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인간계에서는 지금이 추석 연휴라고 들었느니라. 그렇다면 내가 추석 연휴를 잘 보냈을터니 선물을 주겠느니라."
"괜찮아- 미드가 괜찮아서 충격흡수는 잘 될거야." 보통 새들은 가슴근육이 발달한다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가볍게 말하는군요.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에 아. 그러게. 안 다쳐서 다행이야. 쓰레기통 쪽의 나무꼬지에 찔리면 아팠을 거야? 라고 농담같은 말인데 표정이 진지합니다..?
"아르젠 혹은 아사라고 부르면 돼. 령이라는 이름이야?" 한자라면 어쩐지 방울같은 기분이네.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리고 가볍게 권유한 것에 해보겠다고 하자 고개를 ㄲ덕입니다.
"어 해보게? 그치만 같이하면 재미있을거야." 저쪽에서 하던데. 라고 말하면서 금붕어잡기도 있고, 다트도 있고, 공기총도 있고.. 뭔가 많네. 라고 말하면서 올려다보려 합니다.
"응. 다행이야. 딱히 상해로 죽을 일은 없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흔들거리는 바보털을 잡아서 뱅글뱅글거립니다. 그리고 령이 맞고 방울 령자를 쓴다는 것에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령이라는 한자에서 이름에 쓸 만한 건 방울이나. 명령이나.. 고개 령 정도인 기분이라서?" 더 있던가.. 신 령이나? 깃 령 같은 거 정도? 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같이 하실래요? 라는 물음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려 합니다.
"응. 같이 할까..." 라고 금붕어 잡기 부스로 가니 금붕어가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의외로 찬물인 느낌? 산소여과기같은 것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금붕어들이 건강해 보입니다. 보통 축제같은 데에서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비싸기는 했지만, 이정도의 시설에 활발한 걸 보면.. 납득할 만한 가격이었습니다.
"그러면 다행이야?" 희미하게 웃는 아사의 얼굴은 약간 밝아보였습니다. 아마도 신계에서 본다면 좀 덜 밝아보이지 않을까..
"방울도 있었나봐... 당연히 그것도 보고 말한 거지만?" 이라고 싱글싱글 웃었습니다.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측제에 섞여드는 걸 보는 듯 듣는 듯 약간 높은 곳을 바라보는 듯하는군요. 같이 하잔 것에 생각 잘했어. 라고 말하며 까치발을 들고 머리카락을 쓰담쓰담 시도해보려 합니다. 왠지 아사가 한참은 어른스러워보이는 느낌이 있을지도?
"오오.. 엄청 진지해보여." 진지해보이는 령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지. 라고 말하면서 먼저 할래? 내가 먼저 해? 라고 말하면서 돈을 꺼내려 합니다.
"하고 나서 몇 마리 잡았는지 세봐야지." 나 저 금붕어도 좋을 것 같아. 라고 말하며 가리킨 금붕어는 새카만 금붕어로군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그래도 곰인형 받은 건 좋은 거잖아? 다른 사람들은 열쇠고리 하나인걸? 폭신폭신해 보여.. 라고 말하며 금붕어들을 바라봅니다. 이름은 뭘로 짓지. 라고 중얼거리다가 령이 케밥을 먹는 건 어떠냐는 물음을 하자 어쩐지 초롱초롱해진 걸 발견합니다.
"케밥 좋을지도." 고기고기. 라고 말하면서 케밥 푸드트럭을 봅니다. 커다란 고기들을 양념한 채 돌려가며 보온(?)을 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더 거대한 느낌을 줄지도 모릅니다.
"령은 어떤 케밥 먹을거야?" 종류 은근 다양해.. 라면서 저는 소고기 케밥 주세요! 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고등어 케밥은 원체 수량이 적어서 그런지 이미 매진인 것 같군요.
품 안에 진한 분홍색의 플라밍고 인형을 꼬옥 안아든 채 호은골에 머뭇머뭇,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분홍빛의 날개와 꼬리가 사라진 인간의 모습. 언제나 훤하게 드러나있던 맨발 역시 누군가에게서 받은 듯이 낡고 얇은 샌들로 신겨져있는 가운데, 여러가지 색이 섞인 머리카락과 눈동자만이 평소와 변함 없이 똑같았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눈동자 역시.
"...결국 와버렸어요, 론."
꼬옥, 품 안의 인형을 더욱 꼬옥 끌어안으며 작게 속삭였다. 호기심과 기대감이 두려움과 망설임을 눌러버린 결과였다. 그렇기에 일부러 '론'까지 안아들고 직접 이 인간계의 '호은골'이라는 곳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북적북적, 시끌시끌. 언제나 조용했던 다솜과는 달리 '호은제'라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이 곳은 수많은 사람들도 붐벼, 적어도 자신에게는 상당히 정신 없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길, 잃어버리면 어쩌지요...
더군다나 '축제'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자신이었으니, 이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전부 다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조용하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굳건히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보고 싶어요. '축제' 씨에 대해서.
그렇기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물풍선 던지기 부스로 천천히 걸어갔다. ...왜인지는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곳에서 가장 큰 웃음소리와 호객 소리가 났었으니, 한 번 구경해보고픈 이유는 있었다.
리스가 향한곳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형형색색의 물풍선을 과녁을 향해 던져 물건을 떨어트리면 상품을 얻을 수 있는 부스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수 많은 인파사이에 둘러쌓여 호탕하게 웃고있는 밤프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밤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있는, 어쩌면 리스보다 작을지도 모르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래 신의 눈으로 보자면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이들 네 다섯명이 더 있었다.
"카카카카캇! 이 몸이 전부 다 맞췄으니 상품은 다 가져가도 좋겠지!"
아니나 다를까 밤프로 추정되는 소녀는 물풍선을 양 손에 들고서 모든 과녁을 맞춰 물건을 떨어트린 상태였다. 이전까지 그 누구도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모든 과녁을 맞출 수 있던 사람은 없었기에, 거기다가 과녁에는 특수한 장치가 되어있어 웬만한 힘으로는 과녁을 밀어내기는 커녕 물풍선이 튕겨나가거나 터지는 일이 다분하게 일어났기에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 특히나 부스의 주인은 시치미를 떼며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무슨 속임수를 쓴 게 틀림없어! 한 두번은 몰라도 각각 단 한 번의 시도로 전부라니 안타깝지만 다시 시도해주기를 바랄게 꼬마아."
"뭐!? 나는 정당하게 따냈단 말이다! 속임수 따위는 없었다고!"
"흥, 다시 한 번 맞춰서 성공할 수 있으면 그때는 제대로 주겠다니까 왜 그런다."
주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밤프로 추정되는 소녀는 그에게 달려들어 몇 가닥 없는 머리털을 쥐어뜯으러 했다.
물풍선 부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호탕한 웃음소리의 주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웃음소리의 주인은 자신보다도 약간 작은 듯한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한 박자 늦게 밤프 님의 이름을 불러버린 것은.
물론 그것은 이내 혼란스러움이 깃든 약한 동공지진으로 이어졌다. 멍한 눈동자가 더욱 멍하게 뜨여진 채로. ...어째서일까요? 저 소녀 씨께서는 밤프 선생님과 비슷한 모습이셔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웃음 소리가 비슷해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직감과 의도치 않은 '신'의 눈으로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도 인간이 아닌 듯한 존재들이 여럿 주변에 섞여있었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밤프 님이라고 착각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소녀는 물풍선으로 모든 과녁을 다 맞춘 듯 했다. 그야 모든 물건들이 떨어져 있었으니. 하지만 부스의 주인은 그럼에도 그저 시치미를 떼며 소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꺼냈고, 그에 소녀와 부스의 주인 사이에서는 가벼운 언쟁이 이어졌다. ...아니, 그것도 이내 곧 소녀가 부스의 주인에게로 달려들자 몸싸움으로 번져갔지만.
"...! 자, 잠깐만요!"
그에 드물게 화들짝 놀라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재빠른 동작으로 소녀와 부스의 주인의 사이로 파고들어가, 한 팔로는 론을 끌어안은 채 다른 한 팔을 벌려 일단 소녀를 말리려 애썼다.
"잠깐만 멈춰주세요...! 저도 도와드릴테니까, 일단은 멈추고 같이 대화를...!"
평소에 그 한 박자씩 늦던 말은 온데간데 없이, 일단은 두 사람 다 보호해야한다는 생각만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머리털이 뜯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그럼에도 조금은 바들바들 떨리는 듯한 표정이 소녀를 똑바로 향했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씩씩 거리던 소녀는 뒤이어 난입한 낯익은 얼굴을 하고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꿈뻑꿈뻑 바라보며 얼떨결에 한 발 물러섰다. 그녀에게 얼마 남지않은 머리털을 한 움큼이나 쥐어뜯긴 부스의 주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뜯겨나간 머리를 어루만졌고, 이내 울그락불그락 열이 오른 모양인지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어, 리스, 리스아니냐! 이거 참 예상치도 못한 만남이구나!"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밤프, 로 추정되는 소녀는 반가운 이의 얼굴에 웃으며 리스에게 다가갔고, 자신보다 조금 큰 그녀의 어깨를 탁탁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이런곳에서 만날줄은 몰랐는데, 여긴 어쩐 일이지? 생각해보니 축제기간이니 놀러온거겠구나."
싱글벙글 웃는 그녀는 방금 전 까지만해도 리스가 겁을 먹은듯 벌벌떨고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듯 했다. 한 편, 그 두 소녀를 바라보던 주인은 이내 떽 하고 호통을 치며 두 아이를 쫓아내려했다.
일단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하여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난투(?) 현장의 한가운데에 파고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마주하게 된 소녀의 모습. 아예 날카로운 이까지 드러내며 씩씩거리는 소녀의 모습에, 묘한 두려움에 조금 바들바들 떨리던 표정이 더욱 파들파들 떨리는 표정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어쩌면, 자신 역시도 머리카락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소녀는 잠시 꿈뻑꿈뻑 눈을 깜빡이며 한 발 뒤로 물러설 뿐이었고, 그에 작게 안도하면서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부스의 주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인상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나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휴우,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런데 이어 들려오는 소녀의 반응은 이내 자신을 다시금 놀라게 하는 데에 아주 충분했다. 그야, 처음 보는 듯한... 아니, 어쩌면 익숙한 '신' 님이 떠오르는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친근하게 자신의 어깨까지 탁탁, 두들겨 주었으니.
"...네...? 저를... 알고 계시나요? 소녀 씨...?"
그에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느릿하게 깜빡깜빡였다. 물론 그 뒤에 한 박자 늦게 "...혹시... 밤프 선ㅅ..." 하고 이어지던 추측의 목소리는, 이내 들려오는 주인의 거친 호통에 놀라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만.
그에 론을 더욱 품에 끌어안으면서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돌았다. 그리고 부스의 주인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장사를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화나시게 한 건 정말로 죄송해요."
일단 제일 먼저 사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지만 이 소녀 씨께서 정정당당하게 전부 다 맞히신 건 저도 그렇고, 다른 인간 씨들께서도 전부 다 보았답니다. 그러니까 혹시 화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릴테니 이 소녀 씨의 말씀대로 상품들을 주셨으면 해요. ...안 될까요?"
부탁드리는 말은 제법 조용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확고했다. 물론 멍한 눈빛은 여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은 없었다. 그야 소녀에게도, 저 주인에게도, 모두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
"욕심..."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네. 라고 덤덤히 대답합니다. 잠깐 생각에 빠진 듯한 령을 잠깐 보고는 맛이 없으면 싫은 게 당연하다는 것에
"그렇지... 딱 정해진 식사 시간으로 먹는데, 맛이 없으면 시간을 낭비한 게 되잖아." 그건 싫은 거야. 다행히도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군요. 싫은 것이지. 그리고 케밥을 냠냠 먹으며 그건 그래. 라고 말하면서 앉아서 먹자. 라고 말해보려 합니다. 음료수도 살까. 라고 여기저기 기웃대는군요.
"그러니까 말이야..." 음식을 못하는 이도 그 자 나름이지. 나에게 음식을 못 먹여서 안달나게 굴면 글러먹은 거지. 라고 중얼거립니다. 예전에 요리치에게 시달린 적이 있는 듯한 리얼한 반응입니다. 그리고 벤치로 가자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쪽으로 향하려 합니다. 앉아서 먹는 거 좋아..
"음료수 파는 곳 많을걸?" 생과일 주스? 라고 령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합니다. 신과 에이드나 그런 게 가장 좋겠지만, 인간계의 과일주스도 맛있으니까.
첫날에는 괜히 왔다싶었지만 본인의 마음이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백성들은 모두 행복해보였고 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 올바른 지도자에게 올바른 백성들이 모이는 것은 사실인 듯 보였다. 이곳의 지도자라는 은호라는 고위신은 필시 대단한 인물이겠지. 무엇보다 이곳의 신은 인간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 분명했다. 온지 몇일이 되지않아 이곳의 신을 모시기 위한 축제가 인간계에서 벌리고 있다는 소식을 사용인이 가져왔다. 백성들의 기쁨을 바라보는 것 또한 왕으로서의 도량, 본인이 그 축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지상의 음식은 훌륭하구나! 짐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도다!!"
이곳에 녹아들기위해 인간으로 변장하라고 들은 것 같았지만 본인은 평소에도 인간형으로 지낼때는 별 차이가 없었기에 쉬이 녹아들 수 있었다. 꼬리만 감추면 되는것이 아니더냐. 애초에 꼬리는 왕성에서도 잘 드러내지 못했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인간들의 화폐라는 것도 쓰기엔 영 불편하구나. 파란것이며 노란것이며 종류가 너무 많도다! 사용인에게 어느정도를 받아오기야 했지만 그럼에도 가짓수가 너무 많아 영 관리하기가 불편하다.
"그나저나 요리에도 이리 종류가 많은 줄은 몰랐구나. 이게 그 선생이 말하던 고립된 사회의 한계라는 것인가..."
주변의 의자에 앉아 사놓은 꼬치요리를 보며 조금 깊게 생각해 보았다. 축제는 고향에도 있었고 이 축제또한 크게 다른 것은 없었기에 놀라는 점은 역시 조리법이다. 고향의 여건상 발전은 하더라도 수많은 조리법이 탄생하기엔 어려움이 있을테니 말이다. 항상 심해의 저편에서 살수만은 없는노릇이 아니던가. 어느정도는 인간의 사회에 접촉해 있는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틀란티스의 조리장들또한 최고의 요리인들임이 확실하지만 역시 한정된 조리법으로는 한계가 있을테지. 돌아가게 되면 이야기를 해보아야겠구나.
엄마의 은혜에 감사를 하는 축제, 호은제. 올해도 어김없이 그 축제가 시작되었다. 작년에도 참가를 했고 나는 오늘도 슬쩍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서 참석했다. 작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가 참으로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주운 그 고양이는 잠시 가온이에게 맡겨두고 왔다. 무슨 일이 생기면 부르겠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아마 가온이는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지 않을까? 일단 나를 지키는 것이 일이기도 하니까. 딱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도, 정말 성실하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근처를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닭꼬치를 하나 사서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소스 맛도 상당히 좋은 것이 최고였다. 기분 좋게 배시시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도중, 저 앞쪽에 키가 나보다 작은 한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내 눈은 속일 수 없었다. 내 눈에는 보이는걸. 저 여성은 신이다. 그리고, 아마... 내가 아는 것이 맞다고 한다면...
"너도 여기로 왔구나. 안녕!"
라온하제에 들어오는 이들에 대한 정보는 언제나 파악해두고 있다. 엄마가 말하길, 자신의 영토에 들어와서 사는 신이 어떤 신인지는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이야.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아주 멀리서 온 공주님이라고 했던가? 내가 아는 것은 그 정도지만 말이야. 아무튼 반갑게 인사를 하기로 했다. 저 아이도 내가 알기로는 고위신의 자녀라고 했으니까 나와 비슷한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위신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잠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바라보다가 나는 여기를 보는 이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 말을 이었다.
"새로 라온하제에 들어온 신 맞지? 반가워. 나도 라온하제에 사는 신이야. 후훗. 누리. 라온하제를 지배하고 있는 고위신, 은호의 딸. 누리. 만나서 반가워!"
우물거리며 두그릇째 꼬치요리를 동내고있자니 나보다 조금 커보이는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신이라니! 분명 본인이 위대하기는 하다만 적어도 지금 이곳에서 신분은 관계가 없지 않던가! 인간계에서는 민주주의? 라는 것이 유행한다고 들었으니 대사의 자격으로 온 본인도 그 땅의 법률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거늘
"은호의 자식...? 아, 들은바가 있구나. 먼저 그 말을 하면 되는것을. 인사하마. 짐은 위대한 바다의 주인 밸린 다윈 1세의 뒤를 이어 아틀란티스를 다스릴 밸린 다윈 2세라고 한다. 이후 그대들의 도시와는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구나."
자리에서 일어나 배운대로 그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라온하제의 지배자인 은호의 여식이라면 본인과 비슷한 신분이 아니던가. 최근의 신분에는 영 익숙해지지 않으니 잘 모르겠구나.
"그러고보니 사적으로는 처음만나는구나. 아니 공적으로도 만난적이 없던가? 미리 서신을 보내두었어야 하거늘 사정이 급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고개를 꾸벅이며 사과를 표했으나 역시 이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지. 타국의 귀인을 보내는데 서신한장 없이 그것도 왕실의 인물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했다면 필시 오인할것이다.
"위대한 바다의 주인? 벨린 다윈 1세? 그러니까 아틀란티스라는 곳을 다스리고 있는 고위신을 이야기하는 거지? 미안해! 난 태어난지 그렇게 오래 된 신은 아니거든. 그래서 다른 고위신은 엄마 이외에는 잘 몰라. 하지만 엄마라면 알 거라고 생각해. 고위신이라면 말이야."
밸린 다윈 2세. 그러니까 밸린이라고 부르면 되는걸까? 1세, 2세. 이것이 무슨 의미인진 나도 알고 있다. 부모의 이름과 똑같을 때 구분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짓는다고 들은 바가 있다. 그러니까 그 고위신의 이름도 밸린이고, 이 여자애의 이름도 밸린인 것일까? 일단 예를 갖춰서 말하는 모습에 나는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두 손을 휘저었다.
"에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난 그런 분위기는 그다지 안 좋아하거든. 나는 즐거운 내일을 원해. 물론 나도, 너도 고위신의 딸이니까, 예의를 지켜야 할 땐 지켜야겠지만 적어도 이런 자리에서 그럴 필요는 없잖아? 아. 그리고 서신은 그다지 신경쓰지 마. 엄마도 딱히 신경 안 쓰는 모양이니까."
실제로 엄마에게 내가 들은 것은 그런 신이 왔다 정도의 말이었다. 만나면 친하게 지내주라고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뒤이어 나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밸린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는 혼자 왔어? 너도 고위신의 딸인데, 막 지켜주는 일을 하는 신이라던가 없어?"
혹시나 어딘가에 있는데 내가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손에 들고 있는 닭꼬치를 한 입 더 베어물었다.
"완벽? 응! 멋져! 나는 아직 완벽하진 않은데 말이야. 그리고 나는 왕이니 뭐니, 그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엄마도 한 지역을 직접 관리하고 있고 이 마을, 호은골에는 가호를 내리는 고위신이니까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아. 그럼 나도 공주인가? 후훗. 그다지 자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그래도 보통 그렇게 높은 이들에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호위를 하는 이가 한 명은 있지 않아?"
나로 예를 들면 가온이 같은 존재. 물론 가온이는 너무 성실해서 문제지만...그래도 일을 열심히 하니까 싫어할 수는 없는 존재이다. 가끔 극성이 아닐까 생각을 하지만 딱 그 정도이다. 마저 닭꼬치를 꿀꺽 삼킨 후에, 나는 손에 들고 있는 꼬치는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곧 들려오는 밸린의 말에 살짝 놀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소문까지 퍼진 거야? 응. 가온이가 있어. 라온하제의 지역 중 하나이자 라온하제의 수도인 '비나리'를 관리하고 있는 늑대 수인 신 가온이.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날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일단 실력은 좋은 이라서 믿음직하지만, 가끔 너무 과보호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조금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말로 긴급하거나, 혹은 내가 필요로 하지 않는한 나오진 않긴 하지만... 후훗. 불러줄까?"
장난스럽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곧 나는 엄마를 떠올렸다. 그리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도록 두거든. 그 대신 내가 한 행동에는 내가 책임을 지도록 가르쳐주셨어. 그 외에도 이것저것 직접 돌아다니면서 배우라고 하고 있고. 하지만 애초에 가온이를 나에게 붙여준 것이 엄마니까, 내가 걱정이 되기는 하나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나는 밸린을 바라보면서 답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 하나를 질문했다.
"엄밀히 말해 호위는 필요 없다 보는 것이 맞겠지. 과거엔 목숨을 노리는 악신이 있기는 하였으나 대부분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공세에 처리되었으니... 그리고 짐은 공주라 자칭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나 필요할때라면 그 이름을 써야겠지. 나라를 유지하기위한 일이라면 말이다. 여기서는 그저 밸린이라 불러주거라. 그대와 나는 같은 위치에 서있으니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호위라... 확실히 체비를 갖추어서 정식으로 대사의 자격을 받아 온거라면 성과 신하들을 거느리고 왔겠으나 이번에 그런 것은 필요없느니라. 무엇보다 이번 이주는 경험을 위한것. 자신이 강해지는 것이 목표인 만큼 많은 신하를 데리고 오는 것은 언어도단. 무의미한 소비는 패망의 지름길이 되는 법인것을.
"그대는 백성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가온이란 아이도 그대를 믿고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니라. 그러고보니 비슷한 일은 짐에게도 있었구나. 짐이 업무가 많아 성에서 나오지 않을때가 있었는데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몇몇 대신들이 대가 끊겨버렸느니 하며 통곡을 하고는 했었지.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자가 사라지면 누구라도 당황하기 마련, 얼마나 학식이 많다고 한들 그건 다르지 않다!!"
일부러 부를 필요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확실히 이번에 같이온 아이도 일부러 데려온것이 아니기도 한데다 평소 행실을 보면 비슷한 부류라고 볼 수도 있겠구나. 조금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점까지...
"아이가 걱정되지 않는 부모가 어디에 있겠느냐. 짐도 아이는 없으나 백성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하느니라. 무엇보다 그대와 짐은 마땅히 모든이의 앞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자들,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말할거라면 그 정도는 기본이 되어야 하는것이니라! 훌륭한 선왕의 아래에서 자랐으니 그대도 필시 훌륭한 왕이 될테지. 그 가온이란 아이도 마음에 드는구나! 충성을 표하는 것도 신하의 자질. 그릇된 방향이 아니라면 받아주는 것이 미래에는 도움이 될게야."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곳에서의 나의 생활인가... 생각해보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업무를 보고 수업을 받고 가끔씩 시내를 순회하고는 했다.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
"아마 그대와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하느니라. 후대에는 아바마마의 뒤를 이어 나라를 다스릴 몸, 그에 걸맞는 언동은 취하고 있다 여기고 있느니라! 말 그대로 짐은 대단하니 말이다!"
역시 나보다 뭔가 품위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굳이 말하면 엄마가 나에게 할법한 소리를 하는 모습이 나보다 더 신으로서의 경험이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틀란티스...? 라는 곳에선 저렇게 교육을 시키는 걸까? 아니면 그냥 저 애 특유의 성격일까? 잘 모르겠지만 절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후훗. 똑같이 고위신의 자식이지만, 뭔가 나와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신기해. 우리 라온하제에선 그렇게까지 딱딱하게 생활하진 않거든. 애초에 엄마도, 라온하제를 어지럽히는 이가 있으면, 나서서 처단을 할 정도고, 그 외에는 그냥 각 지역은 각 지역를 관리하는 신들에게 맡겨두고 있고, 전체적인 감독만 할 정도니까. 물론 라온하제를 살피기도 하지만 말이야. 역시 지역차라는 것이 확실하게 있는 모양이야. 애초에 여기서는 우리 엄마를 왕으로 부르는 이도 없거든."
그렇기에 왕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기 그지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냥 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지배자? 어라. 이것이 왕인가? 조금 애매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가 절로 갸웃 넘어갔다. 나중에 엄마에게 가서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잠시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굳이 즐거운 축제인데 이렇게 어려운 생각을 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그렇기에 지금은 이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하기로 마음잡고 나는 곧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응. 대단해. 대단해. 나와는 다르게 엄청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느낌이야. 나는 그저, 라온하제에 있는 신들이 '즐거운 내일'을 맞이하길 바랄 뿐이거든. 그것을 위해서 이것저것 하고 있고... 후훗. 애초에 나를 공주님으로 부르는 이도 없으니까 너와 약간은 차이가 있을 거야. 아무튼, 잘 부탁할게!"
그렇게 말을 마친 후에 나는 밸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악수를 하자는 표시였다. 그야, 앞으로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고, 앞으로 라온하제에서 살아간다면 그건 내 친구나 다를바 없는 이니까.
"그대의 말대로 지역차라는 것은 있나보구나. 한동안은 짐도 이곳의 주민. 그렇다면 이곳의 방식에 따르는 것이 맞겠지."
지역에 따른 관리라... 확실히 왕정이기는 하지만 지방 귀족같은 것도 남아있다보니 어느정도는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신들이 지배하는 곳이라면 어느정도는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것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나의 과제인 것이겠지. 돌아가기 전까지는 확실히 다른 신들에게서 배울것이 많아보였다.
"음, 짐도 잘 부탁 하느니라. 그대가 그리 짐을 높게 평해주니 기분이 좋구나. 우리 모두 바라는 바가 같으니 그대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테지."
그녀가 내민 손을 잡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직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만큼 정련되어있지는 않으나 지도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행복이 어닌 타인의 행복을 내일을 바란다는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러고보니 아직 짐은 이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였구나. 방금 먹은 이 닭이라고 하는 육류를 즐기고 싶다만... 좋다! 지상에서는 소매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들었다!! 이곳이 익숙한 그대에게 짐을 안내할 수 있는 영광을 주도록 하마!! 편히 지내라 하였으니 따르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아틀란티스식의 휴가법을 피로할 시간인 것이니라!!"
주머니에 준비되어 있었던 선글라스와 지휘봉을 꺼내들었다. 밤이라 잘보이지 않으면 어떤가! 짐의 종족은 원래부터 선천적인 포식자의 일족! 냄새만 맡더라도 비슷한 것은 찾을 수 있을테지!
// 윽... 시간이... 죄송하지만 막레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니면 누리가 밸린과 함께 인파속으로 사라진걸로 해 주셔도 됩니다!!!
악수를 나누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그 말이 참으로 기분이 좋아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안내할 수 있는 영광을 주도록 한다는 말에는 다시 한 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뭔가 정말로 엄마가 말하는 것 같아. 일단 안내를 해달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응. 나도 처음 사귄 친구와 같이 축제를 즐기고 싶기도 하니까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후훗. 알았어. 그럼 안내할게. 축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이어 나는 악수하는 손을 놓은 후에 잠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닭이라고 하는 육류라고 하면 방금 내가 먹은 닭꼬치를 파는 곳으로 가면 되겠지? 그러니까 그게...
"응. 저곳으로 가면 돼. 안내해줄게! 맛있는 닭고기를 파는 곳이 있어!"
한편, 꺼내든 선글라스와 지휘봉 비슷한 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저 웃어보였다. 묘하게 귀여운 느낌도 들기에 더욱... 아무튼, 그렇게 나는 천천히 앞장섰다.
호은제는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글쎄...이미 먹어봤을지도 모르고, 생각보다 일찍 먹게 될 지도 몰라?" "아니면 연이 없어서 영영 먹지 못할지도 모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사는 턱을 괴었습니다. 장갑을 끼고 케밥을 먹는 건 좀 그렇다 생각했던 건지. 한쪽은 주머니에 들었고 한 쪽만 낀 상태였습니다.
"그래. 둘 다 맛있으니 좋겠다" 홍시는 살짝 냉동된 상태였어서 시원할 것이었으니. 라고 보면서 받아들고는 쪽 빨아먹으면 시원한 슬러쉬같은 촉감도 느껴지겠네요.
"그렇다면 먹고 나서 헤어져야겠네." 더 둘러볼 것이라는 것에 케밥을 한 입 깨물며 말을 한 다음 인연이란 건 정말 아상하다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금붕어들을 바라봅니다.
"말버릇이라고나 할까." 나는 비유와 상징을 좋아해. 어줍잖게 숨기지 않거든. 이라고 말하면서 령이 사실은 어쩐지 오래 산 듯한 분위기가 난다는 것도 보이는걸? 아 노안이라는 건 아니고. 라고 짖궂은 듯 온유한 말투로 말하고는 손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손해는 싫습니다. 앵화영장이라던가 여러가지를 하여도 손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가요. 물론 자신이 관리하는 강에도 그 정도의 애정은 쏟고 있지만.
"아쉬워도 인연이란 건 생각보다 질길지도 몰라?" 뭐 이 지방의 호은제도 인연이 있기에 있는 거니까. 라고 말하면서 어느새 케밥은 다 먹고 주스컵만 들고 있군요.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가볼게. 금붕어들도 안 죽으려면 힘을 내야할지도." 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며 천천히 인파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제일 먼저 주인에게 사과를 먼저 건네기는 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제법 흔들림이 없이 나름대로 확고한 자기 주장에 가까운 부탁이었다. 전자의 사과가 주인을 위한 것이었다면, 후자의 부탁은 소녀를 위해서.
하지만 그런 자신의 부탁에도 주인은 그저 입만 뻐끔거리면서 자신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러한 시선에 주눅들지는 않았다. 다만 멍한 눈동자로 그런 주인을 조용히 올려다보면서 속으로 '...역시 많이 화나신 걸까요.' 하고 자신도 모르게 주인을 은근히 걱정했을 뿐.
그러자 이내 곧 그러한 주인과 자신 사이로 소녀가 다시금 난입하여, 그대로 주인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 소녀의 당당한 태도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깜빡깜빡이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어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소녀. 소녀는 그대로 자신의 손목을 잡으며 발걸음을 떼었고, 그에 한 박자 늦게 입술을 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ㄴ, 네...!"
소녀에게 잡히지 않은 쪽의 한 팔로는 론을 꼬옥 끌어안은 채, 얼떨결에 그대로 소녀를 따라 물풍선 던지기 부스를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살짝 작은듯한 소녀의 뒷모습. 그 모습에서는 역시 익숙한 한 '신' 님의 모습이 겹쳐보였고, 그에 조금 망설이는 듯이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저를 알고 계시는 건가요, 소녀 씨? 저희,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요? ...사실 저도 소녀 씨에게서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타박타박, 낯선 샌들 소리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소녀의 모습은...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혹시 소녀에게서 토마토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문득 코를 살짝 킁킁거려 보았다.
/ 앗...! 아니예요! 전혀 늦지 않았답니다, 밤프주! 답레는 천천히 주셔도 정말로 괜찮아요! :D 그러니까 죽지 마세요...!ㅠㅠㅠ(부활시키기 시도)
"그쪽의 당신. ...뭐 이쪽이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한데, 이 축제의 이름을 빌려서 장사하면서, 마을 밖에서 놀러온 사람에게 태도가 너무 예술적이네요. 따, 딱히 마을 외부인들이야 아무래도 좋긴 하지만, 일단 이 축제의 이름이 더럽혀지면 곤란해지니까 그냥 넘길 수가 없네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뭐에요. 당장 나가요. 나가."
-축제에 참가하고 있던,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는 호은골 주민 중년 남성이 그 부스에 찾아가서 항의를 하고 실제로 철거를 시키고 있는 오전 12시 36분.
밤프와 리스에게 험한 짓을 한 몹쓸 사기꾼 A는 정의의 호은골 주민이 쫓아냈으니까 안심하세요! (??
지금 같은 경우는 임시스레에서 카운트다운 때 제가 살짝 보여준 애였기에...전기수 이야기라고 하기엔 애매하지요. 1기때는 이랬니 2기때는 이랬니..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기수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1기의 캐릭터 중 하나를 가지고 와서...얘 지금 뭐해요? 이런 것을 말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독백은...천천히 쓰시면 됩니다.
얼마나 걸어갔을 까, 인적이 드문 숲 속까지 대책 없이 걷기 시작했던 소녀는 그제서야 붙잡고있던 리스의 손목을 살며시 내려놓으며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알고있는게 아니냐며 킁킁 거리듯 냄새를 맡아보기까지 했던 리스를 빤히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있던 소녀는 피식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흘리더니 붉은 숨결을 깊게 들이내쉬었다. 그러자 새까만 박쥐떼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는 소녀가 아닌 남성으로, 리스가 아주 잘 알고있는 '그'로 모습이 변했다.
"이것은 변신이다, 리스여. 허나 정말로 못알아 볼거라곤 생각도 못했군."
특유의 거만하다면 거만하다고 할 수 있는 목소리로 그는 말을 내뱉었고, 허공에서 잘 익은 토마토, 아니 토마토 모양의 향수를 하나 꺼내 자신의 몸 주변으로 칙칙 뿌려댔다.
"그나저나 아까 코를 킁킁대던데, 이 몸에게서 악취라도 나는 것이냐? 토마토 향수를 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냄새가 나는거라면..."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소녀에게 손목을 잡혀 얼떨결에 따라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소녀의 뒷모습은, 역시 한 '신' 님과 너무나도 비슷해보였다. ...어쩌면...
그런 추측을 품에 안고, 소녀의 뒤를 따라 인적이 드문 숲 속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물론 다른 누군가라면 이렇게 자신을 데려가는 소녀에 대해서 묘한 불안감이나 경계심을 품을 것도 하건만, 다른 모든 존재들을 전부 다 좋아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신뢰와 궁금증일 뿐이었기에. 그렇기에 얌전히 소녀의 뒤를 군소리 없이 따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숲 속에 도착하고 나서야 소녀는 자신의 손목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그에 잠시 허공에 떠있던 팔을 한 박자 늦게 자신의 품으로 가져가 론을 끌어안으며,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내 곧 소녀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새까만 박쥐 떼들...?
"...아..."
그렇게 소녀의 모습이 완전히 변하고 나서야 제대로 깜짝 놀란 듯이 멍한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그야, 소녀의 변한 남성의 모습은 바로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그 '신' 님이셨으니.
"밤프 선생님...!"
아까부터 계속해서 긴가민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랐었던 그 '신' 님의 이름이 열려진 입술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약간의 지체 끝에, 다시금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모, 못 알아본 것이 아니라...! 그게... '혹시 밤프 선생님이 아니실까?' 하는 생각은 살짝 들었지만 밤프 선생님께서 진짜로 소녀 씨의 모습으로 변신하셨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해서..."
...죄송합니다... 결국은 기어들어가듯이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덧붙이며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꼼지락꼼지락, 손가락까지 살짝 꼬물거리며. 그러다 이어진 밤프 님의 말씀에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번쩍 들고는 다시 고개를 황급히 도리도리 젓는 등, 곧바로 반응이 튀어나왔다.
"아뇨, 악취는 전혀 나지 않으셨어요...! 그게... 밤프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토마토 씨의 냄새가 나니까 혹시 소녀 씨에게서도 토마토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대로 확인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 그만... ...무례한 행동에 정말로 죄송합니다, 밤프 선생님..."
결국 허리를 꾸벅, 깊게 숙이면서 사과를 드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맡아져오는 익숙한 토마토 향기는 매우 새콤달콤하게 느껴졌기에, 자신도 모르게 본능에 따라 다시 코가 킁킁, 작게 움직여지려는 것을 론을 꼬옥 끌어안으며 간신히 꾸욱 참아냈다. ...'향수' 씨... 라는 것은 정말로 신기하네요. 제가 받았던 선물인 향수 씨에게서는 꽃 향기가 났는데, 지금은 토마토 씨의 향기가 나고 있어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토마토 모양의 향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인간계에서 축제, 호은제가 마무리 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지금 누리님과 나는 비나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누리님이 그 날, 주워오신 고양이 한 마리가 사라진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고양이가 그냥 자기가 갈 곳으로 가겠거니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고양이는 라온하제의 밖, 그러니까 정확히는 다솜 지역에 있는 외부와의 경계선으로 자꾸 향하려 하고 있었다.
라온하제는 자고로 비나리 지역의 명소인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에 있는 결계석 수정으로 인해서 결계가 쳐져있기에 사악한 기운은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강제로 들어오려고 하면 보통은 소멸하거나 힘을 잃기 딱 좋으니까. 하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무런 제약도 없다. 그리고 지금은 이 라온하제의 결계 부근에서 사악한 기운이 자꾸 멤돌고 있는 상태이다.
만약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거나 한다면... 그리고 사악한 기운에 발견이 된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고양이는...
"가온아!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어, 어쩌지?!"
"진정하십시오. 누리님. 지금부터 라온하제에 있는 신들을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나는 내 신통술을 발동시켰다. '텔레파시'의 영향으로 지금쯤 모든 신들의 머릿속에 내 목소리가 전달이 될 것이다. 바로 나는 모든 신들에게 이야기했다.
ㅡ지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비나리의 광장으로 모여주시지 않겠습니까? 급한 상황입니다. ...물론 강제로 오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비나리의 광장으로 모여주셨으면 합니다.
아마도 내 목소리는 조금 진지한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일단 그렇게 텔레파시를 보낸 후에 나는 누리님을 바라보며 비나리의 광장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비나리의 광장에 내가 세워둔, 누리님과 은호님을 본따서 만든 거대한 얼음 동상의 앞으로...
가신의 말이 맞다면 오늘 중으로 처리해야하는 업무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무르도다! 상대를 잘못 고르는 것이 그 아이의 나쁜 버릇이니라! 본인이 매주 초에 일주일분의 일을 해두는 것을! 아쉽지만 그런 건 본인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흠…”
거리로 나와 잠시 걷고있자니 텔레파시가 느껴졌다. 역시 이런 감각은 좋지 않구나. 본인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불경한 자로다! 언젠가 본인이 직접 이야기 해주어야겠구나! 미리 말로 해주면 좋을 것을!!
“짐을 불러놓고서 별일이 아니라면 용서하지 않겠노라!!”
즐거운 축제가 끝난지 얼마 되지않아서 이런 소집이라니! 위풍당당하게 텔레포트로 비나리의 광장에 등장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보이는 것은 거대한 얼음 동상. 저것은… 누리가 아니더냐? 음… 그러고보니 참견이 심한 보호자가 있다고 했었지… 그 가온이란 아이의 짓인가 보구나.
평소와 다를 바 없을 어느 날. 그러나 뭔가가 이상했다.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지는 벚꽃잎도, 지금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처량하고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불길하고 불안한 기분은 대체 뭘까요...? 동물의 본능이 자신에게 외치고 있었다. 고요하지만 격렬한 경고의 사이렌을.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 울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급한 상황. 그 단어는 자신의 불안한 직감을 완벽히 완성시켜주었고, 그에 곧바로 분홍색의 날개를 펼쳐냈다. 그리고 잠시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꼬옥, 깍지 꼈다. ...저의 '신' 님. 부디... 저에게 힘을 주세요. 저의 이 불안함이 사라질 수 있도록. 작은 기도를 올리는 손이 살짝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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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와 다를 바 없어보이는 비나리의 광장. 그러나 이번에는 왠지 그 분위기마저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듯한 느낌이었기에, 조금은 서둘러서 땅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은호 님과 누리 님의 얼음 동상 앞에. 펄럭이던 겉옷자락도 완전히 아래로 내려앉자, 그제서야 다른 '신' 님들께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렸다.
광장에 도착하자 이미 도착해있는 신들이 있었다. 처음 보는 이도 있고, 이미 이전에 본 이도 분명히 있었다. 일단 내 옆에서 불안해하는 누리님을 잠시 바라본 후에, 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일단 소개부터겠지? 처음 보는 이도 있을테니까.
"처음 보는 이도 있으니까 일단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비나리 지역을 관리하고 담당하고 있는 늑대 신, 가온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와주신 분들에게 참으로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뒤이어 나는 내 신통술을 사용해서 모두의 앞에 홀로그램 하나를 띄웠다. 그것은 주황색 털이 참으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크기가 참으로 작은... 그러니까 태어난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되어보이지 않는 아기고양이의 모습이었다. 그 홀로그램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확실하게 띄운 후에, 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혹시 이 아기 고양이를 보신 분이 계십니까? 다솜의 경계선 부근에서 누리님이 주워서 데리고 온 고양이입니다. 일종의 보호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 고양이는 자꾸 경계선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니까요. 아무튼 이 고양이가 지금 사라졌습니다. 경계선 밖으로 자꾸 나가려고 한 고양이인만큼,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찾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보신 분들은 얘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다솜 부근에 사시는 분들은 기억을 잘 떠올려주셨으면 합니다. 다솜의 경계선 부근으로 자꾸 나가려고 한 고양이입니다."
"응. 갑자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해. 그래도 잘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결계 밖...그러니까 경계선 부근에는 사악한 기운이 계속 돌아다니고 있거든. 그래서..."
누리님은 불안한 목소리를 내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침묵을 지키다 다시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광장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보였던 건 불안해하시는 듯한 누리 님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자신 역시도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느껴,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누리 님... 그렇기에 이내 천천히 누리 님 쪽으로 다가갔다. 마음 같아서는 꼬옥 안아주면서 등이라도 토닥토닥 두드려드리고 싶지만... 감히 '신' 님께 그럴 수는 없는 걸요... 그렇기에 그저 곁에 있어드렸다. 그것이 자신이 누리 님께 해드릴 수 있는 전부.
그리고 이내 이어지는 가온 님의 짧은 소개와 설명.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주황색 아기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냈다. 곰곰히, 곰곰히. 그러다 누리 님께서 긴장한 표정으로 불안한 목소리를 내시자, 다시금 "...아..." 하는 안타까운 소리를 흘리며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머뭇머뭇, 망설임을 담던 손이 천천히 올라가 누리 님의 새끼 손가락 하나를 꼬옥 잡았다.
"...괜찮을 거예요, 누리 님. 아기 고양이 씨는 분명 무사할 거예요.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아주세요."
비록 토닥토닥은 해드릴 수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자신 나름대로의 작은 위로를 건넸다. 애써 불안한 직감을 억누르고 희미한 미소까지 지어보이면서. 그리고는 이내 다시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기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저 아기 고양이 씨... 예전에 우연히 다솜에서 한 번 만났었던 것 같지만 최근에는 전혀 만나지 못 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지금 저 아기 고양이 씨가 어디 계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고개를 다시 떨구었다.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이 불안감과 죄송스러움에 작게 꼼질거렸다. ...다솜에 살고 있으면서도 '신' 님께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 하다니... 저는...
살짝 고개를 들어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저 주황색 아기 고양이 씨는... ...어째서 다솜의 경계선 밖으로 나가려하셨던 걸까요. 몽롱한 눈동자가 아기 고양이의 관점의 상상을 조용히 담기 시작했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하는 말에, 누리님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미묘한 기분이라는 아이온 씨의 말에 대해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쪽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와는 별개로 사악한 기운에 대한 물음이 나오자 나는 그것에 대해서 대답했다.
"사실은, 라온하제의 경계선 부근, 그러니까 결계막 부근을 얼마 전부터, 사악한 기운, 그러니까...악신의 기운을 가진 무언가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라온하제의 빈틈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기본적으로 결계가 있으니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지금은 경계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조금 위험합니다. 괜히 악신의 희생양이 되어서 좋을 것은 없을테니까요. 싸울 수 있는 이라면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신들은 잘못하면 역으로 먹힐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다들, 가능하면 경계선 밖으로는 나가지 말아주십시오."
"...아니야. 난 가볼래."
"네?!"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누리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보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누리님을 바라보니 누리님은 이미 결정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고양이가 경계선 밖으로 나갔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확인을 해야겠어. 다솜의 경계선 밖으로 나가볼게."
"위, 위험합니다! 누리님! 지금 밖은..."
"그 아기 고양이도 위험할지 모르잖아!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 사악한 기운에게 먹혀서 소멸하기라도 하면?! 괜찮아. 나는 고위신이니까, 그렇게 쉽게 당하거나 하진 않아."
"......"
누리님이 이렇게 나올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고집을 꺽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어쩔 수 없을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같이 가겠습니다. 누리님을 지키는 것은 제가 해야 할 일. 그러니까 말려도 동행하겠습니다."
"그치만 이런 건 확실히 하고 가자." 먼저.아기 고양이가 이미 먹혔으면 이건 은호님에게도 제대로 알려야 하겠지. 먹히지 않고 악한 기운도 만나지 않거나 만난 다음에 위기에서 찾는다면 바로 들어와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나간다면 그런 걸 겪고도 나간다는 건 그 고양이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뭔가 싸워야 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까.. 또 솔직히 이런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그 고양이가 악한 기운이 아끼는 거라던가. 하면 그건 어쩔 수 없지. 고양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려 합니다. 악신이 아끼는 게 없다는 것도 편견이지. 라고 느릿하게 생각합나다. 아 그러고보니 생각이 말로 나온 것도 있었겠네요.
"그런 건 확실히 해둬야지." 고위신이라고 해도 주의할 건 주의해야지. 수행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려 합니다.
가온 님의 대답을 조용히 경청하여 들었다. 얼마 전부터 악신의 기운을 가진 무언가가 라온하제의 경계막 부근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이토록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던 이유인 걸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다. ...그래, '죽음'과 관련된 것에 대하여 자신이 모를리가 없으니.
하지만... 가능하면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말아달라는 가온 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누리 님께서는 가보겠다고 얘기했다. 그에 자신 역시도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
누리 님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아기 고양이를 걱정하는 누리 님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파고들어왔다. ...아기 고양이 씨의 소멸을 걱정해주시는 누리 님께서는... 역시 진짜 '신' 님이세요.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이어서 가온 님께서도 같이 가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에 조용히 홀로그램 속 주황색 아기 고양이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봤다. ...'신' 님들께서 걱정하고 계세요, 아기 고양이 씨. 당신의 존재와 생명은 정말로 소중하디 소중한 것. ...부디... 당신에게서는 '죽음'이 피해가기를.
...도와주세요, 저의 '신' 님. 아기 고양이 씨를 지켜주세요.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누리 님이랑 가온 님께서 위험한 일에 빠지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비록 큰 힘은 없을지 몰라도... 그래도, 적어도 짐이 되거나 폐를 끼치지는 않을게요. 그러니... 부디..."
허락을 구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드물게 '신' 님의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제법 강하게 표현했다. 똑바로 고개를 들어 보이는 두 눈동자는 제법 의지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악한 기운인가. 흠, 놀랍구나. 고위신이 관리하는 구역에 이빨을 드러내려 하는 이가 있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하지 않겠지. 생각해보면 악신이라는 것은 대체로 미치지 않은 자가 없을테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누리는 움직였다. 자신은 고위신이니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며 소문의 경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인은 어찌 해야할까. 일부러 위험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겠지. 나의 선택은 백성 모두의 총의가 되어야 하는 법. 전 국민의 마음에 부응하는 것이야 말로 이상의 왕. 본인의 상처는 국민의 출혈. 그럼에도 지키는 자로 있는 것이 나의 왕도.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그렇다면 짐도 가는 것이 맞겠지. 짐이 자랑하는 군은 기용할 수 없으나 짐도 나름대로 도움은 될 터이다. 허나 이런 류의 사항은 보고가 먼저다. 이곳의 지도자인 은호에게도 알리도록 하라. 가온 그대는 알고 있지 않은가? 왕녀가 사지에 직접 발을 옮기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이 그런 곳에 간다고 홀로 정한다 한들 인정할만한 자는 없다. 그 의지를 막을 수 없다면 부왕에게 알리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거기에 직접 고위신이라고 한 만큼 누리는 곧 이곳을 다스리게 될 터. 짐이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직위를 곧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더 위험한 곳은 피할 필요가 있다. 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은 좋다만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다면 자질은 없겠지. 당사자의 앞에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다만.
“선 보고 후 행동. 기본이 아니더냐. 혹시 모를 일에는 최대한 대비해두어라. 모두를 대비하는 것은 무리일지언정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가신의 기본이다. 힘을 써서라도 잘못된 것은 막아야겠지. 일이 터지고 난 후에는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누리님이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면, 은호님에게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새로 보는 이에게서 보고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그에 대해서 나는 크게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보고는 들일 생각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보고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난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따라오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난 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따라온다고 하는 이들을 말린다고 한들, 저렇게 말하면 어떻게든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차라리, 내가 노력해서 모두가 위험하지 않도록, 어떻게 하는 것이 맞겠지. 그것이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될 누리님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역이자, 라온하제의 중심인 비나리를 맡은 자의 의무이니까.
"아이온 씨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일단 그것은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리고 따라오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멀리 가지 말고 혼자서 움직이지 마십시오. 만일의 경우가 생기면 저에게 얘기를 해주십시오."
확실하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신통술을 써서 은호님에게 보고를 올렸고,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까지 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아주 쉽게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머지 않아 도착한 다솜의 결계 그 너머. 지금 밖의 계절은 가을이기에 주변은 낙엽이 물든 붉은 나무로 가득했고 가을꽃이 가득 피었다. 일단 당장은 뭔가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풀숲이 많고, 숲이 우거진 곳이기에, 쉽사리 탐색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모두들...부탁할게. 주변을 탐색해줘. 고양이가 없는지 확인 부탁할게."
누리님은 그렇게 모두에게 부탁을 하고서, 자신도 탐색을 시작했고, 나 역시 고양이가 혹시 없는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만일의 경우에는 손에 숨겨둔 늑대 발톱을 꺼내야만 하겠지.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9시 25분까지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이스 1~100도 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의 운명은... 일단은 비밀입니다!
다른 신 님들의 의견 역시도 조용히 경청해 들었다. 역시 '신' 님들께서는 달랐다. 감정에 치우치는 자신과는 달리,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도 앞세우실 수 있는 존재들. 새삼스럽게 다시금 존경심이 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신 역시도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들, 자신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죽음'이나 '소멸'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들.
"...네, 알겠습니다."
가온 님의 주의에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허락을 해주셔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내 가온 님의 텔레포트 능력을 따라서 다함께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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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도착한 곳은 다솜의 결계 너머. 가을이 가득한 풍경은 평소라면 그저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어진 누리 님의 부탁에 걱정 말라는 듯이 고개를 다시금 끄덕였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리 님."
...전부 다 괜찮을 거예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덧붙인 그 말은, 누리 님을 향한 것이었을까, 아기 고양이를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스스로에게도 향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이제는 제대로 아기 고양이를 찾을 시간. 그렇기에 우거진 풀숲을 제일 먼저 탐색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느릿하게 움직이던 몸 동작이 이번에는 제법 재빨랐다. 아까부터 계속 사라지지 않던 묘한 불안감이 더욱 동력원으로써 작용하여.
결계를 너머 도착한 곳엔 붉게 물든 나무와 형형색색의 꽃들이 맞이해 주었다. 그런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일반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데에 능한거겠지. 위험하다고 한들 어쩌겠느냐. 이곳은 인간계. 본인의 위광을 드러낸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될 터. 역시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엔 지상의 신들이 맡아야 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짐도 슬슬 움직여야 어느정도는 수지가 맞겠구나.”
누리가 탐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번 몸을 풀었다. 역시 인간체로 오래 있으면 지친단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본체로 활동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품에서 지휘봉을 꺼내 적당히 신통력을 운용해 방금 봤던 홀로그램을 다시 한번 띄워 보았다. 특징은 알고 있으니 재현은 그리 어렵지 않지. 어깨에 두른 케이프를 다시 고치고는 수풀속을 향했다. 애초에 지상의 동물들은 너무 작단 말이다!!
혼자 보내는 것은 불안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같은 이들은... 아닙니다. 밖은 가리와도 비슷한 가을이었군요. 그 사이에서 주황색을 찾는다니. 난이도가 높은 건가. 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그 고양이를 본 기억을 기반으로 좀 색이 다른 것을 확인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말이지요.
"냥냥" 오.. 맙소사. 그런 소리를 내면 나올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머리 위에 고양이 귀는 또 어떻습니까. 만들어봤다고 하지만 정말 그걸로 나올 거란 확신을 한 건 아닐 겁니다. 아니어야 합나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탐색을 하는 도중, 밸린은 근처 풀숲에서 냐옹, 냐옹..거리면서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계속 울음소리를 내는 문제의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고양이는 숲 안쪽을 바라보면서 계속 울고 있었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계속 냐옹, 냐옹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듯, 무언가를 부르듯...
그 고양이가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고, 그 울음소리가 무슨 의미를 내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양이는 생각보다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다른 이들을 부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잡아보려고 해도 고양이는 빠른 움직임으로 그녀가 잡으려는 것을 피할테니 잡는 것은 일단 포기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다.
//이번 레스는 밸린주가 먼저 반응레스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모두를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그 후에 그 반응레스를 보고 반응해주시면 되겠습니다. 9시 45분까지 받습니다!
꽤 짧은 시간 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본인에게는 운조차 따르는 모양이구나. 저 바다 깊은 곳에는 없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 듯한 구슬픈 비명처럼 들리기도 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가보니 홀로그램과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더 깊은 곳을 바라보며 구슬피 울고 있었다. 아쉽게도 본인에게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재주는 없기에 신통력을 써볼까도 했으나 역시 갑자기 말하는 편이 더 위험하겠지.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찾기 어려워진다. 인내의 미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궁에서의 예절교사도 하지 않았던가. 우선은 돌아가서 다른 녀석들을 불러오기로 했다.
“짐이 그 고양이?를 찾은 것 같구나! 짐을 따라 오거라!!!”
다른 신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돌아가 큰 소리쳤다. 어차피 거기까지는 닿지 않을테고 닿더라도 도망가지 않으면 괜찮지 않겠는가.
아무리 찾아도 고양이의 작은 털이나 발바닥 자국같은 작은 단서 하나도 채 보이지 않았기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더더욱 커져갔다. 그런데 그 순간, 크게 들려오기 시작하는 낯선 신 님의 목소리.
"...아...!"
처음 보는 신 님께서는 고양이를 찾았다고 크게 외치셨고, 그 말에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번쩍 치켜드는 등, 반응이 바로 튀어나왔다. ...역시 '신' 님...! 존경심과 숭배스런 마음을 품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겉옷자락에 마구 붙은 풀잎들이며 흙들을 털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라진 아기 고양이였고, 그에 처음 보는 낯선 신 님의 말씀을 그저 무조건 신뢰하며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땅을 밟았다가 떨어지는 맨발이 제법 다급해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한 고양이. 다행히 크게 다친 곳 없이 멀쩡해보이는 겉모습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휴우, 내쉬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어딘가 모르게 계속 의아한 행동을 보였다. 마치... 무언가를 부르고, 찾고 있는 듯이. 그에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서 숲 안쪽을 천천히, 가만히 응시했다.
한참 고양이를 찾는 도중, 고양이를 찾았다는 말에, 누리님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곳으로 달려갔고, 나 역시 빠르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곧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풀숲에서 계속해서 숲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었고 주변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난 고양이가 아니니까.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밸린! 그리고 찾으러 와준 이들도 다들 고마워. 그리고 고양아.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이어 누리님은 그 고양이를 안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냐옹! 하는 소리와 함께 누리님의 손을 피했다. 그 모습에 누리님은 놀랐는지 고양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양아...?"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변에 무언가 어두운 기운. 정확히는 사악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두를 억눌러버릴 정도로 숨이 턱 막히는 무언가였다. 뒤이어 나는 누리님의 앞으로 뛰쳐나간 후에, 양 손에서 늑대 발톱을 꺼냈고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모두들 제 뒤로 오십시오!"
그 순간이었다. 풀 숲에서 온 몸이 검은색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어, 그 형태를 쉽사리 알아보기 힘든 무언가가 뛰어나왔다. 그것은 네발로 걷고 있었고, 정말로 빠르게 뛰어나와 아기 고양이를 물고 우리들과 거리를 띄웠다.
"......!"
"고양아?!"
눈앞의 검은색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는 사악한 기운은, 정확히는...악신은,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그르렁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입에 물려있는 아기 고양이는 그 검은색의 무언가를 바라보지만 몸부림을 치는 일도 없었으며, 그저 편안한 울음소리로 냐옹, 냐옹 울고 있을 뿐이었다.
무서운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나는 경계를 하고, 단번에 달려들 자세를 갖췄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바로 달려들 생각이었다. 아직 저쪽에서는 우릴 공격해오지 않았다. 마치, 우리를...경계하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하면 좋을까?
"냐옹. 냐옹."
그 와중에도 편안하게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만이 조용히 들려올 나름이었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자..여러분들은...어떤 행동을 하시겠습니까? 10시 30분까지 받습니다!
령은 그리 말하며 주변을 경계한다.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불길했다. 대체 이건 뭐란 말인가? 령은 검을 꺼내들었다. 가검이긴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무기로 쓸 수는 있을 터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악신이 튀어나와 고양이를 물고 거리를 벌렸다. 고양이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야옹야옹 울고 있을 뿐이었다. 령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고양이 뭔가가 수상하다. 령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사 인사를 하는 누리에게 별 일 아니라며 한번 웃어 보이고서 멀리서 고양이를 잡으려 하는 누리를 보고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누리의 손에서 떨어졌고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누리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누리의 짧은 한마디가 끝나는 것과 함께 숲은 인간계의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한 기운이 내 목을 조르는 듯 했다. 괘씸하게도 말이다.
“보통 삿된 것이 아니로구나!!!”
역시 이 기운이 너무 강한지 제대로 된 힘을 낼 수는 없다. 애초에 아직은 고위신이 아닌 몸, 어느정도 몸이 무겁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가온의 뒤로 가 천천히 눈앞에 나타난 악신을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굉장히 편안한 듯한 모습으로 가릉거리고 있을 뿐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는구나. 금방 덤비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일부러 자극하지 않으면 공격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저 고양이, 어디에서 얻어왔다 하지 않았더냐? 짐에게 설명해 주는 것을 허가하도록 하마. 악신이라고 한들 바다의 자손, 떨어진 원인 이 있다면 짐은 알아야겠구나.”
생명이 탄생하는 바다의 아이라면 본인은 책임을 지고 품을 필요가 있다. 지상의 모든 것은 심해의 그것에서 태어난 것들. 그렇다면 지상의 것들도 본인의 백성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물론 고위신과 그 백성들에겐 손 댈 필요가 없지만 지상의 생명이라면 본인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짐이 보기에 저 악신과 고양이는 마치 부모 자식인 것 같구나. 누리 너에게 묻겠다. 저 아이를 어디에서 주웠느냐?”
누리를 바라보며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부모와 자식을 떼어놓은 것이라면 우리의 실책이 아니더냐.
누리 님께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안심하며 희미하게 웃었던 것도 잠시, 이내 고양이가 누리 님의 손을 피하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이내 자신들의 주변에 맴돌기 시작하는 사악하고 어두운 기운...?
"......흐윽...!"
온 몸이 억눌러지는 듯한 감각에 이어서 숨이 턱, 막혀왔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신음 소리가 입술 새로 새어나왔고, 황급히 양팔을 교차해 붙잡으며 몸을 살짝 웅크렸다. 덜덜, 온 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이것은 마치... '죽음'이 다가오는 향기였을까. 본능적인 감각들이 온통 되살아나 멍했던 두 눈동자가 제대로 떠졌다. 바들바들, 떨리는 건 몸 뿐만이 아니었다. 한 시야 밖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어둠 속에 잠식해갔다.
그러자 이내 누리 님의 앞으로 뛰쳐나가 늑대 발톱을 꺼내는 가온 님.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풀숲에서는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검은색 불꽃으로 온몸이 타오르고 있는 그것은 그대로 아기 고양이를 물고 자신들과 거리를 띄웠다.
바들바들, 떨리는 두 눈동자를 애써 들어올려 보이는 그것은... ...악신 님...?
"...아기 고양이 씨..."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희미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악신 님께서는 마치 자신들을 경계하듯이 그르렁하는 낮은 소리를 내고있을 뿐이었다. ...악신 님께서 아기 고양이를 해치지는 않으셔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하지만...
"...신 님..."
악신 님을 조용히 불렀다. 다리가 살짝 바들바들 떨려와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 님. ...저는...
"...괜찮아요. 괜찮아요, 신 님. 저희는 신 님을 해치지 않아요. 신 님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 드릴게요."
과연 자신의 목소리가 닿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신 님 쪽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 정도만 살짝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저의 목소리가 닿을까요? 저의 눈동자가 보일까요? 마치 자신들이 해칠까봐 경계를 하시는 듯한 악신 님은 어딘가 모르게 궁지에 몰려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시는 듯 했다. 그러니... 악신 님을 우선 안심시키고, 진정시켜드리고 싶어요. 전부 다 괜찮다고. 위험한 것은 하나도 없을 거라고. ...악신 님께서 들어주실까요...?
"...그러니 일단은 그 아기 고양이 씨를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부디... 부탁드릴게요, 신 님."
조용히 부탁드리는 목소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했다. 스스로가 품고 있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는 억누를 정도로.
답답해 보일정도로 길게 길어 가려진 머리카락 너머에서도 확실히 보이는 기운이였다. 맹렬한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 한 검은색의 불길한 기운. 아니, 굳이 통해서 보지 않았어도 보이는 것이였다만... 대놓고 '나 악신이오'라고 광고하는 신이라니. 그 칠칠맞은 기운 정도는 감추려고 노력하면 안되는 걸까. 한숨을 쉬며 창고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검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새끼 고양이의 기색이 편안해 보였다. 연약한 생명이 버틸 수 있는 기운은 아닐텐ㄷ...
"...아아, 그런 전개로 나오시겠다... 마음에 안드네."
쯧. 혀를 차며 옆으로 뻗은 손은 그만두려는 제스처인지 휘저어 버린다. 최소한 아는 사이, 좀 더 추측을 해보자면 어미와 새끼의 관계.
틈을 잡고 있는 사이,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이들 중 저 악신에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리스 씨는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팔을 뻗어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누리님은 자신에게 온 물음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발견한 곳은 다솜의 경계선 근처야. 정확히는 라온하제의 안쪽이었어."
뒤이어 아이온 씨는 악신에게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악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으르렁,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고양이는 계속해서 냐옹, 냐옹 소리를 냈고, 으르렁거리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검은 불꽃의 악신은 고양이를 내려주었고, 고양이는 그 검은 악신의 다리로 가서 몸을 부비기 시작했다. 경계하는 눈빛이 사라지고, 주변에 깔려있는 숨이 막히는 기운도 사라졌다.
"...고양아...? 잠시만... 모두가 저 악신의 목소리를 듣게 해줄게."
이어 누리님은 자신의 신통술을 사용했고 은빛 하얀색 빛이 그 검은색 악신을 비추었다. 그러자,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우리의 머릿속에 울리듯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ㅡ...너희들은 그 녀석이 아닌건가. 그럼...이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지금 당장...도망쳐.
"도망쳐? 무슨 의미야?"
ㅡ내 아이를... 내 아이를...지켜줘.
ㅡ싫어. 싫어. 싫어.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고양이의 목소리였다. 그 고양이는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이, 다리에 몸을 부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그 악신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려오기 시작했다.
ㅡ이 아이만큼은, 구해줘. 이 아이만큼은... 이 아이만큼은... 지금 이 아이를 노리고 있는....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또 어딘가에서, 이번에는 아까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숨이 턱 막히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틀림없는 악신의 기운이었다.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정말로 숨이 막히다 못해, 나조차도 머리카락이 삐쭉 솟아오를 정도로 불길한 느낌의 무언가가 느껴지고 있었다.
원인은 명확했다. 경계선 근처 라온하제의 안쪽에서 발견된 외부의 동물. 저 악신은 당사자의 말그대로 분명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고 자신의 아이를 마지막 힘을 짜내 라온하제에 들어오게 하였고 본인은 악신이 되었다. 경계가 풀린 걸 보니 본인의 일행이 그 악신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로구나.
“부모자식의 연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다고들 하더구나.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짐은 그대들에게 무엇도 해줄 수 없으나 그대가, 부모의 역할이라면 끝까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저리 작은 아이에게서 떨어져 홀로 죽겠다는 것이냐? 홀로 자랄 아이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고서 말하는 것이냐? 이 우매한것아!!!”
본인의 아이의 안전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당연한 일이니라. 자식을 지키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그자를 처단하리라. 하지만 이 가족은 살 수 있을 터. 악신의 모습임에도 은호의 구역까지 왔고 아이를 그곳으로 보내는 것에도 성공하지 않았는가. 본인의 착각이라고? 그렇다면 어떤가? 무엇을 써서라도 자식을 지키려고 한 부모의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그대도 함께 간다. 이것은 어명이니라!! 악신이라 한들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모두 짐의 사랑을 받아 마땅할 위대한 바다의 백성!! 짐의 백성에게 포기는 허가하지 않았노라!!!”
악신을 향해 지휘봉을 들고서 크게 소리쳤다. 그것과 함께, 다시 한 번 사라졌던 악한 기운이 이 자리를 감쌌다. 전신의 털이 거꾸로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위험하다. 무언가가 이곳을 오고 있다고 모든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악신 님을 우선 진정시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살짝 내딛던 발걸음은 이내 가온 님의 저지에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그에 잠시 놀란듯이 동그래진 눈동자로 가온 님을 바라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평소대로의 그 몽롱한 눈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악신 님과 아기 고양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숨이 막히는 기분. 그럼에도 그 느낌을 애써 이겨내려 노력하며,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점차점차 진정되어가는 듯한 악신 님의 모습. 아예 고양이를 내려주자 고양이는 그대로 악신 님의 다리에 몸을 부비기 시작했고, 그에 악신 님의 경계의 눈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숨 막히던 검은 기운도 싹 사라졌다.
"...하아..."
그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하듯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한 박자 늦게 천천히 내뱉었다. 순간 흐트러졌었던 호흡이 다시 제대로 돌아오려는 듯이.
하지만 이어서 누리 님께서 사용하시는 신통술에 의하여 악신 님과 고양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오기 시작하자, 다시금 또다른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저 지금 당장 도망치라면서 저의 아이를 지켜달라고 얘기하는 악신 님. 고양이는 그에 싫다는 말만을 반복했고, 그러한 둘의 모습을 놀란듯이 두 눈동자를 크게 뜨면서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
다시금 느껴지는 숨이 턱, 막히는 어두운 기운. 아까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하디 강한 악신 님의 기운에, 작은 비명조차 채 지르지 못 한 채 그저 몸을 웅크리며 작게 벌벌 떨었다. 멍했던 눈동자에 더이상의 멍함은 없었다. 그저 흔들리는 불길함과 불안, 두려움만이 미세하게 있을 뿐.
애써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려 다시금 양팔을 교차해 붙잡았다. 지금은 땅 위에 꿋꿋이 두 다리로 서 있기도 버거운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애써 버텨내려 애썼다. ...'신' 님... 자신의 '신' 님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 다 같이 도망칠 수는 없는 건가요, 신 님...? 모두 힘을 합하면...!"
악신 님을 바라보며 묻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역시 이런 위험한 곳에 악신 님만을 남겨두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절박하게 얘기했다.
"결계는 부서지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고 한들, 고위신급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 결계를 넘어올 순 없습니다. 제가 쓰러지거나 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리고...들어오는 것은..아마도..."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결계에 들어오려는 순간, 사라져버리겠지. 지금 눈앞에 있는 악신이 품고 있는 사악한 기운은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근처를 덮고 있는 사악한 기운이 더 커서 가라질 뿐이지. 그리고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저 신이 품고 있는 악한 기운의 근원은...
ㅡ나는, 너희들과 같이 갈 수 없어. 저 결계를 통과할 수 없어. 나도 내 아이와 떨어지고 싶진 않아. 하지만...
"아주 큰 횡제로구나."
"......!"
이어 나는 누리님을 감싸듯이, 그리고 그 옆에서 떨고 있는 리스 씨를 감싸듯이, 그리고 아이온 씨를 감싸듯이, 세설 씨를 감싸듯이, 그리고 이름 모를 신을 감싸듯이... 앞으로 나아서면서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전신이 검은빛으로 물들어있는 거대한 뱀이 기어오고 있었다. 사악한 기운은 바로 그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고위신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신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위험이었다.
"네 녀석은 누구냐!"
"오호. ...너는, 그 결계 속에서 밖을 감시하던 이와 그 고양이를 주워간 여우 신인가? ...그 고양이를 잡아먹기 위해서, 달려들었는데 그만 놓쳐서 말이야. 결계 속으로 들어가버렸거든. 하지만 제 어미를 찾아서 나올 거라고 예상하면서 계속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덤도 많이 데리고 올 줄이야...하하하하!"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는 그 신을 바라보면서 누리님은 내 등 뒤에서 그 신을 노려보면서 이야기했다.
"...당신이, 결계를 멤돌던 그 기운... 그렇군요. 고양이를 노리고..."
"원래 작은 것들이 맛이 좋은 법이지. 그대로 집어삼키려고 했거든."
"그렇게 둘 것 같나요?! ....나는 라온하제의 지배자인 은호의 딸, 누리! 고위신의 이름으로..."
"고위신인지 뭔진 모르겠는데 말이야. 왜 저 고양이의 어미가 악신이 되었는지 알아?"
"무슨 의미죠?"
".....! 설마..!"
"거기 늑대는 알아챈 모양이네! 하하하! 그래! 내가 물어죽였고, 악신으로 만들었지. 지금처럼 방해하는 이가 나타나면 막도록 말이야! 움직여!"
ㅡ.....!
그와 동시였다. 고개를 돌리자, 고양이의 어미였다고 하는 그 신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동물을 물어죽이고, 그 동물이 가지고 있는 신력에 사악함을 덮어, 사악한 힘으로 만들어서 사악한 신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사악한 악신들이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력권에 들어간 신은...
".......크르르릉.."
다시 크르릉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게 혀를 차면서 나는 양쪽을 경계했다. 지금의 저 어미 신은... 저 뱀의 명령에 복종하는 이에 지나지 않았다. 더 강한 사악한 힘에 지배되어,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 바로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님은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도... 누리님이...
"..모두들..제 근처로 붙으십시오. ...빨리..!"
//약간의 떡밥과 함께...레스를 올립니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자 마지막입니다!
들려오는 악신 님의 대답에 동그래진 두 눈동자가 떨려왔다. 라온하제의 결계. 그것은 사악한 기운의 신 님들은 들어오시지 못하게 막는 것. 그것이 설마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비극이었다. 모든 것이 전부 다 비극이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또다른 낯선 목소리. 그에 드물게 곧바로 깜짝 놀라면서 몸을 작게 바들바들 떨었다. 가온 님께서 모두를 감싸듯이 앞으로 나선 것을 보면서도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왔기에. 물론 그 와중에도 짐이 되지 않고자, 애써 꿋꿋이 버텨내려 애썼지만.
그리고 그러한 가온 님의 너머에는 검은빛으로 가득히 물들어있는 거대한 뱀이 기어오고 있었다. 사악하고도 강력한 기운을 마구 뿜어내는 악신 님이.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누리 님과 가온 님, 그리고 그 악신 님의 대화를 그저 들으면서 꿋꿋하게 모든 상황을 전부 다 눈에 담고, 귀로 들었다. 끔찍한 비극을 마주했다. 아기 고양이의 어미인 저 신 님께서 어째서 악신이 되셨는지에 대해. 그리고 어째서 아기 고양이 혼자만 라온하제로 떨어져 왔는지에 대해.
"......아아..."
멍했던 눈매는 간 데 없이, 동그란 눈동자가 멍하니 진짜 악신 님을 향했다. ...신 님. ...'신' 님... '신' 님께서... '신' 님께서는... 충격적인 진실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곧 다시 두 눈을 붉게 빛내면서 크르릉, 하고 낮게 울부짖기 시작하는 어미 고양이 신 님. 그에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신 님께서는 지금, 조종을 당하여 그저 물어뜯어 죽이고픈 본능적인 짐승이 되어버리셨다는 것을.
'죽음'의 향기가 짙어졌다. 그것을 감지해낸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덜덜,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몸의 떨림은 조금 더 강해졌다. 양팔을 교차해잡고 있던 두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너무해요..."
정말로 끔찍한 비극에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와 작게 중얼거렸다. 조종당하고 있는 신 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 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가온 님의 말씀에 힘겹게 돌려본 시야에 들어온 누리 님께서 크게 불안해 보이시자, 애써 가온 님과 누리 님 근처로 몇 걸음을 옮겼을 뿐.
"누리 님, 괜찮아요... 괜찮아요..."
누리 님의 손을 잡아드리려고 시도하면서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었다. 신기루같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가온 님께서 혼자 싸우시는 건 무리예요. 그러니...
애써 두려움을 억누른 채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자신은 비록 전투 능력은 없지만 여차하면 환각 능력으로 보조를 해드릴 생각이었다. ...아무도 다치시지 않는 건 역시 불가능한 일인 걸까요...? 파르르 떨리는 한 손을 자신의 구슬에 슬쩍 갖다대었다.
"악신이라고 해서 안 아끼는 게 아니겠지. 그 악신이 된 게 자기 의지가 아니라면 더더욱" 이 경우는 모성애에 가까운 것인가. 라고 느릿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횡재라는 뱀을 봅니다. 악한 자를 봅니다. 악하고 악한 자는 말을 하는군. 그리고 그 말과 행동을 듣고, 보고 나서 누리가 당황하는 걸 보며 꼭두각시가 된 어미에게서 아기고양이를 목덜미를 잡아서라도 데려오려 시도합니다. 고양아. 어미가 너를 물어죽이면 안 되지 않아? 어미가 슬퍼할지도?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거야?" "두려운 것이 맞기는 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아니. 거짓말은 아니지. 나는 크게 두렵지는 않아. 하지만 이런 반응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두려운 걸 마주보라는 말은 해봤자 역효과겠지. 분명 고위신인 누리가 왜,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는데(아마 저 꼭두각시처럼.. 그런 일이 있었던가? 라곤 해도 지금 알 도리는 없다) 그런 말을 할 순 없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다정한 양 말하려 하며 누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가온의 붙으라는 말에 일단 흩어지면 각개격파이기에 일단 붙으려고 합니다.
>>494 제 이벤트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들의 행동은 엔딩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야 역시..모두가 살아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말이에요. 이를테면...맨 처음에 은호에게 보고를 하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던가..? (끄덕) 그리고 희생양이라고 해야할지...누리와 신들이 대상이었지요. 일단 고양이를 찾으러 누리와 신들이 나갔으니까요.
>>496 그렇군요...! 대단해요, 정말! XD 그런 이야기가 좋죠! 모두가 함께 엮어나가는 이야기. :) 그리고 아아... 따라나갔던 모든 신들이 다 먹잇감이었던 거군요. 저는 또 그렇게 나갔던 신들 중에서 너희들끼리 또 알아서 희생양을 고르라고 뱀이 시킨다는 것으로 이해해서...ㅋㅋㅋㅋㅋ(시선회피) 왠지 이, 이게 더 잔혹하네요...(흐릿)
>>502 ㅋㅋㅋ사실 리스의 성격 상, 할 때는 제대로 하지만 아직은 조금 주춤거리는 게 맞을 것 같긴 해요. :)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이 리스에게는 거의 모든 게 다 약간의 트리거 급인 것 같아서...(흐릿)(시선회피) 그리고 사실 제일 불안한 게 바로 그거라구요...!ㅋㅋㅋㅋㅋ 도대체 극장판 시나리오는 이보다 얼마나 더 처참하길래 리스의 분노가 100% 나오게 되는 거죠...?!(동공대지진)
>>506 ......설마... 설마...(동공지진) ...ㅋㅋㅋㅋㅋ 왜 벌써부터 멘붕 각이 뜬 걸까요...(시선회피) 그, 그래도 리스는 아직까진 분노하지 않습니다! 레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오히려 극장판 시나리오가 더 기대되는군요! 과연 얼마나 처참하고 잔혹하게 흘러갈지!ㅋㅋㅋㅋ(???)
가온이 이 곳의 신들을 보호하려는 듯이 앞장을 서지만... 글쎄, 그가 가지고 있는 힘 만으로도 무리일 것이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의 신들 중, 유일하게 힘으로 압도할수 있는 이는 저 모양이다. 갑작스래 무언가에 질린 듯이 벌벌 떠는 누리를 보고 혀를 찬다.
...당연하게도 지금의 나로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지만 그것만큼은 확정된 사실이였다. 그대로 덤볐다가는 아마 내 쪽에서 나가 떨어질 운명이겠지. 애초에 疫鬼도, 修羅도 아니니ㄲ...
...역시 마음에 안 들어.
보기만해도 역겨운 검은색 기운도, 이런 신파극도, 그리고... 상황을 따져가며 회피하려고 하는 나도. 언제부터 얌전한 척 순한 척 다 해왔다고? 항상 그래왔었잖아. 별의 별 모습으로 꾸며지고 변해왔어도 그런 척 만큼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였나? 상대를 가리지 마. 너의 방식은...
"하하...봐줄만 한 구석이 없네."
투덜거리듯이 입안에서 내뱉어진 소리였다. 조금 전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처럼, 그러나 확실한 움직임으로 옆으로 손을 뻗었다. 공기의 흐름이 불안정하게 흔들린 자리에는 어느새 키 만큼 커다란 월도 하나가 나타난다. 칼날의 끝이 향하고 있는 대상은 어미 고양이가 아니였다. 그 거대한 뱀 신. 그것도 감히 목을 노리고.
아이온 씨는 목덜미를 잡아서 아기고양이를 이쪽으로 데리고 왔다. 그러자 아기 고양이는 아이온 씨의 손에 잡힌채로 냐옹, 냐옹 소리를 내면서 온 몸을 바둥거렸다. 그리고 떨고 있는 누리님을 리스 씨가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세설 씨가 뭔가 커다란 월도를 하나 꺼내들었고, 칼 끝을 저 악신에게 옮겼다. 하지만 악신은 피식 웃으면서 세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칠건가? 그 칼로? 악신이 왜 악신인지 알고 있니? 너는?"
".....!"
이어 악신의 몸에서 검은색 빛이 멤돌았고, 그와 동시에 월도가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소멸하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모습에 세설 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와는 별개로 그 악신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악신이라는 것은 신과 인간들에게 재앙을 내리는 신이지. 그것이 어떤 재앙이건 가볍게 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악신이야. 그런 월도 하나를 가지고 나를 치겠다고? 악신이라는 것이 왜 무서운지 잘 모르는 모양이군. 그 날개를 꺽으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될 것 같아?"
"그만 둬! 그 이상 건들지 마!"
"건들지 않아. 그러니까 그 아기 고양이만 내놔. 그럼 나도 일단은 물러가도록 하지. 애초에 내 먹잇감은 아기 고양이니까. 그리고, 나도 굳이 고위신 중 하나인 은여우의 영토에서 살고 있는 이들과 괜히 투닥거리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게 내가 최대한 하는 양보야. ...목숨은 아깝잖아? 안 그래?"
그렇게 제안을 하는 와중에도 그 고양이의 어미는 계속 그르렁거리면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늑대 발톱을 꺼내들고 두 쪽에서 함부로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저 고양이의 어미되는 신은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 이쪽으로 공격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시선은 바둥거리는 아기 고양이에게 고정되어있었다.
//그럼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행동은 자유롭습니다! 공격해도 괜찮고, 도망치려고 시도해도 괜찮고, 저 어미를 어떻게 하는 것도 괜찮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8시 30분까지 받습니다!
"괜찮아. 완전히 안전한 건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 너는 어미의 곁에 가고 싶은 거니?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내가 지금은 알아들을 수 없으니 고개라도 끄덕거리는 게 어떻겠니? 라고 옅게 웃었습니다. 무척이나 사악해보이는 미소라는 게 흠이었을까요.
"네 어미는 지금 악신의 꼭두각시인데도?" 네 의사를 부정하진 않지만. 이라고 속삭이듯 말하려 합니다. 지금 공격은 하지 않으려 하지만, 네가 어미에게 다가가면 조종하여 널 바치게 하겠지. 그래도 좋다면 놓아줄 수 있지. 단 가온이나 나와 같이 간다는 가정하에. 라고 속삭입니다. 그리고 뱀이 말하는 것을 듣습니다.
"무지렁아. 아기 고양이를 먹겠다고 했는데. 그걸 놓아두면 이름이 울지 않겠니." 은여우의 영토에 사는 이들을 건드리기 싫었다면 들어오기 전에 했었어야 하지 않았니? 라고 비틀린 무척이나 사악해보이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오. 하필이면 지배자의 딸에게 걸려서라고 운이 좋은 것 취급을 하진 않겠지?
험악할 정도로 곤두선 분위기로 대치하고있는 악신과 라온하제의 주민들을 바라보며 그는 한 발 불러선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쓰이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지만 저 악신이 세설과 비슷한 수준의 신이 만들어낸 물건을 간단히 없애버릴 정도로 강력하다면 아마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을것이라고 우선 생각했다. 전력을 가할 생각이 아닌이상, 서로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한낱 아기고양이라 해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있는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뱀신. 뱀신이라, 사우가 연상되는 특징이긴 하다만..."
모든 '신' 님들은 각자 뭔가 행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아예 공격 자세를 취하며 경계 태세를 보이시는 신 님도 계셨고, 그저 상황을 살펴보시는 신 님도 계셨다. 자신은 그저 누리 님을 달래드리려 애쓰며, 우선 상황을 지켜볼 뿐.
하지만 세설 님의 커다란 월도가 소멸하듯이 사라지는 모습에 정말로 깜짝 놀라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아..."
멍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악신 님께서는 이내 비웃음이 섞인 말을 내뱉으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래를 하나 제안해오셨다. 아기 고양이 씨를 내놓으면 물러가겠다. ...하지만... 그 말씀을 믿을 수 있을까요?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걸까요...?
불길하고 불안했다. 모든 것들이 불안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 가지 마음만은 확실했다. ...아기 고양이 씨를... 내드릴 순 없어요. 아기 고양이 씨는 지켜드려야 해요. 그것이 바로 저 고양이 신 님께서 저희에게 부탁하셨던 것. 마지막 정신력을 쥐어짜내시면서 하셨던 부탁. ...그러니...
고개를 돌려 어미 고양이 신 님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바둥거리는 아기 고양이 씨가 닿아있었고, 그에 한 번 더 마음이 찢어지는 듯이 아픈 기분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두운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하지만...
우선 저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 정신을 차리시도록 하고 싶어요. ...'신' 님. 당신의 능력을 제가 감히 사용하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부디 저에게 힘을 주세요.
[아기 고양이 씨. 저는 우선 저 고양이 신 님을 진정시켜 드리고 싶어요. 조종에서 깨어나시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 텔레파시 능력으로 어미 고양이 씨께 같이 말을 걸어주셨으면 해요. ...부디 저와 함께 해주실 수 있나요?]
우선 제일 먼저 아기 고양이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텔레파시를 보내려고 시도하며 의지에 담긴 눈동자를 보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어미 고양이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구슬은 더욱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신 님. 저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아기 고양이 씨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부디 정신을 차려주세요...! 아기 고양이 씨를 보호하고 지키는 데에는 신 님께서 필요해요...! 아기 고양이 씨와 함께 행복해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테니, 그러니...]
"...부디 정신을 차려주세요..."
마지막 말은 희미한 중얼거림으로써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미 고양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이질적인 눈동자는 회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어미 고양이의 진짜 정신 속에 말을 걸 수 있도록 텔레파시를 보내보려 했다. 악신 님께는 대답하지 않았다. ...죄송해요, 악신 님. 하지만 전...
령 씨와 세설 씨가 검을 들고 저 사악한 악신을 베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그 검이 악신에게 닿는 순간, 그 검을 통해서 검은색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것과 동시에 나는 두 신을 뒤로 확 끌어왔다. 만약 그대로 뒀으면 검은 불꽃이 그대로 검을 타고 흘러, 령 씨와 세설 씨의 몸을 태웠을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악신이란 이래서 보통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정말 피래미라면 모를까. 진짜로 제대로 사악한 힘이 깃든 악신의 경우에는 제거하려면, 고위신들이 움직여서 '정화'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와는 별개로 모두는 고양이는 넘겨줄 수 없다고 말을 해왔다. 그러자 사악한 악신은 피식 웃으면서 우리에게 말해왔다.
"그렇다면 너희들도 모두 잡아먹으면 그만인 일이야! 특히, 거기 박쥐 신 너. 나를 다른 신에게 비교하지 마라! 아무튼 자. 공격해라!"
"....크르릉.."
바로 고개를 저 고양이의 어미인 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그 고양이의 어미인 신은 움직이지 않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무엇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진 모를 일이었다.
ㅡ냐옹, 냐옹, 냐옹.
조용히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그르렁거리는 저 고양이의 어미는 움직이지 않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거야! 빨리 공격하지 않고!!"
".....키와아아앙!!"
이어 그 고양이의 어미는 높게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에게 덤벼드는 것이 아니었다. 저 거대한 뱀신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에 악신은 당황했는지 단번에 고양이의 어미 신에게 깔렸다. 바둥바둥거리면서 뱀 신은 벗어나려고 시도했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누리님을 바라보았다.
"누리님! 정신차리십시오! 지금이 기회입니다! 어서 저 악신의 정화를...!"
".....으읏..."
누리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마도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그것을 실감하면서 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부탁의 메시지를 전했다.
"여러분에게 죄송하지만, 누리님이 진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악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화 이외에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일단, 저는 저대로 시간을 벌어보겠습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어 나는 발톱을 세우고, 악신에게로 돌진했다. 남은 것은 시간이 어떻게 해결을 하느냐에 달려있었다.
검은 불꽃이 검을 태웠다. 가온이 령을 끌어당겼다. 령은 검을 놓치고 순식간에 가온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안돼... 저 검은 소중한 것인데. 아쉽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어미 신이 뱀에게로 달려들었다. 령은 그 광경을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누리를 바라보았다. 누리는 아직도 벌벌 떨고 있었다. 령은 누리의 어깨를 잡았다.
"누리, 잘 들어. 네가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 나는 몰라. 나는 라온하제에 오기 전에는 너와 관련이 없던 일개 흑조 신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줘. 이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우리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너는 저 악신을 정화할 수 있잖아. 누리, 그러니까 제발 정신을 차려줘!"
령은 간절하게 누리에게 말했다. 통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뭐라도 했다는 노력은 있지 않을까?
"무지렁아.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네 세상을 형편없이 깨져버릴 거야." 뉘우침이 있다 하여도, 죄의 무게는 절대 가벼워지지 않아. 갚아나가야 할 뿐이야. 누리를 봅니다.
"누리야. 무엇이 너를 두려워하도록 하고 있니?" "우리는 모르니까 말하는 걸지도 몰라." 연약한 것을 부수지 않고 감싸안는 것은 파괴하는 것보다 어렵다. 마구 말하는 것은 쉽지만, 조곤거리며 달래는 것은 균형을 잡기 어렵다. 그래도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누리에게 말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하지만 지금 바라보면 아기 고양이와 무언가가 닿아서였을까. 꼭두각시임에도 공격하고 있지 않니. 은호님은.. 아. 잘못 말했다. 은호님이 저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이라고 말하며 희미한 농담을 말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두렵다면 장갑낀 손이긴 하지만 손을 잡아줄게." 나는 여기 있잖니. 다른 이들이 있잖니. 강요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고양이와 그 어미를 구하기 위해서는 누리의 힘..아니야. 힘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해. 가온이가 고위신이었으면 아마 누리님이 이런 험한 일에 손에 물을 묻히게 둘 순 없습니다! 라고 하며 싹싹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고양아. 너도 앞발을 손에 잡아주자." 아기 고양이의 앞발을 누리의 손에 얹어주려 합니다.
령 님과 세설 님께서 악신 님께 공격을 가하려다가 오히려 다칠 뻔한 것을 보면서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다행히 완전히 다치시지는 않으셨지만... 정말로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신 님들께서는 전부 다 아기 고양이를 지킬 생각인 듯 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들의 모습을 악신 님께서는 그저 비웃을 뿐이었고, 그대로 어미 고양이 신 님께 공격을 지시했다.
그에 조금은 두려운 듯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어미 고양이 신 님을 바라보았지만,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울고있는 아기 고양이를 바라볼 뿐. 그리고 그 신 님께서는... 이내 곧 높게 뛰어올라 악신 님 쪽으로 달려들었다.
"...! 신 님!"
그에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미 고양이 신 님을 외쳤다. 악신 님께 덤벼드신 것을 보면 신 님께서 정신을 차려주신 걸까요? ...정말로 다행이예요.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닌 듯 싶었다. 누리 님께서는 여전히 두려우신 듯이 몸을 떨고 계셨으니. 그러한 누리 님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가온 님의 부탁.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해주세요."
걱정과 동시에 조용히 자신의 '신' 님께 기도를 올렸다. 부디, 모두가 무사하시기를. 그리고 이내 누리 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면서 누리 님의 손을 살며시 꼬옥, 잡으려 했다.
"...누리 님. 괜찮아요. 전부 다 괜찮아요, 누리 님. 지금은 물론 두렵고 괴로우실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누리 님. 저희들이 있어요. 모든 '신' 님들. 그리고 저까지, 모두 다 누리 님의 곁에 있어요. 그러니 부디 불안해하시지 말아주세요, 누리 님. 모든 분들이 전부 다 누리 님과 함께예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디 누리 님께서 괜찮아지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누리 님의 '라온하제'의 미래. 저도 보고 싶어요. 그러니... 부디 정신을 차려주세요, 누리 님. 함께 '라온하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즐거운 내일. 누리 님의 밝은 꿈을 언급하며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아직, '라온하제'를 기대할 수 있었다.
불에 뛰어드는 나방인가. 불태워지는 순간에 자조적으로 생각한 문장이였다. 가온의 도움으로 어찌저찌 태워지는 것은 면하였지만. 헛웃음도 안 나오는군. 결국 저 어린 신에게 모든 걸 맡겨야 하는 것이잖아. 무력하게 뒤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매우 언짢을 뿐이였다... 그러기에.
"...웃기지도 않는군. 이봐, 장차 라온하제의 지배자. 너보다 약한 신에게 이 사태를 맡길 셈이야?"
그래, 공주님. 지금의 누리는 공주님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태어난지 1년밖에 안된 신에게 무엇을 기대했는가 하겠지만... 너무 책임감이 없어.
"뭣 때문에 벌벌 떠는 지 난 몰라. 확실히 그 뒷 사정에 무슨 굉장히 끔찍하고 애처로운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즐겁고 행복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개방한 주제에, 라온하제에 들어온 고양이 하나 못 지킨다면... 과연 그 이후에 자격이 저절로 생길 것 같아?"
...달콤한 말, 다정하게 다독이는 말.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게 나올리가. 뭐라고 더 톡 쏘아내려다가, 입을 잠시 다물었다. 그래. 1절로 요약 하자.
사악함을 가득 몸에 담은 악신은 자신을 덮친 고양이를 단번에 밀쳐버린 후에, 그 목덜미를 강하게 물어뜯어버리면서 날려버렸다. 이어 그 신은 근처 나무에 부딪혀서 그대로 축 늘어졌고, 가온과 밤프가 뒤이어 공격에 나섰다. 밤프의 새빨간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가온의 늑대 발톱이 섬광을 비치며 신을 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엔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저는 은호님과 누리님을 지키는 존재. 호위가 바로 저의 일입니다. 밤프 씨야말로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가온의 말을 뒤로 누리는 다른 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때로는 격려하듯, 때로는 날카롭게 찌르듯,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조곤조곤하게... 그리고 그런 누리의 손에 고양이의 작은 앞발이 올려졌다. 손을 꼬옥 잡고 잡히는 따스한 느낌에 누리는 조금씩 떠는 몸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고, 고마워. ..조금, 조금...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나...그러니까... 아니야.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었지?"
뒤이어 누리는 이제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돌려 악신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그녀의 구슬에서 강렬한 하얀색 빛이 감돌았다. 그 뒤로는 정말로 은은하게 반짝이는 커다란 은빛 고리가 살랑거렸다. 이어 누리는 악신에게 이야기했다.
"나, 라온하제의 지배자, 은호의 힘을 이어받아 이 세상에 탄생한 고위신, 누리의 이름으로 명한다! 사악한 힘은 정화되어 무로 돌아가고, 사악한 신은 그 힘과 함께 사라질지어다!"
"밤프 씨! 뒤로!!"
그 하얀색 빛을 보는 것과 동시에, 가온은 밤프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뒤로 물러서는 것이 좋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은 곧 주변을 감싸듯이 덮었고, 사악한 악신은 괴로워하면서 몸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고, 고위신..! 가, 갑자기 힘을..! 그만둬! 그만둬!!"
괴로워하는 악신은 곧 저항할 생각인지 자신의 주변으로 검은색 빛을 내뿜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무에 부딪혔던 고양이의 어미, 즉 어미 고양이 신이 달려들었고, 그 악신을 다시 한번 덮쳤다.
ㅡ냐옹...?
뒤이어 아사의 품에서 아기 고양이가 몸을 바둥바둥 흔들면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했다. 그 몸부림은 보통 큰 것이 아니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방금 전, 머릿속으로 울렸던 바로 그 어미 고양이의 목소리였다.
ㅡ겨우 남아있는 의식으로 모두에게 말을 전합니다. 부디, 부디... 한 가지 부탁을, 마지막 부탁을 더 해도 괜찮겠습니까?
됐다. 통했다. 령은 누리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정화를 시작하면 우리에게 유리해질테다. 령은 하얀 빛이 뱀을 덮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장관이었다. 악신이 저항을 시도하는 순간 어미고양이가 뛰어들어 악신과 싸워댔다. 그리고 머릿속에 울리는 텔레파시. 령은 그 말에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거야?" 몰아붙인 걸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고는 괜찮아.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립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중에 괜찮다면 말해줄 수 있을까. 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은
"신은 기본적으로 오래 사니까 나중이 한 10년이나 정말 나중이라면 100년일지도 모르겠네." 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가 올려놓는 걸 봅니다. 그리고..
"앗 그렇게 바둥거리면 목의 끈 풀려버려.." 사실 잘 안 풀랄 것이긴 하지만 뭔가 흔들려 버립니다만. 맙소사. 고양이를 조금 손 위에 올리려 하기 전까지는 약간은 당황한 듯한 아사의 말이 나옵니다. 옷이 좀 엉망이 되어서 노출이라도 되면 이 어장이 위험해져.. 라는 묘하게 메타적인 말이 나옵니다. 괴전파인가요?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악신 님이 어미 고양이 신 님의 목덜미를 강하게 물어뜯어 날려버리자, 그 모습에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깜짝 놀라 외쳤다. 두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입가를 가린 손도 살짝 바들바들 떨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두려워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모든 신 님들께서 지금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계세요. ...그렇다면 저도.
그렇기에 누리 님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누리 님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일부러 말을 걸고, 두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미소를 보이며. 그리고 다른 신 님들의 말씀까지 전부 다 듣고 난 이후에야 누리 님께서는 천천히 떨리던 몸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금은 진정된 듯이 입을 여셨고, 그에 안심한 듯이 살짝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누리 님. 안 좋은 기억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는 걸요. 그래도... 기운을 내주셔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누리 님, 괜찮아요."
모든 것들이. 덧붙여지는 말은 누리 님을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향한 것이었을까. 두 눈동자를 조용히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악신 님을 바라보는 누리 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누리 님의 구슬이 강렬하게 빛나며 은빛 고리가 살랑거리는 것을 보며, 천천히 두 손을 꼬옥, 기도를 하듯이 깍지 껴 붙잡았다.
...저의 '신' 님. 부디... 모든 것들이...
하얀색 빛이 강렬해져 주변을 감싸듯이 덮었다. 그리고 악신 님꺼새는 저항을 하려는 듯이 검은색 빛을 내뿜으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 달려들어 덮치시자 결국 저지당해 버렸다.
"신 님...!"
그에 깜짝 놀라 어미 고양이 신 님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가려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어미 고양이 신 님의 목소리. 마지막 부탁. 그 단어가 자신의 마음을 깊숙히 찔러왔다. ...'마지막'이라는 말씀은...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애써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어 참아내며, 그대로 어미 고양이를 끝까지 꿋꿋이 바라보았다.
[...네, 얼마든지요. 신 님. 신 님의 부탁이시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차마 죽지 말아달라는 말까지는 덧붙이지 못한 채, 그저 속으로 삼켜냈다. 직감해버렸다. ...아마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이었다. 깍지 낀 두 손이 작게 파르르 떨려왔다. 두 어깨도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피하지 않았다.
지금 비치는 것은 정화의 빛. 악신을 정화해버리는 고위신의 힘이다. 그리고 저기에 휘말리게 되면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한 악신은 정화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저 고양이의 어미는... 그리고 어쩌면 저 아기 고양이도 그것을 직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저렇게 바둥바둥거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ㅡ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결국 이대로 사악한 힘에 사로잡혀 결국 점점 더 사악한 존재가 되겠지요. 제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사악한 힘에 먹혀버린 존재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저, 사악한 마음을 품고 악한 일을 행하는 신과, 사악한 힘에 먹혀 악한 존재가 되어버린 이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라온하제에는 과거 악행을 저지른 신도 있지만, 그들은 악한 마음을 버리고 라온하제에 들어왔지만, 저 신은 라온하제에 들어올 수 없는 차이는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ㅡ저의 마지막 소원이 있다고 한다면, 제 아이를, 저의 귀여운 아이를 라온하제, 그 결계가 지키고 있는 곳에서 살아가게 해주세요. 그것만이 어미로서 마지막으로 비는 것입니다.
ㅡ냐옹, 냐옹, 냐옹....!
ㅡ아. 아가야. 어미가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너를 잡아먹으려고 한 이 사악한 존재는, 이 어미의 정신을 뺏어가려고 한 이는 이 어미가 데려갈터이니, 절대로 약해지지 말고 강하게 살아라. 즐거운 내일이 가득하다고 알려져있는 축복의 땅, 라온하제에서...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사악한 악신은 몸을 바둥거리지만, 그 몸이 점점 소멸하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은... 사악한 힘에 먹혀버린 그 고양이 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다른 이들은 받아들일지도 몰라. 난 반대하지는 않아. 라고 생각합니다. 텔레파시스러운 것이 아닌 혼자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고양아. 눈에 담아. 흐려지지 않도록 해. 눈물이 쏟아진다고 해도 흐려진 채로 기억하면 안 돼." 네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악신의 문제였지. 하지만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기만 하면 그게 후회할 것으로 남는 이들도 많았단다. 나긋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차갑지만은 않은 말이었습니다. 바둥거리는 것을 진정하라는 듯 좀 제지하려 합니다.
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악신과 어미고양이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령은 슬픈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미 고양이는 저에게 라온하제에 이 아기 고양이가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었다. 령은 선뜻 알겠다고 대답하질 못했다. 말을 하는 순간 어미 고양이가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
그랬다. 누리 님께서 비치고 계신 하얀색 빛은 아마도 정화의 빛. 악신 님들을 정화시키시는 힘이시겠지요.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악신 님이 되어버리신 저 고양이 신 님께서도...
"......"
텔레파시를 통해 들려오는 어미 고양이 신 님의 말씀에 차마 아무런 대답도 드리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랬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자신 역시도 애써 모르는 척 하려 했지만, 결국 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자식을 위하는 저 어미도, 그러한 어미를 위하는 자식도.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했음에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었다.
"...어째서..."
떨리는 목소리로 새어나온 희미한 중얼거림이 흩어졌다.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는 이내 마지막 소원을 비셨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이를 라온하제의 결계가 지키고 있는 곳에서 살아가게 해달라는 것. 결국 어미 고양이 신 님께서는 끝까지 자신의 자식을 지켜냈다. 끝까지 자신의 자식을 위했다. 악신 님도 전부 다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셨다.
"......네, 약속하겠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아기 고양이께서 행복하실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그, 러니..."
꽈악, 깍지 낀 두 손이 더욱 떨려왔다. 그러나 악신 님도, 어미 고양이 신 님도, 모두가 점점 소멸하듯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아..."
목소리가 더욱 떨려왔다. 동그랗게 떠진 두 눈동자 역시도 마구 떨려왔다.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비나리, 비나리요. 자식의 행복한 미래와 즐거운 내일을 비나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비나리, 비나리요. 어미의 마음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까지 자식만을 위하던 어미가 스러져갔다. 자식은 그러한 어미를 애타게 외치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저토록 서로를 사랑하던 가족들이신데도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결국 그 마지막 모습까지는 차마 보지 못 한 채, 고개를 숙여 두 손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두 어깨가 작게 떨려왔다. 비록 표정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모든 것들이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울음소리는 터져나오지 않았다. 그저 애써 참아냈다.
비나리, 비나리요.
......'신' 님. 저의 '신' 님. 부디 저도 비나이다. 저 신 님께서도, 이 아기 고양이 씨께서도, 결국 모두가 '행복'을 맞이하실 수 있으시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리스.
머지 않아 빛은 사라졌다. 그리고 거기에 남아있는 것은 사악한 힘에 먹혔던 고양이의 시체뿐이었다. 당연하지만 다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밤프 씨는 토마토를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고, 아이온 씨에게서 고양이는 어떻게든 빠져나와 자신의 어머니의 시체로 향했다. 그리고 다가가서 햝기 시작하지만 그 고양이가 다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이미 정화가 되어 사라져버린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잘못한걸까. 내가 잘못했기에..."
"누리님..."
"내가, 내가 만약 힘이 조금 더 있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그럴까...? 아니, 애초에 내가 제대로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면...그렇다고 한다면..."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며 누리님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두 악신을 정화시켜 사라지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누리님이었으니까.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리님은 할 일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하겠더냐. 내 딸아."
".....!"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은호님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아보니, 저 앞에서 은호님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출발하기 전에 보고를 했었지. 그래서 여기로 온 것일까... 저벅저벅 걸어오던 은호님은 누리님의 바로 앞에 멈춰섰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에서 무서운 경험을 하게 하여 내 미안하게 생각하느니라. 그래도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니라. 그리고, 누리야.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더냐."
"......."
"너는 할일을 한 것이니라. 사악한 존재는 정화하지 않으면 그저 다른 이들을 파멸시키고 사라지게 만드는 이가 되어 많은 것을 멸하게 하느니라. 때로는, 강하고 냉정한 마음을 품어야 하는 법이니라. 그것이 고위신의 자세니라. 감정에 휘말려서, 그렇게 흔들리게 되면, 정작 중요할 때 아무것도 지킬 수 없느니라. ...그리고, 네가 더욱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면, 이런 것도 가능하니라. ...내 진정한 고위신의 힘을 보여주겠느니라."
이어 은호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의 아이인 아기 고양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어 은호님의 구슬이 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호님의 손에서는 하얀색 구체가 나왔고, 그 구체는, 쓰러진 고양이에게 들어갔다. 뒤이어, 그 고양이에게서 빛이 흘러나왔고, 쓰러진 고양이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냐옹..?"
"야옹...? 야옹...? 야옹..."
천천히 일어난 어미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에게 앞발을 뻗어 자신의 품에 꼬옥 끌어안는 행동을 보였고 아기 고양이는 그 품으로 뛰어들어갔다. 뒤이어 은호님은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언젠가 네가 이 라온하제를 받을 때가 되면, 이런 힘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니라. 내 신력을 나눠서 아직 떠나지 않은 혼을 다시 이어놓았으니, 잘 살 것이니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지어다. 라온하제의 지배자, 은호의 이름으로 약속하겠느니라. 기왕이면 행복한 것이 좋지 않겠느냐. 비나리, 비나리요. ...내 너희 고양이들에게 축복과 가호를 내릴지어니, 쭈욱 행복하게 살도록 하라. 비나리, 바나리요. 은호의 이름으로 비나리, 비나리요."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11시까지 받겠습니다. 이것이 반응레스를 받는 마지막 레스입니다! 그러니까...은호에게 보고를 하고 온 결과입니다.
령은 어미 고양이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경탄하였다. 이미 죽은 자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니 그 힘은 실로 대단했다. 고위신에 대해서는 말로만 들었을 뿐인데... 령은 눈을 크게 뜨고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터벅터벅 앞으로 다가가 땅에 떨어진 제 검을 주워들었다.
"이것은 이제 필요없겠지."
령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아무도 다친 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령은 한숨을 쉬고 은호를 바라보았다.
곧 빛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어미 고양이의 시체 뿐이었다. 그에 차마 그 시체를 오랫동안 보지는 못 한 채, 그저 다시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죽음'이 비웃었다. 모든 것들을 비웃었다. 다시, 져버렸다. 결국 '죽음'은... 찾아오고야 말았다. 두 어깨가 잘게 떨려왔다.
누리 님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자책을 히시는 목소리. 그에 차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한 채, 그저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아니예요, 누리 님. 누리 님 탓이 아니예요. 이것은 그저... 그런데 바로 그 때, 또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은호 님...?"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눈물 방울이 여전히 슬픈 두 눈동자에 고여있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얼핏 보이는 은호 님께서는 누리 님께 말씀을 걸었다. 그것은 고위신의 자세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은호 님께서는 이내 어미 고양이 시체와 아기 고양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은호 님의 구슬이 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호 님의 손에서 나온 하얀색 구체가 어미 고양이 시체에게로 들어가자 이내 곧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며, 어미 고양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에 눈물 고인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기적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부활의 기적이었다. 자신 역시도 겪었을 터인, 바로 그 '기적'이었다.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는 행복하게 서로를 품에 꼬옥 끌어안았다. 완벽한 '가족'의 모습. 그리고 들려오는 은호 님의 목소리. '행복'이 다시 되살아났다. 희미하게 사라지던 신기루의 '행복'이 다시 되살아났다. 그에 눈물 고인 눈을 접으며 기쁘게 웃었다. 그리고 은호 님께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깊게 꾸벅, 숙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은호 님. 정말로 감사해요... 고양이 신 님을, '엄마'를 살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행복이 가득히 들어찼다. ...저의 '신' 님. 보고 계시나요? 되살아 나셨어요. 가족은 다시 행복하게 같이 살아갈 수 있어요. 눈물을 닦아냈다. 선명해진 시야에는 오로지 행복한 고양이 가족만이 들어왔다.
어제도 말했다시피,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어쩔때는 나비 효과가 되기도 한답니다!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 그것을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겠지요!! (??) 만약 은호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은호가 저 사실을 모르기에 나타나지 않았고 어미 고양이는 다시 소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질적인 두 눈동자를 접어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밤프 님은 물론이고,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신' 님들도 그랬다. 모두가 다 위대하고 멋진 존재들이었다. ...이렇게 작디 작은 존재이자 평범한 홍학일 뿐인 자신에게도 '신' 님이라 말씀해주실 정도로.
밤프 님께서는 이내 토마토 모양 향수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에 토마토 향이 은은하게 풍겨져나오자, 결국 자신도 모르게 코를 작게 킁킁거렸다. ...맛있는 냄새... 물론 그러다가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린듯이 "...앗." 하는 소리를 내면서 괜히 론을 얼굴 가까이 끌어당겨안아 눈만 내보였지만. 데굴데굴 굴러가는 눈동자가 애써 안 그런 척을 하려해도 죄송스러움을 은근히 담아냈다.
그러다 밤프 님의 묘한 위압감이 강하게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살짝 몸을 움찔해버렸다. 그것이 자신이 '신'이기 때문에 느낀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 한 채, 그저 동물의 본능일 것이라 추측하면서. 그러면서 작게 바들바들 떨리려는 몸을 애써 론을 끌어안으면서 참아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 인간 씨께서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밤프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시고 상품 씨들을 주지 않으신 건 너무하셨지만요. ...그래도 밤프 선생님께서 넓은 아량으로 화를 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묘한 위압감에 조금 움츠려있던 중에도 결국 자신의 작은 소망 하나를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물론 '신' 님이 가장 중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모든 존재들을 '사랑'하고픈 자신에게 있어서는 저 장사치 역시도 호의를 베풀어주고픈 존재였으니. ...물론 밤프 선생님께서 분노하시는 것도 이해해드릴 수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기도하며 그저 론을 끌어안으면서 시선을 살짝 아래로 떨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들려오는 밤프 님의 물음에 다시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어 밤프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아... 네. 저는 지금 호은골에서 '호은제'라는 축제 씨가 열리고 있다고 해서 축제 씨가 뭔지 보고 싶어서 내려와 봤답니다. 그리고 그런 축제 씨에서는 모두가 즐겁게 웃고 계셔서 궁금했어요. 어떻게 하면 축제 씨를 즐길 수 있는지..."
축제를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던 자신에게 있어서 그것은 호기심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였다. 그렇기에 잠시 물끄러미 시끌벅적한 축제의 장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밤프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눈을 접어 웃었다.
"......그리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 으아아... 답레가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밤프주...!ㅠㅠㅠ 일단 답레와 함께 갱신이예요! :D 그리고 전 잠시 씻고 오겠습니다!
>>788 네, 붕어빵 좋아해요! 붕어빵은 생긴 것도 귀엽고, 따뜻하고, 맛있잖아요?ㅎㅎㅎ 팥도, 슈크림도 최고예요! XD
>>789 령주 어서 오세요! :D
>>790 밤프주 어서 오세요! :) 앗, 아뇨아뇨! 사과하실 필요 없답니다, 밤프주! 피곤하시면 당연히 푹 쉬셔야죠...ㅠㅠㅠ(토닥토닥) 어차피 저도 답레가 많이 늦었으니 밤프주께서도 그냥 편하실 때 천천히 주셔도 된답니다! 너무 부담 갖지는 말아주세요, 밤프주! :D
>>793-794 음...음...다들 많이 바쁘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일을 하실수도 있고 시험공부를 하고 계실수도 있고...(끄덕) 저도 계속 공부+과제 중이기도 하고...ㅋㅋㅋㅋ 앗...! 리온주네 쪽에선 슈크림 붕어빵을 안 파는 군요...ㅠㅠㅠ(토닥토닥) 그, 그래도 팥 붕어빵도 맛있으니까 그걸로라도...!
확실히...지금 시험기간이었던가요? ...음...학교를 졸업한지 좀 되어서...그 기간이 조금 애매한데...아무튼..결론은 모두들 힘내세요...8ㅅ8 그리고....팥 붕어빵도 좋지만..슈크림...슈크림 먹고 싶어요. 전 슈크림을 더 좋아한단 말이에요...흑흑... 8ㅅ8
그는 조금 놀란 모습으로 눈동자를 접어 웃어보이며 자신은 신이 아닌 한낱 피조물에 불과하다고 스스로를 낮추는 리스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녀의 그 생각이 어쩌면 어딘가 뒤틀려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걸까? 헛기침을 하며 '그런가'하고 작게 수긍하는 말을 내뱉은 그는 자신이 뿜어낸 위압감에 몸을 떨고있는 리스의 모습에 검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살짝 톡 하고 두들기려했다.
"알겠다. 그러니 그리 겁을 먹지않아도 된다 작은 리스여."
피식 웃어보였다.
리스는 이어진 밤프의 물음에 인간계로 내려온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었고, 그는 그녀가 말한 '호은제'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축제를 한 번도 즐겨본적이 없는 이상 궁금할 법도 했지. 뒤이어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며 희미한 웃음을 내비치는 그녀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카카카캇! 그럼 내가 아주 잘 알고 즐기게끔 해주지 리스여! 이 선생님만 믿어라! 분명히 '축제'라는 것은 이따금씩 저런 사기꾼들도 있지만은 행복하고 즐거운것이 틀림없으니까!"
망토를 크게 펄럭이며 호탕한 웃음소리를 온 동네방네에 퍼뜨리는 그의 모습은 믿음직스러웠을까? 아마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괜히 오두방정을 떠는 철 없는 청년으로 보였을것이다. 한 편, 그의 큰 목소리가 지나가고 난 뒤 수풀쪽에서 커다란 인기척이 들려왔으며, 밤프가 주변을 둘러보자마자 리스의 뒤 쪽에서 제각기 다른 인간의 실루엣이 네 개가 드러났다.
"......"
"......"
"......"
"......"
넷 다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먼 기운을 뿜어내고있었고, 특히나 제일 왼쪽에 위치해있는 자는 코트와 모자로 몸을 둘러싸고 있었으나 그 거대한 체구는 숨기지 못하였다.
자신의 말에 밤프 님께서는 어쩐지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이내 곧 헛기침과 함께 수긍의 말을 작게 중얼거리셨지만. 그에 자신 역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조금 크게 뜨여졌던 눈동자가 다시 원래의 그 몽롱한 눈매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밤프 님께서 뿜어내시는 분노의 위압감에는 결국 론을 끌어안은 채 작게 몸을 바들바들 떨 수밖에 없었다. 그야, 이렇게 무거운 '신' 님의 위압감은 본능적으로도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었으니. 하지만 이내 자신의 이마에 살짝 톡, 하고 밤프 님의 손가락이 닿자, 슬쩍 아래로 피하고 있던 시선이 한 박자 뒤늦게 올라왔다.
깜빡깜빡, 놀란듯이 커진 눈동자가 느릿하게 몇 번 깜빡이며 밤프 님을 올려다보았다. 밤프 님께서는 피식 웃고 계셨다. 그 모습을 잠시 멍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네. 감사합니다, 밤프 선생님."
진심으로 기쁜듯이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무려 '신' 님께서 자신의 소망을 들어주셨다.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자신은 겁을 먹지 않을 것이었다. 움츠러들었던 몸을 한 박자 늦게 똑바로 세웠다.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대답에 들려오는 밤프 님의 호탕한 웃음소리.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오두방정을 떠는 철 없는 청년으로 보였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절대로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믿음직스러운 선생님이자 '신' 님이셨으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네...! 저는 밤프 선생님을 믿고 있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밤프 선생님. ...어쩐지 벌써부터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은 기분이예요."
스쳐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하게, 즐겁게 웃고있었다. ...저도 과연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요? ...'신' 님께서 함께이시니 분명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쁜 기대에 젖은듯한 미소가 희미하게 피어났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수풀 쪽에서 커다랗고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듯이, 그것은 인간과는 거리가 먼 기운이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기운이 자신의 뒤 쪽에서...
"!"
그에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고개를 돌려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한 시야 속에 들어온 거대한 체구. 멍했던 두 눈동자가 본능적으로 크게 떠졌다.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론을 보호하려는 듯이 더욱 꽈악 끌어안은 채, 자신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리는 한 손을 구슬에 갖다대었다. 온 몸이 살짝 딱딱하게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희미하게 떨리는 눈동자가 마찬가지인 목소리를 살짝 담아냈다.
"...누, 구신가요...?"
/ 답레만 올리고 다시 가볼게요...!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밤프주...ㅠㅠㅠ 빠르게, 짧게 써보려고 해도 잘 안 되네요...ㅋㅋㅋㅋ(흐릿)
어느 날, 은호님은 아침 일찍부터 나를 호출하셨다. 당연히 나는 호출을 받자마자 은호님의 저택으로 향했고 그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은호님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은호님은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셨다. '그것'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라고 하면... 역시 전에도 이야기한 그것이겠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나는 은호님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준비는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로...?"
"아니, 별 거 없느니라. 그냥 이전에 고양이 일로 모두가 꽤 힘들었지 않았느냐. 그래서 가볍게 놀거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러느니라. 하지만 놀거리에 아무것도 없으면, 재미가 없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그것을 줄까 해서 말하는 것이니라."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구해오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느니라."
"그런데 무슨 놀거리를 만드실 생각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것도 제가 준비를 해야..."
당연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은호님이 지시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은호님이 뭔가를 만들려고 한다면 당연히 보좌인 내가 해야하는 것이기에 당당하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은호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셨다.
"후후. 그럴 필요 없느니라. 놀거리는 내가 만들도록 하겠느니라. 그건 그렇고, 가온아. 너 그 말 들어본적 있느냐.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것을 말이다. 마침 지금 내가 보는 프로그램에서 그게 나오는구나."
"...죄송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됬느니라. 아무튼 너는 하루 빨리 그것을 준비하도록 하라. 남은 것은 내가 알아서 하겠느니라."
"잘 알겠습니다!"
고개를 강하게 끄덕인 후에, 나는 신통술을 써서 라온하제의 밖으로 향했다. 그것을 구하려면 라온하제의 밖으로 나가야만 했으니까. 사악한 기운은 지금 이 근처에 없으니까 크게 위험할 것은 없겠지.
아무튼 은호님이 무엇을 하려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내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네 명의 실루엣은 리스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리스가 주목한 거대한 체구의 실루엣은 언어능력이 '없는'것 같아 보였다. 겁을 먹은듯한 작은 신을 뒤로한채 네 명의 실루엣은 자신들의 정체를 꽁꽁싸매고있던 로브를 벗어던졌다.
"핫! 뒤늦게 따라붙었습니다 바아아암프님!"
그리고 그 중 세번째 자리에 위치해있던 실루엣, 밤프와 비슷하게 생긴 존재가 입을 열었다.
"아, 어. 너희냐."
밤프를 존칭으로 불렀던 점이나 올 거라는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밤프의 태도를 미루어보아 이 네 명의 존재는 어떤식으로든 밤프와 무슨 연관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밤프와 세 번째의 짧은 인사가 오가고 두 번째, 제일 작은 실루엣이 입을 열었다. 이 역시 밤프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여성이었다.
"완전 지겨운데. 슬슬 돌아가도 괜찮죠?"
첫 번째 실루엣, 이번에는 밤프와 느낌이 확연히 다른 자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밤프님이 내려주신 임무! 오늘 하루는 불태워야 하는거다!"
딱 봐도 상대하기 피곤해보이는 첫인상이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리스가 지레 겁을 먹었던 거대한 체구가... 이미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법한 이가 입을 열었다.
"그어."
입 만 열었을 뿐, 말은 하지못했다. 밤프는 네 사람의 한마디가 끝나자 미간을 짚고 작게 한숨을 푹푹 내쉬었으며 손사레를 휙휙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래그래. 이제 너희가 따라올 이유는 없으니까 그만 돌아가도 좋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 놀래키면서 등장하지마라. 특히 너."
그는 거한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순간 주눅들어 움츠러들었던 거한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군 말 없이 사라져가는 세 명을 따라 사라졌다. 아마 라온하제로 향하는 것이겠지. 가리 지역의 밤프의 성으로.
한 순간의 폭풍이 지나간 뒤 팔짱을 낀 채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그는 리스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이거야 원. 부하들 관리가 시원찮아서 미안하다 리스여. 그럼 다시 한 번 축제를 둘러볼까?"
애써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지만, 네 명의 인간 아닌 인간의 실루엣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저 거대한 체구의 누군가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 쪽을 조금 더 올려다보며 응시했다. 꼬옥, 론을 끌어안은 팔에 자신도 모르게 좀 더 힘이 들어갔다. 적어도 론 만큼은 자신이 지켜려는 듯이.
그런데 이내 곧 온 몸을 쌔매고 있던 로브를 일제히 벗어던지는 네 명.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깜빡깜빡였다. 세 번째 자리에 서 있던 존재는 밤프 님과 비슷하게 생겼기에 더더욱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아...?" ...한 박자 늦은 얼빠진 소리는 덤으로.
하지만 밤프 님의 반응으로 미루어보아, 한 땐 실루엣들이었던 네 명은 서로 알고있는 사이였던 듯 싶었다. 그에 밤프 님과 네 명을 번갈아 바라보는 눈동자가 한없이 깜빡깜빡였다. 평소보다도 조금 더 멍한 표정이었다.
다음엔 두 번째 자리에 서 있던 밤프 님과 비슷한 분위기의 여성과 첫 번째 자리에 서있던 밤프 님과는 완전 다른 느낌의 존재가 차례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의 네 번째, 거대한 체구의 인간 씨... 가 아니라...?
"...그어...?"
자신도 모르게 그 존재의 말을 한 박자 늦게 따라하며 두 눈매를 동그랗게 떴다. 그어 씨...? '그어'가 이름이신 걸까요? 묘한 오해를 마음 속에 품으면서 이어진 밤프 님의 가벼운 주의에 시무룩해진 그어 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짝 눈치를 보듯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괜히 제가 살짝 놀라버려서 그어 씨가 혼나버리셨어요...
"...놀라버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부디 안녕히 가세요."
죄송스러운 마음에 결국 사라져가는 네 명의 존재들에게 일일히 꾸벅, 허리를 숙여 사과를 드렸다. ...부디 기분이 나아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작은 기도를 살짝 올리다가 이내 들려오는 밤프 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예요, 밤프 선생님. 오히려 밤프 선생님의 멋진 부하 님들이신 줄도 모르고 놀라버린 제 탓이 더 큰 걸요. 특히 그어 씨께 제일 죄송해요... 다음 번에 혹시 만나뵙게 된다면 한 번 더 사과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네. 축제 씨, 가보고 싶어요!"
기대감에 부푼 마음이 미소를 조금 더 선명하게 자아냈다. 괜히 품에 안고있는 론의 날개도 살짝 파닥여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갸웃하면서 궁금증을 살짝 덧붙여 여쭤보았다.
"...그런데... 밤프 님의 부하 님들께서도 전부 다 밤프 님처럼 '신' 님이신 건가요?"
>>899 그것은 그저 전 셀피를 만지는 법을 모르니 그린 것일 뿐!(???) ㅋㅋㅋㅋ사실 그 모습을 글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냥 직접 그린 것 뿐이지만요. :) 아무튼 칭찬 감사합니다, 레주! ...조금 부끄럽네요...ㅎㅎㅎ 금손 장인까지는 아닌데...! 으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꼭 터트릴 필요는 없는걸요. 자고로 호은 시리즈는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롭게 나아갔습니다. 시간이 되는 이들이 찾아와서 일상을 즐기고 캐릭터 썰을 풀고 잡담을 하는 그런 공간으로요! 그러니까 꼭 화력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튼 하이하이에요!! 리스주!
밤프 님의 되물음에 한 박자 늦게 멍한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작게 끄덕였다. ...'그어'라고 하시던데... 그것이 이름이신 것이 아니었던 걸까요? 바보같은 오해가 더욱 불거졌다. 약간의 알쏭달쏭함을 더하면서. 그러다 밤프 님의 물음에 다시금 느릿하게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였다.
"네, 그 분이요. 그어...!"
아예 직접 아까 그 거대한 체구의 존재의 목소리를 나름대로 흉내내듯 열심히 따라하면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자 밤프 님께서는 이내 크게 웃으면서 진짜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네오 암스트, 롱... 배드, 아니, 배트... 사이클론... 씨요...?"
더듬더듬, 마치 예전 왕게임 때의 벌칙 때처럼 느릿하게 말을 더듬어가면서 이름을 불러보았다. 확실히 밤프 님의 말씀대로 기억하기 그리 쉬운 이름은 아니었다. 그래도...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 여러가지 좋은 뜻이 가득하신 이름이신 것 같아요."
순수한 호의 가득한 칭찬을 더하며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이름'이 가지고 있는 힘은 자신 역시도 알고 있던 것이었으니. 그러다 자신의 말에 밤프 님께서는 어쩐지 잠시 생각에 잠기시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두 눈동자만 느릿하게 깜빡깜빡이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들려오는 밤프 님의 답변에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렇군요. 역시 다들 위대하신 '신' 님이셨군요. 무려 밤프 선생님과 옛날부터 알던 사이이셨으면 분명히 모두들 멋진 '신' 님이실 거라고 생각해요."
'신' 님들을 찬양하는 그 순간의 미소는 선명하게 환했다. 비록 오늘 처음 봤음에도, 그리고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살짝 놀랐음에도, 그 신뢰와 믿음, 숭배의 마음가짐은 여전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시끌시끌, 북적이는 축제의 장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밤프 님을 올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985-987 앗...! 괜히 무리해서 그래주실 필요는 없답니다, 레주! 괜찮아요. :) 그치만 매력적인 신 님들의 TMI는 전혀 쓸데없지 않답니다! 그리고 가온이는 그렇군요. 동물의 본능이 강해지는 시기인 걸까요? 뭔가 혼자 운다는 건 조금 쓸쓸한 것 같기도 하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