 집에 가서 할로윈 분장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겠어."
너는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일어섰다. 벌써 먹빛 어둠이 짙에 내리깔렸다. /어.. 음... 막레? 입니다. 고생하셨어요 리온주
저번에 은호 님께서 내주신 선택의 대회.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 잘 선택을 내렸지만 막판에 라온하제를 빙 돌아가는 카트를 선택해버렸던 것은 자신의 크나큰 실수 중 하나였던 듯 싶었다. 그야, 그 카트는 말 그대로 라온하제의 전체를 돌아다니는 것이었었으니. 그리고 다시 말해서 그 말은, 미리내의 추위도 온전히 겪었다는 것.
원래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자신이었을 뿐더러 그 때는 목도리 하나 두르지 않았으니, 그 추위는 결국 자신에게 감기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그렇게 감기에 걸리니 몸은 그것을 차마 받아주지 못했고, 그에 한동안 집 바깥으로 나오지 못 한 채 끙끙 앓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몸이 꽤나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오랜만에 집을, 아니, 다솜 자체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가보기로 결심했다. ...계속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잠시 시선을 창가에 소중히 올려둔 작은 유리 조각상에 두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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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신이 평소보다도 더욱 천천히 날아서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비나리의 과수원. 앵화영장의 벚꽃 에이드와 벚꽃빵이 담긴 종이 봉투를 놓칠세라 품에 꼬옥 안고, 날갯짓의 속도를 서서히 줄여 과수원의 입구 쪽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렇게 맨발이 살며시 땅을 딛자 자연스럽게 분홍빛의 두 날개를 접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과수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느릿하게 둘러보면서 조용히 목소리를 내었다.
"...가온 님...? 혹시 계신가요?"
/ 저번의 감기 떡밥! XD 사실 이것으로 퀴즈 대회 이벤트에는 아파서 참여하지 못 했다, 하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벤트가 미뤄졌네요...ㅋㅋㅋㅋ
비나리 관리에 대한 일을 마치고 조금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나는 내가 관리하는 과수원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신과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을 할 겸, 나는 과수원 내부를 돌아다니며, 병충해는 날려버리고, 물이 필요한 나무에게는 물을 주기도 하면서 천천히 과수원을 두리번거리면서 둘러보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과수원의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나는 신과 중 하나를 늑대 발톱을 이용해서 딴 후에, 그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달콤한 과즙은 입에서 톡톡 터졌고, 그것은 애 입에 딱 맞는 달콤함으로 돌아왔다.
이어 다른 나무로 가려는 순간,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주목해서 나는 빠르게 그곳을 향해서 달렸다.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고 한다면, 맞이하는 것이 관리자로서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목소리가 난 곳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리스 씨의 모습이었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 같은 그녀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리스 씨였습니까? 안녕하십니까! 이 과수원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니. 저를 찾은 것을 보면, 저에게 볼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무슨 일이십니까?"
일단 내가 들은 목소리는 나를 찾는 그런 목소리였다. 그렇기에 혹시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그와는 별개로 나는 위로 뛰어올라, 근처에 있는 잘 익은 신과 하나를 딴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유리 조각상을 조각해주신 건 아마 가온 님일 것이었다. 비나리의 광장에 있는 멋진 은호 님의 얼음 동상 역시 가온 님께서 만드셨다고 하셨으니. ...그런 귀중한 선물을 받았는데 저도 보답해드리지 않을 수 없는 걸요. 게다가 무려 자신의 모습을 본 딴 조각상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영광스럽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과수원에 천천히 들어섰다. 가온 님을 조심스럽게 불러보면서.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본능적인 동물의 감각으로도 느낄 수 있는 발소리. 그리고... 이내 가온 님께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예 손까지 흔들어 주시면서. 그에 영광스러운 마음에 한 박자 늦게 "...아." 하고 반응하여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가온 님. 네, 혹시 가온 님께서 여기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여기에 찾아와 봤답니다. 가온 님께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희미하게 웃으면서 품에 안고 있던 종이 봉투를 천천히 손으로 옮겨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미려던 그 순간, 먼저 위로 뛰어올라 잘 익은 신과 하나를 따서 자신에게 내밀어주는 가온 님. 그 모습과 내밀어진 신과를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면서 느릿하게 번갈아 바라보다가 뒤늦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응을 보였다.
"...아. 감사합니다, 가온 님...! 매번 얻어먹는 것 같아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거..."
신과를 두 손으로 받아듦과 동시에 들고있던 종이 봉투를 가온 님께 내밀었다. 안에는 벚꽃 에이드와 벚꽃빵이 얌전히, 예쁘게 담겨있었다.
"...유리 조각상도 그렇고, 이 신과 씨도 그렇고, 언제나 매번 감사합니다, 가온 님. 그래서 보답으로 저번에 약속했던 대로 앵화영장의 맛있는 것들을 가져와봤어요. ...가온 님께서 원하시던 벚꽃 에이드도 확실하게요."
뒤에 덧붙이는 말에는 묘하게 뿌듯한 듯한 강조가 들어갔고, 동시에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이렇게 '신' 님의 은혜에 확실하게 보답해드릴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큰 기쁨이었다.
리스 씨는 나를 보자 언제나처럼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를 했다.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는데. 나는 굳이 말하자면 손을 흔들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무튼 그녀는 허리를 올린 후에, 종이 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신과를 건네주는 것과 동시에 나는 그 종이 봉투를 받아들였고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분홍색 에이드와 빵으로 보이는 무언가였다. 킁킁, 냄새를 맡으니 달콤한 향기가 고소하게 봉투 안에서 흘러넘치는 것이 느껴졌다. 늑대꼬리가 가볍게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유리 조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입니다. 은호님의 지시라고는 하나, 나름 열심히 조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줄 물건이니 말이죠. 그리고 신과 씨라. 하하하. 리스 씨는 여전하시군요. 그저 신과라고 부르면 되는데... 아무튼 신과는 모두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비나리의 관리자. 관리자로서 수많은 신들에게 베푸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이어 나는 봉투 속에서 분홍색 에이드, 그러니까 벚꽃 에이드를 끄집어내서 조용히 그것을 빨대를 통해서 쪼로록 빨아마셨다. 달콤한 벚꽃의 향이 입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나도 모르게 다시 한 번 강하게 쪼옥 빨아마셨다.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어떻게든 자제하면서 나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풀린 표정을 제대로 바로잡았다.
"상당히 달콤하군요. 누리님도 드시면 상당히 좋아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입에다 잘 맞습니다. 다솜의 앵화영장에서 이런 것을 팔고 있다니. 정말로 시간을 내서 이렇게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 먹으러 가던가 해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어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 목례를 하면서 감사를 표했다.
"그때의 그 이야기는 꽤 예전의 일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이렇게 가져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가온 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실패한 것 같아요... 자신이 종이 봉투를 내밀기도 전에 가온 님께서 신과를 주시자 문득 든 생각이었다. 언제나 자신만 얻어먹는 것은 역시 무척 죄송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신과를 감사하게 받아듦과 동시에 가온 님께 종이 봉투를 내밀었다. ...가온 님께서 과연 좋아해주실까요? 조금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을 품고.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걱정이 무색하게 봉투 안의 냄새를 맡은 가온 님의 늑대 꼬리는 가볍게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를 느릿하게 이리저리 굴리면서 그 꼬리의 움직임을 쫓다가, 이어 들려오는 가온 님의 말씀에 뒤늦게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멍했던 두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면서 정신을 차렸다.
"...맞다...! 신과 ㅆ...가 아니라 신과요...! ......죄송합니다. 그만 깜빡해버렸어요... 다음부턴 좀 더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신' 님들은 역시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신' 님이 아닌 저에게도 조각상 씨와 신과...를 나눠주실 정도로 자비로우시니까요. ...그러니 더욱 감사합니다, 가온 님."
다시금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으면서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가온 님께서 벚꽃 에이드를 꺼내 마시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아, 가온 님의 표정이 풀리셨어요. 꼬리도 다시... 다시금 두 눈동자가 왔다갔다, 자신도 모르게 꼬리를 쫓아가려다가 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과 가벼운 목례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두 눈을 크게 뜨며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와 두 손을 황급히 내저었다.
"저, 저에게 목례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온 님...! 저는 감히 가온 님의 목례를 받을 수 없는걸요. 그래도 잘 맞으시다니 정말로 다행이예요. 누리 님께서도 좋아하신다면 다음 번엔 누리 님께도 꼭 보답으로써 선물해 드려야겠네요. ...네, 앵화영장은 직접 보신다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을테니 꼭 한 번쯤 가보셨으면 해요, 가온 님. ...예쁜 분홍빛이 가득하거든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 분홍빛이 가득한 곳이 좋았다. 상상만 해도 미소가 저절로 입가에 피어오르는 수많은 분홍색들. 멍한 두 눈동자를 부드러이 접으면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신' 님과의 이야기이자 약속이었으니까요. '신' 님께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답니다. 게다가 이 신과처럼 가온 님께 받은 것들이 훨씬 더 많으니 꼭 보답해드리고 싶었어요. ...보답에 성공했다면 기뻐요, 정말."
'신' 님께 거짓을 고하는 존재는 결코 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진심을 담은 말을 전하면서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한 미소를 제법 선명하게 피워냈다. ...그것도 결국 일순간이었지만.
"늘 말하는 거지만, 사과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의 말버릇이라는 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니까요. 주의를 하겠다고 말할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늘 말하지만 당신 또한 신입니다. 리스 씨. 신이 아닌 이는 당신 같은 모습을 할 수 없습니다. 수인과 화인. 그것이야말로 신이라는 가장 큰 증거지요."
여전히 자신을 신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그녀가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왜 그녀는 이렇게까지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까? 마치 무언가 이유가 있기에 내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시선이 조금 안타깝게 바뀌었다. 왜 리스 씨는 그렇게까지?
그런 궁금증을 마음 속으로 품으면서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지금 또한 마찬가지였다. 목례를 받을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이 낮은 존재라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그녀의 생각은 나도 나지만, 누리님이 들으면 정말로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누리님은 모두를 신으로서 공평하게 대하고 싶어하니까. 고위신이건, 나 같은 일반 신이건...
"여러분들이 받은 것은 여러분들이 받을 자격이 있기에 받는 것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라온하제의 중심인 비나리를 관리하는 자. 모두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누리님이 원하시는 즐거운 내일을 만드는 가장 큰 방법이겠죠. 그렇기에 그 점에 대해선 꼭 보답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이런 선물 자체는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웃는 것처럼 나 역시 웃으면서 다시 에이드를 쪼로록 빨아마셨다. 역시 기분이 절로 풀리는 맛이었다. 이것을 먹으면 그 달콤함에 녹아내릴 것 같아서 절로 감탄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다시 헛기침을 여러번 하면서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이야기했다.
"리스 씨의 말도 있고 하니, 그 분홍빛은 다음에 꼭 보러 가겠습니다. 혼자 갈 지, 다른 이를 대동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네, 알겠습니다. 가온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이해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그렇지만 저는..."
자신에게 잘못이 아니라고 해주는 가온 님의 말씀에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씀에는 결국 은근슬쩍 말 끝을 흐리면서 시선을 아래로 떨굴 수밖에 없었다. ...왜 다들 저에게 '신' 님이라고 해주시는 걸까요? 저는 다른 '신' 님들처럼 위대한 존재도 아닌데 다들 저보고 '신' 님이라고 말씀해주고 계세요. ...저는... 저는... '신' 님이 아닌데도. 그저 '신' 님에 의해 되살아나게 된 존재임에도.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찾아온 침묵에도 쉽사리 입술을 열지 못 했다.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수인과 화인. 이것이 '신' 님이라는 증거라고 하기에는... 이 모습은 저의 '신' 님께서 만들어주신 모습일 뿐인 걸요.
아래로 떨구어진 시선에는 하얀 겉옷자락과 그 안의 회색 원피스의 프릴 달린 밑단이 보였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하얀 왼쪽 눈동자 쪽을 손으로 매만지다가, 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에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웃고 있는 가온 님을 따라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역시 누리 님께서도, 가온 님께서도, 모두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따뜻한 신 님들이신 것 같아요. ...즐거운 내일, 라온하제. 그것을 저 역시도 감히 꿈꿀 수 있도록 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요."
그것이 자신의 의지이자 삶의 목표.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신' 님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행복해 보이시는 신 님을 보면 자신 역시도 덩달아 기뻤다. '행복'했다. 그러니...
"...앵화영장 말씀이시죠? 혼자 오셔도, 다른 신 님과 같이 오셔도 분명 즐거우실 거예요. 그만큼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거든요. ...음... 감히 여쭤보자면... 혹시 같이 오고 싶은 신 님이 계신가요, 가온 님? 만약 그런 분이 계신다면 같이 와보시는 것도 좋으실 것 같은데..."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면서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혹시 누리 님이나 은호 님, 아니면 백호 님과 같이 오시려는 걸까요? 갸웃, 묘한 궁금증에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여졌다.
"그것이 이 라온하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물론 다른 곳도 따뜻한 곳은 존재할 겁니다. 그래도, 전 역시 이곳이 좋습니다. 신으로서의 생을 다 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이 신계에는 라온하제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지역이 있다. 고위신들이 지배하고 관리하는 지역은 대체로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기 마련이고, 그 중에는 라온하제처럼 따뜻하고 즐거운 공간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전에 은호님이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홍보 영상을 찍으라고 나에게 지시를 하기도 했으니까. 실제로 그 광고를 보면서 나 역시도 꽤 좋은 곳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
이어 들려오는 물음. 그것은 같이 오고 싶은 신이 있냐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대해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있다고 해도 시간이 맞을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길고 긴 신의 삶 속에서 한 번은 같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만약 있다고 한다면 말입니다."
조금은 애매할지도 모르는 대답을 하면서, 나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신과를 하나 딴 후에 야금, 야금 천천히 씹어먹으면서 입을 신과의 달콤함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에이드를 다시 쪼로록 빨아마시면서 그 내용물을 반 정도 줄인 후에 빨대에서 입을 떨어뜨렸다.
"...맞아요. 라온하제 말고도 다른 곳들도 정말로 많으니까요. 수없이 넓은 세계... 그래도 가온 님께서 그러시기로 결정하셨다면, 전 그 결정을 감히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가온 님께서는 분명 잘 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 아름답고 따뜻함이 넘치는 라온하제에서 말이예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신뢰와 호의 가득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진심이 가득했다. 자신이 떠돌아 다니면서 스쳐지나갔던 수많은 세계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웠던 라온하제. 게다가 무려 '신' 님이신 가온 님이라면... 분명히 원하시는 바를 이루실 수 있을 거예요. ...즐거운 내일.
마치 자신의 '신' 님께 기도를 올리듯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내 다시 느릿하게 멍한 두 눈동자를 떴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온 님의 애매모호한 대답을 듣고 두 눈동자를 천천히 깜빡깜빡이며 가온 님을 바라본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건...?
묘한 궁금증이 해결되기는 커녕, 더욱 혼란만 가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신' 님의 말씀들은 저에겐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분명 시간이 맞아서 함께 가실 수 있을 거예요, 가온 님. 네, '신' 님의 삶은 제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이 긴 걸요. 어쩌면 감히 추측하건대, 그 '신' 님께서도 가온 님과 함께 가시기를 원하실지도 모르고 말이예요. ......아. 죄송합니다, 가온 님. 어쩌면 없으실 수도 있겠지만 딱 잘라서 '없다.' 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다는 건... 어쩌면 있으신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서..."
희미하게 웃으면서 가온 님께 전하던 말은 이내 자신이 너무 무례하게 굴었나, 싶은 불안에 사과 인사로 바뀌어버렸다. 시선은 아래로 떨군 채 자신도 모르게 꼼지락 거리듯이 양 손가락으로 신과를 매만지면서. 그러다 신과를 괜히 작게 한 입 베어물고 있자 이내 자신에게 똑같이 되돌아오는 가온 님의 물음. 그에 신과를 여전히 입가에 갖다댄 상태로 두 눈동자만 위로 올려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깜빡깜빡, 느릿하게 깜빡이던 눈동자는 상황파악이 뒤늦게 끝나자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크게 떠졌다.
"...저, 저... 말씀이신가요...?"
살짝 당황한 듯이 대답이 아니라 멍한 되물음이 나왔다. 그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그저 눈동자만 깜빡깜빡이다가 이내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려 피했다. 입술은 여전히 신과에 닿아있어, 저절로 작게 웅얼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저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누구이시든지 '신' 님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크나큰 영광인 걸요. ...게다가 저는 지금까지 그런 곳에는 '신' 님이 아니라 론과 함께 가거나 저 혼자 가곤 해서..."
애초에 자신은 혼자였다. 자신의 첫 번째 친구도 떠나간 이상 지금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것은 오로지 '론' 뿐. ...그런 제가 어떻게 감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특정 '신' 님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분명 자신에게 있어서는 너무 큰 욕심일 것이었다.
/ ㅋㅋㅋㅋ숨겨진 키워드 하나가 일찍 공개가 되니 이런 걸 막 써도 된다는 건 좋네요! XD 그리고 레주, 죄송하지만 저 잠깐만 나갔다 와야 해서 다음 답레는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
이런 모습을 보면 상당히 예리한 신이라고 난 생각한다. 딱 잘라서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있는 쪽이 가깝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더욱... 물론 있다고 한다면 있다. 그냥, 조금 더 친분을 다지고 싶은 이라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대상을 입에 담는 일 없이 나는 그저 미소로 대답을 마쳤다. 그와는 별개로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자유로운 손을 저으면서 얘기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됩니다. 리스 씨. 딱히 실례되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사과를 하실 필요도 없고요. 그렇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엄연히 라온하제의 주민.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런 발언에 기분이 나쁠 일도 없고 말이죠."
이어 남아있는 신과를 한 입에 베어물면서 꿀꺽 삼켰다. 고기도 좋지만, 신과도 보통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안에는 빵도 있었지. 이 빵은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면 먹도록 할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에이드가 이렇게 맛이 좋으니 그에 지지 않게 달콤한 향을 내는 이 빵도 보통 맛있는 것이 아니겠지.
한편, 리스 씨는 내 대답에 대해서 조금 애매하게 답을 해왔다. 그리고 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영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욕심을 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은 나쁜 욕심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에게 용기를 내서 시간을 보내자고 하면 그 분도 충분히 받아줄겁니다. 이 세계는 그런 욕심도 낼 수 있는 곳입니다. 즐거운 내일이니까요. 필시 누리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런 욕심을 실현시킬 수 있는 세계를 원할 겁니다."
내 생각을 말하면서 나는 손을 올려 입가에 묻은 과즙을 닦아내면서 다시 손을 나래로 내리면서 리스 씨에게 이야기했다.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슬슬 인간계에서는 할로윈이라는 행사를 한다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알고있는 것이 많던 자신이었다. 동물로서의 본능적인 직감이라고 할까?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으니. 생존의 욕구는 실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본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본능이 얘기하길, 왠지 가온 님께서는 좀 더 친하게 지내시고픈 누군가가 있으시다는 쪽에 가까웠다. 물론 가온 님께서는 거기에 더 말씀하시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지만.
아무튼 이어서 들려오는 가온 님의 말씀에는 잠시 머뭇거리듯이 자신이 두 손으로 꼬옥 쥐고 있는 신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가온 님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순수한 기쁨의 미소가 희미하게 입가에 어렸다. 부드러이 접히는 두 눈동자는 여전히 이질적인 색채였지만. 그렇지만... ...'신' 님의 말씀이라면 당연히 그것을 따라야지요. 흐읍,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 등과 목, 허리에 살짝 힘을 주어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어쩌면 조금은 어정쩡해보일지도 모르는 자세였지만.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애매모호한 대답에도 가온 님은 다시금 웃으면서 자신을 응원해주었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은 나쁜 욕심이 아니다. 그 말씀을 곱씹듯이 잠시 멍한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 ...나쁜 욕심이 아니다. 나쁜 욕심이 아니다. 나쁜 욕심. 나쁜. 나쁜...
아삭, 자신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한 입 더 베어물은 신과는 이번에는 묘하게 이질적인 달콤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두 손으로는 여전히 신과를 든 채, 가온 님의 말씀에 다시금 시선을 위로 들어올려 가온 님을 올려다보았다.
"...할로윈...이요?"
멍한 표정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되물음을 동반했다. 깜빡깜빡, 느릿하게 깜빡이는 두 눈동자에는 점점 호기심이 가득 빛나기 시작했다.
할로윈에 대해서 묻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명확하게는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무슨 행사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진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할로윈을 일단 설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알아듣기 쉽도록, 노력하면서 설명했다.
"그러니까 인간들은 10월 마지막 주...그러니까 그 쯤에, 할로윈이라는 행사를 즐깁니다. 이상한 분장을 하면서 인간들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달라고 하고... Trick or treat! 였던가. 아무튼 그럴겁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 인간들이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줍니다. 꽤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을 하기에 가끔 신기하게 보고는 합니다. 밤프 씨처럼 분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드라큘라였던가? 아무튼 그런 것이라고 들었는데 일단 그 부분은 잘 모르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나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리스 씨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다만, 왜 굳이 그렇게 분장을 해서 사탕과 초콜릿을 받는진 모르겠습니다. 인간들의 전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행사가 꽤 오래전부터 있던 것으로 기억하니까 아마 인간사회의 전통 같은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난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백호 선배가 아주 신이 나겠구나. 그 시기에는...
할로윈.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에 다시금 호기심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인간 씨들의 수많은 문화들 중 하나인 걸까요? 호은제처럼이요?
호은제 때 경험했던 것들이 매우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자신에게는 그것과 비슷하다는 할로윈 역시도 무척이나 궁금하고 신기한 미지의 영역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설명을 해주시는 가온 님의 말씀을 귀를 쫑긋거리면서 열심히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10월 마지막 주에 이상한 분장을 하고 'Trick or treat!' 하고 외치면 인간 씨들이 사탕 씨들과 초콜릿 씨들을 나눠주신다는 걸까요? 그 와중에 밤프 님처럼 분장하는 인간 씨들도 있다는 말에 잠시 인간계가 수많은 밤프 님들로 북적북적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해보다가... 이내 실례라는 생각에 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상상을 떨쳐냈다. 그래도...
"...그래도 뭔가 설명만 들어도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할로윈 씨...!"
반짝반짝, 호기심과 흥미의 빛이 멍한 두 눈동자 속에 빛나기 시작했다. 물론 왜 사탕 씨와 초콜릿 씨를 받게 되는지는 자신도 잘 모르는 부분이었지만... 애초에 이 세상은 자신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이 더 많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저 분명 행복하고 즐거울 터인 할로윈 그 자체에 집중했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가온 님께서도 할로윈... 즐기실 생각이신가요? 혹시 즐기실 생각이시라면 가온 님께서는 어떤 분장을 하려고 하시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가온 님께 질문했다. 갸웃, 고개가 살짝 갸우뚱, 기울여졌다. 만약 가온 님께서 어떤 분장을 하실지 생각해 놓으셨다면, 어쩌면 자신도 어떤 분장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충분히 재밌는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분장을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으니까요."
가끔 늑대인간처럼 변장하는 이가 있기도 하기에, 처음에는 나처럼 늑대 수인이 내려왔나 싶어서 주의를 준 적도 있었다. 신이 그렇게 당당하게 많은 인간들의 앞에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식으로. 물론 그 사람은 상당히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었지. 나중에 은호님에게 한 소리를 들었기에, 확실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다.
아무튼 리스 씨는 할로윈에 상당히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 나에게 할로윈을 즐길 생각인지, 어떤 분장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그 모습에 잠시 생각을 하면서 턱을 짚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시간이 있으면 즐길 생각입니다. 그리고 늑대인간이라고 해서, 늑대의 모습을 한 인간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던데, 그런 모습을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분장할 것도 없이, 그냥 이대로, 수인 형태로 내려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 중입니다. 당당하게 분장이라고 말해도 되는 날이니 말입니다."
사실 수인의 모습도, 화인의 모습도 인간들의 눈에는 할로윈 분장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대로 그냥 내려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개 생각을 하며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왠지 정말로 기대돼요. 다양한 분장을 하신 인간 씨들의 모습도. 분명히 다들 엄청 예쁘고 멋지시겠죠?"
...빨리 보고 싶네요, 덧붙여지는 목소리는 여전히 묘한 기대감에 젖은 듯한 목소리였다. 배시시, 희미하게 웃는 모습 역시도. 애초에 모든 존재들을 전부 다 좋아하는 자신으로서는 스스로 분장까지 한다는 그 모습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꼭 보고 싶기도 했었으니. 그 신기하고 예쁜 모습들을.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또다른 질문에 가온 님께서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이 턱을 짚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자, 이내 가온 님께서는 입을 열어 대답을 들려주셨다. '늑대인간'. 그 분은... 늑대 씨와 인간 씨의 혼혈이신 걸까요? 그 대답은 확실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수인 형태로 내려가도 분장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기하고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렇군요. 가온 님께서는 그대로 인간계에 내려가시면 늑대인간 씨가 되시는 거군요. 뭔가 엄청 신기해요."
순수하게 신기하다는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면... 저도 이대로 내려가도 되는 걸까요? 으음, 자신도 모르게 두 날개를 살짝 펴고 작게 파닥이면서 고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에 날개를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끄덕였다.
"네! 저도 꼭 즐겨보고 싶어졌어요, 할로윈 씨. 왠지... 가면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아요. ...10월 마지막 주라고 하셨죠? ...혼자서라도 꼭 내려가보고 싶어요."
혼자서라도 가보려면 꼭 기억해놓아야 했다. 10월 마지막 주, Trick or treat!, 사탕 씨와 초콜릿 씨. 중얼중얼, 잠시 외우듯이 두 눈을 감고 몇 번 반복해서 웅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시금 천천히 두 눈을 뜨고 가온 님을 올려다보면서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늑대인간과 늑대수인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떨까. 어차피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들의 눈에는 우리의 모습은 분장을 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리스 씨는 기분이 좋은지 날개를 살짝 펴고 파닥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 움직임에 맞춰서 나도 모르게 꼬리를 살랑살랑,양 옆으로 흔들다가 꼬리의 움직임을 멈추면서 애써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자꾸 나도 모르게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니까.
"혼자서 내려가기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내려가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기왕 구경하는 축제인데 혼자 내려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신들 중에서는 할로윈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이들도 많을테니, 그런 이들과 구경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렇게 리스 씨에게 제안했다. 물론 받아들이고 말고는 리스 씨의 자유였기에 더 깊게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할로윈을 구경하고 싶어하는 신은 분명히 많을 것이다. 일단 누리 님도 구경을 할 생각으로 보이고, 은호님도 그런 것 같고, 백호 선배도 마찬가지이며, 령 씨도 구경을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나는 리스 씨에게 이야기했다.
늑대인간과 늑대수인. 그 미묘한 차이를 적어도 자신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애초에 자신은 늑대도 아니었으니. 그래도... 가온 님께서 그렇다고 하신다면 그것이 맞을 거예요. 그야 가온 님께서는 '신' 님이신 걸요. 게다가 가온 님께서는 늑대이시기도 하니, 분명 가온 님의 말씀이 맞을 거예요. 그렇게 조건 없는 신뢰가 가득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날개를 살짝 펴고 파닥파닥이자 그에 맞춰서 살랑살랑 움직이기 시작하는 가온 님의 꼬리. 그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그 꼬리 끝을 따라갔다. 물론 그러한 움직임 역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온 님의 헛기침 소리와 함께 멈춰버렸지만...
그래도, 엄청 무례한 말씀이라는 건 알지만... ...뭔가 귀여워요. 지금까지 봤던 살랑살랑하고 움직이는 꼬리를 생각해보니 자신도 모르게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물론 그것도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슬쩍 두 손을 들어올려 입가를 가려버렸지만.
그리고 이어지는 가온 님의 말씀. 묘하게 확신이 담긴 듯한 그 목소리에, 잠시 물끄러미 가온 님을 올려다보았다. ...같이 구경하러 갈 분...
"...물론 누군가와 같이 내려가게 된다면 더 즐거울 것 같아요. 그러면 혹시 구경하러 가실 생각이 있으신 신 님이 계신지 여쭤보는 게 좋으려나요...?"
으음, 지금 곧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왠지 다들 각자 알아서 가실 것 같으셔서...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가온 님께서도 함께 앵화영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그 분이랑 할로윈 씨도 꼭 같이 즐기실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비록 누구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좀 더 친해지시기를 원하시는 것 같으니까... 두 손까지 작게 꼬옥 주먹 쥐어 보이면서 가온 님께 나름대로의 응원을 드렸다. 부드러운 눈웃음과 함께.
늑대인간과 늑대수인. 그 미묘한 차이를 적어도 자신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애초에 자신은 늑대도 아니었으니. 그래도... 가온 님께서 그렇다고 하신다면 그것이 맞을 거예요. 그야 가온 님께서는 '신' 님이신 걸요. 게다가 가온 님께서는 늑대이시기도 하니, 분명 가온 님의 말씀이 맞을 거예요. 그렇게 조건 없는 신뢰가 가득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날개를 살짝 펴고 파닥파닥이자 그에 맞춰서 살랑살랑 움직이기 시작하는 가온 님의 꼬리. 그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그 꼬리 끝을 따라갔다. 물론 그러한 움직임 역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온 님의 헛기침 소리와 함께 멈춰버렸지만...
그래도, 엄청 무례한 말씀이라는 건 알지만... ...뭔가 귀여워요. 지금까지 봤던 살랑살랑하고 움직이는 꼬리를 생각해보니 자신도 모르게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물론 그것도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슬쩍 두 손을 들어올려 입가를 가려버렸지만.
그리고 이어지는 가온 님의 말씀. 묘하게 확신이 담긴 듯한 그 목소리에, 잠시 물끄러미 가온 님을 올려다보았다. ...같이 구경하러 갈 분...
"...물론 누군가와 같이 내려가게 된다면 더 즐거울 것 같아요. 그러면 혹시 구경하러 가실 생각이 있으신 신 님이 계신지 여쭤보는 게 좋으려나요...?"
으음, 지금 곧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왠지 다들 각자 알아서 가실 것 같으셔서...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가온 님께서도 함께 앵화영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그 분이랑 할로윈 씨도 꼭 같이 즐기실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비록 누구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좀 더 친해지시기를 원하시는 것 같으니까... 두 손까지 작게 꼬옥 주먹 쥐어 보이면서 가온 님께 나름대로의 응원을 드렸다. 부드러운 눈웃음과 함께.
말 그대로 그냥 같이 놀러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는 것이니까. 각자의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물어보는 것 또한 중요할지도 모른다. 사정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필시 그녀가 제안을 하면 어지간하면 다들 같이 가지 않을까?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리스 씨는 인지를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 라온하제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이는 꽤 많을테니까.
"저는... 할로윈에 일이 없다면 생각해보겠습니다."
물론 일은 매일매일 있는 법이니, 확실하게 이거라고 말을 하긴 힘들었다. 관리자라는 일은 의외로 할 것이 많았으니까. 특히 중심인 비나리는 더욱 그러했다. 이곳에서 흐르는 축복의 힘이 각 지역으로 잘 퍼지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도 했고...
"아무튼 그런 축복은 감사합니다. 그러면 물건도 잘 받았고, 저는 마저 과수원의 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느긋하게 일터가 아닌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이어 나는 슬슬 시간을 확인한 후에 돌아갈 채비를 했다. 과수원을 둘러보는 중이었으니, 마저 나무들을 확인해야했으니까. 이어 다시 높게 뛰어올라, 신과 하나를 딴 후에, 그것을 가볍게 리스 씨에게 던졌다.
>>481 리스의 성격이 좋다구요...?ㅋㅋㅋㅋㅋ(흐릿)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설이가 성격이 개차반이라니요! 진짜 개차반이라면 자기 직원도 안 챙겨주고 그럴텐데 설이는 절대 그러지 않으니까 은근히 다정한 거랍니다!ㅎㅎㅎ 그런 설이의 앓이도 곧 나올지도 모르지요! 후후후...(씨익)(팝그작)
>>495-496 10월 마지막 주는 바로 할로윈이니까요! 그냥 가볍게 일상형 이벤트입니다. 할로윈을 배경으로 일상을 돌리게 할 거예요. 인간계로 내려가서 즐겨도 좋고, 라온하제 내에서 할로윈 분위기를 내면서 즐겨도 좋습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주 토요일을 보면 되겠습니다!
마침내 은호님이 기획한 진짜 이벤트였던 퀴즈대회가 시작되었다. 물론 이 대회에 많은 이들이 참여를 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퀴즈란 것은 자고로 많은 이들이 참여를 하는 것보다는 소수 인원들이 치열하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덧붙여서 문제를 제출한 것은 나, 그리고 진행을 하는 것도 바로 나이다. 저편에서 구경하고 있는 은호님과 누리님은 그저 관람을 하는 이에 지나지 않았다.
이곳은 비나리 광장. 내가 만든 얼음동상이 세워진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 점수가 계산이 되는 장치, 그러니까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꼭 나오는 그 장치를 다 만들어두었고, 맞추면 자동으로 점수가 올라가도록 해두었다. 말 그대로 본격적으로 퀴즈이다. 이것은... 참고로 만든 문제는 총 10문제.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하게 될까? 일단 진행을 하도록 할까.
"안녕하십니까! 라온하제 제 1회 퀴즈 대회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수많은 신들이 구경을 오셨고 참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단 이 대회는 은호님이 계획하신 것으로 퀴즈에 앞서 은호님의 위대한 업적을..."
"그런 건 집어치우고 진행이라 빨리 빨리 하도록 하라."
"네. ....아무튼, 은호님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셨으니,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우승자에게는 금 트로피와 함께, 은호님이 직접 주시는 소원권이 상품으로 걸려있고, 비나리에 있는 놀이공원, 은호랜드 자유이용권 2장이 있으니 모두 열심히 임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참가자들의 인삿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어 나는 참가자들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는 참가자들의 자기 소개와 각오를 듣는 시간이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소개와 어떤 각오를 보여줄 것인가. 괜히 기대가 되어 나는 진행자라는 것도 잊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보았다.
//리스주와 세설주 둘 다 체크하겠습니다!! 참가자분들은 8시까지 반응레스를 써주시면 되겠습니다. 자기 소개와 각오 같은 것을 쓰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두 분 다 하이하이에요!
"그렇다면 짐도 소개하겠노라! 위대한 바다의 주인!!!! 아틀란티스 유일의 왕위 계승자!!!!! 그대들의 위대한 왕! 밸린 다윈 2세란 짐을 말하는 것이니라!!!!"
지상의 문화에 어느정도 익숙해 지기는 했다만 아직도 모르는 것 천지였다. 그럼으로 이번 이벤트의 참가또한 본인에게 있어선 신기한 문화의 일축. 궁에 있을 시절엔 업무가 바빠 국민들의 생활에 눈을 돌리지 못할 정도였으니 암군이라 불리는 미래가 오지 않도록 그동안 백성들의 생활을 체험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부상도 좋지 아니하더냐. 솔직히 업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만큼 누군가와 함께 가려면 시간을 비워야 하겠지만 그것은 나중에 신경쓸 문제이니라!!!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우국과 라온하제의 관계에 진전이 있음을 바라는 바이다. 짐은 금일 한명의 참가자로서 정정당당 공명정대하게 시합에 임할것을 약속하노라!! 이 이상으로 길게 소개하는 것은 다른 참가자에게도 좋지 않을테지!!! 이상이니라!!!"
이번에 열리는 대회는 퀴즈 대회인 듯 싶었다. 퀴즈... 퀴즈는 그다지 자신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은호 님께서 직접 여신 대회라면 역시 최선을 다해서 참여하고 싶어요. '신' 님을 위해서. 은근한 각오를 마음 속으로 조용히 다지면서 가온 님께서 진행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우승자께는 금 트로피와 소원권, 은호랜드 자유이용권 2장이 주어진다는 걸까요? ...은호랜드는 무엇인 걸까요...? 알 수 없는 단어에 고개를 살짝 갸웃, 기울였지만 일단 그것은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애초에 다른 '신' 님들께서도 계신 이상, 자신이 우승할 리도 없었으니까.
아무튼 지금은 참가자들의 자기 소개와 각오 시간인 듯 싶었다. 그에 다른 신 님들께서 먼저 하시는 말씀을 가만히 경청해 듣다가,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입술을 열었다.
"...저는 다솜에서 살고 있는 플라밍고 수인인 리스라고 합니다. 알고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무려 은호 님께서 여신 대회이니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두 손까지 살며시 작게 주먹 쥐면서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멍한 두 눈동자에는 나름대로의 다짐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조금 떨리는 것 같기는 해요.
8시로군요.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 전에...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빨리 쓸 수 있고 느리게 쓰는 분이 있기에 먼저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의 반응레스를 받고 거기서 정답을 맞춘 이들이 점수를 받는 형식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빠르게 정답을 써서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튼...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모두의 소개와 각오를 들리자 모두의 박수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은호님도, 누리님도 만족하는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을 하면 되겠지. 문제 10문제. 과연 누가 1등을 할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시키는대로 열심히 임할 뿐이었다. 일단 신통술로 배경음을 깔아둔 후에, 나는 문제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번째 문제!!"
Q.라온하제의 각 지역에는 그 지역을 상징하는 색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미리내를 상징하는 색은 무엇일까요?
1.분홍색 2.하얀색 3.파란색 4.회색
//실제로 나오는 문제와 이벤트 진행을 위한 문제는 다르다느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틀려도 캐붕이 아닙니다. 고로...답을 맞추시면 되겠습니다! 반응레스는 8시 30분까지 받겠습니다!
미리내인가... 다른 것들은 어째 계절에 맞는 느낌이 들고 여름인 아라는 내가 거주하는 곳이니 확실히 녹색인 것도 안다. 분홍색은 색으로 보아 다솜이겠지. 회색은 누리의 성격상 그럴 것 같지 않고... 하얀색과 파란색인가... 확실히 흰색은 눈의 느낌이 들기는 하나... 음... 저것을 보아선 그럴것 같지도 않구나. 거대한 얼음상... 얼음... 본인의 합리적 의심에 따르면 3번일 것 같구나. 무엇보다 푸르름은 위대한 조국의 것이 아니더냐!! 답은 이것이니라!!!!
다른 신 님들의 멋지고 개성적인 자기소개와 각오를 듣고 마찬가지로 박수를 나름대로 크게 치면서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역시 다들 너무 멋지세요...! 그렇게 찬양하는 마음을 담아 모든 신 님들을 조용히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이어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배경음과 첫 번째 문제를 들었다.
첫 번째 문제는 바로 미리내를 상징하는 색에 관한 것. 그것은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미리내는 겨울의 지역. 그렇다면 한색인... 깜빡, 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는, 드물게 곧바로 답을 얘기했다.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진짜로 알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더냐! 신입을 배척하는 문화? 이지메라고 하던가! 그런것이냐!!! 아니, 첫문제는 그리고 쉬웠건만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라니... 소식을 듣지도 못해 찍을 수 밖에 없지 않더냐!! 늑대는... 진행을 하는 저 자일 것이거늘... 누리에게 그런 자세한 정보는 듣지 못했단 말이다!!!!
"네! 답은 4번! 박쥐입니다! 밤프 씨는 밤쥐 수인이죠! 이건 다 맞춘 모양이네요. 하긴 쉬운 문제니까."
물론 밸린 씨가 나에게 항의를 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퀴즈였으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조금 어려운 문제를 내기로 했다. 이것은 과연 몇명이나 맞출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모두의 점수판에 +10이 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3번 문제를 읽었다.
"그럼 제 3번입니다!"
Q.라온하제에서는 카트 레이싱 경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각각의 카트가 등장한 경기였습니다. 그럼 가온이 탑승했던 카트의 색은 무엇일까요?
분명 다른 이들은 편하게 문제를 맞추는 것을 보니 확실히 이곳에 대한 문제가 맞는 것 같구나. 하지만 더이상 불평을 한다한들 어쩔 수는 없을터. 알지 못하는 것이라 한들 알게 하는 것이 본인의 길!!! 가온... 분명히 저 진행자의 이름이었지. 얼핏 보기엔 검은빛이 느껴진다만... 본인의 눈은 속일 수 없겠지. 이런 걸 자신의 털색으로 결정하는 것은 우둔한 짓!!! 하지만 딲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구나. 이럴때는 정공법이 답이렸다.
"왜 모두 당당하게 1번을 고르십니까! 물론 1번 맞습니다만...! 제 카트는 검은색 맞습니다만!! 그렇게 알기 쉽습니까?!"
"...아마도 검은 늑대라서 다들 검은색을 골랐을 거야."
"아뿔싸!!"
허를 찔러서 은색을 고를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모두의 점수가 또 다시 +10이 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모두들 생각보다 상당히 잘 푸는데?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떨까? 이어 나는 4번 문제를 준비했다. 이것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 과연 이것을 맞출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문제를 냈다.
"그럼 4번 문제입니다!"
Q.라온하제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장소는 가리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장소는 다음 중 어디입니까?
"아틀란티스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 이라면 백성들의 이주를 돕기위해 만들었던 광장이니라."
그렇지만 이곳의 일을 본인이 알 수 있을리가 없지. 다솜 아라 미리내 비나리... 흠... 은호의 성격을 알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풀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계절로 본다면 가을 겨울 봄 여름일테고... 그것도 아니라면 특정한 단서를 찾는 것이 어렵구나. 그래도 본인이 거주할 곳을 마지막에 짓는 것이 지배자의 기본. 국민이 있을 지역을 먼저 만드는 것이 왕으로서의 자질중 하나일테니...
"짐의 답은 4번이니라. 비나리는 분명 누리와 은호의 거주지였을 터 타인을 위하는 것이 왕의 자질이라면 본인들의 거주지를 마지막에 만들었음에 틀림이 없지."
자신의 지식에 한계가 찾아왔다. ...그야 제가 듣고 본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기억도 별 소용이 없는걸.
자 생각해보자. 저도 모르게 길게 기른 앞머리를 매만졌다. 가을이 가면 겨울, 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름. 통념적인 봄여름가을겨울의 인상과는 많이 달랐지만... 남반구라면 그런 순서이였을까. 그래, 완전히 추측으로만 이루어진 답이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답이라고 생각되는 답을 내놓는다.
"답은 2번 아라입니다! 덧붙여서 이야기를 하자면 가리, 다솜, 미리내, 아라 순으로 만들어졌답니다."
이 문제를 맞추다니. 보통이 아니네. 틀린 이도 있긴 하지만... 가만히 나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남은 6문제. 이것을 어떻게 내면 좋을까? 그렇게 잠시 생각을 하던 도중, 나는 5번째 문제를 내기로 했다. 이번 문제는 그냥 거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보너스 문제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어지간하면 다 맞출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5번째 문제입니다!"
Q.누리는 장차 라온하제를 이끌 신이 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은호는 몇 년 후에 누리에게 라온하제를 물려줄 예정일까요?
그러고보니 본인은 아직 고위신이 되지는 못한 상태, 이런 문제는 조금 심기를 건드리는 감이 있지만 누리는 이미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보였지. 본인의 미숙함을 못 받아들이는 건 장차 왕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지. 누리의 상냥함, 분명히 지도자로서는 독이 될 터. 지도자란 독기를 품고서 다가오는 악을 처단해야 한다. 만백성을 위하여 일하고 백성에게 칭송받는 존재, 그것이 왕. 지금의 누리가 지도자를 맡는 것은 이상적이다. 하지만 신도 인간과 별반 다르지 못하지. 욕망에 이끌리는 대로 자리를 탐하며 목을 노리기도 할 터. 그러니 그런 수업은 짧은 기간으로는 어렵겠지.
"짐의 답은 4번이니라. 친우로서는 더할나위 없다만 지도자가 되기엔 아직은 어려운 감이 있을터. 그러는 짐도 아직은 반푼이다만 상냥하기만 해선 지도자로선 있을 수 없지. 그렇다 해도 저번에 보여준 모습은 훌륭했으니 인정하도록 하마!!"
"답은 4번, 500년입니다! 누리님은 500년 뒤에 이 라온하제를 물려받을 예정입니다!"
여기까지는 매우 잘 맞추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아는걸? 조금 의외라는 느낌이 들어서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이제 남은 문제는 5문제. 과연, 이 5문제에서 어떻게 결판이 날 수 있을까?
이어 나는 다음 6번째 문제를 내기로 했다. 이것은...의외로 잘 맞추지 않을까? 나도 내면서 조금 갸웃했던 바로 그 문제였다.
"그럼 6번째 문제입니다!!"
Q.비나리의 명소,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에는 서약의 제단이 있습니다. 그 서약의 제단에 올라갈 수 있는 제물은 다음 중 무엇일까요?
1.미리내에서 막 캐 온 은 2.비나리에서 막 따 온 신과 3.다솜에서 팔고 있는 벚꽃 캐릭터 인형 4.가온이가 직접 만든 은호와 누리를 닮은 조각품
//지금부터 룰이 바뀌게 됩니다. 웹박수로 [이벤트]라는 머릿말을 올린 후에 캐릭터 이름과 함께 답을 제출하면 되겠습니다. 후후후... 이제는 컨닝이 불가능합니다. 제가 모든 답을 받은 후에 반응 레스를 쓰라고 하면 그때 여러분들이 반응레스를 쓰면 됩니다. 자..웹박수로 보내주세요!
서약의 제단인가... 분명히 들어는 보았다. 그곳에서 영원을 약속한 자들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거였나... 음, 그런 이상의 제단이라면 은호의 성향을 생각해봤을땐 간단했다. 물욕이 있는 신이 아니니 분명 1번은 아닐테고 3번은 그렇다기엔 역시 물욕에 가깝다. 4번은... 없는거라고 생각하는것이 옳겠지.
...맞췄어요...! 무려 누리 님과 은호 님에 관련된 문제를 맞췄다는 것이 기뻐 작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도 결국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야... 여섯 번째 문제가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여섯 번째 문제는 바로 서약의 제단에 관련된 것. ...서약의 제단... 이군요. 생각이 깊어졌다. 어쩌면 조금은 복잡하고, 조금은 쓸쓸할지도 모르는 생각이. 옛 기억이. 깜빡, 깜빡. 두 눈동자가 느릿하게 감겼다가 떠졌다가를 반복했다. 살짝 숙인 고개에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 표정은 보이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답은 2번, 비나리에서 막 따 온 신과일 거예요..."
은호 님께는 먹을 것을 제물로 바치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었다. 그러니... 저도 사탕을 바쳤었지요. 묘하게 조금 기운이 없는 듯이 조용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럼에도 천천히 다시 들어올린 얼굴에 비치는 표정에는 언제나와 같아 보이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면서.
이번에는 은호 님께서 직접 답을 만들어 보여주셨다. 아예 흥분하신 듯한 모습. 그것을 바라보자 희미했던 미소가 한순간 짙어졌다. ...그래요. 은호 님께서는 그것을 좋아하셨죠. 음식 씨들.
...부디 잘 지내시길 바래요. 저의 첫 번째 친구. 저의 첫 번째 친구를 잘 부탁해요, 저의 '신' 님. 부디 잘 보살펴주세요.
마음 속으로 조용히 자신의 '신' 님께 기도를 올리면서 다음 문제를 들었다. 일곱 번째 문제는 바로 카트 대회에서 꼴찌를 하신 신 님이 누구인지에 관한 것. 답 후보에 자신이 있는 것을 한 박자 늦게 놀란 듯이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바라보다가, 이내 "...아." 하는 소리를 흘렸다.
뭔가 저쪽의 밸린 씨가 항의를 하는 것 같았지만 이는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야, 다양하게 만들어서 낼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만 해도 하나도 안 틀리고 계속해서 맞추는 이도 있는걸. 대체 얼마나 공부를 하고 얼마나 익힌 것일까. 이들은... 절로 당황스러웠다. 아무튼, 나는 정답을 발표했다.
누리님이 정말로 즐거워하면서 다솜에 가서 그 고양이들을 구경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도 다음에 고양이 사료를 가지고 찾아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양이들을 떠올렸다. 아무튼, 점수가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지어 다음 문제를 내기로 했다. 이 문제는... 역시 쉽겠지.
항상 어려운 문제만 나올 수는 없는 법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쉬운 문제도 나와야 좋은 법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문제를 자신있게 읽었다.
"의외로 많이 맞추지 않느냐. 호은골에 내려가서 은여우 전설이라도 공부한 것이더냐? 답은 2번, 이랑이니라. 아무튼...점수를 보면... 1등은 이렇게 되는구나."
이어 은호님은 손가락을 퉁겨서, 아사 씨와 리스 씨에게 각각 금 트로피와 은호랜드 티켓 2장, 그리고 소원권을 1장씩 부여했다. 두 사람의 점수는 110점. 공동 1등이었다. 이어 은호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웃음소리를 내면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건 참가상이니라. 가져가도록 하라."
이어 은호님은 손가락을 퉁겨서 모두의 자리 위에 정말로 신선한 신과 주스가 담겨있는 캔을 하나씩 내려놓으셨다. 말 그대로 참가상. 이건 모두가 받는 기본 상이라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확실하게 전달하신 후에, 은호님은 피식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어나가셨다.
"나름 재밌지 않았더냐? 맞춘 이도 있고 틀린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온 지 얼마 안된 이도 참가했을터이고... 승패는 갈렸지만 너무 그 승패에 연연하지 말지어다. 이렇게 모두가 모여서 재밌게 보내는 것도 나름 즐겁지 않더냐."
이어 은호님은 모두를 바라보며, 정확히는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척 올렸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보겠느니라. 그러니까, 또 즐겁게 즐겨보거라."
그 말을 남기고서 은호님은 쿨하게, 바람을 일으켜서 사라져버렸다. 자연스럽게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이어 나는 허리를 꾸벅 숙여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모두들 퀴즈를 푸신다고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1등을 하신 두 분은 정말로 축하합니다!"
정말로 크게 박수를 치면서, 나는 성대하게 축하를 하면서, 손가락을 퉁겨 신통술을 발동했다. 그러자 하늘 위에서 꽃잎이 축복하듯이 소소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를 축복하듯, 모두를 축하하듯, 모두를 격려하듯...
나중에 전부 내가 치워야겠지만 일단 그건 모르는 척 넘기기로 했다. 지금은 즐거운 행사가 막 끝난 참이었으니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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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벤트 수고하셨습니다..! 1등을 하신 아사주와 리스주에게는 골드 트로피 [모든 문제를 맞춘 자]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우승 상품이 주어졌습니다! 밸린주에게는 브론즈 트로피인 [용기 있게 도전한 자]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참가하신 모든 분들에게 브론즈 트로피인 [퀴즈야! 놀자!]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령은 지금 비행중이었다. 날개를 펄럭일때마다 검은 깃털이 하늘하늘 떨어져내렸다. 령이 간 곳은 다솜이었다. 아아 오늘도 다솜은 아름답구나. 령은 저 멀리 보이는 다솜을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미리내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눈을 볼 때랑 꽃을 볼 때의 감상이 차이나는 것은 당연했다. 아, 다솜이 점점 가까워진다. 령은 사뿐히 땅에 착지하곤 날개를 갈무리하였다. 한 무더기의 흑조 깃털이 휘날리다가 바람을 타고 저 멀리 사라졌다. 령은 힐끗 제 깃털이 날아간 곳을 쳐다본다. 아무런 감상이 없었다. 또각또각. 령의 하이힐이 움직인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령이 이 다솜에 온 것은 결코 놀러온 것이 아니었다. 령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일순간 분홍머리의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령은 눈을 지그시 감다가 떴다. 그녀의 손엔 신과 쥬스와 달콤한 머랭이 담긴 꾸러미가 있었다. 이걸 받아주려나... 령은 꾸러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또각또각 앞으로 나아갔다.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물론 오늘 저의 일정은 여유로웠으니 느릿하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령은 이상하게도 상황을 재촉하고 있었다.
"다솜에 있었으면 좋으련만..."
령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신의 모습이 보이는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령은 긴장한 채로 발걸음을 옮기며 서서히 눈을 돌려 제가 찾는 신을 찾아다녔다. 아무래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용한 목소리가 흩어져갔다. 다솜의 벚꽃나무 숲 속, 나무 기둥 아래에 무릎을 모으고 쪼그려앉아 가만히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멍한 두 눈동자에는 파랗디 파란 하늘과 연분홍색의 꽃잎들만이 담길 뿐이었다. 깜빡, 그리고 또 깜빡.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동자와 바람에 살며시 흩날리는 머리카락. 살짝 날개를 펴서 바람을 맞이하자 분홍색 깃털들이 가벼이 흔들렸다.
"......누군가가 오시려는 걸까요?"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동물로서의 본능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위협적이거나 두려운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가운 쪽에 가까운... 그런 느낌. 깜빡, 눈동자가 다시 느릿하게 깜빡여졌다. 바람 씨가 데려와주시는 걸까요? 바람 씨가 인도해주시려는 걸까요?
천천히 두 손을 자신의 구슬에 갖다대고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서서히 빛나기 시작하는 구슬. 구슬은 이내 반딧불이 같은 노란색의 빛들을 자신의 주변에 환각으로 만들어내었고, 감았던 두 눈을 느릿하게 떠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빛들 중 하나를 살며시 두 손바닥에 담아내고, 자신의 '신' 님께 가만히 기도를 올렸다.
"...헤매고 계신 누군가가 계신다면, 부디 그 분을 도와주세요. 저의 '신' 님."
두 손바닥을 위로 올리고는 후우, 살며시 숨을 불어 노란색 빛들이 바람에 따라 실려가게 날려주었다. 만약에 헤매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빛을 따라 이 쪽으로 오실 수 있도록.
오래 걷다 보니 슬슬 다리가 아팠다. 령은 문득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나 오랫동안 찾았는데도 없으면 어떡하지? 다른 지역으로 가신건가? 길이 엇갈렸나? 령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암만 봐도 제가 찾는 신은 없었다. 령은 머랭이 든 봉지를 꽈악 쥐었다. 미리 연락하고 왔어야 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곤란한걸."
그때였다. 노란색 빛덩어리들이 두둥실 령에게로 다가왔다. 령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 빛덩어리들은 대체... 령은 주변을 휘이 둘러보았다. 빛덩어리들은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기다리고 있었다. 령은 저도 모르게 그것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바닥에 울려퍼졌다. 령은 노란 빛을 바라보았다. 빛은 두둥실 떠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이 빛은 대체 무엇일까? 자신이 찾는 그 신이 보낸 것일까? 그랬으면 좋으련만. 령은 복잡한 표정으로 노란 빛덩어리들을 바라보았다.
"...아."
한참을 걷다보니 벚꽃나무 숲이 나왔다. 벚꽃들이 바람에 휘날려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었다. 령은 그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말을 잃었다. 참으로 아름답다. 미리내에서 눈이 휘몰아치는 풍경을 봤을 때랑은 다른 감정이 들었다. 령은 손을 내밀어 벚꽃 하나를 받았다. 손바닥에 안착한 연분홍빛 벚꽃을 보니 그 신이 떠올랐다. 그 자도 벚꽃과는 잘 어울렸지. 령은 벚꽃을 버리고는 노란색 빛을 따라 벚꽃나무 숲 안으로 들어섰다. 노란 빛을 따라 이리가고 저리가며 벚꽃나무 숲에 들어간지 얼마가 되었을까? 령은 마침내 찾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리스."
령은 익숙한 분홍빛 머리를 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머랭과 신과 주스가 든 봉지가 바스락거렸다. 령은 그녀에게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 몸을 굽혀 눈을 마주했다.
누군가가 올 지, 안 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환각으로 만든 작은 노란색의 빛들을 날려 보내보았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누군가가 있는 듯한 곳을 향하여. 헤매고 계신다면 더이상 헤매시지 않도록, 작은 안내자들을.
그리고는 다시금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기다림이. 하지만 기다리는 것 쯤이야 익숙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언제나와 같이. 그래도... ...론도 데려올 걸 그랬나봐요.
혼자서 멍하니 있는 것과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차이가 나는 일이라는 것은 당연했다. ...다른 존재의 유무는 무척이나 크나큰 것이었으니.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누군지도 모르는 존재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애초에 그런 존재가 없을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왠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저의 '신' 님께서 내려주신 계시인 걸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깜빡, 두 눈을 다시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아예 두 눈을 감아버렸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죽음 역시도 마찬가지. 그렇게 얼마나 스스로의 시간을 멈추고 있었을까.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감았던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존재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령 님...?"
방금 전까지 자신이 마주하고 있던 검은색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검은색이 한 시야 속에 들어왔다. 그에 한 박자 늦게 령 님의 이름을 부르며,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온화한 미소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두 가지의 검은색. 상황파악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상황을 깨닫고는, 뒤늦게 "...아." 하는 소리와 함께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령 님...!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에 빠져서..."
괜히 시선을 떨구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곧 천천히 시선을 올려 희미하게 령 님에게 웃어보였다.
"...오랜만이예요, 령 님. 네, 전 잘 지냈답니다. ...령 님께서는 잘 지내고 계셨나요? 자주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령은 리스의 말에 다시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는 것도, 그라데이션 진 머리카락도, 색이 다른 양쪽 눈동자도 모두 예전에 봤던 것과 같았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저번에 벚꽃나무 숲 속에서 봤던 것과 달라지지 않았다. 령은 리스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그녀의 자세도 허리가 조금 올라가게 됐지만.
"죄송할 게 뭐가 있나요? 누구나 다 생각에 빠질 때가 있으니 전혀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령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한없이 상냥했다. 령이 미소지어 보였다. 리스는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령은 그 사과를 거절했다. 리스가 자신에게 미안해할 이유는 없었다. 누구나 다 생각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가 있고 리스 또한 그럴 뿐인 것을. 령은 리스의 반응이 늦은 것에 대해 전혀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이런 걸로 답답해하거나 화내는 사람이 이상한거지. 령이 살며시 제가 사온 신과 주스와 머랭 쿠키를 내밀었다. 봉지가 바스락거리며 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랜만에 찾아왔으니 선물을 조금 준비했어요.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받아주시겠어요?"
령은 제가 들고있는 봉지를 바라보았다. 봉지 속 흰 머랭쿠키가 유달리 빛나보였다. 아, 리스가 시선을 내리고 손가락을 꼼질거린다. 주눅 든 것일까? 령의 표정이 미묘하게 걱정을 담고 있었다. 주눅들면 안되는데... 하지만 이내 리스가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담아내었다. 령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리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저는 잘 지냈답니다.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렇게 제 쪽에서 찾아와도 되는걸요. 게다가 라온하제에서 있던 크고작은 행사에서 리스 씨와 마주친 적이 제법 있으니 괜찮아요."
물론 그땐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얼굴 보고 잘 지내냐고 확인만 하면 되니까. 령은 온화하게 웃었다. 바람이 불며 머리카락에 달린 방울 장식들이 딸랑딸랑 노래를 불렀다. 동시에 벚꽃나무에 붙어있던 벚꽃잎들이 잔잔하게 떨어져내렸다. 보기 좋은 광경이다. 령은 그 생각을 하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실려 자신을 찾아와주신 존재는 바로 령 님이었다. 죽음의 서늘한 검은색과는 달리 우아하고 아름다운 검은색. 그에 한 박자 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몸을 일으켜 섰다. 무려 '신' 님께서 직접 찾아와 주셨는데 자신이 감히 앉아있을 수는 없었으니. 그와 동시에 잔잔히 빛나고 있던 구슬의 빛과 노란색 반딧불이들도 한순간에 훅, 꺼졌다.
이어서 령 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냥하디 상냥한 목소리. 자신을 향하는 것 같지 않은 따스함이었다. 자신의 사과를 거절하시는 따스함. 깜빡, 이질적인 두 눈동자가 느릿하게 감겼다가 떠졌다. 그리고 부드러이 접혀졌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정말 감사해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다시금 꾸벅,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폈다. 역시 '신' 님께서는 포용력과 이해심이 깊으신 존재이셨다. 이런 한낱 동물일 뿐일 자신에게조차도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주시는. 령 님께서는 이내 바스락, 하고 자신을 향해 봉지를 내밀었다. 그에 한 박자 늦게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제, 제가 정말 감히 이 선물을 받아도 되나요, 령 님...? 정말로 죄송해요. 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 했는데..."
죄송스러움을 가득히 드러내면서 조금 시무룩한 듯이 두 날개가 살짝 아래로 처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두 손으로 천천히 받아든 봉지에서 달콤한 냄새가 올라오자 자신도 모르게 코가 작게 킁킁, 움직여졌다. ...아, 달콤한 냄새예요. 무척 맛있어보이는 처음 보는 음식과 음료의 모습.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살짝 호기심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말씀. 온화한 령 님의 미소와 딸랑딸랑, 맑게 울리는 방울 소리에 연분홍색 벚꽃잎들이 아름답게 떨어졌다. 그에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잘 지내셨다니 다행이예요, 령 님. 이런저런 행사에서 가끔 뵙기는 했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 해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자 분홍색이 한 시야 속에 가득히 들어찼다. 그 중에서도 우아하게 빛나고 있는 검은색을 바라보며 두 눈을 부드럽게 접어 웃었다. 두 손으로 든 봉지를 령 님을 향해 앞으로 살짝 내미면서.
"...선물,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무려 령 님께서 주신 선물이어서 정말 기뻐요.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같이 드셔주실 수 있을까요?"
비록 자신이 받은 선물이라고 하더라도 맛있는 것을 자신 혼자 먹을 수는 없었기에. 가능하다면 같이 먹고 싶었다.
리스가 몸을 일으켜서자 령은 황급히 그녀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저가 부담스러워서 자세를 바꾼 걸까? 령은 손을 뺨에 대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괜히 찾아온걸까? 리스가 부담스러워 하진 않을까? 그 생각을 하는 동안 반딧불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노란색 빛들이 훅 꺼져버렸다. 령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신통술에 의한 빛이었나보다. 아쉽다. 예뻤는데. 령은 다시 제 앞의 리스에게 집중했다.
"감사하긴요.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걸요."
령은 손사레를 치며 웃어보였다. 온화한 미소는 자칫 차가워보일 수도 있는 령의 인상을 바꾸었다. 령의 머리카락에 달린 방울 장식이 령이 움직일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그녀의 존재감을 알렸다. 령은 말없이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쨌든 리스는 잘 지낸 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좀 더 자주 찾아왔을 걸 그랬나? 내심 마음속에 후회의 감정이 들었다.
"죄송할 필요가 무어 있나요? 그저 빈손으로 오기엔 뭐해서 사왔을 뿐이랍니다. 받아도 괜찮아요, 리스."
당신에겐 이걸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걸요. 령은 속삭이듯 말하며 리스에게 봉지를 내밀었다. 바스락. 봉지 안에 있던 머랭쿠키들이 서로에게 부딪혀 소리를 내었다. 령은 봉지 안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머랭 쿠키가 깨지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리스가 이 선물을 받아줬으면 좋으련만... 뭐 받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령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자신은 내심 리스가 받아주길 바랬던걸까?
"맞아요. 행사 때 바쁘기도 했고... 그땐 다른 신들도 많이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둘이서 대화하는 건 오랜만이죠. 령은 축제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요리대회, 카트, 그리고 최근의 퀴즈쇼까지... 비록 리스와 대화는 나누지 못했지만 령은 그때 충분히 즐겼었다. 행사는 즐거웠으니까. 리스도 자신처럼 즐겼을까? 그랬으면 좋으련만.
"원래 리스에게 줄 선물이었긴 하지만... 그럼요. 같이 먹어도 괜찮아요."
령은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매만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령은 신통술을 사용해 컵 두개를 소환했다. 매끈하고 무늬나 장식이 없는 흰 도자기 컵이었다. 령은 컵 하나를 리스에게 내밀고 신과주스를 컵에 따랐다. 신과 특유의 빛깔이 컵과 잘 어울렸다.
손사래까지 치며 온화하게 웃으시는 령 님에게 자신 역시도 희미하게, 아니, 조금은 진해진 미소를 헤실헤실 보였다. 당연한 말. ...그 말씀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실 정도면 령 님은 얼마나 다정하신 '신' 님이신 걸까요. 부드럽게 접혀지는 눈웃음이 순수하게 존경심을 담아냈다.
딸랑딸랑, 령 님의 방울이 바람에 따라 울렸다. 맑고 청아한 소리. 그 소리의 너머로 기품 넘치는 령 님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따라서 자신의 귓가로 들려왔고, 그 속삭임을 들으면서 잠시 령 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제게는 이걸 받을 충분한 자격이...
깜빡, 깜빡. 이질적인 색채의 두 눈동자가 느릿하게 감겼다가 떠짐을 반복했다. ...잠시 누군가가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리스. 자신의 이름을 조용히 마음 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만약 저의 '신' 님께서 저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신다면, 저런 말씀을 해주실까요. ...리스.
정답 없는 생각이 깊어져갔다. 천천히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령 님께서 내미시는 봉지를 조심스럽게, 살며시 받아들었다. 바스락, 처음 보는 낯선 음식들이 신기한 소리를 내었다. 달콤한 향기로 자신의 코를 자극하면서. 그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 역시도 깊어져갔다.
"...네. 확실히 여러 행사에서는 다른 신 님들께서도 많이 계시기도 하고, 각종 대회 씨들을 즐기느라 바빴으니까요. ...그래도 무척 즐거웠어요. 모든 기억들이."
배시시, 희미한 미소가 꽃피워졌다. 즐거운 과거를 추억한다는 것은 낯설면서도 두려울 정도로 행복한 일이었다. ...령 님께서는 즐거우셨을까요? ...언제나 행복하셨으면 좋겠는데...
마음 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제안에 령 님께서 신통술로 컵 두 개를 소환하여 내밀자, 감사인사를 전하며 그것을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신과와 같은 색의 주스가 하얀 컵을 채워나갔다.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 역시도 봉지를 열고 처음 보는 과자를 자연스럽게 령 님께 먼저 내밀며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다. 먼저 드셔보라는 듯이. 그리고는 자신 역시도 신과 주스를 천천히 몇 모금 마셔보았다.
"와아...! 맛있어요!"
목을 타고 넘어가는 새콤달콤한 주스의 맛에 순간 표정이 환해졌다. 맛있는 것을 그다지 접해보지 못한 자신으로서는 놀랍고도 행복한 일이나 다름 없었기에. 그렇기에 순수하게 기쁜 마음을 희미하게 드러내다, 다시 령 님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무척 즐거웠다라... 령은 리스의 말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리스가 즐거웠으면 다행인거다. 령은 그녀의 말에 안도한 듯 보였다. 령의 방울이 다시 한 번 딸랑였다. 마치 그녀의 심경을 대변하듯. 령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러고보니 축제 땐 각종 대회가 있었지. 아무래도 새로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장 먼저 리스에게 정보를 알려줘야 할 듯 싶었다. 리스가 대회를 즐겼으니까.
"그렇군요. 즐거웠으니 다행이네요. 앞으로 새로운 대회나 축제가 열린다는 소문을 들으면 리스에게 가장 먼저 알려줄게요."
령이 부드러이 말했다. 물론 령도 축제를 즐기는 편이긴 했지만 리스도 그런 대회들을 즐긴다니 기뻤다. 령은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는 게시판을 잘 살펴봐야겠다. 리스에게 알려줄 대회가 있을지도 모르니. 령은 그 생각을 하며 뒤로 넘어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길이가 긴 만큼 정리하기에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령은 리스가 권한 머랭을 받아들고 바삭 깨물었다. 머랭 특유의 단맛이 입안에 잔잔히 퍼졌다. 령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맛있었다. 역시 제가 물색해놓은 가게 다웠다. 령은 신과주스를 한 입 마셨다. 달곰씁쓸한 맛이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 령은 신과주스를 다시 한 번 마시고 리스의 말을 들었다. 맛있어서 다행이다. 리스의 입에 안맞을까봐 걱정했는데. 령은 그 생각을 접어들고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이전에 방문했을 때 눈도장 찍어뒀던 가게에서 산 것이거든요."
령은 차분히 말을 하고는 다시 머랭을 하나 집어먹었다. 흰 머랭의 표면을 매끄럽게 훑는 손가락이 고왔다. 리스가 기쁜 마음을 희미하게 드러내니 자신조차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령의 입꼬리가 팽팽히 호선을 그렸다. 그러다가 다솜까지는 어쩐 일이냐는 말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던가. 령은 신과 주스를 마시며 잠시 말을 골랐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곧이어 령이 입을 열었다.
라온하제에 온 이후로 자신이 경험했던 기억들은 전부 다 좋은 추억들 밖에 없었다. 그래, 추억. 즐겁고, 행복했던, 그런 추억. 과거를 떠올렸을 때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바로 라온하제에 정착한 이후였다. 좋은 '신' 님들과 아름다운 풍경. 즐거운 대회들. 자신이 생전에 겪어왔던 것들과는 정반대인, 그런 따스함.
깜빡,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말씀에 멍한 두 눈동자가 잠시 느릿하게 깜빡여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한 박자 느린 반응이 뒤이어졌다. 순수한 기쁨에 물들어 부드러이 접히는 눈웃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령 님. 정말로 영광이예요...! 네, 저도 앞으로 라온하제의 뭔가 즐거운 소식을 알게 되면 령 님께 꼭 알려드릴게요."
컵을 들고있지 않은 쪽의 손을 살짝 꼬옥, 주먹까지 쥐어보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확고한 다짐과 의지의 빛이 두 눈동자에 살짝 어른거렸다. 같이 즐기는 대회는 더더욱 즐거울 것이었다. 분명히.
령 님께서 기나긴 머리카락을 정리하시는 아름다운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정리가 끝날 때 즈음, 령 님께 먼저 과자를 건네드렸다. 그 과자를 령 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자신 역시도 천천히 신과 주스를 마시고는 그 달콤한 맛에 솔직히 감탄하며 환하게 웃었다. 새로운 달콤함이 자신의 마음 속을 행복하게 물들여주고 있었기에.
"...네, 정말로 맛있어요. 령 님께서 고르신 음식 씨여서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신' 님의 안목은 역시 정확했다. 헤실헤실, 티 없이 맑은 미소가 잠시 희미하게 피어났다가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잠시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령 님께 조심스레 여쭤보면서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러자 잠시 주스를 마시면서 말을 고르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령 님. 그러한 령 님을 조용히 기다려드리고 있자 령 님께서는 이내 상냥히 입을 열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령 님의 깊고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끄덕였다.
"...네, 가온 님께서 알려주셨거든요. 그러니까... 할로윈 씨는 10월 마지막 주에, 'Trick or treat!' 하고 외치면, 인간 씨들이 사탕 씨와 초콜릿 씨를 주는 날이래요."
기대하고 있는 마음이 목소리에 그대로 살며시 묻어나왔다. 손가락을 하나, 하나, 접어가면서 대답하는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그렇게 잠시 자신의 접혀진 세 손가락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올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다시 갸웃, 기울였다. ...할로윈 씨와 다솜이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요?
즐거운 소식. 령은 그 말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라온하제의 뜻은 즐거운 내일이었다지? 어찌 이름을 이리도 잘 지었을까? 라온하제에 거주하고 있는 신들이 모두 즐거워하다니. 령은 눈을 지그시 내리감으며 이름의 뜻을 얘기하던 누리를 떠올렸다. 누리, 네 의도는 잘 진행되고 있어. 령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제 눈앞의 리스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리스. 꼭 알려줘요."
그렇게 확고하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령은 속으로 그 말을 삼키며 그저 웃음만 짓고 있었다. 령은 신과주스를 다시 한모금 마셨다. 씁쓸한 뒷맛이 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신과는 먹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낸다지. 그래서 자신이 먹은 신과는 달곰씁쓸한 맛이고.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신과는 무슨 맛을 낼까? 너는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대화와 주제가 빗나가는 것이니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비록 저는 음식 고르는 솜씨가 없지만 리스가 잘 먹어줘서 좋네요."
그 말대로 령은 뭘 고르는 센스는 잘 없었으니까. 령이 다시금 온화하게 웃으며 머랭을 가져간다. 와그작 소리가 나며 과자가 씹힌다. 달디 달구나. 령은 그 생각을 하며 머랭을 바라보았다. 흰 빛이 감도는 것이 외형조차 맛있게 보였다지.
"잘 알고 있네요. 그럼 리스는 할로윈 때 인간세상으로 내려갈건가요?"
령은 리스에게 물었다. 자신이 하고싶었던 말과 근접해가고 있었다. 떨렸다. 혹여 거절당하면 어쩌나 너무 떨렸다. 그래도 말은 해봐야겠지. 령이 컵을 꼬옥 쥐었다. 한 눈에 봐도 긴장하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다.
령 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확고한 다짐의 빛은 여전히 자신의 눈동자 안에 가득히 어렸다. 꼬옥 쥔 주먹과 연신 끄덕여지는 고개마저 여전했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속마음과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 똑같이 일치함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었지만.
하지만... 무려 '신' 님께서, 령 님께서 저에게 먼저 알려주신다고 하셨으면 저도 꼭 그래드리고 싶어요.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나름대로의 보답은 그것밖에 없을테니. ...왠지 조금 씁쓸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제가 도움이 더 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예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처음 보는 과자를 하나 집어들었다. 하얗디 하얀 과자는 묘하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었고, 신기한 모양을 띠고 있었다. ...뭔가... 구름 씨를 살짝 얼려놓은 것 같아요. 자신이 느낀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천천히 작은 구름 과자 하나를 입가로 가져가 합, 먹어보았다.
느릿하게 입이 우물우물 움직여졌다. 바삭바삭, 부드러우면서도 색다른 달콤함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에 순간 환한 미소가 다시 가득히 꽃피워졌다. 그에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말씀에 드물게 곧바로 반응이 튀어나왔다. 도리도리, 고개가 세차게 좌우로 저어졌다.
"아니요, 령 님의 음식을 고르시는 솜씨는 정말로 뛰어나세요...! 저, 이런 맛있는 음식 씨는 처음이거든요. 저라면 이런 음식 씨를 알지도 못 했을테니, 령 님께서는 정말로 대단하신 거랍니다. ...이렇게 맛있는 구름 과자 씨를 먹어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령 님."
꾸벅, 허리를 살짝 숙였다 펴고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전부 다 자신의 진심이 담긴 말들이었다. ...구름 씨로 이런 맛있는 과자 씨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예요. 그럼... 먹구름 씨로 만들면 검은색 과자 씨가 되는 걸까요? ...이런 맛있는 과자 씨를 알고 계셨던 령 님께서는 정말로 대단하신 것 같아요. 잠시 하얀색의 과자들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들려오는 령 님의 물음에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작게 끄덕였다.
"...네, 내려가볼 생각이예요. 할로윈 씨, 꼭 즐겨보고 싶거든요. 가온 님께서 그러셨는데, 할로윈 씨에는 인간 씨들께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분장을 하신대요. 그 모습도 꼭 보고 싶어요. ...그래서 적어도 혼자서라도 내려가보려고 생각 중이예요."
희미한 미소가 덧붙여졌다. 령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조금 긴장하고 계신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 이유까지는 차마 알지 못 한 채, 고개만 살짝 갸웃, 기울이면서. ...령 님,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요...? 걱정스러운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할로윈.... 음... 할로윈 전 날에 오늘 친 시험 결과가 나와서 무진장 기다리고 있습니다. JPT 시험... 200문제의 압박은 무시무시하네요. 듣기평가 100문제. 어학 문제 100문제. 듣기 평가는 그렇다고 쳐도 어학 문제 100 문제는 45분만에 다 풀어야하니...
구름 과자? 령은 구름 과자가 뭘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반응이 한 박자 느렸다. 잠시 어안이 벙벙한 듯 리스를 바라보던 령은 한참 후에야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표정을 풀었다. 리스는 머랭을 접해보지 않았구나. 령은 리스에게 다른 음식들도 많이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코하쿠토라던가... 아, 뭘 사줄진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으니.
령은 머랭 하나를 직접 손으로 쥐어보이며 말했다. 정말이지 순수하구나, 리스는. 령은 잠시 리스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제외하곤 아무도 모를테지.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본다는 말에 령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령이 그리 표정을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건만 이번만은 달랐다. 어쩌면 자신의 제안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령은 상냥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잘 되었다. 자신도 할로윈 때 내려가볼 생각이었으니.
"그렇군요. 저도 할로윈 때는 인간세상을 돌아다닐 예정이에요. 저, 리스."
령은 리스를 한 번 불러보았다. 시작이다. 긴장되는 듯 령이 컵을 꼬옥 쥐었다. 신과주스가 미세하게 출렁였다. 령은 리스의 눈을 마주했다. 색이 다른 눈동자가 보였다. 령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다시 리스를 바라보았다. 긴장하지 말자. 령은 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비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랑 할로윈 때 같이 인간 세상에 내려가실래요?"
같이 나가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으면서 즐겁게 보내는 게 어때요? 령이 제안을 해왔다.
자신의 말에 령 님께서는 어안이 벙벙한, 멍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에 오히려 자신 쪽에서 더욱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령 님을 올려다보았다. 갸... 웃...? 고개가 느릿하게, 어정쩡한 모습으로 옆으로 기울여졌다. 머랭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신으로서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혼란도 이내 령 님께서 직접 손으로 머랭을 쥐어보이면서 쉽게 설명을 해주시자 이내 해결이 될 수 있었다. ...머랭.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령 님의 말씀을 한 박자 늦게 조용히 따라서 중얼거려 보았다. 톡, 혀가 입천장을 살며시 두드리는 신기한 이름이었다. ...머랭. 다시 한 번 더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시선을 들어올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미소가 그 뒤를 이었다.
"...그랬군요. 머랭. 머랭 씨였군요. 뭔가 예쁜 이름인 것 같아요.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령 님. 감히 말씀 드리지만, 령 님께서는 얼마든지 뿌듯해하셔도 괜찮아요. 그만큼 령 님께서는 아름답고 똑똑하신 '신' 님이시니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얘기하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끄덕였다. 그랬다. 자신이 알고있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알고 계신. 딸랑딸랑, 령 님의 맑은 방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다가 이어진 령 님의 물음에 천천히 다시 입술을 열었다.
할로윈. 그리고 인간 세상. 그것에 대한 자신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머뭇거림 없이 자신이 품고 있는 기대를 여실히 드러내자, 령 님의 표정이 확연히 밝아졌다. 그에 뭔가 안심이 되면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령 님께서 기뻐하시는 듯한 이유가 무엇인지.
"...네?"
자신과 마찬가지로 할로윈 때는 인간 세상을 돌아다닐 예정이라 밝히신 령 님께서는 이내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리스, 그 이름에 다시금 한 박자 늦게 대답을 하며 멍한 눈매의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였다. 이질적인 두 눈동자 속, 한 시야. 그곳에는 검은색 눈동자가 마주했고, 왠지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령 님께서는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할로윈 때 같이 인간 세상에 내려가자는 제안. 그 제안에 느릿하게 깜빡깜빡이던 멍한 눈동자가 뒤늦게 동그랗게, 크게 떠졌다. ...그러니까... 령 님께서 저에게 같이 내려가자고 해주시는 건가요...? 정말로요...?
도저히 쉽사리 믿기지 않는 제안. 그에 평소보다도 유난히 반응이 늦어졌다. 하지만 애써 일시정지하듯 멈춰졌던 입술을 천천히나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제가 감히 령 님과 같이 내려가도 되나요...?"
제일 먼저 튀어나온 말은 바로 그런 되물음이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 동그랗게 변한 눈매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곧 환한 눈웃음으로 바뀌었다. 흐릿하지 않고 선명한, 헤실헤실거리는 웃음으로.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찬 고개 끄덕거림과 함께.
"...네,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즐거운 할로윈 씨, 령 님과 같이 즐겁게 보내보고 싶어요. ...그러면 왠지 더욱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아요. ...괜찮을까요, 령 님...?"
예쁜 이름인건가? 령은 늘상 듣고 자랐던 단어라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리스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스는 머랭을 접해보지 못했으니까. 아무튼간에 다음엔 맛집을 많이 알아와서 리스와 함께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리스도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고 령 자신도 즐거운 추억을 접하게 될 수 있을 터이니 쌍방이 좋은 거 아닐까? 령은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음...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번에 제가 알고있는 맛집에도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리스가 접한 음식의 폭을 늘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령은 부드럽게 말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떨렸다. 거절당하면 어쩐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게지. 령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문득 바람이 불고 벚꽃잎 하나가 제 앞에 떨어졌다. 아름다워라. 령은 그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미리내엔 꽃이 없었지. 자신도 다솜으로 이사를 와야하나?
리스가 반응이 늦어졌다. 령은 할 수만 있다면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오백년동안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봤지만 누군가한테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어째서일까? 령은 그 의문을 머릿속에 새긴 채 리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할로윈 축제야. 거절당해도 혼자 가면 돼. 령은 애써 되뇌였다.
천천히 입술이 벌어지고 나온 말은 정말로 같이 가도 되냐는 말이었다.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했다. 제가 제의한 일인데 안된다고 하겠는가? 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건 오히려 이쪽에서 하고싶은 말이었다. 령과 리스는 만남이 잦지 않았으니 거절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지. 리스는 선명하게 미소를 지었다. 령은 그곳에서 승낙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다.
"물론 괜찮답니다. 승낙해주어서 고마워요, 리스. 저도 리스와 함께 즐거운 할로윈을 보내고 싶어요."
모든 것을 전부 다 좋아하고 '사랑'하려는 자신에게 있어서 이런 무생물 역시도 사랑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머랭, 이름마저 예쁜 그것에 순수한 감탄을 표현할 정도로. 아무튼 령 님께서는 이내 다정한 목소리를 이어나가셨고, 그것은 다음 번에 대한 약속에 관한 것이었다. 같이 령 님께서 알고 있는 맛집에도 가보자는 것.
그에 몽롱한 눈매가 동그랗게 떠졌다. 깜빡깜빡, 커다란 두 눈동자가 령 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 눈동자는 부드럽게 접혀 따스한 눈웃음을 자아냈다. 주황색과 노란색. 눈동자가 담고 있는 색만큼이나 따뜻한 미소였다. ...왼쪽 눈 색을 제외하며.
"...절대로 실례되지 않아요, 령 님.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네. 저도 가보고 싶어요...! 령 님께서 알고계신 맛집. 분명히 무척 멋진 곳일 테니까요."
그것은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어떻게 이렇게 확신할 수 있냐고? 그야 무려 령 님께서 알고계신 맛집이었으니까. 그것이 나쁘거나 형편 없을 리가 없었다. 령 님을 향한 순수한 신뢰가 기대의 마음을 가득히 채웠다. 무려 자신을 위해서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령 님이셨다. 그런데 어떻게 실례가 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저는 너무 기쁘기만 한 걸요.
헤실헤실, 기쁨에 물든 미소가 잠시 지어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야, 령 님께서는 또다른 제안을 해오셨으니. 그러나 그것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쉽사리 믿기지 않는 제안이었기에, 대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소보다도 훨씬 더 늦게 입술을 열어 새어나온 목소리는 대답이 아닌 되물음이었다. 그야 역시 믿기지 않았으니. ...어쩌면, 이것도 제가 만들어낸 환각일지도 모르니까요. 너무 행복한 환각. 두려울 정도로 행복한 환각.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하지만 령 님께서는 여전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것은, 곧... 이내 천천히, 선명한 미소를 지었다. 흐려서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미소가 아니었다. 선명하고 확실한 미소가 꽃피워졌다. 자신의 대답을 들은 령 님 역시도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웃음이었다. ...너무나도 눈부신 웃음이었다.
"...저야말로 저에게 제안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령 님. 령 님과 함께라면 분명히 즐거운 할로윈 씨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자신 역시도 령 님께서 즐거우실 수 있도록 이것저것 열심히 해볼 것이었으니. 미래의 즐거움을 담는 확신과 다짐이 섞인 목소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맛집에 가자는 약속도 받아내었다. 오늘은 날이 잘 풀리는 날인가? 이상하게 일이 술술 풀렸다. 령은 미소를 지으며 머랭 쿠키 하나를 입에 까넣었다. 까드득 소리와 함께 달콤한 맛이 났다. 아무래도 집에 가면 리스와 함께 갈 맛집 리스트라도 작성해놓는 것이 좋겠지. 령은 그리 생각하며 우선 어디에 갈지를 골랐다. 이 집은 맛이 좋은 대신 거리가 멀고, 이 집은 가깝고 가성비가 좋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다음에 리스와 함께 갈 맛집을 골라놓을게요."
령은 입가에 친절한 웃음을 띄우고 다시 신과 주스를 마셨다. 신과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령은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했다. 리스와 갈 곳이 생겼다. 친해지고 싶은 이와 약속을 잡는 건 좋은 일이지. 령은 속으로 생각하며 자연스레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 덕택에 방울이 다시 한 번 딸랑였다. 령은 다시 눈을 떴다. 밤하늘같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감사하다라... 감사할 것은 이쪽인데. 령은 리스의 말에 다시 한 번 웃었다. 제가 이 제안을 할때까지 얼마나 떨어댔는지 모른다. 혹여 리스가 거절할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하지만 이제 되었다. 리스가 허락했으니까. 령은 리스의 손을 잡았다. 령의 손에 온기가 돌았다.
"분명 우리 둘이 함께라면 재밌는 할로윈을 보낼 수 있겠죠. 리스와 함께해서 무지 영광이랍니다."
미래는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이었고,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운명은 정해져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얘기할 미래에 대해서 자신은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개의 미래를 알 수 있었다. 령 님과의 약속이 만들어낼 미래. 그것은 맛집에 함께 가자는 것과 할로윈 때 함께 인간 세상에 내려가자는 것. 그 두 가지 미래에서 자신은 분명 행복할 것이었다. 즐거울 것이었다. 그 날들은, 분명 소중하게 빛나는 추억이 될 것이었다. ...그렇죠, 저의 '신' 님? 여전히 자신의 '신' 님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은 변함없이 확고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저야말로 감사해요, 령 님. 정말로 말이예요. 오늘 령 님께서 주신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너무 기뻐요. 이 머랭 씨도, 주스 씨도, 그 제안들도. 전부 다 기뻐요. ...령 님의 맛집, 너무 기대되어서 빨리 가고 싶을 정도예요."
솔직하게 기대의 마음을 입에 담으며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하지만... 역시 기다려야겠죠. 그야 자신 역시도 령 님께 뭔가 드리고 싶었으니. 이렇게 받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니... 저도 령 님께 어떤 걸 드리면 좋을지 생각해봐야겠어요. 딸랑, 령 님의 방울 소리를 가만히 들으면서 잠시 그러한 생각에 잠겼다.
딸랑, 령 님의 깊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다시 드러났다. 그 눈동자를 마주하는 이질적인 두 눈동자가, 령 님께서 자신의 손을 잡아오자 살짝 놀란 듯이 동그랗게 커졌다.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그리고 그러한 온기보다도 상냥한 령 님의 미소와 눈빛. 그것은, 환각이...
깜빡깜빡, 다시 멍한 눈매로 돌아온 눈동자가 잠시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부드럽고도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꽃피워졌다.
"...꼭 그럴 거예요, 령 님. 저도 령 님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서 무척 영광이예요. ...령 님께서도 행복하실 수 있도록, 꼭 즐거운 할로윈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작게 머뭇머뭇, 조금씩 움찔거리던 손가락이 이내 천천히 굽혀졌다. 령 님의 손을 따라서 살며시 잡은 손에는 묘한 따스함이 맴돌았다. ...따스해요. 정말로. 그 낯설도록 따뜻한 온기에 살짝 기대듯, 두 눈동자를 천천히 감았다.
령은 리스를 마주보았다. 자신으로 인해 기뻐하는 리스를 보며 령은 행복감을 느꼈다. 이 신은 자신 덕분에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령은 그 생각을 하며 신과 주스가 든 컵을 꼬옥 쥐었다. 오늘은 일이 술술 풀려서 좋은 날이다.
"기쁘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군요. 리스께서 충분히 기뻐하신다니 다행이네요."
령이 생긋 웃었다. 리스가 기쁘다니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령은 자신이 제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안그랬으면 리스와 친해질 일도 없었겠지. 령은 앞으로도 리스에게 많은 것을 제안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뭘 제안해볼까?
"저도 리스와 함께 가는 할로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도하겠습니다. 꼭 행복한 시간을 보내요, 리스."
령이 리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마 령의 손에 있는 온기는 영원히 꺼지지 않으리라. 문득 령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리깔려 있었다. 령은 슬슬 돌아가야겠다고 느낀다. 아쉽지만... 령은 퍽 아쉬운 눈길로 리스를 바라보고는 손을 놓는다. 령의 눈길이 리스로 향한다.
"아쉽게도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날이 어둡기도 하고... 그럼 할로윈 때 봐요, 리스."
령은 그 말과 함께 신통술을 사용하여 미리내로 향했다. /제가 지금 컨디션이 안좋아서 급하게 막레 드릴게요 ㅠㅠ 수고하셨습니다 리스주!
>>891-892 ㅋㅋㅋㅋ전 괜찮아요! 익숙하거든요! XD 그것보다 세설주의 수면패턴이 더 걱정이라...ㅠㅠㅠ 나중에 깬다고 하셔도 일찍 잠을 청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세설주? 이미 꽤 늦은 시간이라구요...ㅠㅠㅠ(토닥토닥) 아침...아침을 봉인해야...(흐릿)(???)
미리내 안에서도 가장 조용한 곳, 둘러보면 눈밖에 없는 곳에는 외딴 섬 마냥 가게 하나가 뚝 떨어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낡은 안락의자가 움직이는 소리와 타닥거리며 벽난로의 불씨가 튀는 소리만이 들려오며, 언제까지나 주인 혼자서만이 지키고 있을 것 같았던 가게 안에는 이번엔 회색의 고양이가 홀을 지키고 있었더라. 은빛의 포장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같이 들려온다. 주인은... 아 마침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트레이에 무언갈 잔뜩 담아오고서.
"저... 점장님. 저 언제 퇴근시ㅋ..." "그거 다 포장할 때까지." "아니 이미 밤을 샜었" "다 포장 할때까지."
...너무해. 고집을 꺾을 리 없는 주인에게 고양이는 불만스러운 듯이 얇은 회색의 꼬리를 바닥으로 탁탁 내리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2층에서 내려온 주인은 조금 비어보이는 곳에 단 것들을 쏟아 부었다. 테이블 위에는 눈처럼 하얀 알사탕이 있었는가 하면, 반대로 화려한 색색의 검볼이나 젤리빈도. 유령 모양으로 아이싱 되어있는 쿠키와 흔히 있는 빨강하양 조합이 아닌 주홍 초록의 캔디 케인까지. 나름대로 실력을 드러낸 모양이였다.
"우는 소리 하지마. 너만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아니 어째서 쓸데없이 열심이에요?! 평소에는 안 그러면서! 아아! 이러면 또 파업할거에요! 파업!"
결국 캔디케인에 묶는 리본과 씨름을 하던 고양이 신은 결국 리본을 앞으로 휙 내던지며 앞으로 엎드린다. 포장지가 한꺼번에 구겨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점장님 미워요... 라고 앓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그런 태도를 나무라던 주인이 다시 알바생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가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손님이네. 오늘은 안 올 줄 알았는데." "하아... 언제는 손님이 왔었나요." "그러니까 늘리려는 것 아니야. ...높으신 분의 민원이니 관리자 일도 할 겸. ...손을 쉬고 있잖아, 포장이나 열심히."
중간의 문장은 입속에서 중얼거리는 지라 묻혀버린다. ...눈도 내리고 있는데 이만 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아직도 임시 파업 상태인 알바생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오늘 내가 찾아온 것은 미리내이다. 이곳은 눈이 많아서 정말 예쁘기도 하고, 뽀드득, 뽀드득 눈 깨지는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다. 물론 내가 여우라서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만... 일단 여우는 개와 비슷하다고 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내가 강아지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곳에 있는 관리자, 세설의 카페의 문 앞에 나는 서 있었다. 언제 한 번 놀러가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때였다. 휘파람을 불면서 나는 천천히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문이 먼저 열렸고 나는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문을 여는데 괜히 방해가 되면 안되니까.
아무튼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설의 모습이었다. 안에 있었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안녕! 설아! 전에 카페에 놀러오겠다고 한 거 기억나? 놀러왔어!"
환하게 웃으면서 나는 꼬리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아까 들어오기 전에 카페에서 뭔가 티격태격하는 목소리가 들렸기에 그에 대해서도 물어볼겸, 나는 설을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카페 안에서 뭔가 말싸움을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바쁜 상태야? 바쁘다고 한다면 다음에 올게."
아무리 내가 고위신의 딸이자, 고위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쁜데 마구 들어가는 행동을 할 마음은 없었다. 장차 라온하제를 지배할 이로서, 지킬 것은 지켜야만 하는 법이니까!
형식적으로 인삿말을 건내고, 올거라면 가온도 올거라 생각했던 주인은 가게 밖을 슬쩍 훑어본다. 아마 누리 못지 않게 단 것을 좋아하고 항상 붙어있으니 같이 올거라 생각했지만... 주인에게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상관 없겠지.
"...바쁘다고 해도, 온 손님을 내쫓을 만큼은 아니야." "자기는 안 바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마징가 귀(...)처럼 불만스래 커다란 회색의 귀를 접고 있는 알바생이 태클을 걸어온다. ...그냥 내쫓아버릴걸 그랬나. 오, 방금 주인의 속마음이 흘러나온 듯 한건 기분 탓일거다. 그러니 신경쓰지는 말고, 온 손님을 들여보내기 위해 문 옆으로 비킨다.
"엣, 누리 님이잖아요...? 저, 전부터 만나보고 싶었어요!"
가게 안으로 누리가 들어오자, 팔 위로 누구인지 살피던 고양이 신은, 반가움에 어느새 빠른 속도로 문 앞을 마중나와 꼬리를 바짝 세운 채 반짝거리는 눈으로 누리를 바라보았다. 손님에게 실례잖아. 눈치를 주는 주인의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이 고양이 신은 신경 쓰지마. 비어있는 곳에 앉아. 지금은 조금 너저분하긴 하지만."
너저분...하다기엔, 한 테이블 안에 쿠키와 캔디가 쌓여있을 뿐으로 그리 어지럽지는 않았다. 이것도 그저 형식상의 말인 듯 하였다.
"호위? 아. 가온이 말이야? 가온이는 내가 부르기 전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무래도 비나리의 관리자니까 할 일도 있으니까. 대신 내가 찾으면 언제든지 나타날거야. 불러줄까? 가온이?"
많은 신들이 착각하는 것이지만, 가온이는 항상 내 옆에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비나리의 관리자 일도 있고 그렇다보니, 내 옆에 없을 때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내가 부르면 가온이에게 신호가 가기 때문에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타난다. 그렇기에 이렇게 가온이가 없어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고... 물론 가온이보다 내가 좀 더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바쁘다는 것은 사실인듯 보였다. 실제로 부정하진 않았으니까. 역시 다음에 올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갑자기 저 안에서 고양이 수인 신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전부터 만나보고 싶었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 신을 바라보았다. 일단 누구인 것일까? 설이는 신경쓰지 마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에 무시할 순 없었다.
"후훗.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겠어? 이렇게 나를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로 반가워! 네가 말한대로 내 이름은 누리야. 은여우 은호의 딸, 누리. 그런데 나는 왜 만나보고 싶었던 거야? 나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뭔가 만나고 싶은 이유가 있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볼일을 물으면서 나는 일단 비어있는 자리에 적당히 앉았다. 저쪽 테이블에 과자와 사탕이 쌓여있는 것이 눈에 보였고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물었다.
"그런데 그 사탕과 과자는 뭐야? 이 카페에서 팔고 있는 거야? 아. 그리고 나는 달콤한 음료 하나! 제일 달콤한 것으로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