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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에서는 지금이 추석 연휴라고 들었느니라. 그렇다면 내가 추석 연휴를 잘 보냈을터니 선물을 주겠느니라."
품 안에 진한 분홍색의 플라밍고 인형을 꼬옥 안아든 채 호은골에 머뭇머뭇,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분홍빛의 날개와 꼬리가 사라진 인간의 모습. 언제나 훤하게 드러나있던 맨발 역시 누군가에게서 받은 듯이 낡고 얇은 샌들로 신겨져있는 가운데, 여러가지 색이 섞인 머리카락과 눈동자만이 평소와 변함 없이 똑같았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눈동자 역시.
"...결국 와버렸어요, 론."
꼬옥, 품 안의 인형을 더욱 꼬옥 끌어안으며 작게 속삭였다. 호기심과 기대감이 두려움과 망설임을 눌러버린 결과였다. 그렇기에 일부러 '론'까지 안아들고 직접 이 인간계의 '호은골'이라는 곳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북적북적, 시끌시끌. 언제나 조용했던 다솜과는 달리 '호은제'라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이 곳은 수많은 사람들도 붐벼, 적어도 자신에게는 상당히 정신 없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길, 잃어버리면 어쩌지요...
더군다나 '축제'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자신이었으니, 이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전부 다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조용하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굳건히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보고 싶어요. '축제' 씨에 대해서.
그렇기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물풍선 던지기 부스로 천천히 걸어갔다. ...왜인지는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곳에서 가장 큰 웃음소리와 호객 소리가 났었으니, 한 번 구경해보고픈 이유는 있었다.
리스가 향한곳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형형색색의 물풍선을 과녁을 향해 던져 물건을 떨어트리면 상품을 얻을 수 있는 부스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수 많은 인파사이에 둘러쌓여 호탕하게 웃고있는 밤프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밤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있는, 어쩌면 리스보다 작을지도 모르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래 신의 눈으로 보자면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이들 네 다섯명이 더 있었다.
"카카카카캇! 이 몸이 전부 다 맞췄으니 상품은 다 가져가도 좋겠지!"
아니나 다를까 밤프로 추정되는 소녀는 물풍선을 양 손에 들고서 모든 과녁을 맞춰 물건을 떨어트린 상태였다. 이전까지 그 누구도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모든 과녁을 맞출 수 있던 사람은 없었기에, 거기다가 과녁에는 특수한 장치가 되어있어 웬만한 힘으로는 과녁을 밀어내기는 커녕 물풍선이 튕겨나가거나 터지는 일이 다분하게 일어났기에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 특히나 부스의 주인은 시치미를 떼며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무슨 속임수를 쓴 게 틀림없어! 한 두번은 몰라도 각각 단 한 번의 시도로 전부라니 안타깝지만 다시 시도해주기를 바랄게 꼬마아."
"뭐!? 나는 정당하게 따냈단 말이다! 속임수 따위는 없었다고!"
"흥, 다시 한 번 맞춰서 성공할 수 있으면 그때는 제대로 주겠다니까 왜 그런다."
주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밤프로 추정되는 소녀는 그에게 달려들어 몇 가닥 없는 머리털을 쥐어뜯으러 했다.
물풍선 부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호탕한 웃음소리의 주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웃음소리의 주인은 자신보다도 약간 작은 듯한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한 박자 늦게 밤프 님의 이름을 불러버린 것은.
물론 그것은 이내 혼란스러움이 깃든 약한 동공지진으로 이어졌다. 멍한 눈동자가 더욱 멍하게 뜨여진 채로. ...어째서일까요? 저 소녀 씨께서는 밤프 선생님과 비슷한 모습이셔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웃음 소리가 비슷해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직감과 의도치 않은 '신'의 눈으로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도 인간이 아닌 듯한 존재들이 여럿 주변에 섞여있었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밤프 님이라고 착각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소녀는 물풍선으로 모든 과녁을 다 맞춘 듯 했다. 그야 모든 물건들이 떨어져 있었으니. 하지만 부스의 주인은 그럼에도 그저 시치미를 떼며 소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꺼냈고, 그에 소녀와 부스의 주인 사이에서는 가벼운 언쟁이 이어졌다. ...아니, 그것도 이내 곧 소녀가 부스의 주인에게로 달려들자 몸싸움으로 번져갔지만.
"...! 자, 잠깐만요!"
그에 드물게 화들짝 놀라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재빠른 동작으로 소녀와 부스의 주인의 사이로 파고들어가, 한 팔로는 론을 끌어안은 채 다른 한 팔을 벌려 일단 소녀를 말리려 애썼다.
"잠깐만 멈춰주세요...! 저도 도와드릴테니까, 일단은 멈추고 같이 대화를...!"
평소에 그 한 박자씩 늦던 말은 온데간데 없이, 일단은 두 사람 다 보호해야한다는 생각만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머리털이 뜯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그럼에도 조금은 바들바들 떨리는 듯한 표정이 소녀를 똑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