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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에서는 지금이 추석 연휴라고 들었느니라. 그렇다면 내가 추석 연휴를 잘 보냈을터니 선물을 주겠느니라."
험악할 정도로 곤두선 분위기로 대치하고있는 악신과 라온하제의 주민들을 바라보며 그는 한 발 불러선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쓰이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지만 저 악신이 세설과 비슷한 수준의 신이 만들어낸 물건을 간단히 없애버릴 정도로 강력하다면 아마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을것이라고 우선 생각했다. 전력을 가할 생각이 아닌이상, 서로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한낱 아기고양이라 해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있는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뱀신. 뱀신이라, 사우가 연상되는 특징이긴 하다만..."
모든 '신' 님들은 각자 뭔가 행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아예 공격 자세를 취하며 경계 태세를 보이시는 신 님도 계셨고, 그저 상황을 살펴보시는 신 님도 계셨다. 자신은 그저 누리 님을 달래드리려 애쓰며, 우선 상황을 지켜볼 뿐.
하지만 세설 님의 커다란 월도가 소멸하듯이 사라지는 모습에 정말로 깜짝 놀라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아..."
멍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악신 님께서는 이내 비웃음이 섞인 말을 내뱉으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래를 하나 제안해오셨다. 아기 고양이 씨를 내놓으면 물러가겠다. ...하지만... 그 말씀을 믿을 수 있을까요?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걸까요...?
불길하고 불안했다. 모든 것들이 불안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 가지 마음만은 확실했다. ...아기 고양이 씨를... 내드릴 순 없어요. 아기 고양이 씨는 지켜드려야 해요. 그것이 바로 저 고양이 신 님께서 저희에게 부탁하셨던 것. 마지막 정신력을 쥐어짜내시면서 하셨던 부탁. ...그러니...
고개를 돌려 어미 고양이 신 님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바둥거리는 아기 고양이 씨가 닿아있었고, 그에 한 번 더 마음이 찢어지는 듯이 아픈 기분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두운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하지만...
우선 저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 정신을 차리시도록 하고 싶어요. ...'신' 님. 당신의 능력을 제가 감히 사용하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부디 저에게 힘을 주세요.
[아기 고양이 씨. 저는 우선 저 고양이 신 님을 진정시켜 드리고 싶어요. 조종에서 깨어나시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 텔레파시 능력으로 어미 고양이 씨께 같이 말을 걸어주셨으면 해요. ...부디 저와 함께 해주실 수 있나요?]
우선 제일 먼저 아기 고양이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텔레파시를 보내려고 시도하며 의지에 담긴 눈동자를 보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어미 고양이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구슬은 더욱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신 님. 저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아기 고양이 씨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부디 정신을 차려주세요...! 아기 고양이 씨를 보호하고 지키는 데에는 신 님께서 필요해요...! 아기 고양이 씨와 함께 행복해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테니, 그러니...]
"...부디 정신을 차려주세요..."
마지막 말은 희미한 중얼거림으로써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미 고양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이질적인 눈동자는 회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어미 고양이의 진짜 정신 속에 말을 걸 수 있도록 텔레파시를 보내보려 했다. 악신 님께는 대답하지 않았다. ...죄송해요, 악신 님. 하지만 전...
령 씨와 세설 씨가 검을 들고 저 사악한 악신을 베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그 검이 악신에게 닿는 순간, 그 검을 통해서 검은색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것과 동시에 나는 두 신을 뒤로 확 끌어왔다. 만약 그대로 뒀으면 검은 불꽃이 그대로 검을 타고 흘러, 령 씨와 세설 씨의 몸을 태웠을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악신이란 이래서 보통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정말 피래미라면 모를까. 진짜로 제대로 사악한 힘이 깃든 악신의 경우에는 제거하려면, 고위신들이 움직여서 '정화'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와는 별개로 모두는 고양이는 넘겨줄 수 없다고 말을 해왔다. 그러자 사악한 악신은 피식 웃으면서 우리에게 말해왔다.
"그렇다면 너희들도 모두 잡아먹으면 그만인 일이야! 특히, 거기 박쥐 신 너. 나를 다른 신에게 비교하지 마라! 아무튼 자. 공격해라!"
"....크르릉.."
바로 고개를 저 고양이의 어미인 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그 고양이의 어미인 신은 움직이지 않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무엇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진 모를 일이었다.
ㅡ냐옹, 냐옹, 냐옹.
조용히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그르렁거리는 저 고양이의 어미는 움직이지 않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거야! 빨리 공격하지 않고!!"
".....키와아아앙!!"
이어 그 고양이의 어미는 높게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에게 덤벼드는 것이 아니었다. 저 거대한 뱀신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에 악신은 당황했는지 단번에 고양이의 어미 신에게 깔렸다. 바둥바둥거리면서 뱀 신은 벗어나려고 시도했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누리님을 바라보았다.
"누리님! 정신차리십시오! 지금이 기회입니다! 어서 저 악신의 정화를...!"
".....으읏..."
누리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마도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그것을 실감하면서 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부탁의 메시지를 전했다.
"여러분에게 죄송하지만, 누리님이 진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악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화 이외에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일단, 저는 저대로 시간을 벌어보겠습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어 나는 발톱을 세우고, 악신에게로 돌진했다. 남은 것은 시간이 어떻게 해결을 하느냐에 달려있었다.
검은 불꽃이 검을 태웠다. 가온이 령을 끌어당겼다. 령은 검을 놓치고 순식간에 가온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안돼... 저 검은 소중한 것인데. 아쉽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어미 신이 뱀에게로 달려들었다. 령은 그 광경을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누리를 바라보았다. 누리는 아직도 벌벌 떨고 있었다. 령은 누리의 어깨를 잡았다.
"누리, 잘 들어. 네가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 나는 몰라. 나는 라온하제에 오기 전에는 너와 관련이 없던 일개 흑조 신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줘. 이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우리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너는 저 악신을 정화할 수 있잖아. 누리, 그러니까 제발 정신을 차려줘!"
령은 간절하게 누리에게 말했다. 통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뭐라도 했다는 노력은 있지 않을까?
"무지렁아.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네 세상을 형편없이 깨져버릴 거야." 뉘우침이 있다 하여도, 죄의 무게는 절대 가벼워지지 않아. 갚아나가야 할 뿐이야. 누리를 봅니다.
"누리야. 무엇이 너를 두려워하도록 하고 있니?" "우리는 모르니까 말하는 걸지도 몰라." 연약한 것을 부수지 않고 감싸안는 것은 파괴하는 것보다 어렵다. 마구 말하는 것은 쉽지만, 조곤거리며 달래는 것은 균형을 잡기 어렵다. 그래도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누리에게 말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하지만 지금 바라보면 아기 고양이와 무언가가 닿아서였을까. 꼭두각시임에도 공격하고 있지 않니. 은호님은.. 아. 잘못 말했다. 은호님이 저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이라고 말하며 희미한 농담을 말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두렵다면 장갑낀 손이긴 하지만 손을 잡아줄게." 나는 여기 있잖니. 다른 이들이 있잖니. 강요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고양이와 그 어미를 구하기 위해서는 누리의 힘..아니야. 힘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해. 가온이가 고위신이었으면 아마 누리님이 이런 험한 일에 손에 물을 묻히게 둘 순 없습니다! 라고 하며 싹싹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고양아. 너도 앞발을 손에 잡아주자." 아기 고양이의 앞발을 누리의 손에 얹어주려 합니다.
령 님과 세설 님께서 악신 님께 공격을 가하려다가 오히려 다칠 뻔한 것을 보면서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다행히 완전히 다치시지는 않으셨지만... 정말로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신 님들께서는 전부 다 아기 고양이를 지킬 생각인 듯 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들의 모습을 악신 님께서는 그저 비웃을 뿐이었고, 그대로 어미 고양이 신 님께 공격을 지시했다.
그에 조금은 두려운 듯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어미 고양이 신 님을 바라보았지만,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울고있는 아기 고양이를 바라볼 뿐. 그리고 그 신 님께서는... 이내 곧 높게 뛰어올라 악신 님 쪽으로 달려들었다.
"...! 신 님!"
그에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미 고양이 신 님을 외쳤다. 악신 님께 덤벼드신 것을 보면 신 님께서 정신을 차려주신 걸까요? ...정말로 다행이예요.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닌 듯 싶었다. 누리 님께서는 여전히 두려우신 듯이 몸을 떨고 계셨으니. 그러한 누리 님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가온 님의 부탁.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해주세요."
걱정과 동시에 조용히 자신의 '신' 님께 기도를 올렸다. 부디, 모두가 무사하시기를. 그리고 이내 누리 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면서 누리 님의 손을 살며시 꼬옥, 잡으려 했다.
"...누리 님. 괜찮아요. 전부 다 괜찮아요, 누리 님. 지금은 물론 두렵고 괴로우실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누리 님. 저희들이 있어요. 모든 '신' 님들. 그리고 저까지, 모두 다 누리 님의 곁에 있어요. 그러니 부디 불안해하시지 말아주세요, 누리 님. 모든 분들이 전부 다 누리 님과 함께예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디 누리 님께서 괜찮아지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누리 님의 '라온하제'의 미래. 저도 보고 싶어요. 그러니... 부디 정신을 차려주세요, 누리 님. 함께 '라온하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즐거운 내일. 누리 님의 밝은 꿈을 언급하며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아직, '라온하제'를 기대할 수 있었다.
불에 뛰어드는 나방인가. 불태워지는 순간에 자조적으로 생각한 문장이였다. 가온의 도움으로 어찌저찌 태워지는 것은 면하였지만. 헛웃음도 안 나오는군. 결국 저 어린 신에게 모든 걸 맡겨야 하는 것이잖아. 무력하게 뒤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매우 언짢을 뿐이였다... 그러기에.
"...웃기지도 않는군. 이봐, 장차 라온하제의 지배자. 너보다 약한 신에게 이 사태를 맡길 셈이야?"
그래, 공주님. 지금의 누리는 공주님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태어난지 1년밖에 안된 신에게 무엇을 기대했는가 하겠지만... 너무 책임감이 없어.
"뭣 때문에 벌벌 떠는 지 난 몰라. 확실히 그 뒷 사정에 무슨 굉장히 끔찍하고 애처로운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즐겁고 행복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개방한 주제에, 라온하제에 들어온 고양이 하나 못 지킨다면... 과연 그 이후에 자격이 저절로 생길 것 같아?"
...달콤한 말, 다정하게 다독이는 말.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게 나올리가. 뭐라고 더 톡 쏘아내려다가, 입을 잠시 다물었다. 그래. 1절로 요약 하자.
사악함을 가득 몸에 담은 악신은 자신을 덮친 고양이를 단번에 밀쳐버린 후에, 그 목덜미를 강하게 물어뜯어버리면서 날려버렸다. 이어 그 신은 근처 나무에 부딪혀서 그대로 축 늘어졌고, 가온과 밤프가 뒤이어 공격에 나섰다. 밤프의 새빨간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가온의 늑대 발톱이 섬광을 비치며 신을 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엔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저는 은호님과 누리님을 지키는 존재. 호위가 바로 저의 일입니다. 밤프 씨야말로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가온의 말을 뒤로 누리는 다른 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때로는 격려하듯, 때로는 날카롭게 찌르듯,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조곤조곤하게... 그리고 그런 누리의 손에 고양이의 작은 앞발이 올려졌다. 손을 꼬옥 잡고 잡히는 따스한 느낌에 누리는 조금씩 떠는 몸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고, 고마워. ..조금, 조금...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나...그러니까... 아니야.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었지?"
뒤이어 누리는 이제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돌려 악신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그녀의 구슬에서 강렬한 하얀색 빛이 감돌았다. 그 뒤로는 정말로 은은하게 반짝이는 커다란 은빛 고리가 살랑거렸다. 이어 누리는 악신에게 이야기했다.
"나, 라온하제의 지배자, 은호의 힘을 이어받아 이 세상에 탄생한 고위신, 누리의 이름으로 명한다! 사악한 힘은 정화되어 무로 돌아가고, 사악한 신은 그 힘과 함께 사라질지어다!"
"밤프 씨! 뒤로!!"
그 하얀색 빛을 보는 것과 동시에, 가온은 밤프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뒤로 물러서는 것이 좋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은 곧 주변을 감싸듯이 덮었고, 사악한 악신은 괴로워하면서 몸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고, 고위신..! 가, 갑자기 힘을..! 그만둬! 그만둬!!"
괴로워하는 악신은 곧 저항할 생각인지 자신의 주변으로 검은색 빛을 내뿜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무에 부딪혔던 고양이의 어미, 즉 어미 고양이 신이 달려들었고, 그 악신을 다시 한번 덮쳤다.
ㅡ냐옹...?
뒤이어 아사의 품에서 아기 고양이가 몸을 바둥바둥 흔들면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했다. 그 몸부림은 보통 큰 것이 아니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방금 전, 머릿속으로 울렸던 바로 그 어미 고양이의 목소리였다.
ㅡ겨우 남아있는 의식으로 모두에게 말을 전합니다. 부디, 부디... 한 가지 부탁을, 마지막 부탁을 더 해도 괜찮겠습니까?
됐다. 통했다. 령은 누리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정화를 시작하면 우리에게 유리해질테다. 령은 하얀 빛이 뱀을 덮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장관이었다. 악신이 저항을 시도하는 순간 어미고양이가 뛰어들어 악신과 싸워댔다. 그리고 머릿속에 울리는 텔레파시. 령은 그 말에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거야?" 몰아붙인 걸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고는 괜찮아.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립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중에 괜찮다면 말해줄 수 있을까. 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은
"신은 기본적으로 오래 사니까 나중이 한 10년이나 정말 나중이라면 100년일지도 모르겠네." 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가 올려놓는 걸 봅니다. 그리고..
"앗 그렇게 바둥거리면 목의 끈 풀려버려.." 사실 잘 안 풀랄 것이긴 하지만 뭔가 흔들려 버립니다만. 맙소사. 고양이를 조금 손 위에 올리려 하기 전까지는 약간은 당황한 듯한 아사의 말이 나옵니다. 옷이 좀 엉망이 되어서 노출이라도 되면 이 어장이 위험해져.. 라는 묘하게 메타적인 말이 나옵니다. 괴전파인가요?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악신 님이 어미 고양이 신 님의 목덜미를 강하게 물어뜯어 날려버리자, 그 모습에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깜짝 놀라 외쳤다. 두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입가를 가린 손도 살짝 바들바들 떨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두려워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모든 신 님들께서 지금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계세요. ...그렇다면 저도.
그렇기에 누리 님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누리 님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일부러 말을 걸고, 두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미소를 보이며. 그리고 다른 신 님들의 말씀까지 전부 다 듣고 난 이후에야 누리 님께서는 천천히 떨리던 몸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금은 진정된 듯이 입을 여셨고, 그에 안심한 듯이 살짝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누리 님. 안 좋은 기억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는 걸요. 그래도... 기운을 내주셔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누리 님, 괜찮아요."
모든 것들이. 덧붙여지는 말은 누리 님을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향한 것이었을까. 두 눈동자를 조용히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악신 님을 바라보는 누리 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누리 님의 구슬이 강렬하게 빛나며 은빛 고리가 살랑거리는 것을 보며, 천천히 두 손을 꼬옥, 기도를 하듯이 깍지 껴 붙잡았다.
...저의 '신' 님. 부디... 모든 것들이...
하얀색 빛이 강렬해져 주변을 감싸듯이 덮었다. 그리고 악신 님꺼새는 저항을 하려는 듯이 검은색 빛을 내뿜으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 달려들어 덮치시자 결국 저지당해 버렸다.
"신 님...!"
그에 깜짝 놀라 어미 고양이 신 님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가려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어미 고양이 신 님의 목소리. 마지막 부탁. 그 단어가 자신의 마음을 깊숙히 찔러왔다. ...'마지막'이라는 말씀은...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애써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어 참아내며, 그대로 어미 고양이를 끝까지 꿋꿋이 바라보았다.
[...네, 얼마든지요. 신 님. 신 님의 부탁이시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차마 죽지 말아달라는 말까지는 덧붙이지 못한 채, 그저 속으로 삼켜냈다. 직감해버렸다. ...아마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이었다. 깍지 낀 두 손이 작게 파르르 떨려왔다. 두 어깨도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