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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들켜버렸네요. 은호님의 말에 어깨에 걸치고 있는 하오리의 소맷단을 끌어당겨 너울 채로 스스로의 입가를 가리면서 후훗, 하고 웃어보이며 중얼거렸다. 워낙에 개성들이 뚜렷하기 그지 없는 신들이 모여있는 곳이다보니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가온님처럼 은호님에게 일일히 신경쓰지 않을지도.
잠시 관리자가 된 이들을 떠올려봤지만 글쎄. 그리 안면이 깊은 이들은 아니였으니.
하오리로 너울 채로 입가를 가린 뒤 웃던 것을 멈추고 가느다란 눈매를 휘었다.
"은호님은 정말 못이기겠다니까요. 맞아요. 제가 정해놓은 일과지요. 물론 대부분은 아무생각없이 저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지만요. 누누히 생각하지만 은호님의 농은 도통 .."
고개를 젖고는 찻잔을 내려놓은 뒤에 너울만 걷어서 쓰고 있는 옛 모자에 고정시키자 그제야 은호님과 시야를 가리고 있던 불투명한 시야가 트였다. 그 상태로 근처에 놓인 방금 한들어놓은 꽃잎을 올린 화전을 끌어당겨 다기세트 옆의 비어있는 곳에 올려놓았다.
여러가지 꽃잎들이 화려하게 박혀있는 화전은 유난히 달았다.
"바라는 것이라. 어려운 걸 물으시네요."
화전 하나를 접시에 담아서 은호님의 앞에 두고 다시 접시 하나를 들어서 그 누구도 앉아있지 않은 곳에 놓인 찻잔 옆에 내려놓으면서 온화하게 중얼거렸다.
가느다란 눈매 속의 선명한 녹빛 눈동자가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1겁이 멀었졌더랍니다. 꽃으로 태어나 꽃으로 죽던 이가 신이 되니 눈물이 흐르덥니다. 그 눈물의 이유를 찾는 것이 제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요."
짖궂으셔라. 선명한 녹빛이 다시금 가느다란 눈매 사이로 사라졌다. 식은 차가 담긴 찻잔을 비워내고 그 찻잔에 차를 따라 다시금 빈자리에 내려놓는다.
조용히 차를 마시니, 그 향과 맛이 참으로 봄에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내가 다스리는 영토 중 하나인 다솜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차. 그 차를 마시니 절로 따스하고 행복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저 자의 욕심을 조용히 들었다. 꽃으로 태어나 꽃으로 죽던 이가 신이 되니 눈물이 흐른다라. 그것은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 필시 그럴 것이다. 지금 여기서 나올만한 이는 자기 자신이 아니고 또 누구겠던가.
"짓궂은 것이더냐? 워낙에 욕심이 없다고 하니 한번 궁금하여 말한 것 뿐이니라. 아무튼, 그 눈물의 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하였느냐? 내가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 답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노라."
자신조차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 그것은, 필시 이유가 있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의식중에 흐르는 눈물... 그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감정이 내보내는 눈물이 아니던가. 그런 것에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대는 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 평생 알 수 없을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욕심이 있는 자는, 그것이 어떤 이건 보기 좋도다. 그 욕심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사악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 그대의 욕심을 들었으니,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아무런 욕심도 없는 이보다는 저런 것이라도 욕심을 가진 이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뒤이어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 역시 욕심이 있느니라. 내 딸 누리가 하루 빨리 훌륭한 고위신이 되어, 이 지역을 다스리는 것을 보고 싶노라. 과연, 그 모습은 어떠할지 너무나 궁금하니, 500년이라는 시간이 언제 흘러갈가..참으로 궁금하구나."
"그래도 한 지역을 관리하는 고위신이다. 무섭지 않아서야 되겠느냐? 후훗. 그래도 내가 이유없이 누군가를 괴롭힘을 한 적은 없다고 자부하니라. 애초에 사악한 마음을 지닌 이들은 이곳에 발 하나 내딛을 수 없도다. 가온이가 쓰러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고위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보좌로 두고 있는 이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사악한 욕심을 지닌 이를 내 땅에 들이고 싶진 않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마음을 지닌 이는 이 땅에 발끝 하나 내딛지 못하게 만들어두었다. 이 라온하제에는 일종의 결계 같은 것이 있으며, 사악한 마음을 지닌 이는 절대로 통과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결계를 담당하는 핵인 수정은, 가온이와 연결이 되어있다. 즉 가온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 핵이 파괴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물론 이 사실을 자세히 아는 것은 나와 누리, 둘 뿐이다. 뭐, 고위신인 나나 누리는 딱히 가온이을 손대지 않아도 그 수정을 파괴할 수 있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애초에 파괴할 이유가 없을테니까.
뒤이어 들려오는 내 딸에 대한 평가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라. 그래. 확실히 귀엽지. 누리는... 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나는 요령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그렇지 않느냐! 참으로 귀엽지 않느냐! 내 딸이지만 보통 귀여운 것이 아니도다! 대체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후후. 아직은 미숙하지만 언젠가 늠름한 신이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느니라. 그리고 걱정은 하지 않는다. 누구의 딸인데 내가 걱정을 한단 말이냐. 후후. 화전이라고 하였느냐. 걱정말거라. 내 갖다 줄 것이니.."
갖다주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내 딸에게 주겠다고 하는데...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꼬리를 가볍게 봄바람에 맞춰 살랑이다가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