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을 베어가며 연습한다는 건 아파서 싫습니다만 내 능력은 우선 피를 흘려야만 가능하니, 안타깝게도...... 그러니까 다쳐가면서라도 연습을 해야 합니다. 뭐 지금은 그냥 가위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요.
"...하아."
짜증나! 짜증나짜증나!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일을 해야 어머니께 효도를 하죠. 그러니깐 말예요. ...엄마 보고 싶다. 아무튼 저는 오늘도, 가위를 휙 날려서 냅다 꽂아보는 정도의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은색 가위를 얻었어요! 기뻐요! 그러니까 가위던지기를 더 연마해야죠. 어머니처럼 빠루마스터가 되기엔 제 체력이 부족하므로 가위를 선택했는데, 잘 선택한 것 같아 좋아요.
할일도 없으니 간만에 연습이나 하러 왔어요~ 요즘은 이상하게 능력으로만 싸울 일이 잦아서 검을 꺼내들 일도 없고- 아, 따지고 보면 능력으로 만드는 것도 검이니까 이건 좀 틀린 말이려나? 뭐 아무렴 어때. 기분이 좋은 것인지 뭔지 하이텐션으로 훈련실의 문을 쾅 열어재낀 그녀는 아이리를 보고는 한쪽 손을 들고 방긋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
근데 너 누구였더라-? 이어지는 말은 덤으로 하고, 흐흥. 하며 관찰이라도 하듯이 날카롭게 위아래로 쫙 훑어보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뭐- 여기 있는거 보면 우리 직원이겠지. 안그래?
"훈련하는거야~?"
능력, 뭐 그런거?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검을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상대의 가위로 흘끗 눈길을 준다. 아, 저게 저 애의 무긴가?
뒤로 튕겨나가듯 멀어지는 에흐예를 눈으로 쫓으며 땅을 짚고 일어서 숨을 몰아쉬었다, 태클을 당했던 복부가 욱신거렸는지 한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눌렀고. 무릎이 꺾이며 주저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복부를 누르고 있던 손은 들 수 없으니 다른 주먹을 들어올리다, 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긴장을 풀고 손을 내렸다, 자신을 쳐다보며 건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 꽤 좋았어. "
꺼져가는 홀로그램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원판 에흐예를 바라보고는, 흐르는 땀을 한번 훔치며 말을 붙인다. 생각보다 훨씬 공세가 과감해서 애를 먹었다며 또 말을 풀었고.
꽤 좋았다는 말이 들려오고, 때 맞춰 홀로그램이 꺼져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스파링에서 승패를 따지는 건 애매하지만... 아무래도 판정상 타격 횟수와 위력에서 무소가 조금 더 우위를 점한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횟수 부분, 위력은 상당히 차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가드보다는 공격을 받아내며 반격을 시도한 게 이렇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 대단해. "
장갑을 벗어 내려놓고, 무소에게서 애를 먹었다는 말이 들리자 흐응, 하고 꽤 기분이 좋은 듯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 힘이 좋아. "
에흐예는 칭찬(?)을 하면서 물병을 하나 꺼내 무소에게 내밀고 다른 한 병을 따서 마셨습니다. 수고, 하고 이야기를 덧붙이는 건 덤.
저는 그렇게 말하며, 날아오는 공격 같은 건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제게 거리를 좁혀왔을 적에 바로 손목을 그어 피 한방울을 르노 씨에게 뿌려 폭발시킵니다. 아니, 중독시킨다... 는 쪽이 더 어울릴까요? 검에 맞아도 이젠 손목 그은 것 때문에 익숙해졌는지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 기는 무슨. 아프네요.
눈 앞으로 떠오르는 통계를 바라보다 꽤 만족했던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코너로 돌아가 등을 붙여 기대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몇번 호흡을 고르다 거세게 내질렀던 오른팔을 한번 돌려 풀었고. 우선 통계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가졌다고는 했다만, 마운트 당한 상태에서 내지른 럭키 펀치가 맞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대로 가드를 올리고 두드려 맞다가 끝났을것 같기도 하고.
" 칭찬 고맙군. "
그래도 꽤 애먹었다는 말을 건네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가 섀어 나온것이 꽤 의외였던지, 에흐예를 가만히 바라봤지만 여전히 그 무감각한 표정에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렸다.
" 그거 말고는 별거 없으니까. "
그 무표정한 모습으로 건네는 칭찬에 꽤나 겸손한 체 대꾸하고는, 물병을 건네 받아 아까와 같이 단숨에 죄다 들이키고는 다시 숨을 고르며 분신을 꺼내어 분신에게 병을 건넸다.
의존도를 줄이는게 나쁘지는 않다, 너무도 정론이어서인지 딱히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편리한것까지 부정할수는 없었지만. 아직 멀었다는 말에 맨 몸 격투가 그 정도란건 그래도 쓸만한 수준을 넘었다고 말을 덧붙이다,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말 하라는듯 고개를 까닥였다. 몸을 아끼라는 조언.
" 죽기야 하겠어. "
걱정해주는 말임을 알면서도 어쩐지 안일하고 투박하게 말이 나왔던지라 잠시 혀를 차다 곧 다시 생각에 잠긴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 ...그래야지. "
실전 감각 있는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쓰레기통으로 물병을 골인 시키는 모습에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300을 흡수하는 게, 상대의 체력을 -로 만들어가면서까지 쭉쭉 빨아오는 건 아닐테니까 아마 르노의 남은 체력인 64만 흡수될테고 그러면 르노의 체력이 0이 되는데 르노가 검붉은 날을 썼으니 이번 턴에서 공격력이 +30이 되겠고 71+64는 135인데 르노의 공격력이 165니까 그래도 어차피 아이리의 체력은 -30이 될테고
잠시 저를 빤히 노려보는 눈빛에 말 없이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 탓에 다가오는 손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째 그 잠깐동안 표정이 약간 달라진것이 눈에 보여서 무심결에 픽 웃을 뻔 했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너무 일관되었던 모습이라서 더욱 티가 났다고 할까.
" 그냥 그래. "
뭐 한 체 늘어나기는 했다만, 말을 이어가다 아직 입구가 휙 휙 돌아가는 수거함을 마찬가지로 바라봤다, 꽤 정확했군.
" 뭐, 생각해보면... "
설령 몸을 내어주면서 반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네가 치료해주면 되는거 아니냐며 무책임하게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