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개울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린 아이는 바로 또다른 신 님이었다. 전에 환영식에서 얼핏 보았던 것 같기도 한 신 님. 개울가에 엎드려 누워 물 속을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고 태평해보여, 순간 그 평화를 깨트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샘솟았다. 하지만... 인사 드리고 싶어요. 신 님. 어쩌면... 저의 '신' 님이실지도 모르니까...
그렇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조용하고도 공손한 동작으로 신 님께 인사를 올렸다. 물론 그럼에도 신 님께서는 놀라셨는지 재빨리 일어나 삿갓을 고쳐쓰셨지만. 그 모습에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다시 한 번 공손히 숙였다. 낯선 신 님께서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소매에 감춰진 한 손을 들어올리셨다. ...인사... 받아주신 건가요...? 정말로...?
기쁘다, 라는 감정이 스쳐지나가 멍한 표정이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신 님께서 저의 인사를 받아주셨어요...! 큰 미소는 아니었지만 작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그리고는 멍한 눈동자를 부드럽게 접어 웃으면서 공손히 대답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아라에 왔다가 다솜으로 건너가 정착한 리스라고 합니다. 잠시 이 라온하제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신 님의 모습을 보고... 인사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무례를 범하며 내려왔습니다. 혹시 방해가 되었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
꾸벅, 다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잠시 살랑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서로 색이 다른 호의와 신뢰 가득한 나른한 두 눈동자가 신 님을 바라보다가, 이내 개울가의 물 아래로 떨어졌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신 님?"
이름을 부르려던 자리에 한 박자 늦은 공백이 새겨졌다. 감히 이름을 불러도 될까, 하는 마음 반, 이름을 모른다는 아쉬운 마음 반, 이 합쳐져 만들어낸 약간의 멍한 지연이었다.
>>386 사실 잡아도 괜ㅊ.... 큼. 치야는 아마 고민중인데 누가 자신한테 말을 걸었다- 근데 인간이다 싶으면 놀라서 바로 잠수한 다음 적당한 거리에서 빤히 쳐다보면서 경계경계삐임 날리다가 조심스레 하구쪽으로 갈 것 같네요! 그러다가 괜찮다 싶으면 신나서 파닥거리면서 놀다가 조금 뒤늦게 아사를 보면서 넌 누구야? 하고 물어보겠죠!
소매를 들어올리는 나름의 인사를 해준 순간 보이는 그녀의 표정 변화-더욱 가득해진 옅은 미소-에 잠깐 의아해하였다. 자신의 이 인사가 그토록 미소 지을 정도로 기쁜 점이라도 있었던 겐가. 잠깐 골똘히 생각해보았으나 만족스런 답안은 스스로 꺼낼 수 없었고, 결국 인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는 신이라는 결론에 닿는 데에 그쳐버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두 눈의 색이 다른 걸 보고,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것 아니지마는 오른쪽 눈이 또 두 색이 섞인 듯한 모양새인 것은 신기한 것이라서 저도 모르게 유심히 바라보던 순간 그녀가 그 눈을 부드러이 접어내며 대답하였다. 보는 것은 관두기로 하였다.
"아아, 그렇구만. 리스. 나는 요전부터 이 지역을 강제적으로 관리하게 된 사우라고 한다. 은호 이 성격 나쁜 자ㅅ...이 아니라, 아라에서 산 적도 있었다니 그것도 은근히 반갑네. 언젠가 스쳐 지나가듯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지겨울 정도로 오래 살았으니 말야, 나. 첨언하며 미소를 씨익 지은 입을 소매로 가렸다 거두며 뱀 혀를 날름거렸다. 여기 아라가 좁은 것도 아니고 못 보았을 일도 충분히 존재하였던 것이다. 방해는 되지 않았어. 그 말도 대답으로서 건네 주었다. 그러다 이어진 질문에 세로동공의 녹안을 유쾌하게 반짝였다.
"아! 무슨 일이냐면은!"
기세가 한 순간에 높아졌다. 널따란 두 소매를 펄럭이며 개울가 앞에 쪼그려 앉더니 한 소매를 흔들어 리스를 불렀다. 이리 와봐! 오기까지 기다리고는 뒷다리가 생긴 올챙이가 담긴 물을 두 손을 모아 퍼내면서 짠, 하는 분위기로 리스에게 내밀듯이 보여주었지.
"올챙이 키우고 있었어. 어때? 귀엽지? 얘 뒷다리 생겼다고!"
푸흐흐흐흐흐, 웃는 동시에 뱀 혀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두 녹안이 즐거운 듯이 꼬리를 휘었다.
신 님께서는 자신의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신 님께서 직접 자신의 눈동자를 마주해 주신다는 것이 마냥 좋아 부드러이 그 눈을 접어내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이어진 신 님의 소개. 신 님의 이름을 직접 듣게 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무척 영광이고 기뻤지만, 이어진 말씀에도 은근히 기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네, 그렇습니다.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사우 님. 아라 지역을 예전부터 관리하셨었군요. 저도 처음에는 아라 지역에 왔지만... 제가 살아가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 다솜으로 옮겨갔습니다. 스쳐 지나가듯이라도 사우 님을 뵈었다면 곧바로 인사를 드렸을텐데..."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조금은 시무룩한 듯이, 아쉬운 듯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사우 님처럼 대단하신 신 님과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면, 다솜으로의 이주를 고민했을텐데. 하지만 이미 정착한 지는 꽤 되어버렸기에 더이상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 그저 지금이라도 사우 님을 만났다는 것과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그 말씀에 위안을 얻으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서 사우 님이 기세를 높여 개울가 앞에 쪼그려 앉고는 유쾌하게 자신을 부르자, 순간 멍한 눈빛을 크게 떴다. ...사우 님께서... 저를 부르고 계신 건가요...? 정말로요...? 정말, 정말로요...? 신 님께서 자신을 직접 부르셨다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마음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지만 애써 다리에 힘을 주어 총총,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사우의 옆으로 조심히 다가가 조심히 겉옷자락을 다듬어 똑같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쪼그려 앉자, 이내 사우 님이 보여주시는 올챙이가 담긴 물. 그리고 즐거운 듯한 사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찬가지로 멍한 두 눈빛에 호기심을 반짝반짝 어리면서 올챙이를 바라보았다.
"...와아... 대단해요...! 네, 정말 귀여워요. 뒷다리 생긴 올챙이 씨. 사우 님께서 직접 키우시는 아이셨군요. ...뒷다리가 생겼으니 이제 곧 앞다리도 나오게 될까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올챙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 모든 것들을 이루어내시는 신 님의 능력과 그리하여 태어난 이 작디작은 생명체가 모두 경이로웠기 때문에.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겨 사우 님을 나른한 눈동자로 다시금 바라보았다.