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3830134> [1:1/NL] 연 - 1 :: 355

이름 없음◆GyZknqLERw

2018-08-10 00:55:24 - 2022-05-24 23:46:02

0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0:55:24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中>

1 서 윤 시트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0:58:59


이름: 서 윤 赟
성별: 여
나이: 20


외관: 5자반 정도 되는 키에 뼈대가 가늘고 마른 편이다. 숱 많고 결이 좋은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로 차분히 내려오며, 빛을 받으면 따뜻한 갈색을 띤다. 머리카락은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그대로 두기도, 일부 또는 전부를 가지런히 묶어 정리하기도 하나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화려한 장신구로 장식하는 일은 드물다.
일자로 가지런한 눈썹 아래로 길게 뻗은 눈매는 그 끝이 조금 위를 향해 있지만, 모양 자체가 둥글고, 얄팍한 쌍꺼풀이 자리 잡고 있어 매서운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눈동자가 옅은 갈색인 것도 한몫하는 듯하다. 긴 속눈썹은 언제나 깔끔하게 말려 올라가있다. 피부는 흰 편이며 양 뺨과 얇은 입술에는 붉은 기가 돈다. 왼쪽 눈 아래쪽에 작은 점이 하나 있다.
손의 크기는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나 손가락이 가늘고 길어 주먹을 쥐었을 때, 손이 작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오른손 검지와 왼손 중지에 은과 옥으로 된 가락지를 하나씩 끼고 있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성격: 물을 떠놓은 잔을 탁자 위에 올려둔 듯하다. 차분하며 어떤 일에 크게 동요하는 일이 드물다. 무뚝뚝하거나 냉담한 것과는 다르다. 천성은 다정한 편이다. 남들이 호들갑 떠는 일에 그저 웃고 마는 것뿐. 목석같다는 말과 지나치게 무르다는 말을 모두 들어보았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자신도 잘 모른다.
타인을 많이 미워하거나 질투해본 기억이 없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아주 많이 좋아하거나 사랑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때때로 덜컥 두려워지곤 한다. 잔에 물이 얼마만큼 차 있는지, 그 잔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득 채울 수는 있는 건지, 흘러넘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기타: * 가국(佳國)의 황녀. 황후에게서 태어났으나 황위와는 무관하다. 본인도 크게 욕심이 없어 이로 인해 겪는 어려움은 없다.
* 일찍이 맺어진 정혼자가 있다. 이미 서로를 알고 있고 특별히 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인을 계속 미루고 있다.
* 궁의 구석에 처소가 있다. 어떠한 불이익이나 처벌은 아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 내내 꽃이 피어 있는 정원과 작은 연못이 있는 조용한 곳이다.
* 갑자기 빛이 사라진 공간에서 흐릿하게나마 사물을 구별하는 데 보통의 사람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갑자기 어두워졌을 때에는 아주 느리게 움직이거나 한동안 가만히 있는 편이다.
* 귀신이나 어둠 등은 두려워하지 않으나 커다란 소리가 나는 것에 약하다. 잘 놀라며 조금은 두려워하기도 한다.

2 추연 시트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0:59:47


[이름] 추연秋燕
[성별] 남

[외관]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물결치는 백발은 어깨를 덮고도 남아 등을 거진 가리는 기장이다. 반묶음해 비녀나 끈 따위로 고정해둔 상태. 앞머리는 왼쪽으로 치우쳤다. 눈을 덮고도 남는 길이.
완만하게 역팔八자를 그리는 눈썹은 굵지도 얇지도 않다. 가로로 곧고 기름하게 뻗은 눈매부터 뚜렷한 굴곡을 그리며 융기한 콧대까지 이목구비에서 성숙한 남성의 향취를 풍긴다.
세로 폭이 큰 편은 아니지만 눈두덩이를 덮은 살이 얇아 탁 트인 느낌이 드는 눈매. 눈 앞머리 골이 비죽히 나 있다. 웃지 않아도 짙은 음영이 질 정도로 애교살이 도톰하다. 오른 눈은 쌍꺼풀이 없지만 왼쪽 눈에는 희미하게 속쌍꺼풀이 져 있다. 그 탓에 양쪽 눈은 미미한 크기 차이가 있다. 속눈썹의 길이 자체는 짧지만 숱이 많고 촘촘하다. 백색 속눈썹 아래로 드러나는 눈동자의 홍채는 금빛. 눈동자에는 언제나 젖은 듯한 윤기가 돈다. 파충류의 그것과도 같이 번들거리는 삼백안.
제법 호의적인 모양을 그릴 줄 아는 입술은 병자처럼 마르고 갈라졌으며 색이 옅다. 아랫입술이 도톰한 편. 입술을 열 때면 드러나는 건 희고 고른 치열과 유난히 붉은 혀. 웃을 때면 뺨이 움푹 파이는 보조개가 인상적이다. 깎아지른듯 날카로운 선을 그리는 턱선.
핏기 없이 창백한 밀빛 피부. 표정이 굉장히 다양하다. 비슷한 감정 속에도 눈썹의 위치와 모양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얼굴에 확연히 드러나는 감정의 색.
남성적이기보다는 유려하게 떨어지는 목줄기. 여섯 척을 조금 넘는 키에 마른듯한 체구. 자잘하고 섬세한 근육으로 도배된 몸. 자세가 영 구부정하다. 품에 맞지 않게 헐렁한 옷을 즐겨 입는다.
손가락이 길고 마디가 도드라지는 손은 우아한 움직임을 보인다. 푸른 핏줄까지 들여다 보이는 손등. 오른손 소지와 검지에 금반지를 하나씩 착용했다. 소지에는 금강석이 박힌 얇은 것, 검지에는 용이 음각으로 새겨진 것. 왼손 약지에는 금이 간 옥가락지를 착용.

[성격] 봄날씨처럼 변덕스럽다. 쉽게 끓어오르며 쉽게 식는다. 금세 반해 파고들었다 곧장 싫증내며 떠난다. 기분도, 결정도 어린애 손 뒤집듯 바뀐다. 능청스럽게 모두에게 우호적인 척 굴어대나 무정한 심성은 갈 데가 없다.
영 못돼먹은 성정. 방금 전까지 대화하던 이가 피를 토하며 바닥을 기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웃는다. 허나 그 밑바닥에도 일말의 연민과 동정심은 존재한다. 인간과도 같이. 비록 그것을 제 스스로 나서서 베푸는 일은 없으나.
기본적으로는 철저한 방임주의, 눈앞의 어떤 상황에 직면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나른한 웃음 뒤에 교묘히 은닉된 악의는 평소에는 수면 위로 드러나는 법이 없다.
탐미주의자.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구가 노골적이다. 본능적인 욕망에 충실, 거리낄 게 없기에 쉽게 탐닉하고 곧잘 싫증낸다. 횡일하기 그지 없으며, 대개 본인의 흥미 위주로 움직인다. 행동반경은 예측불허. 종잡을 수 없다.

[기타] 낮고 색색거리는 목소리에 얹힌 말은 거칠었다. 그 언어들이 구체화된다면 아마 그의 입에서는 피 묻은 송곳니들이 떨어져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발음이 정확해 짧은 단어 하나라도 뭉개지는 법이 없었다. 말을 할 적에는 주로 상대와 눈을 마주하는 편이다. 아니, 당장에라도 멱을 잡아챌 것처럼 입맛을 다시곤 노려보며 입을 여는 것이 그의 습관, 말투, 행동.
흡연자. 긴 장죽은 그의 입에서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 그 탓에 몸에서는 항상 쌉쌀한 담배냄새가 묻어났다. 약간의 틱, 손이나 몸 등을 떠는 증상이 있다. 그럴 때면 담배나 술을 찾는다.

기린은 본디 자비롭고 덕이 높은 짐승이라 생명을 해치는 법이 없어 살아있는 풀을 밟지도 않으며 벌레를 밟는 일도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허공을 딛는 걸음 탓에 그에게는 족적이 없었다.
기린은 날씨를 다스려 가국에 비를 내리고 구름을 거두어 해를 비추었다. 기린은 덕이 있는 군자를 따른다 하였다. 덕 있는 군자에 그의 뜻을 따르는 신성한 영물, 그야말로 태평성대였다.

이렇게 기린에 관해 알려진 것은 여기서 저기로 전해지곤 했다. 모두 그의 입에서 나간 것. 허나 과연 그 보기 좋게 뚫린 입에서 진실만이 나갔을런지. 추연, 그 날짐승의 속내를 우리가 어찌 알겠나?

3 추연 시트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00:56

앓다 죽을 그 이름.. 윤.... 서.. 윤....

4 이름 없음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02:11

다정한 추연주 시작도 전에 이렇게 신세지게 되어서 고맙구 미안해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제 찾았어 다시는 안 헤매요 다음에는 내가 할게...
앗, 그리구 내가 윤 시트에서 하나 빼먹은 게 있어서.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냥 요기에 살짝쿵 추가할게요! 나도 추연이 앓다 죽을래... 추연이 사랑해......

* 높고 맑은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차분한 인상에 무게를 실어주는 목소리. 그러나 탁한 기색은 없다.

5 추연 시트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03:16

흑흑 목소리도 좋아.. 레이디.. 부족한 곳이 어딘가요...

6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03:54

흑흑 추연 시트가 여러개가 되어버렸잖아 ㅠ.ㅜ 지금 너무 들떠서 흑

7 이름 없음◆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05:21

흑흑 추연이야말로 상상 이상으로 더 멋져서 내가 너무 놀랐다구요! 부족한 것... 아직 추연을 못 가진 거...!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8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06:44

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주 너무 다정하구 귀여워....!!! 아앗 너무 행복해요... 흑흑 제발 추연이 말고 저를 가져주세요.....

9 이름 없음◆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09:17

둘 다 가지면 안 될까요? 팔은 두 개인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연주야말로 진짜 짱 다정하고 귀여워 ㅠ.ㅠ... 일단 버벅대던 나를 이해해준 것부터가 추연주가 천사라는 증거입니다 u.u// 다 내 거얏!
앗 근데 우리 시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추연이랑은 이미 궁에서 마주쳤으니 알고 있는 사이겠지요?

10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12:23

흑흑 사랑해요... ㅇ으응 아무래도 황실 인사니 이런저런 자리에서 마주쳤겠지? 아니면 대충 존재 여부 정도만 알고 있다가 제대로 서로를 인식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

11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12:41

운명적인.. 마주침... ★

12 이름 없음◆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16:28

좋아요! 추연은 가국의 슈퍼스타 같은 존재일 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윤이 막 만나지는 못 했을 것 같구...! 어떻게 만나야 자연스러울까 음음 황실행사? 아니면 조용한 밤에 황궁산책? 다른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추연주야

13 이름 없음◆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17:05

>>11 으악 귀여워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소리내서 웃었어

14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18:38

슈퍼스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우제를 지내바라 인간들아! 와핳하하! 헉 저는... 밤산책이 좋겠어요... 너무 좋아서... 벌써부터 숨막혀...

15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19:24

>>13 앗 부끄러워요 ☺️❤️☺️❤️

16 이름 없음◆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21: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돼....! 추연주 숨 잘 쉬어서 나랑 오래오래 이 스레 굴려주어야 해 ㅠ.ㅠ ㅋㅋㅋㅋㅋ 음 추연주가 스레 세워줬으니까 처음은 내가 시작할까? 혹시 특별히 요런 장소면 좋겠다! 싶은 거 있음 말해주세요 히히
앗 또 혹시 시작하는 거 좋아하면 꼭 말해줘요! 추연주가 좋아하는 거라면 감히 내가 뺏을 수 업서!

17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24:39

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 마세요 숨은 성실하게 쉬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내가 윤주랑 윤이 두고 어딜 가! ㅋㅋㅋㅋㅋ
헉 그렇게 해준다면 고맙지! 히히 나는 어디든 좋아요... 왠지 밤산책스럽게 조금은 고요한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흑흑 풀벌레는 찌르르거리구.. 흑흑.. 너무..좋아.....

18 이름 없음◆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25:50

히히 접수! 혹시라도 기다리다가 피곤하다 싶으면 바로 자구. 우리 오래 굴릴 거니까 무리하지 말구 편안하게 느긋하게 해요 u.u// 일단 다녀올게!

19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1:34:07

으응응 ㄱ신경써줘서 고마워요! 히히 느긋하게 다뇨와..!!

20 서 윤 ◆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1:58:15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에는 몸을 일으켰다. 눈을 감아도 잠에 들지 않는 밤이었다. 바닥을 짚은 손에 힘을 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다시 눕는다 해도 쉬이 잠들 수 없을 것이다. 누워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바에야 몸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낫지. 몸에 걸칠 것을 챙겨 느릿느릿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생각보다 더 늦은 시간이었는지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은 제 처소뿐이었다. 불을 끄고 나와야 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으나 곧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괜히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시 나오는 것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박사박. 고요한 와중에 발아래로 풀이 눌리는 소리가 났다. 누워있던 중에 비가 조금 왔던 건지, 다른 이유에선지 약간의 물기가 느껴졌다. 잠시 가만히 서 있으니 저쪽에서 풀벌레 소리도 작게 들렸다. 몇 걸음 걸어 가까워지자 소리는 잠시 멈춘다. 조금 더 걸어 다시 멀어지니 끊어졌던 소리도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무섭니? 뒤돌아 속삭이듯 묻고선 작게 웃었다. 혼자서 알아듣지도 못할 이에게 말을 건네니 꼭 오랫동안 혼자 남겨진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팔에 걸친 옷이 흘러내린 걸 정리한 뒤 다시 걸었다.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으므로.

궁의 중심에는 커다란 못이 있다. 제 처소 앞에 있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못이. 이곳에 비하면 처소에 있는 것은 물웅덩이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곳에선 매해 여름마다 연꽃이 피었다. 지금 딱 꽃이 피어날 시기였다. 아직 봉오리인 것도, 시들기 시작한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꽃은 활짝 피어있었다.
꽃은 질리도록 보아도 도무지 질리지를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긴, 내가 이유를 아는 것이 몇이나 있을까. 가만히 서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꽃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 픽 웃었다. 가만히 서서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 바에야 몸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낫지. 멈추었던 걸음을 움직여 천천히 못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 너무 오랜만이라 어떤지 모르겠다. 혹시 돌리다가 이런 건 이랬으면 한다 싶은 것들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어! 추연주에게는 언제나 열려있어요! ;)

21 이름 없음◆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09:06:26

흑흑 어제 잠들어버렸어 미안해요 ㅠㅠ 짬짬이 써서 오늘이 가기 전에 답레 들구 오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요 ❤️

22 이름 없음◆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09:29:18

앗 아니야 시간이 많이 늦었었는 걸요. 자야 하는 시간이었어! 추연주도 좋은 하루 보내요 :)♡

23 추연 ◆GyZknqLERw (2410406E+5)

2018-08-10 (불탄다..!) 15:51:31

대청에 드러누운 추연의 입에서 연기가 피었다. 가국 수도의 중심부, 거대한 황궁 안에서도 가장 깊고 화려한 구중심처가 그가 머무는 곳. 그는 황가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힘, 그리고 권위였다. 그가 영생을 사는 만큼 황가 역시 영원히 지속될 터였다.
뜨거운 낮이 저물고 찾아온 여름의 밤은 쉬이 식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이었다. 비를 내릴 때가 되었나? 수없이 흩어져 온 세월들처럼 연기가 입 끝에서 아스라이 흐려졌다. 그가 불현듯 몸을 일으켰다.

해가 서산으로 지고, 어둠이 내린 이후 황궁은 사람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연 그 자체였다. 나무를 얽는 바람, 달아나는 쥐와 그를 쫓는 올빼미의 날개짓, 그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들은 곧 자신이었고, 자신은 곧 그들이었다. 사방에서 풀벌레가 찌르르 울었다.
황궁 안에는 큰 못이 있었다. 추연은 못이 있기 전부터 생기는 과정을 함께했다. 그렇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못은 또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연꽃으로 뒤덮인 게 제법 예쁘다 생각했었지. 작은 물고기가 뻐끔거리며 공기방울을 내뱉었다.
추연은 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좋아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난간이 없었지만 어린 황자가 빠진 이후로 만들어 진 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추연은 구름처럼 가볍게 난간에 걸터 앉았다. 그를 스치는 실바람을 잡아 노닥거리려던 참이었가.
문득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작은..., 계집애. 이 시간에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은데. 황녀인가? 입꼬리가 비죽이 올라갔다. 내가 또 예쁜 애들은 좋아하지. 안녕, 추연이 그녀를 보며 말을 건넸다.

"착한 아이는 잠들 시간인데."

이 시간에 그리 맨몸으로 홀로 다니다니, 겁도 없지, 아가.

/ 흑흑 오랜만에 글 쓰려니까 잘 안써지네 ㅠㅠ 발전하는 추연주가 되겠습니다 ㅠㅠㅠ 좋아해요!

24 서 윤 - 추연 ◆3yPNMD/6aY (1773589E+5)

2018-08-10 (불탄다..!) 16:49:00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는 소리와 풀벌레 우는소리, 이따금 부는 바람에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뿐이던 것에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아."


조금 뒤로 물러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던 윤은 상대를 확인하자마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달빛에 모든 게 부옇게 흰 와중에 혼자 선명히 빛나는 이였다.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힘의 원천. 그가 있어 어느 나라도 감히 제국을 위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황가가 큰 탈 없이 유지되는 것도 그의 힘 덕분일 테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감사해야 하며 예를 지켜 모셔야 하는 분이라 들어왔다. 몇 번이고 들어 이제 말해준 자의 어투까지 흉내 낼 수 있었다. 이 말은 비단 황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국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야 했다. 다섯 살 난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마주칠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는데. 조금 더 뒤로 물러난 윤이 느릿하게 시선을 올렸다. 발아래서 신 끌리는 소리가 났다.


"제가 왜 착한 아이일 거라 생각하세요?"


딴지를 걸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순수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목소리 역시 조금도 성난 기색 없이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자비로운 기린에게는 모든 인간이 착한 아이로 보이는지. 모든 인간이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볕에 고개를 내민 새싹의 여린 잎처럼 기특하게 느껴지는지.
추연의 눈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던 윤이 뒤늦게 시선을 내렸다. 주제넘은 질문이었나. 마주쳤던 그 순간에 예를 표한 뒤 되돌아갔어야 했나.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혀를 내어 입술을 적셨다. 아주 작고 조용한 움직임이었다.


/ 나도 오랜만이라 많이 서툰걸. 윤이 다이나믹한 캐릭터도 아니라서 혹시라도 쓸 거리가 없을까봐 걱정이야.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면 언제든지 말해줘. 열심히 노력할게요 ^.ㅜ!! 그리고 나는 추연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좋아해요

25 이름 없음◆GyZknqLERw (6476374E+5)

2018-08-10 (불탄다..!) 19:45:22

앗 늘 다정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ㅠㅠ흑흑 ㄴㅏ 오늘은 열한시까지 알바라 이따가 밤에 올게요 ㅠㅠ 미안미안

26 서 윤 - 추연 ◆3yPNMD/6aY (1995877E+4)

2018-08-10 (불탄다..!) 20:35:30

>>25 에구 피곤하겠다 ㅠㅠ 넘 마음쓰지 말구 천천히 다녀와! 이따 만나요

27 추연 - 서 윤 ◆GyZknqLERw (0479619E+5)

2018-08-11 (파란날) 00:17:47

황녀는 놀란 듯 뒷걸음하다 이내 제가 누군지 알아차린 듯 했다. 달이 밝아 산책을 나왔나 보네. 어두웠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텐데. 추연이 땅으로 내려섰다. 하늘 높이 뜬 달 탓에 그림자가 겹겹이 생겨 황녀의 그림자와 겹쳐졌다.
뒤로 슬그머니 물러서던 황녀는 생각보다 제법 대담했다. 말 대답에 눈을 마주하기까지. 밤 색? 아니, 그보다는 옅다. 그리고……, 깜빡, 깜빡, 깜빡. 황녀가 그제서야 시선을 내렸다. 거의 동시에 추연은 손으로 제 입가를 쓸어내렸다.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아, 너였구나.
드디어. 희열에 가까운 감정이 그의 얼굴에 맴돌았다. 조심스레 혀로 입술을 축이는 그녀를 보자 목이 바싹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느린 목소리로 대답하는 추연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게 갈라졌다.

"좋은……, 냄새가 나서."

황궁의 사람들에게서는 대부분 더러운 피냄새가 나곤 했다. 아니, 황궁 그 자체가 수 없는 무고한 피와 시체를 밟고 지어진 것이라 하는 게 맞을 터다. 그를 견디지 못한 탓에 추연은 늘 독 연기를 피웠다. 후각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황녀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추연은 기분이 제법 좋아졌다. 황녀에게 가까이 다가간 그가 몸을 조금 굽혀 시선을 맞추었다.

"밤에 왜 여기까지 왔어. 나 보러 왔구나?"

그럴 리가 없지만. 추연이 빙긋이 웃었다.

/ 흑흑 보고싶운 마음 참느라구 힘들었어요...

28 이름 없음◆3yPNMD/6aY (0016399E+5)

2018-08-11 (파란날) 00:29:35

앗 추연주 왔구나 고생 많았어요. 피곤하진 않아요? 나도 보고싶었어 ㅠ.ㅠ... 얼른 답레 가져올게!

29 추연 - 서 윤 ◆GyZknqLERw (0479619E+5)

2018-08-11 (파란날) 00:41:41

앗 히히 천천히 줘요..♥ 웅 집에 오자마자 행복해졌어요 ㅋㅋㅋㅋ 오늘은 윤주를 두고 말 없이 먼저 잠들지 않을게요 ㅠㅠ

30 서 윤 - 추연 ◆3yPNMD/6aY (0016399E+5)

2018-08-11 (파란날) 01:08:27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저도 모르게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좋은 냄새라기엔……, 흐리게 주변을 맴도는 연꽃의 향이 가장 짙게 느껴지는데. 그게 아니면 물가의 눅진한 냄새. 손목이라도 들어 향을 맡아볼까. 제 소매 끝을 만지작대던 윤이 소리 없이 웃었다. …옅은 꽃향기를 내게서 나온 것으로 착각하신 것일지도 모르지. 아님 나는 모르고 저분만이 알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도.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아무 의미 없이,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다고 해도. 입가에 여전히 작은 웃음을 걸어둔 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웃음은 쌉싸래한 향이 가까워지며 멎었지만. …아. 짧게 뱉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다가선 그가 위협적으로 느껴진 건 아니었다.
시선을 떨어뜨리며 설핏 마주친 눈이 묘했다. 눈을 감거나 피하고 싶다가도, 모른 척 계속 바라보고 싶었다. 그만큼 예쁜 눈이었다. 다른 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색인 탓인가.


"보고 싶은 것이 있던 것은 맞지만……. 그냥 그렇다고 할까요."


이유가 전부 무슨 소용인가.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눈이 아름답다는 것 하나뿐인데.


"추연도 나를 만나러 왔다고 하신다면요."


눈을 들어 추연을 바라본 윤이 눈을 접어 웃었다. 목소리에도 엷게 웃음기가 묻어났다.


/ 에구 아니야. 피곤하면 언제든지 자러 가도 돼요! 늦게까지 일하고 왔으니까 무리하지 말기로 꼭꼭 약속해 8.8...
앗 그리구 귀하신 기린님 이름 뒤에 '님'자를 빼고 불러버린 건 추연님보다 추연이라 부르는 게 더 예뻐서 그랬어요 사실 친한 척도 하고 싶었따! ㅠ.ㅠ! 무례를 용서하세요 흑흑

31 추연 - 서 윤 ◆GyZknqLERw (0479619E+5)

2018-08-11 (파란날) 01:53:30

네게선 새 움, 가을 하늘을 담은 노란 꽃잎, 가장 처음 떨어지는 빗방울, 새벽 새가 단잠 끝에 날개에서 털어낸 이슬……, 그리고 햇볕 냄새가 난다. 너는 모를테지. 나는 모든 너를 기억해. 나에게는 망각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그의 기분이 제법 괜찮은 탓인지,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밤바람이 불었다. 못의 반 이상을 덮은 연꽃 사이사이로 물결이 출렁였다. 맑은 물에 한껏 잠긴 채 출렁이던 달빛 별빛이 황녀의 얼굴 위로도 어룽어룽 물결을 만들어냈다.
추연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의 눈을 좇으며 얼굴을 뜯어보았다. 흔들림 없이 저를 마주하는 눈동자의 색은 제법 옅었다. 바람에 가볍게 살랑이는 머리카락이 꼭 보리같았다. 이번 생에서도 꽤 예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났구나. 운도 좋아.
실없는 생각을 하던 그가 황녀의 대답에 픽 웃었다. 예쁘게도 웃네.

"당연한 걸 뭘 확인하려고 해."

성급하게 굴지 마.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다. 추연이 오른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약한 바람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손길이었다. 그리 떠나려던 손이 멈칫 하더니 볼을 약하게 꼬집었다.
조그만 게, 아무 것도 모르면서 겁도 없이. ……모르기에 겁이 없는 것일테지. 역시 이번에는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까. 속내를 숨긴 채 추연은 그저 웃었다.

"자장가라도 불러줘야 착하게 잠이 들래?"

응? 아가.


/ 흑 심장이 쿵 했다.. 윤..윤아....시름시름.......

32 이름 없음◆GyZknqLERw (0479619E+5)

2018-08-11 (파란날) 02:23:47

ㅠㅠ흑 윤주야 미안해 나 살랑살랑 눈이 감겨요.. 흑 진짜 미안 ㅠㅠ

33 서 윤 - 추연 ◆3yPNMD/6aY (0016399E+5)

2018-08-11 (파란날) 02:44:57

…그게 당연한 일이 되나요? 단순히 저보다 한참은 어린 인간 계집애를 놀리기 위한 말인가요? 아니면 본래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저 받아주는 것인지. 찬찬히 추연을 살피던 윤이 입가를 조금 더 끌어올렸다. 속내를 알 수 없으니 그저 웃을 수밖에.
그런데 이상하네요. 알 수 없다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알아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당신이 다정한 분일 거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언젠가 들었던 말처럼 제가 너무 무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추연의 말처럼 제게 좋은 향기가 나서, 자꾸 속에서 꽃 같은 것이 자라나기라도 하는 걸까요.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나조차 모르는 나를 당신이 알 리 없겠지만.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흔들렸다. 제게 다가오는 손을 보았으나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뺨에 닿은 손길을 느끼곤 추연을 바라보았다.
…가끔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어요. 그리고 또 그런 날 중 가끔 덜컥 나를 두렵게 하는 밤이 있어요. 이런 밤들을 아나요? 당신의 이전에 나 같은 이가 있었을까요? ……이 역시도 당신과는 무관한 것이겠지만.


"기린이 잠 못 드는 아이를 재워주기도 하나요?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는데."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말한 윤이 다시금 흐리게 웃었다.


"그리고 저는 더 이상 자장가를 들으며 잠 드는 아이가 아닌걸요."


…착한 아이도 아니에요. 작게 덧붙였다.


/ 히히 장난 성공! 이라곤 하지만 나도 추연이 멋있어서 울면서 쓰고 있어 팬클럽 회장 시켜주세요!! 8.8
흑흑 너무 좋아서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호기심 대마왕.. 아님 자꾸만 질문하는 미운 다섯살이 되어버렸네 ㅠㅠㅋㅋㅋㅋㅋㅋ

34 이름 없음◆3yPNMD/6aY (0016399E+5)

2018-08-11 (파란날) 02:45:55

아냐 내가 너무 늦었어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그리고 시간도 늦었구! 꿈 꾸지 말고 푹 자요 :)♡

35 이름 없음◆3yPNMD/6aY (0016399E+5)

2018-08-11 (파란날) 18:50:04

오늘 날씨 진짜 좋더라! :) 이야압 갱신

36 추연 - 서 윤 ◆GyZknqLERw (0479619E+5)

2018-08-11 (파란날) 20:25:56

인간은 특별한 존재였다. 자연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것들. 그가 이 세상에서 읽어낼 수 없는 유일한 살아있는 것. 상제가 태초에 저를 닮은 형체의 생물을 빚어내어 인간을 만들 때 그를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인간을 제법 좋아하는 편이었다. 작고 하찮은 것들이, 백 년도 채 못 사는 것들이 욕심은 어찌 그리도 많은지. 그리고 어쩌면 그리도 투명하게 그걸 눈동자에 내비치는지. 한 때는 특히 예쁜 눈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눈이라는 건 살아 있어야만 빛을 내는 것이었다. 투명한 유리구슬도 태양 빛을 비추면 오색찬란하게 반짝거리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그는 생각해 왔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욕망을 좋아했다. 욕망을 가진 인간을 사랑했다.
살아 숨 쉴 때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니 몹시 귀한 것이 아닌가. 저와 마주해 오는 황녀의 눈을 보며 추연은 잠깐 생각을 멈추었다. 네 눈은 투명하구나. 고요한 너와 제법 잘 어울린다. 네가 못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황녀의 말에 추연은 대답 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이야기가 뭐 대수라고. 내가 하고 싶다면 하는 것이지.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그의 손바닥에서 흰 연꽃이 피어났다. 작은 연꽃 한 송이가 바람을 타고 그의 손바닥에 날아와 앉은 것이다.

“그럼 착하지 않은 아이야, 너를 뭐라고 불러줄까.”

인간들에게 이름은 제법 중요하잖아.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 아니냐. 바람에 추연의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도 달빛을 받아 흰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 흑흑 늦어서 미안해요 ㅠㅠ 오늘은 일어나서 바깥 날씨를 보려 하니 해가 거의 져 있더라 ㅠㅠ 좋은 하루 보냈어요?

37 이름 없음◆GyZknqLERw (7915975E+5)

2018-08-12 (내일 월요일) 00:07:59

흑 윤주야 나 내일 오전 알바라서 오늘은 조금 일찍 자러 가 볼게요 ㅠㅠ 흑 오후에 올게요 좋은 밤 돼..! 뿅뽕

38 서 윤 - 추연 ◆3yPNMD/6aY (8673203E+5)

2018-08-12 (내일 월요일) 01:47:51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에 먼저 시선을 뺏겼다. 꽃에 눈이 간 것은 아마 그다음이었을 것이다. 매해 이곳을 찾아 연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꽃을 이렇게 가까이 두고 본 적은 처음이었다. 물 위에 피어나는 꽃에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던 탓이다.
물에 빠질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저보다 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는 이들 때문이었다. 하지 말라는 일을 구태여 나서서 하려 들 생각은 없었다. 그치만 문득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홀로 있을 때가 아니고선 마음이 기울어도 아닌 척해야 했으니.
혹여나 누군가 궁금한 마음에 다가갔다 빠질까 염려하는 마음에서인지 언제부턴가 이 못 속에 귀신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기 시작했고,
어린 궁녀들 중 그 말을 정말로 믿는 아이들은 주변을 지나갈 때 뻣뻣하게 고개를 든 채 괜히 걸음을 빨리 하곤 했다. 무언가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다리의 난간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던 걸까. 이렇게나 예쁜 풍경인데. 조심스레 손을 뻗은 윤이 꽃잎 끝자락을 살짝 매만졌다. 손끝에 닿은 것은 아주 부드러웠다.

추연의 말에 윤이 꽃잎에 닿아있던 손을 뗐다. 내게 누군가에게 불렸으면 하는 이름이 있던가. 슬며시 고개를 기울여 생각해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곤 남이 불러주는 제 이름을 들은 일조차 드물었으니. 어릴 적에는 무어라 불렸더라…….


"제 이름은 윤이에요. …아주 어렸을 적에는 가을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추연이 좋은 것으로 골라 부르세요."


어느 쪽이든 크게 의미 있는 이름은 아니었다. 정말로 부르기 위한 호칭일 뿐. 어릴 적 가을이라 불리었던 것도 단순히 가을에 태어났기 때문일 테다. 그래도 한 번쯤은 그리 부르며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열매가 익도록 돕는 볕을 떠올린 이가 있었을까. 그랬다면 좋을 텐데.


"당신의 이름은 알아요, …추연. 당신은 그저 추연이면 되나요?"


내가 그저 윤이고, 그저 가을이었던 것처럼요.


/ 에고 미안해 ㅠ.ㅠ!!!!! 내가 저녁 때 급하게 나갔다가 들어오느라 확인이 늦었어. 내일...이 아니라 오늘은 일찍부터 바쁘겠구나. 추연주야, 푹 자고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랄게요. 굿밤! ♡♡

39 이름 없음◆GyZknqLERw (1671685E+5)

2018-08-12 (내일 월요일) 10:00:53

앗 고마워요 히히♥ 윤주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40 이름 없음◆3yPNMD/6aY (8673203E+5)

2018-08-12 (내일 월요일) 11:44:50

입추 지나서 조금 나아졌나 했는데 아직 8월은 8월이구나. 커피 얼음이 엄청 빨리 녹아서 당황했어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추연주는 지금 일하고 있을까? 많이 안 바쁜 날이면 좋겠다 8.8...! 조심히 잘 다녀와요

41 이름 없음◆GyZknqLERw (7894287E+4)

2018-08-12 (내일 월요일) 20:46:00

흑 퇴근해요 ㅇ<-<.... 금ㅁ방 답레 들고오겟ㅅ붐니다... ㅠㅠㅠ

42 이름 없음◆3yPNMD/6aY (8673203E+5)

2018-08-12 (내일 월요일) 21:00:06

아이구 고생 많았어 피곤하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조금 쉬다가 와도 되니까 천천히 해요~

43 추연 - 서 윤 ◆GyZknqLERw (7915975E+5)

2018-08-12 (내일 월요일) 21:14:04

인간은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뜻만 담아 이름을 지어 놓고는 그 이름을 쓰질 않는다. 이름이 이미 있으면서 자니 호니 하는 걸 또 잔뜩 만들어 내고, 높은 신분의 사람은 그 조차로도 잘 불리지 않지. 서로를 부르는 호칭 하나에도 너무 많은 의미와 의도를 담는다.
가을이라, 그리 성의 있는 아명은 아니네. 여자애라 그런가. 그래도 너와 제법 잘 어울린다. 네가 아기 때부터 이런 성격이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너의 모습도, 성격도 가을을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거든.
윤의 손이 꽃에서 떨어지자 추연은 망설임 없이 꽃을 내려놓았다. 새하얀 연꽃이 난간의 장식처럼 자리잡았다. 이 꽃은 죽은 것이다. 꺾여 제 손에서 피어난 그 시점부터 죽어가고 있었으니 내일 쯤이면 시들해져 모든 생명력을 잃을 터였다.
제 자리를 떠난 생명의 말로란 그런 것이지.

"윤."

추연이 그녀의 이름을 되뇌였다. 이제 너를 윤이라 부를 만한 이는 거의 없겠지. 어쩌면 전하나 제 봉호일 무슨 공주보다 더 어색한 호칭일 것이다. 추연이 어깨를 으쓱 했다. 너를 그리 부르는 이가 나 뿐이었으면 좋겠다.
이어지는 윤의 말에 추연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짐승이 제 이를 자랑하고 으르렁대는 것처럼 위협적인 행동이었다. 추연이라.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그러니 너는 그 어떤 것으로도 나를 불러도 돼, 추연이 속삭였다. 실제로 그는 그가 자각한 그 순간부터 세상과 함께 존재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생기기도 전, 까마득한 과거부터 그는 존재해 왔다. 바람은 그의 숨이었고 비는 그의 눈물이었다.
그에게는 본디 이름이 없었다. 바다에게 이름이 없어도 그 자체로 바다이듯, 그는 유일한 존재였다. 추연이라는 이름은……, 그의 한쪽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그래, 전부 너 하고싶은 대로 해라. 무언들 중요할까.


/ 흑흑.. 틈틈히 써 두길 잘했어.. 쉬다 오면 백퍼센트 잠 들 거야..!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요 ㅠㅠ 하루종일 보고 싶었어요 ㅠㅠ

44 서 윤 - 추연 ◆3yPNMD/6aY (8673203E+5)

2018-08-12 (내일 월요일) 21:48:43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오래전 제게 붙여진 이름임에도 낯선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제법 좋은 이름이 아닌가. 특별히 모난 구석 없이 둥근 듯 보이는 듯도 싶고, 잘게 반짝이는 것 역시 윤이라 하니. 이를테면 물결에 부서지는 빛이나 아주 잘 닦은 거울의 반짝임 같은 것.


"그래요. 이제 당신에게 저는 윤이에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누군가에겐 공주마마, 또 누군가에겐 누이, 또 다른 이에겐 정혼자인 나지만 당신에게는 그저 윤일뿐이네요. 좋은 것 같아요. 아니, 좋아요. 당신에게는 내 이름이 지금껏 보아온 수많은 인간들의 것 중 하나라고 해도요. 아무 뜻 없이 나를 윤이라 부르는 것은 당신뿐일 테니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알면 당신은 웃을까요?
잠자코 답을 기다리다 추연의 말에 아랫입술을 물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이 가장 어려웠다. 지금껏 정해진 것을 벗어난 적이 드물었던 탓일 테지. ……바람? 빛? 아니면 달? 한동안 가만히 서서 추연을 바라보던 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연이라 부를래요."


당신이 이렇게 나와 만난 것도 연.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도 연이니. …그리고 당신은 추연이잖아요. 조금 전 추연이 놓은 꽃을 조심스레 손 위에 올려두며 작게 웃었다.


/ 나도 진짜진짜 보고 싶었어요 ㅠ//ㅠ! 근데 많이 피곤한 거 아니에요? 힘들면 바로 가서 쉬기로 약속해...

45 이름 없음◆GyZknqLERw (7915975E+5)

2018-08-12 (내일 월요일) 21:59:11

히히 아냐 괜찮아요! 꾸벅꾸벅 졸면서 일하구 커피도 많이 마셨어! 아앗 흑흑 연이라 불러주다니.. 애칭 같아..ㄴㅓ무 좋아서 광대를 주체할 수가 없어요... 이 상황은 이제 마무리 되어가는 느낌인데 내가 막레를 쓰고 마무리 할까요?

46 이름 없음◆3yPNMD/6aY (8673203E+5)

2018-08-12 (내일 월요일) 22:03:15

>>45 앗 그렇담 다행이구...! 추연주가 여기서는 그냥 편하고 즐거웠음 좋겠어서 히히 피곤하면 쉬고 푹 자고 했으면 좋겠어요 u.u
빨리 친해지고 싶은 사심이 만땅 들어있습니다! 지금 엄청 참고 있는 거야 추연이랑 추연주 도망갈까봐 점잖게... 차분하게...!! 앗 응, 마무리 부탁할게요! 고마워요 ♡♡

47 이름 없음 (4828755E+5)

2018-08-13 (모두 수고..) 14:48:31

맨날 말뿐인 나라서 미안해요.... 다음주 되면 덜 바빠질거야 ㅠㅠㅠㅠㅠㅠ 흑 오늘 안에 막레 가져올게요 ㅠㅠㅠ 잉잉 ㅠㅜㅜㅠㅠㅠㅠㅠ

48 이름 없음 (4828755E+5)

2018-08-13 (모두 수고..) 14:51:08

오늘 날씨 너무너무너무너무 뜨겁다..흑흑... 윤주야 건강 챙겨요!

49 이름 없음◆3yPNMD/6aY (3052988E+6)

2018-08-13 (모두 수고..) 15:59:30

ㅋㅋㅋㅋㅋㅋㅋ 아냐 나도 어제 일찍 잤어요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감기더라구... 별 거 안 한 나도 잠이 왔는데 추연이는 일 하고 왔으니까 더 피곤했을 거야. 어차피 마무리니까 시간 나는 때에 천천히 부탁해요! ♡♡
오늘 날씨 진짜 덥지 ㅠㅠㅠㅠㅠㅠ 며칠 조금 괜찮은가 싶었는데 착각이었나봐 버스 기다리는데 가만히 앉아서도 땀이 너무 나서 놀랐어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추연이두 더위 조심 냉방병 조심이에요! 이따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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