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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에서는 지금이 추석 연휴라고 들었느니라. 그렇다면 내가 추석 연휴를 잘 보냈을터니 선물을 주겠느니라."
"그치만 이런 건 확실히 하고 가자." 먼저.아기 고양이가 이미 먹혔으면 이건 은호님에게도 제대로 알려야 하겠지. 먹히지 않고 악한 기운도 만나지 않거나 만난 다음에 위기에서 찾는다면 바로 들어와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나간다면 그런 걸 겪고도 나간다는 건 그 고양이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뭔가 싸워야 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까.. 또 솔직히 이런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그 고양이가 악한 기운이 아끼는 거라던가. 하면 그건 어쩔 수 없지. 고양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려 합니다. 악신이 아끼는 게 없다는 것도 편견이지. 라고 느릿하게 생각합나다. 아 그러고보니 생각이 말로 나온 것도 있었겠네요.
"그런 건 확실히 해둬야지." 고위신이라고 해도 주의할 건 주의해야지. 수행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려 합니다.
가온 님의 대답을 조용히 경청하여 들었다. 얼마 전부터 악신의 기운을 가진 무언가가 라온하제의 경계막 부근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이토록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던 이유인 걸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다. ...그래, '죽음'과 관련된 것에 대하여 자신이 모를리가 없으니.
하지만... 가능하면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말아달라는 가온 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누리 님께서는 가보겠다고 얘기했다. 그에 자신 역시도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
누리 님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아기 고양이를 걱정하는 누리 님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파고들어왔다. ...아기 고양이 씨의 소멸을 걱정해주시는 누리 님께서는... 역시 진짜 '신' 님이세요.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이어서 가온 님께서도 같이 가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에 조용히 홀로그램 속 주황색 아기 고양이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봤다. ...'신' 님들께서 걱정하고 계세요, 아기 고양이 씨. 당신의 존재와 생명은 정말로 소중하디 소중한 것. ...부디... 당신에게서는 '죽음'이 피해가기를.
...도와주세요, 저의 '신' 님. 아기 고양이 씨를 지켜주세요.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누리 님이랑 가온 님께서 위험한 일에 빠지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비록 큰 힘은 없을지 몰라도... 그래도, 적어도 짐이 되거나 폐를 끼치지는 않을게요. 그러니... 부디..."
허락을 구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드물게 '신' 님의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제법 강하게 표현했다. 똑바로 고개를 들어 보이는 두 눈동자는 제법 의지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악한 기운인가. 흠, 놀랍구나. 고위신이 관리하는 구역에 이빨을 드러내려 하는 이가 있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하지 않겠지. 생각해보면 악신이라는 것은 대체로 미치지 않은 자가 없을테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누리는 움직였다. 자신은 고위신이니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며 소문의 경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인은 어찌 해야할까. 일부러 위험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겠지. 나의 선택은 백성 모두의 총의가 되어야 하는 법. 전 국민의 마음에 부응하는 것이야 말로 이상의 왕. 본인의 상처는 국민의 출혈. 그럼에도 지키는 자로 있는 것이 나의 왕도.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그렇다면 짐도 가는 것이 맞겠지. 짐이 자랑하는 군은 기용할 수 없으나 짐도 나름대로 도움은 될 터이다. 허나 이런 류의 사항은 보고가 먼저다. 이곳의 지도자인 은호에게도 알리도록 하라. 가온 그대는 알고 있지 않은가? 왕녀가 사지에 직접 발을 옮기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이 그런 곳에 간다고 홀로 정한다 한들 인정할만한 자는 없다. 그 의지를 막을 수 없다면 부왕에게 알리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거기에 직접 고위신이라고 한 만큼 누리는 곧 이곳을 다스리게 될 터. 짐이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직위를 곧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더 위험한 곳은 피할 필요가 있다. 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은 좋다만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다면 자질은 없겠지. 당사자의 앞에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다만.
“선 보고 후 행동. 기본이 아니더냐. 혹시 모를 일에는 최대한 대비해두어라. 모두를 대비하는 것은 무리일지언정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가신의 기본이다. 힘을 써서라도 잘못된 것은 막아야겠지. 일이 터지고 난 후에는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누리님이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면, 은호님에게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새로 보는 이에게서 보고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그에 대해서 나는 크게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보고는 들일 생각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보고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난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따라오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난 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따라온다고 하는 이들을 말린다고 한들, 저렇게 말하면 어떻게든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차라리, 내가 노력해서 모두가 위험하지 않도록, 어떻게 하는 것이 맞겠지. 그것이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될 누리님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역이자, 라온하제의 중심인 비나리를 맡은 자의 의무이니까.
"아이온 씨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일단 그것은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리고 따라오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멀리 가지 말고 혼자서 움직이지 마십시오. 만일의 경우가 생기면 저에게 얘기를 해주십시오."
확실하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신통술을 써서 은호님에게 보고를 올렸고,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까지 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아주 쉽게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머지 않아 도착한 다솜의 결계 그 너머. 지금 밖의 계절은 가을이기에 주변은 낙엽이 물든 붉은 나무로 가득했고 가을꽃이 가득 피었다. 일단 당장은 뭔가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풀숲이 많고, 숲이 우거진 곳이기에, 쉽사리 탐색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모두들...부탁할게. 주변을 탐색해줘. 고양이가 없는지 확인 부탁할게."
누리님은 그렇게 모두에게 부탁을 하고서, 자신도 탐색을 시작했고, 나 역시 고양이가 혹시 없는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만일의 경우에는 손에 숨겨둔 늑대 발톱을 꺼내야만 하겠지.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9시 25분까지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이스 1~100도 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의 운명은... 일단은 비밀입니다!
다른 신 님들의 의견 역시도 조용히 경청해 들었다. 역시 '신' 님들께서는 달랐다. 감정에 치우치는 자신과는 달리,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도 앞세우실 수 있는 존재들. 새삼스럽게 다시금 존경심이 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신 역시도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들, 자신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죽음'이나 '소멸'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들.
"...네, 알겠습니다."
가온 님의 주의에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허락을 해주셔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내 가온 님의 텔레포트 능력을 따라서 다함께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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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도착한 곳은 다솜의 결계 너머. 가을이 가득한 풍경은 평소라면 그저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어진 누리 님의 부탁에 걱정 말라는 듯이 고개를 다시금 끄덕였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리 님."
...전부 다 괜찮을 거예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덧붙인 그 말은, 누리 님을 향한 것이었을까, 아기 고양이를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스스로에게도 향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이제는 제대로 아기 고양이를 찾을 시간. 그렇기에 우거진 풀숲을 제일 먼저 탐색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느릿하게 움직이던 몸 동작이 이번에는 제법 재빨랐다. 아까부터 계속 사라지지 않던 묘한 불안감이 더욱 동력원으로써 작용하여.
결계를 너머 도착한 곳엔 붉게 물든 나무와 형형색색의 꽃들이 맞이해 주었다. 그런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일반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데에 능한거겠지. 위험하다고 한들 어쩌겠느냐. 이곳은 인간계. 본인의 위광을 드러낸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될 터. 역시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엔 지상의 신들이 맡아야 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짐도 슬슬 움직여야 어느정도는 수지가 맞겠구나.”
누리가 탐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번 몸을 풀었다. 역시 인간체로 오래 있으면 지친단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본체로 활동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품에서 지휘봉을 꺼내 적당히 신통력을 운용해 방금 봤던 홀로그램을 다시 한번 띄워 보았다. 특징은 알고 있으니 재현은 그리 어렵지 않지. 어깨에 두른 케이프를 다시 고치고는 수풀속을 향했다. 애초에 지상의 동물들은 너무 작단 말이다!!
혼자 보내는 것은 불안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같은 이들은... 아닙니다. 밖은 가리와도 비슷한 가을이었군요. 그 사이에서 주황색을 찾는다니. 난이도가 높은 건가. 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그 고양이를 본 기억을 기반으로 좀 색이 다른 것을 확인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말이지요.
"냥냥" 오.. 맙소사. 그런 소리를 내면 나올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머리 위에 고양이 귀는 또 어떻습니까. 만들어봤다고 하지만 정말 그걸로 나올 거란 확신을 한 건 아닐 겁니다. 아니어야 합나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탐색을 하는 도중, 밸린은 근처 풀숲에서 냐옹, 냐옹..거리면서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계속 울음소리를 내는 문제의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고양이는 숲 안쪽을 바라보면서 계속 울고 있었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계속 냐옹, 냐옹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듯, 무언가를 부르듯...
그 고양이가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고, 그 울음소리가 무슨 의미를 내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양이는 생각보다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다른 이들을 부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잡아보려고 해도 고양이는 빠른 움직임으로 그녀가 잡으려는 것을 피할테니 잡는 것은 일단 포기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다.
//이번 레스는 밸린주가 먼저 반응레스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모두를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그 후에 그 반응레스를 보고 반응해주시면 되겠습니다. 9시 45분까지 받습니다!
꽤 짧은 시간 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본인에게는 운조차 따르는 모양이구나. 저 바다 깊은 곳에는 없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 듯한 구슬픈 비명처럼 들리기도 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가보니 홀로그램과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더 깊은 곳을 바라보며 구슬피 울고 있었다. 아쉽게도 본인에게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재주는 없기에 신통력을 써볼까도 했으나 역시 갑자기 말하는 편이 더 위험하겠지.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찾기 어려워진다. 인내의 미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궁에서의 예절교사도 하지 않았던가. 우선은 돌아가서 다른 녀석들을 불러오기로 했다.
“짐이 그 고양이?를 찾은 것 같구나! 짐을 따라 오거라!!!”
다른 신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돌아가 큰 소리쳤다. 어차피 거기까지는 닿지 않을테고 닿더라도 도망가지 않으면 괜찮지 않겠는가.
아무리 찾아도 고양이의 작은 털이나 발바닥 자국같은 작은 단서 하나도 채 보이지 않았기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더더욱 커져갔다. 그런데 그 순간, 크게 들려오기 시작하는 낯선 신 님의 목소리.
"...아...!"
처음 보는 신 님께서는 고양이를 찾았다고 크게 외치셨고, 그 말에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번쩍 치켜드는 등, 반응이 바로 튀어나왔다. ...역시 '신' 님...! 존경심과 숭배스런 마음을 품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겉옷자락에 마구 붙은 풀잎들이며 흙들을 털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라진 아기 고양이였고, 그에 처음 보는 낯선 신 님의 말씀을 그저 무조건 신뢰하며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땅을 밟았다가 떨어지는 맨발이 제법 다급해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한 고양이. 다행히 크게 다친 곳 없이 멀쩡해보이는 겉모습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휴우, 내쉬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어딘가 모르게 계속 의아한 행동을 보였다. 마치... 무언가를 부르고, 찾고 있는 듯이. 그에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서 숲 안쪽을 천천히, 가만히 응시했다.
한참 고양이를 찾는 도중, 고양이를 찾았다는 말에, 누리님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곳으로 달려갔고, 나 역시 빠르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곧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풀숲에서 계속해서 숲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었고 주변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난 고양이가 아니니까.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밸린! 그리고 찾으러 와준 이들도 다들 고마워. 그리고 고양아.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이어 누리님은 그 고양이를 안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냐옹! 하는 소리와 함께 누리님의 손을 피했다. 그 모습에 누리님은 놀랐는지 고양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양아...?"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변에 무언가 어두운 기운. 정확히는 사악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두를 억눌러버릴 정도로 숨이 턱 막히는 무언가였다. 뒤이어 나는 누리님의 앞으로 뛰쳐나간 후에, 양 손에서 늑대 발톱을 꺼냈고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모두들 제 뒤로 오십시오!"
그 순간이었다. 풀 숲에서 온 몸이 검은색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어, 그 형태를 쉽사리 알아보기 힘든 무언가가 뛰어나왔다. 그것은 네발로 걷고 있었고, 정말로 빠르게 뛰어나와 아기 고양이를 물고 우리들과 거리를 띄웠다.
"......!"
"고양아?!"
눈앞의 검은색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는 사악한 기운은, 정확히는...악신은,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그르렁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입에 물려있는 아기 고양이는 그 검은색의 무언가를 바라보지만 몸부림을 치는 일도 없었으며, 그저 편안한 울음소리로 냐옹, 냐옹 울고 있을 뿐이었다.
무서운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나는 경계를 하고, 단번에 달려들 자세를 갖췄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바로 달려들 생각이었다. 아직 저쪽에서는 우릴 공격해오지 않았다. 마치, 우리를...경계하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하면 좋을까?
"냐옹. 냐옹."
그 와중에도 편안하게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만이 조용히 들려올 나름이었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자..여러분들은...어떤 행동을 하시겠습니까? 10시 30분까지 받습니다!
령은 그리 말하며 주변을 경계한다.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불길했다. 대체 이건 뭐란 말인가? 령은 검을 꺼내들었다. 가검이긴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무기로 쓸 수는 있을 터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악신이 튀어나와 고양이를 물고 거리를 벌렸다. 고양이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야옹야옹 울고 있을 뿐이었다. 령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고양이 뭔가가 수상하다. 령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사 인사를 하는 누리에게 별 일 아니라며 한번 웃어 보이고서 멀리서 고양이를 잡으려 하는 누리를 보고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누리의 손에서 떨어졌고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누리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누리의 짧은 한마디가 끝나는 것과 함께 숲은 인간계의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한 기운이 내 목을 조르는 듯 했다. 괘씸하게도 말이다.
“보통 삿된 것이 아니로구나!!!”
역시 이 기운이 너무 강한지 제대로 된 힘을 낼 수는 없다. 애초에 아직은 고위신이 아닌 몸, 어느정도 몸이 무겁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가온의 뒤로 가 천천히 눈앞에 나타난 악신을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굉장히 편안한 듯한 모습으로 가릉거리고 있을 뿐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는구나. 금방 덤비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일부러 자극하지 않으면 공격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저 고양이, 어디에서 얻어왔다 하지 않았더냐? 짐에게 설명해 주는 것을 허가하도록 하마. 악신이라고 한들 바다의 자손, 떨어진 원인 이 있다면 짐은 알아야겠구나.”
생명이 탄생하는 바다의 아이라면 본인은 책임을 지고 품을 필요가 있다. 지상의 모든 것은 심해의 그것에서 태어난 것들. 그렇다면 지상의 것들도 본인의 백성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물론 고위신과 그 백성들에겐 손 댈 필요가 없지만 지상의 생명이라면 본인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짐이 보기에 저 악신과 고양이는 마치 부모 자식인 것 같구나. 누리 너에게 묻겠다. 저 아이를 어디에서 주웠느냐?”
누리를 바라보며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부모와 자식을 떼어놓은 것이라면 우리의 실책이 아니더냐.
누리 님께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안심하며 희미하게 웃었던 것도 잠시, 이내 고양이가 누리 님의 손을 피하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이내 자신들의 주변에 맴돌기 시작하는 사악하고 어두운 기운...?
"......흐윽...!"
온 몸이 억눌러지는 듯한 감각에 이어서 숨이 턱, 막혀왔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신음 소리가 입술 새로 새어나왔고, 황급히 양팔을 교차해 붙잡으며 몸을 살짝 웅크렸다. 덜덜, 온 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이것은 마치... '죽음'이 다가오는 향기였을까. 본능적인 감각들이 온통 되살아나 멍했던 두 눈동자가 제대로 떠졌다. 바들바들, 떨리는 건 몸 뿐만이 아니었다. 한 시야 밖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어둠 속에 잠식해갔다.
그러자 이내 누리 님의 앞으로 뛰쳐나가 늑대 발톱을 꺼내는 가온 님.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풀숲에서는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검은색 불꽃으로 온몸이 타오르고 있는 그것은 그대로 아기 고양이를 물고 자신들과 거리를 띄웠다.
바들바들, 떨리는 두 눈동자를 애써 들어올려 보이는 그것은... ...악신 님...?
"...아기 고양이 씨..."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희미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악신 님께서는 마치 자신들을 경계하듯이 그르렁하는 낮은 소리를 내고있을 뿐이었다. ...악신 님께서 아기 고양이를 해치지는 않으셔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하지만...
"...신 님..."
악신 님을 조용히 불렀다. 다리가 살짝 바들바들 떨려와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 님. ...저는...
"...괜찮아요. 괜찮아요, 신 님. 저희는 신 님을 해치지 않아요. 신 님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 드릴게요."
과연 자신의 목소리가 닿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신 님 쪽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 정도만 살짝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저의 목소리가 닿을까요? 저의 눈동자가 보일까요? 마치 자신들이 해칠까봐 경계를 하시는 듯한 악신 님은 어딘가 모르게 궁지에 몰려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시는 듯 했다. 그러니... 악신 님을 우선 안심시키고, 진정시켜드리고 싶어요. 전부 다 괜찮다고. 위험한 것은 하나도 없을 거라고. ...악신 님께서 들어주실까요...?
"...그러니 일단은 그 아기 고양이 씨를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부디... 부탁드릴게요, 신 님."
조용히 부탁드리는 목소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했다. 스스로가 품고 있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는 억누를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