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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불출이라니! 거 무슨 말이더냐? 귀여운 딸을 귀엽다고 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이더냐? 이런 것이 팔불출이라고 하면 전 세계의 자식을 가진 신은 다 팔불출이 아니겠느냐. 물론 대다수가 그런 것 같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니라."
천으로 포장한 것은 받은 후에, 나는 마저 차를 마셨다. 봄바람에 걸맞는 맛이 좋은 차의 향이 입안에 녹아내려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참으로 좋기에 난 이 영토가 마음에 든다. 괜히 피냄새가 흐르고, 투닥거리는 일이 많은 곳은 취향이 아니니까. 그런 것보다는 느긋하게, 여유롭게 사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저택에 가면 다시 뒹굴거리면서 바람이나 쐴까? 그런 생각을 하다 곧 들려오는 요령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건 가온에게 직접 말하도록 하라. 아니면 비나리로 와서 직접 따먹던지. 비나리에 오면 쌓이고 쌓인 것이 신과니라. 신통술을 사용하면 비나리로 오는 것은 일도 아니지 않더냐. 물론 그 이동을 굳이 하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 절로 신과를 먹고 싶어졌다. 나중에 비나리로 돌아가면, 신과를 몇 개 따먹던가 해야지. 신의 입맛에 맞게 맛이 바뀌는 신의 과일, 신과. 우리 신계에서 자랑하는 그 과일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절로 군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러니저러니해도 가온이는 신과를 기르는 과수원의 주인이니, 신과를 먹고 싶다고 하면 한바구니 정도는 따서 줄 것이니라. 설마 그 늑대가, 그렇게까지 잘 키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느니라. 뭔가 일을 하고 싶어하기에 적당히 맡긴건데, 스스로도 만족하고 있으면 그것이 곧 좋은 것이 아니겠더냐."
절대로 떠맡긴 것이 아니다. 절대로. 그건 그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맡긴 것 뿐이다. 절대로 떠맡긴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잡설정이지만 치야는 물 밖에 오래 나와있기 싫어합니다. 말린 어포가 되는 기분도 있을 뿐더러, 물고기 시절때 계산을 잘못해서 갑판위에서 햇볕으로 직화구이(?)를 당할 뻔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착한 꼬마아이가 바닷속으로 던져주지 않았으면 어포가 되었겠지요 (?)
저는 자식이 있는 신이 아니라서. 하오리의 소매로 너울 채로 입가를 가리고 후후후 웃으면서 은호님에게서 가느다란 눈매를 가볍게 돌린 뒤 자신도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이다가 차가 식은 것에 가만히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핀 곳으로 차를 버린 뒤 다시 적당한 온기를 품은 차를 찻잔에 따른다.
"저번에야 은호님께서 직접 부름하셔서 갔지만 그것 외의 개인적인 볼일로 움직이는 건 워낙에 좀 그런지라...왠지 그런거 있잖아요? 내가 있는 지역에서 괜히 움직이기 싫은것?"
소위 말하는 움직이는 게 조금 그런, 절대로 귀차니즘은 아니고. 잠시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가느다란 눈을 깜빡였다. 겸사겸사지만 나중에 찾아가봐야겠구나. 비나리 지역에 새로운 벗도 생겼으니.
"그게 그대의 선택이고 마음이라면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니라. 하지만 다른 지역도 특유의 멋이 있고 좋으니, 가끔은 와도 좋지 않겠느냐. 후후. 물론 그 또한 그대의 자유니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있다. 나도 피곤하고 귀찮을 때는 저택에서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인 볼일로 움직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들리는데...기분 탓일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이 자의 자유이니 내가 이러쿵저러쿵 할 사안은 아니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비나리 지역에 겸사겸사 봐야 할 이가 있다라?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곧 들려오는 그 말에 능글맞게 웃으면서 대처했다.
"후후. 떠맡기다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더냐. 가온이가 얼마나 자신에게 일을 맡겨달라고 했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150년 전, 그 늑대를 우연히 찾아서 불쌍히 여겨 신으로서 살려주었더니, 그 후로 어찌나 따르는지 모르느니라. 그래도 나쁘진 않으니라. 단순히 귀찮게 하는 이와는 다르게 그 자는 꽤 능력이 있으니까. 알파 늑대는 자고로 자신의 무리를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니 그 정도 능력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참으로 쓸모가 있는 이를 데리고 왔다는 자부심은 있느니라. 결론은 떠맡긴 것이 아니니라."
손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움직이는 게 귀찮은 것도 있지만 정말로 특별하지 않은 이상 다솜에서 움직이지 않는 게 스스로의 성격이였다. 한군데에 자리잡고 있던 꽃이였던 기억 때문일까. 그냥 이곳을 떠나기 싫은 걸까. 어느쪽이든. 고개를 기울이고 찻잔을 기울여서 입술을 적시고 목으로 따끈한 차를 마신다.
"알파늑대... 으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은호님 떠맡기신 것 같은... 어머나."
농담이랍니다. 네, 농담이에요. 찻잔을 내려놓고 슬쩍 가느다란 눈을 돌리면서 곰방대에 입을 댄다. 길게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뱉고 연기를 허공으로 흩뿌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은호님의 모습을 보다가 너울로 가려진 눈을 곱게 휘며 곰방대를 까딱여서 불씨를 꺼트리고 한쪽 다리를 올려서 그 무릎을 끌어안아 무릎 위에 턱을 댄다.
"글쎄요. 비나리가 아니라 미리내였던 것 같고. 꽃은 워낙에 기억이 뛰어나질 못해서. 누리님께 안부 전해주세요 은호님."
조심해서 가시구요. 온화한 웃음이 가벼이 바람결에 흩어졌다.
//슬슬 막레 느낌이라서!! 막레로 치셔도 좋고 막레 주시면 될것 같습니다:D 그리고 다시 죽고올게요! 령아 미안해!!!
벚꽃잎이 잔뜩 떨어지는 벚나무들 아래의 아이온은 커다란 모자를 잡고는 그걸 올려다보았답니다. 머리카락과 거의 비슷한 색의 길게 늘어진 천은 그 색 때문이었을까요. 묵직해 보임에도, 투명하고 가벼운 비단처럼 나풀나풀 날고 있었답니다. 그래요 그건 만들어진 거였답니다. 끊어낸 기억들이었지요.
관리자가 되고 나서의 긴 플랜은 모두 다 소용없어질지도 모른답니다. 물거품이나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하나정도는 꿈으로만 남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건 안타까운 일이었단다. 라고 속삭이며 착착. 박수치니, 벚꽃잎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정지하였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이온의 앞으로 모이는 것이었지요. 그 양이 아이온을 뒤덮어버리고도 남아, 아이온이 끝없이 넘실대는 듯한 바다처럼 쌓인 벚꽃잎 위로 머리를 들어올려 내밀자 머리카락 위에 쌓여버린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지었죠. 벚꽃잎 안이 마치 물과도 같아 그걸 헤치며 모자를 찾아 머리에 쓰고는 이 정도 양이면 충분하고도 남을지도. 라고 속삭였더지요.
그런데도 계속 벚꽃잎은 떨어지고 있어 손 위에 살포시 나려앉은 벚꽃잎 하나를 살짝 건드리면 그것이 뭉개져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기에, 너는 방수 재질의 천으로 커다란 수영장. 아니 물 대신 벚꽃잎으로 가득찬 곳이니까. 앵화영장이라고 하는게 나으려나요? 그래요 樱花泳場을 만들었답니다. 벚꽃잎 하나하나에 묻은 먼지를 벗기어내고, 발에 밟히어도 으깨어지지 않도록 현상유지를 한 그 곳에 풍덩. 하는 소리도 없이 빠져 힘을 빼고 그대로 가만히 있다면 부드럽고 한없이 물과도 같이 당신을 감싸안는 벚꽃잎에 한없이 가라앉을 수 있답니다. 마치 끝없이 가라앉을 듯 공간감각이 왜곡되는 느낌일 거예요. 그렇게 깊이 들어가면 어쩌면, 당신의 몸에 벚꽃의 향이 깊게 밸지도 모르겠답니다. 벚꽃잎이 가득한 앵화영장에 오실 분은 다솜 지역으로 오세요.
앵화영장 옆에는 누워서 쉴 수 있는 편의공간도, 벚꽃 엑기스로 만든 벚꽃 에이드와 벚꽃 추출물을 넣은 벚꽃 모양의 빵과 꽃빙수도 있답니다. 허기가 지신다면 그것을 달랠 봄나물비빔밥도 있답니다.
//아사주가 갱시인... 다들 안녕하세요! 어으으.... 졸린데 잠은 안오고 비온다고 한 것 같아서 묘하게 습기가 높고..?
"능력이 있는 이는 그 능력을 썩히기에는 아깝지 않더냐. 그래도 여기서 살면서 뭐라도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설마, 보좌까지 맡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절대로 떠맡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듯이 말하며 나는 미소를 보이며 너울로 가려진 저 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얼굴을 굳이 저렇게 가리는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것이 나름의 옷차림이라고 한다면 존중할 뿐이었다. 나도 내 딸 누리의 옷차림을 나처럼 한복으로 입히진 않으니까. 옷이라는 것은 자고로 자유롭게 입는 것이 아니겠더냐.
뒤이어 들려오는 비나리가 아니라 미리내일지도 모른다는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미리내로 알고 있겠느니라. 비나리에도 여러 신들이 살고 있지만, 헤깔리는 시점에서 미리내일 가능성이 클 지어다. 아무튼 안부는 전해두도록 하마. 그대도 계속 편안하게 잘 살도록 하라. 차는 잘 마셨느니라."
마지막으로 돌아가기 전에 인사를 건넨 후에, 나는 천천히 문 밖으로 나섰고, 조용히 봄바람을 쐬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따스한 봄바람이 솔솔 부니, 이것이 낙원이 아니겠는가.
"오늘은 조금 걷고 싶은 기분이로다. 다솜 지역을 잠시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봄바람을 쐬며, 붉은색 꽃으로 만들어진 그 꽃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