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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의 벚꽃나무 숲 어딘가의 작디 작은 오두막 안.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집 안에서,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면서 유리창을 톡, 톡, 치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조용히 귀를 기울여서 들었다. 다행히 강한 비는 아니고 작은 가랑비지만... 그럼에도, 비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조용한 중얼거림이 멍하니 새어나왔다. 먹구름 씨가 가득한 하늘은 보기만 해도 어두울 테니까 말이예요. 더군다나 지금은 꽤나 늦은 시간. 그랬기에 더더욱 주변이 어둡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분홍빛으로 가득한 자신만이 희미하게 밝힌 양초의 촛불과 함께 유일하게 어둠이 아닌 듯 해보일 정도였으니. 물론 보통 이런 늦은 시간 쯤이라면 자신은 이미 잠들어 있겠지만... 오늘은. 왠지 오늘은 유난히도 잠이 오지 않는 날이었다. ...잠시 걷고 올까요. 비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새벽은 조용하니 좋으니까 말이예요.
예전에 인간계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줍게 된 낡은 우산이라는 것을 펼쳐들고 집을 나섰다. ...전에 이것을 인간들 씨께서 이렇게 비 오는 날에 쓰는 걸 봤었어요. 그러니 이렇게 쓰는 거겠죠? 톡, 톡. 우산을 맞고 떨어지는 빗소리는 의외로 듣기 괜찮은 편이었다. ...비도 안 맞게 해주고... 우산 씨는 대단하시네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저 편에서 누군가가 서 있는 듯한 실루엣이 얼핏 보였다. ...누구시죠...? 가뜩이나 비가 살짝 오는데다 한 쪽 눈만 잘 보이는 자신으로서는 그 인영이 누군지 알기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좀 더 가까이, 천천히, 그 인영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실루엣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밤프 선생님...?"
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가 한 박자 늦게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색이 다른 멍한 두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그리고는 총총, 밤프에게로 다가가 팔을 들어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언갈 곰곰히 생각하던 그의 귓가에 작은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걸까? 이전에는 없을정도로 놀라하는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홱 하고 돌린 그는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있는 리스의 모습에 그제서야 희미하게 자리잡아있던 경계를 풀고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리스였나? 다가오는 걸 눈치채지 못해서 놀라버렸군."
역시 자신이 가르친 대로 사냥법을 익히고있구나, 따위의 소리를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가 리스에게 사냥법을 가르친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다. 가르친거라곤 토마토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해 이어져내려오는 온갖 쓸모없는(...) 역사들 뿐이었지. 그는 이 시간에 어쩐일이냐는 리스의 물음엔 단순히 산책하러 나왔다는 말로 무마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 그것도 이렇게나 비가 휘몰아치는 날에 산책을.
"그런데, 너는 여기서 무얼 하고있는거지? 어린아이가 혼자 다니기엔 위험한 시간이라 생각되는구나."
늦은 밤 따위의 시간이 아니었지. 만약 시계가 있더라면 시계바늘은 12시를 훌쩍 넘어선 시간을 가르키고 있었을 것이다.
"토마토라도 먹고싶은가?"
잠시 입을 다물고있던 그가 손가락을 튕기더니 붉은 빛이 은은하게 풍기는 토마토를 손에 쥐고선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럼과 동시에 은연중에 옷을 길게 늘어트려 그녀가 쥐고있던 우산을 대신 들어주려했다.
점장이 보기에도 플라맹고 신의 행색은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였지. 겉옷이 두꺼워지거나 눈만 보이도록 목도리를 꽁꽁 둘러매긴 하였어도, 안에 입은 원피스는 아라 지역에서나 입을 수 있을 법하게 얇았고, 눈을 밟고 가기에는 맨발이 너무 시려보였으며 날개는 반쯤 얼어서 깃털이 뻣뻣해 보일지경이였으니... 그런 꼴로 돌려보내는 것보다는, 안 쓰는 신발이라도 줘야겠지. 답지않게 남에게 선심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음료는 그렇다쳐도, 사이드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제 구웠던 레몬 피낭시에는 하루가 지나서 버터의 풍미가 골고루 퍼져 있을 것이였지. 진열대에 미리 꺼내두었던 피낭시에는 레몬모양의 틀에 구워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레몬 모양이였다. 고소한 냄새와 레몬 특유의 상큼한 냄새가 미미하게 퍼지는 피낭시에의 위에 체를 친 슈가파우더가 눈처럼 떨어진다. 같이 내놓을 자그마한 포크를 마른 천으로 닦으면서 리스의 한 박자 느린 대답에 사장도 조금 느린 답을 하였다.
"당신의 '신'이라... 사정은 자세히 모르겠는데, 너도 신이면서 굳이 찾는 이유가 뭐지?"
신이라고 해보았자 의외로 수가 많았으며, 그들 전부가 그렇게까지 선망받을 만한 인물들은 아니였었다. 물론 고위신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지언정... 역시 이해가 되질 않았었지. 자신도 신이면서 다른 신을 믿는다니.
...아무리 그래도, 저 플라맹고 신은 커피에 대해서도조차 모르는 걸까. 조금 어리숙한 태도라던가, 다른 신들을 동경하는 모습에서 사장이 짐작하건데, 신이 된지 얼마 안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이였지.
"...그 '아무거나'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아?"
톡 쏘는 듯한 지적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 카페에서 '오마카세'라니. 그건 어떤 종류의 진상이였을까. 물론 반쯤은 그렇게 나가긴 하지만, 적어도 음료는 손님이 고르는 것이였고. 게다가 생각보다 종류도 다양했었으니. 커피라던가 에이드, 차, 쉐이크, 주스, 쌍화탕(?)... 대분류만 해도 한 손가락으로 꼽기는 무리였지.
그래, 사장도 알고 있었다. 리스에게는 악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 고민을 하다가 사과를 하는 모습은 진짜 모르는 듯한 순수한 반응이였다. ...사장은 정말 아무거나 내오기로 하였다. 오지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데워지고 있던 커피머신이 아까웠으니 커피로 정한다.
자신이 너무 조용히 다가온 것일까? 어쩌면 작게 내리는 빗소리에 자신의 발걸음 소리 따위는 가볍게 묻혀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거의 처음 보는 듯 할 정도로 깜짝 놀란 듯이 고개를 홱, 돌린 밤프 님의 모습에, 순간 자신 역시도 덩달아 놀라 한 박자 늦게 몸을 움찔, 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팔을 높게 들어 밤프 님께 씌워드리고 있던 우산은 여전히 유지했지만.
"...놀래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밤프 선생님. 그게... 놀래킬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우산을 들고있지 않은 쪽의 손가락을 작게 꼼지락꼼지락거리다가, 이내 살짝 허리를 숙여 공손히 사과 인사를 올렸다. "...다음 번에는 소리 내어서 다가오겠습니다." 하고 덧붙이며. 물론 사냥법이라는 밤프 님의 말씀에는 "...사냥법이요?" 하고 멍한 눈동자로 되물으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했지만.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열심히 자신의 기억을 뒤져서 밤프 님의 가르침 중 '사냥법'에 관련된 기억들을 찾던 와중, 산책하러 나왔다는 밤프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두 손...으로 받으려 했지만 우산 때문에 살짝 쩔쩔매던 중, 밤프 님의 옷이 대신 우산을 들어주자 멍한 눈동자를 부드럽게 접어 웃었다. "...감사합니다, 옷 씨." 하고 옷에게도 인사를 했지만. 그리고 토마토를 두 손으로 받아들고는, 작게 끙끙거리면서 어떻게든 토마토를 반으로 잘라냈다. 그리고 그 중 조금 더 큰 반 조각을 밤프 님께 공손히 두 손으로 내밀며 헤실헤실,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다행히 너무 얼어버려서 한계에 다다르기 전, 세설 님의 가게를 찾아낸 것은 역시 자신의 '신' 님께서 자신을 보살펴주셨기 때문일까? 그렇다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의 기적에, 그저 기쁜듯이 작게 미소 지었다. 물론, 손이며 발, 얼굴은 추위에 여전히 빨갛게 얼어있었지만.
그래도 풍겨져오는 맛있는 냄새와 가게 안의 공기는 마냥 따끈하고 포근하기만 해, 기분이 나른하게 녹아 헤실헤실, 작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뭐랄까... 마치 꽁꽁 언 찬 바람 씨도 무장해제시키실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예요. ...이 곳, 뭔가 되게 아늑해서 기분 좋아요.
그렇기에 그 포근함 속에 포옥 파묻혀 빨간 두 손을 모아 하아, 하아, 하고 느린 동작으로 따뜻한 숨을 불어 녹이던 중, 세설 님의 느린 물음이 되돌아왔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자신의 '신'을 찾는 이유. 그렇지만 그 전제를 듣고는 잠시 두 손을 내리고 세설 님을 색이 다른 멍한 두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말씀은 정말로 감사해요, 세설 님. 하지만 저는 '신' 님이 아니랍니다. ...그렇기에 저는 저의 '신' 님을 찾고 있는 거예요. 저의 '신' 님께서 저를 예전에 구해주고 도와주셨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저의 '신' 님을 도와드려서 은혜를 갚고 싶어요."
헤실헤실, 자신의 '신' 님을 말할 때. 그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이 살아갈 희망. 자신의 삶의 목표. 그 모든 것들을 하나로 집합시켜보자면, 역시 자신의 '신'이었으니.
하지만 그렇게 행복하게 웃던 것도 잠시, 이내 주문할 거리를 물어오는 세설 님의 물음에는 다시 멍하고 살짝 쩔쩔매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야... ...이런 곳도 처음 와봤는 걸요.
더군다나 메뉴판에 보이는 글씨들은 죄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등등,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단어들로만 가득했으니. 영어임에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세설 님... 다음에는 확실하게 알아오겠습니다..."
그렇기에 들려오는 세설 님의 지적과 한숨에, 살짝 두 어깨와 날개를 추욱 아래로 늘어뜨리면서 괜히 손가락들을 꼼질꼼질거렸다. ...'신' 님께 잘못을 저질러버렸어요. 저, 어쩌면 좋죠? 그러면 안 되는데... 그렇기에 괜히 메뉴판을 다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물론 다시 봐도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적어도 기억은 해놓고서 나중에 알아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렇게 집중에 집중을 하다가 들려오는 세설 님의 목소리. 하도 메뉴판에 집중을 하고 있던 탓인지, 대답이 평소보다도 조금 더 늦게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게... 단서나 증거는 아직 찾지 못 했어요. ...그래도... 존재하신다고 믿고 있거든요. 이렇게 친절하신 세설 님께서도 존재하고 계시고, 다른 신 님들께서도 존재하고 계시니, 분명 저를 구원해주신 저의 '신' 님도 존재하실 거예요. 분명히요."
강한 믿음과 신뢰, 숭배로 가득한 목소리는 티 없이 맑은 미소를 자아냈다.
/ 하하, 세설주께서 저에게 호온 안 나셨어요! 잘 하셨어요, 세설주! 호온 대신 칭찬을 해드리겠습니다! XD(쓰담쓰담)(???)
>>523 으음... 그냥 평범한 홍학이었을 때에는 어차피 인간계 쪽의 일이니 괜찮을 것 같은데...생각해보니 신이 되고 난 이후의 행방이 묘연해질 것 같네요. 라온하제는 이제 막 개장...?(???) 된 거죠? 혹시 그 전에 신들은 어디서 살고 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524 공식적으로 신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금 막이 맞습니다. 그 전의 신들은... 다른 곳에서도 라온하제 같은 지역이 있으니 거기에서 살기도 하고, 그냥 비어있는 영토에서 집을 지어서 살기도 하고, 혹은 그냥 라온하제에 들어와서 살기도 했답니다. 은호님이 딱히 그런 것은 막지 않았거든요. 그냥 살 거면 살라고 하고 있었거든요. 이번에 다른 신들을 불러들인 것은, 이전에는 그냥 살던지, 말던지 신경을 쓰지 않는 자세였다면 이번에는 오고 싶은 사람은 와서 살아라! 라고 공개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느낌이랍니다.
>>525 음... 그렇군요. 그럼 신이 된 직후에는 방황하듯이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다가 비어있는 영토 아무데서 정착 생활에 차차 익숙해지고, 그냥 우연히 돌아다니던 중 라온하제를 미리 발견해서 아라 정착 시도&실패 -> 다솜 완전 정착했다는 루트로 가야겠네요. 안 그러면 선관들도 다 애매해질지도 몰라서...ㅋㅋㅋㅋ 아무튼 늦은 시간에도 답변 감사합니다, 리온주! 그럼 이제 '신' 님 정도만 비설 보내면 얼추 다 맞춰질 것 같아요. :)
ㅋㅋㅋㅋㅋㅋㅋ 늦은 시간이건 빠른 시간이건 스레주는 참가자분들의 질문에 대답을 할 의무가 있는걸요! 그것이 스레를 찾아와주시고 시트를 내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음..음...그리고 그렇군요!! 자...그럼 이제 '신'님의 정보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후...
>>529 하! 저에게 호온나시는 건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세설주! 세설주께서는 착하시니까 호온나실 수 없거든요!(???) 음... 그보다 조금 피곤하시다면... 답레보다도 그만 주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세설주...?ㅠㅠㅠ(토닥토닥)
>>530 ㅋㅋㅋㅋㅋ사실 뭔가 더 이야기를 짜내고 싶어도 제 머리론 이게 한계예요... 클리셰 덩어리...(???) 그래도 가온이랑 누리의 이야기를 보면서 리스가 많이 공감하고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과거 이야기도 그냥 보내야하는 것인가...!ㅋㅋㅋㅋ
>>536 ㅋㅋㅋㅋㅋ오타는 절대 놓치지 않는 나쁜 리스주거든요, 저는! >:)(???) 이건 농담 아니고 정말로 답레는 천천히 주셔도 괜찮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는 말아주세요. 아셨죠?(토닥토닥) 네, 저도 슬슬 졸려와서 곧 잠들겠습니다! 세설주께서도 안녕히 주무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