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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에서는 지금이 추석 연휴라고 들었느니라. 그렇다면 내가 추석 연휴를 잘 보냈을터니 선물을 주겠느니라."
답답해 보일정도로 길게 길어 가려진 머리카락 너머에서도 확실히 보이는 기운이였다. 맹렬한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 한 검은색의 불길한 기운. 아니, 굳이 통해서 보지 않았어도 보이는 것이였다만... 대놓고 '나 악신이오'라고 광고하는 신이라니. 그 칠칠맞은 기운 정도는 감추려고 노력하면 안되는 걸까. 한숨을 쉬며 창고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검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새끼 고양이의 기색이 편안해 보였다. 연약한 생명이 버틸 수 있는 기운은 아닐텐ㄷ...
"...아아, 그런 전개로 나오시겠다... 마음에 안드네."
쯧. 혀를 차며 옆으로 뻗은 손은 그만두려는 제스처인지 휘저어 버린다. 최소한 아는 사이, 좀 더 추측을 해보자면 어미와 새끼의 관계.
틈을 잡고 있는 사이,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이들 중 저 악신에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리스 씨는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팔을 뻗어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누리님은 자신에게 온 물음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발견한 곳은 다솜의 경계선 근처야. 정확히는 라온하제의 안쪽이었어."
뒤이어 아이온 씨는 악신에게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악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으르렁,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고양이는 계속해서 냐옹, 냐옹 소리를 냈고, 으르렁거리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검은 불꽃의 악신은 고양이를 내려주었고, 고양이는 그 검은 악신의 다리로 가서 몸을 부비기 시작했다. 경계하는 눈빛이 사라지고, 주변에 깔려있는 숨이 막히는 기운도 사라졌다.
"...고양아...? 잠시만... 모두가 저 악신의 목소리를 듣게 해줄게."
이어 누리님은 자신의 신통술을 사용했고 은빛 하얀색 빛이 그 검은색 악신을 비추었다. 그러자,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우리의 머릿속에 울리듯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ㅡ...너희들은 그 녀석이 아닌건가. 그럼...이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지금 당장...도망쳐.
"도망쳐? 무슨 의미야?"
ㅡ내 아이를... 내 아이를...지켜줘.
ㅡ싫어. 싫어. 싫어.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고양이의 목소리였다. 그 고양이는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이, 다리에 몸을 부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그 악신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려오기 시작했다.
ㅡ이 아이만큼은, 구해줘. 이 아이만큼은... 이 아이만큼은... 지금 이 아이를 노리고 있는....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또 어딘가에서, 이번에는 아까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숨이 턱 막히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틀림없는 악신의 기운이었다.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정말로 숨이 막히다 못해, 나조차도 머리카락이 삐쭉 솟아오를 정도로 불길한 느낌의 무언가가 느껴지고 있었다.
원인은 명확했다. 경계선 근처 라온하제의 안쪽에서 발견된 외부의 동물. 저 악신은 당사자의 말그대로 분명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고 자신의 아이를 마지막 힘을 짜내 라온하제에 들어오게 하였고 본인은 악신이 되었다. 경계가 풀린 걸 보니 본인의 일행이 그 악신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로구나.
“부모자식의 연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다고들 하더구나.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짐은 그대들에게 무엇도 해줄 수 없으나 그대가, 부모의 역할이라면 끝까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저리 작은 아이에게서 떨어져 홀로 죽겠다는 것이냐? 홀로 자랄 아이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고서 말하는 것이냐? 이 우매한것아!!!”
본인의 아이의 안전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당연한 일이니라. 자식을 지키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그자를 처단하리라. 하지만 이 가족은 살 수 있을 터. 악신의 모습임에도 은호의 구역까지 왔고 아이를 그곳으로 보내는 것에도 성공하지 않았는가. 본인의 착각이라고? 그렇다면 어떤가? 무엇을 써서라도 자식을 지키려고 한 부모의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그대도 함께 간다. 이것은 어명이니라!! 악신이라 한들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모두 짐의 사랑을 받아 마땅할 위대한 바다의 백성!! 짐의 백성에게 포기는 허가하지 않았노라!!!”
악신을 향해 지휘봉을 들고서 크게 소리쳤다. 그것과 함께, 다시 한 번 사라졌던 악한 기운이 이 자리를 감쌌다. 전신의 털이 거꾸로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위험하다. 무언가가 이곳을 오고 있다고 모든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악신 님을 우선 진정시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살짝 내딛던 발걸음은 이내 가온 님의 저지에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그에 잠시 놀란듯이 동그래진 눈동자로 가온 님을 바라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평소대로의 그 몽롱한 눈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악신 님과 아기 고양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숨이 막히는 기분. 그럼에도 그 느낌을 애써 이겨내려 노력하며,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점차점차 진정되어가는 듯한 악신 님의 모습. 아예 고양이를 내려주자 고양이는 그대로 악신 님의 다리에 몸을 부비기 시작했고, 그에 악신 님의 경계의 눈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숨 막히던 검은 기운도 싹 사라졌다.
"...하아..."
그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하듯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한 박자 늦게 천천히 내뱉었다. 순간 흐트러졌었던 호흡이 다시 제대로 돌아오려는 듯이.
하지만 이어서 누리 님께서 사용하시는 신통술에 의하여 악신 님과 고양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오기 시작하자, 다시금 또다른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저 지금 당장 도망치라면서 저의 아이를 지켜달라고 얘기하는 악신 님. 고양이는 그에 싫다는 말만을 반복했고, 그러한 둘의 모습을 놀란듯이 두 눈동자를 크게 뜨면서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
다시금 느껴지는 숨이 턱, 막히는 어두운 기운. 아까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하디 강한 악신 님의 기운에, 작은 비명조차 채 지르지 못 한 채 그저 몸을 웅크리며 작게 벌벌 떨었다. 멍했던 눈동자에 더이상의 멍함은 없었다. 그저 흔들리는 불길함과 불안, 두려움만이 미세하게 있을 뿐.
애써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려 다시금 양팔을 교차해 붙잡았다. 지금은 땅 위에 꿋꿋이 두 다리로 서 있기도 버거운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애써 버텨내려 애썼다. ...'신' 님... 자신의 '신' 님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 다 같이 도망칠 수는 없는 건가요, 신 님...? 모두 힘을 합하면...!"
악신 님을 바라보며 묻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역시 이런 위험한 곳에 악신 님만을 남겨두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절박하게 얘기했다.
"결계는 부서지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고 한들, 고위신급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 결계를 넘어올 순 없습니다. 제가 쓰러지거나 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리고...들어오는 것은..아마도..."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결계에 들어오려는 순간, 사라져버리겠지. 지금 눈앞에 있는 악신이 품고 있는 사악한 기운은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근처를 덮고 있는 사악한 기운이 더 커서 가라질 뿐이지. 그리고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저 신이 품고 있는 악한 기운의 근원은...
ㅡ나는, 너희들과 같이 갈 수 없어. 저 결계를 통과할 수 없어. 나도 내 아이와 떨어지고 싶진 않아. 하지만...
"아주 큰 횡제로구나."
"......!"
이어 나는 누리님을 감싸듯이, 그리고 그 옆에서 떨고 있는 리스 씨를 감싸듯이, 그리고 아이온 씨를 감싸듯이, 세설 씨를 감싸듯이, 그리고 이름 모를 신을 감싸듯이... 앞으로 나아서면서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전신이 검은빛으로 물들어있는 거대한 뱀이 기어오고 있었다. 사악한 기운은 바로 그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고위신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신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위험이었다.
"네 녀석은 누구냐!"
"오호. ...너는, 그 결계 속에서 밖을 감시하던 이와 그 고양이를 주워간 여우 신인가? ...그 고양이를 잡아먹기 위해서, 달려들었는데 그만 놓쳐서 말이야. 결계 속으로 들어가버렸거든. 하지만 제 어미를 찾아서 나올 거라고 예상하면서 계속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덤도 많이 데리고 올 줄이야...하하하하!"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는 그 신을 바라보면서 누리님은 내 등 뒤에서 그 신을 노려보면서 이야기했다.
"...당신이, 결계를 멤돌던 그 기운... 그렇군요. 고양이를 노리고..."
"원래 작은 것들이 맛이 좋은 법이지. 그대로 집어삼키려고 했거든."
"그렇게 둘 것 같나요?! ....나는 라온하제의 지배자인 은호의 딸, 누리! 고위신의 이름으로..."
"고위신인지 뭔진 모르겠는데 말이야. 왜 저 고양이의 어미가 악신이 되었는지 알아?"
"무슨 의미죠?"
".....! 설마..!"
"거기 늑대는 알아챈 모양이네! 하하하! 그래! 내가 물어죽였고, 악신으로 만들었지. 지금처럼 방해하는 이가 나타나면 막도록 말이야! 움직여!"
ㅡ.....!
그와 동시였다. 고개를 돌리자, 고양이의 어미였다고 하는 그 신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동물을 물어죽이고, 그 동물이 가지고 있는 신력에 사악함을 덮어, 사악한 힘으로 만들어서 사악한 신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사악한 악신들이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력권에 들어간 신은...
".......크르르릉.."
다시 크르릉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게 혀를 차면서 나는 양쪽을 경계했다. 지금의 저 어미 신은... 저 뱀의 명령에 복종하는 이에 지나지 않았다. 더 강한 사악한 힘에 지배되어,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 바로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님은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도... 누리님이...
"..모두들..제 근처로 붙으십시오. ...빨리..!"
//약간의 떡밥과 함께...레스를 올립니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자 마지막입니다!
들려오는 악신 님의 대답에 동그래진 두 눈동자가 떨려왔다. 라온하제의 결계. 그것은 사악한 기운의 신 님들은 들어오시지 못하게 막는 것. 그것이 설마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비극이었다. 모든 것이 전부 다 비극이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또다른 낯선 목소리. 그에 드물게 곧바로 깜짝 놀라면서 몸을 작게 바들바들 떨었다. 가온 님께서 모두를 감싸듯이 앞으로 나선 것을 보면서도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왔기에. 물론 그 와중에도 짐이 되지 않고자, 애써 꿋꿋이 버텨내려 애썼지만.
그리고 그러한 가온 님의 너머에는 검은빛으로 가득히 물들어있는 거대한 뱀이 기어오고 있었다. 사악하고도 강력한 기운을 마구 뿜어내는 악신 님이.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누리 님과 가온 님, 그리고 그 악신 님의 대화를 그저 들으면서 꿋꿋하게 모든 상황을 전부 다 눈에 담고, 귀로 들었다. 끔찍한 비극을 마주했다. 아기 고양이의 어미인 저 신 님께서 어째서 악신이 되셨는지에 대해. 그리고 어째서 아기 고양이 혼자만 라온하제로 떨어져 왔는지에 대해.
"......아아..."
멍했던 눈매는 간 데 없이, 동그란 눈동자가 멍하니 진짜 악신 님을 향했다. ...신 님. ...'신' 님... '신' 님께서... '신' 님께서는... 충격적인 진실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곧 다시 두 눈을 붉게 빛내면서 크르릉, 하고 낮게 울부짖기 시작하는 어미 고양이 신 님. 그에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신 님께서는 지금, 조종을 당하여 그저 물어뜯어 죽이고픈 본능적인 짐승이 되어버리셨다는 것을.
'죽음'의 향기가 짙어졌다. 그것을 감지해낸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덜덜,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몸의 떨림은 조금 더 강해졌다. 양팔을 교차해잡고 있던 두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너무해요..."
정말로 끔찍한 비극에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와 작게 중얼거렸다. 조종당하고 있는 신 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 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가온 님의 말씀에 힘겹게 돌려본 시야에 들어온 누리 님께서 크게 불안해 보이시자, 애써 가온 님과 누리 님 근처로 몇 걸음을 옮겼을 뿐.
"누리 님, 괜찮아요... 괜찮아요..."
누리 님의 손을 잡아드리려고 시도하면서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었다. 신기루같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가온 님께서 혼자 싸우시는 건 무리예요. 그러니...
애써 두려움을 억누른 채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자신은 비록 전투 능력은 없지만 여차하면 환각 능력으로 보조를 해드릴 생각이었다. ...아무도 다치시지 않는 건 역시 불가능한 일인 걸까요...? 파르르 떨리는 한 손을 자신의 구슬에 슬쩍 갖다대었다.
"악신이라고 해서 안 아끼는 게 아니겠지. 그 악신이 된 게 자기 의지가 아니라면 더더욱" 이 경우는 모성애에 가까운 것인가. 라고 느릿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횡재라는 뱀을 봅니다. 악한 자를 봅니다. 악하고 악한 자는 말을 하는군. 그리고 그 말과 행동을 듣고, 보고 나서 누리가 당황하는 걸 보며 꼭두각시가 된 어미에게서 아기고양이를 목덜미를 잡아서라도 데려오려 시도합니다. 고양아. 어미가 너를 물어죽이면 안 되지 않아? 어미가 슬퍼할지도?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거야?" "두려운 것이 맞기는 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아니. 거짓말은 아니지. 나는 크게 두렵지는 않아. 하지만 이런 반응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두려운 걸 마주보라는 말은 해봤자 역효과겠지. 분명 고위신인 누리가 왜,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는데(아마 저 꼭두각시처럼.. 그런 일이 있었던가? 라곤 해도 지금 알 도리는 없다) 그런 말을 할 순 없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다정한 양 말하려 하며 누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가온의 붙으라는 말에 일단 흩어지면 각개격파이기에 일단 붙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